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35084> [1:1/일상] So Far Away #7 :: 1001

추락 ◆TrRj8FbhDE

2022-10-07 00:58:12 - 2023-04-14 10:17:59

0 추락 ◆TrRj8FbhDE (d2MyRfgSg6)

2022-10-07 (불탄다..!) 00:58:12


Don't try to break my fall, down this rabbit hole I go
Who are you? I hardly know, I should think that I would
Wake up
What a disaster to be late for my own ball
Wake up

Heart beating faster, hope the queen is rational


#1 >1596463088>
#2 >1596484066>
#3 >1596508086>
#4 >1596517072>
#5 >1596538088>
#6 >1596585097>

Perosa Montecarlo: situplay>1596463088>100
Michael Rosebud Winterborn: situplay>1596463088>145

441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00:22:01

몸살..? ;0; 우우 로로주 약 먹고 푹 누워있다니 다행이지만..(뽀담뽀담) 요근래 무리하더니 결국 몸살이구나.. ;-;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나면 한결 괜찮아지길 바라....🥺 믹깅이 꾸압.. 로로도 사랑스럽고 요망하고 멋져서 아주 꾸압이야!! >:0 (꾸-압!!)

에만: (호도도)(제로콜라랑 치킨 누들 수프 가져옴)
에만: (울망..)

442 페로사주 ◆uoXMSkiklY (57AYTCn5Yk)

2022-11-17 (거의 끝나감) 00:36:30

(페로사부가 꾸압당함)(꾸압당해 늘어진 대따큰 호밀식빵)

페로사: (좀처럼 볼 수 없는 귀한 부스스한 모습) (금발이 무슨 사자갈기 같다)
페로사: 아... 자기...... (비몽사몽)
페로사: (손 뻗어서 눈물 삭삭 닦아주기) (흐물흐물 웃는다)
페로사: 고마워. (하고는 비몽사몽한 모습으로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443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00:46:12

호밀식빵 왜 아프구 그래~ 이그그 아프지 마..🥺 약 먹었으니까 더 좋아질 거야..(둥기둥기)(어화둥둥)(쫍쪼)

에만: (눈 동글) 많이 아파..?
에만: (손에 뺨 부빗)(빠안)(머뭇)
에만: 고맙기는. 그러니까..
에만: (한 숟갈 떠서 후후 불어줌) 아직 뜨거우니까 조심해야해...

444 페로사주 ◆uoXMSkiklY (57AYTCn5Yk)

2022-11-17 (거의 끝나감) 01:23:36

약빨 잘 받기로 도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몸이니까 자고 일어나면 퍽 좋아져있을 거야. (꼬오옥)

페로사: 온몸이 뻐근하고 노곤해서 그렇지 뭐가 고통스럽게 아프고 그러진 않아... 무슨 느낌인지 알지. (키드득)
페로사: 그래도 옮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페로사: 아- (받아먹음) 응, 맛있네. 많이 늘었는걸, 요리.

페로사: (페로사의 열에 들떠 둔해진 머리는 잠시 뒤 자기가 9살 연하한테 음식을 받아먹으려 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웃는 얼굴로 토마토)

445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01:30:18

일어나서도 맛있고 든든하게 챙겨먹기! >:3 아파두 밥심이구 괜찮아져두 밥심이라구! 따끈하고 든든하게 챙겨먹기 약속!😘

에만: 응, 무슨 느낌인지 알아서 더 걱정인걸.. 나는 괜찮으니까.. 푹 쉬고 꼭 낫자.
에만: 페로사가 많이 알려줘서 늘었다고 생각해..(부스스)
에만: 얼굴.. 정말 빨개졌어, 페로사. (뺨에 쪽) 귀여워. (헤죽) < 나아쁨

446 페로사주 ◆uoXMSkiklY (57AYTCn5Yk)

2022-11-17 (거의 끝나감) 01:35:00

레토르트지만 삼계탕이 있지... 눈 뜨자마자 바로 뜨끈하게 국물 한그릇 꺾어버릴거니까...

페로사: 내일쯤이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텐데 뭐.
페로사: 그야, 같이 요리하는 게 좋으니까...
페로사: 요 녀석이. (더 빨개짐) (에만 양뺨 쪼물쪼물) 옮을까 무서워서 일대일 교환은 못하겠는데, 나 다 낫거든 보자. (???)

447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01:37:34

레트로트라도 뜨끈하게 한그릇 먹어버리기... 준비성 아주 칭찬해! >:3

에만: (배시시) 으응, 이젠 안 무섭지롱. (한번 더 쪽)
다음날에서 온 에만: (아니야 늘 지면서 그래 제발 나대지마 Stay..!!! no..!! NO!!!)

김에만 이렇게 뻗어버리기 1스택 적립하고..(?)

448 페로사주 ◆uoXMSkiklY (57AYTCn5Yk)

2022-11-17 (거의 끝나감) 01:49:36

의도치 않았지만 준비한 게 됐어.

페로사 정신못차리고+함부로 스킨십 못하고 있으니까 이때다 하고 공세 퍼붓는 에만 귀여워... 다 낫고 나서 못 귀여워해준 만큼 이자붙여서 귀여워해주는 걸로..

449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03:19: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잉 넘 늦어버렸다... 로로주 잠들었다면 부디 푹 잠들길 바라..!🥺 일어나고 나면 언제 앓았냐는 듯 한결 가볍기를 바라구, 오늘 하루는 부디 무리하지 않았음 좋겠어...(꼬옥)(뽀다담) 좋은 꿈 꾸고 있음 좋겠다. 어서 나아서 에마니 귀여워해줘야지!!!! >;3 쾌적하고 몸 가볍고 아팠던 상태 말끔해지고 즐거운 하루 되길 바라!

450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19:14:57

(창문 깨고 안착) 아아악 금요일 언제와!!!!

451 페로사주 ◆uoXMSkiklY (tqm8KFkn3Y)

2022-11-17 (거의 끝나감) 20:07:32

(대충 휴식을 취하고 난 뒤의 모습)

452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21:36:40

잠깐 현생이랑 머리채 잡고 왔는데 너무 완벽하게 쉰 거 아니냐구~!!!! (대따 크고 빵빵한 호밀식빵 둥기둥기)

453 페로사주 ◆uoXMSkiklY (9jQP/y8Kbw)

2022-11-17 (거의 끝나감) 21:50:29

금요일... 2시간 10분만 더 있으면 금요일이야. (꼬옥) 오늘도 고생했어.

454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22:19:00

으응, 금요일 다가와서 행복해...(부비적) 로로주도 고생했어! >:3 몸은 좀 어때? 저녁은 잘 챙겨 먹었구?

455 페로사주 ◆uoXMSkiklY (9jQP/y8Kbw)

2022-11-17 (거의 끝나감) 22:19:51

몸은 짤대로야. 저녁도 따뜻한 걸로 챙겨먹었어! 다만 이제 답레는 좀 늦어질 것 같아.. (현생일이랑 병행중)

456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22:21:14

(((강하잖아))) 다행이다..🥺 저녁도 따뜻한 거 먹었다니 두 배로 다행이야~ (뽀담뽀담) 답레는 늘 천천히 줘도 좋으니 현생을 우선시 해달라구..!🥺 요즘 바쁠 시기니까.. 우우 현생 너무해

457 페로사주 ◆uoXMSkiklY (9jQP/y8Kbw)

2022-11-17 (거의 끝나감) 23:00:02

(((도내에서 약발 잘 듣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응, 다 나았어. (부비부비) 현생 너무해 88 대체 안바쁜 시기는 언제쯤 오는거야...

458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23:11:00

로로주는... 약발이 잘 듣는다..(메모)(?)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내년 빨간날도 오고 그럴 테니까~ >:3 행복회로 돌리면서 즐겁게 살아보자구... 월급.. 머니.. 자본..(갑자기)

로로주 너무 무리하지 않기 약속 또 약속? :3!(쫍쪼)

459 페로사주 ◆uoXMSkiklY (9jQP/y8Kbw)

2022-11-17 (거의 끝나감) 23:34:18

(쫍쪼에 털이 빵실해진 부풀어오른 호밀식빵) 응, 쉬엄쉬엄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부비부비) (털뿜뿜)

460 에만주 ◆TrRj8FbhDE (shV9uKAmQ6)

2022-11-17 (거의 끝나감) 23:38:17

호밀식빵 발효 잘 됐으니 이제 구우면 되겠네~ >:3 (뽀다담!) 겨울은.. 모아둔 냥털로 따숩게 스웨터 만들 수 있는 계절이지 응..(부빗부빗)(빗질 삭삭) 로로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힘내라구~!! 늘 응원하고 있어!! 0.<

461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0:14:49

이델레리온 성황국!
그래, 성황청이 위치한 거기. 유럽의 정중앙에 위치한, 한때 온 천하를 지배했던 종교인 빛의 교회의 수도지. 구시대적인 봉건제가 아직도 실효성을 갖고 실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빌라르의 이야기를 짚어보려면 우리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만 해. 이건 그 친구가 바알이라는 것보다도 아는 사람이 훨씬 적은 이야기인데... 그거 알고 있나? 빌라르가 이델레리온 성황국의 기사단 구도회 산하의 고아원에 거두어져 길러졌다는 거? 그는 원래 기사로 자라날 운명이었어. 실제로 그는 기사단 구도회 회립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기사의 종사로 선발되어 어린 나이부터 기사단 생활을 시작했지.
기사의 수발을 들면서 기사 수련을 하는 종사 생활 동안 그가 얼마나 총명하고 똑똑하며 굳세었던지, 그는 그냥 기사가 아니라 성황 직속 성황기사단의 일원이 될 거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어. 그래, 성황기사단. 그 무시무시한 미치광이 이단심문관들 말이지. 성전사 그리고리우스의 지도 아래 그가 발현해낸 황금색 화염은 전세계의 '이단'들과 맞서는 성황기사단의 임무를 감당하기에 충분했을 뿐 아니라, 현직 성황이 내건 사목표어, "신의 공의로운 분노의 이름으로"라는 표어에 가장 걸맞은 능력이기도 했으니까. 더군다나 그 친구 얼굴도 꽤 번듯하고 말이지.
그러나 빌라르 그 친구 말이지, 지금 저 헐렁한 모습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말이야, 아주 강직하고 신실하며 선량한 사람이었지...! 그게 너무 지나치다는 게 그 친구의 유일한 흠이었어. 스승 될 기사를 유연성있고 해이한 사람으로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그 스승되는 양반이 이델레리온 성황국에서도 알아주는 남방 침례파 벽창호였으니 말이지. 외골수 기질이 있는 제자를 벽창호 스승이 거뒀으니 결과물이야 알 만하지. 아니, 젊은 꼰대 같은 게 아니고. 그, 시쳇말로 뭐라고 하나,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하면 딱 공정한 표현이겠군.

그 친구 나이가 열여덟 살 때 일일 거야. 기사 서품을 일 년 앞두고, 슬슬 실전 임무에 기사 보조로 투입되고, 기사에게서 명령도 받아서 단독 임무도 나서고 그럴 짬이 됐을 때 이야기야. 아마 자네가 열 살도 안 됐을 때 이야기일 텐데. 아랍의 동부 이달로니아에서 발생했던 내전 알고 있나? 카발(Caval)이라는 옛 빌런이 기획한 음모로 밝혀진 그 내전 말일세.

462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0:22:27

(갑자기 손가락이 미쳤어요.)

463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0:27:21

바알이라 불리는 빌의 과거가... 실은 성기사였다...라고..?? :0 어떻게 이런 맛도리 설정을 짤 수 있는 거야???? 심지어 성황국 사람인데다 신실하기까지 했는데 어쩌다 바알이라 불리게 된... (기절함)

카발...(메모)

464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0:28:58

(렌고쿠 쿄쥬로 같은 캐릭터가 어딘가 비뚤어진 냉소적 능글캐가 되는 과정입니다)

465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0:36:53

비유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찰떡이라 더 슬프다.... 렌고쿠가... 비뚤어진 냉소적 능글캐가 된다고..? 맛있잖아....(?

466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1:18:59

카발은 한 명의 이름이 아니야. 한 의식의 이름이지. 스스로는 물리적 형태가 없지만, 여러 사람을 현혹시키고 세뇌시켜서 자신의 육체로 이용하는 존재야. 그래서 카발(비밀결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거지.

아, 이야기가 딴 데로 새려고 하는군... 옛날 사람 소개해주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닌데. 다시 빌라르의 이야기로 넘어가지. 동부 이달로니아까지 이야기했었나? 그래, 단독 임무도 맡을 짬이 됐었다고 이야기를 꺼냈지. 말이 종사한테 맡기는 단독 임무지, 그 때의 빌라르는 이미 한 명의 성전사 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 그리고리우스가 그에게 맡기는 임무의 강도도 다른 성전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언제는 내가 '힘들지 않나? 자네 스승이 자네를 유독 다른 종사들보다 험하게 굴리는 것 같은데.' 하고 그를 떠봤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제가 고생한 만큼 세상이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되니 괜찮습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인데 제가 하게 돼서 기쁩니다.' 라고 하더구만. 그런데 그 마음이 그에게 그렇게 독이 될 줄은 어떻게 알았겠나.

빛의 교회의 주된 교리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명백한 선'이야. 그 있잖나.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고 달래주는 온정. 길 잃은 여행객에게 하룻밤 쉬어갈 방 한 켠을 내어주는 친절. 늙은 노인의 무거운 수레를 뒤에서 거들어 밀어주는 손길. 그런 것들에 담겨 있는 분명한 선의 말이야. 어린애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착한 행동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있지.

그렇지만 빛의 교회의 또다른 교리는 '악인들에게 구원은 없다'는 거야. 사실 종교의 경전 치고 모순 없는 경전이 어딨겠냐만, 빛의 교회의 경전은 그 모순이 뚜렷하게 정면충돌하는 편이고, 그 모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빛의 교회의 수많은 종파들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곤 하지. 이런 모순점을 품은 엉터리 종교가 철학과 이성이 확립되고 교육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 출범했다면 사이비 취급받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겠으나, 빛의 교회는 인류의 문자 문명의 시작과 그 시기를 거의 같이하는 오래된 종교이니 이성과 철학의 발전에 따라 그 논리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지.

빌라르의 스승이었던 그리고리우스가 속한 남방 침례파는 원칙적으로 모든 악인을 구제하나, 불가역적으로 악인의 편에 서게 되었으며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구원을 바라는 이는 선한 마음을 갖게 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원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빛의 교리의 모순점을 해결한 이타적인 종파지. 그러면서도 타인의 선한 마음을 그르침없이 판단하기 위해, 수도사에게는 가장 엄격하고 엄정한 사색과 탐구, 자아성찰을 요구하는 벽창호 종파이기도 하고. 벽창호 종파의 벽창호 스승 밑에서 자라난 맑은 눈의 광인은 종파의 가르침에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지. 그에게는 교단의 명령보다도 종교의 가르침이 우선이었어. 교단의 명령과 종교의 가르침은 대개 일치하는 때가 많지만, 이따금 그것이 상반되는 때도 있고, 심지어는 교단의 명령과 종교의 가르침, 자신의 마음이 셋 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시련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

467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1:27:29

>이따금 그것이 상반되는 때도 있고, 심지어는 교단의 명령과 종교의 가르침, 자신의 마음이 셋 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시련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

아.. 벌써부터 무슨 일 생길지 두려워지는데 막.. 막 로판 프롤로그 같기도 하고 옛날 미국 코믹스에서 대악당의 서사시 보는 느낌이기도 해.. 두근두근.. 팝콘 두근두근두근..! >:3

468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1:57:03

당시 동부 이달로니아 내전의 주범인 종교단체 '검은 학자회'의 아지트를 강습하는 공격작전을 그의 스승인 그리고리우스가 지휘한 적이 있어. 검은 학자회가 그 동안 이달로니아에서 납치한 어린 아이들을 그 아지트로 이감했으며, 검은 학자회가 그 아이들을 '좋지 못한 용도'로 '사용'할 거라는 정보가 있었지. 작전 목표는 검은 학자회의 수상한 의식을 저지하는 것이었어. 물론 남방 침례파인 그리고리우스의 강경한 주장으로 어린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 역시도 작전 목표에 포함되어 있었지. 그렇지만 그리고리우스가 지휘한 부대는 작전 개시 이후 연락이 두절됐어.

젊고 혈기왕성했던 빌라르는 자신이 스승을 찾아내고 스승을 도와 작전을 완수하겠다면서 나섰지. 한 무리의 기사들과 함께였지만, 이미 그 아지트가 위치했던 마을 전체가 기이한 힘에 영향을 받아 불규칙한 변칙 현상을 일으켜 미로화되고 있었어. 결국 그 마을의 이계화되어가는 미로를 뚫고 작전 목표가 있는 아지트에 도달한 것은 빌라르뿐이었지. 그가 그 아지트에서 발견한 것은 그의 상상보다 더 끔찍한 것이었어. 빌라르는 거기서 구출 목표였던 검은 학자회에 납치당한 아이들과 검은 학자회 자녀들을 생체 배터리 삼아서, 입에 담기도 역겨운 흉물스러운 힘을 이끌어낸 빌런과 맞서싸워야만 했거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영웅적인 승리나 성공담 같은 것을 바라지는 말라고. 현실은 비정하니까. 빌라르는 처절하게 패배했어. 본인이 직접 그 당시를 이야기하면서 '개박살났다'고 표현했으니까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 그 빌런이 있던 아지트 자체가 형용할 수 없는 힘으로 이계화되어서 현실과 분리된 이공간이 되어 있었기에 도망갈 수도 없었고.

거기에서 그 빌런은 빌라르에게 질문을 던졌지. 어째서 내게 그렇게 대항하는 거냐. 빌라르는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대로, 그릇된 악인의 손길에서 죄없는 아이들과 형제들을 구해내러 왔다고, 내 목숨을 꺾을 수 있을지언정 내 의지는 꺾지 못한다고 소리쳤어.

그러자 그는 선택지를 내어놓았어. 나약한 너에게 모두를 구해낸다는 달콤한 선택지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둘 중 어느 쪽도 구하지 못한다는 게 네게 걸맞는 선택지이다만, 어느 한 쪽은 구하게 해주마.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가슴팍을 찢어열어 내어보인 것은, 정지장에 감싸여 의식을 잃은 상태의 그리고리우스였지.

빛의 교회의 고위 인사에게는 어떤 아티팩트가 제공되는데, '버고 인택티움'이라고 들어봤나? 얼음땡 놀이에서 얼음! 하고 외치면 술래가 건드리지 못하지만, 같은 편이 건드려주지 않으면 풀려나지 못하는 것. 그 버고 인택티움이 그 비슷한 아티팩트야. 목걸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작동시키면 착용자를 정지장 속에 가둬서 무엇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안전하게 보호하는 대신 착용자가 허락한 이가 절차를 거쳐 해제하는 게 아니면 그 누구도, 착용자마저 작동을 해제할 수 없는 물건이지.

'너의 다른 형제들은 나의 양식이 되었으나 야속하게도 이 자는 자신에게 내가 뚫을 수 없는 방어막을 걸어놓았기에 나의 양식으로 삼지 못했지. 너라면 이 자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너에게 선택권이 있다. 이 자를 내 가슴속에서 꺼내어 데려가던가, 아니면 네 손으로 이 자의 방어막을 풀던가이다. 이 자를 꺼내어 데려가면 너는 이 자만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이 자의 방어막을 풀어주면, 저 아이들은 밖으로 내보내 주마.'

그것은 트롤리 딜레마였어. 심지어 다른 선로 위에 묶여 있는 한 사람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아주 고약한 종류의 트롤리 딜레마. 빌라르가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정지장 안에서 그리고리우스가 의식을 되찾았지. 만신창이가 된 제자와, 검은 학자회의 사악한 문양 위에 늘어누워 의식을 잃은 아이들, 정지장 너머로 자신을 둘러싼 끔찍한 살점들. 그리고리우스는 참 노련하게도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고 빌라르에게 지시를 내렸어.

내 정지장을 해제하라고.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라고.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빛에게 인도받는 것이 낫다고. 나는 지금까지 선량한 빛을 위해 충분히 충성했고... 이제는 네 차례라고. 빌라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정지장을 해제했지. 빌런은 좋다구나 하며 문양 위에 늘어선 아이들에게서 이코르를 추출해내던 관을 뽑아버리고는 자신의 가슴팍에 박혀있는 그리고리우스를 흡수했고. 빌라르는 빌런의 살점 사이로 파묻혀 사라져가는 스승에게서 억지로 눈을 떼고, 빌런을 바라보면서 이제 아이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어.

'네가 내린 결정이 아니니 너에게는 권리가 없다.'

억지지? 그렇지만 그런 빌런 나부랭이들, 특히 종교에 미친 빌런 나부랭이들이 하는 치졸한 수작질에 그런 억지 말장난이 빠지면 섭섭하지. 그리고리우스의 힘을 흡수한 빌런은 마지막 진화과정을 완료했고, 쓸모없어진 아이들과 빌라르를 모두 자신의 양식으로 쓰겠다고 선언하고는 빌라르를 덮쳐왔지.

빌라르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어. 이 순간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이 비쳐들면서 나의 아들아, 이 순간 나의 이름으로 영광된 승리를 쟁취하거라, 하면서 빌라르에게 압도적인 힘을 내려줄 신이나, 우리가 조금 늦었지, 하면서 아지트의 문을 박차고 들어올 다른 동료들 따위는 그에게 없었다는 거야.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지.

그러나 그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어. 방금 빌런이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아이들에게서 이코르를 추출해내는 데 쓰던 관을... 자신에게 꽂아버린 거야.

그 뒤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 블랙박스 바디캠이 그 순간에 뻗었거든. 그 순간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이라고는, 온 마을을 뒤덮은 이계 미로에서 헤매고 있던 기사의 바디캠에 기록된, 미로의 정중앙에서 금색 섬광과 함께 자주색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뿐이야.

469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1:58:13

그는 트롤리 딜레마에서 자의로 분기기를 당기지도 못했고, 타의로나마 분기기를 당겼는데도 어느 쪽도 살리지 못한 거야.

470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2:01:23

(팝콘 떨굼)(후들후들)

당신.... 당....당신...... 이.. 이 대따 큰 호밀식빵 정보상인 용서 못해..!!!! ;0;0;0;0;0;0;0;0;!!!!

471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2:15:20

왜 그렇게 손을 떨고 그러시나. 팝콘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472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2:16:00

우에엥 우리 덥수룩탄탄 빌아조시!!! ;0;0;0;0;0;!!!(오열!!)

473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2:18:50

그리고리우스는 당연히 죽었고, 아이들은... 나는 아직도 모르겠군. 그 순간 빌라르가 너무 강한 힘을 끌어내는 바람에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전신의 이코르를 너무 빠르게 추출당해 죽어버렸는지, 아니면 빌라르가 발현한 화염에 휘말려 죽어버렸는지.

당연히 그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음은 물론이요, 작전 종료 즉시 이델레리온 기사단 소속으로서의 모든 자격을 박탈당하고 이단, 배교자, 죄인의 죄목을 목에 걸고 이단심문관의 손에 잡혀 이델레리온 성황국으로 압송당해야만 했지.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과, 버고 인택티움을 해제함으로써 그리고리우스를 간접적으로 살해한 것, 그리고 '악인들을 도왔으므로 마찬가지로 악인인' 아이들을 구출하려 시도함으로써 교리를 위배한 것, 그리고 악인이 악한 의도로 작성한 사술의 결과물을 남용한 것이 그의 죄목이었어. 사실 마지막 죄목은 빌라르가 기사 서품도 못 받은 종사 나부랑이가 아니라 그리고리우스 급으로 짬밥 두둑이 쌓인 남방침례파 성전사였다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그리고리우스가 아니라 빌라르였으니까.

그러나 그리고리우스의 유언장, 남방침례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변호, 실패에 대해서는 마땅한 책임을 지겠으나 빛의 교회를 배신할 생각은 결단코 없었으며 그저 그리고리우스나 아이들 어느 쪽이라도 구해낼 힘이 필요했다는 빌라르 본인의 읍소가 심문관들에게 인정되어 그리고리우스 살해 혐의와 교리 위배는 무죄 처리되었지. 그렇지만 그 검은 학자회의 이코르를 자신의 몸에 주입한 것에 대해서는 죄를 전부 다 경감받지 못했고, 작전을 실패로 이끈 책임은 온전히 져야만 했었지.

판결은 기사회에서의 영구 추방, 뇌옥에서의 2년 수감, 뇌옥 수감이 끝난 뒤에는 이델레리온 성황국에서 영구 추방. 이델레리온 밖에서 성황국의 비밀 요원인 '회색 엽견'으로 활동할 것. 이례적으로 관대한 판결이었지. 이 정도의 사고가 났으면 파문시키고 사형하는 게 보통이거든.

회색 엽견? 뭐, 말이 비밀 요원이지 사실상 형벌 부대야. 빛의 교단에서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교단의 블랙 옵스를 전담해서 해결하고 다니는 그런 치들이야. 그만큼 거의 소모품 수준으로 무모한 구출 작전이나 무의미한 작전, 뒷처리하는 작전 등에 생고생하면서 더럽게 굴러다니다가 경찰에 체포되어서는 교단에서 변변한 증언 한 마디 받지 못하고 감옥에 수감되거나, 정신병동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어떤 뒷골목에서 노숙자 거렁뱅이마냥 나동그라져서 죽어가는 게 보통이지.

그렇지만 빌라르는 그런 형벌 부대에서도 꿋꿋이 일했어. 그에게는 속죄라는 목표가 있었거든.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가 없는 목표지만,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것은 그런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눈이 먼 놈들을 일컫는 말이잖아? 뭐, 그 당시에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마음이 무너져버린 그 친구의 눈이 그 당시에도 맑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킬킬킬킬킬...

474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2:20:08

(아, 오류 났다...)

(전략) 마지막 죄목은 빌라르가 기사 서품도 못 받은 종사 나부랑이가 아니라 (후략)
(전략) 세 번째 죄목은 빌라르가 기사 서품도 못 받은 종사 나부랑이가 아니라 (후략)

475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2:23:03

빌.. 마지막 뭐야... 크림슨 신디케이트가 생겨난 이유가 저거랑 관계가.. 있다면..? 가로동공인 떡밥이.. 여기에.. 있다면..?(훌쩍훌쩍)(엉엉)

476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2:41:04

아, 설마 당신이 알고 있는 빌라르 몬테까를로라는 인간이 겨우 이 정도의 과정만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는 회색 엽견으로 비쩍 꼴아붙어 결핵에 걸려 피를 토하면서도 꿋꿋이 빛의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지. 종사 시절부터 기골이 장대해서 어지간한 극한 상황에서도 남들보다 더 잘 버틸 수 있었고, 그 강렬한 황금빛 화염이 어디 간 건 아니라서 어떤 거친 일이라도 잘 할 수 있었거든. 더군다나 그것이 공식적으로 기사나 성전사를 파견할 수 없는 블랙 옵스라면 빌라르의 가치가 더욱 빛나지.

그러나 그런 일들은 말 그대로 '교회에서 지시하는 것'일 뿐이지. 내가 아까 교단의 명령과 종교의 가르침은 대개 일치하는 때가 많지만, 이따금 그것이 상반되는 때도 있다고 했던가? 회색 엽견으로 활동하면서 받은 임무들은 거의 99퍼센트가 종교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명령이었어. 때로는 선량한 교인의 탈을 쓴 배교자를 암살하는 임무도 있었지만, 때로는 그저 강직하고 자기 주관이 강할 뿐인 언론인이나 정치인을 모략하거나 암살하는 임무도 있었지! 그런 거친 일들 사이에서 그리고리우스의 숭고한 가르침이 남긴 빛나는 인간찬가는 날이 갈수록 마모되어 갔어. 그리고 그 자리를 회의감과 자신의 의의에 대한 의문이 채웠지.

그리고 그 의문은 어느 날, 2년 전에 문을 연 고아원을 운영하는 빛의 교회 소속의 신부를 암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졌을 때 극에 달했어. 보통 그는 자신의 임무를 서둘러서 허둥지둥 무언가에 쫓기듯이 처리하는 편이었지. 조금이라도 의문을 품었다간 자신의 가슴속에 가득찬 회의감과 자기혐오, 자신에 대한 의문이 자신을 죽도록 괴롭힐 거라는 사실을 아니까. 그렇지만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고, 고아원의 문짝을 부수고 들어가서 신부를 불태워죽이는 게 아니라 자포자기한 채로 고아원 근처에서 노숙을 했지. 며칠 정도 정보도 얻을 겸 지친 심신을 추스르면 임무를 수행할 의욕이 생기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거든.

그러나 그 반대였지. 며칠간 고아원 근처에서 노숙하면서 목격한 신부의 모습은 그저 헙수룩하고 수더분한 범부였지만 소소한 삶 가운데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명백한 선'이라는 교리에 충실한, 가장 빛의 교단의 사제다운 모습일 뿐이었거든. 그 날 자신이 구하지 못한 스승님의 얼굴이 신부의 얼굴 위로 겹쳐보이고, 아이들의 얼굴이 고아원 아이들의 얼굴 위로 겹쳐보이면서, 그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더욱 심해질 뿐이었어. 결국 그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이 주일이라는 기간을 정신줄을 놓아버리자, 교단에서는 마침내 그에게 최후 독촉장을 보냈지.

477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3:01:39

아니.. 앗.. 아... 아.. 아니.. 아니이... 트라우마...🥺 빌...🥺🥺🥺

478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3:03:42

빌라르는 독한 술을 잔뜩 마셨어. 그리고 광기에 취한 채로, 그날 밤 고아원 벽을 타고 올라가 신부가 거주하는 창문을 박차고 신부의 방에 들어갔지. 그러나 거기에 있던 것은 빌라르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사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탁자에 의자 두 개를 꺼내어놓고 자신이 한 편에 앉아서는 좋은 포도주를 꺼내어들고 빌라르를 맞이하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었어.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무언가 말씀하고 싶으신 것 같아, 형제님께서 가슴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낼 용기를 내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고해성사의 한 장면이지 않나? 그게 결국 빌라르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말았지. 그는 그걸 두고 '그 동안 속에 담아두고 있던 갖은 고민과 울분을 다 쏟아내었었다'고 표현했는데 그 당시에 그가 어떤 몰골로 무슨 소리를 지껄여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부는 그의 말을 다 참을성있게 들어주고 그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었다고 들었어. 그리고 빌라르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지.

이상하지 않나? 말단 신부가 교단에서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비밀 요원인 회색 엽견에게 내려진 지령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거기에 아울러, 신부는 그 대신에 자신과 아이들을 어떤 추기경에게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으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형제님께서 나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근거도 논리도 없이, 무턱대고.

그러나 이미 빌라르의 눈에는 그 신부의 얼굴 위로 스승의 얼굴이 심각하게 겹쳐보이는 상태였고, 사리 분별을 할 이성은 절망에 무너지고 없었어. 그 순간이 빌라르에게는 마치 몇 년 전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결정적으로 속죄할 순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빌라르는 빛의 교단으로 살아온 자신의 모든 신앙을 걸고 당신을 그 주교에게로 안전히 데려다주겠노라고 맹세해 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아이들을 깨워서, 차에 싣고, 주교를 차에 태웠어.

그리고 그 순간 고아원으로 이단심문관들이 쳐들어왔지. 그 신부와 빌라르를 죽이기 위해서 말이야. 자신의 맹세에 따라, 빌라르는 마침내 교단을 향해 칼끝을 돌렸고... 자신의 화염을 자신의 의지로 교단의 구성원에게 뿜어냈지. 아마 그 날이 그 고아원이 있었던 그 교구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최악의 악몽의 날이 되었겠군. 그 교구에 떨어진 각종 비상 명령이며, 생전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었을 이단심문관들이며 성전사들이며 하는 인물들이 와글와글 들이닥쳐서 알 수도 없는 소리를 해댔을 테니까.

이단심문관들을 저지하고 두엇 거꾸러뜨리기는 했지만, 전부 다 격퇴하기는 무리였어. 빌라르는 일단 차를 출발시켰고, 조수석에 탄 채로 신부와 빌라르가 탄 차를 무섭게 쫓아오는 이단심문관들의 추격을 저지하면서 신부가 말한 장소까지 도주했지. 마침내 그 장소에 도착했고, 그들은 차에서 내려 어느 터널의 문을 열어젖히려 했어. 이 터널만 지나가면 주교님께서 우릴 보호해 주실 것이라고. 그러나 터널을 열던 도중 그 신부는 차를 쫓아온 이단심문관이 쏜 총탄에 맞아 죽어버렸어.

빌라르는 또 다시 스승님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만 이성을 잃어버렸지. 그리고 광란에 빠져서, 그들을 쫓아온 이단심문관들을 상대로 악마처럼 날뛰며 일전을 벌였어. 거의 열대여섯 명쯤 되는 이단심문관을 숯덩이로 만들어버리고, 빌라르는 만신창이가 되어서는 불길에 휩쓸려 활활 불타고 있는 공터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어. 그러다가 '구할 수 있어. 아이들은 구할 수 있어.' 하고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다시 차로 옮겨서는, 신부의 시체를 부여잡고 엉엉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어 신부의 시체와 함께 차에 태우고는 터널의 문을 열고 터널 안으로 향했어.

479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3:20:37

신부님.... 신부님 아니아니아니아니 로로주 진짜! 진짜... 진짜 나쁜 사람이야🥺 신부님도 스승님도 아이들도 우웃 우우우 이제 다른 아이들은 웃.. 우우...(오열

480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3:22:34

아이들을 피난시킨다는 것 자체는 성공했어. 다만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끔찍한 비극이었을 뿐이지. 그 지하 터널의 끝에서 그가 발견한 게 무엇인지 아나? 그가 검은 학자회의 아지트에서 발견했던 것과 똑같이 생긴 마법진이었지. 그리고 세상 그 누구보다 인자한 얼굴로 웃고 있는 늙은 주교와, 주교와 한패거리로 보이는 성전사 두 사람.

그 당시 검은 학자회의 아지트에서 발견했던 그 마법진은 불길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때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가 그 순간에서야 상기해낸 사실이 있어. 그 마법진이 붉은 색의 융단으로 덮여 있었다는 사실 말이야. 붉은 색의 융단이 덮이지 않은 마법진은 빛의 교단에서 사용하는 변칙 기술 특유의 찬란한 상아색으로 빛나고 있었지.

빌라르가 이성이 송두리째 무너져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트라우마라는 형태로 새겨진 본능만큼은 살아있었어. 사실상 이성을 대신해 본능이 좌우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 대단히 위험한 정신상태기는 하지만, 아예 실성해버리는 것보다는 상태가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겠군.

'그 신부의 일은 안됐군. 그래도 자네가 아이들을 여기까지 인도해 주었으니 천만다행일세. 자, 그럼 아이들을 이리로 데려와주겠나.'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겁니까.'
'교단에서 하는 일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모든 것은 빛을 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악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필요한 필연적인 희생이니까.'
'이 아이들은 어째서 필요로 하시고, 바닥의 그 마법진은 뭡니까.'
'신성한 제례식을 불경한 단어로 일컫지 말게. 어디까지나 성황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술식이며, 그것을 용도를 조금 달리해 사용하려고 할 뿐이니까. 아이들을 이리 데려오게.'
'이 아이들은 마땅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주교님께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 것 같아 두렵군요.'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으면 공격하겠네.'
'어차피 아이들을 주교님께 데려다드리면 저는 입막음삼아 죽일 생각 아니었습니까?'

주교와 빌라르의 대화는 거기까지였지. 그리고 주교 휘하의 두 성전사와의 2대 1의 전투가 벌어졌어. 만신창이가 된 채로 탈진한, 되다 만 기사, 교단의 실패작 회색 엽견을 상대로 기사를 거쳐 성전사 서품을 받은 성전사 두 명. 과한 감이 있지만 일처리는 확실할수록 좋은 거니까.

그러나 빌라르의 힘은 이미 바닥나버렸을 텐데, 황금색으로 찬란하던 화염의 불꽃도 점점 그 빛깔이 희미해져가고 있는데... 그게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색깔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것은, 빌라르의 불꽃이 태우지 못하던 돌의 방벽과 바람의 칼날을 어느샌가 탁한 담홍색으로 변한 불꽃이 불태워들어오고 있을 때였어. 기적적으로 빌라르는 두 명의 성전사를 상대로 이겼어.

그러나 두 성전사를 쓰러뜨린 빌라르의 육체는 그 힘을 거의 다 소진했고, 그는 무너지다시피 쓰러졌지. 주교는 혀를 차며 제례용 단검을 꺼내서 빌라르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다가왔어.

그리고 그 순간 이단심문소의 후발대 심문관들이 주교의 거처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

481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3:31:16

(팝콘..!!)

482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3:31:50

페로사주는 아주 사악하고 못된 인간이므로 이 순간 '사실 신부마저도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뒤통수를 칩니다

483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3:34:22

>>482 :3
:3(네마와 에만 설정에 칼 갈기)

484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4:04:57

그때 빌라르는 봤어. 주교의 사제복 한가운데에서 빛무리가 터져나오면서, 주교의 흉곽이 마치 이달로니아에서 보았던 그 빌런의 흉곽처럼 쫙 갈라지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주교의 가슴팍 안에, 자신이 기사단의 종사로 선발되면서 헤어졌던 자신의 친동생이 의식을 잃고 파묻혀 있는 그 순간을. 빌라르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자신이 알고 있었던 현실이 무언가 조금씩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을, 머리는 그제서야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했지. 다른 심문관이 자신의 팔다리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느끼면서, 빌라르는 다른 심문관들이 주교의 손에 마치 우후죽순처럼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염동파의 반향이 자신을 후려치는 것을 느끼면서 쓰러졌지. 흐릿해지는 빌라르의 시선 너머로, 추기경 한 사람이-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환하게 빛나는 망치 모양의 빛무리를 던져 주교를 쓰러뜨리는 것을 보았어.

진작에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지만, 빌라르는 온 안간힘을 쓰면서 일어났어. 그리고 추기경이 추한 몰골로 쓰러져 죽어버린 주교의 쫙 갈라진 가슴팍 사이에서 자신의 동생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당연한 질문을 던졌지.

'그게 뭡니까?'
'자네,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렸군.'
'그게... 뭡니까? 제 눈에는, 제가 기사단에 입단하면서 이별했던 제 동생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신의 일부일세.'
'신을 만든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자네도 이 예식으로 추출한 이코르를 자네 몸에 주사해봤으니까 알겠지. 이 예식을 통해 추출한 이코르는 주입된 사람의 이능력을 폭발적으로 증진시킨다는 것 말이야.'
'이게... 교단의 예식이었습니까?'
'그런 셈이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신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내가 나서더라도 자네의 사형을 막을 수 없겠네만... 그래도 이미 많은 것을 보아버렸으니, 의문은 모두 속시원하게 풀어주겠네.'

'이 아이는 신의 소체로써의 소질이 있어. 그 스스로 갖고 있는 이능력은 없지만, 이능력의 수용량이 무한대에 가까운 아이야. 교단은 몇 명인가의 특정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를 확보해서, 그 능력자에게 이코르를 한계치까지 주사해 능력을 극대화한 뒤에 능력자의 이코르를 추출해서 이 아이에게 주입하는 식으로 능력을 차근차근 확장시켜 나갔지. 궁극적 목표는 주입한 능력들을 합성하여 현실조작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네. 사소한 방해가 있었고, 그게 위험한 상황까지 치달을 뻔했지만, 그래도 자네 덕분에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적은 비용으로 수습할 수 있게 됐어.'
'신을 만들어서... 뭘 하겠다는 겁니까.'
'교의 교리에 따라, 이 세계의 질서를 명백한 선으로 되돌릴 궁극의 수단을 확보한다. 대답이 되었나?'
'그렇지만... 그 아이는... 교단이 신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그 아이는 제 동생입니다. 종사가 되는 조건으로 평생 잘 보살펴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언젠가는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을 보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잘 보살펴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지. 그리고 언젠가 만날 기회는 자네가 차버렸잖나.'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자기 좋자고 이용해먹는 게 신을 만들어서 보좌하는 겁니까?'
'트롤리 딜레마일세. 몇십여 명의 생명을 담보로 하나의 신을 만들어서, 팔십억 명의 인류를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기회인 게야.'
'누가 교단이 가리키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보장해줍니까?'
'명백한 선을 신념으로 삼고 있는 우리 교단이 잘못된 길로 빠지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나?'

모범적인 후건긍정의 오류지, 그렇지 않나? 올바른 길을 추구하는 것이 교단이지만, 교단이 가리키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교단 스스로가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인데 말야. 그렇지만 빌라르는 여기서 다른 부분을 지적했지.

'말씀하시기는 무슨, 누가 들으면 이제 와서 잘못되기라도 할 것처럼 들리겠습니다. 시작부터 완전히 잘못되어먹고 있었는데.'

485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4:05:25

>>483 (에만 설정에까지 칼 가는 건 반칙이야 :333333333333) (내적비명)

486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4:09:42

(맞다... 에만주 잠은?)

487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4:10:27

반칙.. 아니야..!!! 빌 동생...(기억하기론 빌이 동생 얘기 했었음)(로로주 빤히) 로로주!!! ;0;0;0;0;0;!!!!!(눈물펑!!!) 진짜 반칙 아니야!!! 이제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0;!!!!!

488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4:11:22

>>486 귀엽게 별모양으로 조졌답니다☆ 는 농담이구... 오늘은.. 모종의 이슈로 오전근무 오후재택이야..🥲

489 페로사주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4:17:03

>>빌 동생<< 어... 👀
그그그 그렇지만 에만 설정에까지 손대버리시면 페로사 설정에도 손을 대는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

(마지막 파트(가 될지도 모르는 파트) 쓰다 말고) (꾸왑) 우리 자자...!

490 에만주 ◆TrRj8FbhDE (eZOPw54II6)

2022-11-18 (불탄다..!) 04:25:15

왜 시선을 피하지?(부릅!) 캬아아악 안돼 로로만은 안된다..!!!! (절박) 우리.. 우리 로로는 안된다!!!! 에마니는 취소할 테니 그.. 그 설정 수정버튼 내려놓지 못해~!!!!!!(?)

우우 우우우 나 더 보고싶은뎃 우우우....(납작)(부빗부빗) 맛있고 짜고 맵고 마지막인 달달(?)할 썰이라 중독성 너무 많단 말이야.. 우엥! ;0;!!

491 정보상인 ◆uoXMSkiklY (mlgPYzwpGI)

2022-11-18 (불탄다..!) 04:31:32

대화문에 중간중간 뭐가 좀 많이 건너뛰었다 싶은 허전한 부분이 있다면 양해해줬으면 좋겠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은 그대로 대본 읽는 것마냥 읽어주려니 당시의 상황 같은 걸 완전히 표현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거든. 뭐, 내가 뮤지컬 배우도 아니고 당신이 뮤지컬 보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당신이 내게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온 거니까 계약상으로 하자는 없겠지만 말야. 어찌됐건 정보 전달은 확실히 해주고 있다고.

이 예식으로 추출되는 이코르라는 건 말이야, 정확히 말해 일종의 생명의 근원을 가공해서 만드는 거야.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명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다양한 성장 호르몬의 분비라던가 세포 분열이라던가 하는 기본적인 대사작용, 다시 말해 생명 작용의 가장 원초적인 원동력이 되는 거야. 이능력자들은 이 생명 에너지를 발현하는 다른 기관이 있던가, 아니면 생명 에너지의 성질 일반적인 사람과 차이가 있던가... 아니면 다른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현기관이 새로 생기거나 에너지 성질이 변성되어서 이능력이 발현되는 거지.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억지로 이 생명의 정수를 추출해내서 만드는 이코르는 이질적인 성분을 갖고 있어. 상당히 불안정하다고 해야 하나. 생명이 억지로 빨려나간 사람의 원한인지, 생명을 빨아내는 천인공노할 행위에 내려진 신의 저주인지, 생명을 빨아내는 극악무도한 행위에 바치는 악마의 찬사인지... 이렇게 추출된 이코르들은 소비되거나 소모되지 않지. 한 번 누군가에게 주입되면 사용자의 내면에 깊이 잠식해들어가서 사용자와 동화되면서 또한 사용자를 물들여버리는 거야. 그리고 사용자의 감정에 반응해서 변성되거나, 축소되거나, 혹은 소멸하거나... 어쩌면 증폭될 수도 있지.

그리고 지금까지 뭐 족쇄니 뭐니 했던 거 기억나려나? 뭐, 당연히 이능력자니까 이능력자 전용 족쇄를 쓰지. 바이스로이 변칙 고정기라고, 알지? 물리법칙을 초월한 변칙현상을 봉쇄하는 특수장치 말이야. 그게 손목에 채워졌으니까, 빌라르는 어떤 식으로라도 그 이능력을 발현할 수가 없었을 텐데, 빌라르의 손발목에 채워진 바이스로이 변칙 고정기가 불길에 휩싸여서 불에 타기 시작한 거야. 끔찍하게도 불길한 자주색 불길에 휩싸여서 말이야.

그 순간이었어. 빌라르의 동공이 가로로 쫙 찢어진 것이.

오, 그때 나는 벡스터 증폭기를 장착한 고글로 빌라르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두 번 다시 잊지 못할 거야. 벡스터 증폭기로 비쳐 보이는 빌라르의 파장이 형용할 수 없는 색깔로 천변만화하는 그 황홀한 순간을... 영웅으로 태어나 영웅으로 살아갈 운명이었던 사람이, 하나의 빌런으로 전락하는 그 완벽한 순간을.

결과론적으로, 빌라르는 자신의 친동생을 구해내지 못했어. 말했지, 이 이야기에서 영웅적인 승리나 성공담 같은 것을 바라지는 말라고. 베르골리오... 코르넬리오... 아,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추기경 이름이 베르골리오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때. 아무튼, 추기경이 온몸을 던져 빌라르를 막아세우고 있는 동안, 추기경의 지시를 받은 이단심문관들이 아직 의식이 없는 빌라르의 친동생을 데리고 도망쳐 버렸지. 추기경마저 자기 손으로 죽인 빌라르는 이단심문관들이 자기 동생을 데려간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에는 이델레리온 성황국의 장엄하다 못해 으스스한 야경만이 빌라르를 멀리서 굽어보고 있었지.

차가운 바람에 빌라르는 정신을 차렸어. 지금 그들을 쫓아가 봐야 의미없는 개죽음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정도로 이성을 되찾았지.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어. 한때 주교의 거처였던. 지금은 온통 진홍색으로 그을려버린 방의 잔해뿐이었어.

그게 아마 크림슨 신디케이트라는 이름의 기원이었던가.

이봐, 그런데 감당되겠어? 내가 말해준 거, 특히 만들어진 신에 대한 부분 말이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황청 이단심문소의 표적이 되는 빛의 교회 1급 금기인데 말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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