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활기차게 가고 싶었다. 웃으며 도착할 수 있겠노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에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도 막상 사건을 마주하니 입만 다물게 된다. 사람이 기가 차다못해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화도 낼 수 없다더니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해할 수 있어도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이를 공개처형 하겠다. 여기까지는 이스마엘이 가디언즈의 관점으로 바라보아도 그럴법한 이야기다. 이 세상은 인외마경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다만 글라키에스의 말대로 우리가 패배자라면, 대체 U.P.G는 무엇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인가? 에델바이스에게 있어 양자택일의 상황이 되었다 한들 차라리 처음부터 여론전을 벌였더라면, 신경쓰지도 않고 밀어붙였더라면 그런 존재라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함정을 넘어선 느낌입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린 것 같지 않은가. 날파리 하나를 잡겠다고 이렇게 불을 지필 필요가 있나? 이스마엘은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더 큰 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몰아넣기 위함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스마엘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았다.
언제 브리핑될까 하였더니 다름 아닌 지금이 바로 그때로군요!!!!!!! 적나라한 현장을 취재한 자료가 빼곡하고도 자세히 들어차 더러워 보이기조차 하는 수첩이 탁 소리가 나게 닫히며, 브리핑에 귀를 기울였던 저는 옅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래서 프로파간다는 싫습니다!!!!!! 진실을 왜곡하고, 그렇게 생성된 거짓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지어내는 일을 서슴지 않지요. 자유민을 보다 깊은 수렁의 꿈에 몰아넣는 우행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그릇된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처형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잘 꾸며진 프로파간다. 여기서 저희가 출동하지 않으면 또 다른 거짓이 프로파간다를 형성하고야 말 것입니다. 직접 출동하면 비록 위험성이 오를지언정 그러한 프로파간다를 막을 확률 역시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또한 공개 처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순간을 외면할 기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적어도 저는 거기서 제외해주십시오!!!!!
<레이먼드> "...이번 미션은 가고자 하는 이들 전원을 데리고 출동할 생각이야. 자세한 것은 이후의 브리핑에서 설명하겠다."
레이먼드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흉터를 손으로 매만졌다.
<선우> "...생불이라. 동양의 그거 말인가. 미안하지만 난 그런 존재는 아니야."
그에 대해서 로벨리아는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스마엘> "그래. 함정을 넘어선 느낌이야. 그건 나도 동감해. 그렇기에 특히나 더 위험한 느낌이야."
어쩌면... 이라고 말을 잇긴 했으나 로벨리아는 특별히 더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공통> 일단 전원 다 가겠다고 말하는 것에 로벨리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 대답을 예상한 것인지, 아니면 무모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는진 모르겠으나 일단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로벨리아는 에스티아를 바라봤다. 이어 에스티아는 마우스를 클릭하며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그 도시 지역의 지형지도였다. 지도에 따르면 도시의 안으로 철로가 연결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철로에 열차 표시가 하나 그려져 있었고, 열차 위에는 도시 쪽을 향해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임무는 에델바이스에서 기용할 수 있는 이 전원을 다 기용할 생각이야. 해당 지역은 가디언즈의 총 거점. 즉, 어설프게 너희들만 보내서는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고 역으로 죽을 가능성도 너무 높아. 그렇기에 우리 쪽도 그만큼 인원을 투입할 생각이다. 제 8 기갑 부대, 제 12 기습 부대, 제 14 포격 부대 등등. 여러 부대가 함께 이 블러디 레드를 이용해서 정면적으로 도시에 침투할 생각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소동을 일으켜서 최대한 가디언즈를 퍼뜨리게 할 생각이야. 보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걸릴 가능성도 크겠지. 그리고 그 보검을 가지고 있는 이는 나와 아스텔, 에스티아가 상대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스텔도 에스텔도 너희들에게 붙여줄 수 없어. 그러니까 오로지 너희들의 힘만으로 해결해야 할 임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아무튼 작전이 시작되면 너희는 도시 중심부를 달려라. 그렇게 달리면 머지 않아 U.P.G 건물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을테고 처형대에 도다를 수 있겠지. 허나 가디언즈도 바보는 아닐터다. 최소 보검 세븐스 한 명과는 무조건 부딪칠 거라고 각오하고 있도록. 그게 누가 될진 아무도 몰라. 어쩌면 너희들이 이전에 교전한 글라키에스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시간을 끄는 사이, 어떻게든 너희들은 아이들을 구출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허나 만약 구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퇴각해라. 알겠나?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을,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불나방으로 쓸 순 없어."
그 부분은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질문이 있나? 있다면 지금 하도록. 그리고 준비가 되는대로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하도록. 작전 시각은 정오. 12:00이다. 그때 블러디 레드가 침투하게 될거고 바로 도시 여기저기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가디언즈를 최대한 분산시킬 생각이니 너희들은 다른 이들을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U.P.G의 건물 앞으로 달리도록.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임무는 아이들을 재탈환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보검을 가진 간부클래스와 충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테니 그 점은 명심하도록."
만약 질문이 더 있다면 로벨리아는 대답해줬을 것이다. 아무튼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이동을 하면 꽤 조용한 숲 속으로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 근처에는 U.P.G 본부 건물이 있는 도시의 입구가 보였을 것이다. 꽤 멀리 있긴 하지만,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은 하얀색 건물도 보이긴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곳이 U.P.G의 본부 건물이 아니었을까?
함정이든 아니든, 아이들을 처형할 생각이라는 간 확실했기에 너는 더 이상의 질문 대신 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또 그 장소에 아이들이 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반드시 구해서 돌아와야만 해. 작전 시작은 정오, 곳곳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공격이 시작되면 그 틈을 타 U.P.G의 본부로 간다. 작전 내용을 되새기며 워프게이트에 들어서니 도착한 장소는 조용한 숲 속, 저 너머로 보이는 흰 건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치가 발각되지는 않았을까, 누가 매복해 있는 건 아닐까. 감각을 곤두세운다.
에스티아의 자료와 로벨리아의 브리핑을 모두 숙지한 그녀는 잠시 지도를 응시했다. 어쩌면 최종전 때에나 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곳을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이야. 정말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르는 구나.
"분명히 하나는 있겠지.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될 거야. 죽을 각오를 하고 가지만,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
누구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시선이 어느 누군가를 응시하다가 멀어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전을 상기한 후 회의실을 나가 워프를 타러 갔다.
익숙한 워프게이트를 넘어가자 역시나 익숙한 숲의 풍경이 나온다. 조금 근처로 걷자 저 멀리 도시의 입구와 하얀 건물이 보인다. 저기인가. 사진이 아닌 실물을 멀리 보니 참 아득하면서도 코앞 같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하얀 건물의 꼭대기 즈음을 보다가, 돌아서 게이트를 나온 이들 중 몇몇을 툭툭 건드렸다. 쥬데카에게는 가볍게 쥔 주먹으로 팔뚝을 툭. 이스마엘에게는 어깨를 몇번 토닥인다던가.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후, 장갑을 당겨 고치며 중얼거린다.
이어지는 말은 없다. 침묵을 뒤로 이스마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브리핑은 구출에 중점이 된 듯싶지만 결국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음 또한 공연히 못박는다. 이스마엘은 마음을 다잡고자 했다. 앞날이 막혔다면 뚫고 나아가면 되는 일이다. 이고가는 사람이 하나라면..
"상관, 부디 몸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이스마엘은 사람 좋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째서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불현듯 스친 생각은 노이즈처럼 흩어진다. 결국 이스마엘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워프게이트로 이동한 자리에서 어깨를 토닥이는 느낌에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모티콘 하나를 띄웠다. 😊.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질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작전 시작전까지 매복하는 장소에서 쥬데카가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해서 탐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입구조차도 딱히 경계하는 인원이 없다시피 했다. 마치 그것은 모두를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함정일테니 당연할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쥬데카는 절대로 좋은 예감은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도시 부근에서는 뭔가 진득한, 마치 진흙처럼 끈적한 악의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내 시간이 흘러 12:00이 되었다. 블러디 레드가 철로를 향해서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이내 그 블러디 레드가 안으로 들어서자 도시 쪽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총을 쏘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눈이 좋은 이는 아스텔이 하늘로 날아올라서 가디언즈 병력 몇 명을 단번에 저 멀리 날려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에스티아가 날린 것으로 보이는 드론이 떠올라 연막 같은 것을 투하하는 모습 또한 눈이 좋은 이라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연막은 이내 입구 쪽에도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괴음과 함께 전봇대 하나가 무너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려왔고 총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아무래도 작전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생한 보도를 위해서 사용되는 무인 카메라 드론이 여기저기에 떠 있는 것을. 딱히 무기는 달려있지 않았지만 그 드론은 여기저기에 퍼져서 지금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모든 것을 그대로 담겠다는 듯이, 방해하는 일 없이. 그저 조용히.
-가라. 제 0 특수부대.
그리고 모두에게 무전으로 로벨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출격을 명하는 목소리였다.
만약 앞으로 달려나갔다면 중간 지점에서 아직 분산되지 않은 가디언즈가 근처 건물 여기저기에서 등장해서 총을 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보검의 힘을 사용하는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선우는 곰곰히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자신의 능력은 약하다. 물론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간편한 능력이지만 염동력, 독, 광폭, 무의식 조종처럼 강하고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과는 다르게 그의 세븐스는 편하지만 결국 도라에몽 주머니다. 그러니 다른 동료들의 원활한 진입을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12시가 되자. 블러디 레드는 도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이내 폭발 소리와 총성이 울려퍼지고 다른 쪽에서는 불이라도 났는 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새 같은 무엇인가가 다른 것들을 멀리 날려보내니 아마 아스텔일 것이다. 연막을 뿌리는 저 드론은 아마 에스테아의 것이겠지.
작전이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달고 있는 드론들이 이곳저곳 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의 위치를 알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함인 것 같아 하나하나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무서운 건 정보들이니까.
선우는 앞으로 달려나가 아공간을 이용해 건물 여기저기에 있는 가디언즈의 뒤로 이동한 다음 둔기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놈들은 위협적이진 않으나 놈들의 총소리가 동료들을 부를 것이고 그러다보면 보검 사용자도 부를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매복한 적은 없는듯 했지만 저만치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은 마치 네가, 제 0특수부대가, 에델바이스가 뛰어들기만을 기다리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악의, 반드시 없애버리고야 말겠다는 듯한 그런 감각에 너는 몸을 떨었다. 물론 그런 불안감은 네 팔을 툭 건드리는 느낌과 함께 많이 사그라들었다. 잦아드는 떨림에 팔목을 손으로 꽉 붙잡던 너는 철로를 달리는 열차의 소리, 공중에 떠오른 아스텔, 에스티아의 드론이 흩뿌리는 연막을 귀와 눈에 담았다. 비명소리와 굉음이 퍼지지만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출격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너는 마치 짓눌리던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땅을 박차고 달렸다. 아직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가디언즈들의 탄환 사이로 검게 물든 헬멧과 무장으로 몸을 감싼 너는 달리고 있었다. 앞을 막아서는 게 아니라면 아마 보통의 병사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으리라, 그게 아니라면야...땅에 끌리며 불똥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체인이 파열음을 내던 체인이 그 목을 휘감아 내동댕이치려 했으리라.
경계하는 인원이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이스마엘도 잘 알고 있었다. 철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블러디 레드와 함께 작전이 시작됐다. 연막, 굉음, 전투에서 비롯된 비명……. 이스마엘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무인 카메라 드론. 이스마엘은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 전, 노이즈 너머로 중얼거렸다. "페이시."
[여러분의 친절한 페이스 재밍 서비스 AI, 페이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페이시, 미디어 재밍 서비스." [트랜스휴먼 법 2조 15항에 의거하여 안내문구를 출력합니다. 현재 고객님은 신체를 기반으로 한 칩셋형 서비스 이용을 이용하고 계십니다. 과도한 재밍은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범죄에 악용될 경우 자동적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해와 장애의 경우 국가와 자회사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이스마엘의 경우 출력 되는 미디어에서도 얼굴이 보이지 않겠지만 수준 높은 기술자가 나설 경우 재밍됭 얼굴을 복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려오는 손을 뒤로 이스마엘은 숨을 고른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당장 주변에 있는 드론을 염력을 통해 박살내기 위함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스마엘은 미디어에 자신이 담기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스마엘의 이모티콘을 본 그녀는 싱긋 웃어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생각을 지탱해주듯. 쥬데카는 떨고 있는 듯 했지만, 아마 괜찮을 것 같았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 정오가 되고. 블러디레드가 철로를 가로지르며 도시로 침입한다. 그것을 신호로 적막하던 도시엔 폭음과 비명과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시작된 아수라장. 그 위를 날아다니는 에스티아의 드론과 아스텔의 모습을 자리에서 눈에 담는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무인 카메라 드론의 존재도.
"치사한 짓거리는 다 할 모양이야."
흥. 작게 코웃음을 친 그녀는 로벨리아의 음성이 무전으로 들리자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연막이 흐르는 입구의 근처까지 가서 모조 보검의 무장을 전개시키자 늘 걸치던 방어구가 둘러지는데, 오늘은 새하얀 색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무장에 무기마저 흰 깃발이었다. 하얀 바탕에 붉은 에델바이스가 그려진 깃대가 긴 깃발. 그것을 들고 돌입하며 총성이 들리면 깃발을 휘둘러 막는 것에 그친다. 그저 공격을 막으며 목표 지점은 건물까지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