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어라?????? 저는 적잖이 희한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목적한 바의 피사체를 비췄을 터인데, 배경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현상입니다!!!! 지금껏 수없는 취재 대상을 만나고 겪었습니다만, 이러한 경우는 실로 처음이군요! 당황은 금시에 호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그렇네요." 하며 얼떨떨한 듯이 멍한 낯으로 카메라를 내린 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가 아닌 육안으로 정상적으로 루시아 씨를 보았습니다. ...만지고.. 만지- ........만지고 싶다.보통 홀로그램과도 다르게 찍히지 않는다니! 만져지지 않을망정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그 정체를 씹뜯맛즐하며 정확히 확인하고 싶다!!!!! 저는 욕구를 인내심 있게 눌러두었습니다. 무례한 일이기도 한걸요. 참는 자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것입니다...........
"물론 버스트의 힘을 쓴 것은 당시 제0특수부대에 계셨던 분들이겠죠, 하지만 그 힘을 개방한 것은 다름 아닌 루시아 씨 당신이라고 아는데 혹시 제가 틀렸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것을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대단한 공적이라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족속들이란 한 가지 사건이 있을 시 만 가지의 시점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설령 정말로 그것이- '결정적'인 역할은 아니었을지언정 말이지요."
진실이란 꿈과 같은 것. 편협한 시각은 쉽사리 꿈을 일그러지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자를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공명정대한 시각으로 사건을 관찰하고 올바른 풍경을 안내할 저희 기자들은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존재합니다. 잘못 보는 것은 잘못이 아니나, 안내할 길잡이조차 없으면 저 가는 길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그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이 인류의 태반을 이룰 테니까요. 그것만은 매우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 기자들도 결국 인간이기에, 자신이 가진 치우친 시각에 휩쓸리지 않은 채 가능한 한 가장 올바른 길을 안내하기 위하여 육신과 영혼을 바칠 기세로 모을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정보를 모읍니다. 그러므로 저는 당신을 취재해야겠습니다, 의 뜻으로 저는 한없이 올곧은 눈빛으로 루시아 씨를 응시하였습니다. 혼탁한 눈동자는 무시해주십시오, 어쩔 수 없는 선천적 특성이기에........
"명함을 받지 못하시는 것은, 인지도가 있어야지 벌어먹는 직업인으로선 정말이지 아까운 일이군요. 그렇지만 흔쾌히 허락하셨으니, 그 대신으로 이 몸 바쳐 열심히! 한껏! 인터뷰해보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드디어 첫 번째 질문입니다. 본인을 어쩐지 완전히 독립된 객체가 아닌 '그녀'라 지칭하신 세븐스의 실체화라 이르시는데, 그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름부터 가지고 있던 특성까지- 기억나는 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부디, 편하게 말이죠."
인지도 타령 하며 적당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푼 다음 수첩을 들며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한두 번 해본 모양새가 아닙니다. 당연합니다, 정말 한두 번 반복한 게 아니니까요...!!!!!!! 쉽게 미소를 잃지 않는 것도 오랜 짬의 결과물이냐고요?! 음, 글쎄요!!! 저는 원래 잘 웃었습니다!!!!!!!
-사실 보검의 힘을 '사이버 엔젤'의 힘으로 증폭시킨 거라서 내가 개방했다고 하기도 조금 민망한걸. 그렇게 따지자면 오리지날 보검을 가지고 있는 아스텔이 자신의 보검을 복제해서 양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공이라고 생각해. 나는 에스티아가 보검의 부족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서 심어놓은 세븐스에 불과하니까.
일단 자신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루시아는 기분이 좋은지 헤실거렸으나 그럼에도 자신이 뭔가 크게 한 것은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인지. 아무튼 확실한 것은 루시아는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자신을 향한 질문이 날아오자 루시아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하면서 메사이아를 바라봤다. '그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루시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원래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세븐스. 즉 '루시아'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루시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루시아. 나이는.. 죽을 때 기준으로 14살이었어. 나하고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지녔어. 그야 나는 사이버 엔젤. 그 아이의 세븐스였으니까. 아무튼 특성..이라고 해도 뭘 맒하면 좋을까. 이번에 제 0 특수부대원들이 출동했던 그 '고독 의식' 시설에 있었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의 '리더'격인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지도 몰라. 가장 나이가 많았으니까.
그 존재의 세븐스여서 그런 것일까.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 루시아는 이야기하면서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래도 말할 것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루시아의 주절거림은 조금도 끝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죽음을 당한 이이기도 해. 아이들에게 싸우는 것을 가르치고 죽이는 것을 가르친 그 존재들은 조를 나눠서 서로 싸우게 했거든. 거기서 루시아는 싸움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글라키에스'를 감쌌었어. 그리고 결국 글라키에스를 감싸다가 죽어버렸어. 그리고 루시아를 죽게 한 그 남자아이는 이내 글라키에스에게 죽었지만 말이야.
그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이야기를 하던 루시아는 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대로 한다면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자신은 얼마든지 있지만, 목숨 버릴 생각은 없다. 그는 이미 곤궁한 일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갖게 된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고로 제 목숨이 충분히 아까운 사람이니 말이다. 단지 그 아까운 목숨이 끝나게 된다면 마지막까지 효율적으로 쓰고 버려야겠다 마음 먹었을 뿐.
"뭐 씨*,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해 본 거다. 존* 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껴 봐야 하니까." 이렇게 말 끝맺고는 슬쩍 몸을 옆으로 돌린다. 힘 줘서 한 방에 벌떡 일어나기는 여기저기 쑤시니 느적느적 옆으로 돌아서 천천히 몸 일으켜 앉았다.
"그래, *. 넌 누가 슬퍼할 것 같은데?"
꼭 이곳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더라도 살아온 인생 전체에서 누구 한 명쯤은 있지 않겠나. ……정말 아무도 없다면 유감이지만. 이야기가 어떻고 목숨이 어떻든 이제는 상태가 확연하게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져 몸 움직여 본다. 바닥 짚고 두 발로 서는 중에는 또다시 무어라고 욕지거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말까 했다. 그 지난한 과정의 끝에 그는 드디어 비실거리면서도 어찌저찌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벽면에 기대서 묻는 모습만 봐서는 방금 전까지 빌빌거리던 사람 같지 않게 말짱해 보였다. 겉만 그렇지 여전히 툭 치면 쓰러질 게 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