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 초소 같은 곳에 들어가서 혹시나 수상한 이들이 거점 근처로 오진 않나 감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 이후에 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지 확인하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거점 주변에 가디언즈로 보이는 이나 수상한 이가 있지 않나 감시하고 살피기 위해서 하는 근무랍니다.
>>852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은 없지만...(시선회피) 그래도 로벨리아가 사실상 상황실 근무를 서는거나 마찬가지긴 하죠. 보고는 로벨리아 쪽으로 항상 들어오니까요.
>>868 안 그래도 쓰면서도 왠지 로벨리아라면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답니다! ㅋㅅㅋ 가능하다면 그런식으로 일상이 진행돼도 재밌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캡틴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요...! 레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nmpc들은 인지하고 있을까요? 또, 이에 관해 상담하러 엔이 나중에 일상 형태로 찾아가도 좋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체 왜 이 사이코.. 키네시스 세븐스는 커피에 진심인 걸까, 자기 생물학적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이탈리아인이 가지는 광기의 커피 유전자가 각인됐나? 알게 뭔가. 그것보다 자신과 교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중요했다. 이곳의 커피가 지나치게 맛이 없지 않은 이상 이스마엘은 커피보다 당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커피가 중요하게 되면 어쩌냐고? 그건..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합석해도 되냐는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해주고, 흔쾌히 응해주는 것이 기뻤던 것인지, 페이시가 뇌파를 읽어 이스마엘의 주변에 꽃도 몽글몽글 피어난다. 자세를 똑바로 하면서도 자신의 트레이를 놓아줄 자리를 만들어주자 이스마엘은 트레이를 내려둔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잔에 따라준 탄산수 한 잔, 슈가 스틱 하나. 손바닥만 하고 정석적인 조합처럼 맞은편 자리에 앉은 이스마엘도 정자세를 유지했다. 불건강한 자세의 당신과는 사뭇 달랐다.
눈앞의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번 같이 생사를 넘은 특수부대의 일원이기도 하고, 진실게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이름 정도는 안다! 이름을 안다는 자체로도 이스마엘은 유대감이 크게 상승했다. 탄산수를 들어 입가심을 하고,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노이즈 너머로 향을 맡을 적, 이스마엘은 눈을 들어 상대를 마주했다. 확실히 임무 빼고 휴식시간 주어지면 백수처럼 늘어져 살긴 하는데 남에게도 백수처럼 보이는 건가……?
"아하!"
난 또! 그런 거면 말이 다르다. 이스마엘은 에스프레소를 가볍게 홀짝이고 잔을 내려놓았다. 뭘 얘기해야 할까? 내적 친밀감만 높을 뿐이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저번 임무는 어땠습니까? 음.. 모든 임무는 타인의 관점에서 목숨을 던지는 데다, 이제 막 쉬고 있으니 이건 좀 그런가. 난 할 수 있는데..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무려 승우 씨가 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해줬으니 그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수업 도중 흘러가는 교수의 잡담을 지나치지 못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것 같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학부생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이스마엘은 잠깐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저도 당신처럼 훌륭한 입담이 가지고 싶습니다!"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원에 끌려간다. 지금부터 이스마엘은 대학원생이다. 세븐스라는 사실 자체로도 인권이 없는데 이제 두 배로 없게 생긴 것이다…….
"저는 너무 깍듯한 말투라, 남에게 오히려 부담스럽단 말을 듣기 때문에.. 조금 더 친숙한 말투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푹 쉬라는 라라시아에게 알겠다며 웃어보인 너는 레레시아를 따라 의무실을 바져나갔다. 이제 바깥으로 나가려나 싶었던 때에 레레시아가 멈추자 왜 그러는지 의문이 들어 그녀를 쳐다보니 바깥이 추울 테니 뭐라도 걸치고 오라는 말이 들린다.
"아, 확실히... 물줄기 속에 있었으니까요, 무장 덕분인지 흠뻑 젖지는 않았지만,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겠어요?"
조금 물기를 머금은 듯 차가운 옷자락을 매만지던 너는 아무래도 겉옷이라도 걸치고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널 빤히 향하는 시선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곤 네 개인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외투 하나를 꺼내 어깨에 걸치고 돌아나오니 아마 레레시아가 기다린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을 터다.
"이제 갈까요?"
임무가 끝나고 쐬는 바람이라, 어쨌던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 들뜨는 듯한 기분이다.
레레시아가 옷에 대한 말을 하니 그제야 깨달은 듯한 반응이 보인다. 아무리 무장 덕분에 덜 젖었어도 이제 회복을 해야 하는 몸이니 신경 좀 쓰지. 음, 그런 사람 데리고 외출하려는 나부터가 잘못인가? 에라 모르겠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 쥬데카를 보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휙휙 흔들었다.
"다녀와 다녀와. 따뜻한 거 입고."
그렇게 보낸 다음 먼저 나가있을까 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어쩐지 금방 올 거 같았고 정말로 금방 왔으니까.
회복은 했어도 뻐근함은 남아서 선 채로 기지개를 키고 있으니 외투를 걸친 쥬데카가 돌아왔다. 이제 갈까요 라길래 고개를 끄덕인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돌리며 그 짧은 사이 의무실 방향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저 시선이 스치는 정도로. 그리고 느긋히 걸어서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 기지를 나갔다.
"읏. 춥다. 이거 눈 오는 것도 금방이겠는데."
비밀통로가 연결된 슈퍼마켓을 나가자 캄캄한 바깥에 찬바람이 쌩하니 분다. 이런 날씨에 환자 데리고 돌아다니는게 맞나 싶어서 잠간 쥬데카를 돌아봤지만. 먼저 말 꺼내놓고 돌아가자 하기도 좀 그렇다. 밖에만 오래 있지 않으면 괜찮겠지. 레레시아는 혼자 작게 어깨를 으쓱이곤 쥬데카를 보며 말했다.
"혹시 커피는 어느 카페가 좋다던가, 가리는 거 있어? 있으면 거기로 가고."
커피는 기호품이니 취향이 따로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가까운 곳에 가면 되니 상관없다며 말하곤, 쥬데카의 대답에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