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 그냥 별 건 없고 전에 일상으로 아주 살짝만 공개가 되었고 지금 저기도 아주 살짝만 언급된건데 그냥 이전 프로젝트에선 아스텔이 거기에 있었으니까요. 거기서 싸우는 거 배우고 죽이는 법 배우고 대충 그런 느낌으로다가.. 그리고 거기서 로벨리아가 와서 담당자와 협상을 해서 아스텔과 또 다른 한 명만 겨우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었지요. 네.
이스마엘이 기억하기에, 아버지는 유달리 잠에서 깰 때가 잦았다. 어느 날은 소리 없이 눈만 뜨고 자신이 잘 자는지 확인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무엇이 괴로운지 숨죽여 우실 때가 있었다.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제풀에 놀란 듯 구석으로 도망칠 때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밤에 잠들지 못한 자신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미안하다 빌었던 일이다. 잠에서 깨지도 못한 아버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한참이고 미안하다 말했다. 내 의지가 섞인 일이었노라, 내 의지가 아니었노라. 죽을죄를 지었노라, 죽을죄를 지은 건 너희가 아니었느냐. 고작 앞니 빠진 어린아이인데, 어린아이라도 위험한 존재인데……. 공용어도 쓰지 못하고 독일어로 몇 번이고 뱉던 갈팡질팡한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그 의미를 곱씹기엔 이스마엘이 너무 어렸지만, 기억만은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스마엘은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심호흡을 하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쉴 적, 뱉는 숨보다 짐승 같은 억눌린 신음이 목구멍 틈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식은땀이 전신을 흠뻑 적셨다.
>>639 누가 우리 쥬 못생겼다고 했어..? 쥬가 못생겼으면 이스마엘은 아메바인데..!!!🥺 서글픈 눈.. 귀엽잖아.. 쥬 안 못생겼지만 못생겼다 놀리고 반응 보고싶어졌어.. 연애썰이 있으시겠다? 일방적이라니 우우 세븐스는 어째서 연애도 찌통인가요...🥺(정답: 세븐스라서) 공포영화 포지션 ㅋㅋㅋㅋㅋ 부정하고 싶은데 너무 정확해서 혼낼 수가 없어... 진단 념념 굿!
아.. 아.. 아스텔아.. 에스티아야.. 우리 귀여운 두 말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독백이 이렇게도 짜니.. 요술 맷돌이 바다가 아니라 독백에 빠졌구나...😭 그것보다 아스텔과 같은 생존자가.. 가디언즈? 어..?(승패에 집착하는 모 냉동빔 소녀 바라봄) 설?마? 떡밥을 이렇게 뿌린다고..? 다음편 나올 때까지 숨참는다 흡ㅂ..!!!!
레레시아는 턱까지 받친 숨을 고르며 쥬데카를 응시했다. 저 뚫린 입으로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아니면 변명을 하나, 한 번 해보라는 심정으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잔을 던져도 바닥에 밀쳐도 반응을 안 하던 쥬데카가, 억울한 소리를 듣는 동안 반박 한 마디 하지 않던 쥬데카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까.
미간을 찡그리는 것에 드디어 같잖은 변명이라도 하려나 했으나 나온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간결하고 직설적인 한 마디. 구구절절한 설명도 변명도 없이 달랑 튀어나온 말은 팽팽히 당겨져 있던 분노의 끈을 자르며 지나갔다. 겨우 끌어올려진 분노는 다시 이성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흐릿함이 가신 시야에 보이는 건 피폐한 얼굴에 띄워진 웃음. 그 웃음을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마주하던 레레시아는, 텀을 두고 흘러나온 미안합니다에 상체를 일으켰다. 코앞은 아니나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은 채 내려다보는 눈에서 붉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분 나빠."
그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걸 이해해 달라는 그를 보며 레레시아는 말했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순간적으로 목을 과하게 쓴 탓에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분 나빠. 붉은 눈물을 쉼없이 흘려 검은 옷과 하얀 머리카락을 적셔가며 다시 중얼거리고, 무릎으로 뒷걸음질을 쳐 쥬데카에게서 물러나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레레시아가 물러나며 독액도 사라졌다. 흐느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딘가 끈이 떨어진 듯한 레레시아를 뒤로 하고, 그제야 라라시아가 옆으로 나와 쥬데카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화풀이 당하게 해서 미안하게 됐어. 손 빌려줄테니 천천히 일어나. 방금 머리 부딪혔잖아."
라라시아는 처음과 다를 것 없이 차분했다. 분노를 감췄다, 다스리고 있다라기보단 아예 없는 것처럼. 쥬데카와 처음 인사를 나눌 때처럼 담담한 태도로 쥬데카를 도우려 할 뿐이었다.
육회. 당신의 탁월한 선택이다. 물론 글을 모르는 그녀는 간판에 적힌 그 뜻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동류는 이끌린다는 법인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기를 취급하는 집이라는 걸 귀신처럼 알아채고 만다. 오히려 저가 먼저 자리를 물색해 "여기가 비었다." 라며 맞잡은 당신의 손을 이끌고 가려 하고 있었다.
"괜찮다. 멜피가 준 옷이다. 엔은 입는다."
적당한 자리에 앉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새로운 옷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평상복 외에는 어떤 옷을 입더라도 불편했을 것이다. 헌데 그런 그녀가 재차 옷자락을 당기며 콧잔등을 가져갔다.
"하지만 멜피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당신의 냄새...라고 하면,
"풀이 탄 냄새다."
담배 냄새를 말하는 건가. 당신은 거의 항상 입에 물고 있었으니까. 그것 때문에 아까부터 옷자락을 당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답이 정답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계속해서 퍼부어질 것만 같았던 분노를 멈추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분노가 멈추고 널 바라보는 눈에서 끓어오르던 감정이 가라앉는다. 그리곤, 이어지는 짧은 네 대답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기분 나빠.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그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널 붙잡고 있던 독액 역시 거둬지고, 네게 내밀어지는 손.
"......"
너는 조금 망설이다가 라라시아가 내민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머리 부딪혔잖아. 그 말을 들으며 몸을 일으킨 순간, 띵하고 어지럼증을 느껴 너는 다른 한 손으로 급하게 땅을 짚었다, 언제 부딪힌 거지. 다행히 돌부리 같은 건 없었지만 바닥에 뒤통수를 부딪힌 건 사실이었다. 너는 살짝 고갤 흔들고 눈을 두어 번 천천히 깜빡인 뒤에야 붙잡고 있던 라라시아의 손을 놓았다.
"...아닙니다."
모르는 일이다. 네가 그 당사자가 아니라고 누가 보증하겠는가. 비록 네가 그녀들을 본 기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네가 가디언즈에 속해 있었던 것도, 그 곳에서 다른 세븐스들을 제압하는 일을 했던 것도, 심지어는 레지스탕스에 침투해 안에서 무너뜨리는 일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 너는 담담하지만, 그 역시 적잖은 분노를 지니고 있을 상대에게 말을 더하기보다는 아꼈다.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술자리를 망쳤네요."
흔들리던 시야가 안정되고, 너는 난장판이 된 자리를 눈으로 훑으며 그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언젠가는 밝혀질 일, 관계가 깊어져 입을 상처보다, 지금 내쏟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낫지 않을까 스스로 위로하며 너는 네 뒤쪽, 깨져 버린 술잔을 손수건으로 주워들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가 있어봤자 방해가 될 테니, 미소지은 너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두어 번 털어내곤, 다시 묶어 늘어뜨렸다. 돌아가자. 불청객치고 너무 오래 머무른 댓가라고 생각하는 듯이 너는 네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며 몸을 일으킨다.
라라시아는 쥬데카의 손을 놓기 전에 세븐스를 사용해 그의 혹시 모를 부상이 회복되도록 해주었다. 머리에 대한 부상은 처치가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 뿐이었다. 라라시아는 쥬데카의 생각과 달리 분노라곤 눈썹 한 가닥만큼도 없었다. 그저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같은 조직의 대원으로써 치유를 해주고 아니라는 쥬데카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돌아본 자리는 그 잠깐의 여파치곤 꽤나 화려하게 뒤집어져있었다. 일단 내놓았던 음식은 더는 못 먹을 상태가 되었고, 멀찍이 굴러간 빈 병은 반토막 난 것도 있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게 생긴 난장판에 라라시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쥬데카를 향해 쓴소리 한 번 하지 않았지만.
"뭘. 욱한 사람이 잘못이지. 미리 못 막은 내 잘못이기도 하고. 리오가 미안할거 없어."
손 다칠텐데 그냥 둬. 깨진 술잔을 치우는 그를 되려 걱정하는 말을 한 라라시아는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레레시아의 머리카락을 슬쩍 들춰보았다. 고개가 숙여진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무릎이나 근처 머리카락이 검붉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라라시아는 다시 레레시아의 머리카락을 잘 덮어주고 먼저 자리를 뜨려는 쥬데카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 순간, 그 때까지 늘어져 있던 레레시아가 팔을 들어 쥬데카의 바지를 붙들었다. 군데군데 붉은 물이 든 검은 장갑이 바지를 잠시 꾹 쥐며 붙잡는 건가 싶었으나. 곧 힘이 풀리며 조용히 떨어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라라시아가 레레시아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 이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 혹시 더 아프면 꼭 의무실 가고."
치유는 됐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녀의, 쌍둥이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달리 할 말이 없다면 그 자리는 그대로 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