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호감이 있어서 그걸 드러내기 위해 떼어달라고 하면 더 큰 문제가 되겠죠, 어느 쪽이든 굳이 떼어줄 필요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네 이야기에 고갤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는 아스텔에게 그런 말을 덧붙여주곤, 잠시 침묵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조금 깊게 들어간 건 아닐까... 지금 사귀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너무 아는 체 한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살피다가는, 역시 공부가 더 필요하겠다고, 여러모로 알려줘서 고맙다는 그의 말에 너는 살짝 웃었다.
"공부하는 것 자체로도 연인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비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좋게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러는 거니까요."
으음, 그렇지만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을 격려할만한 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적어도 솔직하다면 자그마한 문제는 생기더라도 그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연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네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내가 이렇게 행동을 하면 어떨지... 라고 말이죠."
이러한 연애 잡지도 결국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빈도가 높은 특징들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결국 자신의 관계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특수성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 특별한 것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관계의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자그맣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리에서 연애 잡지를 읽었고 있던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타입이었나 싶지만, 아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어쨌든 본인이 숨기고 싶어하는데 나서서 퍼트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너는 아니었다.
"흐음, 이런 표정같은 걸 보여주면 아마 좋아할 것 같은데."
농담입니다. 라고 살짝 웃으며 아스텔을 쳐다본 너는 갑자기? 들려오는 네 연애 관련 질문에 살짝 고갤 갸웃했다.
"으응...? 글쎄요, 다들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좀 여유가 있으면 하게 되지만 잘은 모르겠습니다. 있다고 해도 마음에 담아두게 되겠죠, 전 겁이 많아서요."
없지는 않을 터다. 그러나 그걸 전부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뿐더러, 뭣하면 아스텔에게 이걸 빌미로 딜을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로 궁금해하는 건 아닐 테니 그럼 듣지 않을래, 라는 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고. 그럼 서먹해지지 않으려나. 여러 생각을 하면서 뭐, 이거면 됐지. 라는 듯 미소짓는다. 아마 붉게 물든 얼굴이며, 자신으로부터 시선을 좀 돌려보려는 건 아니었을까 싶은 그 질문을 곱씹으면서,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렴 어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아스텔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자면 정말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천천히 읽으면 될 일이었다. 허나 이곳에 나와서 읽는 것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숨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실상 제 연인의 귀에만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될일이기도 했고. 다른 이들에게 이 잡지를 읽는 것이 알려진다고 해도 스스로 딱히 찔리는 것이 없었기에 아스텔은 당당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런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며 그는 제 물음에 대한 그의 답에 귀를 살며시 기울였다.
"...그러니까 무서워서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야?"
결론은 겁이 나기 때문에 마음에 담아두겠다는 것이 아닌가. 아스텔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긴 했다. 허나 자신의 방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에게는 그런 것이 편하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아스텔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허나 굳이 그는 여기서 또 한 마디를 더 내밀었다.
"...어떻게 하더라도 네 자유이긴 하지만, 겁이 난다고 해서 무작정 미루면, 언젠가는 후회할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것도 개인의 자유지만."
적당히 넘겨버려도 상관없는 그런 발언을 하면서 아스텔은 자신의 망토를 손으로 정리했다. 그러다가 쥬데카를 가만히 바라보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후에 그에게 오른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내 차례겠네. Trick or treat."
이어 그는 할로윈인만큼 그에게 그 맨트를 차분한 어투로 보냈다. 딱히 사탕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사탕을 줬으면 고맙게 받고 맛있게 먹엇겠지만.
"...참고로 Trick을 고르면 그대로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오른 후에 비행할거야."
자신이 할 Trick을 그렇게 공개하면서 아스텔은 어쩔꺼냐는 듯이 쥬데카를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로 할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만 맞추려는 것인지. 그것은 오직 아스텔만이 알 일이었으나 그의 표정은 꽤나 침착한 포커페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