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곰곰히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자신의 능력은 약하다. 물론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간편한 능력이지만 염동력, 독, 광폭, 무의식 조종처럼 강하고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과는 다르게 그의 세븐스는 편하지만 결국 도라에몽 주머니다. 그러니 다른 동료들의 원활한 진입을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12시가 되자. 블러디 레드는 도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이내 폭발 소리와 총성이 울려퍼지고 다른 쪽에서는 불이라도 났는 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새 같은 무엇인가가 다른 것들을 멀리 날려보내니 아마 아스텔일 것이다. 연막을 뿌리는 저 드론은 아마 에스테아의 것이겠지.
작전이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달고 있는 드론들이 이곳저곳 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의 위치를 알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함인 것 같아 하나하나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무서운 건 정보들이니까.
선우는 앞으로 달려나가 아공간을 이용해 건물 여기저기에 있는 가디언즈의 뒤로 이동한 다음 둔기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놈들은 위협적이진 않으나 놈들의 총소리가 동료들을 부를 것이고 그러다보면 보검 사용자도 부를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매복한 적은 없는듯 했지만 저만치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은 마치 네가, 제 0특수부대가, 에델바이스가 뛰어들기만을 기다리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악의, 반드시 없애버리고야 말겠다는 듯한 그런 감각에 너는 몸을 떨었다. 물론 그런 불안감은 네 팔을 툭 건드리는 느낌과 함께 많이 사그라들었다. 잦아드는 떨림에 팔목을 손으로 꽉 붙잡던 너는 철로를 달리는 열차의 소리, 공중에 떠오른 아스텔, 에스티아의 드론이 흩뿌리는 연막을 귀와 눈에 담았다. 비명소리와 굉음이 퍼지지만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출격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너는 마치 짓눌리던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땅을 박차고 달렸다. 아직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가디언즈들의 탄환 사이로 검게 물든 헬멧과 무장으로 몸을 감싼 너는 달리고 있었다. 앞을 막아서는 게 아니라면 아마 보통의 병사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으리라, 그게 아니라면야...땅에 끌리며 불똥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체인이 파열음을 내던 체인이 그 목을 휘감아 내동댕이치려 했으리라.
경계하는 인원이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이스마엘도 잘 알고 있었다. 철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블러디 레드와 함께 작전이 시작됐다. 연막, 굉음, 전투에서 비롯된 비명……. 이스마엘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무인 카메라 드론. 이스마엘은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 전, 노이즈 너머로 중얼거렸다. "페이시."
[여러분의 친절한 페이스 재밍 서비스 AI, 페이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페이시, 미디어 재밍 서비스." [트랜스휴먼 법 2조 15항에 의거하여 안내문구를 출력합니다. 현재 고객님은 신체를 기반으로 한 칩셋형 서비스 이용을 이용하고 계십니다. 과도한 재밍은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범죄에 악용될 경우 자동적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해와 장애의 경우 국가와 자회사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이스마엘의 경우 출력 되는 미디어에서도 얼굴이 보이지 않겠지만 수준 높은 기술자가 나설 경우 재밍됭 얼굴을 복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려오는 손을 뒤로 이스마엘은 숨을 고른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당장 주변에 있는 드론을 염력을 통해 박살내기 위함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스마엘은 미디어에 자신이 담기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스마엘의 이모티콘을 본 그녀는 싱긋 웃어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생각을 지탱해주듯. 쥬데카는 떨고 있는 듯 했지만, 아마 괜찮을 것 같았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 정오가 되고. 블러디레드가 철로를 가로지르며 도시로 침입한다. 그것을 신호로 적막하던 도시엔 폭음과 비명과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시작된 아수라장. 그 위를 날아다니는 에스티아의 드론과 아스텔의 모습을 자리에서 눈에 담는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무인 카메라 드론의 존재도.
"치사한 짓거리는 다 할 모양이야."
흥. 작게 코웃음을 친 그녀는 로벨리아의 음성이 무전으로 들리자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연막이 흐르는 입구의 근처까지 가서 모조 보검의 무장을 전개시키자 늘 걸치던 방어구가 둘러지는데, 오늘은 새하얀 색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무장에 무기마저 흰 깃발이었다. 하얀 바탕에 붉은 에델바이스가 그려진 깃대가 긴 깃발. 그것을 들고 돌입하며 총성이 들리면 깃발을 휘둘러 막는 것에 그친다. 그저 공격을 막으며 목표 지점은 건물까지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작전의 봉화가 오릅니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기점이기에 저는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어 그 광경을 가장 생생히 보일 수 있는 형태로 온전히 담았습니다. 그것은 반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본능과도 같이 깊은 무의식에 각인되어 이젠 쉬이 지울 수 없는 행동 절차. 그러고 보니.. 과거 종군한 적 있던 레지스탕스 중 하나의 단원이 제게 말한 적이 있었죠, 격렬한 전쟁 현장을 취재할 때의 당신은 이따금 독한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극심히 도취되고 사로잡힌 눈을 한다고. 목에 걸어둔 카메라를 만족스럽게 어루만지는 저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그가 말했던 것 같은 격양된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모니터 표면에 반사되는 형태로 짐작하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저는 그 누구보다도 평온하고 이성적입니다.
모두가 행동에 착수합니다. 대장의 부관이 가디언즈를 날려 보내고 대장의 동생은 드론을 띄워 연막을 펼칩니다. 저는 뷰파인더를 통해 광경을 보며 빙긋이 웃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겠죠. 저는 종군기자이나 동시에 이젠 특수부대의 일원. 출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톡 돌출된 카메라 렌즈가 휙, 가볍게 돌아가더니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다시피 합니다.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무인 카메라 드론의 렌즈, 뷰파인더 너머의 눈이 정확히 시선을 마주치더니 저는 환히 웃어보였습니다.
카메라를 거둬 얼굴을 똑바로 보여주었습니다. 손을 한번 크게 위로 흔들며 '종군기자'가 또 다른 선전자 또는 대중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 것입니다.
되었습니다. 이제 더 지체할 수는 없겠습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저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며 나갔습니다. 손에 석장인지, 주교 지팡이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길쭉한 모조 보검이 생성되더니 저는 땅을 콱 찍었습니다. 좌중의 무의식을 한 순간에 조종하여 '저도 모르게 발포를 멈추고 모든 무기를 멀리 내던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아, 이런 방식은 역시 익숙지 않습니다. 잘 통한다면 참으로 좋겠는데요......... 보검을 옆으로 촥 휘두르며 진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단 다른 분들이 설명을 잘해주셨으니 그 부분을 참고해서 다음에는 꼭 자신이 다루는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어떻게 되었다는 가급적 쓰지 말아주세요. 물론 자신이 다루는 NPC라면 상관없지만 가디언즈의 병력들은 제가 만들고 제가 다루는 아이들이니까요. 그 점만 잘 기억해주시면 된답니다!
레이먼드는 드론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래플 발사기를 이용해서 무인 드론을 파괴했다. 그 중 몇개가 파괴되긴 했지만 파괴되는만큼 더 보충이라도 되는지 다른 드론들이 카메라를 이용해서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디언즈의 병력 하나를 레이먼드는 쓰러뜨렸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기절시키는데는 성공했다. 이어 선우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가디언즈를 하나하나 기절시켰고 쥬데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가디언즈 병력 한 명을 체인을 이용해 단번에 내동댕이 쳤다. 한편 주변에서 다른 가디언즈 원군이 도착했고 일제히 총알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이스마엘의 염력이 그것을 막았고 레레시아 역시 공격을 막으면서 앞으로 질주했다. 한편 잭은 자신의 안개를 이용해 물리력을 부여했고 그 때문에 가디언즈 병력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디 그 뿐일까. 메사이어의 세븐스가 발동했고 이내 적들 중 일부는 무기를 집어던졌다. 그런 행동들 덕분에 길은 막히지 않았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이내 제 0 특수부대원들은 문제의 U.P.G 건물 바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우 커다란 광장에 도달하자마자 쥬데카는 자신의 세븐스로 뭔가 불길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감각의 중심은 바로 이곳이었다. 바로 앞에는 꽤 깊이가 있고 물이 위로 솟구치는 분수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십자가 모양의 형틀 모양의 기계에 달려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다. 모두들 이전 글라키에스의 얼음벽 뒤에 따로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죽은 눈을 보이고 있는 그 아이들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변 공중에는 수많은 카메라가 담겨있는 드론이 하늘에 떠 있었다. 아무래도 '공개처형'을 위해서 띄워놓은 카메라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한가지 이상한 것은 그 형틀 앞에 있는 이들은 가디언즈 병력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디언즈 복장을 입고 있지 않은 이들이었다. 허나 일반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왜소하고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세븐스.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세븐스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 성인들이 그 앞에 있었다. 형틀 하나당 앞에 있는 그들의 몸에는 칼이 한자루 들려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진 알 수 없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겐 가디언즈의 무장도 없었고 총도 없었다. 들고 있는 것은 처형을 위해서 사용되는 칼 한자루 뿐.
-지금부터 처형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어딘가에서 안내방송이 들렸고 그 방송에 형틀 앞에 있는 이들은 움찔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떨면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건물에 도착했으나. 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생각하는것이 맞다면... 아마도.....
"더럽게도 노는구만.... xx"
그녀는 보검을 개방해 전속력으로 부스터를 기동, 앞에 뭐가 있든간에 무시하고 세븐스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붙으려 했습니다. 버스트를 얻으며 동시에 강력해진 능력. 그중에서도 그녀는 '범위'가 전보다 넓어졌고. 그것을 이용해 최대한 그림자를 늘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의 검을 뺏거나 손을 구속해 아무짓도 못하게 하려 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니 불길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이 곳이구나, 이 장소로부터 뿜어져 나온 거였구나. 눈 앞에 보이는 형틀과 형틀에 묶인 아이들, 그리고 그 앞에서 처형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피폐한 세븐스들의 모습. 계속해서 폐부를 찌르는 듯한 불길함을 견디기 위해 심호흡하면서 너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체 뭐지?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유약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너는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마 지금 저들의 모습이라면 너를 비롯한 특수부대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 그런 간단한 일이라면 이렇게 불안할 이유가 있을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감각에 너는 드론으로 시선을 돌렸다.
"......"
맞을까? 너는 발걸음을 멈추고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체인을 뻗었다. 카메라를 박살내야겠다. 아니라면 렌즈라도, 뭔가 보는 데 쓰이는 것을 박살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너는 드론들을 향해 체인을 뽑아 휘두른다.
별로 생각이 없는 잭 이였지만, 뭔가 이 일이 함정 이라는건 보고를 받았을 때 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레지스탕스는 함정이라도 구할수 있으면 가야 했다. 잭도 그걸 모를정도로 멍청이진 않았다. 컵라면 먹으려 기다렸다 까먹어서 면이 다 불어 터진적은 잇어도, 이건 까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바로 앞에 있다. 복장이라 들지 무기라들지 매우 수상하다만, 결국 부딪쳐서 구해야 한다.
"얘들을 떨어트려 놓아야 해. 그레이 월."
이용당하는건지 협박당하는건지 자기 의지대로 하는건지도 모르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사이에, 안개로 만든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벽은 아이들을 빙 둘러싸, 마치 결계 처럼 아이들을 지키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