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의 종지부가 맺어질 순간이었다. 소용돌이가 점점 더 커져갔고 압박해왔다. 그러는 와중 선우의 레비아탄이 소용돌이를 일부 삼켰고, 승우의 스페셜 스킬인 회록지재가 물길을 증발시키고, 레이먼드의 스페셜 스킬인 레드 라인이 발동해서 소용돌이의 움직임을 천천히 줄이려고 했다. 물론 레이먼드의 경우는 온 몸에서 꽤 강한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 멜피의 스페셜 스킬로 소환된 병력들이 소용돌이를 막아내려고 했다. 그 모든 것이 충돌하면서 힘 대 힘으로 소용돌이는 사라졌다.
그 덕분에 잭은 안으로 침투해서 레이버를 안아주는데 성공했다. 유루가 레이버의 상처를 감싸주려고 했다. 그 전에 소용돌이를 지나가려고 하던 쥬데카는 문제없이 레이버에게 도달해서 그녀에게 호소했다. 그리고 레이버가 가지고 있는 보검을 레레시아는 아스텔의 세븐스를 빌려 제대로 가격했다.
"아..아아..나는...나는..."
강한 압력이 레이버를 붙잡고 있는 이들을 단번에 밀어냈다. 허나 그것은 발악이 아니었다. 그녀의 갑옷에서 빛이 세여나오고 있었다. 금이 가고, 깨지고 있었다. 삼지창을 포함해서 모든 무장에 더욱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것은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박살이 났고 이내 빛의 형태가 되어 공간에서 레이버가 꺼냈던 남색 보검으로 바뀌었다. 그 보검에서 정말로 괴상한 '비명소리'와 함께 빛이 더욱 강하게 세여나왔고 이내 남색 빛이 빠져나오듯이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아무런 색도 남지 않은 칠흑같은 검은색 보검. 그것도 금이 다 간 보검 뿐이었다. 이내 그 보검은 땅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 나면서 깨져버렸다.
"........." "....쥬데카....나는..." "........"
처음으로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허나 기력을 잃으면서 그녀는 그대로 털썩 자리에서 쓰러졌다. 온전히 모든 힘을 다 쓰기 전에, 보검의 힘이 풀려버린 덕일까. 혹은 어쩌면 들려오는 말에 상당히 깊은 동요를 느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쪽이건 적어도 그녀의 목숨이 다 하기 전에 레이버는 보검의 힘에서 '해방'되어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한편, 쥬데카의 손에 잡혀있었던 것은 '남색 에너지 덩어리'였다. 그것은 레이버의 세븐스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방금 빛은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 보고해라.
이어 들려오는 것은 로벨리아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쥬데카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기운이 있었다. 이내 강한 스파크가 여기저기서 튀기 시작했고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여성이 등장했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갈색 단발머리 여성과 생기와 초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 그야말로 '죽은 눈' 상태의 노란색 눈을 지닌 이가 레이버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레이버를 가리켰고, 이내 레이버의 몸 주변에서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그리고 레이버의 몸이 붕 떠올랐다. 주변에 투명한 전자망 같은 것이 쳐진채로.
"임무 완료." "레이버를 회수했습니다."
적어도 그 여성은 제 0 특수부대원들는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의 등 뒤로 강한 스파크가 튀었고 이내 그녀는 말을 이었다.
"지금 돌아가준다면 잡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을 죽이는 것은 아직 저의 임무가 아닙니다. 허나 이곳에 계속 있는다고 한다면 상대해드리겠습니다."
보검이 부숴지긴 하는거였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코피를 닦아냈습니다. 지나치게 뇌를 혹사한 대가라기엔 가벼운 수준이죠. 그리고 곧, 쥬데카가 잡은 무언가를 보고있던 그녀였지만..
"이건 뭐야.."
진짜 가지가지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솔직히 말해 더 싸울 여력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적의 신변따위 그녀에게 중요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죽이지 못한건 아쉽지만, 됐다 됐어. 맘에도 안 드는 녀석."
후-하고 숨을 뱉은 그녀는 손사레를 치며 물러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걸 믿었냐는듯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새로 나타난 죽은눈을 한 여자를 향해 낫을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것은 지나치게 큰 동작. 여자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레이버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트리려는 위협성 동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끼를 틈타 그녀의 배후로부터 그림자가 솟아올라 레이버를 고치마냥 감싸서 회수하려 시도했죠. '전기망'같은것의 대비책으로 보이나 솔직히. 그녀라고 해서 일이 잘 될거라 생각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기엔..
당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물러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순순히 물러나기에는 꺼림칙한 일들이 벌어진 참이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레이버가 필요할 테고, 이익을 따져 보더라도 레이버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겠지만……. 그는 실전에서 위험부담을 쉽게 떠안을 만큼 대담한 인간은 아니라.
"아직? 그럼 씨* 언제 보게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칼에 사람이라도 갈아넣었냐? 뭔 *같은 소리가 나."
상대방을 경계하며 우선은 물러나기를 택하…려고 했었다. 멜피가 상대에게 뛰어들기 전까지는. 레이버와 글라키에스를 동시에 상대했던 그날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때는 글라키에스가 부러 힘쓰지 않았기에 그만한 부상으로 그쳤을 뿐이니, 이번에도 좋게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그는 황급히 정체 모를 적의 눈앞에 폭발을 일으켜 시야를 막으려 한 후, 저 스스로도 기동하여 적의 앞으로 뛰어들어 적을 붙잡고 터지려 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센 기술은 좀 아껴놓을 걸 그랬다.
다행스럽게도...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소용돌이가 잦아들어 너는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로 안타깝게도 그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오직 네 이름만을 들을 수 있었을 뿐. 산산조각나며 빛을 흩뿌린 보검은 더 이상 보검이 아니었다, 제 구실을 할 수가 없었다. 네 앞에 쓰러진 레이버는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보검이 제때 파괴된 덕분이었을까, 네가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내는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며 너는 네 손에 쥐어진 에너지의 덩어리를 내려다보다가 품 속에 넣어두고자 했다. 여긴 적진이다, 누구도 이걸 보지 못했으면 했다. 이걸 빼앗기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감각이 널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는 제 0 특수부대, 보검을 파괴, 레이버를...무력화했습니다."
네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차근차근 보고한 너는 쓰러진 레이버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몸을 숙였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으니, 갑작스레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과 함께 튀어오르는 스파크, 새로이 등장한 두 인물을 보면서도 레이버에게 손을 뻗던 너는 레이버 주변에서 튀는 스파크에 손을 움찔하며 뺄 수밖에 없었다. 무력하게 떠오르는 레이버의 모습을 쫓던 네 시선이 옮겨진다.
"멈춰, 지금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없어."
누가 봐도 쉬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너는 레이버를 붙잡고자 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떨리는 시선을 바로잡는다. 여기서 부딪혀야 하나? 그녀가 돌아가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알 수가 없었기에 너는 불안했다. 그러나 지금 부상을 입은 동료가 있었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기에 너는...
적한테 달려드는 동료들을 보면 그저 눈을 감아버린다. 저러다 아군 공격 받아서 부상자나 사상자 나오면 가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누가 치료해 주랴? 더 생각하자니 이유도, 밑전도 없는 짜증만 날것 같아 그는 애써 회로를 잠근다. 그래, 휘말리지 않으면 된 거다.
그녀의 보검이 부서지고 무언가가 해방되어 공중으로 치솟더니, 껍데기만 남은듯한 보검이 중력에 힘 없이 바닥을 내리찍는것을 보며 남들이 로벨리아에게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것을 가만 듣는다. 사람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두개의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한 쪽에 치우친다. 틀린 말은 아니였구나.
레이버가 쥬데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저항군의 정보가 샜다면 지금보다야 더 난장판일 테니, 그는 쥬데카가 가디언즈 소속이였을 것이라고 속으로 결론 지은 것에 확신이 들었다. 전에는 심증만 있고 확실하다 할 무언가가 없었다면, 지금은 결론이 깔끔하게 나 있다. 어차피 배신자면 딱히 돌아갈 곳도 없을 테니, 그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아도 될 테다. 의외로 수수하다 생각될 만큼 재미없는 의심의 피날레였다. 그보다 그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스스로 앞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할 무언가의 확인사살.
곧이어 다른 세븐스가 나타나 레이버를 회수했노라 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가디언즈의 손에 들린 것일까. 그러면 그는 이제 그녀의 죽음에 마땅히 관여할 이유가 없다. 실패하고 보검까지 저 꼴 났으니, 아마 살해당하지 않을까. 본성과 가치관이 맞물려 있다가, 조곤한 심박수가 그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