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try to break my fall, down this rabbit hole I go Who are you? I hardly know, I should think that I would Wake up What a disaster to be late for my own ball Wake up
음... 아무래도 많이 바쁜 것 같네.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어.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감기에 걸리진 않았을까, 저번처럼 쓰러지진 않았을까 걱정이야. 그렇지만 늘 그렇듯 현생도, 만약 아프다면 병세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만약 그게 아니라면 25일까지는 기다릴 수 있어. 만약 그게 아니라면 여기를 놓았노라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소중한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 응.
모른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잃어버린 것도 많았고, 주어져야 하는데 주어지지 않은 것도 많았으며,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몰랐던 것들도 있었다. 도구로, 연장으로 쓰여지는 삶이 끝나고 나서야 자신의 삶에 비어있는 부분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처지였다. 영영 닿지 않으리라고, 내게는 기회가 없으리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것들이 문득 눈앞에 놓여서. 모르는 것이었기에 주저하기도 했고 겁내서 물러서기도 했으며 억지로 자신의 방식대로 해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페로사는 너와 보내는 이 순간을 가장 솔직하게 만끽하기로, 그렇게 정했다. 모르긴 몰라도, 오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그렇게 해서 멀리하기에는... 흉측한 이빨이 달린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앙증맞은 가시를 단 장미가- 그것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미가 되는 것만 같은 이 낯선 기분이 커다란 위안이 되는 것이다. 다름아닌 네가 이 여인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니 치사하다고 타박해도 어쩔 수 없다. 태평한 냉소주의 뒤에 잠들어있던 이탈리아계 혈통의 불같은 기질이 너를 위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을 스스로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때로는 들불처럼 일어나고 때로는 모닥불처럼 은은하겠다만, 밀거나 당기거나 튕기거나 하는 건 모른다.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것도 모른다. 결국에는, 내 마음을 열어준 네가 좋다- 너를 향한 모든 행동이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어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셈이다. 너를 꼭 안아오는 그녀의 단단한 몸뚱아리가 가운 너머로 따뜻했다. 푸르른 눈동자 너머로 네 창백한 눈동자가 비치는 게 보였다.
"굳이 의식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될 거야." 너의 연인의 대답이었다. 등을 쓸어주는 네 손길에 그녀는 더 느슨하게 끌러내려던 팔로 다시 한 번 너를 꼭 안아주고는, 다시 느슨하게 풀었다.
"─좋아." 새벽 산들바람이 퍽 시원할 것 같았다. 문득 너와 함께 다시 한 번 더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집의 뒷뜰이나 테라스로 떠나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페로사는 네 손을 꼭 잡아보았다.
점심 시간동안 잠깐 갱신해둘게.. 음, 일단 하고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요점만 콕콕 집어서 얘기하고 싶어. 건강은 좀 괜찮아졌을까? 어디 아픈 건 아니었구? 바쁜 건 좀 어떨까? 응. 이거 정말 많이 말해주고 싶었어. 만약 아팠더라면 조금 더 쉬길 바라구, 바빴더라면 지금은 많이 소강됐길 바랄게.
나는 로로주에게 늘 말했듯이 답레는 느즈막하게, 한달이 걸려도 쓰고 싶을 때 써서 줘도 된다고 했어. 비단 로로주만이 아닌, 최근 상판 참치 전체의 현생이 연말이기 때문에+복합적인 이유로 바쁜 건 이해하고 있고, 나는 현생을 더 우선시 하고 소강되면 그때 온전히 쉬면서 답레를 써도 된다는 주의거든.
그렇지만 앞으로 서로의 현생이 더 바빠질 수도 있고, 지금처럼 연락이 길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현생의 일을 어떻게 탓하겠어. 다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캐해가 흐려질 수도 있는 일이고, 종국에는 아예 어떻게 돌렸는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상황에 다다랐을 때, 그때는 답레가 로로주의 의무감이 되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전에 로로주가 내게 말했듯이 다음 장면이 떠오르지 않거나, 그 때문에 초조해지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나는 이 어장에 제법 애정을 가졌고, 로로주를 많이 아꼈어. 그래서인지 그간 많이 고민해왔고, 이번달에는 현생이 끝나서 갱신할 때마다 잠시 생각도 해봤네. 기다리는 동안 내가, 그리고 로로주가 지쳤거나 어장에 대한 애정이 떨어져서 오지 않는걸까 생각도 했고. 아무래도 상판은 무통보 잠수가 있기 마련이고, 최근엔 예민한 편이잖아, 응.
제안하고 싶은 건 세가지 정도야.
첫번째는 서로의 현생이 어긋나도 지금처럼 답레를 유지하는 거야. 한달에 한번, 혹은 2주에 한번.. 현생을 이어가면서. 잡담의 수가 줄어들거나, 캐릭터의 감이 조금씩 무뎌진다고 한들 이어가던 얘기는 소중하니까. 다만 기다리는 동안 지치거나 어장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듯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렵기도 하네.
두번째는 리부트에 가깝겠다. 지금까지 돌린 일상이나 풀었던 썰, 설정이 아깝지만 이대로 계속 캐릭터를 굴릴 자신이 없다면, 혹은 답레가 더는 떠오르지 않거나 에만과 페로사의 이야기가 흐려진다면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물론 어장에 대한 기력이 남아있다는 가정 하에. 캐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어서 이건.. 좀 어렵네.😐
미지막은.. 그런 두려움을 아예 차단하고자, 미연에 방지하고자 여기서 끝내기. 그렇지만 로로주나 나나 서로 갱신했다는 점에서 미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어. 물론 그게 아니라면, 현생을 감당하기 버겁고 상판과의 밸런스를 양립하기 어렵더라면, 언제든 그만하고 싶노라 말해도 돼. 미련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달려와줘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웠는걸. 현생이 버겁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단은 응, 이런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었어. 로로주는 어떤 방법이 좋다고 생각해? ? 어떤 결론이 나와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응. 부디 편하게 답해주길 바라. 좋은 하루 보내구.
몸은 괜찮아졌어. 이번 주 내로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은걸. 이젠 걱정할 필요 없어. 일도 조금 줄이기로 했고. 다만 앞으로는 최대한 저녁에 일찍 잠들고 하루에 무조건 7시간 이상은 자라네. 에만주는 그 동안 수면시간 잘 챙기고 있었어...?
에만주가 뭐라고 말해도 나는 뭐라고 항변할 수가 없어. 전후사정이 어떻게 됐건 먼저 일방적으로 사라진 잘못을 한 건 내 쪽이고.. 그렇지만 딱 하나 애정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서 최대한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이렇게 됐네, 미안해.. 에만주가 그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건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어.
잘못한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것을 고르는 게 미안하지만, 에만주가 내게 제안을 했으니까 의견을 내자면... 나는 세 번째만은 결코 고르고 싶지 않아. 아직 에만주도, 에만도, 그 이야기도 너무 좋아해. 정말이야.
퇴원이라고 했던 걸 보니 아팠던 걸까.. 나는 수면시간.. 응, 잘 채웠지만, 로로주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네.😔 일이 많이 바빴다니 이해할 수 있어. 그렇지만 너무 무리하게 만든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지금부터라도 하루에 7시간씩 자고 푹 쉴 수 있으면 좋겠어..
아직 3번째는 고르고 싶지 않구나. 선택해줘서 고마워. 나도 로로주도, 로로도 좋아하니까. 으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병명을 말하면 불필요한 걱정을 살 것 같지만... 단순 고혈압인 줄로만 알았더니 뇌혈관에 조금 문제가 있었어. 경미하게 끝나서 천만다행이지.. 수면시간 챙기려다 포기했었는데 이젠 진짜로 챙겨야 할 것 같아. 퇴원하고 나서도 약도 꾸준히 먹고. 날 무리시킨 건 에만주가 아니라 썩어빠진 세상인걸... 그러니 혹시나 그걸로 걱정하진 말구. 응.
두번째도 에만주가 그렇게 달가워하지는 않는 것 같고, 나도 에만주가 좋아할 만한 새 캐릭터를 짤 자신이 없어서 👀 흐려진 캐릭터는 다시 정주행하면서 떠올려낼 수 있고, 그렇게 흐려지지도 않았고, 나는 계속 여기 오고 싶으니까. 에만주만 좋다면, 정말로 예전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예전처럼 계속 해나가고 싶어. 괜찮을까...?
스네구로치카는 모닥불 위를 뛰어넘었을 때 아스라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지만 미카엘은 당신의 따뜻한 품에서 녹거나 아스라이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바다처럼 푸르른 눈동자를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창백한 눈동자로 마주하며 눈꺼풀을 좁히고 휘어 보였다. 어떻게 보여야 사랑스러운지 아는 존재였기 때문인지, 아치처럼 호선을 긋는 눈동자를 뒤로 입매도 같이 휘어 오른다. 아이처럼 말갛게 미소를 짓고 나면 당신이 사람도, 늑대 인간도 아닌 연인의 관점에서 답을 건네온다. 달콤한 말에 폭 빠져버린 듯 미카엘은 사랑스럽게 뺨을 비비곤 안아주는 팔의 힘을 온전히 느끼듯 눈을 잠깐 내리감는다.
당신은 정말이지, 든든한 존재다. 세상의 그 어떤 무서운 것이 다가와도 당신의 너른 등 뒤로 숨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만 같다. 오늘 무시무시한 일이 있긴 했지만 이제 두려워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미카엘은 매사 부정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며 최악의 상황부터 가정하는 삶을 배워왔지만, 이번에는 과거 느림의 미학을 배웠듯, 이번 일에서도 새로운 미학을 배울 것이라고 시선을 달리해볼 것이다. 모두 당신의 연인이기 때문이었고, 부엉이가 아닌 미카엘이라는 존재였기 때문이며, 당신 앞에서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추우면 얘기해야 해. 알겠지?"
바깥의 바람이 창을 타고 들어왔을 때, 춥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이 손을 꼭 잡아올 적 미카엘은 잡힌 손을 잠깐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대로 깍지를 껴본다. 손의 크기 차이 때문인지 깍지를 끼기 위해서 손가락의 틈새를 조금 더 벌려야 했는데, 이 느낌이 퍽 새로운지 시선을 한참이고 떼지 못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거실과 연결된 수영장의, 방탄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열 때도. 산들바람이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흔들어 뺨을 간지럽혔을 때가 돼서야 팔을 들어 당신의 손등을 자신의 뺨 근처로 가져다 댔을 뿐이다. 뺨을 조심스럽게 비비며 온기를 느껴보던 미카엘이 다시금 말갛게 웃었다. 시선을 굴려 마주한 수영장의 물은 고요하고, 새벽을 잔뜩 머금어 새까맣다.
"아참.. 누울 거면.. 썬 베드는…… 저기 있어."
두 개. 거리가 조금 떨어진 이유는 법적 보호자와 집주인의 사이가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집에 오긴 했지만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다 끝내니 이 시간이네..🤦♀️ 지금쯤 푹 잠들었기를 바라. 수면시간은 정말 잘 챙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본인 몸을 가장 우선시 해달라구..!🥺 로로주 정말 걱정이니까.. ;-; 병원밥도.. 맛 엄청 없을 텐데 퇴원하면 맛있는 거 먹자.. 약속..(?)
네마: 까먹은 거야..? (눈 동글) 네마: 으응, 고마워.. (맥주 빠안) 그런데 빌은.. 네마: 맥주가 좋아.. 아니면 다른 술이 더 좋아..? < 갑자기 나오는 양자택일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한 것이 11시경. 그 다음에는 회진오신 의사쌤이 깨우셨다... 어버법... 퇴원 준비 중에 잠깐 갱신할게. 말이 퇴원이지 한동안 병원 들락날락거려야 하긴 하지만 👀 응, 퇴원 기념으로 맛있는 거 먹으려고. 알기에 저러는 것... '아니 그거 말고 빌이 먹고 있는 그거 줘'라고 하시거나 빌이 냉장고 뒤적대는 사이에 빌이 마시던 캔 뺏어마시면 됩니다 (나쁜거 가르치기)
아직도 말도 없이 늦어버린 게 너무 미안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같이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뻐. 에만주도 추위 조심하구, 몸 조심하구.
빌라르: 뭐... 그렇다고 해두자고. (착잡) 빌라르: 상황따라 기분따라 다른데, 지금은 딱히 각잡고 취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서 말이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와, 미카엘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아마도 엘리시움의 샹들리에 아래에서, 손님과 바텐더로 마주보고 앉아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얄팍한 한담이나 나누다가, 서로를 장난삼아 조금 희롱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멀어져 가는 그 정도의 시간일 것이라고. 그런데 너와 나누는 시간이 예상보다 너무, 훨씬 더 깊숙이 박혔다. 애초에, 당신과 내가 보낼 시간은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고, 굳이 그 순간을 되새기며 충분한지 아닌지 선을 그어놓고는 가슴이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을 머리로 억지로 내린 그 순간부터 이미 너무 깊이 박혀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다- 서로 어지간히 멀어져서, 또 가시 박힌 자국 하나로 남으리라고, 흉터라고 할 것도 없는 크지 않은 자국으로 흐려져 멀어져가리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박힌 게 가시가 아니라 씨앗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눈치도 못 챘는데 어느샌가 쑥쑥 자라버려서는, 장미 씨앗인데 바오밥나무보다도 훨씬 더 깊고 질기게 뿌리를 내려서 결국 이렇게 한가득, 낯선 이름의 꽃을 피워버리고 만 것이다. 왼쪽 어깨를 뒤덮은 켈트무늬 문신들이 이루고 있는 창살 한가운데, 미카엘이 피었다. 그 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득 지킨다, 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경우에 따라 자칫 거만하고 오만할 수도 있는 단어였지만,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이 둘도 없이 소중했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이 도시가, 이 세상이 그것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뿌리내린 꽃의 잎이 얼마나 쉽게 상처입을 수 있을까. 손 안에 쥐인 이 부드러운 손이 얼마나 쉽게 상처입을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면 힘이 모자라서 그런 것일 뿐이다.
무언가 욕심나는 게 생겼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온전히 갖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게 생겼다.
너는 그녀의 손을 쥐어본다. 손가락들은 길쭉할 뿐만 아니라 크고 억세다. 페로사의 커다란 신체를 감안해봐도 조금 큰 손이다. 굳은살과 힘줄이 아로새겨져있는 그것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손이라기보다 무언가를 꺾고 부수어뜨리는 연장에 가깝다. 열심히 노동한 삶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된 순간들을 헤쳐나온 순간이 역력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딱 하나, 그 손을 쥐는 것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그 손이 참 따뜻하다는 사실이었다. 뺨을 파묻어보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페로사도 네가 그 손을 들어서 자신의 뺨을 거기 갖다대는 것을 느꼈는지 너를 곁눈질로 돌아보고는, 웃는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눈웃음이다. 저녁 산들바람도 아직 훈훈한 바빌론 시티의 가을이 아니라 이름 모를 극지의 눈바람 한가운데서도 따뜻할 온기가,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던, 자기 자신에게도 그런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온기가 거기에 있다. 그녀는 네 뺨을 한번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그리곤 눈웃음이 조금 장난기를 띈다. 그녀의 발은 수영장 가의 가까이에 멈추어섰다. "눕기엔 조금 덥고, 누우면 잠들어버릴 것 같은데- 아직 좀 더 같이 놀고 싶은데, 자기." 그리곤 반응할 틈도 없이, 따뜻하고 억센 팔이 네 어깨를 폭 감싸안는 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세상이 휙 뒤집어지나 싶더니, 텀벙 하는 소리가 반쯤 꼬르르륵 하며 잠기는 소리가 된다.
물 속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가득 천진난만한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마치, 살아오면서 여태껏 짓지 못했던 미소를 지금 짓는 것처럼. 누렸어야 했으나 빼앗겼던 것을 되찾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 다른 형태로나마.
그러니까 이제 이게 그건거야 나이차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은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거나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의식이 기저에 있는 거지.. 지금은 저리 되었(?)지만 어찌됐건 한 때는 렌고쿠 같은 대쪽같은 맑눈광이었고 아직 유교맨 구석이 남아있는 것도 그 시절 영향입니다
왜 버버거리구 있어. (쓰담다담) (지퍼앞섶 열어주기) 아 푹 잤구나. 원래 쌓인 잠 몰아서 자고 나면 머리 부팅이 늦는 거야. 머리 쓰는 것보단 좀더 여유롭게 퍼져있으면서 밍기적대다 천천히 일어나는 게 좋더라구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나 에너지드링크 한 잔이 있으면 더 좋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어쩌다가 이렇게 푹 빠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무시무시한 저격수로 하여금 맺어진 인연부터 시작해 당신을 마주할 때마다 어딘가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무언가 스쳤을 뿐이다. 그것이 무슨 기억인진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과거가 겹친단 이유로 당신을 마음에 품은 건 아니었다. 호감을 조금 더 샀냐고 묻는다면 조금이나마 지분이 있겠지만. 당신에게 미카엘이 바오밥나무보다 더 깊고 질기게 뿌리를 내렸다면, 미카엘에게 있어 당신은 기억 한 뿌리에 정확히 내리꽂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절대 놓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크고 억센 손을 쥐었을 적, 무언가를 부수는 것이 어울리는 고됨이 아로새겨진 느낌에 오늘 있던 일을 떠올린다.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 하고자 하는데 방해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카엘이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어른뿐이다. 그렇다고 아이는 착하냐 묻는다면 아이도 자라서 나쁜 어른이 되는 싹에 불과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도사리는 도시인데,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순식간에 꺾여버리는 건 아닐까.
에만의 시점으로 갈아엎을 생각을 한번, 앨리스의 시점으로 그냥 알아서 파멸하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을 한번, 끝내 자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겠거니 생각하며 따스한 온기를 느껴본다. 따뜻한 손이 마음에 드는지 마주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던 두 눈이 느릿느릿 감긴다. 삶의 고됨이 묻어나는 손과 달리 파묻고 비벼대는 볼은 아직 어린 나이임을 실감케 하듯 말랑하고 부드러우니 솜털 보송하다. 뺨을 부드럽게 쓸어주자 미카엘은 자그맣게 웃는 소리를 냈다. 아이 같은 웃음소리였다.
어제는 내가, 오늘은 당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이 무시무시한 도시에서 들리기엔 적합하지 않은 소리지만 괜찮다. 이 정도 사치는 부려도 괜찮을 것이다. 사치를 부리는 것이야말로 이 도시 사람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눈웃음을 마주하다 의뭉스러운 눈길이 한번 당신을 향한다. 장난스러운 웃음이 어째서인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응..?" 뭐 하고 놀고 싶은ㄷ.. 에븝─"
되묻기도 전에 폭 감싸 안는 손길이 느껴지더니, 미카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세상이 뒤집어지는 순간을 마주했다. 찰나도 채 안 되는 시간인데 그 순간이 한없이 느리다는 생각과 함께.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시고, 조금 늦게 물에 빠졌던 고개를 첨벙첨벙 들어 올렸다. 삽시간에 물에 젖은 쥐가 됐다. 당신이 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고 그 천진난만함과 달리 미카엘의 눈은 잔뜩 놀란 고양이처럼 홉떠 있었다. 창백한 눈동자가 물빛에 비쳐 일렁이기가 잠시, 손을 올려 눈을 찰싹 덮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쫑알쫑알 불만을 내뱉기 시작했다.
영국식 발음 특유의 딱딱하며 모음 부분이 도드라지는 발음이 평소보다 더 강해지더니만, 또박또박 읽는 수준이었다. 특히 저기를 Hey가 아닌 Oi라고 발음한 것도 그렇고, 눈썹을 찡그린 모습도, 한껏 불만에 가까운 투정을 부리곤 입을 꾹 다물듯 비죽 내미는 모습도 꼭 삐약 거리는 불량한 병아리 같다. 그리고 볼도 살짝 부풀리는 것 같더니, 결심한 듯 그 표정에서 입매를 씨익 올리더니 물을 손으로 찰방찰방 떠서 뿌리는 것이 아닌가! 불량하다 못해 사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