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try to break my fall, down this rabbit hole I go Who are you? I hardly know, I should think that I would Wake up What a disaster to be late for my own ball Wake up
(중도작성이...) 에만주도 간만에 느긋하게 힐링하고 온 것 같아 기분이 좋네. 나도 마찬가지지만 에만주도 이번 해에는 혐생이 격렬해서 항상 바쁘거나 수면부족으로 보여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내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그래도 일단 에만주가 소소하게 즐기면서 쉬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에요
생각할 것이 많았다. 각오할 것도 많았고, 감내해야 할 것도 많을 것이다. 시간도, 사람도 맞지 않았다. 현대에는 그 자리가 없는, 이젠 마땅히 전설 속에서나 그 자리를 찾아야 할 존재가 억지로 현실에 발을 구겨넣듯이 들이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쉬운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향락의 도시에서 술이나 따르는 바텐더 역할을 하며 누군가 억지로 만들어준 가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진짜 자리를 만들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건, 다른 무언가이건 억지로 구기고 비틀며 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테니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이,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가져다주는 안도감과 위안이 페로사에게는 너무 소중했다. 이것이 극적인 재회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도, 저 은하수같은 야경의 공제선 너머로 떨어져가는 노을과 그 위로 흐릿하게 떠오른 이지러지기 시작한 달 아래로 동글동글 뜬 눈과, 어딘지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또렷한 킹스 잉글리쉬로 쫑알대며 재잘대는 목소리, 이내 짓궂은 웃음과 함께 퍼대는 물보라마저도 모두 소중했다.
물 속에서 솟아올라와 한가득 물을 머금은 금발을 늘어뜨리고는 마치 물에 젖은 개가 물을 털어내듯 고개를 탈탈 털어 물기를 털어내던 페로사는 네가 퍼붓기 시작한 물보라에 "요 녀석이." 하고 장난스레 성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손을 휘둘러 제법 큰 물보라를 만들어냈다.
물보라를 피했건, 맞고 어푸어푸하고 있건, 다음 순간 페로사는 수영장 바닥을 박차고 가볍게 물장구를 쳐 네게로 다가왔다. 네가 도망치거나 밀어내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 그녀는 다시 너를 물 속에서 꼭 끌어안을 것이다.
치사하다며 미카엘이 쫑알거리는 소리는 또렷하다 못해, 아무리 많은 문화권의 사람이 있다 한들 공용적인 발음 사이에서 섞이려야 섞일 수 없을 정도였다. 정석적인 킹스 잉글리시를 제하고도 상류층 인사에게서 들을법한 고급스러운 어휘까지 다양하게 동원해가며 당신에게 열심히 불만을 표출했으니까. 그리고 일련의 어휘를 모조리 쏟아붓고 나서, 이렇게 된 거 자신도 나쁜 사람이 되겠다는 듯 물보라를 퍼댔으니 새 한 마리가 날갯짓하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페로사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아븝!"
찰박찰박 물을 떠내서 젖은 머리를 다시 젖게끔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물보라는 컸다. 겨우 앞머리를 넘겼다 싶었는데 다시 찰싹 붙어버릴 정도로! 미카엘은 졸지에 이미 젖었지만- 다시 쫄딱 젖어버린 사람이 됐다. 잠옷도, 제법 폭신한 모양새로 조그마한 웨이브를 지던 단발의 머리카락도 물을 머금고 일직선으로 쭉 뻗어내린 모습으로 당신을 쳐다보는 눈이 모나다. "치-이-사-해-" 한 글자 한 글자 끝을 죽죽 늘리며 다시금 불만을 표출했지만, 당신의 품에 들어가는 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미카엘은 당신의 품에 안겨 다리에 힘을 뺐다. 힘 빠진 다리는 물장구를 치지 않아도 물속에서 동실동실 반쯤 떠오르고, 그대로 물끄러미 고개를 올렸다.
새하얀 달이 보였다. 창백하고 동그란 달은 오늘이 보름이었음을 여실히 알려준다. 미카엘은 그런 달을 보며 모나던 눈을 누그러뜨렸다. 이렇게 장난도 치고, 애정도 확인하는 순간이 참 좋은데 보름이 오는 게 안 무서울 리가 있나? 그렇지만- 어려운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모두 쉽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괜히 아랫입술을 비죽 내민다. 정말이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해놓고 금세 또 이렇게 사색에 잠기다니! 물기를 털듯 고개를 살살 내젓고 팔을 앞으로 쭉 뻗더니 손만 휘적휘적 댄다.
"나는 페로사랑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어."
언젠가 기억 속에 흐려진 당신에게 했던 말이다. 나아는 세크메트랑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같이 있어줄 거지?"
고개를 돌려 말끄러미 당신을 쳐다본다. 창백한 원반 같은 눈동자가 고민이 아니라 순수를 담고 있었다.
어법...어버버버 어버버버버버 잠깐만 나 이런거 진짜 받아도 돼..?? 세상.. 세상에 로로야..? 로...로야...? 로로...야...? 아븝..븝..... 크리스마스 선물 정말... 정말 잘 받을게...😭😭😭 김에만 뭐하고 있어 당장 가서 끌어안지 않고.........
신이 떠난 도시에 속박당한 신세가, 자신에게 매여있는 운명 그 어느 것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신세가, 이대로 목줄이 채여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린 이 신세가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서 푼짜리도 못 되는 싸구려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기 몫으로는 걸맞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내 주제에 걸맞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목줄이 쥐인 채로, 담담히 흘러가듯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살얼음 위에서 너무도 평온하게, 언젠가 얼음물 아래로 잠길 날을 기다리면서.
그러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무언가를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상아색에 가까운 금빛을 휘날리는, 어린 왕자인지 사막여우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그러나 어딘지 익숙한 색깔을 하고 있는 무언가를, 무작정. 따라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이따금 헤매기도 했고, 살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몰골이 자기가 보기에도 무서워 자칫 도망가지 않을까 두려워도 했으며, 살얼음을 깨고 솟구쳐오른 상어에게 물려 만신창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이상할 정도로, 나는 지금 왜 이 무언가를 따라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냥 함께 있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살얼음이 깨졌다. 그 아래에 있는 물로 빠졌다. 거기에서 페로사를 기다리고 있는 물은, 살을 에는 얼음물이 아니라 신이 떠난 도시의 따뜻한 저녁 산들바람이 부는 수영장 물이었다. 마침내 따라잡아, 함께 부둥켜안은 채로 둥둥 떠 있는 너와 함께. "......" 수영장에서 서로만을 의지한 채로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는 정처없는 표류의 메타포처럼 보일 수도 있겠고, 실제로 객관적으로 두 사람의 신세를 생각하자면 그런 메타포가 마냥 부적절하다고 부정할 수도 없겠으되,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페로사는 마침내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을 찾아낸 듯한 따뜻한 행복감이 자신을 한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아무렴, 자기." 페로사는 손을 뻗어, 너의 눈썹을 넘어 눈 앞에까지 흘러내린 앞머리를 조심스레 걷어주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리고 그녀는 너의 이마 위에 꾹, 분명한 입맞춤을 남겼다. 사랑해,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네 이마 위에서 조용히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