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에델바이스에 들어오고 나서도 처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것을 즐기는 건 참 묘한 기분이다. 어쩌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행하는 것일수도 있고.
즐거운 축제이기에 재미있게 꾸미는 사람도 많지만, 구색만 대충 맞추고 사는 놈이 있기는 하다. 지난번에는 귀찮아서 그냥 점퍼만 입고 파일럿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엔 똑바로 좀 하라는 지청구를 들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하는 괜한 오기에 이번에는 좀 다르다.
그래서... 정확히 뭘 하려고 하냐면.
"후후후..."
할로윈 하면 일단 공포 테마. 공포 하면 점프 스케어. 아주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내 반사신경으로 재빨리 튀어나오면 놀라지 않고 배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복장도 완벽...하다고 본다. 아마도. 이번엔 온몸에 붕대를 감고, 화상 자국이 있는 손 부분에 오히려 약간 붕대를 느슨하게 감아 호러스러운 비주얼을 살린다.
어찌되었든 좀 철지난데다 여전히 대충대충인 센스의 복장이지만, 명실상부한 공포의 아이콘 중 하나인 미이라다!
그런 미이라가 되어, 이번 희생양을 기다리기 위해 조명이 잘 비춰지지 않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숨어 있는다. 오늘만 해도 열 여섯 명은 혼비백산하게 만들었지. 후후후...
자, 그럼 발소리가 가까워지는걸 보니, 다음 희생양이 다가오는 듯 하다. 신중하게 기다리다가... 괴성을 지르며 장애물 밖으로 뛰쳐 나온다!
아마데우스는 오랜만에 드레스를 입었다. 물론 온통 시커먼데다 1자로 떨어지는 라인이라 여성스럽다기엔 그냥 아, 올블랙인 여자네. 정도의 인상이었지만... 아마데우스는 사탕을 잔뜩 챙겨 거리로 나섰다. 기대된다! 장난을 좋아하는 아마데우스에게는 최적의 날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장난을 당하는 쪽인 것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데우스는 미이라가 불쑥 나타나자 그것을 향해 사탕 바구니를 휘두르며 비명을 질렀다. 당연히 사탕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으아악!!!!! 아악!!!!!! 살려주십시오!! 전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으아악!!!"
고작 이 정도로 놀라다니 놀리는 사람 입장에선 가성비가 좋았다. 아마데우스는 말을 못 이을 정도로 놀라 정신이 혼미했으나 진정하고 보니 오늘은 분장한 사람이 거리에 넘치는 날이다. 즉 저것은 사람이었다.
아직도 약간 쓰라린듯 광대뼈를 어루만지고, 턱을 이리저리 움직여 맞춰본다. 살짝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군. 몸이 튼튼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하면 턱관절이 박살이 나서 의무실에서 얼굴에 깁스를 한 채 널부러져 있을 꼴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비웃고 있는 누군가들이 있고.
그래도 의견을 존중받아서 벤치에 앉혀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선 입을 열었다.
"고마워. 그냥... 말하기 좀 그런 이유가 있어. 어차피 이 정도는 하루이틀이면 나으니까."
무자각인 사람도 잔뜩인걸. 자신의 단점일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건 어쨌든 조심스럽게 대할 가능성이란 걸 포함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덧붙이며, 자그맣게 들리는 고맙다는 목소리를 듣는다. 별말씀을요. 라고 마찬가지로 작게 이야기해 준다.
"그렇지만 장난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두근대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기도 하고요."
뭐 전부 이야기해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긴 합니다만. 사탕의 포장을 벗거 그대로 깨물어 먹는 그의 입을 한꺼풀 거쳐 들리는 오도독 소리 너머로, 손을 잡고 나는 것 정도라면 괜찮다는 말에 아하하... 하고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는 듯 웃었다.
"손을 잡는 걸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다면 상관없습니다. 당연히 안아주는 건 연인이랑 해야죠, 저는 그냥 한 번 공중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싶을 뿐이니까요."
너는 말이 끝마쳐짐과 동시에 마주잡히는 손을 보다가, 준비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것으로도 느낄 수 있는... 그러나 내려간다는 감각이 배제된 그 떠오름을 낯설게 느끼면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점점 멀어지는 벤치, 사람들... 아스텔이 떨어트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을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만큼 안전한 놀이기구가 또 있을까 싶기도 했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슬슬 마무리할까요! 여기서 한 바퀴 슈웅 돌았다, 정도로 끝내도 괜찮고... 뭔가 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도 괜찮습니다만!
뭐야, 내가 그렇게 세게 때렸어? 아마데우스는 광대뼈와 턱뼈를 만지는 레이먼드를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하기야 덩치도 크고 커다란 무기를 다루니 힘이 센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데우스는 레이먼드가 감은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이거라도 둘러드릴까요?' 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여장이요?"
그 와중에 여장이란 말을 들으니 아마데우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3초는 침묵하다 곧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습니다! 할로윈은 모두를 놀라게 하는 날이니까요! 지금 아니면 못 한다고요?"
아아. 아스팔트 껌딱지의 비애란... 그녀의 굴곡 없는 흉부 탓인지, 여성의 평균 키를 훨씬 넘는 큰 키 탓인지, 낮은 목소리 탓인지, 아니면 말투 탓인지. 아니면 이걸 다 합한 탓인지! 그녀는 오늘도 여장남자로 오해 받았으나 장난치길 좋아하는 성격답게 이걸 또 하나의 기회로 삼았다.
"남자의 가장 남자다운 행동은 여장이란 말 아시는지요? 여장은 오직 남자밖에 할 수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가장 남자다운 거지요!"
아아앗... 이셔 해시 첫질문이 너무 아픕니다... 8ㅁ8 그래도 들을 일 없...겠지...? (두려움!) 이셔는 킷캣을 꼭 뽀개서 먹는다... 욕구를 잘 참는다...(메모)(?) 이셔 진단이나 일상은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 음~~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달까. 아 어제 독백에 가란이 했던 말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것 같은? 그런게 틈틈히 보여서 예쁜데 안쓰럽구 복잡하당...
"...발버둥만 안 치면 괜찮아. ...절대로 안 떨어지니까. 내 세븐스의 영역 안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듯, 아스텔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냈다. 점점 땅에서 멀어짐에 따라 그는 쥬데카의 손을 더 꽈악 잡았다. 놓아도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발버둥이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세븐스라고 해도 높은 곳에서 낙하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 사고가 일어나서 제 동료를 죽일 순 없지 않겠는가.
"...오늘은 할로윈이라서 그런지 하늘에서 보면 불빛이 아름다울거야. ...그럼 둘러보자."
김에 하늘에서 순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아스텔은 바람의 방향을 컨트롤했다. 그의 능력은 비행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기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하늘을 날아갈 순 없었다. 어디까지나 바람을 강하게 해서 자신과 그의 몸을 날려버리는 느낌으로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음껏 즐겨줘. 오늘은 할로윈이고... 또 내가 언제 임무로 나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물론 그가 마음껏 마을을 구경할 수 있도록 아스텔은 나름대로 속도를 조정했다. 너무 빠르지 않게, 허나 그런 와중에도 또 너무 느리지 않게. 적절한 속도로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중에 떠 있는 뱀파이어와 강시의 모습이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속도가 부족하면 이야기하고. 조금 정도라면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가 어떻게 말하건 아스텔은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아마 마을을 전체적으로 한바퀴 돌면서 보여줬을 것이다. 할로윈의 불빛은 하늘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찬란하게 반짝였고 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드릴게요! 이 이후에 마을을 한바퀴 다 돌고 서로 헤어졌다고 해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일상 수고했어요!
>>528 하찮은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저런 TMI는 매우 귀여운 법이지요! 그렇고 말고요! 그 와중에 자제력이 보살 수준이라.. (동공지진) 엄청난 자제력이군요?! 그거?! 그리고 눈 돌아버린 이스마엘의 모습도 보고 싶어요. (속닥속닥) 아니 그 와중에 제가..(동공지진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