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때는 정말이지 굉장한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얼마큼 굉장하느냐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불만족 같은 건 없지만- 지금에 와서야 제0특수부대에 투입된 것이 자못 아쉽게 느껴질 정도의 굉장함이었습니다! 전업 기자로서 어떻게 보면 부끄러움입니다...! 그 광경을 직접 눈에 담지 못하고, 셔터에 담지 못하다니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진실을 좇는 기자에게는 단언컨대 현장 취재라는 무기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 사건에 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얻어낸 정보 중에는 일명 파워- 업- 을 시켜준 세븐스는 제0특수부대가 소지한 모조 보검에 깃들어 있으며, 보검에 대고 호출하면 모습을 드러낸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방법을 멀쩡히 알고도 진실을 향한 길에 주저할 메사이아가 아니지요!!!!! 당장 시도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분명, 루시아 라고 하였지요....... 그러니까, 루시아 씨, 계십니까? 귀한 시간 내주실 수만 있다면 종군기자인 저 메사이아 녹턴, 참으로 기쁘겠는데요......"
어째서인지 주교 지팡이인지 석장인지 모를 길쭉한 형태를 한 모조 보검을 보며 방 안에 있는 저는 간절하고 극진한 태도로 정중히 말 걸었습니다....... 벌써 녹음기 하고 메모장 하고 카메라 하고 준비랄 것 다 하였단 말입니다!!!!!!!! 이번 일을 기사로 내지 못하면 분명 저 앓아눕고 말 것입니다!!!!!!! 물론 더없이 특별한 기사를 놓친 크나큰 후유증으로요!!!!!!!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날아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보검 속에 쏙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루시아는 보검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고 그저 안에 깃들어 나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눈을 부시시 뜨고 메사이아에게 제공된 보검 속에서 쏘옥 튀어나왔다. 물론 루시아는 딱히 그녀의 보검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세븐스였고 그 매개체는 보검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의 보검에서 쑥 튀어나올 수도 있었고, 혹은 보검 밖에서 날아다닐 수도 있었다. 허나 지금은 보검 속에 있었기 때문에 루시아는 보검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완전히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 쌍의 천사 날개를 약하게 저으면서 공중에 붕 떠 있는 루시아는 그 작은 몸을 움직여 메사이아의 눈까지 올라왔다. 그 상태에서 눈을 마주치려고 하면서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야? 볼일이라도 있어?
시간을 내줄 수 있다면 정말로 기쁘겠다니.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은 분명했기에 루시아는 메사이아를 바라보면서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딱히 볼 일이 없었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답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루시아는 날개짓을 하면서 공중에 붕 뜬 채 메사이아를 두 눈을 깜빡이면서 빤히 바라봤다.
"나와주셨군요!! 이 종군기자, 참으로 기쁩니다! 그래서 말인데 갑작스럽지만,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가시겠어요?"
입수한 정보는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희고 고른 치열이 보일 만큼 환한 웃음을 띠며 천사 날개가 달린 자그마한 세븐스를 반겼습니다. 곧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제 눈가까지 들어올린 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할 법한 행동이었지만요!!!! 그렇지만 싫다고 하면 천천히 허락을 구할 생각이었고, 자고로 취재 대상이란 기자와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좋은 존재라고 압니다. 도촬도 아니니 딱히 나쁜 것도 아닙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있은 작지만 커다란 한 걸음입니다. 마치 눈앞의 세븐스께서 비록 생긴 것은 작지만 아주 커다란 공적을 이뤄내신 것처럼 말입니다!!!!!!
"볼일이야 있지요, 아주 중요한 볼일이 있고말고요! 다름이 아니라, 요전의 글라키에스와의 교전에서 몹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셨다는 정보를 입수한 계기로 기자로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여 감히 모셔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 제 인사가 늦었습니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0특수부대원, 동시에 종군기자로 활동하는 메사이아 녹턴입니다. 이름이 기니 아무쪼록 편히 '사야'라 부르시면 됩니다."
몸과 정신에 새겨진 깍듯함으로 거침없이 말을 잇던 저는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참, 하며 고개를 겸허히 숙이더니 두 손으로는 루시아 씨에게 무언가를 내밀어 건넸습니다. 제 이름과 직책, 그리고 연락처가 간단히 새겨진 정중한 디자인의 네모각진 명함입니다. 만나는 분마다 전해드리고 있지요...! 루시아 씨가 흔쾌히 받았다면 좋고, 받지 않았어도 시원시원 명함을 거뒀을 터인 저는 특유의 떳떳한 미소를 그리며 말을 이었을 것입니다.
"진실을 전하는 자로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인터뷰를 청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은 어디까지나 세븐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한 홀로그램 비슷한 무언가일 뿐이었다. 정확히는 '사이버 엔젤'. 즉 세븐스 능력으로 구현되는 존재일 뿐이었기에 아마 사진은 안 찍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굳이 찍겠다고 시도를 한다면 루시아는 찍게 해줬을 것이다. 정말로 카메라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볼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루시아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이라고 해도 결국 뭔가를 해낸 것은 다른 제 0 특수부대원이지. 자신은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한 것은 그저 조금의 힘을 부여한 것 뿐이었다. 결국 그 힘을 활용한 것은 제 0 특수부대원들이었기 때문에 루시아는 으음- 소리를 내다가 이야기했다.
-알고 있어. 보검을 제공받을 때 대충 소개하는 것은 들었거든!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버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 것 뿐이지. 그 힘으로 뭔가를 이룬 것은 제 0 특수부대원이니까 내가 결정적인 뭔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인터뷰는 제 0 특수부대원에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며 루시아는 날개짓을 하면서 좀 더 높게 떠올랐다가 다시 급강하하면서 다시 한 번 메사이아와 정면으로 섰다. 물론 그 크기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완전히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명함을 내밀자 루시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렇게 줘도 받질 못 해. 그러니까 내 원래 몸. 정확히는 나를 사용하는 세븐스는 이미 죽었으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세븐스가 실체화되어서 구현된 것 뿐이야. 그러니까 명함은 사양할게! 잡을 수 없거든. 아무튼 그래도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도 괜찮아. 뭘 알고 싶어?
릴리, 릴리 내일도 옆에 있어주겠니 설령 내가 밤에 빠져버린다고 해도 릴리, 릴리 너는 한낮처럼 맑은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해주겠니
나고 자란 빈민가에서 도망쳐 만난게 레지스탕스가 아니었다면 분명 추격에 잡혀 죽었을 것이다. 나 혼자 의식이 흐려지는 레레를 데리고 멀리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을테니까.
정말 운이 좋게 만난 레지스탕스에게 신변을 맡기고 레레도 늦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때에는 나도 정신을 차리고 세븐스를 썼지만, 어째서인지 레레의 옆구리만은 치유되지 않았다. 아무리 낫게 해도 계속 벌어지고 피가 흘러서- 그 틈으로 레레가 다 흘러가 버릴 것만 같았다. 안 돼. 이미 엄마를 잃었는데 레레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날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내가 쓰러지겠다며 휴식을 권하는 말도 못 들은 채 하며 사흘을 꼬박 레레의 치유 하나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겨우 의식이 돌아온 레레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엄마는... 이제, 없지...?'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두려움이었다.
레레는 그 말 이후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의식을 놓지는 않았지만 말을 걸어도 말로 대답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던 옆구리의 부상이 서서히 낫고 있었다.
그거면 돼. 지금은 그거면 다행이라며 레레의 회복을 돕던 중, 레지스탕스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들었다. 원한다면 안전한 마을로 보내 거기서 지내게 해줄 수 있다고. 마음 같아선 바로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살아가라는 걸 납득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레지스탕스에 합류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대장이 허락한다면 가능하다는 말에 나는 곧장 레레에게 얘기했다. 우리 같이 이 레지스탕스에서 뜻을 함께 하자.
그 때의 네 끄덕임 한 번이 내 역겨운 위선을 모른 채 할 수 있을 만큼 큰 반응이었다는 걸 너는 알까.
부서진 것은 이 세상뿐만이 아니라서 틀렸던 건 너였지만 거짓으로 다져진 세상이라도 미안해, 네가 계속 살아있어주면 좋겠어
몽롱한 정신 속에서 줄곧 느꼈던 건, 몸을 재로 만들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강렬한 고통의 열이었다. 몸의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거기로 나라는 내용물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도 있었다. 차라리 다 내보내면 더는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지 않을까. 그렇게 느끼면서도 결코 놓지 못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때 내가 눈을 뜬 건 사흘 만이라고 했다. 하루가 세 번. 72시간이 꼬박 지났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의식은 정신을 놓기 직전에서부터 이어져서 눈을 뜨자마자 잔인한 현실을 스스로 확인했다. 엄마는, 태어나 지금껏 살았던 세계는 이제 없음을.
전부 한 줌 재가 되어버렸음을.
그리고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분명한 건, 살았지만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이었다. 레지스탕스의 거점에서 몸을 회복하고. 라라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여 우리를 구해준 레지스탕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의 일원이 되고. 아무 것도 몰랐으니 말단으로 구르며 몸으로 머리로 어떻게든 배워나가는 모든 시간이.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전투를 위한 훈련을 할 때였다. 일시적으로 세븐스를 쓰는 것에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얼마간은 기초를 배웠다. 기초. 사람을 해치는 전투기술을 위한 기초는 세븐스보다 더한 거부가 몸 속 깊이부터 올라왔다. 자세를 잡는 것 만으로 오한이 들고 모조 무기를 손에 쥐기라도 하면 구역질이 올라왔다. 잘 먹지도 않아 위액이 대부분인 토악질을 하고 개인실로 보내지면 그 날은 온종일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자꾸만 그 날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어 벽에 머리를 박았고 요란한 총성이 내 귀에서만 반복되어 비명으로 그 소리를 덮어야만 했다. 그러다보면 나는 어느샌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었고, 그러면 라라가 와서 진정시켜주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다.
그러던 중에 들었다. 내 상태가 앞으로도 이대로라면 제대로 활동은 커녕 쓸데없이 시체 나오는 거 아니냐는. 나로 인해 유능한 라라가 발목을 잡히는게 안쓰럽다는.
어느 부분이 불씨였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단지 그 말들이 내 안에 불을 튀겼고 그로 인해 눈이 뜨이다 못 해 뒤집혔다.
라라시아에게서 에델바이스를 나가 둘만 살자는 말이 나오고 입원실 안은 더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말을 꺼낸 장본인은 그 무게를 버티지 못 한 듯이 고개를 떨구고 대답을 해야 할 이는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고만 있다. 숨 막히는 침묵을 깨는 것은 누가 될 것이었을까. 이어지는 그 시간이 괴로웠던 라라시아가 작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연 순간, 레레시아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앞서 흘렀다.
예상을 한참 벗어난 차분한 목소리에 라라시아는 긴장감도 잊고 눈을 크게 뜬 채 레레시아를 바라보았다. 꼭 닮았지만 금빛 눈을 한 그 얼굴은 그저 했던 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나가고 싶냐는 물음의 대답을. 라라시아가 쉽사리 하지 못 하고 있자 다 안다는 듯이 그 얼굴이 미소짓는다. 그리고 말했다.
"라라.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을 거, 다 알아...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얼마나 힘들게 한 말이었을지, 알지만 말야..." "레레...?" "알지만, 나는 나가지 않을 거야... 아니. 나가면 안 돼. 내 복수를 이룰 때까진..." "복, 수? 복수라니. 포기한 거 아니었어? 그 때 포기하겠다고 그랬잖아. 그만 둔 거 아니었어? 아니었던 거야?"
이제와서 다시 복수라니! 히스테릭한 외침과 함께 떨리는 두 손이 레레시아의 어깨를 움켜쥔다. 부상이 거의 그대로였기에 상당한 고통이 어깨부터 뻗치지만 레레시아는 신음 한 가닥 흘리지 않았다. 단지 낯빛 만이 창백히 식고. 떨림 없는 금빛 눈이 어깨를 움켜쥔 라라시아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