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하는 모습, 그 나이대의 아이다워 보인다고 하면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일까요? 사사로운 감상은 접어두고 저는 인터뷰이의 답변을 수첩에 옮겨 적는 데 집중했습니다. 루시아 씨가 집중을 잃지 않도록 대부분의 순간은 눈을 마주치며 중간중간 적절한 호응을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물론 호응이란 예, 그렇군요, 과연, 간단하게는 고개를 끄덕이는 일 따위의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짧은 대답 또는 시늉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답변을 다 듣고서 "과연, 그러하신 분이었군요." 하며 양순히 대답하는 지금과 같은 행동을 말하는 것이지요. 감정을 섣불리 담지 않으되 다만 편안함과 존중을 담음으로써 나는 당신의 귀한 설명에 경청하고 있습니다- 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련의 언행입니다. 장황히 말했으나 인터뷰어의 기본이네요!!!!! 한 발짝 진실로 더 다가서는 순간이란 어쩌면 이리도 질리는 일조차 없는지!!!!!!!!!
"수첩에 말입니까, 아니면 기사로? 글쎄요, 루시아 씨는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기사란 진실을 안내하는 이정표, 기자는 이정표를 세우는 장인으로서 그것을 깨끗하고 올바르게 세울 사명을 등에 인 자. 정답을 묻는다면, 엉성한 주관으로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답했겠지만- 분위기를 살펴 한번쯤은 질문을 던져두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을 건들고 있음은 숙지합니다, 아주 충분히요. 그러니 긴장을 이완하도록 보조하며 지금과 같은 인터뷰를 할 필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궁금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기엔 거리가 먼 이 '세븐스'는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도 필요에 의해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하면 과연 기꺼이 가담할 수 있을지. 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극히 편안하게 루시아 씨를 기다렸습니다.
어서 오세요! 레레시아주! 체크할게요! 그리고 김에 묻는건데, 레레시아는 혹시 원하는 악세사리 같은 거 있을까요? 그러니까 협동 스페셜 스킬을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스텔의 세븐스를 소량 담은 그런 느낌의 악세사리를 제공하려고 하는데. 아스텔은 아무래도 같이 전투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로벨리아에게 보고된 사실. 그것은 로벨리아의 표정을 상당히 굳게 만들었다. 일단 어느 정도의 검토 후, 로벨리아는 제 0 특수부대원 전원을 소집했다. 이번에도 긴급 미션이라는 것으로 보아 평소 수행하는 자잘한 미션과는 다르게 상당히 긴박하고 중요한 미션임은 분명해보였다. 다만 레레시아의 경우는 잠시 에스티아가 불러서 아스텔이 의뢰한 것이라고 하면서 아스텔의 세븐스가 소량 들어가있는 팔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녹색 보석이 박혀있는 은색 팔찌는 그녀의 손목에 딱 맞았고 핵심인 녹색 반지 쪽에선 그의 세븐스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처럼 연플을 했으니까 그냥 합체 스페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스텔은 같이 동행하는 일이 없으니 형평성과 개연성을 위해서 이렇게! 다른 이들도 다 연플이건 우플이건 찍으면 사용 가능해요.)
아무튼 회의실에 도착하면 이번에도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로벨리아의 근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아스텔은 로벨리아의 바로 옆, 그리고 에스티아는 노트북의 앞이었다. 이내 모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로벨리아는 언제나처럼 스크린에 떠 있는 화면을 레인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전, 글라키에스의 손아귀에서 아이들을 구출했던 점은 다시 한 번 수고가 많았다. 하지만 너희들이 구출한 아이들 중에서 가장 정신 오염 상태가 심했던... 그러니까 마음이 제대로 파괴되었던 아이들은 따로 치료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시설에 맡겨서 치료를 하고 있었으나... 며칠 전, 그 시설이 가디언즈에게 습격당했고 그 시설을 지키는 제 2 치료부대원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했다. 그리고 그 한 명도 바로 어제 숨을 거뒀어. ...그 마지막 한 명이 가디언즈의 전언을 가지고 왔어. 'U.P.G 본부의 앞에서 살인죄에 근거하여 그 아이들의 공개처형을 하겠다.' 그 사실이 우리 쪽에 전달이 되도록 일부러 살려두고 본부로 가도록, 혹은 보고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덧붙여서 지금 U.P.G 본부가 있는 도시에는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영상을 적절하게 편집해서, 세븐스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등으로 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이어 로벨리아가 에스티아를 바라봤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었고 이내 이 거점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도시의 풍경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 중 화면에 가장 핵심적으로 잡힌 것은 참으로 높게 치솟은 하얀색 건물이었다.
"이게 U.P.G의 본부 건물이야. 말 그대로 우리들에게 있어선 적의 총거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바로 이곳에서 공개처형을 한다는 모양이고.. 어제 그 처형을 위한 시설이 완성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 십자가 모양의 장치에 걸어놓고 죽여버리는 이른바 말 그대로 공개처형이야. 아마도 처형 날짜는 오늘이라고 봐도 되겠지. 솔직히 말해서 이건 함정이라고 봐도 좋을거야. 만약 우리가 응한다면, 우리는 U.P.G의 본부까지 처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 허나 반대로 우리가 응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선전도구가 될거야. 결국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니 뭐니 해도 결국 말뿐이었다는 식으로 말이야. 말 그대로 어느쪽을 선택해도 우리에게 있어선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야."
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로벨리아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희들은 어쩌고 싶지? 참고로 나는 구하러 갈 생각이다. 함정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공개처형을 당하는 것을 두고볼 순 없어. 허나 이번 미션만큼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미션이야. 그러니까 출동을 강제하진 않겠어. 어쩌고 싶지?"
선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목숨걸고 글라키에스와 싸웠고 운 좋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으며 숨 쉴때마다 폐조직 하나하나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들은 세븐스 아이들을 구출했다. 아이들은 이제 걱정할 필요 없고 부모님께 돌아가 행복할 일만 남았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가디언즈에게 납치당했다. 놈들은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망쳐놨으면서 이제는 그들의 미래까지 빼앗으려고 한다. 원래 선을 넘은 녀석들이지만 이번에는 선을 제대로 넘었다.
"대장, 난 대장이 가끔이 생불이 아닐까 생각해요. 진심이에요."
로벨리아는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가디언즈의 만행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평화를 말하며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고 있다.
"대장, 우리는 항상 목숨을 걸고 싸워왔어요. 이것도 똑같아요. 항상 하던 일이에요."
블러드 레드때부터 에델바이스는 뻔한 함정에 뛰어들었고 레이버 때부터 그들은 위험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별 다를 바 없다 믿으며 주먹을 쥔다.
개인실에서 가볍게 무언가 끄적이고 있던 중, 긴급 미션이란 메세지를 받고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 긴급이란 단어가 붙은 만큼 서둘러야 할 것 같았으니까. 다행히 바로 나갈 수 있는 차림이라 허리에 모조 보검인 장식만 두르면 되었다. 서둘러서 가니 먼저 에스티아가 부르길래 다가가자 팔찌를 하나 받았다. 아스텔의 세븐스가 담긴, 아스텔이 의뢰한 것이라며. 이런 걸 줬다는 건 적어도 이번 미션은 동행하지 못 한다는 거겠지.
"음- 고마워. 에스티아."
일단은 만들어 준 에스티아에게 감사를 표하고 손목에 팔찌를 채웠다. 검은 장갑 위를 뱅그르 도는 은색 팔찌의 녹색 보석을 한 번 쓸어보고, 이내 미션의 내용에 집중했다.
지난 번 미션으로 구출한 아이들 중 일부가 다시 잡혀갔단다. 아이들을 치료하던 부대는 한 명 남기고 전멸. 그 한 명도 어제 사망. 그리고 아이들은 세간에 선동을 일으키는 도구로 쓰이고 오늘 처형. 분명 도발이자 함정일 그들의 행태에 절로 미간이 찡그려졌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어쩌겠나. 난 가겠어. 가서 그대로 죽더라도 끝까지 신념은 지키다가 가야지. 물론 안 죽게 버티긴 하겠지만."
배신감 느끼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 말은 조용히 속으로만 읊조리며 다시금 손목을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