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에겐 그것이 삶이니까. 그저 지금의 네가 생각하는 삶과는 다를 뿐이다. 어느새 다 녹아버린 캐러멜에 또 하나 먹을까 생각하며 캐러멜 사탕을 만지작거리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살짝 웃음소리를 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먼저 잊을 생각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잊혀지겠지만... 잊고자 노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잊어버리지 않아. 아니, 오히려 너는 언젠가 잊혀지게 될 기억을 억지로 붙잡고 있기도 했다. 네 서랍에 있는 사진과 수첩에 적힌 것들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쉰 너는 아스텔의 이야기에 말을 더 붙이는 대신 조용히 있었다. 어쩌면 그가 아까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단순히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의식에서 살아남은 것에서 오는... 자신의 목숨이 자신의 것이 아니다. 라는 감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마 다시 마주칠 거라는 감각은 있습니다. 말씀처럼 그때 마주친 레이버가 지난번과 같은 사람일지는... 재교육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버렸으니까요."
기회가 남아있다는 말엔, 그렇겠죠. 라고 덧붙이며 고갤 끄덕인다.
"그 정도로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그녀가 진심으로 모든 일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생각했을 뿐입니다. ...겨우 그 끝자락에 머무르며 일해왔을 뿐인 배신자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겁니다. 저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그들도... 사실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녀는 고민을 하는 사람인 모양이었고요. 라며 덧붙인 너는 사탕을 한 움큼 들어 달빛에 비춰 본다.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색색의 사탕들을 보며 조금 슬픈 듯 미소짓다가는.
"..보검을 가지고 있을 정도면 상당히 고위 간부인데 그런 생각을 하는 자는 얼마나 될런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해둘게. 글라키에스를 상대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마. ...그 녀석은..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유일하게 자신이 제대로 아는 존재. 글라키에스를 입에 대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쥬데카의 자유였다. 글라키에스를 만났을 때 그녀에게 호소할 수도 있을테고, 혹은 무시하고 싸움에 집중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스텔은 글라키에스에 대해서는 어떤 기대도, 그리고 호소도 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버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이상 뭔가를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은 레이버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다른 보검을 지닌 세븐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글라키에스가 전부였다. 이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스텔은 아무런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이어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네가 무슨 길을 걸었고 뭘 했는지는 이제와서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넌 에델바이스의 제 0 특수부대인 쥬데카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네가 믿고자 하는 길을 걸으면 되는 거야. ...대장이 그러는 것처럼."
로벨리아에 대해서 살며시 언급을 하긴 했으나 아스텔은 굳이 거기서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아마 더 자세한 것을 물어도 아스텔은 입을 꾹 다물었을 것이다. 이것만큼은 아마 제 연인인 레레시아에게도 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함부로 이야기를 할 사안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로벨리아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테니까.
"아무튼... 무거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이어 아스텔은 손에 쥐고 있던 잡지의 페이지를 살며시 넘기다가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이야기했다.
"...이 깻잎에 대한 물음 말인데. 그러니까... 내 연인이 내 친구의 깻잎을 떼어주는 것을 허용해야 하나. 허용하지 않아야 하나. 부분. ...왜 이런 것으로 논쟁까지 벌어야하는거지? ...이런 것도 연애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야? ...정말로 이런 것으로 싸움을 할 수도 있는거야?"
어젯밤 꿈에 네가 나왔어. 딱히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뭘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 꿈이 다 그렇지 뭐. 음. 그래도 조금 뒤집어보면, 처음 보는 도시에서 너랑 뭔가 얘기하면서 걷고 있었던 거 같은데. 맞아. 서로 손 꼭 잡고. 언젠가 정말로 그렇게 같이 걸으면 좋겠다. 모든게 평화로워진 후에- 그 쯤에는 나도 장갑 없이 네 손을 잡을 수 있었으면.
아침에_씻기_전_자캐의_부스스한_모습은
일단 앞머리는 다 뒤집어 까졌고 ㅋㅋㅋ 뒷머리는 묶었으니까 좀 덜하겠지만 그래도 부스스하고~ 아침에 쪼오금 붓는 타입이라 볼이 오동통 해졌겠네. 날이 추워져서 소매가 긴 오버핏 셔츠를 입었을테니 셔츠도 반쯤 기어올라가고 난리도 아니겠는걸~~
자캐에_대한_내_생각을_말해보자
약간 사람의 모습을 한 고양이를 키우는 듯한? ㅋㅋㅋㅋㅋㅋ 초반엔 내가 페이스 무너질 거 같아서 아슬아슬했는데 요즘은 친구들이랑 잘 놀아줘서 흐뭇한 집사였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희도 보검을 쥐고 있고, 아스텔 씨도 보검을 지니고 있잖습니까. 그래도... 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겠죠. 모든 게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시작부터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할 필요도 없을 터였으니, 직접 마주한 건 두 번 뿐이지만 그때 주고받은 대화로 파악하기론 완고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한 자부심도 커 보였고. 고독 의식의 중심에 서 있지도. 그 곳에서 살아남은 존재도 아닌 너는 스스로를 선택받은 존재라고 여기는 그 모습이 석연찮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걸 전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마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보다 아스텔이 좀 더 잘 알고 있겠지.
"....확실히 지금의 저는 에델바이스니까요."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의 너를 만든 게 가디언즈였던 너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네가 과거를 놓지 못하는 건 그런 이유였다. 지금의 네가 여기 있는 건 네가 지나온 길 때문이다. 네가 부순 것들 때문이고, 너를 부수려 했던 것들 때문에 네가 여기 있다. 지금의 너는 그때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단절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로벨리아, 글라키에스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비꼬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아가씨라고 불렀지. 그 콧대 높은 여자가. 그런 자그마한 단서로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퍼지는 게 상상이었기에 너는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스텔 쪽에서 화제를 바꾸기도 했고.
"아, 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잡지를 넘기다가 한 부분을 짚는다. 깻잎을 떼어주는 걸 허용해야 하는가, 그러지 않아야 하는가... 꽤 오랜 논쟁이라고 생각하면서 확실히, 이런 부분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너는 잠시 입을 다문 채로 아스텔을 쳐다보았다.
"일단은... 아스텔 씨는 깻잎을 스스로 뗄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없다고 봅니다만."
가끔 먹을 때마다 붙어서 잘 안 떨어진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때 몇 번 도와준 적이 있기에 특히나 더. 하지만 역시 일반적으로는 잘 떼는 편인 것일까. 이 사실은 에스티아에겐 비밀로 하고 그냥 쭉 침묵을 지켜야겠다고 아스텔은 굳게 생각했다.
"...아무튼 얼마나 되냐의 여부는 둘째치고 결론은 깻잎을 떼어주는 것이 남의 연인을 유혹하거나 꼬시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미겠지?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느냐. 허용하지 않느냐라는 문제일테고."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었으나 적어도 아스텔에게는 그렇게 해석이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을 해도 영 석연치 않은지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일단 그렇게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이 잡지에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자신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지만, 만약 유혹이나 꼬시기 위한 행동이라면 별개였다. 자신의 세븐스로 깻잎을 잘게잘게 찢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과격한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스텔은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김에 묻는 거지만 너는 어느 쪽이야?"
자신의 결론은 이미 내려졌으나 과연 그는 어떤 대답을 할지 조금 호기심이 들었는지 아스텔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방금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싫은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남을 돕고 싶어할까. 나름대로 기대가 되는지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츠쿠시의 오늘 풀 해시는 이_행동을_하는_자캐는_위험하다 음... 경고 사인을 안 하는 타입인데🤔 참는 데 능숙하고 티를 안 내는 편이라서. 못 참을 지경이 된다면 주먹을 꽉 쥐고 눈빛이 살벌해지는 것 정도...? 이건 그냥 빡친 거 아니냐고요? 이 친구 어지간하면 안 빡치는데 얘를 빡치게 한 시점에서부터 위험한 거 아닌지(?)
자캐식의_욕은 비속어 자체는 약한 딱딱한 모욕이야. 평소에는 잘 못하는 편이고... 일상생활 중에는 떠올리려고 해도 그다지. 그렇지만 막상 필요한 상황이 닥친다면 꽤 한다... 그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감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필요'에만 한정하지만. 예를 들어서 운전하다가 시비 걸렸을 때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서라든지. '너 떤 것치곤 상당히 잘 털었어' 짤 같은 상황 있잖아(츠쿠시: 이 도른 개자식아 목적지가 어디지? 어디까지든 뒤따라 가서 네 녀석을 토막 치고 회를 떠 주겠다.)(?)
자캐로_내가_싫다고_말해 "부디 편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를 향한 당신의 감정은 마땅하니 참으실 필요 없습니다."
어렵다는 거지 뗄 수는 있다. 어쨌든. 막상 에스티아에게도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떼주는 거 별로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지만... 생각보다도 더 그런 쪽으로는 무지한, 정확히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아스텔을 쳐다보던 너는 이어지는 그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잠시만요, 아스텔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습관적으로 행동했을 때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일단 습관인 것부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유혹을 위한 행동이라면 굳이 깻잎을 떼는 게 아니더라도 연인인 사람이 보기에 좋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 행동은..."
너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생각하듯 말을 멈췄다. 어떻게 말하면 그가 이해를 할까. 그가 지금 이해한 걸로 충분하려나? 어쨌든 그는 앞으로 연인의 앞에서 다른 사람의 깻잎을 떼어줄 것 같지는 않으니... 그렇지만 역시 좀.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두고 있었다는 게 되겠죠,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게는 상냥하거나 친절하지 못하더라도 연인인 자신에게는 친절하기를 바라잖습니까.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만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고 도와줄 거리를 찾아내는 건 그다지 좋은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아... 설명해놓고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잔뜩 들어 너는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있어야 하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같다.
"...저 말씀이십니까? 연인이 있는 한 제 생각과 행동은 온전히 제 것이 아니니, 직접 물어보긴 하겠지만 굳이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안 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깻잎을 떼주길 원하는 상대쪽에서 이해하길 바라야겠죠.
"깻잎을 떼주지 않은 걸로 틀어질 사이라면 뭐... 제가 뭘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정정해주는 쥬데카의 말에 집중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요컨대 경우에 따라서는 연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같이 밥을 먹을 정도면 자연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아스텔은 일단 특별히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허나 이 논쟁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그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레레시아라면 과연 어떨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그는 입을 다시 열었다.
"...너는 그렇구나. ...그렇긴 해. ...고작 안 떼어주는 것으로 틀어질 정도라면 그 사이는 처음부터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겠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깻잎을 떼어주는 것 자체는 정말로 사소하고 아무래도 좋은 행동이었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두 장 다 가져가서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깻잎을 반드시 한장만 떼어서 먹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영향이라고는 하나 역시 이런 쪽으로는 꽤 무지한 것이 크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침묵을 지ㅕㅆ다.
"...역시 공부가 더 필요하겠어. ...뭐랄까.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나는 싸우거나 죽이는 것 이외에는 크게 잘하는 것이 그다지 없다보니. ...물론 그렇다고 내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거든. ...여러모로. ...가르쳐줘서 고마워."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나 이내 그는 쥬데카를 바라보면서 살짝 목소리를 줄이면서 그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그 목소리는 상당히 은밀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가깝게 있는 그라면 아마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잡지를 보고 있다는 것은 가급적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해줘. ...그다지 알리고 싶진 않아서."
당연하지만 그 대상은 제 연인이었다. 연애에 대해서 조금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이런 잡지를 사서 보고 있었다는 말이 알려지는 것을 생각하니 그건 조금 부끄러웠는지 이내 아스텔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허나 재빨리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자신의 얼굴을 식힌 후, 그는 쥬데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너는 이런 것에 관심 있어? ...그러니까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