모두가 다 안으로 들어왔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야말로 조용한 건물. 혹은 버려진 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건물의 하얀색 벽은 빛이 바랜 것도 없었으며 곰팡이나 얼룩이 진 것도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스텔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위, 아래, 그리고 벽 부분을 가만히 바라봤다.
일단 레레시아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확인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으나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없었다. 또한 계단 옆에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1~4라는 숫자와 함께 열림과 닫힘 버튼만이 존재했다. 엘리베이터 자체는 일단 제대로 움직이는 듯 했다.
한편 츠쿠시는 근처에 붙어있는 구조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1층과 4층에는 각각 마치 병원에서 환자가 사용하는 듯한 병실처럼 101, 102, 103 이런 숫자만이 있었다. 딱히 그 어디에도 진료실이나 원장실 등 의사가 있을법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쭉 일자형 복도에 왼쪽 끝부터 시작해서 101 그리고 그 앞에 102. 101호 옆에는 103. 그리고 103호 앞에는 104. 이런 식으로 140호까지 있었으며 2층과 3층, 그리고 4층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나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있었다. 허나 그 아래에는 4-1-3-2-3-1-4 라는 작은 글씨가 쓰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지는 별개였다. 그리고 츠쿠시가 바라보는 그 숫자를 아스텔도 가만히 바라봤다.
한편 까치로 변신한 마리는 공중을 날아 침입할 공간을 확인해봤으나 그 어디에도 따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환풍기조차도 존재하지 않고 창문 역시 아예 문을 열 수 없게 고정된 형태였다. 그야말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옥상 위는 그야말로 너무나 깔끔했다. 마치 누군가가 청소를 한 것처럼. 아니. 더 나아가 건물 자체가 너무나 깨끗했다. 유리창 역시 얼룩이 진 부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어 쥐로 변신하고 냄새를 맡자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피향'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1층이 아니었다. 2층쪽도 아니었다. 허나 잔잔하게 1층에서 피향을 약하게 느낄 수 있었다. 1층이 아닌 어딘가. 그러나 2층부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피향. 대체 그것은 어디에서 나고 있는 것일까.
"...번호라. ...이게 힌트가 되겠군. 최근에 쓴 거야. ...애초에 이게 왜 여기에 쓰여있는걸까."
쥐로 변신한 마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것 같은 냄새를 맡았다.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으나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걸까. 혹은 그 이들이 지금은 건물 내 다른 곳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잔잔하게 느껴지는 피향, 1층이 아닌 어딘가에서 나는 피 향은 2층은 아닌 것 같았다. 마리는 아직 인간으로 변하지 않은 채로 선우의 어깨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서서 냄새에 더욱 집중했다. 천장? 계단? 아니면 호실의 내부일까? 혹은 피가 낭자했으나 누가 청소를 해서 없애버렸기에 이런 약한 냄새가 나는 걸까.
아공간에서 긴 막대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마리가 다칠 것을 우려하여 그녀와 조금 거리를 둔 후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과거 유명한 영국 탐정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빨간 머리 연맹에 대해 조사하던 중 바닥에 지팡이를 두들기는 것으로 그 아래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으며 빨간 머리 연맹은 그저 은행을 털기 위한 페이퍼 조직에 불과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처럼 이 건물도 숨겨진 지하 1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지하에 무엇인가 있다면 아래에 텅 빈 소리가 날 것이고 아니라면 꽉 찬 소리가 날 것이다. 아니라면 1.5층처럼 위에 공간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녀는 어렵지 않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지하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기반 시설을 위해서라도 있는데. 이러면 더더욱 수상쩍을 뿐이다.
모두 살펴본 결과 이 건물의 구조상 수상함- 병실만 너무 많은 것과 구조도에 의문의 숫자의 나열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숫자가 1에서 4까지 밖에 없다는 사실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떠올리곤 그냥 단순하그녀는 어렵지 않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지하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기반 시설을 위해서라도 있는데. 이러면 더더욱 수상쩍을 뿐이다.
모두 살펴본 결과 이 건물의 구조상 수상함- 병실만 너무 많은 것과 구조도에 의문의 숫자의 나열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숫자가 1에서 4까지 밖에 없다는 사실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떠올리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말하려고 했으나. 이미 누가 말했기에 할 거면 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이고 계단으로 다가갔다.
병원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허울만 좋은 가짜인 듯싶다. 무언가를 수용하는 공간만 잔뜩 붙어 있는 구조는 수용소나 실험실이 연상된다. 대강의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두고는 아래의 숫자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써두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아스텔의 말대로 중요한 정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해 볼 가치가 없지는 않겠지.
그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구조도에 쓰인 순서대로 번호를 입력했다. 과연 이렇게 가는 게 맞을지는, 글쎄. 결과는 곧 알게 되지 않을까.
잭의 말에 아스텔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너무 의심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아스텔에게 있어서는 일단 그렇게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보이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기에 일단 아스텔은 뭔가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편 마리는 피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도달한 곳은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엘리베이터의 틈새 사이로 피향이 살살 올라오고 있었다. 로비에서보다 더 진하게. 진하게. 마치 붉은색이 절로 느껴질 정도의 진득하고 잔혹한 향이었다. 어째서 이런 향이 거기서 나고 있는 것일까?
한편 선우는 막대기를 이용해서 바닥을 툭툭 쳤다. 그리고 텅 빈 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레레시아는 2층으로 향했다. 2층은 1층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 비슷한 구도의 복도에 역시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우처럼 방을 확인했다면 둘 다 방 내부에는 딱딱한 침대가 4개 놓여있고 TV나 그 외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의 담요나 이불이 어지럽혀진 흔적이 있었다. 즉, 누군가가 여기에 누워있었다는 것이었다. 허나 방에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창문을 열 수도 없었고, 휴지통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생활에 필요한 물건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말 그대로 눕는 침대 이외에는 그 어떤 기능도 없는 방인 것처럼.
한편 츠쿠시는 엘리베이터에 내려가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덜컹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에서 울렸다. 이어 1 바로 아래의 판넬 부분이 살짝 움직이는듯 했고 이내 뱅글뱅글 돌더니 B1이라는 스위치가 새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인듯 했다.
"....?"
한편 엘리베이터로 온 아스텔은 그 모습을 바라봤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야기했다.
"...아마도 핵심은 이 지하 1층에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올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일단 엘리베이터로 집합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보자."
아스텔의 말을 들을지, 아니면 다른 곳을 조사할지는 별개였다. 어쨌건 아스텔은 아래로 내려갈 생각인듯 했다.
마리(쥐)는 끼쳐오는 혈향에 눈쌀을 찌푸렸다. 이내 아스텔을 중심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은 모습을 올려다보다가 이번에는 개미로 변해 엘리베이터 틈 사이로 내려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볼 것이었다. 개미는 좁은 틈으로 들어가거나 벽을 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이런 저런 공간에 잠입할 때에도 종종 썼던 방법이었다. 만약 틈이 있어서 내려갈 수 있다면 혈향을 따라 은신하며 잠입했을 것이고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마리는 다시금 쥐의 모습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 구석에 탑승하였을 것이다.
레레시아의 무전에 아스텔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마 이후에 에스티아가 3~4층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같은 구조의 복도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4층 맨 끝. 420호를 열어보면 거기엔 침대가 하나만이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쓰레기통이 있었고 음식물 포장지나 그런 것들이 놓여있었으며 생활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책상에는 작은 탁상 액자가 있었는데 그 안에 있는 사진에 담긴 이는 다름 아닌 이전 임무에서 잠시 대치한 적이 있던 '전기 능력'을 쓰고 있던 세븐스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영어로 Elina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게 그녀의 이름인 것일까. 짧은 갈색 단발머리에 하이라이트가 전혀 잡히지 않은 이른바 '죽은 눈' 상태의 노란 눈은 섬뜩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한편 마리는 개미가 되어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 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래도 혼자 들어가기엔 힘들어보였다. 확실한 것은 안으로 들어가자 정말로 역한 피향이 진하게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저 밑바닥이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썩은 향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 이상 들어가는 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 향은 엘리베이터 바닥 저 너머에서 나고 있었다.
아무튼 모두가 탑승한 것을 확인하고, 정확히는 레레시아를 제외하고 탑승한 것을 확인한 후, 아스텔은 B1 버튼을 눌렀다. 이내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머지 않아 딩동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리자마자 눈에 초점이 잡혀있지 않은, 그리고 뭔가 흐느적거리는 느낌의 사람 세 명이 칼을 들고 돌진하듯 달려왔다.
그리고 이전 '블러디 레드' 미션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 기억력이 좋은 이라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때 그 미션에서 블러디 레드에게 붙잡힌 가디언즈의 병사들이었고, 더 나아가 죽었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바로 그들 앞에 나타나 검을 들고 멤버들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심장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