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진리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백번 옳은 말이다. 인간뿐이 아닌 모든 생명, 아니 모든 별들과 우주는 때가 언제가 되었든 각자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삶이란, 죽음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도 전혀 무방할 것이다. 그것은 제 아무리 사회의 상식이 모자란 그녀라도, 본능적으로. 당신의 말은 긍정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가."
그럴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할 터인데, 왜인지 지금의 그녀는 괴상한 감각이 들고있었다. 가슴 안 쪽의, 구체적으로는 흉부 사이의 심장을 엇나간 그 근처가, 답답하다. 그곳에 돌이라도 들어찬듯 굉장히 답답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상한 일이었다. 옷도 분명 충고에 따라 작지 않은 것으로 챙겨 입고 왔을텐데도. -따지고보면 그녀의 옷장엔 온통 같은 종류의 옷만 있을텐데도. (단 한 벌은 예외로.)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기이한 감각이었다.
"엔은 먼저 가겠다."
마치 그런 사실에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당신의 옆에 서있던 그녀는 문득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등을 돌리고 얼굴을 비추지 않는 각도였다. 그녀란 고기 중에서도 순종적인 고기이다. 그렇기에 분명 평소라면 여기서 당신도 같이 내려갈 것인지 물어봤겠지만,
"레이는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와라."
어째선지 이번의 그녀는 그렇게 말할 뿐으로, 당신을 혼자 놔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아슬아슬한 난간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단지 물에 뛰어들듯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진다. 현재의 당신이 별달리 내려갈 수단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도- 자유낙하와 함께 까마득히 잊어버린채로.
1. 『나에게 해줄 말이 있잖아』 "...내 착각이 아니라면 너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사실 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것 보다 너한테 직접 듣고 싶어.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알지...?"
2. 『정신차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 눈 앞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잃어버리게 될 거야." "...제발.... 제발 눈을 떠줘.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거, 흑, 알고 있으면.... 네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잖아..."
3. 『드디어 죽었군』 "나도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아. 하지만 해야할 일이니 부디 이해해 주길 바라." "너를 막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어. 널 막는 방법이 죽음 뿐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야. 먼저 가 있어. 내가 뒤따라가면 널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모든 죗값을 받을테니 말이야."
179 엄살의 정도는? 아무 일도 없었다...!!! 까지는 아니지만 엄살이 없지🤔 힘들어도 어떻게든 끝까지 하려고 하고. 상남자특)피 철철 흘러도 '아 씨*'하고 상처 윽박지르고 할일 마저 함
232 히어로or빌런 기본 중립성향에 자기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타입...이긴 한데 그 목적이 딱히 악하지도 않고 웬만하면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짓도 안 하지?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애매함... 그렇지만 통제의 수단이 작동하지 않거나 이해가 걸려 있다면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으니까 빌런 쪽에 더 가까우려나?
누구나 듣고 좋아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아니, 보편적으로는 기분이 다운되는건 맞겠지. 그러나 누구도 자책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건 진심이다. 나와 같은 짐을 누군가에게 지우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 보기에도 엔은 그렇게까지 편한 기분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저렇게 겉으로 보이도록 반응을 하는 것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어어, 그래. 먼저 가."
인형같기만 하던 그녀가 천천히 더 많은 감정을 내비치는... 아니, 어쩌면 감정을 '배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력감과 슬픔 같은걸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 적어도 나로 인해서 그런 감정을 얻게 되는 것은 싫다. 이기적인 이야기다.
고공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이 거센 바람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생소한 기분이군. 어쩌면 감정을 배워가는 게 그녀 뿐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헌데, 그런 사색에 젖어있는 동안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다.
"...근데, 나 여기서 어떻게 내려가지?"
이후, 나는 마을에서 꽤 떨어진 숲 한가운데에서 어딘가 한두군데 부러진 채 야생동물들 및 곤충들과 맞서 싸우며 살아남다가, 야수 몇 마리의 가죽을 뒤집어 쓴 채 기적적으로 주민들에게 발견되었다.
정론이다. 결과적으로 네 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뭐라 반박할 만한 게 없었다. 그보다는 라라시아의 말투가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와는 다른, 정반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것에 입을 다문다.
"가능하다면 빨리 나았으면 하지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잘 나을거라는 이야기도 들어서요, 저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봐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처치가 끝난 상태였고, 라라시아가 세븐스를 쓰며 피곤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덧붙인 너는 라라시아의 품에 안긴 모양새가 되어 아하하... 하고 조금 당황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긴...한데 막상 떠올려보면 레레시아가 이런 말투였을 때에는 이렇게 다가오지는 않았었다고 생각해 본다. 그럼 이쪽이 진짜라는 이야기려나.
"다 보고 계셨군요... 조금 부끄럽네요, 음...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르러 들었던 목소리와 표정이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었을까.
"더 이상 싸우지 않았던 건 옳은 일이었겠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에델바이스와 아마도 간부 수준이었을 두 사람, 승산이 정말 없었으리라 생각하면서 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븐스와 비 세븐스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세븐스임을 꼭 숨겨야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기로한다. 그녀가 밖에서 무슨 일을 겪은 지도 모를 뿐더러 능력을 사용하라는 또 하나의 강요가 될 수 있으니까.
"나도. 그런데 꼬맹이들은 좋아하더라고?"
옛날 길거리에서 공연으로 아이들과 놀아주었을 때, 모자 마술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항상 이상한 것을 이상한 표정과 함께 이상한 목소리로 외치곤 했다. 그것을 일일히 대답해주면 공연의 페이스가 깨져 못들은 척 넘어가지만 왜 아이들은 이런 것을 좋아할까 늘 궁금했다.
"그정도면 사탕 가게를 차려도 되겠어"
바구니 한가득 물건을 담는 마리를 보고 감탄한다. 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 주려고 이렇게 많은 사탕을 사는 걸까?
"글쎄? 딱히 정해둔 건 없는 데? 카페가서 음료나 마셔야지"
이렇게 밖으로 나온 날에는 항상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책 한권을 읽곤한다. 딱히 책을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글귀를 보면 공연을 하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어디까지나 옛 일이고 지금은 그저 습관처럼 한두권씩 뽑아 보는 게 끝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