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먹을 수 있게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조금 더 이으면서 아스텔은 낚시대에 낚시바늘을 끼웠고 미끼통을 바라보지만 굳이 그 통을 열진 않았다. 정말 마음 먹고 잡을 생각이라면 미끼를 꺼내서 바늘에 꽂아두겠지만 오늘은 딱히 잡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러다가 잡히면 놓아줄 생각이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 낚시대 세팅을 끝낸 후 가만히 물가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세를 잡고 낚시대 바늘을 휙 호수를 향해 던졌다. 퐁당. 바늘이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후, 아스텔은 낚시대를 잡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고민거리가 있다는 거야? 이제는 대충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쪽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묻지 않길 원하면 묻지 마라고 이야기해줘. 그럼 나도 더 말 안 꺼낼테니까."
조금 신경은 쓰이긴 하지만 상대가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굳이 신경을 쓸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일부러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말을 마친 후, 아스텔의 시선은 오직 한 점. 낚시 바늘이 잠겨있을 그 부분만을 바라봤다. 허나 미끼를 끼우지 않아서 그런지, 좀처럼 낚시대에는 소식이 없었다. 딱히 손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없음에도 아스텔은 계속해서 같은 지점을 바라보면서 침묵을 잠시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덧붙여서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쭉 가면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거기 앉아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할게."
낚시대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오른쪽 방향을 가리킨 후, 아스텔은 다시 두 손으로 낚시대를 꾸욱 잡았다.
겉과속의 괴리감? 이라 해야할까요. 평상시의 서술부터가 타인이 말하듯 서술되어 있어서 상대방에게 멜피의 속내는 보이게 하지 않되. 저는 얘가 지금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지, 얼마나 타격을 입었을지를 계산하다보니. 별거아닌 문장들임에도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고. 어떻게해야 캐붕이 아닐지가 힘들어용.
자캐의_순정만화포지션을_정해보자
연애경험은 많은데 찐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중반부쯤 진정한 사랑을 하게되면 한없이 약해지는 조연 2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요~?
자캐는_자신의_생명을
??? 이건 무슨 뜻이려나요. 대충 해석해서 말하자면.. 사실 자기 목숨에 미련은 없어요. 그.. 애초에 목적이 없는 캐릭터라서요.
멜피는 겉속이 다르게끔 둬서 어려웠구나. 하긴.. 문장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어떻게 해야 능구렁이 한마리 숨겼는지 아니면 칼 숨겼는지 모르게 하려면 힘들지. 그래도 그게 멜피의 매력이라구~~~ 순정만화..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이 순정만화 같지만(맛있음) 후후후후.. 목숨에 미련이 없다니 이거.. 이거 나는 눈에 흙에 들어가도 용납 못해.. 백년해로 하란 말이야..!!!!!!! 흑흑흑.........
먹을 수는 있게 하는구나. 아스텔의 말을 받아 중얼거리면서 조금 전 상상이 다시 떠오르려는 걸 간신히 막는다. 그러니까 그런 모습은 아닐거라고 그녀의 머릿속에게 새겨넣어 쓸데없는 생각을 차단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여유가 조금 생기면, 새까만 고민의 물결이 몰려온다. 다시금 술렁거리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허공으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 아스텔의 근처에 털석 앉았다.
"내 고민도 고민인데. 너도 내가 보기엔 다른 사람들이랑 별 차이 없거든? 뭘 그렇게 일일히 그래. 궁금하면 물어보고 신경쓰이면 물어보는거지. 애초에 신경 쓰일 만하게 구는 쪽이 잘못인 거라구. 간섭 받기 싫으면 티를 내지 말았어야지."
완전히 그녀에게 부메랑 꽂힐 말을 서스럼없이 떠드는 모습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다가도, 말이 멈추면 금새 무기력해진다. 한숨은 나오지 않지만 으, 하는 소리가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장갑이 거칠하기도 할 텐데 그 상태로 마른세수를 하곤 중얼거린다.
"추천해준 자리는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오면 볼게. 오늘은 여기가 편하다. 너도 있고."
수면이나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했지만. 결국 고민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으면 임시처방일 뿐인 걸 안다. 그러니 그가 먼저 물어봐주기도 하고 여기까지 데려와주기도 했으니 말이나 해볼까. 고민의 양상이 예전 같지 않다면, 해결 방법도 예전과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을 테니. 레레시아는 느릿느릿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아스텔의 낚시대 끄트머리를 응시하며, 조금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라라랑 같이 에델바이스에 구해졌을 때. 그러니까 2년 전에. 그 때는 정말 진심으로 복수가 하고 싶었어. 세븐스도 제대로 못 다루고 전투도 할 줄 몰랐지만 그냥 무작정 쳐들어가서 자폭을 하던 뭘 하던 다 뒤집어 놓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나마저 죽으면 라라는 정말 혼자가 되잖아. 라라도 힘든데. 나만 그러면 안 되니까. 그래서 복수를 포기했었어. 나를 버리는 복수 대신 에델바이스의 목적을 살 이유로 삼자고. 그거면 살 이유로 충분하지 않냐고. 지난 2년간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 훈련과 임무에 매달리고 나를 감추는 걸로 점점 잊었다고- 나는 더이상 복수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특수부대의 시작을 알리는 소집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블러디 레드 때는 병사들을 상대했지만 잠깐일 뿐이었고 기계를 상대로는 아무런 동요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버를, 글라키에스를, 진정한 가디언즈 간부를 마주하고 그 힘의 격차를 체감하자 잊은 줄 알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이 치솟았다. 아니. 쥬데카와의 설전으로 깨달았던 걸 애써 외면했을 뿐이었다.
"레이버와 글라키에스. 그 둘을 마주하니까 깨달을 수 밖에 없었어. 나는 복수를 포기하지 못 했고 다만 잊은 척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화를 낼 리가 없지. 속이 끓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다시 복수를 목적으로 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잘 모르게 되어버렸어. 지금의 내가 원하는 복수가 2년 전의 그것과 같은지. 가디언즈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고 몸이 떨리지만. 이걸 과연 복수라는 이름으로 풀어도 되는 걸까? 이제와서 다시 복수를 치켜든다면 지난 2년간의 나는 뭐가 되는 거지? 이대로 에델바이스의 목적에 따르는게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어. 나는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그게 내 고민."
진짜 쓸데없지? 자조적인 말투로 덧붙인 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턱을 괴고 호수를, 잔잔히 흔들리는 낚시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탁하고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2년 전의 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아스텔도 아는 것이 없었다. 아마 그때 자신은 그 임무에 나서지 않고 다른 임무에 나섰을테고 그다지 접전도 없었으니까. 그냥 로벨리아에게 새롭게 구한 이가 있는데 동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도의 말은 들었던가. 로벨리아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믿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넘겼는데 아무래도 모든 일은 그때부터 시작이 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복수심을 잊을 수 없고 그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에델바이스의 목적에 따르는 것이 맞을까라는 것. 그에 대해서 아스텔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네가 생각하는 복수라는 것이 뭔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 복수라는 것이 이 세상을 완전히 멸하자는 것. 혹은 비능력자와 세븐스와 화합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는 더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해. 대장의 목적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만 했던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고 비능력자와 화합해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니까."
죄가 있는 이는 처단하되, 죄가 없는 이를 해하진 않는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이들을 처단하고 세상을 다시 바로잡되 무차별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리고 죄를 명분으로 대량 살상극을 벌이진 않는다. 말 그대로 철저하게 가디언즈를 타깃으로 삼아 그들을 무너뜨리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로벨리아의 목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아스텔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낚시대를 괜히 두 손으로 꾸욱 잡으면서 이야기했다.
"솔직히 네 감정은 네가 아니니까 잘 몰라. ...하지만 복수를 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거야? 대장이 주로 하는 말이 있어.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라는 말. 영웅은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와 함께 나아가는 길을 택하지만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야. ...물론 대량살상극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현재진행형으로 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들이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세븐스를 억압하고 공격한다고 한다면... 그걸 처단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그런 이들에게 복수심을 품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여기에 있는 세븐스는 모두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억압당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삶을 살았잖아. ...화가 안 날 수 없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나 자기 자신도 이 말이 맞는진 알길이 없었다. 그리고 한숨을 약하게 내쉰 후, 아스텔은 조금 더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하는 복수가 2년전의 것과 같은지는 내가 답해줄 수 없지만, 굳이 억지로 그 감정을 죽이려고 하지 마. 그 마음이 가디언즈를 넘어서서 비능력자들의 대량 살상을 노리는 거라면, 말 그대로 몰살시켜서 피바다를 만드는 것이라면 대장에게 이야기해서 에델바이스를 나가도록 해. 허나, 세븐스의 삶을 이렇게 만든 작자들을 무너뜨려서 복수를 하고자 하는 거라면 여기에 있어. ...완전히 행동을 뉘우치고 이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려고 하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이 세상을 유지하고 세븐스를 억압하고 그 자유와 권리를 뺏으려고 하는 이들에게 에델바이스는 자비를 베풀지 않아. ...다른 이는 몰라도 대장과 나, 에스티아는 베풀지 않아.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네가 보고 맞으면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맞지 않으면 네가 추구하는 사상을 지닌 다른 레지스탕스에 들어가. ...언젠가는 그 때문에 충돌하게 되고 싸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세븐스의 자유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책임이니까."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말고,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라고 아스텔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내 무게가 실린 낚시대를 힘껏 끌어당겼고 낚시바늘에 걸려있는 이름 모를 커다란 물고기를 바라봤다. 허나 잡을 생각은 없었기에 아스텔은 그 물고기를 다시 호수 안으로 풀어줬다.
"복수건 뭐건 아무래도 좋은 거야.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니까 그저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면 되는거잖아. ...그게 세븐스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자유이자 권리니까. ...에델바이스는 그것을 위해서 활동하는 거니까."
그는 얼굴을 기댄 채 시선을 넌지시 위로 향했다. 갑작스레 이런 고백이 더해지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어렵사리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가장 두려운 기억을 되새기고 입에 올리는 마음은 어떤 걸까. 눈을 내리감고 짐작해 본다. 그와 멜피는 이전부터 친밀했으나 언제나 미묘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해 까맣게 빈 각자의 공백으로 남았던 영역. 아직 서로를 정확하게 알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마음 역시 제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올까.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서로의 경계를 흐리고 뒤섞음으로써 타인을 자신과 같이 여기게 되는 일.
"야, 나 그냥 씨* 최고의 호구 새*가 돼야겠다. 그냥 안 그러겠다는 걸 넘어서 너한테 내장까지 탈탈 털려줄게."
그러나 그의 경계는 일평생 자신을 가두는 외벽의 역할만을 해왔기에 힘겹게 꺼낸 그 말의 무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해 아쉽다. 멜피의 심정을, 그간 느껴왔을 고통을 수월하게 짐작할 수 없었다. 내가 남이 된 듯한 깊은 공감을 느끼기엔 그는 너무 오랫동안 동떨어져 있었던 탓이다. 다만 그런 그도 좋아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만은 타인과 다르지 않았다. 다친 곳은 지금은 괜찮나, 그놈은 어떻게 됐나, 많이 아팠겠다…… 건네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묻어두기로 했다.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에 묻은 감정이 무엇인지 읽어내었기 때문이다. "씨*, 절대 안 그래. 절대." 슬며시 고개 들어 멜피를 바라보는 얼굴은 진중한 기색으로 찌푸러져 있다. 분노와 염려, 슬픔과 온정, 온갖 감정이 난잡하게 얽혀 저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를 심정으로 굳은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 답답해도 서로 좀 봐주기다. 존* 말 좀 안 통하고 이해 안 된다고 해서 아프게 하는 건 절대로 안 되는 걸로."
사랑한다는 말에 언제쯤이면 순수하게 기뻐하게 될 수 있을까. 그는 생리적일 지경으로 툭 들이닥쳐 올라오는 거부감을 느꼈으나 참아내기로 했다. 그 말을 하는 멜피의 목소리 역시 더없이 떨리고 있는데 여기서 도망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구겨지다시피 쭈그렸던 자세를 풀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제 쪽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것은 싫어도 자신이 상대를 좋아함을 고백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완연하게 가벼워진 어조로, "씨*, 그러니까……." 그러나 예사롭지는 않은 투로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네가 그러는 게 좋았다. 내가 여기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나한테 친절했고, 다정하게 대해준 거. 선뜻 뭘 하자고 이끌었던 것도.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헤아려서 배려해 주고, 사실 날 만지는 것도 좋았지. 같이 있어서 즐겁고…… 그냥, 같이 있어도 보고 싶어. 그래서 사랑해. 존*, 하, 씨*. …많이."
솔직하게 고백하더라도 이런 말까지 비속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랑 좀 한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그는 칫 혀를 차고는 멜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다시금 부상 입었던 팔을 향하고 있었다. 다만 처음 의무실에 가라며 닦달해대던 때에 비하면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