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같은 인트로를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그는 지금 굉장히 귀찮고 어이 털린 상태다. 말하자면 의자 위 신지 짤 같은 심정이려나. 솔직히 그가 가장 당황했을 것이다. 샤워 헤드가 탈부착 되는 식일줄 알았건만, 힘을 줘도 샤워기는 미동도 없고. 신경질 나서 힘을 빡 줬더니 샤워 헤드는 깔끔하게 부서져 떨어져 나갔다. 반동으로 넘어진게 조금 아리지만, 몸뚱이 더듬어 봐도 딱히 상처가 벌어지거나 그러진 않았으니 신경을 끈다.
부숴진걸 그냥 놔 둘까, 아니면 깨질걸 각오하고 에스티아한테 부쉈다고 보고해야 할까. 귀찮음을 머금던 와중에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면 정신이 든다. 축축한건 둘째 치고, 황급히 대충 벗어놓았던 옷에 몸을 쑤셔넣으면 여전히 축축하고 찝찝한 기분이다. 물기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짜 내면 그것도 윗옷 위로 떨어져 기분이 더 뭣같아 진다. 그래도 이제 막 들어온 당신을 전라로 마주하진 않게 되었으니 뭐...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안녕."
그렇게 말을 건내는 그의 뒤론 깔끔하게 뽑힌 샤워 헤드와, 미처 잠구지 못한 물이 샤워 호스에서 이리저리 분출되고 있는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뭐, 자신은 말짱하다고 뜬금 없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도 그런 비슷한 속뜻 아니였을까. 뉘앙스로 봐서는 샤워기는 멀쩡 못하지만 자신은 말짱하니 그걸로 좋은 거라는 뜻이였을 테다.
아공간에서 샤워기를 꺼내는 당신을 보고선 그걸 받는다. "진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면 고치는 것까지 해줘야지 않나." 그런 뻔뻔한 말을 하지만, 그저 받은 샤워기를 이리 저리 살피는걸 보면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스스로 못 고치겠다고 하면 당신이 대신 고쳐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답을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고마워."
고철 달아놓는게 그리 어려울까, 정 못할 짓이라고 생각 되면 에스티아한테 대신 달아달라고 하면 된다.
접때는 정말이지 굉장한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얼마큼 굉장하느냐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불만족 같은 건 없지만- 지금에 와서야 제0특수부대에 투입된 것이 자못 아쉽게 느껴질 정도의 굉장함이었습니다! 전업 기자로서 어떻게 보면 부끄러움입니다...! 그 광경을 직접 눈에 담지 못하고, 셔터에 담지 못하다니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진실을 좇는 기자에게는 단언컨대 현장 취재라는 무기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 사건에 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얻어낸 정보 중에는 일명 파워- 업- 을 시켜준 세븐스는 제0특수부대가 소지한 모조 보검에 깃들어 있으며, 보검에 대고 호출하면 모습을 드러낸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방법을 멀쩡히 알고도 진실을 향한 길에 주저할 메사이아가 아니지요!!!!! 당장 시도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분명, 루시아 라고 하였지요....... 그러니까, 루시아 씨, 계십니까? 귀한 시간 내주실 수만 있다면 종군기자인 저 메사이아 녹턴, 참으로 기쁘겠는데요......"
어째서인지 주교 지팡이인지 석장인지 모를 길쭉한 형태를 한 모조 보검을 보며 방 안에 있는 저는 간절하고 극진한 태도로 정중히 말 걸었습니다....... 벌써 녹음기 하고 메모장 하고 카메라 하고 준비랄 것 다 하였단 말입니다!!!!!!!! 이번 일을 기사로 내지 못하면 분명 저 앓아눕고 말 것입니다!!!!!!! 물론 더없이 특별한 기사를 놓친 크나큰 후유증으로요!!!!!!!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날아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보검 속에 쏙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루시아는 보검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고 그저 안에 깃들어 나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눈을 부시시 뜨고 메사이아에게 제공된 보검 속에서 쏘옥 튀어나왔다. 물론 루시아는 딱히 그녀의 보검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세븐스였고 그 매개체는 보검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의 보검에서 쑥 튀어나올 수도 있었고, 혹은 보검 밖에서 날아다닐 수도 있었다. 허나 지금은 보검 속에 있었기 때문에 루시아는 보검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완전히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 쌍의 천사 날개를 약하게 저으면서 공중에 붕 떠 있는 루시아는 그 작은 몸을 움직여 메사이아의 눈까지 올라왔다. 그 상태에서 눈을 마주치려고 하면서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야? 볼일이라도 있어?
시간을 내줄 수 있다면 정말로 기쁘겠다니.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은 분명했기에 루시아는 메사이아를 바라보면서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딱히 볼 일이 없었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답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루시아는 날개짓을 하면서 공중에 붕 뜬 채 메사이아를 두 눈을 깜빡이면서 빤히 바라봤다.
"나와주셨군요!! 이 종군기자, 참으로 기쁩니다! 그래서 말인데 갑작스럽지만,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가시겠어요?"
입수한 정보는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희고 고른 치열이 보일 만큼 환한 웃음을 띠며 천사 날개가 달린 자그마한 세븐스를 반겼습니다. 곧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제 눈가까지 들어올린 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할 법한 행동이었지만요!!!! 그렇지만 싫다고 하면 천천히 허락을 구할 생각이었고, 자고로 취재 대상이란 기자와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좋은 존재라고 압니다. 도촬도 아니니 딱히 나쁜 것도 아닙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있은 작지만 커다란 한 걸음입니다. 마치 눈앞의 세븐스께서 비록 생긴 것은 작지만 아주 커다란 공적을 이뤄내신 것처럼 말입니다!!!!!!
"볼일이야 있지요, 아주 중요한 볼일이 있고말고요! 다름이 아니라, 요전의 글라키에스와의 교전에서 몹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셨다는 정보를 입수한 계기로 기자로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여 감히 모셔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 제 인사가 늦었습니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0특수부대원, 동시에 종군기자로 활동하는 메사이아 녹턴입니다. 이름이 기니 아무쪼록 편히 '사야'라 부르시면 됩니다."
몸과 정신에 새겨진 깍듯함으로 거침없이 말을 잇던 저는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참, 하며 고개를 겸허히 숙이더니 두 손으로는 루시아 씨에게 무언가를 내밀어 건넸습니다. 제 이름과 직책, 그리고 연락처가 간단히 새겨진 정중한 디자인의 네모각진 명함입니다. 만나는 분마다 전해드리고 있지요...! 루시아 씨가 흔쾌히 받았다면 좋고, 받지 않았어도 시원시원 명함을 거뒀을 터인 저는 특유의 떳떳한 미소를 그리며 말을 이었을 것입니다.
"진실을 전하는 자로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인터뷰를 청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은 어디까지나 세븐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한 홀로그램 비슷한 무언가일 뿐이었다. 정확히는 '사이버 엔젤'. 즉 세븐스 능력으로 구현되는 존재일 뿐이었기에 아마 사진은 안 찍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굳이 찍겠다고 시도를 한다면 루시아는 찍게 해줬을 것이다. 정말로 카메라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볼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루시아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이라고 해도 결국 뭔가를 해낸 것은 다른 제 0 특수부대원이지. 자신은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한 것은 그저 조금의 힘을 부여한 것 뿐이었다. 결국 그 힘을 활용한 것은 제 0 특수부대원들이었기 때문에 루시아는 으음- 소리를 내다가 이야기했다.
-알고 있어. 보검을 제공받을 때 대충 소개하는 것은 들었거든!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버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 것 뿐이지. 그 힘으로 뭔가를 이룬 것은 제 0 특수부대원이니까 내가 결정적인 뭔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인터뷰는 제 0 특수부대원에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며 루시아는 날개짓을 하면서 좀 더 높게 떠올랐다가 다시 급강하하면서 다시 한 번 메사이아와 정면으로 섰다. 물론 그 크기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완전히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명함을 내밀자 루시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렇게 줘도 받질 못 해. 그러니까 내 원래 몸. 정확히는 나를 사용하는 세븐스는 이미 죽었으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세븐스가 실체화되어서 구현된 것 뿐이야. 그러니까 명함은 사양할게! 잡을 수 없거든. 아무튼 그래도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도 괜찮아. 뭘 알고 싶어?
릴리, 릴리 내일도 옆에 있어주겠니 설령 내가 밤에 빠져버린다고 해도 릴리, 릴리 너는 한낮처럼 맑은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해주겠니
나고 자란 빈민가에서 도망쳐 만난게 레지스탕스가 아니었다면 분명 추격에 잡혀 죽었을 것이다. 나 혼자 의식이 흐려지는 레레를 데리고 멀리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을테니까.
정말 운이 좋게 만난 레지스탕스에게 신변을 맡기고 레레도 늦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때에는 나도 정신을 차리고 세븐스를 썼지만, 어째서인지 레레의 옆구리만은 치유되지 않았다. 아무리 낫게 해도 계속 벌어지고 피가 흘러서- 그 틈으로 레레가 다 흘러가 버릴 것만 같았다. 안 돼. 이미 엄마를 잃었는데 레레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날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내가 쓰러지겠다며 휴식을 권하는 말도 못 들은 채 하며 사흘을 꼬박 레레의 치유 하나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겨우 의식이 돌아온 레레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엄마는... 이제, 없지...?'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두려움이었다.
레레는 그 말 이후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의식을 놓지는 않았지만 말을 걸어도 말로 대답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던 옆구리의 부상이 서서히 낫고 있었다.
그거면 돼. 지금은 그거면 다행이라며 레레의 회복을 돕던 중, 레지스탕스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들었다. 원한다면 안전한 마을로 보내 거기서 지내게 해줄 수 있다고. 마음 같아선 바로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살아가라는 걸 납득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레지스탕스에 합류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대장이 허락한다면 가능하다는 말에 나는 곧장 레레에게 얘기했다. 우리 같이 이 레지스탕스에서 뜻을 함께 하자.
그 때의 네 끄덕임 한 번이 내 역겨운 위선을 모른 채 할 수 있을 만큼 큰 반응이었다는 걸 너는 알까.
부서진 것은 이 세상뿐만이 아니라서 틀렸던 건 너였지만 거짓으로 다져진 세상이라도 미안해, 네가 계속 살아있어주면 좋겠어
몽롱한 정신 속에서 줄곧 느꼈던 건, 몸을 재로 만들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강렬한 고통의 열이었다. 몸의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거기로 나라는 내용물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도 있었다. 차라리 다 내보내면 더는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지 않을까. 그렇게 느끼면서도 결코 놓지 못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때 내가 눈을 뜬 건 사흘 만이라고 했다. 하루가 세 번. 72시간이 꼬박 지났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의식은 정신을 놓기 직전에서부터 이어져서 눈을 뜨자마자 잔인한 현실을 스스로 확인했다. 엄마는, 태어나 지금껏 살았던 세계는 이제 없음을.
전부 한 줌 재가 되어버렸음을.
그리고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분명한 건, 살았지만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이었다. 레지스탕스의 거점에서 몸을 회복하고. 라라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여 우리를 구해준 레지스탕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의 일원이 되고. 아무 것도 몰랐으니 말단으로 구르며 몸으로 머리로 어떻게든 배워나가는 모든 시간이.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전투를 위한 훈련을 할 때였다. 일시적으로 세븐스를 쓰는 것에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얼마간은 기초를 배웠다. 기초. 사람을 해치는 전투기술을 위한 기초는 세븐스보다 더한 거부가 몸 속 깊이부터 올라왔다. 자세를 잡는 것 만으로 오한이 들고 모조 무기를 손에 쥐기라도 하면 구역질이 올라왔다. 잘 먹지도 않아 위액이 대부분인 토악질을 하고 개인실로 보내지면 그 날은 온종일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자꾸만 그 날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어 벽에 머리를 박았고 요란한 총성이 내 귀에서만 반복되어 비명으로 그 소리를 덮어야만 했다. 그러다보면 나는 어느샌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었고, 그러면 라라가 와서 진정시켜주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다.
그러던 중에 들었다. 내 상태가 앞으로도 이대로라면 제대로 활동은 커녕 쓸데없이 시체 나오는 거 아니냐는. 나로 인해 유능한 라라가 발목을 잡히는게 안쓰럽다는.
어느 부분이 불씨였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단지 그 말들이 내 안에 불을 튀겼고 그로 인해 눈이 뜨이다 못 해 뒤집혔다.
라라시아에게서 에델바이스를 나가 둘만 살자는 말이 나오고 입원실 안은 더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말을 꺼낸 장본인은 그 무게를 버티지 못 한 듯이 고개를 떨구고 대답을 해야 할 이는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고만 있다. 숨 막히는 침묵을 깨는 것은 누가 될 것이었을까. 이어지는 그 시간이 괴로웠던 라라시아가 작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연 순간, 레레시아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앞서 흘렀다.
예상을 한참 벗어난 차분한 목소리에 라라시아는 긴장감도 잊고 눈을 크게 뜬 채 레레시아를 바라보았다. 꼭 닮았지만 금빛 눈을 한 그 얼굴은 그저 했던 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나가고 싶냐는 물음의 대답을. 라라시아가 쉽사리 하지 못 하고 있자 다 안다는 듯이 그 얼굴이 미소짓는다. 그리고 말했다.
"라라.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을 거, 다 알아...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얼마나 힘들게 한 말이었을지, 알지만 말야..." "레레...?" "알지만, 나는 나가지 않을 거야... 아니. 나가면 안 돼. 내 복수를 이룰 때까진..." "복, 수? 복수라니. 포기한 거 아니었어? 그 때 포기하겠다고 그랬잖아. 그만 둔 거 아니었어? 아니었던 거야?"
이제와서 다시 복수라니! 히스테릭한 외침과 함께 떨리는 두 손이 레레시아의 어깨를 움켜쥔다. 부상이 거의 그대로였기에 상당한 고통이 어깨부터 뻗치지만 레레시아는 신음 한 가닥 흘리지 않았다. 단지 낯빛 만이 창백히 식고. 떨림 없는 금빛 눈이 어깨를 움켜쥔 라라시아를 바라보았다.
어...라? 어라?????? 저는 적잖이 희한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목적한 바의 피사체를 비췄을 터인데, 배경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현상입니다!!!! 지금껏 수없는 취재 대상을 만나고 겪었습니다만, 이러한 경우는 실로 처음이군요! 당황은 금시에 호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그렇네요." 하며 얼떨떨한 듯이 멍한 낯으로 카메라를 내린 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가 아닌 육안으로 정상적으로 루시아 씨를 보았습니다. ...만지고.. 만지- ........만지고 싶다.보통 홀로그램과도 다르게 찍히지 않는다니! 만져지지 않을망정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그 정체를 씹뜯맛즐하며 정확히 확인하고 싶다!!!!! 저는 욕구를 인내심 있게 눌러두었습니다. 무례한 일이기도 한걸요. 참는 자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것입니다...........
"물론 버스트의 힘을 쓴 것은 당시 제0특수부대에 계셨던 분들이겠죠, 하지만 그 힘을 개방한 것은 다름 아닌 루시아 씨 당신이라고 아는데 혹시 제가 틀렸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것을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대단한 공적이라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족속들이란 한 가지 사건이 있을 시 만 가지의 시점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설령 정말로 그것이- '결정적'인 역할은 아니었을지언정 말이지요."
진실이란 꿈과 같은 것. 편협한 시각은 쉽사리 꿈을 일그러지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자를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공명정대한 시각으로 사건을 관찰하고 올바른 풍경을 안내할 저희 기자들은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존재합니다. 잘못 보는 것은 잘못이 아니나, 안내할 길잡이조차 없으면 저 가는 길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그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이 인류의 태반을 이룰 테니까요. 그것만은 매우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 기자들도 결국 인간이기에, 자신이 가진 치우친 시각에 휩쓸리지 않은 채 가능한 한 가장 올바른 길을 안내하기 위하여 육신과 영혼을 바칠 기세로 모을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정보를 모읍니다. 그러므로 저는 당신을 취재해야겠습니다, 의 뜻으로 저는 한없이 올곧은 눈빛으로 루시아 씨를 응시하였습니다. 혼탁한 눈동자는 무시해주십시오, 어쩔 수 없는 선천적 특성이기에........
"명함을 받지 못하시는 것은, 인지도가 있어야지 벌어먹는 직업인으로선 정말이지 아까운 일이군요. 그렇지만 흔쾌히 허락하셨으니, 그 대신으로 이 몸 바쳐 열심히! 한껏! 인터뷰해보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드디어 첫 번째 질문입니다. 본인을 어쩐지 완전히 독립된 객체가 아닌 '그녀'라 지칭하신 세븐스의 실체화라 이르시는데, 그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름부터 가지고 있던 특성까지- 기억나는 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부디, 편하게 말이죠."
인지도 타령 하며 적당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푼 다음 수첩을 들며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한두 번 해본 모양새가 아닙니다. 당연합니다, 정말 한두 번 반복한 게 아니니까요...!!!!!!! 쉽게 미소를 잃지 않는 것도 오랜 짬의 결과물이냐고요?! 음, 글쎄요!!! 저는 원래 잘 웃었습니다!!!!!!!
-사실 보검의 힘을 '사이버 엔젤'의 힘으로 증폭시킨 거라서 내가 개방했다고 하기도 조금 민망한걸. 그렇게 따지자면 오리지날 보검을 가지고 있는 아스텔이 자신의 보검을 복제해서 양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공이라고 생각해. 나는 에스티아가 보검의 부족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서 심어놓은 세븐스에 불과하니까.
일단 자신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루시아는 기분이 좋은지 헤실거렸으나 그럼에도 자신이 뭔가 크게 한 것은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인지. 아무튼 확실한 것은 루시아는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자신을 향한 질문이 날아오자 루시아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하면서 메사이아를 바라봤다. '그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루시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원래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세븐스. 즉 '루시아'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루시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루시아. 나이는.. 죽을 때 기준으로 14살이었어. 나하고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지녔어. 그야 나는 사이버 엔젤. 그 아이의 세븐스였으니까. 아무튼 특성..이라고 해도 뭘 맒하면 좋을까. 이번에 제 0 특수부대원들이 출동했던 그 '고독 의식' 시설에 있었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의 '리더'격인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지도 몰라. 가장 나이가 많았으니까.
그 존재의 세븐스여서 그런 것일까.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 루시아는 이야기하면서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래도 말할 것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루시아의 주절거림은 조금도 끝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죽음을 당한 이이기도 해. 아이들에게 싸우는 것을 가르치고 죽이는 것을 가르친 그 존재들은 조를 나눠서 서로 싸우게 했거든. 거기서 루시아는 싸움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글라키에스'를 감쌌었어. 그리고 결국 글라키에스를 감싸다가 죽어버렸어. 그리고 루시아를 죽게 한 그 남자아이는 이내 글라키에스에게 죽었지만 말이야.
그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이야기를 하던 루시아는 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대로 한다면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자신은 얼마든지 있지만, 목숨 버릴 생각은 없다. 그는 이미 곤궁한 일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갖게 된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고로 제 목숨이 충분히 아까운 사람이니 말이다. 단지 그 아까운 목숨이 끝나게 된다면 마지막까지 효율적으로 쓰고 버려야겠다 마음 먹었을 뿐.
"뭐 씨*,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해 본 거다. 존* 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껴 봐야 하니까." 이렇게 말 끝맺고는 슬쩍 몸을 옆으로 돌린다. 힘 줘서 한 방에 벌떡 일어나기는 여기저기 쑤시니 느적느적 옆으로 돌아서 천천히 몸 일으켜 앉았다.
"그래, *. 넌 누가 슬퍼할 것 같은데?"
꼭 이곳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더라도 살아온 인생 전체에서 누구 한 명쯤은 있지 않겠나. ……정말 아무도 없다면 유감이지만. 이야기가 어떻고 목숨이 어떻든 이제는 상태가 확연하게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져 몸 움직여 본다. 바닥 짚고 두 발로 서는 중에는 또다시 무어라고 욕지거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말까 했다. 그 지난한 과정의 끝에 그는 드디어 비실거리면서도 어찌저찌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벽면에 기대서 묻는 모습만 봐서는 방금 전까지 빌빌거리던 사람 같지 않게 말짱해 보였다. 겉만 그렇지 여전히 툭 치면 쓰러질 게 뻔하지만.
우아한 레드 카펫을 밟고, 죽은 세븐스와 전리품으로 만든 예술 작품을 지나면 원형의 투기장이 펼쳐진다. 투기장은 오늘도 만석이다. 비능력자는 고사하고 휴가를 낸 가디언즈와 고위급 손님마저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의 쇼를 관람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자칫 단조롭게 반동분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이라는 행위를, 곧 사형될 세븐스에게 각자 표를 던지고 자신이 배팅하지 않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움을 붙이는 투기 형식으로 바꾸는 비윤리적인 시도는 가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역작이자, 획기적인 사업 아이디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초반에는 세븐스라 할지언정 국민에게 도박을 권유하느냐며 반대의 여론이 있었으나 어차피 양지로 나오지 않고 음지에서만 관람하는 일이라 높으신 분이 못을 박게끔 뒷돈 좀 먹이고, 반대 여론을 주동한 사람 두어 명 정도를 반역으로 꾀해 죽이니 거센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았다. 그렇게 피로 이룩되어 학살을 파는 장소에 발을 들일 때마다, 남성은 이따금 심심한 감상에 젖곤 했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죽을 걸 알았을까? 아마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알고도 각오를 다져 싸워왔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용기를 칭찬해야 할까, 아니면 어리석다고 비웃어야 할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일반석이 아닌, 따로 마련된 특수소재 유리 너머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VIP석에 도착했을 때도 남성의 감상은 식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가장 먼저 본 것도 그의 오랜 친구가 아닌 오늘 황제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예정인 사람이었다. 제복 차림인 것을 보니 가디언즈 배신자가 틀림없다. 불안한 기색으로 이리저리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훑는 시선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배신자와 남성의 시선이 마주칠까 싶을 때, 누군가 불쑥 끼어들듯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와서 누굴 보는 거야? 질투 나게." "그깟 개 짖는 소리를 지껄이려고 날 부른 거면 다시 가도록 하지." "매정하기도 하지! 그러지 말고 앉아. 당신 하나 때문에 경기가 5분이나 지체됐다고."
흰 정장 위에 화려하게 자수가 놓인 도포를 걸친 은발의 남성, 가란은 옆자리를 손가락 끝으로 툭툭 두들기더니 이내 다른 손으로는 와인잔을 들어 아무렇게나 올렸다. 은은한 미소를 지었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시종 안드로이드가 와인잔을 채우자 남성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옆자리에 앉았다.
"담배, 피워도 되나?" "물론 피워도 돼. 시가는 싫어?" "별로." "내가 싼 티 나는 입맛 티 내는 거 걱정해서 준비한 건데도?" "그 안에 뭐가 들었을 줄 알고." "날 뭘로 보는 거야?" "인신매매 마약상?" "세상에, 카르텔 일은 손절한 지 오래거든?" "무슨 소리. 아직도 윌리가 설치던데." "나 참, 그건 정당한 상품 물색이고. 됐고, 불 붙이는 거라도 내가 하게 해줘." "마음대로."
남성이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두어 번 손목으로 툭툭 털듯 흔들자 별다를 것 없는 궐련 하나가 딸려 나왔다. 궐련을 입에 물었을 적, 가란은 시종 안드로이드가 미리 불을 붙여 준비한 성냥을 조심스럽게 남성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시간이 조금 지나 창백한 연기가 입을 타고 일직선으로 뻗어가더니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자, 접대 해줬으니 본론. 자기, 윌리 앞니가 나갔어. 좀 살살 쳐." "이제 제대로 된 사형장이 된 이상 사형수는 꾸준히 공급되니 이젠 눈감아줄 이유가 없지 않나? 계속 내 구역에서 설치면 다음엔 앞니로 끝나지 않을 거라 전해." "음, 그랬다간 걔가 산재니 뭐니 지껄이겠지? 갑자기 살살 치지 말고 죽여주면 더 고마울 것 같네." "악덕업주 같으니라고." "카르텔 출신이 다 그렇지 뭐."
사담을 이어가자니 사회자의 경쾌한 안내 멘트가 투기장 내부를 울린다. 오늘의 경기의 주제는 생존. 국가에 대한 충성을 버린 극악무도한 가디언즈 배신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곳의 사형 집행인, '황제'에게서 10분을 살아남으면 자비를 베풀어 석방 시키고, 살아남지 못하면 주어진 대로 살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 죄로 무자비하게 찢겨 죽는 간단한 룰이었다. 친절하게 안내되는 배팅 선택지는 네 가지였다. 배신자가 죽는다, 산다, 황제가 죽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넓은 스크린에 떠오른 1분간의 배팅 타이머를 뒤로, 사람들은 각자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자기, 안 눌러?" "도박 같은 건 안 하는 주의라."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뒷돈 찌를 때도 극구 돌려줬으니 원." "그랬지." "그런데 술은 안 돌려주더라?"
남성은 타이머를 노려보듯 했고,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왔다. 돈을 잃을까 겁이 나거나, 취미가 고약하거나, 오늘만 살기 위한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배신자가 죽는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뒤로 가란이 만족스럽게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구석에 작게 뜬 선택지 통계 인원수를 보니 누군가의 죽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오늘도 짭짤할 예정인 것 같다.
비명소리가 들린다. 경기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벌써 첫 부상이 나왔다. 아무렇게나 쥔 창이 교묘하게 배신자의 팔을 스쳤기 때문이다.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오자 환호성도 같이 터진다. 황제는 봐주는 법이 없고 남을 가지고 노는 것이 특기였으니 당연한 일일 법도 싶지만, 간혹 남성은 가디언즈 하나 정도는 저렇게 순식간에 공격할 수 있는 괴물을 만들어 낸 가란에 대해 꺼림칙함을 치울 수 없었다. 공포에 젖은 숨소리가 생생하게 귓전을 때리자 괜히 기분이 나빠졌는지, 남성은 경기보다 담배에 더 집중하기를 택했다. 가란은 남성을 바라보다 친근하게 어깨 위에 팔을 올리고 몸을 기울였다.
"언제 봐도 감회가 새롭지?"
배신자는 피를 흘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두 번째 부상은 어깨를 향했고, 배신자의 팔을 타고 피가 흘렀다. 세 번째 부상부터는 슬슬 진짜 죽겠구나 싶어 능력을 쓰겠지. 그러면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남성은 무표정으로 어깨 위의 팔을 쳐냈다. 와인잔이 흔들려 바닥에 와인 몇 방울이 흩뿌려지듯 튀었다. 방금 터진 세 번째 부상처럼. 가란이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네 취향을 20년 째 보고있지만 늘 새롭게 엿같군." "정말이지, 자기도 참. 내 취향으로 누군가 먹고살게 됐으니 받아들여."
가란은 기댔던 팔을 뗐다. 경기에 집중하듯 시선을 유리 벽 너머로 고정하던 자수정 빛 눈이 굴렀다. 20년이라.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시선이 남성을 훑었다. 한때 높게 올려 묶었으나 지금은 등허리에 아무렇게나 펼쳐둔 흰 머리카락, 왼쪽 눈썹 위를 가로지르는 흉터, 제복 차림이 잘 어울리는 관리된 체형, 굳은살투성이의 손가락엔 피우다 만 담배가 있었다. 세월이 지나 30대 후반이 되었기에 얼굴에 조금씩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으나 가란은 확신했다. 늙더라도 곱게 늙을 것이다. 세상에는 40대부터 미모에 꽃이 피는 사람이 있고,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그렇게 될 것이 뻔했다. 가란의 시선을 느낀 남성이 눈을 흘긴다. 날카로운 녹색 눈이 매력적이었다.
"왜." "시간이 많이 지났단 생각이 들어서. 당신과 내가 만난 지 20년이 지났잖아. 언제였지? 열 일곱?" "지긋지긋하군." "그만큼 시간이 지났는지, 이젠 당신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보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넌 여전하고."
남성이 눈을 흘겼다. 가란이 시선을 마주치고 샐쭉 웃었다. 가란은 20대 초반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영원한 젊음을 갖기 위해 스스로에게 개조 수술을 거친 결과다. 그는 60대가 되어도, 80대가 되어도 이 모습으로 살다 죽겠지. 배신자는 혼비백산해 그런 둘의 앞을 도망치듯 지나쳤다. 마치 훌훌 떠나버린 지난날의 시간 같다. 이제 보니 능력을 쓰는지 새하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멍청하긴, 바닥에 피뢰침이 깔려 있으니 통하지 않을 텐데. 가란은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감흥 없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늙는 건 즐겁지 않아. 세월이 흐르면 역사도 변하잖아." "그래서 과거에 스스로를 가뒀나?" "가뒀다니. 나는 변하지 않는 역사 속에서 살고 싶을 뿐이야. 영원한 권세, 마르지 않는 돈, 평생 충족될 즐거움과 나를 향한 애정.. 헬무트, 그때 우리 참 좋았잖아." "뭐가?" "신참이던 당신의 주머니에 몰래 들어가던 돈, 뿌리치던 손길, 나날이 높아지는 나의 명성, 술을 대접해도 서로 앙숙처럼 마주하더니 술김에 불꽃도 튀어보고. 난 참 좋았는데." "난 별로였어." 헬무트는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 "끔찍했지." "응, 그렇겠네. 당신 우는 꼴을 보던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헬무트라 불린 남성이 잠깐 가란을 쏘아보더니 배신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온몸이 피 칠갑이다. 황제는 여유롭게 피 묻은 창을 털어 보이며 허공을 걷고 있다.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끝까지 반항하며 누군가에게 도망치는 모습이 처절했다. 시선을 왼쪽 위로 던지자 타이머가 보였다. 벌써 이렇게 됐나. 앞으로 5분만 더 버티면 세븐스는 자유가 될 것이다. 그 안에 과다출혈로 죽거나, 지금 여유롭게 걸어오는 저 조그마한 황제의 손에 죽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과연 이 순간이 오도록 만든 과거가 좋았던 순간일까? 아닐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마 평생 아닐 것이다. 곱씹어 보던 헬무트를 뒤로하고 가란이 나지막이 입을 벌렸다.
"하지만 딱 그때까지만 좋았어." "무슨 뜻이지?"
가란은 와인잔을 집어던졌다. 붉은 피처럼 튄 와인을 뒤로 투기장 바닥에도 피가 스몄다. 비명소리가 끔찍하다.
"너무 많은 것이 변해간다고."
가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안드로이드처럼 섬뜩한 표정을 지은 가란이 중얼거리자 헬무트는 표정을 구겼다. 헬무트는 재떨이에 아무렇게나 비벼 끈 담배를 이어 새 궐련을 입에 물고 고개를 까딱였다. 더 얘기해도 좋다는 듯.
"당신, 자식이나 후계자 계획은 있어?" "갑자기 후계자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말했잖아. 세월이 흐르면 역사가 변한다고. 이제 후대에게 물려줄 시간이 되어간다는 뜻이야. 다시 묻도록 하지. 자식이나, 후계자를 만들 계획은 있어?" "아니." "난 있어. 내 투기장을 변함없이 물려줄 존재가 있다고. 영원불멸의 의지를 잇겠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며칠 전에 세븐스 어린애를 바로 처형하지 못해서 곤욕을 치렀다는 소식이 여기까지 들어왔어. 그 미친개 헬무트 케르스트너가."
자수정 색 눈이 점차 가늘어지자 헬무트는 대답 대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싸구려 라이터가 불을 피워 담배의 끝에 새로운 삶을 불어넣었다.
"당신이 만약 숨겨둔 자식이나 후계자가 있었더라면, 나는 그러려니 하고 사태를 묵인했을 거야. 이미 똑같은 의지를 이을 사람이 있어 그 의무를 놓을 수 있을 테니. 그렇지만 당신,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달라지면 주변에서 당신을 곱게 볼 수 있을 거라 봐?"
그의 친구, 가란은 감이 좋았으며 머리 또한 명석했다. 그 감과 지능 하나로 투기장을 이곳까지 끌고 온 사람이었으니, 아마 지금 상황이 단순한 세월의 흐름을 탓하는 것은 아닐 테다.
"물려줄 사람이 없다면 정신이라도 똑바로 차려. 당신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우리 같은 사람은 둘 중 하나야. 저기 저 새끼처럼 처참하게 죽거나, 죽여서 위로 올라가거나." "정에 기인해서 얘기하는 건가?" "아니, 당신을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내 후계자를 자식처럼 아끼거든. 내 사랑은 한곳에만 집중하는 타입인 거 알잖아." "화났나?" "글쎄다."
가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표정을 보니 달리 화난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충분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싶었다. 헬무트는 연기를 뱉으며 가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처참하게 죽는다는 문장을 비롯해 허벅지에 있는 홀더에서 총을 꺼내는 걸 보니 남은 시간 동안 살아남게 할 생각이 없었던 듯싶다. 헬무트는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가란은 앞으로 걸어 유리로 된 문을 열었다. 강화유리로 된 VIP석이 열리자 배신자가 혼비백산 달려오는 것이 목전에 보였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사람의 발버둥이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럭키 찬스, 오늘의 변수! 배팅 금액은 두 배, 두 배입니다!!!"
가란은 보지도 않고 총을 갈겼다. 머리를 정확하게 관통한 총알을 뒤로 가란이 피투성이 투기장 한복판을 걸었다. 그리고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용을 닮은 조그마한 황제의 앞에 서더니, 깊게 절을 올리며 발등에 입을 맞췄다. 헬무트의 시선이 좁혀졌다. 이내 역겹다는 듯 눈을 감아버린다. 가란이 사형장의 집행인을 연인처럼 대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설마 자식이라고 공인할 줄이야. 아니, 세븐스를 투기장의 오너로 세울 생각이니 타인에게는 그게 더 역겨울 사실인가. 황제는 찢긴 옷 너머로 가란을 안았고, 가란은 그런 황제를 능숙히 안아올리며 헬무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회자의 경쾌한 안내 멘트와 예상치 못한 배팅에 성공한 사람들의 광기 어린 환호, 시체 경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화를 뒤로 헬무트는 담배를 비벼 껐다. 담배 연기는 환풍 시스템에 의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미친놈." "응, 그런 소리 많이 들어." "네 나이를 생각해야지." "알아. 그런데 뭐 어때. 폐하가 사람으로 보이니?" "……." "아차, 자기도 세븐스였지. '그것'들과는 다르게. 제법 고급 품종. 아무튼.. 당신에게 '숨겨진 자식'이 있었더라면 폐하와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어." "개소리."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우리는 물과 기름 같았지만 결국 닮은 점이 많잖아. 아이들도 그 의지를 이어받을 테니 필히 닮겠지."
황제는 가란을 품듯 안으며 감흥 없는 눈으로 헬무트를 쳐다보다 무언가 조그마한 냄새를 맡았는지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눈이 마주치자 이내 비밀로 하겠다는 듯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란에게 몸을 밀착하는 모습에 헬무트는 혀를 찼다. 다 알고 그런 말을 꺼낸 거였나. 헬무트는 녹색 눈으로 가란을 마주했다.
"알고 있었어?" "우리 폐하께서 후각이 원체 좋은지라. 품에서 애새끼들 쓰는 샴푸 냄새가 나면 둘 중 하나지. 네가 소아 성애자거나, 아니면 숨겨진 자식이 있거나." "침묵도 반역의 범주야." "알아, 그래도 재밌잖아? 난 몰랐다고 끝까지 발뺌하고 뒷돈 찌르면 되는 일이라 딱히 두렵지도 않아. 더군다나 나도 제법 미쳤잖아. 이 정도는 아가리 닥치고 있어도 저 미친 새끼가 그럴법 하다며 넘어간다고." "가란." "왜?" "내가 처참하게 죽길 바라나?" "음.."
가란은 깔깔대며 웃었다. 황제의 품에 뺨을 기대며 능글맞게 미소짓는 꼴이 역했다.
"아니, 난 당신이 괴물이 되더라도 살았으면 좋겠네." "흥미 때문인가?" "물론이지. 당신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니 맡은 일은 해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죽은 시체를 두고 의무감과 변화 사이에서 갈등하다 미쳐 죽는 꼴이 보고 싶은 걸. 물론 걱정 말아, 당신이 죽으면 시체는 내가 박제해서 당신 자식한테 보여줄 테니까." "미친 새끼." "말했잖아,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고. 그래서, 괴물이 되면 면죄부는 못 받을 텐데. 그건 안 두려워?" "그깟 면죄부 하나 못 얻는다 해서 세상이 끝나던가?"
헬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멸하는 시선으로 가란을 한번 쳐다보고 뒤를 돌았다. 가란이 노래하듯 서슬 퍼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봐, 우리는 결국 닮을 수밖에 없는 거야.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을 걷지. "글러먹었군."
훈련실에서 굉음이 울렸다. 격렬한 전투에 바닥이 깨졌는지 흙먼지가 자욱했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제와 이스마엘은 노이즈 하나를 두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스마엘이 바깥에 나오자, 잠깐 마주친 제가 독대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자신을 독대하겠다 했으니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이스마엘은 제가 네가 헬무트 자식이느냐 물었을 때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시작한 담소는 헬무트의 안부, 서로의 과거, 이상향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고, 제는 이상향에 대해 들을 적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알려줄 것이 있으니 따라오겠나.
"무슨.. 무슨 뜻입니까."
그렇게 담소는 훈련실 내부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이스마엘의 일방적인 부상과 패배였다. 실전 경험이 부족해 방어만 하던 이스마엘을 압도적으로 밀어붙였고,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제는 감흥 없는 눈으로 이스마엘을 짓밟은 발에 힘을 주었다. 이마가 깨지기라도 했는지 흙먼지가 가신 바닥에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 고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부들대며 일어서기 위해 팔을 굽혀 힘을 주고 있었다.
"네 물러빠진 각오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다. 세상이 네가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롭게 될 성싶으냐?" "……." "헬무트의 뜻이 겨우 이 정도였나?" "입 다무십시오."
제는 대답 대신 머리를 지르밟은 발을 한 번 비볐다. 모욕적인 처사에 이스마엘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압도적인 괴력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대로 고개를 들었다가 목 뼈가 부러질 것은 틀림없었다. 제가 발톱으로 머리채를 쥐어잡더니 물었다.
"그 잘난 뜻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방만히 구느냐." "누구도,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유니까, 저는……." "그 자유로 인해 다른 누군가 피를 흘리겠지, 이 오만한 것. 아무도 죽지 않는 이상향? 말도 안 되는 소리. 누군가는 죽는다. 죽는단 말이다." "아니, 아니야." "그리 나약하고 오만한 뜻이었기에 그가 이리도 후계자를 꽁꽁 숨기고 살았던 건가? 응?" "입 닥치라고!!"
거친 목소리가 훈련실을 쟁쟁히 울렸다.
"하면 직접 그 입으로 답해봐라.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느냐." "……." "피를 흘리지 않을 권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리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패자가 입으로만 나불대는 논리지. 한두 번이면 모를까, 이 상황이 계속되면 주변에서 너를 곱게 보겠느냐? 주변에서 너를 손가락질할 것이다. 너는 결국 겁쟁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피를 봐야만 하거늘. 어찌 보지 않으려 드느냐?"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결국 피의 역사를 이룰 뿐입니다. 어째서 피로 얼룩진 역사를 반복하려 드는 겁니까?" "모든 것이 피로 이룩되었다. 결국 네 땅 디딜 수 있는 이유도 피를 봐 이룩한 세상에 있기 때문이 아니느냐."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마엘은 가쁘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팔에 다시금 힘을 줬다. 제의 발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리가 굽혀졌다. 이스마엘의 상반신과 고개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제가 흥미롭단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이윽고 제는 뒤로 멀찍이 뛰어 거리를 유지했고, 이스마엘은 겨우내 일어섰다. 제가 나지막이 웃었다. 이걸 견뎌서 일어났다라. 정신력 하나는 미친개의 후계자가 맞다. 이스마엘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꼿꼿하게 고정하며 휘청거리던 몸을 바로 세웠다.
"가디언즈는 네가 그런 말을 할 때 눈 하나 꿈쩍 않고 널 죽일 텐데도. 되레 비웃을지도 모르는데?" "알아." "알면서도 그런 길을 걷겠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구나." "……압니다. 알아, 안다고.. 이 세상에서 누가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습니까? 이 개 같은 세상.. 상처를 가릴 수 있는 사람과 상처를 내보이고도 당당한 사람으로 나뉠 뿐인데..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이 가해자만 존재하는 곳인 걸 안단 말입니다. 이 따위 세상 따위, 진즉 사라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라졌더라면 아예 시작조차 되지 않을 일이었을 텐데, 순응하는 삶이 나았을 텐데! 어차피 발버둥 쳐봤자 누군가에게 다른 가해자가 되는 사실을 아니까!! 제가 이 말을 하길 바란 겁니까? 제 아버지를 모욕해가며!" "그래. 그러길 바라였다. 내 너와 네 아비의 뜻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걷는다는 것이 고깝기에." "그렇다면 여기서 끝내고자 하십니까." "바란다면 그렇게 해주마."
제가 다시금 전투 태세를 취하자 이스마엘의 무장이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다. 배트가 갈라지더니, 이내 여덟 조각으로 쪼개지듯 분해됐다. 새로운 무장을 뒤로 이스마엘은 피를 거칠게 뱉고 옆으로 슬슬 걷더니, 이내 벽에 발을 디뎠다. 염력을 통해 중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측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며 90도에 가까운 각도에 선 이스마엘의 뒤로 8개의 나이프로 전개된 보검이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어차피 피를 묻힐 것을 두려워 하는 주제에." "내가 걸을 길에 상처 입은 사람의 피가 묻는 게 싫은 것일 뿐입니다. 오만합니까? 오만하다고 하십시오. 오만한 대로 살겠습니다. 이 길에 묻을 피는 내 피로, 내 숨으로, 내 삶으로 충분합니다. 다른 누군가 피를 흘린다면 그만큼 내가 피를 흘리면 되는 일입니다. 단지 그걸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태생부터 달랐기 때문에, 선택지가 있다 한들 자유로운 자에게 있어 나은 결정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 틀을 깨부순 자유를 맛봤기 때문에.. 내가 쥐었던 것을 남에게도 쥐여주는 게 뭐가 나쁘다는 말입니까?"
이스마엘은 발을 박찼다. 염력으로 인해 자유로이 유영하듯 공중에 떠올라 나이프를 쐐기처럼 쏘아냈다. 제는 소맷단에 손을 가리고, 날아오는 나이프를 발로 걷어차 튕겨냈다. 다른 하나가 발에 박혔지만 그마저도 뽑아내기 위해 손을 뻗었을 찰나였다. 이스마엘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제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악을 지르듯 외쳤다. "망설이지 마라!" 이스마엘이 심호흡 하는 소리가 불안정하고 거칠었다. "망설이지 말라 하신 건 당신입니다." 나이프가 부들거리며 떨리더니 그대로 제를 거꾸로 뒤집듯 들어 올려 벽을 향해 날아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제는 용케 나이프를 덥석 쥐더니 발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냈다. 그리고 꼬리로 벽에 처박히는 반동을 줄이고, 역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이스마엘을 다리로 후려쳤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스마엘이 너머 벽으로 처박혔다. 뒤이어 날카로운 손톱이 어깨를 향했다. 뼈가 부서지는 끔직한 소리와 함께 어깨에 격통이 치밀자 이스마엘은 이를 악 물었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스마엘의 주변으로 날아온 나이프가 일제히 제를 향했고, 제는 다시금 도망치듯 멀리 떨어졌다. 몇 번의 합을 벌일 때마다 부상이 생겼다. 배에 박힌 제의 손톱이나, 허벅지에 내리꽂힌 이스마엘의 나이프……. 마침내 이스마엘이 허공에서 제의 머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땅에 처박듯 강하했다. 땅이 깨지고 반동 때문인지 원래 있던 곳에서 조금 더 멀리 밀려나더니 흙먼지가 다시금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치열한 격전이 끝났다. 이스마엘이 숨을 골랐다.
"─이렇게 될까봐,권리를 무시하고 피가 아닌 남의 피를 보게 되는게 두려운 겁니다..저는 다른 사람과 달리 무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봐,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이 될까 봐……."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스마엘이 머리를 부여잡은 손바닥에 와닿는 감각을 깨달았다. 피를 토했는지 장갑이 축축했다. 그 모습을 본 이스마엘이 손을 떨며 황망스레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까 두려웠던 건데. 이스마엘의 두려움과 달리제는 몸을 가늘게 떨더니, 이내 상황에 맞지 않게 피 끓는 소리와 함께 꺽꺽대며 웃었다. 자그마한 웃음이 삽시간에 훈련실을 채웠다. 이스마엘은 얼굴을 부여잡은 손을 황급히 치웠다. 입가에서 피를 쏟으면서도 웃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공포가 불쑥 치솟았다. 머리를 다쳤나 싶어 자가치유 시스템이 한시라도 빠르게 기동되길 바랐다. 웃음을 뒤로 제가 입을 벌렸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세상은 네 생각처럼 되지 않음을 너 또한 알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아직 불완전하구나." "갑자기,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피를 보고 싶지 않느냐, 쥐여주고 싶어 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싶더냐?" "……예." "하면 네 희생하거라. 그 희생 고결하다 해줄 사람 적고 대다수는 그 성과를 뺏기 위해 짓밟고 올라설 것이며, 타인을 희생시키면 주변이 분개해 결국 너도 다를 바 없다며 손가락질할 것이다. 그게 삶이다. 네 오만한 만큼 타인도 오만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결한 줄 알지만 결국 밑바닥에서 기어오르는 잡것 천지임은 자명하지. 천한 것들이 결국 서로에게 인간이니 뭐니 면죄부를 줄 뿐이란 말이다. 네 괴물이니 뭐니 하는데, 혹 면죄부를 얻지 못해 두려워 그런 것이냐?"
제는 히죽대며 피를 뱉었다. 몸을 일으키려다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지 다시 털썩 누워버린다. 이스마엘은 그런 제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내렸다.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쏟아지던 피를 아무렇게나 훔쳐 닦더니, 자연스럽게 입가에 고인 피를 뱉었다.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제는 뒷머리가 깨진 듯싶었고, 이스마엘은 어깨 한쪽이 박살나며 관통상도 없잖아 있었다. 더 격식을 차리며 대화해봤자 이 제멋대로인 세븐스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스마엘은 결국 씹어뱉듯 입을 벌렸다. 피가 죽 쏟아졌다.
"개소리 마십시오. 그깟 면죄부 하나 못 얻는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습니다."
제가 잠시 말을 멈췄다. 눈을 홉뜨고 한참 이스마엘의 노이즈 너머를 바라보다 겨우 그쳤던 웃음을 다시금 터뜨렸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높아지는 웃음 사이로 이스마엘이 눈을 좁혔다. 둘의 상처는 느린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 면죄부 하나 못 얻는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듯 네 괴물로 손가락질 받고 하찮은 것들 사이에서 산 채로 불태워진다 한들 그 이전에 이룩한 것이 달라지지는 않지. 더 짓밟고, 먹어치우고, 가지고, 누리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한 이상 그렇게 살아야지. 그런데 너는 왜 변절자의 길을 걸은 주제에 망설이며 더 변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것이냐?"
이스마엘은 침묵했다. 간교한 뱀의 속삭임, 그리고 광인의 일장연설 같다는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순간 머리가 아찔했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뒤로 무릎을 꿇듯 주저앉았다. 참을 수 있기는 무슨, 못 참는다. 머리를 너무 크게 다친 것 같다. 배도 꿰뚫린 것 같고, 시야도 흐리다. 강한 어지러움을 느낀 이스마엘은 욕을 뇌까렸다. 이런 씨발……. 자신도 모르게 나온 욕설에 제의 시선이 굴렀다. 저런 말도 할 줄 알았나. 어둑어둑하게 점멸하는 정신을 뒤로 이스마엘이 나지막이 입을 벌렸다.
"이곳의 군법도 있으나 지금은 당신과 달리 아직 내가 사람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답이 되었습니까?" "아직은? 군법이 없었더라면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 그건가?" "아가리." "말하는 싹수 하고는. 헬무트를 쏙 빼닮았어." "먼저 다물었으면 될 일 아닙니까." "그래, 그래. 재밌구나. 참으로 우스워. 얘, 나중에 혁명이 끝나면 나랑 투기장이라도 열지 않으련?" "그건 또 무슨 개소립니까?" "로벨리아 곁을 떠나서 평소에 고깝던 비능력자들 좀 모아두고. 떼돈 벌며 살자는 뜻이지, 어때? 어차피 혁명이 끝날 때 네 미칠 것은 자명해 보이기에." "미친 새끼……."
이스마엘은 제를 노려봤다. 이내 "나가 뒤지십시오." 라고 살벌하게 중얼거리다 그대로 풀썩 쓰러지더니 정신을 잃었고, 제도 끅끅대며 웃더니 "그런 말 많이 들어. 근데 그거 아는가? 어차피 여는 시한부라서 말이지." 따위의 대답을 뒤로 점멸하는 의식 사이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쓰러져있고, 훈련장이 두 사람이 생사결을 벌여 흩뿌려진 피와 잔해투성이임을 발견하는 것은 조금 뒤의 일이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 그 나이대의 아이다워 보인다고 하면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일까요? 사사로운 감상은 접어두고 저는 인터뷰이의 답변을 수첩에 옮겨 적는 데 집중했습니다. 루시아 씨가 집중을 잃지 않도록 대부분의 순간은 눈을 마주치며 중간중간 적절한 호응을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물론 호응이란 예, 그렇군요, 과연, 간단하게는 고개를 끄덕이는 일 따위의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짧은 대답 또는 시늉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답변을 다 듣고서 "과연, 그러하신 분이었군요." 하며 양순히 대답하는 지금과 같은 행동을 말하는 것이지요. 감정을 섣불리 담지 않으되 다만 편안함과 존중을 담음으로써 나는 당신의 귀한 설명에 경청하고 있습니다- 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련의 언행입니다. 장황히 말했으나 인터뷰어의 기본이네요!!!!! 한 발짝 진실로 더 다가서는 순간이란 어쩌면 이리도 질리는 일조차 없는지!!!!!!!!!
"수첩에 말입니까, 아니면 기사로? 글쎄요, 루시아 씨는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기사란 진실을 안내하는 이정표, 기자는 이정표를 세우는 장인으로서 그것을 깨끗하고 올바르게 세울 사명을 등에 인 자. 정답을 묻는다면, 엉성한 주관으로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답했겠지만- 분위기를 살펴 한번쯤은 질문을 던져두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을 건들고 있음은 숙지합니다, 아주 충분히요. 그러니 긴장을 이완하도록 보조하며 지금과 같은 인터뷰를 할 필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궁금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기엔 거리가 먼 이 '세븐스'는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도 필요에 의해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하면 과연 기꺼이 가담할 수 있을지. 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극히 편안하게 루시아 씨를 기다렸습니다.
어서 오세요! 레레시아주! 체크할게요! 그리고 김에 묻는건데, 레레시아는 혹시 원하는 악세사리 같은 거 있을까요? 그러니까 협동 스페셜 스킬을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스텔의 세븐스를 소량 담은 그런 느낌의 악세사리를 제공하려고 하는데. 아스텔은 아무래도 같이 전투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로벨리아에게 보고된 사실. 그것은 로벨리아의 표정을 상당히 굳게 만들었다. 일단 어느 정도의 검토 후, 로벨리아는 제 0 특수부대원 전원을 소집했다. 이번에도 긴급 미션이라는 것으로 보아 평소 수행하는 자잘한 미션과는 다르게 상당히 긴박하고 중요한 미션임은 분명해보였다. 다만 레레시아의 경우는 잠시 에스티아가 불러서 아스텔이 의뢰한 것이라고 하면서 아스텔의 세븐스가 소량 들어가있는 팔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녹색 보석이 박혀있는 은색 팔찌는 그녀의 손목에 딱 맞았고 핵심인 녹색 반지 쪽에선 그의 세븐스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처럼 연플을 했으니까 그냥 합체 스페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스텔은 같이 동행하는 일이 없으니 형평성과 개연성을 위해서 이렇게! 다른 이들도 다 연플이건 우플이건 찍으면 사용 가능해요.)
아무튼 회의실에 도착하면 이번에도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로벨리아의 근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아스텔은 로벨리아의 바로 옆, 그리고 에스티아는 노트북의 앞이었다. 이내 모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로벨리아는 언제나처럼 스크린에 떠 있는 화면을 레인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전, 글라키에스의 손아귀에서 아이들을 구출했던 점은 다시 한 번 수고가 많았다. 하지만 너희들이 구출한 아이들 중에서 가장 정신 오염 상태가 심했던... 그러니까 마음이 제대로 파괴되었던 아이들은 따로 치료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시설에 맡겨서 치료를 하고 있었으나... 며칠 전, 그 시설이 가디언즈에게 습격당했고 그 시설을 지키는 제 2 치료부대원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했다. 그리고 그 한 명도 바로 어제 숨을 거뒀어. ...그 마지막 한 명이 가디언즈의 전언을 가지고 왔어. 'U.P.G 본부의 앞에서 살인죄에 근거하여 그 아이들의 공개처형을 하겠다.' 그 사실이 우리 쪽에 전달이 되도록 일부러 살려두고 본부로 가도록, 혹은 보고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덧붙여서 지금 U.P.G 본부가 있는 도시에는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영상을 적절하게 편집해서, 세븐스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등으로 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이어 로벨리아가 에스티아를 바라봤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었고 이내 이 거점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도시의 풍경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 중 화면에 가장 핵심적으로 잡힌 것은 참으로 높게 치솟은 하얀색 건물이었다.
"이게 U.P.G의 본부 건물이야. 말 그대로 우리들에게 있어선 적의 총거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바로 이곳에서 공개처형을 한다는 모양이고.. 어제 그 처형을 위한 시설이 완성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 십자가 모양의 장치에 걸어놓고 죽여버리는 이른바 말 그대로 공개처형이야. 아마도 처형 날짜는 오늘이라고 봐도 되겠지. 솔직히 말해서 이건 함정이라고 봐도 좋을거야. 만약 우리가 응한다면, 우리는 U.P.G의 본부까지 처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 허나 반대로 우리가 응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선전도구가 될거야. 결국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니 뭐니 해도 결국 말뿐이었다는 식으로 말이야. 말 그대로 어느쪽을 선택해도 우리에게 있어선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야."
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로벨리아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희들은 어쩌고 싶지? 참고로 나는 구하러 갈 생각이다. 함정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공개처형을 당하는 것을 두고볼 순 없어. 허나 이번 미션만큼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미션이야. 그러니까 출동을 강제하진 않겠어. 어쩌고 싶지?"
선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목숨걸고 글라키에스와 싸웠고 운 좋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으며 숨 쉴때마다 폐조직 하나하나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들은 세븐스 아이들을 구출했다. 아이들은 이제 걱정할 필요 없고 부모님께 돌아가 행복할 일만 남았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가디언즈에게 납치당했다. 놈들은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망쳐놨으면서 이제는 그들의 미래까지 빼앗으려고 한다. 원래 선을 넘은 녀석들이지만 이번에는 선을 제대로 넘었다.
"대장, 난 대장이 가끔이 생불이 아닐까 생각해요. 진심이에요."
로벨리아는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가디언즈의 만행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평화를 말하며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고 있다.
"대장, 우리는 항상 목숨을 걸고 싸워왔어요. 이것도 똑같아요. 항상 하던 일이에요."
블러드 레드때부터 에델바이스는 뻔한 함정에 뛰어들었고 레이버 때부터 그들은 위험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별 다를 바 없다 믿으며 주먹을 쥔다.
개인실에서 가볍게 무언가 끄적이고 있던 중, 긴급 미션이란 메세지를 받고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 긴급이란 단어가 붙은 만큼 서둘러야 할 것 같았으니까. 다행히 바로 나갈 수 있는 차림이라 허리에 모조 보검인 장식만 두르면 되었다. 서둘러서 가니 먼저 에스티아가 부르길래 다가가자 팔찌를 하나 받았다. 아스텔의 세븐스가 담긴, 아스텔이 의뢰한 것이라며. 이런 걸 줬다는 건 적어도 이번 미션은 동행하지 못 한다는 거겠지.
"음- 고마워. 에스티아."
일단은 만들어 준 에스티아에게 감사를 표하고 손목에 팔찌를 채웠다. 검은 장갑 위를 뱅그르 도는 은색 팔찌의 녹색 보석을 한 번 쓸어보고, 이내 미션의 내용에 집중했다.
지난 번 미션으로 구출한 아이들 중 일부가 다시 잡혀갔단다. 아이들을 치료하던 부대는 한 명 남기고 전멸. 그 한 명도 어제 사망. 그리고 아이들은 세간에 선동을 일으키는 도구로 쓰이고 오늘 처형. 분명 도발이자 함정일 그들의 행태에 절로 미간이 찡그려졌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어쩌겠나. 난 가겠어. 가서 그대로 죽더라도 끝까지 신념은 지키다가 가야지. 물론 안 죽게 버티긴 하겠지만."
배신감 느끼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 말은 조용히 속으로만 읊조리며 다시금 손목을 만지작거린다.
평소처럼 활기차게 가고 싶었다. 웃으며 도착할 수 있겠노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에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도 막상 사건을 마주하니 입만 다물게 된다. 사람이 기가 차다못해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화도 낼 수 없다더니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해할 수 있어도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이를 공개처형 하겠다. 여기까지는 이스마엘이 가디언즈의 관점으로 바라보아도 그럴법한 이야기다. 이 세상은 인외마경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다만 글라키에스의 말대로 우리가 패배자라면, 대체 U.P.G는 무엇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인가? 에델바이스에게 있어 양자택일의 상황이 되었다 한들 차라리 처음부터 여론전을 벌였더라면, 신경쓰지도 않고 밀어붙였더라면 그런 존재라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함정을 넘어선 느낌입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린 것 같지 않은가. 날파리 하나를 잡겠다고 이렇게 불을 지필 필요가 있나? 이스마엘은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더 큰 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몰아넣기 위함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스마엘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았다.
언제 브리핑될까 하였더니 다름 아닌 지금이 바로 그때로군요!!!!!!! 적나라한 현장을 취재한 자료가 빼곡하고도 자세히 들어차 더러워 보이기조차 하는 수첩이 탁 소리가 나게 닫히며, 브리핑에 귀를 기울였던 저는 옅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래서 프로파간다는 싫습니다!!!!!! 진실을 왜곡하고, 그렇게 생성된 거짓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지어내는 일을 서슴지 않지요. 자유민을 보다 깊은 수렁의 꿈에 몰아넣는 우행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그릇된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처형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잘 꾸며진 프로파간다. 여기서 저희가 출동하지 않으면 또 다른 거짓이 프로파간다를 형성하고야 말 것입니다. 직접 출동하면 비록 위험성이 오를지언정 그러한 프로파간다를 막을 확률 역시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또한 공개 처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순간을 외면할 기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적어도 저는 거기서 제외해주십시오!!!!!
<레이먼드> "...이번 미션은 가고자 하는 이들 전원을 데리고 출동할 생각이야. 자세한 것은 이후의 브리핑에서 설명하겠다."
레이먼드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흉터를 손으로 매만졌다.
<선우> "...생불이라. 동양의 그거 말인가. 미안하지만 난 그런 존재는 아니야."
그에 대해서 로벨리아는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스마엘> "그래. 함정을 넘어선 느낌이야. 그건 나도 동감해. 그렇기에 특히나 더 위험한 느낌이야."
어쩌면... 이라고 말을 잇긴 했으나 로벨리아는 특별히 더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공통> 일단 전원 다 가겠다고 말하는 것에 로벨리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 대답을 예상한 것인지, 아니면 무모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는진 모르겠으나 일단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로벨리아는 에스티아를 바라봤다. 이어 에스티아는 마우스를 클릭하며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그 도시 지역의 지형지도였다. 지도에 따르면 도시의 안으로 철로가 연결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철로에 열차 표시가 하나 그려져 있었고, 열차 위에는 도시 쪽을 향해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임무는 에델바이스에서 기용할 수 있는 이 전원을 다 기용할 생각이야. 해당 지역은 가디언즈의 총 거점. 즉, 어설프게 너희들만 보내서는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고 역으로 죽을 가능성도 너무 높아. 그렇기에 우리 쪽도 그만큼 인원을 투입할 생각이다. 제 8 기갑 부대, 제 12 기습 부대, 제 14 포격 부대 등등. 여러 부대가 함께 이 블러디 레드를 이용해서 정면적으로 도시에 침투할 생각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소동을 일으켜서 최대한 가디언즈를 퍼뜨리게 할 생각이야. 보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걸릴 가능성도 크겠지. 그리고 그 보검을 가지고 있는 이는 나와 아스텔, 에스티아가 상대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스텔도 에스텔도 너희들에게 붙여줄 수 없어. 그러니까 오로지 너희들의 힘만으로 해결해야 할 임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아무튼 작전이 시작되면 너희는 도시 중심부를 달려라. 그렇게 달리면 머지 않아 U.P.G 건물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을테고 처형대에 도다를 수 있겠지. 허나 가디언즈도 바보는 아닐터다. 최소 보검 세븐스 한 명과는 무조건 부딪칠 거라고 각오하고 있도록. 그게 누가 될진 아무도 몰라. 어쩌면 너희들이 이전에 교전한 글라키에스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시간을 끄는 사이, 어떻게든 너희들은 아이들을 구출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허나 만약 구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퇴각해라. 알겠나?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을,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불나방으로 쓸 순 없어."
그 부분은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질문이 있나? 있다면 지금 하도록. 그리고 준비가 되는대로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하도록. 작전 시각은 정오. 12:00이다. 그때 블러디 레드가 침투하게 될거고 바로 도시 여기저기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가디언즈를 최대한 분산시킬 생각이니 너희들은 다른 이들을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U.P.G의 건물 앞으로 달리도록.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임무는 아이들을 재탈환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보검을 가진 간부클래스와 충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테니 그 점은 명심하도록."
만약 질문이 더 있다면 로벨리아는 대답해줬을 것이다. 아무튼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이동을 하면 꽤 조용한 숲 속으로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 근처에는 U.P.G 본부 건물이 있는 도시의 입구가 보였을 것이다. 꽤 멀리 있긴 하지만,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은 하얀색 건물도 보이긴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곳이 U.P.G의 본부 건물이 아니었을까?
함정이든 아니든, 아이들을 처형할 생각이라는 간 확실했기에 너는 더 이상의 질문 대신 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또 그 장소에 아이들이 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반드시 구해서 돌아와야만 해. 작전 시작은 정오, 곳곳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공격이 시작되면 그 틈을 타 U.P.G의 본부로 간다. 작전 내용을 되새기며 워프게이트에 들어서니 도착한 장소는 조용한 숲 속, 저 너머로 보이는 흰 건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치가 발각되지는 않았을까, 누가 매복해 있는 건 아닐까. 감각을 곤두세운다.
에스티아의 자료와 로벨리아의 브리핑을 모두 숙지한 그녀는 잠시 지도를 응시했다. 어쩌면 최종전 때에나 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곳을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이야. 정말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르는 구나.
"분명히 하나는 있겠지.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될 거야. 죽을 각오를 하고 가지만,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
누구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시선이 어느 누군가를 응시하다가 멀어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전을 상기한 후 회의실을 나가 워프를 타러 갔다.
익숙한 워프게이트를 넘어가자 역시나 익숙한 숲의 풍경이 나온다. 조금 근처로 걷자 저 멀리 도시의 입구와 하얀 건물이 보인다. 저기인가. 사진이 아닌 실물을 멀리 보니 참 아득하면서도 코앞 같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하얀 건물의 꼭대기 즈음을 보다가, 돌아서 게이트를 나온 이들 중 몇몇을 툭툭 건드렸다. 쥬데카에게는 가볍게 쥔 주먹으로 팔뚝을 툭. 이스마엘에게는 어깨를 몇번 토닥인다던가.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후, 장갑을 당겨 고치며 중얼거린다.
이어지는 말은 없다. 침묵을 뒤로 이스마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브리핑은 구출에 중점이 된 듯싶지만 결국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음 또한 공연히 못박는다. 이스마엘은 마음을 다잡고자 했다. 앞날이 막혔다면 뚫고 나아가면 되는 일이다. 이고가는 사람이 하나라면..
"상관, 부디 몸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이스마엘은 사람 좋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째서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불현듯 스친 생각은 노이즈처럼 흩어진다. 결국 이스마엘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워프게이트로 이동한 자리에서 어깨를 토닥이는 느낌에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모티콘 하나를 띄웠다. 😊.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질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작전 시작전까지 매복하는 장소에서 쥬데카가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해서 탐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입구조차도 딱히 경계하는 인원이 없다시피 했다. 마치 그것은 모두를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함정일테니 당연할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쥬데카는 절대로 좋은 예감은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도시 부근에서는 뭔가 진득한, 마치 진흙처럼 끈적한 악의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내 시간이 흘러 12:00이 되었다. 블러디 레드가 철로를 향해서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이내 그 블러디 레드가 안으로 들어서자 도시 쪽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총을 쏘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눈이 좋은 이는 아스텔이 하늘로 날아올라서 가디언즈 병력 몇 명을 단번에 저 멀리 날려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에스티아가 날린 것으로 보이는 드론이 떠올라 연막 같은 것을 투하하는 모습 또한 눈이 좋은 이라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연막은 이내 입구 쪽에도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괴음과 함께 전봇대 하나가 무너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려왔고 총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아무래도 작전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생한 보도를 위해서 사용되는 무인 카메라 드론이 여기저기에 떠 있는 것을. 딱히 무기는 달려있지 않았지만 그 드론은 여기저기에 퍼져서 지금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모든 것을 그대로 담겠다는 듯이, 방해하는 일 없이. 그저 조용히.
-가라. 제 0 특수부대.
그리고 모두에게 무전으로 로벨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출격을 명하는 목소리였다.
만약 앞으로 달려나갔다면 중간 지점에서 아직 분산되지 않은 가디언즈가 근처 건물 여기저기에서 등장해서 총을 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보검의 힘을 사용하는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선우는 곰곰히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자신의 능력은 약하다. 물론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간편한 능력이지만 염동력, 독, 광폭, 무의식 조종처럼 강하고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과는 다르게 그의 세븐스는 편하지만 결국 도라에몽 주머니다. 그러니 다른 동료들의 원활한 진입을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12시가 되자. 블러디 레드는 도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이내 폭발 소리와 총성이 울려퍼지고 다른 쪽에서는 불이라도 났는 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새 같은 무엇인가가 다른 것들을 멀리 날려보내니 아마 아스텔일 것이다. 연막을 뿌리는 저 드론은 아마 에스테아의 것이겠지.
작전이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달고 있는 드론들이 이곳저곳 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의 위치를 알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함인 것 같아 하나하나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무서운 건 정보들이니까.
선우는 앞으로 달려나가 아공간을 이용해 건물 여기저기에 있는 가디언즈의 뒤로 이동한 다음 둔기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놈들은 위협적이진 않으나 놈들의 총소리가 동료들을 부를 것이고 그러다보면 보검 사용자도 부를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매복한 적은 없는듯 했지만 저만치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은 마치 네가, 제 0특수부대가, 에델바이스가 뛰어들기만을 기다리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악의, 반드시 없애버리고야 말겠다는 듯한 그런 감각에 너는 몸을 떨었다. 물론 그런 불안감은 네 팔을 툭 건드리는 느낌과 함께 많이 사그라들었다. 잦아드는 떨림에 팔목을 손으로 꽉 붙잡던 너는 철로를 달리는 열차의 소리, 공중에 떠오른 아스텔, 에스티아의 드론이 흩뿌리는 연막을 귀와 눈에 담았다. 비명소리와 굉음이 퍼지지만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출격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너는 마치 짓눌리던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땅을 박차고 달렸다. 아직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가디언즈들의 탄환 사이로 검게 물든 헬멧과 무장으로 몸을 감싼 너는 달리고 있었다. 앞을 막아서는 게 아니라면 아마 보통의 병사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으리라, 그게 아니라면야...땅에 끌리며 불똥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체인이 파열음을 내던 체인이 그 목을 휘감아 내동댕이치려 했으리라.
경계하는 인원이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이스마엘도 잘 알고 있었다. 철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블러디 레드와 함께 작전이 시작됐다. 연막, 굉음, 전투에서 비롯된 비명……. 이스마엘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무인 카메라 드론. 이스마엘은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 전, 노이즈 너머로 중얼거렸다. "페이시."
[여러분의 친절한 페이스 재밍 서비스 AI, 페이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페이시, 미디어 재밍 서비스." [트랜스휴먼 법 2조 15항에 의거하여 안내문구를 출력합니다. 현재 고객님은 신체를 기반으로 한 칩셋형 서비스 이용을 이용하고 계십니다. 과도한 재밍은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범죄에 악용될 경우 자동적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해와 장애의 경우 국가와 자회사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이스마엘의 경우 출력 되는 미디어에서도 얼굴이 보이지 않겠지만 수준 높은 기술자가 나설 경우 재밍됭 얼굴을 복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려오는 손을 뒤로 이스마엘은 숨을 고른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당장 주변에 있는 드론을 염력을 통해 박살내기 위함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스마엘은 미디어에 자신이 담기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스마엘의 이모티콘을 본 그녀는 싱긋 웃어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생각을 지탱해주듯. 쥬데카는 떨고 있는 듯 했지만, 아마 괜찮을 것 같았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 정오가 되고. 블러디레드가 철로를 가로지르며 도시로 침입한다. 그것을 신호로 적막하던 도시엔 폭음과 비명과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시작된 아수라장. 그 위를 날아다니는 에스티아의 드론과 아스텔의 모습을 자리에서 눈에 담는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무인 카메라 드론의 존재도.
"치사한 짓거리는 다 할 모양이야."
흥. 작게 코웃음을 친 그녀는 로벨리아의 음성이 무전으로 들리자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연막이 흐르는 입구의 근처까지 가서 모조 보검의 무장을 전개시키자 늘 걸치던 방어구가 둘러지는데, 오늘은 새하얀 색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무장에 무기마저 흰 깃발이었다. 하얀 바탕에 붉은 에델바이스가 그려진 깃대가 긴 깃발. 그것을 들고 돌입하며 총성이 들리면 깃발을 휘둘러 막는 것에 그친다. 그저 공격을 막으며 목표 지점은 건물까지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작전의 봉화가 오릅니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기점이기에 저는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어 그 광경을 가장 생생히 보일 수 있는 형태로 온전히 담았습니다. 그것은 반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본능과도 같이 깊은 무의식에 각인되어 이젠 쉬이 지울 수 없는 행동 절차. 그러고 보니.. 과거 종군한 적 있던 레지스탕스 중 하나의 단원이 제게 말한 적이 있었죠, 격렬한 전쟁 현장을 취재할 때의 당신은 이따금 독한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극심히 도취되고 사로잡힌 눈을 한다고. 목에 걸어둔 카메라를 만족스럽게 어루만지는 저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그가 말했던 것 같은 격양된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모니터 표면에 반사되는 형태로 짐작하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저는 그 누구보다도 평온하고 이성적입니다.
모두가 행동에 착수합니다. 대장의 부관이 가디언즈를 날려 보내고 대장의 동생은 드론을 띄워 연막을 펼칩니다. 저는 뷰파인더를 통해 광경을 보며 빙긋이 웃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겠죠. 저는 종군기자이나 동시에 이젠 특수부대의 일원. 출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톡 돌출된 카메라 렌즈가 휙, 가볍게 돌아가더니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다시피 합니다.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무인 카메라 드론의 렌즈, 뷰파인더 너머의 눈이 정확히 시선을 마주치더니 저는 환히 웃어보였습니다.
카메라를 거둬 얼굴을 똑바로 보여주었습니다. 손을 한번 크게 위로 흔들며 '종군기자'가 또 다른 선전자 또는 대중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 것입니다.
되었습니다. 이제 더 지체할 수는 없겠습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저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며 나갔습니다. 손에 석장인지, 주교 지팡이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길쭉한 모조 보검이 생성되더니 저는 땅을 콱 찍었습니다. 좌중의 무의식을 한 순간에 조종하여 '저도 모르게 발포를 멈추고 모든 무기를 멀리 내던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아, 이런 방식은 역시 익숙지 않습니다. 잘 통한다면 참으로 좋겠는데요......... 보검을 옆으로 촥 휘두르며 진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단 다른 분들이 설명을 잘해주셨으니 그 부분을 참고해서 다음에는 꼭 자신이 다루는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어떻게 되었다는 가급적 쓰지 말아주세요. 물론 자신이 다루는 NPC라면 상관없지만 가디언즈의 병력들은 제가 만들고 제가 다루는 아이들이니까요. 그 점만 잘 기억해주시면 된답니다!
레이먼드는 드론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래플 발사기를 이용해서 무인 드론을 파괴했다. 그 중 몇개가 파괴되긴 했지만 파괴되는만큼 더 보충이라도 되는지 다른 드론들이 카메라를 이용해서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디언즈의 병력 하나를 레이먼드는 쓰러뜨렸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기절시키는데는 성공했다. 이어 선우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가디언즈를 하나하나 기절시켰고 쥬데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가디언즈 병력 한 명을 체인을 이용해 단번에 내동댕이 쳤다. 한편 주변에서 다른 가디언즈 원군이 도착했고 일제히 총알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이스마엘의 염력이 그것을 막았고 레레시아 역시 공격을 막으면서 앞으로 질주했다. 한편 잭은 자신의 안개를 이용해 물리력을 부여했고 그 때문에 가디언즈 병력들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디 그 뿐일까. 메사이어의 세븐스가 발동했고 이내 적들 중 일부는 무기를 집어던졌다. 그런 행동들 덕분에 길은 막히지 않았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이내 제 0 특수부대원들은 문제의 U.P.G 건물 바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우 커다란 광장에 도달하자마자 쥬데카는 자신의 세븐스로 뭔가 불길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감각의 중심은 바로 이곳이었다. 바로 앞에는 꽤 깊이가 있고 물이 위로 솟구치는 분수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십자가 모양의 형틀 모양의 기계에 달려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다. 모두들 이전 글라키에스의 얼음벽 뒤에 따로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죽은 눈을 보이고 있는 그 아이들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변 공중에는 수많은 카메라가 담겨있는 드론이 하늘에 떠 있었다. 아무래도 '공개처형'을 위해서 띄워놓은 카메라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한가지 이상한 것은 그 형틀 앞에 있는 이들은 가디언즈 병력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디언즈 복장을 입고 있지 않은 이들이었다. 허나 일반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왜소하고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세븐스.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세븐스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 성인들이 그 앞에 있었다. 형틀 하나당 앞에 있는 그들의 몸에는 칼이 한자루 들려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진 알 수 없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겐 가디언즈의 무장도 없었고 총도 없었다. 들고 있는 것은 처형을 위해서 사용되는 칼 한자루 뿐.
-지금부터 처형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어딘가에서 안내방송이 들렸고 그 방송에 형틀 앞에 있는 이들은 움찔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떨면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건물에 도착했으나. 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생각하는것이 맞다면... 아마도.....
"더럽게도 노는구만.... xx"
그녀는 보검을 개방해 전속력으로 부스터를 기동, 앞에 뭐가 있든간에 무시하고 세븐스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붙으려 했습니다. 버스트를 얻으며 동시에 강력해진 능력. 그중에서도 그녀는 '범위'가 전보다 넓어졌고. 그것을 이용해 최대한 그림자를 늘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의 검을 뺏거나 손을 구속해 아무짓도 못하게 하려 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니 불길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이 곳이구나, 이 장소로부터 뿜어져 나온 거였구나. 눈 앞에 보이는 형틀과 형틀에 묶인 아이들, 그리고 그 앞에서 처형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피폐한 세븐스들의 모습. 계속해서 폐부를 찌르는 듯한 불길함을 견디기 위해 심호흡하면서 너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체 뭐지?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유약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너는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마 지금 저들의 모습이라면 너를 비롯한 특수부대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 그런 간단한 일이라면 이렇게 불안할 이유가 있을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감각에 너는 드론으로 시선을 돌렸다.
"......"
맞을까? 너는 발걸음을 멈추고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체인을 뻗었다. 카메라를 박살내야겠다. 아니라면 렌즈라도, 뭔가 보는 데 쓰이는 것을 박살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너는 드론들을 향해 체인을 뽑아 휘두른다.
별로 생각이 없는 잭 이였지만, 뭔가 이 일이 함정 이라는건 보고를 받았을 때 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레지스탕스는 함정이라도 구할수 있으면 가야 했다. 잭도 그걸 모를정도로 멍청이진 않았다. 컵라면 먹으려 기다렸다 까먹어서 면이 다 불어 터진적은 잇어도, 이건 까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바로 앞에 있다. 복장이라 들지 무기라들지 매우 수상하다만, 결국 부딪쳐서 구해야 한다.
"얘들을 떨어트려 놓아야 해. 그레이 월."
이용당하는건지 협박당하는건지 자기 의지대로 하는건지도 모르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사이에, 안개로 만든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벽은 아이들을 빙 둘러싸, 마치 결계 처럼 아이들을 지키려 했다.
맑은 물이 솟구치는 커다란 분수대 뒤로 십자가에 달려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다. 모두 글라키에스의 얼음벽 뒤에 따로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부숴져 죽은 눈을 보이고 있는 그 아이들은 저항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능력이라도 쓰면 이곳에서 탈출이라도 시도할 수 있을 텐데 학습된 무력감은 너무나 컸다. 공중에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카메라가 드론을 타고 하늘에 떠 있었다.
선우는 황급히 총을 들고 그들을 쏴버리려고 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공격을 멈췄다. 그들은 가디언즈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세븐스였다. 고통받고 함께 차별받는 그런 안타까운 세븐스. 형틀 하나당 앞에 있는 그들의 몸에는 칼이 한자루 들려있었다.
아무래도 그들 또한 협박을 받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가디언즈들은 죄 없는 세븐스도 잡아가는 놈들이니.
아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더 심해지고 있다.
안내방송이 울리자 서둘러 들고 있던 총에 스코프를 끼우고 그들의 총을 저격하려고 했으나 동료들이 이미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고 타겟을 돌려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처럼 보고있는 이들-드론-을 저격했다.
헬무트의 아이야, 재밌는 사실 하나를 알려주도록 할까. 본디 이 내가 있던 곳에 대한 일이란다. 그곳은 세븐스의 목숨에 판돈을 걸며 싸우게 하고 남은 시체로는 경매를 하지. 본디 인간은 그런 존재란다. 흥미와 자극에 절여진 이상 더 크고 위험하며, 윤리적이지 못한 것을 찾는단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속삭이지. 저것들은 어차피 죽을만한 존재였으니 괜찮다고!
"거행이라."
그리고 가끔은 그것이 양지로 드러나는 순간이 있으니, 누군가에게 죄를 모조리 뒤집어 씌우고 싶을 때지. 잘 기억해두렴. 네가 언젠가 그 미친 장소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니.
이스마엘은 안내 방송에 발을 멈췄다. 마치 대단한 의식이라도 되는 양 단조로이 방송하는 모습이 익숙했다. 이스마엘은 곳곳에 놓인 드론에 자신의 얼굴이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속내를 모조리 들키는 것 같아 거북함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이 막아세우는 동안, 이스마엘은 손을 움직이기로 했다. 보이지 않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론 하나가 이상을 일으키듯 옆으로 슬슬 움직이게 하려고 하면서, 마침내 연쇄추돌을 일으켜 떨어질 수 있도록.
십자가입니다. 고난입니다, 일각에선 구원이라고도 하지요!!!!!! 그곳에 못 박힌 것은 죄 없는 세븐스의 아이들, 처형인으로 추정되는 이들 역시 목덜미에 선명한 숫자의 낙인을 품고 있습니다. 이 어찌나 일그러지되 한없이 정명한 광경입니까!!!!!! 아, 당신이 말했던 대로 정말 이곳은 한참 그릇된 그러나 너무나도 똑바로 서고 만 낙원(Eden)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상은 짧습니다. 이성이 감정을 날카롭게 잘라냅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광경을 찍습니다. 나를 미친 자라 일러도 좋습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깨끗하고 정확하게 사진이 찍힙니다. 그렇게 갈무리하면 종군기자의 역은 끝납니다, 이제는 혁명가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주저없이 놓쳤습니다. 가슴가에 카메라가 크게 휘청거리며 대롱거립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다시 손에 쥘 준비는 되어있는 물건입니다......
"저 행동들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저는 외치며 보검을 다시 찍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그것은 석장이기도, 주교 지팡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 행동에 의해 세븐스가 발동되며 최대한 많은 세븐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검을 멀리 치우도록 유도했습니다. 단순히 무의식적으로 놓치게 한 것이 아닙니다!!! 처형인으로 추정되는 세븐스들, 최대한 많은 자의 잠재의식에 침투하여 실제 감정은 무엇인지 드러내도록 시도해본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실제 생각을 행동할 뿐만 아니라 높은 소리로 외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당장의 처형을 막기 위해서 멜피는 가장 먼저 달려들어 처형인들을 구속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레이먼드 역시 그 칼을 휘두르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그는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그 처형인들, 정확히는 목 뒤에 낙인이 박혀있는 세븐스들의 공포에 질려있는 그 표정을. 이내 쥬데카와 레레시아, 선우, 이스마엘은 각각 드론을 노렸지만 그와 동시에 드론의 몸에 강력한 전자망 베리어가 발동했다. 그들의 공격을 모두 튕겨내는 모습으로 보아 그것은 절대 보통 드론이 아니었다. 마치 파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정말로 꿋꿋하게 꼼짝도 하지 않는 그 드론들은 각도를 바꿔가면서 카메라로 그 광장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한편 메사이아의 세븐스가 발동했지만 그들은 좀처럼 검을 치우지 않았다. 마치 그 내부의 공포심이 더 크기라도 한 것인지. 물론 잭의 안개가 결계를 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성인 남성 한 명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우리들도 살고 싶단 말이야!!"
-세븐스 반응 발견. 다들 조심해!
이내 레레시아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인지 모두의 보검 속에서 루시아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울렸다. 그와 동시에 분수대의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것은 멜피와 레이먼드를 향해 달려들듯이, 날카로운 날이 되어 그리고 다른 이들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날이 되어 달려들었다. 그 세븐스 능력. 이중에는 직접 보고 체험한 이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어쨌건 모두가 뒤로 물러나는 것을 유도하는 물줄기는 이내 멈춰섰고 분수대 속에서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치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내 그 그림자는 땅에 정확하게 착지했다. 마치 제 0 특수부대원들과 처형인들과 아이들을 분단하듯, 그 앞에 선 이는 다름 아닌 '레이버'였다.
"...감이 좋네. 제 0 특수부대." "하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여기까지 온 것을 환영해. ...그곳의 '배신자'도."
"하지만 이번엔 놓치지 않을 거야. ...못 도망쳐." "너희들은 여기서 모두 전멸이야."
이어 그녀는 저벅저벅 앞으로 두 걸음 정도 움직인 후, 모두를 바라보면서 여전히 말을 이어나갔다.
"...움직이지 마. ...한 명이라도 조금이라도 헛된 움직임을 보이면, 그 즉시 아이들은 전원 처형이야." "거짓말 같다면 움직여봐. 조금이라도."
그것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허세가 아니었다. 이전에 봤던 그녀와는 다르게 이번엔 기백부터가 달랐다. 정말로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 즉시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그녀는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모두 붙잡혀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었고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스스로 움직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처형인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벌벌 떨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이들은 죽게 되지만, 이대로 가면 당연히 제 0 특수부대원들도 위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너희들은 너무 설쳤어. ...슬슬 거슬려. 너희들의 존재가 쓸데없는 움직임을 만든다고 아르센 님은 판단했어. ...너희들이 전부 죽던지,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목적을 실패하던지, 그것은 곧 쓸데없는 움직임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라는 것을 박살내게 하는데는 충분해."
/ 신입분들을 위한 레이버의 모습을 한 번 더! 픽크루 출저는 https://picrew.me/share?cd=mpp51sW2vL
물러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어쨌건 멜피보다는 조금 더 앞쪽으로 가서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처형인들 및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만약 분수대를 주목하지 않았다면 hp 500이 깎였지만 알아챘기 때문에 hp500은 깎이지 않았다고 보면 되는 거고요!
무슨 푸른 머리가 나타났다. 저 여자가 가디네스의 오야봉 중 한 명인가? 잭은 안개를 서서히 흘리며 생각했다.
움직이면 다 죽인다니, 전멸이라드니, 희망을 박살내겠다니....이상하네? 가디네스는 적어도 지들이 정의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야 이거? 이미지는 버릴 생각인가?
뭐, 사실 저 푸른 머리가 하는 소리는 개소리로 들리겠지만, 그쪽도 마찬가지 겠지. 그래서 괜한 말싸움은 필요없다고 잭은 생각했다. 마치 하명은 양자역학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소세지에 피자 두개를 끼어 넣고 열무 김치를 같이 토핑하면 더 맛있어질까, 라고 하는 것 처럼. 그런데 열무 김치가 뭘까? 뭔가 쌀밥에다 게라 후라이에다 먹으면 맛잇을거 같다.
일단은 그레이 월에 물리력을 더해 보리고 했다. 뚫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벌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판을 짠다. 서서히, 눈치채지 못하도록, 안개를 넒게 흘렸다. 여기서는 작은 몸집이 도움이 되고 동료들이 시선을 끌어준다.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그레이 월을 단단한 구의 형태로 엮는다. 아이들을 구속하고 있는것에도, 발빝에도, 안개를 엮어 놓아 여차하면 통째로 들어올려 빼돌릴 준비를 한다. 물론 팀들 중 누군가가 구해내려 한다면 한정해서 풀겠다.
......... 그럼 일단은, 어그로를 끄는 존재는 많으면 좋은건가?
"나는 딸기맛 아이스크림이다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337 >>342 엗... 그건 어... 일단 아이들을 풀어주거나, 레이버로부터 떨어트릴 수만 있어도 선방하는 거라곤 생각하는데...으으으으으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는 부분을 막아버린다든가? 아이들에게 향할 공격을 한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ㅠㅠ죄송해요 머리가 잘 안굴러갑니다...
물이었구나. 다행히 레레시아가 미리 파악한 덕에 기습을 당하는 건 면했다. 너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뒤로 물러선 너는 모습을 드러낸 레이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움직일 수... 없다.
"...레이버,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그렇게도 분했습니까? 눈 앞에서 '배신자'를 놓친 게? 아니면....
"설마, 그 때 일로 질책이라도 받았습니까?"
움직일 수 없다. 저 말이 허세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모조 보검을 지닌 자신을 비롯한 특수부대원들도 정신을 끝까지 몰아넣으며 싸우지 않으면 목숨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대가 보검을 지닌 저 간부들 중 하나. 아무런 방어 수단도 지니지 않은 아이들이 그들을 향한 공격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너는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을 가렸던 헬멧이 사라지고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을 꾹 다문 너는 레이버의 눈을 마주보려고 했다. 그쪽에서 마주볼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건... 전부 죽여버리는 거겠지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사냥 같은 게 하고 싶은 게 아니군요. 그냥... 사료를 급여받는 것처럼, 손발이 묶인 양을 잡아먹고 싶은 이리다... 그 말입니까."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일이 필요하겠죠, 우리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들인 모양이군요."
네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혹여나 가해질 공격이 있지는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는 것 뿐이다.
드론은 파괴되지 않고 처형인이 된 세븐스들은 검을 내리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처절한 절규였다.
그래. 어쩔 수 없겠지. 어쩔 수 없다. 세븐스는 세상의 악이며 죄이니까. 그저 세븐스이기 때문에.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기에.
그러나 감상에 빠질 시간은 길지 못 했다. 그녀의 외침 이후에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분수대로부터 물이 솟구쳤다. 예감이 맞았다. 레이버! 그녀는 뻗어오는 물의 날을 깃대로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경계를 하며 분수대를 바라보자 아니나다를까 레이버가 그 가운데에서 등장했다. 정확히 아이들과 특수부대를 가로막고 선 레이버를 보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참 여전하다. 미안하지만 죽으러 온 건 아니라서 말야. 그렇다고 손 놓고 보기만 하지도 않을거고."
그렇지만 움직이지 않고 뭘 하는 건 쉽지 않다. 무시하고 움직이기엔 레이버의 기세가 심상치 않고. 이를 어쩐다. 레레시아는 깃대를 치켜든 채 고민했다. 신중하게, 그러나 너무 길지 않게.
"너. 움직이지 말랬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는 안 했다?"
네 입으로 말했으면 그건 지켜야겠지? 궤변을 읊으며 그녀는 씨익 웃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발 밑에는 어느새 투명한 독액이 흘러나와 있었고 그 독액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독액은 일제히 그녀의 분신으로 모습을 탈바꿈해 레이버에게 달려들었다. 그저 독액일 뿐인 분신들이었지만 어쩐지 웃음소리가 퍼지는 듯 했다. 열 개체 남짓의 분신들은 레이버를 감싸고 이내 터지며 레이버를 독으로 집어삼키려 했을 것이다.
"이걸로 레이버의 눈을 가릴 동안 아이들을 구출해! 가능한 빨리!"
그리고 동시에 모두에게 통신을 넣는다. 보통 타격이 아니니 적어도 그 틈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저격총으로 드론을 저격했지만 드론의 몸에 전자망 베리어가 발동했다. 총알은 모두 튕겨지는 것을 보니 그것은 절대 보통 드론이 아니었다. 드론은 모든 전투 하나하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우리 대장님, 진짜 보살이라니까?"
정말로 일반인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지 회의감마저 들때 쯤 분수대의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칼날이 되어 날아왔다. 아공간으로 간신히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이 세븐스 능력 분명 그녀석이다.
이내 분수대 속에서 하늘 높게 누군가가 솟구쳤다. 심해의 공주 레이버다. 공주라는 상냥할 것 같은 이명과는 다르게 실상은 우르슬라 같은 마녀와 같다. 한명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아이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선언. 그리고 그녀는 이것을 할 수 있었다. 레이버를 두려워하는 처형인들은 덜덜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공포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가 안되는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겠지.
"내 다른 동료들도 다들 보살이야. 정말"
머리의 지끈거림은 점점 심해져 최악의 적이 앞에 있다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지압했다.
"이놈이랑 사이 안 좋아서 쓰기 싫었는 데.."
- 이차원의 틈에 서식하는 굶주린 짐승이여 - 네 적과 그의 모든 것을 먹어치워라 - 지상의 그 누가 네놈과 겨루랴.
레비아탄 Leviathan
하늘에서 거대한 짐승의 입이 나타나 아이들을 삼켜버리려고 했다. 선우는 재빨리 짐승의 목구멍에 아공간을 생성해 아이들이 짐승이 밥이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제대로 방송할 작정인 듯싶다. 이스마엘은 드론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레이버가 나타나자 이스마엘은 몸을 가볍게 떨었다. 여기서 전멸, 희망을 짓밟는 일.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라면 어떻게 계획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을 처형하겠다 으름장을 놓지만 정보는 어디까지 있을까? 이스마엘이 눈을 굴렸다. 노이즈 너머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다. 가령 저 사람들이 어느정도 정보를 안다면, 지금 상황에서 노릴 사람이 잘못 되었다는 것도.
"아니오, 희망은 존재합니다."
이스마엘은 움직이지 않아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짓밟아도 불씨는 살아나고 혁명의 불꽃이 타오르는 건 자명한 역사니까요."
보이지 않는 힘이 삽시간에 움직였다. 레이버의 다리를 붙잡고 삽시간에 공중에 거꾸로 띄워 매달기 위함이다. 이스마엘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치사? 전투에 치사는 없어. ...정정당당한 싸움이 존재할리가 없잖아? 모든 것은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만이 전부야."
"쫄아? ...정의는 이 세상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고 지켜내는 것. 이 세상의 규율을 지키는 것. 그것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 정면으로? 왜 그래야만 하지?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규율,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거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살아있을 가치는 없어. 배신자도, 탈주자도 모두 마찬가지야."
"...내 임무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것. ...질책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이 세상의 규율을, 규칙을 지키는 가디언즈니까. 그러니까 내 임무인 배신자를 처단하고 없애는 것 뿐이야. 그 외의 이유 따윈 없어!"
쥬데카의 말에 특히 조금 더 반응을 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레이버는 덤덤하게 그 말들에 대답을 이었다. 이내 잭이 어그로를 끌려고 하는 모습에 레이버의 눈빛이 살짝 날카롭게 반짝였다. 뒤이어 안개가 살며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포착하며 레이버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만약 그 상태였다면 아마 아이들은 죽었을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한편 그 순간, 레레시아가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서 레이버를 감싸려고 했으나 이내 레이버는 가볍게 빠져나왔고, 선우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하자 품 안에서 보검을 꺼냈다. 그 상태로 그녀는 보검을 휘둘렀고 동시에 분수대의 물줄기가 분출하며 단번에 아이들을 흽쓸어버리듯 옆으로 밀어버렸다. 즉 선우의 스페셜 스킬은 빗나간 것이었다. 한편 그 순간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레이버의 다리를 붙잡자 레이버는 작게 혀를 찼다. 크게 문제는 없었으나 붙잡힌 감각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죽여. 모두."
이내 그녀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분수대의 물줄기는 단번에 제 0 특수부대원들을 흽쓸어버리려고 하는듯,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접근하는 것도 다가가는 것도 힘든 순간. 처형인은 쭈뻣거리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와중에 다시 한 번 레이버의 말이 들려왔다.
"...죽여. 처형해. ...그것이 정의야. 정의를 어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겠지?" "...너희들도 배신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적어도 레이버와 아이들의 거리, 그리고 처형인들의 거리는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물줄기는 제 0 특수부대원들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봉쇄하려는 듯, 거칠게 꿈틀거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적어도 레이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은 사실인듯 보였다.
/정말 운 좋게 딱 한 번 남은 기회! 여러분들의 선택은? 12시까지! 일단 늘 그랬듯이 레이버를 직접적으로 노리는 공격은 모두 유효판정이 나지 않아요. 아직 전투는 아니니까요! 물론 아주 잠깐 발목을 잡는 정도는 될 수 있지만요.
레이버가 보검을 휘두르자 분수대의 물줄기가 분출하며 아이들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선우는 자신을 물어뜯을 때만 최선을 다한다며 자신의 스페셜스킬을 욕하고선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분수대 바로 옆에서 튀어나와 폭탄을 집어넣었다. 만약 무사히 터진다면 드러난 수도관의 물줄기를 아공간을 이용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이봐, 너희들! 그 아이들을 죽인다면 내가 너흴 죽일꺼야. 내가 저 녀석에게 죽어도, 너흴 죽일거라고!! 폭탄이든 총알이든 어떻게든!!"
지끈거리는 머리는 이제 포기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니 이 일이 끝나지 않고선 없어지지 않는다.
"나한테 죽을래! 저 녀석에게 죽을래! 적어도 애들을 죽이고 죽는 것보단 애들을 지키고 죽는 게 명예롭지 않겠어?"
>>391 아니요. 화를 낸다기보다는.. 일단 저도 최대한 좋게 판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어주셨으면 하고..(굽신굽신) 전투 상황이 아닌데 보스를 직접 공격하거나 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계속 빗나가거나 그다지 유효한 판정이 안 나거나 하는 식으로 해왔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보스가 등장하자마자 바로 싸움루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도 이렇게 판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굽신굽신22)
말했다시피 정해진 정답은 하나가 아니니 그냥 여러분들이 편하신대로 움직이면 일단 최대한 제가 좋게 판정하려고 노력은 한답니다. (굽신굽신333)
바닥에 떨궈두었던 소량의 물감에 물리력을 부으면, 그대로 고체화 해서 조그마한 탄환 같은 것이 된다. 그는 아이들이 묶여있던 방향으로 그 탄환을 능력으로 날리더니, 탄환은 묶인 아이들을 잡아두는 것을 끊기 위해 빠르고 변칙성 없는 움직임을 한다. 만약 묶인게 풀린다면 아이들은 추락하겠다만, 그는 그 쪽엔 눈길 두지 않고 레이버만 응시하고 있다. 혹시 모를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 하기 위함이다.
"받아줄 사람."
단답으로 그럴 행동 해줄 사람 있냐고 묻더니, 남아있던 페인트 조금을 두 자루의 단검으로 형체화 시킨다. 하체에 힘을 실은걸 보아하니, 전투 태세를 갖추는 것일 테다.
분신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보며 혀를 찼지만 덕분에 이동은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몰아치는 물줄기를 피하며 깃대를 고쳐들었다. 레이버는 전부 피한 것 같지만 뭔가 걸렸는지 표정이 좋지 않다. 아이들은 아직 죽지 않았지만 거리는 벌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고 레이버가 처형인들에게 외치는 소리에 지지 않게 소리쳤다.
"배신해!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정의가 진정 정의일까? 희생을 강요하는게 정의야? 그깟 정의 배신해버려! 배신하고 진정 너희를 위하는 것을 봐! 어쩔 수 없지만 끝까지 저항하겠다면 도와주겠어! 칼은 아이를 해칠 수 있지만 지킬 수도 있어. 우리 세븐스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아이들을 지켜! 그러면 우리가 너희를 구할게! 지킬 테니까!"
이미 팀원들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이 닿기를 바라며. 그녀의 말을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듯 그녀는 독액으로 다수의 사슬을 만들어내 레이버를 향해 쏘았다. 공격이 아니라 구속의 용도였다.
눈치챈건가.....잭은 귀를 긁으면 생각했다. 확실히 그쪽 오야봉 놈년들은 전투력이랑 강하다. 일단은 다른 팀원들이 분발해준 덕에 거리가 벌어졌다.
그렇다면.....
0부대원 중 한명인 유루와 눈이 마주쳤다. 사실 둘의 사이는 커녕 지금 막 만난거나 다름이 없는, 그런 사이다. 신뢰? 믿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잭이 아무리 바보라도, 알건 다 아는 아이다. 유루 오빠(?)의 능력, 물리적인 변화를 가하는 거였나....그걸로 아이들을 풀어낼수 잇을까?
오늘 만난 사이라도, 지금은 믿을수 밖에 없다. 잭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파랑머리 간부와 아이들과 강제적 처영인 세븐스들 사이에, 엄청난 안개를 뿜어내 환각을 만들어낸다. 간단한 환각, 거리감을 망가뜨리는 환각이 였다, 그 동시에 아이들을 감싸 안던 돔의 모양이 거대한 안개의 손으로 형상을 바뀌었다.
"내 임무는 아이들을 구하는 것, 무사히 다시 돌아가는 것! 혁명의 일원으로 이 세상의 규율을 깨부수는 것, 자, 당신이 증오해 마지않는 배신자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너는 땅에 딛은 발을 떼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 레이버가 아이들과 멀어진 지금,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으니 너는 최대한 빠르게 아이들 쪽으로 달음박질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막으려고 하겠지, 저 거센 물줄기는 아마 그런 걸 막기 위해서 꿈틀대고 있는 것일 터- 넌 감각을 곤두세운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너를 노릴까, 만약 닿기 전에 네게 물줄기가 도달하려 한다면 너는 그대로 몸을 비틀어 방향을 틀었을 터다.
그리고 네 손끝을 따라 체인은 방향을 틀어 레이버를 노렸을 테니.
"배신이라, 배신자라. 바보같이 그 말을 믿는 겁니까? 대체 누가 누굴 배신한다는 겁니까, 배신? 누가. 당신들이? 누구를, 가디언즈를? 아니면 대체 누굴?"
"먼저 배신한 건 당신들이 그렇게 희망을 품고 믿어 왔던 정의가 아닙니까?"
그런 배신자라면, 몇 번이고 계속해주겠다며, 세븐스들에게 소리치고는 이를 악문 채로 레이버의 시선을 끌려고 했다.
선우는 분수대를 향해서 폭탄을 집어넣었다. 이내 폭탄은 펑 터졌으나 분수대 자체가 완전히 깨지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물줄기가 확실히 조금 약해진 상태였다. 물론 레이버에게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었을지도 모르나 기세는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한편 처형인들을 향해서 멜피는 스페셜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군세는 일제히 무기를 뺏으려고 시도했다. 그 때문에 당장 공격을 가하려는 이의 움직임은 그대로 멎게 되었다. 뒤이어 레레시아의 독으로 만든 다수의 사슬이 레이버를 향해 날아갔고 레이버는 칫. 소리를 내면서 물줄기를 조종해서 그 공격을 방어했다. 허나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발동했고 물줄기의 힘이 어느 정도 억압되었다. 그렇기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뒤이어 쥬데카의 체인이 레이버를 노렸고 그 때문에 레이버의 발목이 완전히 잡히게 되었다. 공격을 당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처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컸다.
한편 선우와 레레시아, 이스마엘, 그리고 쥬데카의 말이 그 자리에서 울렸다. 그 말을 들으며 처형인 세븐스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편, 유루는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서 몇 명의 아이들의 구속을 풀었고 잭은 풀려난 아이들을 받아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처형인 세븐스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풀려나지 못한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들고 있는 검으로 구속 장치를 풀어내면서 아이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이버는 크게 당황했고 겨우겨우 힘을 끌어모아 이내 다른 물줄기를 이용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허나 그 중 한 명. 무기력했던 세븐스 중 한 명이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했는지 자신들이 풀어준 아이들과 함께, 잭이 받아준 아이들까지 함께 단번에 텔레포트 느낌으로 사라졌다.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레이버와 제 0 특수부대원.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 드론들 뿐이었다.
"어째서..." "...왜 배신하는거지? 이해 못하겠어." "...배신해봐야 결국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삶인데. 이 체제에 저항하고 반항해봐야 지금보다 더욱 비참하고 굴욕적인 삶만이 가득한데. ...이 세계에 순응하면 적어도 더욱 비참한 삶이 찾아오진 않는데."
"...어째서..어째서..." "어째서 이 세계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정의를 거부하고 배신하는거야?! 그렇게 해서 뭘 얻을 수 있는건데!!"
지금까지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격하게 분노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버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면서 단번에 물줄기를 중단시킨 후에 공중제비를 하면서 단번에 제 0 특수부대원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 세븐스들은 모두 이 세계에 순응하고 질서를 받아들인 이들이었어. 정의에 따르는 세븐스였어." "...그런데 너희들과 접촉한 것 때문에, 정의를 배신했어." "역시 너희들은 살려둘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의 죽음을 전 세계에 중계해주겠어. 정의를 거부하고, 이 세계의 질서와 규칙을 거부하는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깨닫게 해주겠어."
"...정의를 수호하는 가디언즈의 이름으로."
/1시까지! 오늘자 반응은 여기까지만 하시면 된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더라도 자유입니다만 팩트를 박아넣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지요! 명대사를 쓰고 싶다면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고. 제 0 특수부대가 최초로 가디언즈 간부급을 물먹이는데 성공한 장면인 것이에요!
초면이다 싶은 사이지만, 잭이 아이들을 받아준 것이 시야 한 구석에 보인다. 합이 잘 맞았어서 다행이였다. 그리 생각하며 들려오는 레이버의 말을 가만 듣는다. 솔직히 듣는다고 해서 뭐 좋은 정보라던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 도출되진 않을 테지만, 그냥 지껄이는 말을 듣고 싶었었다.
그녀의 말은 백 번 옳다. 당연하게도 체제에 순응하면 아무리 하층민이여도 콩 조각은 던져진다. 그 콩 조각이 아무리 미미해도, 불응하는 자들이 개처럼 몰매 맞는 것보다야 낫다. 행복과 만족은 이런 면에서는 상대적인 것이다만, 에델바이스나 다른 레지스탕스는 상대적인 만족감에서 그치치 못하고 온전히 행복하고 싶은 것이겠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다. 이런 상황에 맞는 말은 아니다만 결국 속 뜻이 중요한것 아닌가? 좋은 말 한 마디는 사람을 움직인다. 나쁜 말도 사람을 움직인다. 결국 말에 실린 힘은 존재한다. 아무리 말빨이 좋아도 진실되지 않는 한, 전해지는 감정이나 동요는 극히 제한되지 않을까. 그는 그런 이유로 아무런 말 없이 임무를 행할 뿐이다. 자신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아름답고, 진실된 대원들이 많으니, 회유나 동요는 그들이 해줄 테다.
그는 극한의 나르시스트 비스무리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온 정과 열정을 다할 것이 자신뿐이다. 그는 과거의 트라우마도 남지 않은 체이고, 앞으로 부딪쳐 갈 문제점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것이다. 다만 과거의 번뇌는 여전히 그를 묶어두고 있다. 모두가 흔히 느끼는 죄책감을 그도 당연하다시피 느낀다. 그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고, 사람이니까.
자신이 하는 행동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대의를 위한 것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아니다. 나아가 복수같은 거창한 것조차 아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죽여왔던 남들에게 속죄하며 이런 반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밤에 발 뻗고 잘수 있도록. 추잡하다면 추잡하겠지만, 그는 개인주의자이니 욕을 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자신이 에델바이스에 소속되어 있는게 다른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일이더라도, 나아가 다른 부대원들의 미움을 사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의 속내에서 나와 물체 상태의 그를 보자면, 여전히 레이버를 응시한 체로 힘을 싣고 있다. 두 단검은 날이 서 있는 체로, 그녀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레이버가 그녀의 사슬과 다른 공격들 대처하기 바쁜 사이, 몇몇은 아이들을 풀어내었고 그녀와 팀원들의 말이 닿은 것인지 세븐스들은 남은 아이들을 구해내었다. 이제 내보내기만 하면! 그녀는 세븐스와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에 소리쳤다.
"가려면 도시 바깥으로 나가! 괜찮아! 거긴 우리 동료가 있으니까!"
어느 쪽이든 로벨리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구출은 성공할 것이다. 이내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무사히 나갔기를 빈다. 그리고 이제 더는 거리낄 것 없이 레이버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를 둔 레이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녀 역시 일갈했다.
"순리를 배신해봐야 비참하고 굴욕적인 삶 뿐이다? 지금 체제를 따르는 것 만이 세븐스의 살 길이다? 아니! 내가 내 의지로 내 신념을 지키며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지! 누군가 만들어 내었고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 순리가 과연 이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치우친 천칭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 다시 한번 말해주지. 너희의 정의는 너희의 것일 뿐, 모두의 것이 아냐! 희생을 전제이며 필수인 정의는 정의가 아닌 에고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말해주지. 우리 역시 정의는 아니라고!"
캉! 날카로운 금속이 바닥을 찍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깃대를 세웠다. 도시로 들어오며 줄곧 들었던 하얀 결사의 깃발. 가운데 붉은 에델바이스가 선명하게 핀 그 깃발을 모든 카메라에 담기도록 펼치며 외쳤다.
"우리는 정의가 아니며 또한 영웅도 아니다! 단지! 사람으로 태어나 마땅히 주어지는 것을 되찾으려 하는 이들일 뿐이다! 누군가에게서 빼앗는 것이 아닌, 나의 것을 지키되 너의 것 또한 지키려 하는 이들이다! 세븐스라서, 비능력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내던지려 하는 사람일 뿐이란 말이다!"
영웅이 되고자 함이 아니고, 가디언즈를 대신할 권력자가 되고픔도 아니다. 그저 사람답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렇지 못 한 지금의 체계를 부수려 하는 어느 사람일 뿐이다.
거의 온 몸으로 내지르다시피 소리를 친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붉은 에델바이스가 펄럭이는 깃대를 들어 레이버를 겨누었다.
눈 앞에서 팟 하고 사라지는 세븐스들과 아이들을 보며 너는 체인을 붙잡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물론 공중제비를 하며 멀어진 탓에 금방 체인이 풀려버렸기에 너는 체인을 잡아당겨 회수했다. 이제 다시 레이버 혼자와, 에델바이스의 제 0 특수부대 전원의 대치 상황. 서서히 치밀어오르는 듯한 분노를 터뜨리는 듯한 레이버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너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째서 배신하는가?
비참한 삶으로 어째서 뛰어드는가? 순응한다면, 더 이상 비참해지진 않을 텐데.
"세계의 순리를 정한 건 누구죠? 누가 당신에게 그게 순리라고 말해준 겁니까? 대체 누가? 어째서 그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겁니까?"
배신, 배신이라.
"당신도 알잖습니까? 비참함에도 정도가 있습니까? 대체 어디에 그런 게 있다는 거죠? 대체 누가... 이런 비참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습니까?"
그저 자유로이 살아가게 해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렇게 말했을 뿐이니 그런 거라면, 그들이 말하는 삶이 비참한 삶이 아니라는 것조차도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까?
"멋대로 정한 순리와 질서에 순응하는 게 정의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정의에 따르는 게 올바른 삶이라면."
"세븐스로 태어나 숨죽여 지내거나, 세븐스가 아닌 이들에게, 가디언즈에게 언제든 끊어질 수도 있는 목숨을 간신히 붙잡고 불안 속에 사는 게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삶이라면."
"아니... 세븐스로 태어나 가디언즈가 되어, 나는 저 자리에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 자리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게 영웅의 자질이라면."
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참상을, 네가 안에서부터 무너뜨렸던 것들을 떠올린다.
"나는 그 정의의 배반자입니다, 영웅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죠."
너는 이번 전투에 나서기 전, 네 목에 걸었던 네 과거를 떠올린다. 네 움직임에 따라 짤랑이는 소리를 내는 그것은. 지금 네 손에 쥐어져 빛을 반사해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나의 과거, 나의 기억.
"나는, 가디언즈 중 하나였던 자, 나와 같은 세븐스를 억누르기 위해 헌신했던 자입니다." "배반자가 최후에 도달할 곳은 지옥이라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너는, 아니, 나는 몇 번이라도.
"나의 안식은 비로소 그 곳에서 이뤄질 테니까요."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 나는 내 모습이 확실히 중계되기를 바랐다. 내가 가디언즈였다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더 이상 가디언즈가 아닌 널-
"붉은 꽃, 자유를 갈망하는. 한 떨기의 에델바이스의 이름으로!"
그렇게 소리치는 표정은 어땠을까, 보기에 우스꽝스럽지는 않았으려나.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표정을 모두가 봐도 괜찮을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덮은 헬멧이 더 이상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해 줬으니까.
협박 아닌 협박이 들리면 그대로 응수한다. 뒷말은 끊었지만 뉘앙스만 들으면 조무래기 악역 비슷한 말 아니였을까. 아공간을 열어 그 안으로 물을 흘려보내는걸 보자하면 참 편리한 능력이라고 짧게 생각이 든다.
“해주게?”
보조나 해달라던 말과는 달리, 어째 당신 혼자서 수리를 끝마쳐 가는 것을 구경한다. 생활력이 꽤 된다고 속으로 감상을 읆다가도 자신의 일을 대신 꼼꼼히 해 주는 걸 보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라고 짐작이 간다. 귀찮은 일 대신 해 주니까 입을 털거나 딱히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 채로, 건네 받았던 수리 도구만 가만히 들고 있다.
“애꿎은 사람 일 시키니까 좀 불편한데.”
그리 말을 해도 딱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다. 쓰레기나 버려 달라는 말을 들으면 이미 부러지고 교체된 샤워기의 파편들을 모아 옆구리에 낀 체로 있다. 고개만 끄덕이더니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한 박자 쉬고 뭐라 말을 한다.
“후유증은 없고?”
전투 당시 당신의 총기난사가 기억에 남았다. 큰 총은 반동도 꽤 되는데, 그걸 거리낌 없이 쏴 재꼈으니 근육통은 거의 당연하고, 더 큰 상처도 입었을 수도 있겠다.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모두가 말하는 것은 그대로 카메라 드론을 이용해서 중계되고 있었다. 즉, 여기서 싸우는 모든 것들 역시 다른 곳으로 중계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저항심을 가지고 있는 세븐스들의 '희망'을 부숴버릴지, 아니면 희망이 더욱 커져서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게 될지. 이 싸움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쥬데카는 U.P.G 건물 쪽에서 다른 시선을 많이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 중에 딱 하나. 다른 시선들과는 다르게 참으로 불길한 시선이 하나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지금껏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감각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글라키에스의 시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의는 이 세상에 두 개가 존재할 수 없어. ...이 세상의 순리와 질서가 없으면 이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어. ...그리고 힘없는 비능력자들이 피해를 입게 돼. ...그러니까 질서와 순리가 존재하는 거야. ...그것을, 그것을,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는 것이 용납될 순 없어. 너희들은 정의가 아니야. ...테러리스트 주제에 정의를 입에 담지 마라! 테러리스트!"
"...사람으로서 태어나 마땅히 주어지는 것? ...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비능력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어. ...너희가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너희들의 무해함을 이 세상에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야. ...아닌가? 테러리스트? 실제로 가디언즈는 모든 것을 보장받고 있어. ...자신의 무해함을, 이 세상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너희들이 말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이 보장되지 않는 거야. ...무해함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것. 정의를 지키는 것 뿐이야."
"...어째서 그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냐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이 체제가 완성된거야. 네가 부정하고 부정한다고 한들, 이 세상의 사람들은 그것을 원해. ...그러니까 그게 규율이고 그것이 질서, 그것이 정의인거야. ...오히려 동의하는 쪽이 훨씬 적은 것에 왜 귀를 기울어야 하지? 덜 원하는 쪽이 어째서 정의가 되는거지? ...결국 마음에 안 드니까 바꿔보겠다고 떼를 쓰는 것밖에 안되잖아. ...그게 정의야? 규율과 규칙, 질서가 마음에 안든다고 뒤엎어버리려고 하는 것이? 그것보다 모든 것을 제대로 누려놓고서 이제와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웃기는 거 아니야? ...그래. 넌 배신자야. ...너 같은 존재가 정의를 가장 크게 흔드는 존재야. ...그 로벨리아 아가씨와 마찬가지야. ...이 세계의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들 배신하고 파괴하려고만 해. ...스스로 선택한 정의를 저버리고 모든 질서와 규율, 순리를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 주제에! 너희들의 존재를 편들어주는 이는 이 세상에 없어!! 무엇보다 정의를 수호하고 지켜야만 하는 가디언즈를 배신한 너 따위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까 너만큼은, 너만큼은 반드시 죽여주마!! 배신자!!!"
이내 레이버는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남색 빛이 모여들었고 길쭉한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본격적으로 보검을 꺼내들고 해방하기 전의 자세였다. 이어 그녀는 아주 힘껏 외쳤다.
이내 남색 빛이 하늘로 높게 솟구쳤다. 이전의 해방과는 명백하게 다른 긴장감이 그곳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 남색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솟구쳤고 이내 그 빛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내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였고, 비가 소리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모습은 인어와 비슷한 느낌의 남색 지느러미형 장갑이 달려있으며. 상반신은 연하고 가벼운 파란색 장갑으로 덮여있고 입에 마스크를 하고 있고 오른손에 날카로운 남색 삼지창을 들고 있는,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바로 그 장갑과 무장의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으니 결국 그것을 쓰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수첩이건, 기사건. 물론 루시아 입장에선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거야 그때의 일을 반 재미로 알리겠다고 한다면 그건 역시 싫었으니까. 어쨌든 그녀는 원래 그 세븐스의 주인인 '루시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루시아는 결국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싫어할거야. 그러니까... 음. 반 흥미거리로 쓰려고 하는 거라면 반대할래. 하지만 제대로 진상을 알리고 싶다면 괜찮아."
조금 쓰릴지도 모르지만 그때 있었던 일을 진실로 알리는 거라면 루시아는 어느 정도 협력할 생각이 있었다. '고독 의식'은 수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었으니까. 그것이 제대로 알려진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마냥 잊혀지는 것에서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루시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헛된 희망일지도 모를 일이였다. 결국 시간이 오래 지나면 하나둘 잊혀지기 마련이었으니까. 아무튼 루시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메사이아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499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제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굳이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드리자면.. 읽으면서 오타가 한번씩 좀 많이 보여서..(흐릿) 그 점만 조금 깔끔하게 다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이를테면 개 양 인형 '배게'를 밤새도록 '많'들었는데 라던가 가디언즈를 향한 잭의 평가는 마이너스로 '칮닺고' 잇었다. 라던가 가디네스라던가 단은 그레이 월에 물리력을 더해 '보리고' 했다 라던가 안개를 '넒게' 흘렸다.
캐릭터성보다는 이런 간단한 맞춤법을 살짝 조심하는 것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생각하는 편이에요. 사실 어지간하면 맞춤법으로 뭐라고 하진 않고 저도 오타는 은근히 나는 편이긴 한데.. 읽으면서 이게 한둘이 아니고 계속 반복되듯이 나오니까..아주 살짝의 조언 같은 무언가랍니다!
>>528 ㅋㅋㅋㅋ 사실 뭐로 불러주든 레시는 다 좋아할거라~ 아스텔 애칭은 음~~ 워낙 아스텔이란 단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 애칭 조합하기가 어렵다! 간단하게 로이나 로로, 아스, 아니면 세븐스에서 따서 윈디? 등등? 아 어쩐지 윈디는 뭔가 바라는게 있어서 꼬리칠 때 쓸거 같고? 어라? (망상우주대폭발)
>>536 으음 이상적인 엔딩이라... 기본적으로 혁명이 성공한다는 걸 전제해야 하고, 혁명 이후에 쥬를 받아들일 사람이 있다면 (오너 시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엔딩일 것 같네요. 쥬가 떠돌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말입니다...근데 상대도 떠돌이 기질이 있으면 같이 떠나긴 할듯 물론 쥬 입장에선 혁명 종료 후에 전국을 돌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다닐 것 같네요,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게 정해진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그때가 되면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더 이상 대지도 않겠죠.
그럼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는 어떤가 하면... 혁명 도중 죽어버리거나, 혁명이 실패하고 배신자로써 처형당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말 그대로 박살난 세상에서 생지옥 속에 살아있게 된다든가.
>>537 가치관이라 음 일단 배신과 관련해서, 자신이 배신자라는 생각을 명확하게 하고 있고 동시에 그런 자신을 배신한 게 기존의 질서나 세계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가치관이 아닌가...? 일단은 에델바이스에 몸담고 있긴 한데요, 솔직히 말하면 에델바이스가 변질될 가능성이 보이면 바로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어요(그럴 일 없으니 속 편히 이야기하는 중). 나쁘게 말하면 박쥐지만, 좋게 보면 개인의 신념이 확고한 편입니다. 자존감이 낮지만, 단! 같이 임무를 수행하며 꽤 회복되는 추세이기도 하고 소속감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에델바이스의 기치가 곧 가치관이긴 합니다.
"인간은 인생에서 수십 개의 길을 마주하고, 그중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권한이머, 인간이 쥘 수 있는 가장 쉬운 자유지요.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무엇을 할까.. 일상에서도 흔히 마주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혁명의 불씨가 되어 여기까지 왔으니, 인간의 삶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때 순응하면 나의 삶이 비참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의 삶이 윤택하고 칭송받게 됨을 알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정의라면, 비참한 삶에 내몰리고 선택지마저 뺏기는, 정의를 쥘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 정당할까요. 아니, 아닙니다.. 그조차 쥐면 되는 일입니다. 비참하십니까?"
"그렇다면 '오늘 내 삶에서 저 사람을 제하고 일어난다'는 선택을 하십시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 칭송받고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실 겁니까? 안타까운 사람."
"마침내 영웅은 별자리가 되어 영원히 하늘을 빛내었다.. 당신은 영웅이 되고자 하셨으니.. 입구에 장식해드리겠습니다. 그대, 꺼진 혁명의 불을 다시금 피운 자여! 그 아름다운 삶을 칭송하겠습니다." < 이제 여기서부터 진짜 절망편 시작
>>554 (하파짝)혁명 종료 후 방랑에는 낭만이 있죠... ㅋㅋㅋㅋ멋있다니 감사합니다... 이셔도 멋있어요, 이상향을 지닌 사람은 쉽게 꺾이지 않죠, 확고한 목표를 쥐고 있다는 건 대단한 거에요! 이셔의 이상향을 모욕하는 건 에델바이스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겠다!
그 문장...제가 참 좋아합니다...아주 맛있죠(?)
>>555 한번 몸을 돌린 이상 책임져야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이미 책임으로부터 도망쳐 왔으니까요. 그리고 받아줄 사람...이라면 아마 같이 떠나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사명감을 내려놓는다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559 적폐 아뉜데..? 이런 비슷한 가벼운 울림도 생각했엇다... 가벼운쪽 곡들도 생각해놓은건 거의 이런 발성이였고? 물론 일상때 이런 발성이란건 아님 대화할땐 평범하게 깔린 목소리다 (젠장)
중저음쪽 생각해 놓은건 후지카세 - shinunoga e-wa, 조금 더 가벼운 쪽은 shut up and sleep with me - sin with Sebastian 또는 old enough 2 die - heart attack man 생각했엇는데 목소리는 여러분의 해석대로 해도 나쁘지 않아.. 😉
>>560 쓸데없다니 그딴소릴 (탕) 음...레이는 간지캐구나 멋있다! 카우보이 억양 가벼운듯 막막한게 좋은데 너무 잘 어울리고?
뜬금없지만 나 유루 시트 보고 떠올린 첫인상이 왠지 모르게 요네즈 켄시였어 요네켄 중에 어떤 스타일이냐고 하면 LOSER... 그리고 그 뮤비에 나오는 요네켄 본인도 쪼금 연상되더라🤔 왠지는 몰라... 왠지...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예술가 감성이라고 하니까 떠올라서 그만...🤔🤔🤔
쥬주 답레는 확인했어! 내쪽에서 막레하면 될 것 같구? 내일 일어나서 답레 쓰겠음!!! 자다 깨서 갱신만 하고 갈게~ 다들 굿밤~
>>569 버섯춤 귀엽자나~~~(찰칵) ㄴㅋㅋㅋㅋㅋㅋㅋㅋ흉부..흉부만 묘사하는 병이 있다면 나 말기인듯... 헤헤 후지씨 사랑해줘서 고맙다구(?)
>>571 요네켄 사랑하는데 loser는 안 들어봤어서 듣고 왔다... 아니 모두 유루 목소리 멋잇다고 해석한듯 해서 좀 왜..왜지? <이러고 잇음 노래 너무 치인다 음박 빠른것도 유루랑 찰떡인듯 하고 욘켄 특유 얇고 가늘게 올라가는 음은 언제 들어도 조으다... 젠장 왜 내캐 해석을 남들이 더 잘하는 거심??
어서 오세요! 선우주! 음. 그냥 강제로 붙잡아서 세뇌시키고 훈련시켜서 가디언즈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혹은 협박을 이용해서 가디언즈에 소속시켜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혹은 그냥 자진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경우는 다양하기 때문에 딱 한 케이스만 이렇다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네요.
>>599 어느 정도 기준 테스트가 있고 그것에 부합하면 일단 채용해서 쓰는 편이에요. 하지만 어쨌건 U.P.G는 세계평화기구이고 거기에 소속된 병력인만큼 절대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꼭 싸우는 병력만 있는 것은 아니고 행정이라던가 보급이라던가 다른 기타 보직도 있고.. 아무튼 결론만 따지자면 꽤 다양하기 때문에 꼭 어느 한 케이스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진해서 들어가는 이도 있고, 협박받아서 들어가는 이도 있고 그냥 쓸만하니까 붙잡아서 세뇌해서 쓰는 이도 있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선우가 알법한 내용은 아닐 것 같네요. 선우가 가디언즈에 들어갔던 것이 아니라면요. 우리나라 군부대의 사정을 군대에 갔다온 이가 아니면 아무래도 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유루 진단 맛있다~ 갱신!!!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도 마음에 든다니.. 솔직하게 답하라고 하니까 바로 조목조목 따지고 생각하려는 것 같아서 유루 성격이 단편적으로 드러나..😳 고백을 왜 하냐는 말 이전에도 그렇구. 유루는 어쩐지 벽을 치는 듯 안 치는 그런 느낌이라 해야하나..🤔 예술가라고 생각이 들지만 막상 스스로의 선이 확고해서 군인같은 느낌도 있는...
잭 발렌타인: "거기 이쁜 언니/멋진 오빠~ 저랑 좋은데 가서 한잔 하시지 않을래요?"(눈을 게춤스럽게 뜨고 장미꽃을 입에 물며)
그렇다. 잭은 이런걸 정말로, 정말로 못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더 추파를 잘 던진다. 그런데 술담배는 참 잘한다.
"난데없이 길을 걷다 시비가 걸리면?"
잭 발렌타인: 두들겨서 혼내준다. 그리고 특제로 만든 안개 벌래로 일주일동안 엉덩이랑 겨드랑이를 간지롭게 하는 벌을 내린다. 나 처럼 큐트하고(???) 섹시하고(???????????) 가련한(!?!??!) 여성에게 시비를 거는 놈들은 전부 마구니다! 마구니를 때려죽이겠다!
"공공장소에서 질서와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잭 발렌타인: 강제로 에절을 주입시켜 준다. 아직 못배워서 그런다. 거기에는 돼지고기 타고 1개, 트럼펫 3개, 바나나 가루 1스푼, 은도금한 화살, 라디에이터 45개, 그리고 현자의 돌이 필요하다. 아직 뽑지 않는 엑스칼리버가 있다면 더 좋다.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이스마엘: 예? 그러니까.. 어.. 크고 있습니다!!! 아직 성장기라- 이 말입니다!
"사람들이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이스마엘: 열 명의 사람 중 나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일곱, 좋아하는 사람은 둘, 이유 없이 증오하는 사람은 하나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명의 사람 중에, 제가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난 네가 무서워." 이스마엘: 그렇습니까? 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저도 가끔- 놀라곤 합니다! 압니다. 그게.. 정상이지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난데없이 길을 걷다 시비가 걸리면?" 쥬데카: 최대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시비가 걸렸을 때 받다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아마 제게 원한이 있는 거라면 계속 따라오시겠죠, 그럼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한번 얼굴을 마주하는 걸로 괜찮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할 만한 건 아니니까요. ...되도록이면 조용히 지나갔으면 합니다만.
"자신을 살려 달라 애원하는 민간인에게?" 쥬데카: 쉿... 조용히 하십시오. 목소리가 큽니다, 조용히, 진정하시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저 뒤 그늘이 보이십니까? 저 앞의 잔해도 보이시겠죠, 천천히...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저쪽으로 가십시오. 아니, 괜찮습니다. 절 믿으셔야 해요. 지금 가야 합니다. 제가 보고 있을 테니 걱정 마시고 얼른, 저기까지만 가면 괜찮을 겁니다. 자, 어서.
아마 쥬는 뛰쳐나가서 시선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후문...
"네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은?" 쥬데카: 글...쎄요, 제가 화가 났을 때의 행동이라. 분노를 참기가 어려우면 얼른 자리를 뜹니다. 네... 그럴 땐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을 마주쳐도 깨부수고 싶으니까요, 가구를 박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는 쥬가 생각하는 모습이고, 다른 사람이 볼 땐 그냥 눈이 잔뜩 커져서 빤히 쳐다볼 것 같네요, 네.
>>614 유루는 뭔가 쿨한 것 같으면서도 기억을 담아두고, 그러면서도 쿨한 듯한 복합적인 인간상인 거 같아요... 복잡한 거 좋아(?) 뭔가 유루랑 친해질수록 평소나 즐거운 일 있을 땐 '얘 너무 무뚝뚝한 거 아닌가, 나한테 신경은 쓰나?' 싶을 거 같은데 막상 힘들 때가 되면 '얘만한 애가 또 없는 거 같다' 싶을 것 같은 캐릭터성입니다...
>>617 ㅋㅋㅋㅋㅋ잭은 진단에서도 깨발랄함이 묻어나와서 좋네요, 뭔가 안드로메다에 올라간 듯한 심상과 큐티뽀쨕한 모습이 합쳐지니 이건 마치 초신성의 폭발과도 같은 에너지량... 아아 이렇게 또 우주가 하나 창조되는 건가(아님 그리고 질서나 규칙에 대한 인식도 확실하고 그걸 어기는 걸 굉장히 안좋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거 나름대로 빡빡한 거 같아서 좋네요
>>618 레이는 솔직담백한 모습이랑 그런 모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잘 숨겨지지 않는(숨기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울함이 조금 감도는 느낌이네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가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니 더욱 그런 것 같은 느낌이...흑흑 레이먼드 상사님 잘 사셔야 하는데...
>>620 이셔 아직 성장기구나...(눈물) 그런데 지금도 귀여운데 더 안 커도 괜찮?지 않을?까(아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셔는 옆에 있을 때 얘만큼은 내 편을 해주겠다 싶은 사람이긴 하네요, 근데 중요한 건 상대편도 똑같이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 그치만 그게 매력인걸
진단 반응해야 하는데 지금 되레 뇌정지가 오고 있어.. 개인카페.. 생겼길래 아아 테이크아웃 해서 마셨는데 왜 커피에서 한약맛이 나지..? 정말 빼박 한약재맛인데...???
잭은 여전히 엉뚱하지만 발랄한 진단이 특징인 것 같구.. 한잔 하고싶다~! 잭 장미꽃 귀엽잖아~~~ 초딩같다 해도 그게 귀여운 거야! >;3 그치 때려죽인.. 엥? 엥??? 당신 갑자기 상여자가 됐어..
레이 말 잘 하다가 페이가 세서.. 로 급발진 하는거 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잖아.. 페이가 세서.. 그치 지원하는 이유 그것밖에 없는데 맨날 면접 보면 지원한 이유가 뭐너 물어보지.. 위기감으로 우울함을 잊..(레이가 평소 하던 일을 봄)(레이주 봄) 아니지? 킬러-레이도 좋다.. 그렇지만.. 아니지????(지긋)
쥬.... 당신 진단에서 은은하게 광기가 맴돌아.. 시비가 걸리고 원한이면 골목으로 가서 대화(대?화) 나눌 것 같고.. 민간인 살리는 것도 어..? 왜... 왜 목소리가 들리지 쥬 속삭이는 목소리... 굉장히 섹시하구나..(?) 뛰쳐나가서 시선 끈다니 아이고 쥬야(오열)
ㅋㅋㅋㅋㅋㅋ세상에 언제 참치에 음성지원 기능이 생겼죠 사실 저도 지금까지 다른사람들 몰래 목소리 듣고 있었어요(?) 사실 저 질문 처음에 나왔을 때 왜 민간인이 애원할까? 보통은 민간인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게 애원을 할 텐데 그럴 만한 인간은 아니니까 반대로 뭔가 참사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읍죠...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분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뭔가 부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써봤습니다...
계절이 어긋난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새까만 하늘에서 새까만 비가 그저 내리는게 아니라 온 지상을 뒤엎을 듯한 기세로 쏟아졌다. 보통이 아닌 비의 기세는 거리를 텅 비게 만들었다. 사람은 물론 작은 들쥐 한 마리조차 모습을 감춘 빗줄기 속에 하얀 머리칼 살랑였다.
하나.
거센 비에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지만 무작정 걸었다. 빈 손으로. 걸친 옷이 내 가진 것의 전부였다. 아무 것도 필요 없었다. 곧 불타버릴 몸뚱이에 필요한 건 수의 한 벌이면 충분했다. 비에 젖어 지친 몸이 무거워져도 꾸역꾸역 걸었다. 마을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 네게마저 내가 방해라면 차라리 날 미치게 하는 이 기분에 스스로를 불살라버리는게 최선이지 않겠나.
또 하나.
매일 들리던 비명 소리, 머리 박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어째서 그렇게 늦게 깨달았던 걸까. 실은 내가 그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더는 그 소리들을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 소리를 내며 무너져가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네가 필요해서. 너마저 없으면 내가 견딜 수 없어서. 네 부재를 깨닫자마자 뛰쳐나갔다.
쏟아지는 비를 헤치고 이제 막 숲을 가로지르던 걸음 붙잡힌다. 아직 잎사귀 나지 않은 그 숲 한복판에서 나와 너는 마주했다. 얼마만이었던가. 서로 거울 보듯 마주 보는 것이.
"레레, 레레...! 어디가? 어? 산책하기에는 날씨도 시간도 아니잖아. 들어가자. 가서 자고 내일 다시-" "...산책 아니야." "아니, 야? 어... 그래도 비 계속 맞으면 더 아파질 거야. 들어가-" "안 들어가. 놔." "레레...? 왜 그래.. 왜, 내가 뭐 잘못했어? 미안해. 사과할게. 더 잘할 테니까 제발 들어가자. 응? 들어가서 얘기하자.." "...뭐가..." "응..? "네가! 뭐가 미안한데! 네가 뭘 잘못했는데 사과하는 거야!"
매일 비명만 지르던 목소리로 네게 소리를 질렀다. 거칠게 뿌리친 손이 아팠다. 당혹스러움과 놀람이 뒤섞인 새파란 눈동자와 터질 듯 크게 뜬 금빛 눈이 빗줄기 사이로 너무나 선명하게 마주쳤다. 그리고 이미 터진 감정은 막을 길이 없었다.
"대체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주변에서 다 그래. 내가 있어서 너한테 방해라고! 똑같은 일을 겪고도, 겪었는데도, 너는 그런데 나는 이 모양이니까! 그렇지만 나더러 어떡하란 말이야! 그 날부터 매일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내가 어떻게 살고 뭘 하는지 모르겠어. 먹어도 맛도 안 느껴지고, 다쳐도 아프지가 않아. 어? 살아도 산 거 같지가 않은데, 훈련장에 가기만 하면 뱃속에서부터 토기가 끓어! 내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뻔뻔스럽게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어서! 그렇게 살아놓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해치는 법을 배우는게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어! 나도 그들과 같아지는 거 같고 그래서 자꾸 그 날이 머릿속에 맴돌아 나를 미치게 하는데! 넌! 넌 아니니까! 어떻게 넌 매일 멀쩡한 얼굴로 나한테 괜찮다고 하는 거야! 넌 속이 끓지 않아? 분하지도 않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나는 그냥 미쳐버리고 싶을 만큼 견딜 수가 없는데!!!"
근 한달 만에 터진 말문. 왜 너는 나와 같지 않아? 그 말을 하고 싶은 건 서로 같았다.
"그러면,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했는데! 엄마를 잃고 너까지 잃으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네가 그러니까 나라도 제정신이어야할 거 아냐. 나라고 분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 줄 알아? 나도 괴로워! 그래도 어떡하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엄마도 그랬잖아. 살라고! 네가 엄마를 거기 남게 만들었다 생각하면 더 그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그저 살기 위해 발악할 뿐인데. 너는 왜 그러는 거야! 언제까지 그럴 건데! 왜 살려고 하지 않아! 너마저, 너마저 없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거센 빗소리를 뚫을 만큼 감정에 받친 목소리는 같으면서도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본심은 날것 그대로여서 아프게 서로를 할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깨달았다. 그 세계가 부서지며 너와 나의 사이도 무너졌음을. 서로를 바라보며 너를 나로, 나를 너로 느끼는 일은 더이상 있을 수가 없음을.
한 번, 깨달아버리면 몰랐던 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나는, 살아있는게 괴로워. 라라. 이대로 나가서 그들과 그들이 비호하는 것들을 전부 망가뜨려버리고 싶어. 내 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써서 그들을 저주하고 싶어.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싶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사라지면 나는 어떡해... 나는 누굴 보며 살아... 제발 그러지 마. 레레. 너마저 나를 두고 가버리지 마..."
털석. 빗물 고인 지면에 먼저 주저앉은 건 너였던가. 나였던가. 아아아악! 어쩔 수 없는 감정을 그저 비명으로밖에 내지를 수 없었던 건 누구였나. 스스로를 잿더미로 만들고 싶은 이와 스스로가 살기 위해 살아주길 바라는 이가 서로를 붙든 모습은 처량맞기 그지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붙들고 붙들었던 그 자리에, 검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보다 더 검은 눈물이 흘러내려 땅에 스며들었다. 검은 눈물 닿은 곳은 시들고 메말라 훗날 작은 불모지를 만들었다. 그 날의 슬픔이 새겨진 것처럼.
그만둘게. 너와 나의 그 날은 그 한 마디로 정리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이었나. 얼마가 지나서였나. 나는 너의 얼굴을, 너는 나의 얼굴을 쓰고 서로인 척을 시작했다. 그렇게 가리고, 아닌 척을 하며, 돌이킬 수 없는 균열에서 눈을 돌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현재임에도 과거 그 날처럼 눈동자가 흔들리는 라라시아가 있었다. 그러나 레레시아는 과거와 달랐다. 그저 차분히 숨을 쉬며 말을 하기위해 고통을 추슬렀다. 레레시아가 고통으로 인한 떨림을 가라앉히고 있으니 격앙되었던 라라시아도 서서히 진정되어간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입원실의 공기도 차차 평온해지고. 그 속에 나직히 목소리가 울린다.
"그래. 예전에, 복수는 포기하겠다고 했었지.. 실제로 그러려고 했어. 지난 2년. 복수는 단어조차 생각하지 않고 임무며 훈련에 매달렸는데. 사실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었어... 그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그걸 깨달았어. 나는 아직도 나를 불태우고 싶다는 걸..." "왜... 왜? 왜 그러고 싶은 거야...?" "왜냐고 물어도, 그게 나니까, 라고 밖에 할 수 없어... 그게 나야. 라라." "...모르겠어... 왜 내가 모를 말만 하는 거야... 레레를 하나도 모르겠어..."
조금씩 떨려가는 목소리가 하나. 그 목소리를 감싸안는 목소리가 또 하나.
"모르는게 당연한 거야. 라라. 너는 라라고, 나는 레레니까. 너와 내가 아무리 서로를 닮으려 해도, 너는 너고 나는 나야.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인 거야." "싫어... 나는, 레레만 있으면 되는데... 그런 거, 싫어... 싫어어..."
핏기 없는 손이 떨리는 어깨를 감싸 끌어안는다. 토닥. 토닥. 다정한 손길에 떨림은 더욱 커져만 간다. 기어코 새어나오는 흐느낌은 아이와 같이 서글프다.
"레레... 레레, 나만, 두고 가지 마... 혼자는 싫어... 레레가 없으면 안 돼, 나, 안 된다구..." "괜찮아. 괜찮아. 라라. 당장 두고 가지 않을 테니까. 아니. 복수를 이루더라도 너만 남겨두고 사라지지 않을 거야." "흐윽... 응...?"
레레시아의 말에 라라시아가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보고 라라는 역시 울보라니까, 라며 환자복 소매로 대강 두드려 닦아준다. 그리고 뺨을 어루만져주며 얘기했다.
"내가 행할 복수는 전처럼 나를 태우는 복수가 아냐. 복수의 칼을 똑바로 들고, 명확히 정해진 상대에게만 행하는 복수야. 그렇게 하면 된다고. 그래도 된다고 말해준 이가 있었거든. 그리고 무모하게 나 혼자서 하지도 않을 거야. 에델바이스, 특수부대의 뜻과 함께 이룰 거야. 그 끝에는 살아서 다음 날을 바라볼 거야." "정말, 안 죽을 거야...? 나만 남겨두지 않을 거야...?" "응. 물론 안 다치는 건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을게. 아무리 힘들어도 사지는 붙여서 올 테니까 네가 치유해 줘." "어떻게 해도... 포기는 안 하는 거야...?" "할 수 없어. 내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선, 앞으로도 살기 위해선 그걸 넘어야만 하니까." "그런... 그렇게 말하면, 치사하잖아..." "어라. 나만 치사했던가? 너도 그래놓고선."
싱긋 미소를 짓는 레레시아를 바라보며 라라시아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재차 안겨드는 몸을 끌어안자 맞닿은 품과 품을 통해 편안한 기운이 흘러들어온다. 익숙한 기운은 아물지 않던 상처들을 모두 낫게 하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고통이 사라지자 조금 더 포근하게 라라시아를 안아준 레레시아는 가녀린 등을 토닥이며 작은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또 언젠가, 빛을 노래하며 둘이서 손을 마주 잡고 걷자 밝아오지 않는 밤은 없다고 알려준 것 내 손을 잡고 끌어주었던 것 너를 잊지 않을게
잔잔한 허밍에 울음소리 다시금 잦아들어간다. 레레시아의 환자복을 꾹 쥐고 안겨있던 라라시아는 그쳐가는 눈물 속에서 생각했다. 언제나 앞서서 이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뒤에 있었다. 앞서 가는 뒷모습을 지금은 그저 보낼 수 없는데. 그러니 조금만 더 어리광을 받아주었으면. 언젠가 손을 놓아도 서글프지 않은 날이 올 때까지.
릴리, 릴리 어째서 손을 내밀어서 내 뺨 따위를 쓰다듬고 있는 거야 밝아오지 않는 밤은 없다며 노래하는 너는 나에게서 빠져나간 물방울을 닦으며 너를 잊지 않아 라고, 말했어
쌍둥이는 그 밤 정말 오랜만에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다. 잠들기 전까지 서로 담아둔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주고. 오늘만이라며 품에 파고드는 라라시아를 여전하다며 레레시아가 안아주었다. 어릴 적, 둘만 있어야 하는 밤에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기대어 눈을 감았다.
"...레레." "응?" "나, 레레가 정말 좋아." "응." "레레는?" "나도." "응?" "라라를 정말 좋아해."
소란으로 시작해 평온으로 끝맺은 다음 날. 쌍둥이는 여전히 쌍둥이였다. 싸운 듯 했던 사이가 조금은 가까워진 듯이 보이는 자매였다. 하지만 그 외에도 변화는 있었다. 아는 사람, 혹은 눈치가 좋은 사람에게나 보일 법한 소소한 변화였겠지만. 쌍둥이에게는 큰 변화였다. 비로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가면을 벗고 그녀와 그녀로써 나아가기 시작했으니까.
레레랑 라라 독백 다시 정주행 하듯 쭉 읽어봤는데 아슬아슬하니 첨예한 칼날 겨누는 것 같은 부분에서 결국 폭발하는 장면이라... 처음부터 울어버린다..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서로 싸우던 과거랑 다르게 현재의 복수가 달라졌고 감정선도 오버랩 되는 이 포인트가 너무 좋아.. 더는 자기 파멸적인 복수가 아니라 에델바이스의 방식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좋구.. 쌍둥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자..🥺
오 이런..엄첨나다..이건 진심.. 우와.. 역시 형제자매는 싸우면서 친해지는 걸까요? 두사람의 감정선 너무 좋아요! 뭔가 에델바이스가 애니라면 라라가 최애가 될 것같은 느낌이에요. 한 캐릭터에게 없어선 안될 명품 조연이네요!! 에델바이스에서 도망치자라는 것에서부터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게 너무 멋져요
일단 저녁을 먹고 갱신! 그리고 이전부터 살짝 느끼는건데 뭔가 내가 도움이 될 것 같다.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그런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할게요. 지금 이게 퍼팩트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게임도 아니고... 상성이 있다고 해도 조금 더 유리하다. 불리하다라는 느낌인거고, 내 행동이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저 이외에는 모르는 거고.. 일단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또 다른 길이 열리기도 하는 거고.. 그 때문에 조금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것으로 뭐라고 하는 이가 이상한 거라고 캡틴은 생각해요. 정 불안하면 다른 이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는 거고.. 너무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해요.
하늘에서 쏟아지다시피 하는 빗방울은 이전과는 다르게 그 강도가 강했다. 이전에는 옷을 가볍게 적시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폭우. 그냥 맞아도 조금 아플 수도 있는 강도였다. 당연하지만 그 빗방울은 이전보다 훨씬 통증을 주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맞으면 그것만으로도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 아무튼 레이버는 이어 삼지창을 땅으로 있는 힘껏 찍었고 그녀의 바로 아래에서 물줄기가 솟구쳤고 그녀를 집어삼켰다.
커다란 물줄기 속에서 수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레이버의 모습이었다. 이전처럼 마치 인어가 된 것마냥, 그 물줄기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는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앞으로 향했다. 이내 물줄기 속에서 날카로운 톱니바퀴 형태의 물 결정체가 튀어나왔고 이내 모든 것을 가르듯 빠르게 제 0 특수부대원들의 사이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 공격이 가해지진 않았지만 저대로 계속 돌리는 없었다. 필시 제 0 특수부대원들을 공격할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처형의 시작이야. ...배신자도, 정의를 부수는 이들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부여하는 너희들의 공개 처형이야."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빗방울은 계속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모든 오물을 씻어내려는 듯이. 한편, 레이버의 장갑의 등 뒤의 파츠가 살며시 펼쳐졌고 그 뒤로 남색 빛이 강하게 솟구쳤다. 뭔가를 하려는 것일까? 적어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모두들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패시브 스킬 - 레이버의 보검 해방: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내는 수단이 없으면 매턴 100의 데미지 부여. 아쿠아 슬래스트 - 다음 턴부터 매턴마다 랜덤으로 제 0 특수 멤버 중 두 명을 향해 공격. 데미지 100. 파괴 불가능.
이번에도 역시,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쏟아졌다. 단순한 빗방울이 아닌 마치 바늘과 같이 피부를 찌르는 듯한, 따끔따끔한 걸 넘어 통증이라고 느껴지는 정도, 올려다보는 네 얼굴을 가린 헬멧 두들기는 소리가 울린다. 이번 싸움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너를 노리며 소리친 레이버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실려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큼은 죽여버리겠다는.
"처형인이라면 흥을 돋구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어야겠죠, 그렇담 좋습니다. 여기서, 저 카메라로 우릴 구경하는 이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겠습니다. 처형의 실패, 초유의 방송사고를. 뒤엣말을 삼킨 네 손이 향한 곳은 레이버의 다리, 방향을 지시하는 손끝을 따라 네 소매로부터 체인이 솟구친다. 물줄기를 뚫을 수 있을까? 그 물줄기의 방향, 즉 조류를 파악하려고 하면서 너는 체인을 사출한다, 조류를 탄다면 닿을 수 있으리라. 물을 다루는 상대이기에 얼마나 유효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선우의 세븐스가 발동했고 아공간 속으로 비가 계속해서 흘러들어갔다. 다행히 모든 비를 막을 순 없었으나 제 0 특수부대원을 지키는 우산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패시브 스킬 효과 차단) 이어 레레시아의 하얀 사슬들과 쥬데카가 사출한 체인이 레이버에게 날아갔다. 허나 레이버를 지키는 물줄기와 충돌했고 사슬과 체인은 좀처럼 물줄기를 뚫지 못하고 비슷비슷하게 충돌했다. 하나의 힘이라면 어림도 없었을지도 모르나 둘의 공격이 비슷한 위치로 날아왔기에 레이버가 있는 부근의 물줄기를 파괴하는데는 성공했다. 허나 사슬과 체인은 그대로 땅에 철퍽 떨어졌다. 한편 레이의 검이 레이버의 등에 명중했고 레이버는 혀를 찼다. 허나 그렇게 크게 타격은 가지 않았는지 그녀는 레이를 털어냈다.
"...뭘 하려고 했냐고?" "...버스트."
이내 그녀의 등 뒤에서 솟구치는 남색빛이 더욱 진해졌고 쥬데카는 이전, 글라키에스가 버스트를 썼을 때의 감각과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물줄기는 정말로 하늘 높게 솟구쳤고 레이버는 공중으로 솟구쳤다. 주변에서 내리는 물줄기를 향해서 빗방울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물줄기는 더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이내 레이버는 삼지창을 물줄기를 향해 집어던졌다. 삼지창은 물줄기를 반으로 가르면서 앞으로 모든 것을 쓸어내듯이 빠르게 나아갔다.
"...이번에는 봐주지 않아." "저번처럼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봐. ...도망쳐도 상관없잖아? 너희들은." "어차피, 언제나처럼 숨어서 쥐새끼들처럼 움직이면 그만이니까. 안 그래?"
명백하게 도발하는 와중에 물줄기는 거대한 해일이 되어 제 0 특수부대원들을 쓸어버리려는 듯이 앞으로 날아왔다. 그와는 동시에 먼저 날렸던 아쿠아 슬라스터는 본격적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을 향해 모든 것을 찢어버릴 기세로 돌진해왔다.
/ 아쿠아 슬래스트의 타깃 .dice 1 4. = 1 .dice 1 4. = 2 1.선우 2.레레시아 3.레이 4.쥬데카 (같은 번호가 나올시 그 아래의 번호가 대상)
<버스트 발동>- 공격형 메가 웨이브 - 데미지 250. 단 버스트가 공격형이기에 데미지 2배 효과. 흽쓸리게 될 경우 다음 1턴 동안 물 속에 잠겨 행동(회피+방어+공격) 불가. 이 공격은 방어형의 일반 방어, 혹은 버스트 발동 후의 절대 방어가 아닌한 방어가 불가하다. 일반 방어의 경우에는 부가효과가 이어지며 절대 방어의 경우는 부가 효과 회피 가능. 단 회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날리고 흽쓸리는 것은 가능. 어쨌든 일반 방어는 불가능하고 회피는 가능.
아쿠아 슬래스트의 타깃이 된 이는 아쿠아 슽래스트는 슬래스트대로 회피를 할 거면 회피 다이스를 돌려야만 해요! 단 공격이 두 번 들어오는 거니까 아쿠아 슬래스트는 방어를 하거나 해도 메가 웨이브를 회피할 수 있다면 공격이 가능해요! 어쨌든 회피를 한 번이라도 하면 공격이 가능한 거예요!
글라키에스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쥐새끼니 도망치라느니 어떠한 모욕적인 말을 해도 그러려니 넘어가진다. 애초에 적들을 향한 도발과 허세가 진지하게 상대를 열받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리도 효과가 없었으니 허망하기까지한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오로지 몸이 시키는 대로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싸운다. 레이버의 물줄기가 거대한 해일이 되어 날아왔다. 뒤로 이동하여 아공간 속으로 숨어들어가 공격을 피했지만 다시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돌진했을 때 미처 뒤에서 날아오는 톱니바퀴를 보지 못해 옆구리를 스치고 말았다.
"쯧"
이젠 머리와 옆구리가 동시에 아프니 상대적으로 머리 아픈게 사라졌다. 더 큰 고통으로 두통을 진압하니 닥터 P가 아니라 닥터 R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그녀가 떠있는 물줄기 속으로 폭탄들을 집어넣는다. 물속이라 태우진 못하겠지만 뜨거운 물과 폭압이 그녈 공격할 것이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웃으며 외쳤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바닥으로부터 독액을 솟구치게 해서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대로 재차 몸을 날려 레이버를 요격하려 했으나, 추가로 날아온 물의 칼날이 그녀의 태세를 무너뜨렸다. 분명 물이건만 스친 부위로부터 붉은 피가 튀었다. (체력 1900)
"이런..!"
다행히 파도에 다시 휩쓸리진 않고 바닥으로 착지했으나 자세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깃대를 지지대 삼아 버티고 서서 레이버를 응시했다. 그리고 주변의 카메라도. 이내 모두에게 통신을 넣는다.
"좀 어이없는 소리겠지만. 어디까지나 레이버를 완전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 거 같아. 부상은 주되 죽이지는 말고! 힘들겠지만 그 방향으로 갔으면 해!"
보검 정도는 부숴도 괜찮겠지! 그렇게 말하고 다시 깃대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아까처럼 다수의 사슬들이 솟구치고, 이번엔 하나로 모여 레이버를 향해 쏘아졌다.
체인이 물줄기에 휩쓸렸다, 예상했던 대로 닿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레레시아의 사슬 역시 같은 위치를 노린 덕에 물줄기를 꿰뚫는 것은 성공했다. 딱 거기까지긴 했지만. 너는 체인을 회수하면서 너는 레이버가 분명 버스트를 준비하는 것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건 그대로 받아내서는 안 된다,
"레시...!"
그때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던 톱니바퀴 형태의 물살이 파도와 함께 레레시아를 노리자, 그녀 앞쪽으로 몸을 날렸다. 방패처럼 펼쳐진 무장과 부딪힌 물살이 파열음을 내다 멀어져 가고, 너는 그 탓이었는지 바닥에 착지하는 타이밍을 놓쳐 물살에 휩쓸린다. 네 앞가림부터 했어야 했건만...!
아쿠아 슬래스트는 선우와 레레시아를 노리면서 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날을 들이밀었다. 이어 선우는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공격당했고 레레시아도 비슷하게 공격당할 뻔 했으나 다행히 쥬데카가 그 공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쿠아 슬래스트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튕겨져 나가면서 또 다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다음 공격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한편 메가 웨이브를 다른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회피하긴 했으나 쥬데카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버스트가 발동한 상태의 공격이라서 그럴까? 쥬데카는 명치를 힘껏 가격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물에 흽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물이 자신의 의지로 쥬데카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이.
한편 하늘에 솟구친 레이버는 그대로 땅에 착지하려고 했으나 선우의 폭탄이 먼저 날아들었다. 이내 그 폭탄을 일제히 터졌고 레이버에게 그 파편이 명중했다. 큭! 소리를 내면서 레이버는 공중에서 공격 당한채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땅에 철퍼덕 떨어졌다. 이어 레레시아의 사슬이 또 다시 레이버를 향해 날아갔고 그녀의 몸에 명중했다. 상반신 장갑은 얇은 편이었기에 꽤나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레이버는 몸을 움찔하면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레이먼드의 총알은 레이버의 머리에 명중했다. 제대로 명중했기에 원래라면 피를 흘려야 했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장갑. 즉 무장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는 탓인지 데미지는 들어갔으나 딱히 머리에서 피가 흐르진 않았다. 허나 상반신 무장에 아주 살짝 금이 간 것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큰 의미가 있을진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상관없어." "...말했잖아. 너만큼은 죽여주겠다고. 배신자."
이내 제대로 일어선 레이버는 한 번 몸을 움찔했다. 독의 영향으로 상반신의 무장이 살짝 더 금이 가는 것을 느끼지만 딱히 회복을 하려고 하진 않으면서 이내 레이버는 쥬데카를 붙잡고 있는 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인어처럼 빠르게 헤엄을 치면서 근접까지 다가간 그녀는 삼지창을 들어올린 후 쥬데카의 심장 부위에 겨냥했다. 그리고 그 삼지창 부분에서 파란 에너지덩어리가 모이기 시작했다.
"...가디언즈를 배신한 자." "...이 세상의 규율과 질서를 지켜야 하면서도 그것을 저버린 자에게 최후를."
아마 이대로 아무런 대처도 없으면 쥬데카의 심장 부근을 향해서 파란색 에너지가 빔 형태로 발사되었을 것이다.
아쿠아 블래스트 - 타깃 쥬데카. 데미지 200 (메가 웨이브에 붙잡힌 이 전원에게 이어지는 연쇄공격. 붙잡혔기에 회피 불가. 방어 불가. 단 다른 이가 물에 뛰어들어서 쥬데카를 물 밖으로 끄집어내주면서 대신 맞아주는 것은 가능. 단 이 경우는 데미지 200을 그대로 부여받는다. 공격은 불가)
공격의 범위밖. 그녀는 잠시 고민했으나 다른이들이 움직이는것이 보였기에 상대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곤 자리를 잡으며 상대를 살폈죠. 상반신의 무장이 좀 더 취약한듯하고. 현재 보검 장갑의 회복보단 공격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좋아 그럼 안 노릴수가 없지."
그녀는 공중에 자리잡더니 무기파츠를 그림자로 덮고 그것을 다시 왼팔과 일체화시켰습니다. 곧 그것의 모습은 팔에 달린 포신처럼 변했죠. 그리고 그것은 생긴것처럼 일직선으로 그림자를 쏘아냈습니다. 생긴것은 대포 같아도 딱히 복잡한 공정이 들어긴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림자를 모아주는 역할을 할뿐. 나머지는 단단하게 경화한 그림자를 쏘는것입니다. 그러나 강화된 보검과 능력등으로 인해 드디어 그것은 그녀가 상정한 제 위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쥬데카와 근접하는게 보이면 그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물감으로 된 단검을 투척한다. 명중하든, 명중하지 못하든, 그는 단검이 그녀와 일정 거리 되면 그대로 능력에 물리 에너지를 더욱 붓는다. 여전히 날이 서 있던 단검이 가속하더니, 그대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바늘 같은 날 선 형태가 되더니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향한 변칙적인 움직임을 계속 한다.
"배신할땐 내가 죽여줄 테니까, 지금 니가 일 할 필요 없어."
드물게 입을 열었는데, 나오는 말은 그저 도발...그것도 상대를 알수 없는 도발이다. 그는 쥬데카한테 근접해 빔을 쏘려고 하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어 뛰어오른다. 태클을 하려던 것 같은 움직임을 순간 바꿔, 몸을 공중에서 틀어 자세를 바꾼다. 자신의 무장 중 푸른 부분에 능력을 가해, 본인의 시작 속도에 비해 강력할 킥으로 내리찍으려 하는 움직임. 목표는 그녀의 머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너 말고는 물살에 휩쓸린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전부 물살 너머에 있는 걸 확인하는 네 눈이 갑자기 확장된 이유는 아마 명치에 있는 힘껏 부딪힌 감각 때문이었으리라.
"커흑-"
속절없이,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뱉어지는 호흡을 다시 들이마시는 건 지금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널 휘감고 흔드는 물살에 그대로 쓸려 내려가지 않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놓으면 곧바로 어디론가 쓸려가 버릴 것 같았으나, 레이버는 그대로 쓸려보낼 생각은 아닌 듯했다. 팔 다리를 강하게 속박하는 듯한 물줄기에 너는 콜록댈 뿐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레이버는 지속적인 공격에 피해를 입고 있는 듯했다.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기침을 멈추려고 애쓰며 고갤 들었다. 널 부르는 살기등등한 목소리의 주인은 네 쪽으로 달려들어 가까이 왔다. 겨눠진 삼지창은 네 심장 부근을 노렸으며 금방이라도 꿰뜷을 듯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에 감기는 팔의 감각과 또 다른 목소리.
"...놀랍죠, 그 배신자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니."
아무래도 제 최후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여기 당신뿐인 것 같네요. 널 끌어당기는 감각과, 그렇게 물로부터 벗어나기 직전, 레이버에게 그렇게 말을 남긴 너는 레레시아가 대신 공격을 당하자 그녀를 꽉 붙잡았다.
"미안합니다, 레시, 역시 변변찮았죠."
등을 후려치는 것에는 윽, 하고 짧은 신음을 흘린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다치고 말았으니... 결국 자신의 실수가 여기까지 이어진 셈이다. 너는 몇 번 기침을 더 하곤 심호흡하며 일어선다.
바로 눈앞에서 공격을 당할 위기인 쥬데카였었지만 슬래스트를 회피한 레레시아가 물 속으로 들어가 쥬데카를 꺼내줬다. 허나 그 때문에 블래스트를 피할 순 없었고 그녀의 몸에 명중했다. 아마 꽤 아픈 느낌이지 않았을까? 마치 주먹이 그대로 몸을 관통하는 듯 한 느낌이 전신에 들었을 것이다. 한편 다른 자유로운 이들은 일제히 레이버를 공격했다. 멜피의 철구는 레이버의 상반신 장갑에 제대로 명중했다. 이어 잭의 주먹 공격이 레이버의 턱을 노렸고 레이버는 그대로 비틀거렸다. 이내 선우의 사격이 시작되었으나 역시 머리에 맞아도 무장이 보호를 해주고 있었기에 피가 흐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상반신 무장에는 확실히 계속해서 데미지가 들어갔다. 뒤이어 유류의 단검 공격과 레이버의 얼굴을 노렸고 킥으로 또 레이버의 머리를 가격했다. 이내 머리의 무장 역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이의 검이 사선으로 레이버의 등을 노렸고 결국 상반신 무장은 산산조각 났다.
"꺄아악!!"
이내 튕겨나가듯 레이버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허나 레이버는 기합을 넣었고 박살났던 장갑은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손상된 것이 복구되는 것이었기에 그녀의 데미지가 회복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러게." "하지만 이쪽도 질 수는 없어." "...나는 정의. 정의를 수호하는 가디언즈." "...너희들에게 정의를 거론할 자격 따윈 없어. 이 세상의 다수는 너희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너희는 그저 테러리스트일 뿐이야."
이내 레이버는 삼지창을 땅에 찍었고 다시 한 번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올랐고 그녀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그녀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안에서 베리어를 치고 물줄기를 앞에 한겹 더 쌓아서 누가 봐도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물줄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딱히 공격해 들어오는 것은 없었으니 어쩌면 무시해도 좋을지도 모를 새로운 물줄기는 레이버가 들어간 물줄기를 감싼 또 한겹의 물줄기를 제외하고 총 다섯 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었고 물줄기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면서 하늘로 솟구칠 뿐이었다. 마치 분수처럼.
뒤이어 레이버의 등 쪽의 무장이 살며시 열렸고 남색의 진한 빛이 강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쥬데카는 또 다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저건...
일단 당장 물줄기는 크게 공격해오는 일이 없었다. 다만 레이버가 들어간 물줄기를 주변으로 한겹의 물줄기가 더 펼쳐졌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방어를 확실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단검에 맞았을때 순간 그 끄트머리를 고체에서 액체 상태로 바꿨었다. 덕분에 물감이 여전히 피격했었던 부위에 묻어 있는게 느껴진다. 확실히 공명하듯 느껴진다.
"루시아, 힘 좀 써줄수 있을까."
...그런데 버스트는 의식하고 쓰는 것일까, 아니면 물어보고 써야 하는 것이였던가..? 저번 전투 후 경황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는 행여나 남이 들을까 작게 속삭이더니, 이내 묻어있는 물감에 버스트를 개시한다. 물질의 상태가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큼 에너지를 행사했었으니, 물감은 변화에 순응하고 서서히 떠오른다. 물질 변화가 일으면 물감의 베이스였던 물은 소량 증발해, 시작보다 덜해진 양이다. 그는 기체에 물리력을 실어 레이버의 코에 흘려들어가게끔 하려 한다. 기관지를 막으려는 의도였으나 통할지는 미지수.
널 공격하는 데 집중하느라 나머지 에델바이스 동료들의 집중포화를 그대로 받아낸 레이버가 밀려난다. 완전히 산산조각 난 상반신 무장, 금방 복구되기는 했지만 파괴되기까지 입었던 피해까지는 복구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무장이 되돌아올 뿐이었으니. 너는 밀려난 그녀가 하는 말을 듣다가 그녀가 공격 대신 물줄기 속에 숨어버리자 시선을 바로 돌렸다. 지금 너를 노리는 톱니바퀴 형태의 결정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뿐만 아니라 선우까지 노리는 그 결정을 너는, 레레시아에게 향했던 공격을 막아냈던 것처럼, 네게 향한 공격을 다시 한 번 막아 빗겨내고, 바로 선우 쪽으로 내달렸다.
"선우 씨! 뒤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발을 내딛은 순간 네 무장과 부딪혀 파열음을 내는 물의 결정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더니 궤도를 바꿔 다시 날아간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팔을 털어내며, 너는 다시금 레이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준비하고 있다... 아까 전과 비슷한 느낌, 이건...
"또 버스트인가?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을 무전을 통해 네가 보고 느낀 걸 전달하며 너는 시선을 고정한다.
"하! 말했지 않나? 우리는 정의를 내세우는게 아냐! 나를 지키고 너를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다!"
나를 지키고 너를 지키기 위해. 그 말을 하며 중계 중일 카메라로 깃발을 펄럭인다. 붉은 에델바이스 선명히 보이게.
"지금은 테러리스트라고 불려도 좋다! 지금은 악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그 끝에 우리가 소망하는 세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비난받아도 포기할 이유 따윈 없어!"
깃대를 높게 들고 빙그르르 돌린다. 깃발의 붉은 에델바이스에서 흩어지듯 붉은 독액이 쏟아져 바닥에 흐른다. 그 위로 깃대를 내리찍자 다시 한 번 그녀의 분신체들이 일어선다. 키득키득 웃는 얼굴을 한 분신체들은 멜피의 스페셜 스킬과 다른 이들의 공격 사이를 틈타 레이버에게 접근한다. 가녀려 보이는 팔로 레이버를 감싸고 그렇게 열의 분신체가 감싸면 이윽고 분해와 부식의 독이 되어 터지고 녹아내릴 것이다.
정의의 자격이나 타인의 시선 같은 이야기는 처음부터 관심 없는 이야기다. 언제는 면식 없는 다른 사람이 제게 중한 적이 있었나. 시큰둥하게 중얼거리고는 공세를 유지한다.
다시금 거대하게 불어난 물줄기는 이전보다도 더욱 견고해 보인다. 척 보아도 쉽게 깨뜨리기는 힘들 듯한 모양인데, 뚫을 수 있나? 태세를 보아하니 단순한 방어만으로 그치지 않을 듯하다는 직감이 든다. 물기둥의 내부까지 깊이 공격을 밀어넣기엔 어렵겠지만 기회를 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는 공격이 느려진 틈을 노려 물기둥 속의 레이버를 겨누어 총탄을 쏘아낸다. 별다를 것 없는 공격이었으나, 버스트를 사용했으니 터져나가는 낌새가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빛을 띌 것이다.
레이버의 방어를 깨뜨리려는 듯이 제 0 특수부대원들은 각자 움직였다. 그 와중에 슬래스트의 공격에 선우가 맞을 뻔 했지만 쥬데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과 선우가 맞을뻔한 공격을 가드해줬다. 물론 슬래스트는 또 깨지지 않고 튕겨나가듯이 공중으로 다시 날아갔고 또 불규칙적인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가고 있었다.
한편, 멜피의 스페셜 스킬일 발동했다. 그녀의 강한 공격은 레이버를 감싸고 있는 물줄기를 걷어내기 충분했다. 이내 잭의 공격이 그대로 레이버를 직눌렀다. 하지만 그녀의 방어는 여전히 굳건했다. 그러나 유루의 버스트가 발동했고 이내 물감은 그녀의 코로 흘러들어가 레이버의 방어를 풀고 내부에서 크게 데미지를 주었다. 한편 레레시아 역시 버스트를 발동했고 이내 부식의 독이 터져나갔고 그 때문에 레이버는 크게 데미지를 입으면서 물줄기에서 떨어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묻어있는 독은 씻겨져 내려갔지만 그래도 그녀의 무장은 꽤 부식된 상태였다. 특히 하반신은 더욱 더. 이내 레이먼드의 수류탄이 날아왔고 그대로 그 공격은 레이버의 하반신 무장을 박살내고 두 다리를 드러냈다. 인어공주의 꼬리가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승우의 버스트 공격이 이내 레이버에게 명중했고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그녀에게 또 다시 큰 데미지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레이버의 입에서 붉은색 피가 살짝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씨익 웃었다.
"...이걸 노렸어. 필시 방어를 하면 나만 노릴 거라고 생각했지." "...가라."
이내 그녀는 삼지창을 높게 들어올렸고 근처에 있는 물줄기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이내 그녀의 삼지창이 제 0 특수부대원으로 향했다.
"...버스트."
상당히 많이 지친 상태지만 그래도 이것을 준비했다는 듯이 그녀는 씨익 웃었고 이내 물줄기는 분해되듯이 하늘로 마치 레이저 형태로 솟구쳤다. 그녀가 들어있었던 물줄기를 제외하고 남은 다섯 개가 분해되듯 하늘로 솟구쳤고 이내 하늘에서 물로 이뤄진 레이저가 무차별적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한발이 아니라 여러 발. 물줄기 다섯 개가 합쳐져서 그런지 그 공격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어디 그뿐이랴. 버스트도 발동한 상태였으니 그 위험성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슬슬 위험해." "...슬슬 써볼까.."
/ <버스트 발동 - 공격형> 아쿠아 레이저 - 물줄기 5개 모두 생존. 기본 공격력 50x살아있는 물줄기의 수 = 250. 한 사람당 데미지 3회. 허나 버스트의 효과로 한발당 500. 총 3발. 버스트 효과로 인해 가드 브레이커. 단 방어형의 일반 방어는 1배 효과로 방어 가능. 절대 방어를 사용하게 될 시 3발 모두 완전 방어 가능. 한발 한발 모두 회피 다이스로 회피 가능. 단 한 번이라도 회피하면 레이버에게 공격 가능.
멜피의 스페셜 스킬을 필두로 다수의 공격이 겹치며 레이버의 무장 일부가 부서졌다. 게다가 추가적인 폭발로 물줄기에서 떨어지기까지 하며 제법 큰 데미지를 입은 듯 보였다. 그렇게 피를 머금은 레이버는 부상과 다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 이런?!"
그저 솟구치기만 한 물줄기를 이렇게 쓸 줄이야! 본격적으로 발동한 레이버의 버스트는 주변의 물줄기들을 레이저처럼 쏘아내렸다.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나, 직선적인 레이저는 지점만 예측하면 피할 수 있었다. 솔직히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레이저는 다 피했지만 톱니는 피하지 못 했다. 날카로운 타격에 통증이 번지고 피가 튀었지만 버티고 앞으로 박차 나갈 수 있었다.
"네 정의는 아직도 건재할까. 레이버!"
카가가강! 그녀의 깃대가 바닥을 긁으며 독액을 흩뿌렸다. 새빨간 독액이 다시 한번 바닥을 적시고 똑같이 붉은 사슬들이 솟구쳤다. 사슬들은 하나로 뭉쳐 레이버를 중심으로 똬리를 틀듯 조여들었다. 끝에 달린 칼날들이 마치 뱀의 주둥이를 연상케 했다.
너는 네 눈을 의심했다. 분명 물줄기 하나를 완전히 없애고 공격을 가하는 건 성공,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지만.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다섯 줄기의 물이 버스트라는 레이버의 속삭임과 함께 솟구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상에 구멍을 뚫고 말겠다는 듯, 광선의 형태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리타이어할지도 모를 위력이라는 걸 직감한다. 너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다. 다행스럽게도 몇몇은 빠른 움직임으로, 지난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움직여 물의 레이저를 피해내고 있었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던지라, 너는 선택해야만 했다.
"...버스트!"
너는 분명히 너를 노리는 물줄기를 향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 끝에서부터 검은 막대가 뻗어나오는가 싶더니, 활짝- 하고, 정확히는 금속성의 마찰음을 내면서였지만 분명히 그건 우산의 형태였다. 너 말고도 충분히 다른 사람을 그 안에 숨길 만한 철선을 손에 쥔 채, 너는 발을 내딛는다. 유루의 앞에 선 너는 방향을 돌릴 타이밍까지는 잡지 못했는지 유루를 올려다보며 철선을 뒤로 젖혔다. 아하하... 하고 조금 머쓱한 듯 웃는 건 덤이다.
그래도 그녀 역시 부상을 꽤나 입었다. 이 한 발로 전세가 역전 될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커버가 생각나지 않는다. 애초에 전투의 가장 기본은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그들의 피해를 최대한 이끄는 것. 같이 나부되면 손해는 에델바이스만 보게 될 것이다. 부대가 손해를 보면 거기엔 그도 소속되어 있으니, 얼굴에 보기 드문 당황함이 역력했다.
'조금 더 침착했으면-' 집어치우자,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짧은 생각이 내던져지며 그는 발포된 레이저를 피하려 몸을 던졌다가,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인영에 움직임을 멈춘다. 진회색 포니테일, 푸석한 것인지 반 곱슬인지 애매하게 일그려진 (그의 시야에서는) 결, 아담함... 분명 저번에 자신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라 틱틱거렸었는데. 그런데도 보호해주려 온다고? 단언컨데 당신의 버스트가 방어형이 아니고, 당신이 이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더라면 그는 진심으로 열불 올랐을 것이다.
당신이 막이를 해 주면 붙어 서선 철선을 쥔 손목을 양 손으로 잡아 준다. 수압에 (자신도)휩쓸릴까봐 그런 것이다. 당신이 멀쩡한지 아닌지? 지금 상황에서는 모른다. 머쓱한 웃음소리 들려오는걸 듣자하면 멀쩡 하겠지. 그야 당신을 안 보고 능력에 온 사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고기 방패가 걸어들어와 줬는데, 더 움직였다가 시체 두 구 만드는 꼴 되면 손해다. 그는 레이버의 기관지에 남아있을 물감 파편, 그 기체의 응어리를 매개체로 스페셜 스킬을 가동한다.
레이저를 맞은 이들도 있었으나 절대방어로 방어를 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어지는 공세는 기어이 레이버의 무장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면서 그녀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지금 이 상태만 보자면 제 0 특수부대의 승리였다. 하지만 레이버는 이를 꽉 악물고 보검의 힘을 마지막으로 끌어내서 자신의 무장을 회복시켰다. 비틀거리는 몸 상태는 누가 봐도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고 한계에 가까웠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쓰러질 수 없어." "...절대로 쓰러질 수 없어." "...나는...나는... 내가 쓰러지면... 정의가 무너져버려..." "...위협받는 비능력자를...위해서.."
"...엄마..아빠..미안해."
이내 마지막으로 힘을 끌어모으는 듯 했으나 그녀의 무장은 금이 가고 있었다. 한계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마지막 투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나는 인정할 수 없어." "...가디언즈는 잘못되지 않았어. ...내 엄마와 아빠는... 너희같은 테러리스트. 세계의 질서와 규율을 없애려는 이들에 의해서 죽었어." "...똑같은 말이었어. ...가디언즈는 악이라고.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야한다고. 뭐가 자유야. 뭐가 정의야." "...통제받지 못하는 힘은 결국 많은 사상을 내. 그러니까 통제받아야만 하는 거야. 그렇기에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있고, 규율과 질서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무사할 수 있는거야. ...통제받지 못한 세븐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어." "...너희들의 존재는 비능력자에게 있어서 위험한 존재. ...그리고 나는 그런 너희들을 처단하는 존재. ...세상의 규율과 질서는 지켜져야만 해. 그래야만 해!!!!!" "...나는, 나는...잘못되지 않았어!!"
이어 그녀는 삼지창을 있는 힘껏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어 제 0 특수부대의 주변을 감싸듯 물이 빗방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도망칠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기술. 그것은 일부 제 0 특수부대원들은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내 레이버의 몸을 소용돌이가 감싸기 시작했다. 두 개의 소용돌이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제 0 특수멤버를 압박하듯, 감싸듯.
-세븐스의 반응이 상당히 약해졌어. -지금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버티는 거야. -...이대로 가면 저 세븐스는 버틸 수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버티는 거야. -너희들의 손으로 처리해줘. 모두들. -힘을 빌려줄게.
이어 들려오는 것은 루시아의 목소리. 그리고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기력을 솟구치게 하는 노랫소리였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하려 하고 있었다.
-돌아라. 돌아라. -이 땅의 모든 것을 침수시킬 소용돌이. -수룡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타이달 웨이브!!!!"
점점 커져가는 소용돌이에 따라 제 0 특수멤버에게 허용되는 공간은 적어졌다. 허나 루시아의 말에 따르면 만약 이 기술을 상쇄시키기만 해도 이 싸움은 끝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다른 방법이 또 있을까?
/다음턴 스페셜 스킬 발동. <타이달 웨이브> 데미지 1000. 방어 불가. 베리어 관통. 회피 불가. 스페셜 스킬이기에 버스트로 인한 대처 불가. 특수 조건을 만족하게 될 시에는 상쇄 가능. 혹은....(노이즈)
12시 20분까지!
어차피 이 상황은 이벤트적인 거니까 설사 흽쓸린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그래도 마지막은 멋지게 마무리짓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 법이지요.
다시 군세가 줄어들어 그녀의 머리의 용량에 어느정도 여유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그녀의 입술이 떨렸습니다.
지금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되내이면서도.
"지* 하지마, *년아!!"
마지막 남은 군세이자. 이것이 진짜 그녀의 스페셜 스킬. 그녀는 남은 군세를 일제히 소용돌이에 부딪히게 했습니다. 그저 무식하게 상쇄할 생각인걸까요. 하지만 평상시라면 레이버 본체를 공격하려 했을 그녀였으나. 군세의 움직임은 누가봐도 레이버보단 그저 공격의 상쇄에 집중한 모양새였습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을 아는 녀석이, 다른 누군가의 가족을 뺏어?!"
"너는 지금까지 얼마나 사람을 죽였는데!! 너한테 살려달라고 비는 사람들을 보며 아무것도 느껴본적 없어?" "세븐스들에게 시켜 어린 아이들을 죽이라고 시키면서! 그 사람들이 덜덜 떨면서 하기 싫어하는 짓을 하려는걸 보면서!" "네가 죽인 세븐스들의 자녀들의 눈에는!! 너야말로 테러리스트야 미*년아!!"
지금 뭐 때문에 화내고 있나요. 또 '저'를 생각하고 있나요?
"고독은 또 어떤데!! 그 아이들이 대체 뭘 했는데 서로 죽이면서 보검따위의 희생양이 되어야해?!"
"말해보라고 그 입으로! 아까의 아이들이 왜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 아이들 모아놓고 서로 죽이라고 하는 어디가 정의인지!"
집중. 소리치는 와중에도 수가 3분의 1까지 줄어든 군세들이 눈을 빛낸다. 그것들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 맹렬하게 일렁이며 폭발할 기세로 소용돌이를 막아내려했다.
잭은 안개의 나선을.... 타이들 웨이브의 반대로 최대한 빨리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개의 나선에 타 다시 한번 전력으로 레이바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물론 상쇄는 불가능. 하지만..... 적어도 다가갈 시간은 벌 수 있다! 동료들 역시 레이버의 스페셜 스킬을 막아내려 노력한다.
고통스럽다. 안개를 끌어올려 최대한 막아 보지만, 엄청난 힘에 그대로 밀려날 뻔하기도 한다. 하지만 견딜만하다.
하지만 잭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 걸음 헌 걸음, 레이버에게. 폭풍의 눈을 향해서....!
그리고...... 잭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함께했던 안개를 푹신한 구름으로 만들어, 레이버를 감싸 안았다. 부드럽게. 포근하게.
"미안해, 레이버."
다른 동료들처럼 말주변도 없고, 설득도 잘 못하고, 남의 고통스러운 과거에 잘 공감도 못하고, 바보이고, 멍청이인 잭이 할 수 있는 건, 죄를 묻거나, 정의를 논하기 이전에 레이버 역시 도움이 필요한 고통 받는 아이라는 걸 안 잭이 할 수 있었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