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죽이겠다는 선언을 한 레이버는 삼지창을 있는 힘껏 높게 치켜세운 후에 그 삼지창을 땅으로 힘껏 내려찍었다. 이내 삼지창에게서 진한 남색 빛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전원 다 몸이 따끔따끔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가 정말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듯한 아픔. 그것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거슬리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머리, 어깨. 팔, 어쩌면 다리 부분까지. 그렇게 전신이 따끔거리는 것이 마치 계속 푹푹푹 찌르는 듯한 느낌이 느껴지는 가운데 레이버는 무덤덤한 얼굴,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입을 열었다.
"...글라키에스의 제안을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유감이야. ...적어도 지금만이지만."
이어 그녀는 있는 힘껏 높게 뛰어올랐다. 뒤이어 근처의 빗방울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이내 굵고 높은 물줄기를 생성했다. 그리고 레이버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굵고 높은 물줄기 속의 그녀는 마치 동화속에 나올법한 인어공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물줄기 안에서 모두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무덤덤하면서도 상당히 차가웠다.
/레이버의 보검 해방. 레이버의 페시브 스킬 발동. 비를 대처하지 못하는 이는 매턴 10의 데미지 부여.
이번 전투의 여러분들의 라이프는 100이에요. 저번은 30이었지만 보검에 익숙해지면서 체력이 조금 더 상승했습니다. 고로 이번 전투는 100! 자. 전투 스타트! 8시 10분까지!
죽음이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커다란 각오가 필요하다. 이스마엘은 그 사실을 안다. 막상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하는 것에서 노이즈 속의 표정은 어땠을지. 이스마엘은 삼지창을 내려찍는 모습과 함께 몸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거슬린다. 죽음이 이렇게 쉽게 다가온다. 필히 죽일 것이다. 안다. 이스마엘은 제안을 가장했던 일방적인 요구를 깨닫고 고개를 기울였다.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오만과 더불어 각오라. 역시 인간은 오만하지 않나. 글라키에스가 있는 쪽을 흘끔 쳐다본 이스마엘은 덤덤하게 입매를 굳힌다. 노이즈 속에서, 나아가 노이즈 속 개를 형상화 한 마스크 사이에서 굳게 닫힌 입이 뭔가 각오한 듯싶다. 만약 버텨낸다 쳤을 때 글라키에스가 무슨 말을 해도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말의 언급없이 대처해보고자 한다. 발을 천천히 떼며 공중으로 한 걸음 내디뎌본다. 그리고 염력으로 반구 형태의 장을 만들듯 하며 그대로 주변을 굳혀보려 시도했다.
글라키에스라고 했나, 말끝마다 승리자니 패배자니 쓸데없을 정도로 반복해대면 황당해서 외려 우습다. 다만 듣는 사람을 아니꼽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나서지 않아준다면 이쪽에서는 고마운 일이고. 단순히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지만 당장 협공당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그는 협상을 운운하는 레이버를 향해 가볍게 중지나 들어올린다. 그리고 곧, 척하니 올린 손끝으로부터 단단한 견갑이 그의 몸을 뒤덮기 시작한다. 손목과 팔, 사지를 비롯한 몸 곳곳에 내장형의 총포와 보호구가 덧대어진 형태의 무장이었다.
무장을 두른 채로도 느껴지는 공기가 그 자체로 따가웠다. 비 때문인가? 판단을 마친 그는 가장 간단한 방법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외장의 표면이 비늘처럼 일어나며 한 차례 뒤집어진다. 이윽고 폭발음과 함께 그의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퍼져나가는 압력의 충격보다는 연소에 더 중점을 둔 폭발이었다. 물이 문제라면 침투하지 못하도록 몸을 불태워 해결한다는 발상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보검의 힘을 빌린 덕에 이 정도의 충격은 능히 버틸 수 있으리라.
울리듯 퍼져나가는 빛은 짙은 회색. 인어를 닮은 레이버의 외형이나 습도 높은 공기, 그리고 내리 찍히는 듯한 자잘한 고통을 주는 물방울. 이 모든 것을 끼워 맞춰 본다면 아마 빛은 푸른색 계열이 아니였을까. 자신의 주변을 떠다니듯 흐르는 물감보다는 더 검어보이는 빛이였다.
보검으로 무장을 하는것은 한 순간. 그리고선 떠다니던 물감을 반절 떼내어선 공중에 떠올린다. 얇게 발리듯 넓게 퍼진 물감은 여전히 물감 특유의 액체성을 띄며, 빗방울을 막으려는 듯 하다. 적어도 대다수의 부대원들은 지킬수 있을 정도로 넓게 펴진 물감.
분명 충분히 가져왔다 생각했다만, 확 줄어버린 물감. 남아있던 물감은 공명하듯 파동을 일으킨다.
몸이 따끔거린다. 아마데우스는 신경쓰이는 감각에도 나이프을 쥔 손에 힘을 주려했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동화적이라기엔 이질적인 모습이군. 그녀는 나이프로 손목을 그어 피를 흘려냈다. "Let It Bleed!(피 흘리게 놔둬)" 흘려보내진 피가 허공에서 형상을 갖추더니 길다란 미늘창으로 변했다. 아마데우스는 창을 빙빙 돌리더니 자세를 잡았다.
창을 던져도 내 몸에서 떨어지면 별 소용이 없다. 접근전만이 허용되지만 저 물줄기가 있는 이상 접근전은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저 물줄기가 사라질때까지 동료들을 서포트하는게 좋겠어. 그녀는 다른 이들이 방어막을 펼치고 공격을 막아내면 행동을 나설 작정인지 잠시 뒤로 물러서 동료들의 방어막 뒤로 몸을 숨기려 했다.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땅을 박차오르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 순간에 보검을 해방하자 그녀의 살갗에 검고 반투명한 나노코팅이 둘러지며 일체화 된다. 그녀에게는 유달리 취약한 독극물에도 저항을 가지도록 방호처리가 되어 있는 장비다. 이걸로 물줄기들을 흘려 보낼 수 있을지는-
한 편, 공중에 떠올랐던 그녀는 이제 레이버와 동등한 고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즉시 두 손을 마주 쳐 쥐고는 레이버를 향해 내뻗는다. 그러자 두 팔뚝이 일체화되고 팽창하며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GORE FEAST」
어느새 전철 정도의 크기로 불어난 고깃덩어리. 탐욕스런 거대한 아가리가 달린 그것을 내달리게한다. 쏘아내는 것이다. 레이버를 물어 뜯기 위해 일방통행한다.
비는 정말로 매섭게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정도로 계속해서 들이닥치긴 했으나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비를 대처하려고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선우와 유루. 그리고 이스마엘의 세븐스의 연합으로 인해 공중의 비는 더 이상 그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한편 떠있던 드론은 살며시 뒤로 옮긴 후에 모두를 향해서 빛을 방사했고 이내 모두의 주변에 투명한 막 같은 것이 펼쳐졌다. 전기장을 이용한 일종의 베리어가 펼쳐진 것을 확인한 후, 에스티아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베리어를 작동시켰어. 강한 공격은 한번은 막아주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거야. 하지만 적어도 빗방울 정도는 계속 막아낼 수 있으니 세븐스 능력을 굳이 분산하지 않고 공격에 사용해도 돼. 일단 이 드론으로는 치료에 집중할게. 그렇게 크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응급처리 정도는 할 수 있어.
나름대로 드론에 이것저것 기능을 넣어놓았다는 듯, 에스티아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저 드론이 다치거나 하면 가벼운 치료 정도는 해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장 크게 데미지를 입은 이 두명에게 에너지 10% 회복 효과)
한편 레레시아는 호수에 독액을 뿌린 후, 그 독액을 이용해서 레이버의 물줄기에 들이박았다. 이내 레이버의 물줄기가 천천히 독으로 물들었으나 별 상관없다는 듯, 레이버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마치 그 안에 물이 섞여있어서인지 독액은 더욱 올라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되어있을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엔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생성했고 레이버를 물어뜯으려는 듯 공격을 시도했다. 그 고깃덩어리는 물에 정확하게 충돌했고 이내 물줄기를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허나 물줄기의 압력을 벗겨내는 것이 고작이었는지 레이버에게 타격을 가하지는 못했다. 한편 레이버는 그 벗겨진 물줄기의 윗부분에 자리를 잡고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이어 들고 있던 삼지창의 끝을 제 0 특수부대에게 향했다.
"...약해보인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어차피 힘의 차이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가디언즈는 정의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그것이 세상이 보는 시각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무슨 말을 해도, 결국은 테러리스트. ...틀려?"
이어 레이버는 삼지창을 오른손으로 들어올린 후에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있는 물줄기에서 작은 소형 물줄기가 레이저처럼 난사되기 시작했다.
"...아플거야. 꿰뚫리면."
/아쿠아 레이저. 타깃 전원. 3연타 공격. 모두 회피하고자 할 경우 다이스를 3번 굴려서 회피 판정을 받아야함.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누가 그랬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패배는 패배, 볼썽사나워도 승리는 승리인 것이다. 그래, 레이버의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진실은 상대적이고 세간: 비세븐스가 저항군은 보는 시선은 말 안해도 잘 안다. 그가 보는 세상의 진실도 대중이 보는 것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그는 틀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요전에 상기되었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시점에서 속한 사회는 그런 그와 비슷한 뜻으로 저항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이 시점으로 보면 그의 뜻은 진실되었다. 그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선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던 물감에 능력을 더욱 가한다. 물감은 거세게 일렁이고 있다.
물줄기 하나는 에스티아가 펼친 베리어에 의해 막히지만, 그걸로 베리어는 제 역할을 다한 걸까. 빗방울만이 튕겨져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움직여 회피해야 하는 것인가?
2타의 레이저는 회피나 방어를 하지 않는다. 능력을 쓰려면 기력이 필요하고, 쓸데없이 움직이면 능력의 위력이 떨어질 것이니. 허공에 띄웠었던 물감은 고요하게 아까의 얇게 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어느샌가 기체가 되어 레이버 쪽으로 흩어진다. 흩어지는 속도와 그 범위는 가히 인위적이다. 암막을 위해 흩뿌린 것일까, 기체는 진한 푸른색을 띄고 있다. 물감 특유의 독한 내음이 옅게 펴지며, 그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진다.
그는 3타의 레이저가 날아오는 것을 보면 몸을 틀어 회피하며 반격을 시도한다. .dice 1 2. = 2 반격을 하고자 하면 일렁이던 파동의 중앙에선 구체 하나가 뜯겨져 나가, 레이버에게로 쏘아올려진다. 목표는 관자놀이.
레이버에게 조금 공격을 시도했으나 느껴지는 건 물줄기의 물 맛 뿐. 그러나 방어를 이번 공격으로 벗겨냈다고 생각하면 나쁜 수확은 아니었다. 이어서 물줄기가 탄환이 되어 광선처럼 날아온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몸을 기민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떨어트려냈다. 그러나 접근도 멈추지 않는다.
"엔, 서걱서걱이 되어라."
그녀는 마지막 물줄기를 피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고기에 보검의 파츠인 블레이드를 융합시킨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는 일체 된 넓고 날카로운 칼날을 모습이 드러냈다. 몸을 핑글 회전시키면서 원심력으로 실어 그대로 레이버의 신체를 향해 내려친다.
테러리스트가 어쩌니 해도 반박하거나 도발하며 따질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정의나 명분 같은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지금은 한가롭게 공론이나 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팔의 외장이 갈라지며 짤막한 총열 여러 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변의 물줄기를 향해 탄환이 마구 쏘아져 방발했다. 산탄에 가깝도록 아무렇게나 비산한 총탄들은 곧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물줄기의 흐름을 흩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쏟아지는 공세를 무효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몰아치는 물줄기의 힘에 휩쓸려 바닥을 구르다 간신히 몸을 피해 중심을 잡는다. 틈이 생김과 동시, 그는 곧바로 거대한 물기둥의 중심을 조준하여 격발했다. 레이버의 가슴 한가운데를 노리고 날아간 총탄은 목표물의 지척에 다가간 순간 터져 나갈 테다.
"정의? 누구를 위한 정의지? 정의는 언제나 상대적이야- 방사능 먹은 물고기야. 절대적인 정의는 없어."
레레시아는 레이버가 쏘아낸 물줄기를 피해냈다. 한 번은 맞을 뻔 했으나 에스티아가 펼쳐준 방어막 덕분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썩어도 물고기라고 독액 그 자체는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돌진시켰던 독액을 거둬 형태를 갖추었다. 물로써 질식시킬 수 없다면 때려잡을 뿐이다.
독액을 긴 채찍으로 만들어내 레이버의 몸통을 노린다. 저 거만한 몸뚱이를 지상으로 먼저 끌어내려주기 위해.
떨어지는 빗방울조차도 위험하다. 마치 바늘처럼 온 몸을 찌르고 꿰뚫을 기세로 떨어지는 빗방울. 다행스럽게도 몇몇 동료들의 세븐스와, 이어진 에스티아의 드론이 펼친 베리어에 더 이상 따끔거리는 빗방울에는 신경을 그렇게까지 쏟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어진 공격들로 물줄기를 벗겨내는 것도, 나름 선방한 거라고 볼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인데... 레이버는 삼지창을 들어올려 돌리기 시작했고, 당연한 수순인 양 물줄기가 작게 갈라지더니 총탄, 아니 그 이상의 속력으로 발사되고 있었다. 꿰뚫리면 아플 거라는 말에 반응하는 것보다는 지금 눈 앞으로 날아오는 물줄기를 피해야 했다. 몸을 바짝 낮춰 한 번, 코 앞에서 자기장에 부딪혀 분산된 물줄기 하나. 두 번은 막아주지 못하겠지. 너는 바로 몸을 놀려 계속해서 너를 노리는 물줄기를 피해 발을 놀렸다.
"당신이 그 아픔을 압니까? 놀라울 따름이군요."
꿰뚫어 보기만 한 게 아니었나? 대체 누구한테 꿰뚫려 봤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너는 물줄기의 틈을 노려 레이버에게 뛰어들어 몸통을 톤파로 가격하려고 했다.
한 번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말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스마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최근들어 부쩍 말이 많았던 이스마엘인데, 이번 전투에서는 기이하게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싶어도 이후의 상황이 되레 기를 빨아먹을 것을 안다.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각자의 사정이 있다. 아마 저 사람도 가장 나은 선택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사실을 아는데, 아는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정의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
같은 인간임에도 격을 나눈 자가 잘못한 것이노라 생각했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대로 공격을 피하려 했다. 비록 공격을 맞을지언정. 그 끝으로는-
아마데우스는 창을 휘둘러서 레이버의 목을 노리려고 했다. 분명히 명중하긴 했고 그에 따른 데미지는 확실하게 들어갔지만 당연히도 레이버의 몸은 장갑으로 덮여있었기에 목을 꿰뚫는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나 제대로 타격은 들어갔는지, 본능적으로 살짝 긴장을 했는지 레이버는 몸을 움찔했다.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공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유루의 구체가 레이버의 관자놀이에 명중했고 선우의 소총 공격이 레이버의 쇄골 부위에 명중했다. 그러는 와중 레레시아의 채찍이 레이버의 몸통을 내리쳤고 쥬데카의 톤파가 레이버의 몸통을 제대로 가격했다. 어디 그 뿐일까. 엔의 블레이드가 레이버의 몸통을 내리쳤고, 이스마엘의 염력이 레이버의 몸통을 억눌렀고 승우의 총탄이 물줄기에 닿아 폭발했고 그 때문에 레이버가 생성한 물줄기는 산산조각 났고 레이버의 몸 역시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는듯 했다. 허나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물줄기를 생성했고 땅에 떨어질듯한 그녀의 몸을 지탱해서 다시 높게 띄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검은 아니라고 해도 보검은 보검이로구나. 이 보검이 없었다면 위험했어. ...평범한 가디언즈 병사라면 죽거나 크게 다쳤을거야. ...인식을 조금 바꿔야겠어. ...아까 그 정도로는 죽지 않겠구나."
적어도 일반적인 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이 레이버는 모두를 가만히 바라봤다. 분명히 타격은 들어가긴 했으나 정말로 크게 데미지가 피격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 약점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의 힘의 차이가 있어서 보검 출력에서 확실하게 막히는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가디언즈에서 정의를 위해서 행동하는 무기. ...노예라고 해도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게 뭐? ...그게 이 세상을 위해서야. 실제로 비능력자들은 우리가 있기에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 ...그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거라면, 그게 곧 정의. 누구를 위한 정의냐고? 이 세상을 위한 정의. ...실제로 세상은 평화롭게 바뀌었어. 절대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평화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정의. ...그것을 부정하는 자는 인류의 적."
"...가디언즈는 인류의 적을 용서하지 않아."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 실렸고 이내 레이버는 물줄기 속으로 들어간 후에 인어가 헤엄을 치듯이 빠르게 위로 솟구쳤고 정말로 높게, 상당히 높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삼지창을 물줄기 속으로 던졌고 빗방울은 그 물줄기를 향해 계속 모이고 있었고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들어오렴. 물 속으로."
이내 그 삼지창은 물줄기를 반으로 갈랐고, 제 0 특수부대를 향해 해일처럼, 정말로 거대하고 거대한 크기로 밀려왔다. 확실한 것은 저기에 휘말려서 좋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메가 웨이브 - 데미지는 없으나 흽쓸리게 될 경우 다음 1턴 동안 물 속에 잠겨 행동(회피+방어+공격) 불가. 이 공격은 방어가 불가하다. 단 회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날리고 흽쓸리는 것은 가능. 어쨌든 방어는 불가능하고 회피는 가능.
공격은 전부 명중했다. 동료들은 죄다 한 실력 한다 평가했다만, 그럼에도 타격이 없어보이는 걸 보면 인상이 느슨해진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그러니 긴장감이 더해져야 할 텐데 어째 별로 그런 압박감은 들지 않는다. 무력감을 느끼는 건가? 그건 아니다. 아무런 사고 회로 없이 그저 맞춘 물감 쪽으로 신경을 돌린다. 명중하고 남은 물감의 파편들은 레이버의 관자놀이에 묻어있다. 그 파편들에 힘을 쏟으면 체내로 진입시켜 그녀를 질식시키는게 가능할까?
그녀의 채찍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공격도 하나 둘 먹혀들어갔다. 그대로 바닥에 때려눕힐 수 있을 거 같았으나, 새롭게 만들어진 물줄기가 레이버를 받폈다. 쳇. 혀를 찬 레레시아는 일단 몸을 움직였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게 정의라- 맞는 말이긴 한데."
레이버가 일으킨 거대한 물살을 피해 내달린 후, 근처 나무를 붙들어 쓸려가지 않게 버티면서 소리친다.
"어이 물고기 씨. 네 말대로 세상이 원하는 건 정의야. 그런데 지금의 정의는 누가 만들었지? 너희의 수장이 멋대로 만든 정의잖아? 비능력자만을 보호하고 세븐스는 무조건 배척하는게 정의라고? 중립을 지키지 못 하는 정의는 정의가 아냐. 만든 이의 에고이고 이기심일 뿐이라고."
"눈 가리고 외면한 세상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고? 아니. 내가, 이 레지스탕스의 존재가 너희가 그것이 거짓이라는 증거야. 지금 가디언즈가 내세우는 정의야말로 인류의 적이자 절대악이라는 증거라고. 가디언즈야말로! 사라져야 하는 절대악이다! 이 뇌 없는 물고기X아!!!"
레이버의 속을 밑바닥까지 긁어버릴 작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독액을 최대한 생성해내며 다음을 준비한다.
협공은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도 여유를 잃지 않은 레이버를 보며 작게 혀를 찬다. 하긴, 저 정도나 되니 혼자서 다른 세력들을 쳐부수고 다니는 거겠지. 보검의 힘을 빌려 맨몸으로는 꿰뚫리고도 남을 공격을 맞고도 멀쩡한 자신이 할 생각은 아니지만,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세다.
"*, 안 그래도 *같은데 짜증나게 개소리 하고 앉았어. 그럼 기회라도 공평했어야지. 누구는 개** 태어나자마자 죄 없어도 죽는 판에 세상 존* 정의롭다, 그치? 태어난 게 죄라는 개소리는 안 받는다, 씨**아."
서로 논쟁할 틈은 줘서 다행인가. 적어도 말하는 동안에는 저쪽도 주의력이 흐트러질 테니 말이다. 참다 못해 한 마디 하고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몰아치는 공격에 대처한다. 무장의 힘을 빌려 높이 뛰어오른다. 발 밑에 일으킨 폭발을 반발력 삼아 더욱 솟아오르며, 떨어지는 도중 다시 한 번 레이버를 향해 폭발성의 총격을 가한다. 조준은 지느러미 형태의 하반신을 향해 있었다.
들어갔다...! 분명히 타격이 가해졌다는 감각이 톤파를 타고 전해졌다, 앞뒤로 이어지는 동료들의 공격까지 해서 레이버는 추락하고 있었다. 아니,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순간 새롭게 생겨난 물줄기를 타고 떠올랐으니까. 칫, 하고 혀를 가볍게 찬 너는 땅에 손을 짚으며 안정적으로 착지하고는 레이버를 올려다보았다. 정의라- 절대 다수를 위한 정의.
"'절대'라는 건 '다수'에게 붙일 수 없는 말입니다. 레이버."
인류의 적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물줄기 속으로 들어간 레이버, 다음 순간 물줄기로부터 인어가 튀어오르듯 솟구친 그녀는 삼지창을 물줄기 속으로 집어던졌고, 물줄기는 그에 반응하듯 점점 몸집을 불렸다. 이건- 너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삼지창이 물줄기를 반으로 갈랐다. 그것은 마치 해일처럼, 모두 휩쓸어 버릴 작정인 듯 다가온다. 너는 물줄기가 마치 날카로운 창처럼 변해 한 사내의 심장을 꿰뚫던 것을 떠올린다. 빗방울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주던 것도. 한 줄기의 물도, 자그마한 물방울마저 그러한데 저 정도 규모의 물에 휩쓸렸다간 뒷일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건 피해야 한다.
마침 엔이 나무 위로 움직이는 것을 본 너는 곧바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굵은 가지를 붙잡았다. 아슬아슬하게 네 발끝을 스쳐 지나가는 물길, 너는 나뭇가지를 붙잡아 올라 두꺼운 나무줄기에 발을 디뎠다.
"이 모든 행동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당신과 같았으니까요."
콰직, 하고 나무줄기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너는 마치 화살처럼 공중에 떠 있는 레이버에게 튀어나갔다. 톤파를 거꾸로 쥐어 타점을 좁힌다. 이대로 한 점을 노리자. 너는 레이버의 몸 정중앙, 명치를 노려 주먹을 내지른다.
평범한 가디언즈라면 죽었을 것이다. 당연히 죽고도 남는다. 이스마엘은 처음 죽었던 날을 떠올린다. 척추에 박혔던 파편을 기억한다. 두들겨도 화면이 뜨지 않던 태블릿처럼 이상이 생기던 순간을 떠올렸다. 무기, 노예. 그 삶을 인정하는 사람……. 그러면 세븐스는 누구에 의해 안전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지? 세상이 비능력자 위주로 굴러간다면 가디언즈의 삶도 언젠가 팽 당하는 것이 아닌가? 끔찍하다, 소수를 바라볼 수 없는 세상임은 알지만 아예 인류에서 배제한다는 그 행위가 끔찍했다.
이스마엘은 그 사실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대체 나는 무엇이 끔찍한 것인가. 비능력자를 향해 끔찍하다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이 끔찍한 것인가, 아니면……. 눈이 가늘게 떨리며 물줄기가 자신을 향해 밀려왔을 때, 이스마엘은 등에 매고 있던 야구배트 모양의 보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물줄기를 유연하게 흘려보내려 하며 고개를 다시금 들었다.
"인간입니다. 우리는 인류입니다. 당신은 노예도, 무기도 아닙니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 그러니 나에게로 오라. 자유를 향해 정처없이 떠도는 삶으로.
다른 이들은 어떻게든 그 해일을 회피하는데 성공했지만 유루와 멜피는 회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흽쓸렸다. 이내 그 물은 둘을 가둬버리듯, 그 상태를 유지했고 강한 수압을 부여하면서 둘의 몸을 꽉 붙잡았다. (이번 턴. 둘은 공격, 회피, 방어 모든 것이 불가능) 하지만 회피한 이가 더 많았으며 그들은 각자 반격을 시작했다.
엔은 높게 뛰어올라 팔에 솟아난 칼날로 레이버의 몸통을 내리쳤다. 그 공격은 명중했으나 상당히 단단했는지 타격 데미지를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뒤이어 승우는 총격을 가했고 그 폭발은 레이버의 하반신 지느러미 부분에 명중했다. 이내 레이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조금이긴 했으나 지느러미 부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레이버는 대처를 하려는 듯 하반신을 움직이려고 했다. 허나 쥬데카의 톤파로 레이버의 명치를 노렸고 타격 데미지를 주는데 성공했다. 허나 확실히 명치 부분, 정확히는 몸통 부분은 상당히 단단했다. 이내 선우가 던진 수류탄이 날아들었고 그것은 터지면서 파편을 레이버에게 날렸고 레이버의 몸 여기저기에 데미지를 주는데 성공했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의 무장은 흠집 하나 없이 단단했으나 레이버의 얼굴 부분에선 피가 살짝 흐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스마엘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했고 그 물방울과 잔해들이 레이버를 향해 날아왔고 레이버에게 명중했다. 그 데미지가 상당히 강한 탓일까 .금이 간 하반신 부분이 박살이 났고 그 속에서 얇은 무장을 하고 있는 그녀의 두 다리가 튀어나왔다. 혀를 차면서 그녀는 이번엔 땅에 착지했다. 어쩌면 물줄기에 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조금 아프긴 한지 이를 악물고 있던 그녀는 모두를 가만히 바라봤다.
"..내 삶은 가디언즈로서 정의를 수호하는 것. ...뺏긴 것이 아니야. ...내 의지로 정의를 지키는 거야. ...나는 무기. 비능력자를 지키기 위한 무기. 그것이 가디언즈로서의 나의 삶. 나의 사명. ...그것을 부정하는 당신들은 결국 이 세상에 혼란을 부여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 세븐스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던 시기. 세븐스를 사용해서 문제를 일으킨 이들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어. ...그리고 그 피해는 세븐스가 억압당하고 난 이후부터 점차적으로 사라졌고 비능력자들의 안전이 조금씩 보장되었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야. ...원죄를 주장할 마음은 없지만, 결국 힘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인거야. ...통제되지 않는 힘은 반드시 위험요소가 되니까. ...쭉 그래왔으니까. 그렇기에 가디언즈가 형성되었으니까. ...너희들은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 ...너희들의 힘이 이 세상을 위해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능력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그게 불가능하니까 통제받는 거야. ...아무도 그것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세븐스 어린아이가 비능력자 성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힘의 차이가 있으니까. ...증명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죄야. ...증명하고 있는 가디언즈의 존재 그 자체가 증거."
이어 그녀는 잠시 쥬데카 쪽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선우 쪽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래. 그런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거야. ...가디언즈가 얼마나 중요하고 지금 이 법령이 얼마나 세상을 지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발언. ...역시 테러리스트. ...마음대로 해. ...네가 소속한 레지스탕스가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기대되네."
피식 웃어보이던 레이버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삼지창을 있는 힘껏 물줄기 속으로 집어던졌다. 상당히 빠르게 회전을 하고 있고 물줄기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유루와 멜피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을 보면 단번에 꿰뚫어버릴 심상으로 보였다. 저 삼지창을 받아치지 못하면, 혹은 다른 방법을 쓰지 못하면 삼지창에 의해서 두 사람이 크게 데미지를 입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연계기술. 만약 상쇄시키지 못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될 시 유루와 멜피에게 40 데미지. 삼지창에게 공격을 가해서 1~100을 돌려서 400 이상의 데미지를 부여하는데 성공하거나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거나 물줄기를 없앨 수 있는 세븐스를 발동해서 없애는데 성공하면 상쇄가능.
그러니까 이번 턴은 유루와 멜피는 움직이지 못해요. 미안해요. (눈물)
11시까지! 이 공격 후, 마지막 레이버의 공격이 나온 후에도 전멸하지 않으면 승리조건 달성이에요!
"비능력자 지키는 건 좋아. 그런데 그게 능력자를 차별하며 고통받게 하는 거야? 능력자는 허가없는 물건 하나도 제대로 살 수 없어. 길거리에서 돌팔매질을 당해도 대항할 수 없어! 이게 정의야? 이게 비능력자를 위한거야? 능력자를 도와주려는 비능력자까지 죽이는 너희가 할말은 아니지 않아?"
그래, 절반은 맞는 말이다. 법령 전에는 세븐스들이 비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이 일어났다. 그리고 법령 제정 후 범죄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세븐스들은 분명 1% 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으로 99% 사람들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공리주의적으로 보자면
"통제도 선이 있고 정도가 있어. 이 법은 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고. 인권조차 무시하는 게 이게 맞는 거야? 증명 좋아하시네. 증명할 기회를 준 적 있어? 모두가 쉽게 마음만 먹으면 가디언즈가 될 기회가 주어줬어? 아니잖아? 그런데 뭐? 증명? 스스로를 증명하는 게 아니야. 권력자들에게 선택받은거지."
"상관없어. 에델바이스는 탈퇴하고 하면 그만이고, 어자피 세간에 우리의 이미지는 개판이니까."
삼지창이 유루와 멜피를 공격하려고 하자, 비를 막을 때처럼 그들 앞에 아공간을 펼쳤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물 속에서 삼지창의 방향이 다 휘어져 공격이 날아올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삼지창을 파괴하는 게 중요했다.
그녀는, 아마데우스는 잠시 눈을 뜨고 레이버를 바라보았다. 왠지 안타깝다는 눈빛. 안쓰러워하는 듯 슬픈 눈길로 레이버를 보던 아마데우스는 레이버를 향해 창끝을 겨누듯 창을 든 팔을 올렸다.
"아가씨, 그럼 아무도 해치지 않았는데 세븐스라는 이유로 박해받는 사람들은 뭐지요? 말벌 한 마리는 꿀벌보다 강하지만, 말벌 7마리와 꿀벌 7000마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기게 됩니까? 저는 그 힘의 차이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븐스가 정말 위험하다면 자기 몸 지킬 능력없는 비능력자들은 진작에 몰살당해야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박해받는 중이지요."
아마데는 다시 눈을 감았다. 왠지 침울한 얼굴이었다.
"아가씨, 대체 누가 아가씨로 하여금 차별과 억압을 정당케 했지요?"
그리고 레이버가 물줄기 속으로 삼지창을 던지자 그쪽으로 시선을 옮긴 아마데우스는 그 삼지창이 유루와 델피를 향하자 박차고 달려나가 삼지창의 창살 사이로 창날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접근전만이 그녀의 싸움방식이니 물리력으로라도 삼지창을 막으려는걸까. 그런데 왠지, 혼자 힘으로만은 좀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네가 가디언즈기 때문에 그 말은 더욱 모순적이야! 가디언즈에 속한 세븐스는 대체 무슨 방법으로 스스로가 위협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는거지? 그들만 가능한 방법이라도 썼나? 그럴 리가! 지금의 가디언즈는 그저 권력을 가진 비능력자 놈들이 써먹기 좋은 장기말들을 골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너희는 정의를 논할 권리도, 자격도 없어! 가디언즈가 증명하고 있는 건 이 세상이 불합리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 뿐이야!"
"너는 뭐? 비능력자를 지키는 무기? 하하하! 비능력자들한테는 너희도 똑같은 세븐스야. 이 멍청아. 가디언즈라는 목줄만 없으면 언제 자신을 해할지 모르는 개 취급이라고. 그거 아냐? 사냥이 끝난 개는 어떻게 하는지? 주인을 물기 전에 죽여지고 그게 네 말로가 될 거다!"
아니면 그 전에 이 자리에서 죽어!
레이버의 무장은 반파되고 물줄기는 더이상 레이버를 받쳐주지 않는다. 삼지창은 레이버의 손을 떠나 물줄기로 들어가, 미처 피하지 못 하고 갇힌 유루와 다른 한 명을 뚫을 듯이 보였다. 삼지창을 쏘느냐 아니면 레이버를 공격하느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정의로 인해 어디선가 절망이 태어난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야. 또다른 악일 뿐."
그녀의 발밑에는 미리 뽑아둔 독액이 충분히 모여 있었다. 그 속으로 채찍을 던져넣자 독액이 채찍을 삼키고 부글거린다. 독액의 위에 선 레레시아가 한 손을 치켜들자 독액이 솟아오르며 형상을 이룬다.
- 내던져진 고통이 절망을 키우고 - 버림받은 몸뚱이는 원한을 먹고 자랐으니 - 독기 찬 자식의 원망이 능히 세상을 삼킬지어다
"폴링 커스!"
그녀를 감싸며 솟구친 독액은 곧 거대한 뱀 괴수의 형상을 띄었다. 어느 신화 속 바다를 두르고 있다는 그 괴수와도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독액의 뱀 괴수는 허공에 똬리를 한바퀴 트는가 싶더니 큰 주둥이를 벌렸다.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고서 레이버를 향해 수직강하하여 덮쳤다.
당신 스스로도 벌써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나는 통제되는 세븐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세븐스- 라고.
"문제를 일으킨 이와, 아닌 이를 당신 스스로도 구별하고 있잖습니까. 그만두세요, 그런 말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적 없는 아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덮으려고 하지 마시라고요. 당신... 당신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저 지금 당신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겁니까? 그렇게, 통제가 어려운 힘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짓밟혀 죽는 모습을 보면서도 당신은 그저..."
너는 조금 망연한 듯 웃었다. 헬멧이 모습을 감추고 고글만을 걸친 네 얼굴이 드러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통제되지 않는 힘을 마구 휘두르는 이들은 저항으로 그 끝을 맺는다.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말 없이 고개 숙이는 이들은 그 두렵다는 힘을 가지고도 조용히 사라져 갈 뿐이다. 너는 정녕 네 손으로 쓰러지는 이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것도 느끼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저 자리에 있지 않아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뿐인 거죠? 다음 순간, 답을 듣기도 전에 던져진 삼지창에, 더 이상 레이버는 네 얼굴을 볼 수 없었으리라. 순식간에 얼굴을 덮은 헬멧과, 젖은 땅을 박차는 소리. 네 손은 어느새 삼지창을 붙잡기 위에 뻗어지고 있었다.
명중했다. 우수수 쏟아진 공격을 뒤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은 듯싶다. 이스마엘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위험하니까 드러내서는 안 돼. 알겠어? 죄송합니다,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스마엘은 이어지는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의지를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븐스가 자유로웠을 시기 너는 모든 걸 잃었다. 세븐스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스마엘은 안다. 반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국가의 배신자고, 반역자이며, 인간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지언정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 학살을 보기좋게 포장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인 발상이지. 1900년대 초중반의 시절 말이다. 그만큼 고리타분하단 소리다, 이스마엘.
약점은 아래쪽이었나? 상반신의 여러 부분을 공격했을 때와는 다른 반응에 내심 쾌재를 지른다. 무리 없이 아래로 착지한 후 다음 행동을 이어간다. 아니, 순간적으로 레이버의 말에 주의를 빼앗기고 말았다. 머리부터 물 속에 처박힌 것마냥 머리가 식는다. 격전으로 인한 흥분마저 가라앉을 만큼이나 차다.
"그렇다면 통제를 개판으로 하지 말든지, 씨*."
차라리 날 때부터 일렬로 세워놓고 도살을 하든, 체계적인 수용 정책을 세워놓든, 자격 있는 모두에게 허울 좋은 자율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만 했다면 비능력자의 안전도 철저하게 보장됐을 테고, 쓸데없는 저항이나 불행이 들쑥날쑥하게 넘쳐나지는 않았을 텐데. 서늘하게 식은 분격의 자리에 지독한 적의만이 밀어닥친다. 하지만 아직은 휩쓸릴 때가 아니다. 이 자리엔 자신만이 있는 게 아니니.
레이버가 삼지창을 물줄기 안으로 던진다. 안에는 동료가 있는 상황. 상당히 좋지 않다. 삼지창을 격파한다면 좋겠지만 현재 인원의 화력으로 가능할까. 어쨌든 그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엔, 부웅부웅이 되어라."
그녀가 말하자 칼날이었던 팔이 울컥거리면 다시 재구성을 이루기 시작한다. 블레이드를 분해하고 금속을 섞고 둘러서 중량을 강화한다. 그러자 그녀의 팔뚝은 해머에 버금갈만한 무식한 둔기가 된다. 일단은 커다랗다. 그리고는 땅에 내려온 레이버에게 냅다 휘두르며 달려든다. 커다란 충격이 덮치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기대하는 것은 대미지가 아니라, 레이버를 이대로 밀어서 물줄기로 빠트리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담긴 물줄기에서 삼지창을 제어할 수 있으려나.
선우와 아마데우스, 그리고 쥬데카와 이스마엘, 승우는 각각 삼지창을 공격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화력이 부족한 탓일까. 모두의 공격을 받아치면서 삼지창은 그대로 계속해저 질주했다. 허나 그 순간 엔이 둔기로 변형된 팔을 이용해 커다란 충격을 가하려고 했고 레이버는 그 공격에 명중하고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는 듯, 씨익 웃었으나 뒤이어 레레시아의 스페셜 스킬이 레이버를 덮쳤다. 독액에 빠져버린 것과 동시에 물줄기가 팟하고 사라졌고, 삼지창 역시 그 상태에서 멈추고 물이 되어 녹아 사라졌다. 아무래도 큰 데미지를 입은 것 때문에, 특히나 하반신 장갑이 박살난 지금, 방어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 데미지를 입어서 잠시 세븐스가 멈춘 모양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사회에서 그렇게 따르는 것이 악...이라면 너희들은 정의라고 주장할 셈이야?" "...고작 테러리스트 몇 십, 몇 백명따위에게 악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상관없어. ...너희들은 수억, 수십억명에게 있어서 악이니까." "나는 가디언즈. 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이 세상을 흔드는 자들을 없애는 존재." "...다행. 다행이라고?" "..........죽여버리겠어."
이내 독액 속에서 강렬한 남색빛으로 빛나는 삼지창을 들고 있는 레이버가 튀어나왔다. 전신에서 남색빛을 내뿜고 있는 레이버는 이내 단번에 뛰어올랐고 제 0 특수부대 멤버의 중앙에 착지했다.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모두 멈췄고 호수의 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레이버는 크게 기합을 외치면서 삼지창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레이버를 중심으로 커다란 소용돌이처럼 물줄기가 그녀를 감싸듯이 위로 솟구쳤고 이내 그 물줄기는 소용돌이 형태가 되어 레이버의 사방을 외부와 차단시켰다.
-돌아라. 돌아라. -이 땅의 모든 것을 침수시킬 소용돌이. -수룡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타이달 웨이브!!"
이내 레이버를 중심으로 큰 원의 형태로 소용돌이가 외곽에 일어났고 그 소용돌이는 점점 압박하듯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레이버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 그리고 외곽 부분에선 점점 좁혀져있고 있는 소용돌이.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물길은 그야말로 거세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스페셜 스킬 발동. <타이달 웨이브> 데미지 50. 방어 불가. 베리어 관통. 회피 불가. 특수 조건을 만족하게 될 시에는 상쇄 가능. 허나 상쇄하지 못할 시에는 데미지와 함께 2턴간 행동불가 처리.
레이버의 마지막 공격! 어차피 다들 체력은 버틸 수 있을테니까 그냥 자유롭게 대처해보세요! 어차피 승리조건은 만족했으니까요! 일단 축하드려요!
무엇이 되었든 참는 것은 익숙하다. 숨을 죽이고 가라앉은 마음 역시 그대로 죽여두면, 한순간의 격동이 지나간 후에는 잠잠한 평온이 찾아든다. 의무나 정의 같은 따분한 소리나 해댈 때와는 딴판으로 살기를 내뿜는 레이버를 보자 그제서야 웃음이 새었다. 아, 저 개** 빡치는 거 보니까 기분 째지네. 그러나 나아진 기분과는 별개로 사태는 더 나빠졌을 뿐이다. 주변을 에워싸고 조여오는 물기둥과, 그 중앙에 자리한 시전자.
그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이제까지와 다를 것 없이 정조준하여 레이버를 노린다. 총열이 달아오르며 짧은 소음을 내뿜자 어김없이 탄환이 비산하는 물방울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 중심에 바람 앞에 꺼질 촛불처럼 미약한 빛을 품은 탄환이었다. 거대한 물살에 대고 총을 쏘는 짓은 무의미할 테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소용돌이의 흐름에 흘러간다면 고마운 일이다. 안에서부터 터뜨리기에 딱이니. 탄자는 쏘아져 멀리로 날아간다. 유탄이 되더라도 무방한 그것에 실린 불이 미약하게 점멸했다. 깜빡이던 그 찰나의 박명이 마침내 사그라들자, 그때 탄의 한가운데로부터 불현듯 십자형의 빛살이 번뜩였다. 생멸하는 별의 불꽃과 같은 흰 빛이 일순 터져 나와 어둠을 집어삼킨다.
이 세계는 무엇인가? 선도, 악도 없는 중립의 세상인가? 아니라면 악과 더 커다란 악이 존재할뿐인가? 이스마엘은 그 이후의 말을 온전히 레이버가 상상하게끔 하듯 입을 다물었다. 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되,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악이라고 불린다 한들 이스마엘은 행복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 삶을 살고자 하여 발을 내디뎠으니까.
그렇지만 당신이 그 세상에 발 들이고 싶지 않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이 아닌가. 마치 지금처럼 단절된 삶을 사는 당신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고려하고자 하나 고려하지 않는다. 당신이 정한 것에 이스마엘은 되묻듯 했으나 답은 이미 정해진 듯싶으니. 이스마엘은 천천히 물의 중심점을 찾고자 했고, 손을 뻗어보려 했다.
그리고 염력을 이용해 힘의 위치를 강제로 뒤바꾸려 시도했다. 소용돌이 치던 것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면, 멈추지 않을까 싶었기에.
물 섞인 기침소리를 뒤따르는 것은 무언가 쏟아져 나오는 소리였다. 아까 물감옥에 갇히며 순간 들이쉰 물의 양은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입가를 대충 문대도 축축한 것은 변함 없었다. 답지않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레이버를 감싸는 소용돌이, 그리고 퇴로를 봉쇄하듯 좁혀져오는 외곽의 물.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 된 기분이다. 넓게 보면 물의 몸통 사이에 서 있는게 같은 꼴 아닌가? 잡생각이 많아진다, 능력을 쓰기에 최적화된 상태.
- 태초에 물이 있고, 끝엔 하늘이 있으니. - 푸르름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도 닿는다. - 나는 그저 그 고귀한 색을 닮고 싶을 뿐이다.
[Mooncraft]
그는 아까 레이버의 관자놀이를 맞추었던 물감 파편에 스킬을 쓴다. 원자를 잇는 결합 하나하나 우악스레 뜯겨져 나간다. 부숴진 결합을 뒤따르는 건 폭발뿐.
삼지창을 막아낸 게 아니다, 너는 시선을 돌려 레레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멈춰버린 레이버를 쳐다보아다. 독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아직도 서 있는데다가. 이제는 전부 끝내겠다는 생각인지 너를 포함한 동료들의 중앙에 착지한 그녀는, 곧 삼지창을 회전시키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할 속셈인지 그 주변을 휘감는 소용돌이, 그리고 네 뒤쪽으로 모습을 드러내 점점 안으로 조여들어 오는 또 다른 소용돌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지? 위를 바라보지만 붙잡을 만한 것은 없다. 이 정도의 물살은 막아낸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뭘 할 수 있지? 너는 소용돌이 너머, 회전하고 있는 삼지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뭐라도 해보는 수밖에...!"
너는 빠르게 눈을 돌려 소용돌이의 틈을 찾았다. 그러나 그런 게 제대로 있을 리 없지. 하는 수 없겠는걸, 물길을 뚫고 넘어서야만 할까. 어떻게든 되지 않으려나.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너는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뚫고 넘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네가 노려보는 것은 저 삼지창 하나뿐. 어떻게든 잡아 회전을 멈추려는 듯, 네 손은 뻗어지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쓴다고 했는데 붙이는 티미: 유루주 화학 잼병이라 뭐... 현실고증 잘 안되어 있을수도 있음... 결합 뿌서지면 에너지 내보낸다고 배운것만 기억 나는데 물감에 쓰이는 화학적 결합이 부서지면 폭발 일으킬 정도로 셀까..? 아 생각 더 하니까 더 어지럽다 캡이 안된다 하면 워쩔수 없지
ㄷㄷㄷ 빅뱅 생각하면서 짠 거였어....??? 컨셉 멋지다 최고 창작은 창조에도 맞닿아 있으니까 뭔가 그... 그걸 표현한 것 같기고 하고....(어휘력 부족!) 따지고 보면 예술은 폭발이다라는 말은 모 예술가 분이 한 말이니까 의미적으로도 오히려 유루한테 더 어울리는 말 아닐까 싶고???(논점 미스!)
>>273 오잉 괜찮아~~!!! 이것저것 시도하는 게 좋다고 캡틴이 그러기도 했고~ 우리가 행동 하나하나 효율 따지면서 진행해야 하는 스레도 아니잖아! 그리고 난 무서워서 선택지 잘 못 고르는 편인데 멜피주는 항상 생각도 못한 아이디어를 대신 내주니까 고마운걸!!! >:3
안타깝게도 레레시아가 푼 독액은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레이버가 지배하고 있는 물의 힘이 더욱 강한 것일까. 아니면 물에 섞인 시점에서 여전히 레이버의 지배하에 있는 것일까. 물론 계속해서 쏟아부으면서 조금씩 진하게 색이 바뀌고는 있었지만 레레시아는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그 와중에 선우와 쥬데카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으나 그 즉시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전신이 찢겨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데우스의 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앞에서 돌진하거나 뭔가를 하는 것은 힘든듯 했다. 이스마엘의 세븐스는 그나마 소용돌이의 속도를 줄일 순 있었으나 역시 그것으로도 역부족이었다. 허나 두 번의 스페셜 스킬은 모든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유루의 스페셜 스킬은 폭발을 일으켰고 안에 있던 레이버의 움직임을 살짝 흐트러놓았다. 그리고 승우의 스페셜 스킬은 그야말로 강력한 열기를 뿜으며 레이버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를 말 그대로 증발시켜버리는데 성공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가 사라진 것을 느끼며 레이버는 이를 악물었으나 그저 그 뿐이었다. 한편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두 사람과 창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선우&쥬데카. 스페셜 스킬에 휘말린 탓에 데미지 35 처리)
"...칫!"
이내 레이버는 창의 움직임을 멈췄고 외곽 지역에서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던 소용돌이 역시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아직 레이버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싸울 각오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
글라키에스를 공격하던 멜피는 아마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낫은 물론이며 낫을 잡고 있던 팔의 일부가 얼어붙은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대로 글라키에스는 그녀를 원래 있던 동료들. 즉 싸움이 있던 곳으로 처박으려고 했다. 아마 저항할 수 없었다면 그대로 땅에 처박히지 않았을까. 그나마 부러지지는 않았겠지만.
그와 동시에 호수는 물론이며 그 근방의 지대가 하얗게 꽁꽁 얼어붙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레이버는 빠르게 점프해서 제 0 특수부대와 함께 거리를 띄웠다. 그리고 그 무렵, 제 0 특수부대의 모두에게 연락이 들어왔다. 한동안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 아무 말도 없고 조용히 서포트만 하던 에스티아의 통신이었다.
-제 0 특수부대. 그 상태에서 원래 있던 장소로의 퇴각은 조금 힘들 것으로 생각되니 호수가 있는 쪽으로 뛰어들어. 그곳에 게이트를 열게. 역추적을 피하기 위해 30초만 유지될 거야. 지금 즉시 퇴각해!
"패배자들 치고는 제법 싸우네. 하지만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 아닐까?"
조용히 구경을 하고 있던 글라키에스가 천천히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저벅저벅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유로운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아까 누구였더라. 가장 약한 이가 어쩌고 했었던가. 참 재밌는 말을 하는 패배자야. ...그래. 레이버는 확실히 우리들 중에서는 가장 약하긴 해. ...하지만 그건 레이버가 약해서 여기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레이버가 주로 맡는 임무가 '배신자의 처단'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정식으로 소개할게. 가디언즈 섬멸부대를 이끄는 부대장. 주요 임무는 너희 같은 테러리스트를 섬멸하고 없애버리는 것. 그래. 강함의 서열로 따지자면.. 3번째려나."
웃음소리를 참지 않고 입을 열던 글라키에스는 이내 차가운 눈빛을 멜피에게 잠시 향했다. 허나 특별히 공격을 더 하진 않으면서 살며시 웃었다.
"꺼져. ...재밌는 것을 봤으니까 이번에는 특별히 살려줄테니까. USB의 내용을 확인한다고 한들, 거긴 내 스테이지. 올 수 있으면 와 봐. 이 사회의 패배자들아."
>>282 욕은 뜻이 깊고 넓죠 어느 상황에서도 어울린다...승우의 욕은 사실 승우의 적응력과 상황 판단력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 아닐까요(안대 쓰고 논점 찾는중)
헤헤 감사합니다 근데 칭찬하면 나 챙피해... 회록지재 이름 간지나서 멋있다구~~~? 역시 불길은 툭 텨야 멋있지 음흠 뭘 아쉬네~~~ 날뛰는 존재감~~~ 아니 님 너무 가셨다 유루주는 그런 멋있는 생각 안하고 "헤헤 파랑? blue moon? 달은 위성 지구는 별" ezr로 정한 스킬인데
공격이 먹히질 않는다... 아마데우스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가디언즈라도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지금 해치우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상황에 양가감정을 느꼈는지 살짝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들도 죽지 않고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던 그때 에스티아의 통신이 들려왔다. 그 지시대로 호수에 뛰어들려던 찰나 글라키에스가 땅으로 내려오자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의 패배자와 승리자를 나누는 기준이 궁금하군요."
이유를 듣고 싶지만 죄송하게도 시간이 없는지라. 그녀는 망설임 없이 호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역시 너무 무모했나, 상상 이상의 수압에 마치 몸이 찣겨나가는 듯한 통증. 보검 무장이 없었다면 진즉에 몸이 반토막이 났거나, 갈기갈기 찢겼겠지. 다행인 점은 그 뒤에 폭발이, 그리고 또 폭발이 이어졌고, 이내 물로 이루어졌던 소용돌이는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적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지금, 여기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덕분에 너는 지속되던 고통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글라키에스를 공격하려고 한 멜피, 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젖은 몸에 찾아오는 급한 한기에 너는 입김을 내뿜으며, 거리를 띄우는 레이버와, 땅으로 내려오는 글라키에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와중 연결된 통신, 호수로 뛰어들라는 에스티아의 통신에 너는 조용히 속삭이듯 답했다.
"...확인했습니다."
글라키에스의 이야기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돌아가자,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너는 곧바로 호수로 뛰어든다.
소용돌이에 독을 섞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재공격을 하기에는 주변에도 달려드는 팀원이 많아 물러나는 것에 그치자, 소용돌이가 파훼되고 레이버가 드러나는 순간까지 왔다. 그대로 처치했으면 좋았을 것을. 또 무언가가 날아오고 호수와 그 근처가 얼어붙고- 혼란을 틈타 거리를 벌리는 레이버를 보며 혀를 찼다.
순간이지만 싸늘한 시선이 얼어붙은 팔을 한 팀원에게 향했다. 간부의 머릿수를 줄일 기회를 방해 받아 드러나는 짜증을 고스란히 실은 시선이었다.
혹시 몰라, 능력을 쓰는 족족 네 얼음이 쓸모 없어질 정도로 특별한 파란색일지? 그런 일은 아마 불가능 하겠다만. 터져나오려던 기침을 애써 막고 호수 쪽으로 비틀대다가 이내 걸음걸이를 고쳐 잡는다. 글라키에스 쪽으로 시선을 두다가도 다시 시선을 굴린다. 호수 언저리에 닿으면 물 속으로 자유낙하 하듯 몸에 힘만 풀고 떨어진다. 아는 주황머리 없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르는 것이 더 미적일 때도 있다.
소용돌이가 증발하며 열기 섞인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축축한 공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금 들이닥친 냉기가 폐부에 섞여든다.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역시 없나,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상대가 의외의 말을 해 온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여유와, 한시적인 자비에 고마워해야 할까. 지금은 판단보다는 명령이 우선하고 있으니 생각은 이후에 해도 된다.
호수로 가도 괜찮은 건가? 반사적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의심은 없다. 그는 무어라 대꾸하지 않고 곧장 달렸다.
세상이 얼어붙는다. 이스마엘은 입을 다문다. 호수가 있는 쪽으로 뛰어들라 명령을 했지만 이스마엘은 과연 이대로 뛰쳐들어도 괜찮은지 생각했다. 패배자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한들 괜찮았다. 패배자라 해도 그런 것에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던 것인지, 이스마엘은 글라키에스와 레이버가 있는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살며시 내저었다.
"글라키에스라 하였습니까?"
이스마엘은 뛰쳐들기 전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버려진 삶에서 의미를 찾아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지 않겠습니까.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십시오. 당신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무슨 생각인진 알 수 없으나 일단 제 0 특수부대는 USB를 회수해서 어떻게든 퇴각할 수 있었다. 멜피의 팔이 얼어붙긴 했으나 그 외에는 정말로 크게 눈에 띌 정도의 중상은 없었다. 자잘한 부상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로벨리아는 모두의 무사귀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일단 USB의 분석이 먼저가 될테니 일단은 가서 치료받을 이는 치료받고 쉴 이들은 쉬라고 이야기했다. 뭔가 좀 더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나 일단은 굳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로벨리아는 남겼다.
한편, USB 내용을 분석하던 에스티아는 그 후로 약 1주일 후에 암호화를 해제하고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절로 에스티아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모니터에 담겨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가디언즈 서드 보검 계획.
이전 개량형 보검을 만들때 사용했던 방식을 채용. 세계 각지에서 1000명의 세븐스 아이들을 한 곳에 집결시킨다. 좌표는 X3S7G6N1. 싸우는 방법과 죽이는 방법을 전수. 그렇게 하며 전투력을 최대한 높인 후, 1000명의 아이들에게 동양에서 전해져오는 고독의식에 의거하여 최후의 1인이 남도록 유도한다. 이전에 사용한 인원 300명으로는 샘플이 부족하다고 판단. 그보다 더 늘려 샘플을 만든 후, 초기형 보검을 제공하여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 욕구와 투쟁심을 자극. 더욱 더 강하고 우수한 샘플이 뿜어내는 세븐스 반응을 보검에 저장하여 그 데이터를 분석. 보검의 힘을 더욱 강화시킨다. 또한 의식의 끝에 남아있는 최후의 1인은 차후 가디언즈의 병력으로 채용한다.
이 계획의 책임자는 섬멸부대 부대장. 그리고 개량형 보검에서 훌륭한 데이터를 제공한 체험자. 글라키에스가 담당한다.
그 말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어느쪽이건 에스티아는 몸을 약하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로벨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평화라는 이름 아래에 숨겨진 그림자의 끝은 어디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또 한 번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스마엘의 오늘 풀 해시는 사랑하던_이가_죽은_후에야_자신이_그를_사랑했구나_깨달은_자캐는 미쳤습니까 진단.. 이자식 뭐하는거야~~!! 우리 이셔 햇살길 돌려줘!!!
이스마엘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색은 눈이 쨍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무슨 색인지 모르겠다. 질리도록 낮은 하늘이 금방이라도 조각나 떨어질 것 같다. 머리를 굴려보며 단어를 곱씹어보려 해도 자꾸만 말을 더듬을 것 같다. 시선을 내린다. 자신의 주변을 물들이는 것이 붉은 색이라는 건 기억나는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스마엘은 한참이고 말을 잇지 못하다, 품에 이젠 움직이지 않는 당신을 안아 가득 안은 뒤 단 한마디를 뱉었다.
"잘 자요."
사람들이 하루하루 늙어가는 냄새에 숨이 막혔다. 당신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썩어갈 텐데. 비참함에 고개를 파묻었다. 당신이 없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워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자캐가_안고_있는_불안은 왜 또 팸..? 저기요 사람이 순살이 됐잖아요; 이스마엘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광인이니까. 자캐의_서랍장_안에는_무엇이_있을까 옷 서랍장이면 각을 딱딱 잡아 접은 옷이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글쎄? 참고로 베개 밑엔 ???를 늘 숨기고 자. 혹시 몰라서.
이스마엘: 183 카페가면 주로 주문하는 것 에스프레소와 탄산수, 혹은 차가운 커피..인데 얼음을 넣는 것도 선호해서 샤케라또에 얼음까지 담아서 달라고 할수도 있겠다. 의외로 초딩입맛일 것 같지만 아니야. 에이드 종류, 라떼 종류보다는 커피 자체를 즐겨마셔.
125 아프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아야 ㅠ 이스마엘은 스스로 아픈 걸 숨기고 있어. 사소하게는 컨디션, 크게는 자신의 큰 부상까지. 저번에 쥬데카 일상에서도 의무실 사람이 눈치채지 않았다면 끝까지 숨기려 들었을 거야. 남들에게 걱정을 끼치느니 혼자 해결하겠단 생각인가봐.
299 형광등을 갈 줄 아나요? 당연하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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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친구가 몰래 자신을 욕한 것을 알게 된다면?」 "제가 그만큼 부족한 면이 있었겠지요. 이해합니다. 저는 그 욕설을 기점삼아 더 발전하면 되는 겁니다."
"아, 다만 사람은 없던 일도 만들어 욕하지 않습니까. 아마 제가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을 겁니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라면 남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요?"
2. 「악기를 연주할 기회를 얻는다면 어떤 것으로?」 "음... 베이스를 연주할 줄은 압니다." "약간이지만요!"
3. 「타인의 악행을 억울하게 뒤집어 쓰게 된다면?」 "넘어갑니다. 누군가를 덮어주는 것도 제가 할 일입니다."
쥬데카가 중얼거리는 사이 쌍둥이는 또다시 술잔을 채웠다. 얼음도 없이 술만 가득 가득 채워서 마시니, 그 독한 술이 병 째로 비어가는 것도 금방이다. 사실 술값이 많이 나오는 건 쌍둥이가 독하고 비싼 술 위주로 마셔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쥬데카에게 따라 준 와인도 값 싼 맛은 아니었을테니.
"뭐- 음-" "그렇지. 굳이 술을 마시는 걸 보면."
취하지도 않는데 왜 술을 마시는가. 그 물음에 레레시아와 라라시아는 잠깐이지만 별 걸 다 묻는다는 표정을 했다. 그러면서 일단 대답은 해주었지만, 대답 이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레레시아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뭔가를 말하려다 라라시아에게 저지당했다.
"하지 마. 쓸데없이 떠들면 과일 안 깎아줄거야." "에- 내가 무슨 말 할 줄 알고- 체엣. 그럼 지금 해줘-" "그래."
무슨 말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었나보다. 레레시아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듯 라라시아가 가방에서 과일 뭉치를 꺼내고 그 중 사과를 집어 먹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레레시아는 다른 말 없이 쥬데카의 잔에 와인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토끼가 된 사과 조각을 신나게 집어먹으려다, 이번엔 제대로 대답해주겠다는 쥬데카의 말에 멈춰선 또 지그시 응시했다.
"별로- 그러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에. 뭐어 그러면-" "상식적인 질문으로 해. 레레." "치. 알았다구. 그럼 아까 했던 거 다시 물어보는 걸로- 여기 오기 전엔 어디서 뭐 했는지이."
적당히 걸러서 얘기해도 상관없어- 레레시아가 그렇게 말하며 잘 깎인 사과 조각을 집어 입에 물었다. 나머지 조각도 접시에 담겨 손 닿기 편한 자리에 놓은 라라시아는 잠자코 술을 마시고 있었다.
>>372 아니 에스티아 아스텔을 얼마나 싫어하는 거야~!~!~!~!~!!!!!! 근데 그래도 언제든지 족쳐버릴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는 거죠... 대다나다....
🤔 글라키에스 수상할 정도로 승리자 패배자라고 나누는 거 좋아하고... 에스티아랑 아스텔을 이상할 정도로 싫어하고... 글라키가 개량형 보검에서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거 보고 글라키에스가 그 예전 고독실험장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아닐까 적폐날조를 해버린 것입니다....
>>378 오케이 콜~! 응급처치는 했으니까 불속성 호는 아쉽지만 못 하겠네...(?) 그럼 선레는 다이스로 할까??
아닌 새벽에 tmi 풀고 싶어서 푸는데.. 사실 저번에 캡틴에게 발모제(ㅋㅋ)나 성장 촉진제 비슷한 것이 있냐는 질문을 했잖아.. 사실 이셔 장발이.. 끌리는 거야... 아니.. 상심하듯 얼굴 덮어 가리는 애 사이로 머리카락 우수수 쏟아지는 그 모먼트가 너무 좋은데 어쩌겠음... 그런데? 단발인 애들이 장발인 시절을 잊지 못해서 허공에다 머리 꼬듯 손가락 빙글대거나 빗질 하는데 원래 머리 길이까지 죽 내리다 멈칫하는 그 모먼트도 좋아서 죽겠음
>>427 아니 대체 어느 부분에서 사심을 채우려고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어... 세븐스 봉인된 상태면 뭐 그냥 눈 딱 감고 포옹 시전하는데 그대로 붙잡고 어디 하나 조져놓지 않을까... 어차피 글라키도 못 나가겠다 도망치는데는 한계가 있을테니 어떻게든 넉다운 시키고 약간의 스파이시한 유혈 사태를 일으킨 다음에 나올듯.
그리고 새벽의 오타쿠 tmi 방출 시작...! 스페셜 스킬 문구가 솔직히 그뭔10...이라서 해설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컨셉은 회록지재라는 사자성어를 잡고 시작했어. 여기서 회록은 화재를 관장하는 불의 신이며 동시에 불로 인한 재앙을 뜻하는 말이야. 즉 회록지재는 말 그대로 회록의 재앙(=화재)를 뜻함. 근데 신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화재를 칭하는 말이라니 이거 좀 뽕이 차지 않나...?😊 그래서 신이 이곳에 임하여 광란하기를, 혹은 내게 신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듯한 내용으로 막줄부터 썼고... 그리고 폭발 능력이라는 컨셉에 맞춰 더 생각을 했더니 아이디어가 어느새 우주의 별로 향해버렸지 뭡니까,,, 별은 태어나고 살고 죽어가는 모든 순간에 끊임없이 타오르며 터지는 존재니까... 그리고 태양 역시 별이잖아? 그래서 초신성의 폭발과 태양의 프로미넌스를 이렇게 저렇게 연관 지어서 만들어지게 되었따.... 스킬 문구를 해석하자면
─사멸하는 별빛을 탐하여 나 사멸하는 별의 마지막 빛을 탐하여 ─적우赤羽의 깃 가닥을 훔쳐 이를 본받나니 태양의 한 자락을 훔쳐 와 이것을 본받으니(적우: 태양을 달리 이르는 말. 붉은 날개라는 비유적인 표현이라 나도 깃을 훔쳤다고 표현함...) ─화신火神이여, 부디 임하시어 흔약하소서 불의 신이시여, 부디 임하셔서 기뻐하며 날뛰소서
이 정도...? 아니 이게 무슨 국어지문 그렇게 별과 태양과 신이라는 짬뽕 컨셉이 되었다... 컨셉이 너무 짬뽕이라 램페이징 프로미넌스랑 회록지재 중 뭘로 할까 고민을 했는데, 역시 일본 감성 하면 루비문구지!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둘 다 채택해서 회록지재 더 램페이징 프로미넌스가 됐다!!! 설명 끝!!!!!!(그뭔씹)
오..우와....유루주 오딱구라 승우 해설 보고 입 틀어막았자나... 사족 붙이자면 별의 죽음이 담긴 승우 스킬이랑 유루 스킬이랑 대비되어서 놀랐어.... (근데 이러면 내가 배낀거 같다....그랜절) 이모지는 그런 뜻이였구나! 나 그거 보고 진짜 ????????뭐라구요??????<<이러고 있었는데()
스킬 이름이 두글자거나 네글자면 간지 폭발인걸 승우주가 넘 잘 알아서 기쁘다.. 신의 이름과 화재..? 당연히 맛있지.. 거기다 풀이 쓴것도 좀.. 불의 신을 모시는 사제인데? 그 있잖아 신이 직접 몸에 강림하는 특별한 사제.. 그런 느낌이라 넘 좋았어.. 별과 태양이라는 연결점도 오지고 적폐해석 하자면 우리가 보는 별은 죽은 별이란 말이 있잖아. 그래서인지 승우의 얌전히 있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터져가는 모습이랑 좀 겹쳐보이기도 함.. 그때의 여승우는 없고 지금 레지스탕스 여승우는 있는 거임.. 알지..? (랜선교류 시도) 암튼 그게 있다구!!!!!!
당신이 볼을 부비부비(?) 해오자 작은 소리를 내며 뺨 쪽의 눈을 감아두는 그녀다. 분명 싫어보이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이 일련의 행위가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신이 해 준 것처럼 그녀도 당신을 안아주려 했다. 품 안에 고개를 묻을 정도로 팔을 두르고 안는다.
"엔이 에델바이스에 오기 전에-"
그녀는 그렇게 잠시간 있다가,
"엔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하얀 옷을 입었던 사람들이었다."
그 안에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엔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엔은 그것을 삼키고 받아들였다. 그것이 엔의 유일한 재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멜피는 엔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고개를 추켜올려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신장이 좀 더 크기 떄문에, 그녀라도 목을 꺾어서 보아야 할 정도로 높은 눈높이였다. 당신이 마주치는 것은 분명 핏물처럼 검고, 붉고, 깊은 눈이다. 고여있는 혈액이라는게 그렇듯 그녀의 눈에도 어떤 감정도 엿보이지 않았다. 단지 생명이라는 형태로 무언가 고동치고 있을 뿐.
당신은 그런 말만을 남기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문득 당신은 부산스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는 짧으니까 언제까지나 이 매장에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없다. 그런 것이다. 그녀의 시선도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당신을 계속해서 쫓는다. 그런데 왜인지, "멜피." 그 모습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아서. 덥썩. 이 장소를 떠나려 하는 당신의 손을 붙잡아 세우려 한다. 뒤를 돌면 눈도 깜빡이지 않은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있을테다. 마치 당신의 손을 잡은 순간, 전달해야 할 말을 잊은 것 처럼. 이 넓은 공간에서 한동안 입을 닫고 당신만을 응시하던 그녀가 있었다.
"엔과 같이 걸어줘라."
그리고 빤한 시선을 보내던 그녀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엔이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이곳 에델바이스가 그들만의 공간인 건 둘째치고서라도. 이 백화점이란 곳은 그녀에게는 특히 드문 장소이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당신의 속도에 맞추듯 앞으로 나란히 걸어 나왔다.
사건이 끝나고 기지로 돌아온 후에는 의무실에 들렀다 나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크게 다친 부상자부터 우선하고, 아니라면 몇 가지 간단한 처리만 받고 나오면 되는 일이다. 그는 오늘 후자의 경우에 들었다. 세찬 물줄기에 맞아서 좀 굴러다니기야 했지만 장비 성능이 워낙 좋아야지. 나중에 멍이야 좀 크게 들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부러진 곳이나 내상도 없다고 했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공언을 듣고 나서는 간단한 치료를 마친 후 개인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싸울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 젖은 몸에서 나는 물비린내가 찝찝하기 짝이 없다. *, 하필이면 호수 물을 써서 그런가. 곧장 몸을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그렇게 한참동안 사후 처리를 마치고 나니 긴장 풀린 몸에 뒤늦게 피로가 밀어닥친다. 더 할 일도 없고 피곤한데 빨리 자버릴까 싶어지다가도, 밤중 내내 축축하고 차가운 물 속을 헤엄치다시피 했던 걸 떠올리자니 문득 따뜻한 차라도 마실까 싶어진다. 그는 걸음을 돌려 휴게실로 향했다. 덜 말라서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물기 어린 머리칼이 털레털레하는 걸음을 따라 흔들린다.
문고리를 돌려 천천히 문을 열자 환하게 켜진 불이 그를 맞이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없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또다른 이용객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끽해야 차나 간식거리나 챙겨 먹는 공간에서 보기엔 좀 이상한 풍경이지 않나. 한쪽에서 무언가를 하느라 바쁜 기행의 주범은 그에게도 낯이 익다. 눈썹 한쪽을 치켜올리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가, 멜피에게로 불쑥 다가가 물었다.
그녀는 사실 팔이 언것에 대해서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 이거 동상 좀 걸리겠네~ 정도일까요. 하지만 젖은 몸을 말리고 ㅡ 다행이 전투중에 그녀의 옷 부분은 능력이 덮고 있어 머리쪽만 말리면 그만이었습니다. ㅡ 나온 와중에도. 얼음이 전혀 녹을 생각을 안하자 그녀는 고민끝에 휴게실로 온 것이었습니다.
목적은 다른게 아니라 끓는물. 보통은 컵라면이나 먹을 때 쓰는 물을 통에 받아서 거기에 얼음을 담가봅니다.
"아오 진짜 그x. 다음에 만나면 팔 한짝은 잘라야 되겠어."
다행이 아까까지 돌아다닌것도 있고. 물에 넣어두니 꽤 녹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만. 그것과 동시에 통증이 같이 복귀하는 느낌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정말 사서 고생이라고 할까요.
"으 ㅇ?!"
아무튼 그 때문에 ㅡ 시간이 늦었기에 방심한것도 있습니다 ㅡ 평소에 항상 경계하던게 소홀해졌는지. 그녀는 승우가 자신을 부를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묻는 모습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습니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 팔을 숨길 방법따윈 없었고.
단순히 놀라기만 한 게 아니라 꼭 은밀하게 무언갈 하다 걸린 모습 같다. 화들짝 놀라는 반응에 그 얼굴부터 빤히 쳐다보다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멀뚱하니 둥글기만 하던 눈모양이 순식간에 가늘어진다. 그는 멜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어어, 그러냐?"
그는 말 없이 팔에 눈길을 주다, 멜피를 똑바로 보며 눈을 치켜떴다. 역시나 통할 핑계는 아닌 모양이다. 전투의 막바지에서 멜피가 뒤에 빠져 있던 그 녀석에게 당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도 냉동 고기로 만들어버리는 미**의 공격이니 끝나고 어련히 치료받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이러고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나. 의료업자들의 강박적인 위생관념을 생각하자면 일차적인 치료를 받고 나온 상황도 아닌 듯하다.
"지금 존* 딱 봐도 잘하는 짓은 아닌 것 같은데."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경고하듯 말하는 모습이 멜피에게 늘 굴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다만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팔짱 끼고 대답만 종용하고 있으니 얌전하다고 해야 할까, 당장 끌어내어 의무실로 끌고 갈 작정은 아닌 듯했다. 이 상태에서 함부로 실랑이 벌여선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서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복잡하게 불만스러운 상태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친한 동료를 염려하는 마음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부터 들어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만화처럼 땀이 삐질삐질 나고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당황하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사실 그녀는 정말 웬만한게 아니면 남에게 치료는 커녕 의무실도 가지 않는 편이니까요. 정말 크게 다쳐서 쓰러져서 누가 옮기는거 아니면 정말 꺼려하는 편이고, 그것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야 많이 다쳤어도 다들 어련히 치료를 받았겠거니 하지. 혼자 처치하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거의 상정하지 않았던 그녀는 당신의 시선을 피하며 볼을 매만졌습니다. 거기에 지금 당신의 반응이 평소와 많이 달랐기에 그녀는 평소처럼 여유있는 모습도 보이지 못한채 눈을 굴릴 뿐입니다. 마치 잘못한걸 숨겼다가 엄마한테 걸린 아이의 모습이랄까요.
"윽."
그럼에도 방에서 어떻게든 해결했어야하나 하는. 변명만 생각하던 그녀였지만요. 얼음이 군데 군데 녹아 살이 드러나자 뜨거운 물에 닿아 순간적으로 크게 아팠는지 단말마와 함께 손을 뺐습니다. 큰 소리를 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뒤늦게 입을 다물어 소리는 뒤에서 뚝하고 끊기긴 했지만..
"물이 너무 뜨거웠나...~"
그 모습을 당신에게 보인게 문제였기에. 그녀는 망가진 인형마냥 떨리는 팔을 부여잡고 당신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알 만한 것 다 알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구는 까닭이 단순히 싫어서 고집 부리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가늘게 쏘아보던 눈을 원래대로 돌려내고 한숨을 쉬었다. 불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어도 나무라는 일은 뒷전으로 해도 된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 멜피의 팔을 살펴보았다. 머릿속으로 이전에 익혀둔 간단한 응급처치 매뉴얼이 짤막하게 스쳐지났다. 동상은, 적절한 온도의 온수로 언 부위를 신속히 녹이고 의료 시설에 데려가라…… 정도다. 그 다음은 안 가르쳐줘서 모른다. 다만 녹이는 과정에서 통증이 수반되며 진통제를 투여하기도 한다나. 때마침 멜피가 아픈 티를 내버리자 조금은 풀어졌던 표정이 다시금 찌푸려진다. 뭐, 감각이 사라지는 지경이라면 가망이 없다는 뜻이니 차라리 저렇게 아픈 쪽이 더 낫겠지만.
"녹인다고 끝나는 거 아니다. 이거 씨* 잘못하면 괴사야."
말하는 투가 평상시 조금만 꼬셔도 쉽게 넘어가던 것과는 정반대로 단호했다.그래도 녹이는 것까지는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수순이니 더 잔소리 않고 도와주기로 했다. 그는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받아놓은 물에 손가락을 담갔다가… 이내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뜨거운지 아닌지 모르겠네. 세븐스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열기에 강한 체질이라 좀 뜨끈한 온수 정도는 뜨겁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 반대쪽 손 넣어봐. 그쪽으로도 뜨겁냐?"
그래서 엉성하게나마 이렇게 시키는데, 온도계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여기에 그런 게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로 속이려고 한건 아닌듯 표정에 힘이 있어보이진 않았습니다. 당신은 꽤 친한 편이었고 소중한 동료였으나. 그러나, 자신을 내보일 자신같은건 그녀에게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그저 당신이 물의 온도를 재는듯한 행동을 하는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미묘하게 힘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음..."
그녀는 일단 당신의 말대로 반대편 손을 넣어봤으나 어느새 물 온도는 따뜻은 한데. 뜨겁진 않은 수준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하긴 팔을 덮는 얼음을 그대로 넣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따땃하다~ 정도일까."
그러나 얼음도 꽤 녹아있으니. 그녀는 억지로 능력으로 얼음을 박살내버릴까 고민했지만. 그랬다가 당신에게 엄청 혼날거 같으므로 그만두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물이야 뭐 다시 받으면 되니까. 신경쓰지 말고.."
하려던거 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녀는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뒷말을 잇지는 않았습니다. 글쎄요, 혼날거 같다고 직감한걸까요.
단점: - 텀: 들쑥날쑥함 잘 잇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2년에 한번씩 답레 들고 올수도 있음 - 가독성: 유루주 현생으로 인해 두뇌 와장창임 (맨탈은 건강함) 그래서 글도 쨍강될 가능성 높음 - 캐릭터: 힐링캐가 아님 (그 반대의 무언가임) - (해당 오너의 요청으로 인해 블러처리된 글입니다.) - (해당 오너의 요청으로 인해 블러처리된 글입니다.) - (해당 오너의 요청으로 인해 블러처리된 글입니다.) - (해당 오너의 요청으로 인해 블러처리된 글입니다.)
장점: - 유루주가 행복해함.. 😊 (쥬주도 행복할진 모르겠음)
이쯤에서 발표를 마칩니다 아니 뭐 일상 돌려주시는 분인데 이정도는 아셔야 하실거 같워서..
앗, 뭔가 들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의 비밀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너는 조금 아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레시가 라라에게 제지당하는 걸 가만히 쳐다보았다. 솔직히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어쨌든 라라가 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이니, 아마 물어본다고 해도 대답해주지 않겠지, 캐묻는다고 생각해서 기분 나빠할지도. 그러다가 레시가 채워준 와인을 또 한 모금, 향미를 느끼며 넘겼다.
"음, 어디서 뭘 했는지...라, 여러분의 정 반대에 서 있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가디언즈에 속해 있었습니다. 뭘 했는가, 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이 정도로도 뭘 했느냐- 에 대한 답이 되는 걸까, 잠시 고민하던 너는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는 입을 열었다.
>>499 으으음 사실은 레이버 만나기 전에 한 번 더 얼굴 보고 출신이나 과거에 뭘 했는지 다 털어놓곤 싶었는데요... ㅋㅋㅋ이미 늦어버렸기 때문에 얼버무렸던 걸 아마 알아버렸을 것 같은데 유루가 어떤 생각을 할지가 조금 궁금하네요... 상황, 상황이라... 요전에 유루가 파이를 굽다가 임무에 투입됐다는 걸 봤는데 이건 어떨까요! 임무복귀 기념(?)으로 파이를 굽는 유루랑 마주친다든가...?
그는 어리숙하고 조금 단순한 면이 있지만 그렇다 해서 마냥 무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말하는 사람으로서도 속일 의지가 없는 말에 속을 리는 없지만…… 에이 씨. 그는 머리를 쓸어올리다 거칠게 흩어놓으며 짜증을 가라앉혔다. 아니,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좀, 멜피가 다쳤으니까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알아서 치료하러 갔겠거니 전혀 신경도 안 썼던 자기 자신의 무신경함에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도 들고. 추궁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억지로 캐묻고 싶지는 않았고.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다는 걸 그도 모르지 않는다.
"개** 존*게 신경 쓸 건데. 와, 존* 위급해 보이네. * 귀찮게 깐족거려준다, 내가. 팔 가만히 있고. 야, 씨*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렇지만 안 혼낸다고 해서 툴툴거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그는 팩 쏘아붙이고는─내용만 따지면 좋은 말을 이렇게 사납게 하니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멜피가 무어라고 하기도 전에 통을 가로채어 버렸다. 시키는 투로 말한 주제에 그는 물 버리고 헹구고 새 물 받고, 자기가 혼자서 척척 마쳐버린다. 그리고 제 손도 박박 씻더니 그 과정이 끝나자 물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바닥으로부터 부글거리는 기포가 잠시간 일어나다 그쳤다. 물에 담근 손을 뺀 그는 물통 안을 노려보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가늠해보려 했다. 물론 그런다고 보이는 건 없다. 적당히 뜨겁거나 아예 사람을 태워버릴 만큼의 열이라면 오히려 더 자신 있는데, 동상에 좋을 만큼만 뜨겁게 하는 건 해본 적이 있어야지. 그는 다시 멜피에게 온도를 확인해 보라는 듯 눈짓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풀 꺾인 기세로 담담하게 말했다.
"이거 끝나면 의무실 가라. 가기 싫은 건 알겠는데, *. 그거 진짜 큰일날 수도 있다고."
>>502 털어놓고...싶었다고...? 유루 행동거지 봤으면서..? (호달달) 쥬데카 과거 유루가 알게되면 오너가 유루 과거사 중 하나를 택해야 해서..ㅋㅋ 쥬주는 살얼음판 걷는 친근감(?)이 좋아? 아니면 지금의 좀 멀찍한 관계가 좋아?
율씨 아마 (첫인상: 과거 얘기 안하는게 좀 수상함. 설마 전직 가디언즈라는 전개겠어?) -> (레이버가 처단 운운하며 쥬씨 봄, 그후 레이버 임무는 배신자 처단 블라블라 하는거 들음: 음..?) <<이럴거 같은데 () 유루 아마 지 속으로 대강 결론 내리고 굳이 더 캐묻진 않..으려나...? 첫인상때 대놓고 의심하던 거에 비하면 더 둥글게 대해줄거 같은데 속내는 그래도 의심 1L 있다()
ㅋㅋㅋㅋㅋㅋ임무복귀 기념 베이킹..? 스읍 쥬주 안대 쓰고 케이크 굽는 챌린지 일상 해볼래..? (안됨)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것이 당신임에도.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불안한것이. 당신이 걱정해주고 있음에도 당신을 믿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더 크게 아려오고 있었습니다. 깐족대니 뭐니 해도 결국 통을 뺏어서 물을 받아주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것도 그 때문이죠.
".... 괜찮은거 같아."
그렇기에 온도를 확인한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팔을 다시 녹이기 시작한것도 잠시. 그녀는 의무실에 가라는 당신의 말에 입술을 달싹였습니다. 원래라면.. 그냥. 알았어 갈게~ 정도로 얼버무리면 그만인 일입니다.
하지만 변덕일지, 아니면 요즘 자주 이래서일지.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당신을 바라보지 않은채로 입을 열었습니다.
"싫....... 어."
시선도 맞추지 못할뿐더러 고개까지 숙이고서. 그녀는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무서워."
언뜻 들으면 또 주사 이야기냐 싶겠지만. 그게 아니라는듯 그녀는 더 이상의 사족을 붙이지 않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518 이셔가 있는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개발 중단 구역이라 한 번 해가 지면 저 너머 슬럼 구역을 바라보지 않는 이상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었거든. 그래서 혼자 있을 때 해가 지는 순간이나 해가 떠있는 하늘을 보면서 이걸 담아보면 밤이 무섭지 않을거야! 하는 생각에 개발새발 그려보던게 점차 시간이 갈수록 발전한 케이스! >:3
그렇지만 인물화는 젬병임.. 당연함 사람을 그리려면 자기부터 그려야 하는데 선만 직직 그어대면 자기 얼굴은 끝남(자학
생물학적 친모부터 본투비 독일계지만 생물학적 친부는 이탈리아계라는 놀라운 사실~(두둥) 그렇지만 키워준 사람도 독일계라는 안 놀라운 사실~(두두둥)
이셔는 본인이 독일계임은 아는데, 막상 제스처를 보면... 간혹 자신도 모르게 이탈리아식 제스처를 쓰곤 해. 꼬운 상대에게 자기 턱 밑에 손가락 끝을 대고, 쓸어내듯 날려보내는 그 제스처.. 왜 그러는지 자신도 모름. 단지 독일에서도 이탈리아식 제스처를 간혹 쓴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멜피의 태도가 지나치게 침울했다. 그가 타인의 눈치에 둔감한 탓도 있겠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각자만의 이유에서일 거라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멜피의 이런 모습은 드물다. 아니, 사실은 그동안 본 적이 없다고 해야 맞겠다. 그래서 어떻게 굴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핑계로 남의 일이라 귀찮다며 신경쓰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경우였다. 그는 현재 분명히 우울한 공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니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럴 때엔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아는 바가 없는 것이다.
"*, 아니. 자연 치유 될 줄 알았는데 아니라면 어떡하냐. 그러다가 **… 나빠지면 팔 못 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때 무턱대고 공격적으로 말해서 좋을 게 없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반사적으로 나오는 험한 말을 삼키느라 느릿한 말투로 말하고는 가만히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씨*, 저 혼자 나지막이 욕설을 중얼거린다. 평소와 같이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있는 자세가 상황에 맞지 않도록 느긋하게만 보였지만, 그는 나름대로는 진중하게 굴고 있었다. 어깨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이나 꼬아대던 그가 고개 숙인 멜피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군데 군데 얼음이 떨어나갈 정도로 녹아있었고, 당신이 꽤 온도를 잘 맞춰서일까요. 얼음은 금새 녹기 시작했으며 그녀도 아까만큼의 통증은 없는듯 했습니다. 그야 뭐 따갑기는 한데.. 이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요 시험삼아 물속에서 손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아직은 잘 안되는 모양인지 손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정도입니다. 사실 언것도 언거지만 녹일때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긴 했죠.
"난 팔 다리 좀 없어도 움직일 수 있잖아~?"
기껏 용기를 내서 한 농담이라는게 이겁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말하는듯 했지만 어느쪽이든 지금 상황에서 유쾌할리 없고..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는듯 이내 다시 입을 다물고서는 물속에서 손을 뺐습니다. 붉게 물든 손을 조심조심 물기를 닦아냈고. 당신이 덜 무서울~ 이런 이야기를 하자 그녀도 모르게 작게 웃고 말았습니다. 당신 나름대로 진지하긴 하겠지만..
"승우씨는, 안 무서워? 남한테 자기 몸을 맡긴다니.."
"그것도 다친 상태에서."
세븐스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위험한 일은 당해봤을거고 어딜가나 끔찍했을겁니다. 그렇다해도 그녀의 사고방식은 좀 지나친감이 있지만...
>>552 개인 스토리 개요를 읽어봤는데 일단 말을 조금 하자면... 일단 1부 말인데 애초에 패배할만한 이유를 모르겠네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보검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전혀 없을 이에게 진다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이 1부는 말 그대로 나무 막대기를 든 이에게 광선검을 들고 휘둘렀는데 나무 막대기가 부서지지 않고 광선검이 오히려 박살났다는 이야기와 다를바가 없어요. 있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으면 애매하기 짝이 없다라는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그렇기에 그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네요. 더 나아가 에델바이스 측이 저 상황에서 후퇴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 생각이지만 저 상황에서 대피를 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아마 다른 캐릭터들은 절대로 후퇴를 하지 않고 오히려 싸울 것으로 생각이 되거든요. 그렇기에 굳이 그런 전개를 해야한다면 대피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할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뭐 제가 글라키에스 정도를 투입시킬수는 있긴 한데 이렇게 되면 지금 이 개인 이벤트의 주제가 애매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네요.
2부 부분은 에델바이스가 출동하는 목적이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말한 그 이유가 아니라 차라리 세븐스들을 보호해서 대피시키기 위함 정도라면 모를까. 지금 저 목적으로 출동하겠다고 한다면 로벨리아가 뭔 소릴 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볼 것 같네요. 이유는 2부의 그러나 부분에 쓰인 이유와 동일하게요.
가디언즈가 강한 것은 사실이나 여러분들도 그만큼 강해요. 적어도 마주쳤다고 해서 바로 도망쳐야 한다거나 대피해야 한다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에요. 저번 진행에서 봤다시피 다수 대 1이긴 했지만 레이버와도 어느정도 비슷하게 맞부딪친만큼 그 정도의 강함 정도는 여러분들의 캐릭터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개요를 짜는 것을 추천할게요.
>>555 힘을 너무 과도하게 쓰면 보검이 부서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모든 캐릭터에게 다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네요. 개인 이벤트 한 번을 위해서 그렇게 모두에게 적용할 순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글라키에스와의 전투로 보검이 부서질 정도면 이미 선우는 죽었다고 봐도 상관없어요. 글라키에스에게 그냥 말 그대로 패배했다는 이야기니까요. 글라키에스는 저번 스토리에서도 나왔지만 섬멸부대의 부대장이고 레지스탕스를 섬멸하는 것이 임무중 하나랍니다.
사실 선우주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대충 이미지는 알겠는데 개인 이벤트는 자신의 캐릭터의 서사를 푸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캐릭터들 역시 그 이야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고 들러리가 되지 않는 전개가 아니면 아무래도 허락할 수 없어요. 적어도 지금 개요 상태로는 말 그대로 선우의 그 서사를 위해서 강제로 퇴각을 시킨다거나 패배를 시킨다거나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이 점은 분명하게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 드릴게요.
다시 묻긴 했지만, 적당히 걸러서 대답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그는 조금 귀담아 듣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언뜻 느슨해 보여도 은근히 절제된 말만을 늘어놓는 쌍둥이의 태도를 조금 주의 깊게 생각했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섣불리 그 말을 꺼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상황이 그리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가디언즈, 였다고...?"
잠시 동안, 쌍둥이는 쥬데카의 말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모두 눈을 크게 떠 깜빡이지도 않고 쥬데카를 바라보았으니까. 그렇게 굳은 쌍둥이에게 그의 말이,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도 듣고 싶냐는 말이 들리는 순간 투명하게 비어버린 것처럼 보이던 레레시아의 눈동자에 어느 감정이 울컥 솟구쳤다. 탁하게, 혹은 가열차게- 금빛이 짙어진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눈매처럼 비틀린 입술이 벌어져 거친 말을 쏟아내기까지는 정말 눈 한 번 깜빡일 사이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딴 건 들을 필요도 없어 개XX야!"
쨍그랑. 레레시아가 들고 있던 술잔이 쥬데카의 옆을 스쳐 날아가 흙바닥 어딘가에 처박혔다. 그걸 인지할 틈도 주지 않고 레레시아의 손이 쥬데카의 어깨를 움켜쥐어 밀어뜨린다. 손 뿐이었을까. 그녀의 옷 틈새로부터 촉수 같은 독액이 쏘아져 쥬데카를 붙잡는데 일조한다. 끈적끈적한 독액이 덫처럼 쥬데카를 바닥에 붙들어놓으려 하고, 독보다 더 지독한 표정의 레레시아가 쥬데카를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뚫린 주둥이라도 말은 가려가면서 했어야지.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듣고 싶냐고? 가디언즈가 하는 일이 하나 밖에 더 있어? 그저 세븐스로 태어났을 뿐인 사람들을 핍박하고 없는 잘못까지 뒤집어 씌워 잡아가고! 억울하다 외친 것만으로 죽이고! 무능한 놈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같은 세븐스를 짓밟는게 가디언즈잖아! 그 가디언즈였던 XX가 어딜 뻔뻔스럽게 레지스탕스에 기어들어와서, 뭐? 저 가디언즈였습니다, 뭘 했는지 듣고 싶냐고? 무슨 낯짝으로 지껄이는 거야 이 XXXX가!!!"
끽해야 잔잔한 파문 정도의 반응 밖에 보이지 않던 레레시아가 태풍 속의 파도처럼 사나워졌다.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지르고, 한 대 치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올려 주먹을 쥐었으나 라라시아에 의해 그 팔은 막혔다. 그러나 라라시아의 제지는 거기까지였다. 그저 그 이상의 폭력만 행사하지 못 하게 잡아놓은지라, 레레시아의 노성은 연이어 쏟아진다.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봐! 떠들어 보라고! 너 때문에, 네가 있었던 가디언즈 때문에 미래를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인지 헛소린지 할 깡이 있으면 떠벌려 봐! 해보라고!"
그저 소리 좀 질렀을 뿐인데, 핏발과 열로 붉어진 눈이 쥬데카에게 똑바로 내리꽂힌다. 말이든 뭐든 해보라고 외친 이후에 레레시아는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그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가만히. 무서우리만치 미동도 없이. 과연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떨쳐내고 외면해버릴지. 아니라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인지는 쥬데카의 선택이었다.
얼음은 대부분 녹아 사라졌고, 피부도 불그스름하게 열이 돌아온다.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는 아닌 듯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정도면 일차적인 응급처치는 끝이지만…… 아직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빡치는 소리…… 됐다. 너 씨* 존* 괘씸해. 아냐?"
나름대로 조심하려던 결심은 금세 죽어버리고, 그는 다시 버럭 대꾸해 버린다. 전혀 유쾌하지 않아서 못마땅하다.
"난 호구 새*라서 그다지."
빈정거리는 듯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한 대답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사사로운 인간관계에 있어 퍽 순진하며 때로는 지나치도록 경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쉽게 믿고, 쉽게 감정을 가지고, 누구라도 내심으로는 쉽게 좋아해 버리곤 한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 보아도 쉬이 고쳐지지 않는 악습관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멜피의 속내도 비슷한 것일까? 머리로는 알아도 바꿀 수 없는 것 말이다. ……속으로 짐작해봤자 직접 듣지 않는 한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충 기대서 손장난이나 하던 그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멜피의 눈을 마주보았다.
"야. 네가 지금 씨* 왜 그러는 건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냐? ……그냥 물어본 거야. 싫으면 존* 싫다고 말해."
그래서 묻기로 했다. 그동안은 울적해지기 싫어서,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아서, 멋대로 남을 이해해 버리곤 무엇이든 내어 주고 싶지 않기에, 갖가지 이유를 대어가며 피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지난한 고민과는 달리 그는 늘 그랬듯 그리 철두철미한 사람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여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찜질방에_간다 어... 무난하게 즐기고...무난하게 안마의자 쓰고... 냉커피 마시고... 그냥 우와 신기하다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지 않을까? 그리고 찜질방 구경하고 다니다 불가마에서 고수들이랑 눈 마주침... 눈과 눈이 마주치면 배틀! 불가마에서 누가 마지막까지 안 나가고 버티는지 서바이벌 경쟁하다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음(?)
날_이렇게_만든건_당신이잖아_를자캐식으로말한다면 "내가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너로 인해서야. ■■지 말라고는 안 할게. 그러니까, 제발."
말하는 게 승우 같지가 않다고요? 나쁜 말 배우기 전 시점으로 써서 그래~ 놀랍게도 따끈따끈한 신입으로 들어오고 한동안은 건전하게 말하고 다녔었다...
자캐에게_사랑한다는_말의_무게는 어...? 이거 아프다... 굉장히 무겁고... 자기 자신의 모든 걸 내걸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어. 말 그대로 몸과 마음과 삶, 그 모든 걸.
가디언즈였냐며 되묻는 목소리. 다음 순간 귓가를 스쳐 지나가 땅바닥에 처박히는 술잔. 피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감정에 압도되어서일까. 아니면 네가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일까. 그대로 너는 바닥에 밀쳐져 쓰러졌고, 그런 네 위로 레레시아는 너를 죽일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끈적한 덫과 같은 독액이 옷자락을 잡아당겨 움직이는 데 지장이 있는 상황, 너는 섣부르게 움직이는 대신 네 얼굴을 향해 쏟아내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
네가 이런 과거를 가졌으리라 생각했을 리가 없지, 아니면 그저 확실한 물증을 잡을 때까지는 숨죽여 기다리는 뱀과 같은 이와 너는 얼굴을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가? 아무리 그래도 후자는 논리적 비약이 좀 심하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게 기저에 깔린 분노였다는 걸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이란 무엇이었는가. 결국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는가? 표리부동한 이의 내면이, 마치 지면이 까뒤집히듯 드러나는 것을 보며 너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독액이 눈가에 닿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네 세븐스는 그다지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데에는 하등 쓸모가 없다. 적어도 세븐스 그 자체로는. 그저 지금 네 위에서 네게 분노를 토해내는 이의 숨소리와, 빠르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마치 귀를 대고 듣는 것처럼 듣고 있을 뿐. 새빨갛게 변한 얼굴과 눈을, 너는 피하는 대신 가만히 마주보다가 웃고 말았다. 분노에 찬 눈에는 그 미소가 어떻게 보였을까, 이런 상황에서 웃다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구나 싶었을까. 아니면 깊게 패인 것 같은 그 눈두덩이와, 초점이라곤 쉬이 찾아볼 수 없는 검게 물든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상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정당한 분노인가? 그렇다면 어째서인가? 네 앞에 있는 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고통을 불러일으킨 게 너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네가 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인가?
"미안합니다."
더 이상 꺼낼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사죄하겠습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백 번 천 번을 내뱉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혼잣말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는가. 메아리라도 누군가는 듣게 되건만. 꺼내놓지 않은 말은 메아리조차 될 수 없으니 너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나의 모든 것으로 인해 고통받은 당신에게, 이런 말밖에 할 수밖에 없는 저를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겠죠, 이해하고 싶지 않을 테죠. 정말 미안해요. 억울함보다도 앞서는 묘한 해방감, 내리깔린 눈과 비틀어 올라간 입꼬리. 차라리 지금이 나의 마지막이라면-
잠은 많이 잘수록 더 피곤한것 같다. 이건 임무 후 내리 30시간 정도를 잤는데도 아직 몽롱한걸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능력을 써서 그리 오래 자빠진 건 아닐 테다, 전에 더 극심히 능력을 사용했을 때도 7시간만 자고 개운히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럼 전투 때 다친것에 의해서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몸이 상했을 시절에도 그렇게 오래 잔 적은 없다. 그럼 왜? 그는 임무에 투입되기 전, 약 4일 정도 잠을 안 자고 그림 한 장만 붙들고 있었다는 것은 이유로 치지도 않고 있다.
영양가 없는 흐름의 생각이 흘러가며, 그는 기계적으로 사과를 깍고 있다. 이미 반듯히 깍인 사과 3개는 도마 위에 얌전히 놓여 있다. 그가 깍고 있던 4번째 사과는 그저 그의 손 안에서 둥글게 돌기를 반복할 뿐이다. 그 뒤에 놓인 냄비에서는 묵직한 냄새가 조금씩 올라와, 주방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코가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버터 특유의 무거운 내음, 계피의 톡 쏘는 향, 그리고 녹은 설탕의 은은한 단내가 어우러진 향이다. 조금씩 녹아가는 버터에 눈길을 준 남성은 이내 깍던 사과를 내려놓고, 이미 헐벗은 사과를 들고선 4등분으로 자른다. 자르는 손길이 빨라진 걸 보면 급해진 것만 같다. 사과 심을 등분된 조각에서 발라내고, 남은 조각들은 큼직하게 깍둑 썬다. 냄비에서 나는 냄새가 강렬해진걸 맡으면 사과 한개분의 조각만 냄비에 털어넣고선 젓는다. 이미 녹아버린 설탕과 버터의 혼합물을 보면 표정이 찡그려진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 지금 사과를 마저 썰으면 버터 설탕물이 다 타 버릴테고, 그렇다고 불을 꺼버리면 필링의 맛이 없어진다. 무표정이다만, 속으로는 조금 난감해 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불을 끄고선 필링이 든 냄비를 손으로 든다. 다른 한 손으로는 아까 사과를 썰던 칼이 들려있어, 제스쳐만 보자면 당황한 사람을 닮았다. 얼굴은 여전히 차분해선 괴리감이 느껴진다만. 표정이 조금 뚱해지더니, 이내 말을 거는듯한 어조로 운을 띄운다.
>>608 승우 '고수'와 붙는 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불가마의 고수와 대결해 최후의 1인이 된다니 집념이 엄청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 뭐야..? 나 지금 급해 우리 승우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붙잡)(맑눈광의 시선으로 쳐다봄)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도 그렇고.. 승우.. 멘탈 괜찮은 거 맞지???
>>611 으악 우리 아마데 사망플래그 치워~!!!! 아련한 눈빛도 안돼 금지야!! 인류애와 존중을 포괄하는 사랑의 신.. 맛있다(맛있음) 채팅으로 어그로 끌리는 것도 확실히.. 정중하면 어그로 많이 끌리지.... 약간 꼰대같다고 욕 먹을 것 같다는 적폐가 떠올랐는데 괜찮은 것인가..👀
>>612 스릴 넘치는 거 좋아한다니 딱 선우잖아!! 그런데 그녀와 함께... 독백 보고 이셔주 지금 운다.. 오늘의 눈물로 이번달 수도세 거뜬하다.. 매운맛 설탕에 가려진 것 맞는 것 같아 우우우..🥺 선우야.. 꽃길.. 꽃길만 걷자...😭
아니 하 쥬야...... 애들 진단에 수도세 한달치 거뜬했는데 지금 넉달은 절수할 수 있을 것 같아..
ㅇㄴ유루 30시간 넘게 잤다는 거 보고 어??? 건강 괜찮은가?? 걱정했는데 4일동안 안 잤다고여????(등짝때찌)
>>620 그는 '찐'이었기에...(?) 사실 얘가 유리해서 그런 것도 있어~ 능력 때문에 남들보다 더위 살짝 덜 타거든 우우 치사하다~!!! ㅋㅋㅋㅋㅋ으아악 맑눈광 치워!!! 그 질문의 답은 이스 과거사... 이스 멘탈 괜찮냐는 역질문으로 돌려주겠습니다( •̀∀•́ )✧
마지막에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던 것 때문에 무모했다며 의무실의 사람들에게 혼이 났다.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몸조심하겠다며 대답한 뒤에야 나올 수 있었던 너는, 지금 한 잠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상태였다. 부상에 대한 처치도 괜찮았고, 피로도 상당히 풀린 상태, 절호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조에 가까운 상태의 너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조금 허기가 져서 뭐라도 좀 마실까 싶어서였고, 그런 너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복도 저편에서 뭔가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 달콤하고 깊은 향,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만한 향기의 농도임에도 너는 잘 맡아내고 홀린 듯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으려나, 점점 강해지는 향기에 위치가 특정될 즈음,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정신을 차렸다.
"...뭔가 필요하십니까?"
목소리에 응해 너 역시도 목소리를 내며, 향기의 근원이 있을 주방 안쪽을 너는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괘씸하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오히려 작게 웃었습니다. 당신이 조심하려고 하고있다는건 알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는게 더 편했습니다.
"...... 호구라서가 아니야. 그냥 당연한거지."
그야 물론, 처음에는 경계하는게 당연할겁니다. 각기 여러가지 일을 겪었을테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처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3년 이상을 같이 지낸 동료들도 많죠.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잠시- 눈을 깜박이다 무언가를 당신에게 건넸습니다. 별건 아니었고 그냥 차네요. 언제 타둔건지 ㅡ 사실 아까 팔을 처음 녹일때 능력을 사용해 저편에서 타둔겁니다 ㅡ 따뜻하네요.
"앉을까."
그녀는 당신의 물음에 답하기전에.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습니다. 평소처럼 밝아보이는 미소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당신이 그녀를 따라 앉아주었다면 그녀는 입을 열었을겁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남을 믿지 못하겠단 이야기지. 특히.. 남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건...."
"멍청한 소리란건 알아. 내가 벌써 몇년째인데 여기서, 근데도 언제 등에 칼이 찔릴까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에스티아의 연구실. 평소라면 에스티아 혼자 있겠으나 오늘은 아스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일단 USB의 내용은 로벨리아의 판단 하에 모두에게 공유를 하기로 했고 그 공유된 내용을 확인한 아스텔이 에스티아의 연구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정확히는 에스티아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볼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스텔을 맞이한 에스티아는 그가 올 것을 짐작했는지 그다지 놀라지 않으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 아스텔은 그 내용의 본문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텔은 볼 권리가 충분해. 그리고 나도."
노트북에 떠 있는 원문 문서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이전 레레시아에게 살짝 언급한 것이 있는 내용이 바로 거기에 담겨있었다. 거기다가 그 수도 자신이 있을때보다 3배는 더 늘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데 보검을 강화시키겠다는 명분 아래에 그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가 또 시행되려 하는 것에 아스텔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1000명. 허나 살아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원래라면 자신도 그곳에서 폐기처분되어야만 했다. 운이 좋게, 정말로 운이 좋게 로벨리아가 그곳에 왔었기에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거기서 로벨리아가 협상해서 구해낸 이는 단 두 명. 그 외는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죽었다. 그리고 단 한 명 살아남은 이는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는지.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의 편에 서서 잔인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 모든 사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아스텔은 입을 열었다.
"제 0 특수부대를 그냥 보내준 것은 아무리 봐도 나와 널 노린거구나. 이건."
"그렇다고 생각해. 그래서 어쩔거야? 아스텔."
"...대장의 명령을 기다릴거야."
"의외야. 아스텔이라면..."
"...나는 에델바이스니까.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에스티아."
"...응."
뭔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있었으나 결국 두 사람이 선택하는 것은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제각각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일단 두 사람은 당장 뭘 움직이진 않고,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허나 그럼에도 조금은 쓰렸는지 아스텔은 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술이 조금 끌리네. ...한 잔 할래?"
"아니. 난 술 안 좋아해."
"과일주도 있어."
"음. 조금 생각해볼게.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하진 마. 아스텔."
"너도야."
서로 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참으로 비슷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바람을 쐬던 술을 하던 뭐라도 하자.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졌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북을 굳이 닫진 않은채 아스텔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너무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은 노트북은 어둠에 집어삼켜졌으나 그럼에도 그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고요한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아직 그곳에 있었기에.
>>643 그냥 별 건 없고 전에 일상으로 아주 살짝만 공개가 되었고 지금 저기도 아주 살짝만 언급된건데 그냥 이전 프로젝트에선 아스텔이 거기에 있었으니까요. 거기서 싸우는 거 배우고 죽이는 법 배우고 대충 그런 느낌으로다가.. 그리고 거기서 로벨리아가 와서 담당자와 협상을 해서 아스텔과 또 다른 한 명만 겨우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었지요. 네.
이스마엘이 기억하기에, 아버지는 유달리 잠에서 깰 때가 잦았다. 어느 날은 소리 없이 눈만 뜨고 자신이 잘 자는지 확인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무엇이 괴로운지 숨죽여 우실 때가 있었다.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제풀에 놀란 듯 구석으로 도망칠 때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밤에 잠들지 못한 자신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미안하다 빌었던 일이다. 잠에서 깨지도 못한 아버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한참이고 미안하다 말했다. 내 의지가 섞인 일이었노라, 내 의지가 아니었노라. 죽을죄를 지었노라, 죽을죄를 지은 건 너희가 아니었느냐. 고작 앞니 빠진 어린아이인데, 어린아이라도 위험한 존재인데……. 공용어도 쓰지 못하고 독일어로 몇 번이고 뱉던 갈팡질팡한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그 의미를 곱씹기엔 이스마엘이 너무 어렸지만, 기억만은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스마엘은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심호흡을 하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쉴 적, 뱉는 숨보다 짐승 같은 억눌린 신음이 목구멍 틈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식은땀이 전신을 흠뻑 적셨다.
>>639 누가 우리 쥬 못생겼다고 했어..? 쥬가 못생겼으면 이스마엘은 아메바인데..!!!🥺 서글픈 눈.. 귀엽잖아.. 쥬 안 못생겼지만 못생겼다 놀리고 반응 보고싶어졌어.. 연애썰이 있으시겠다? 일방적이라니 우우 세븐스는 어째서 연애도 찌통인가요...🥺(정답: 세븐스라서) 공포영화 포지션 ㅋㅋㅋㅋㅋ 부정하고 싶은데 너무 정확해서 혼낼 수가 없어... 진단 념념 굿!
아.. 아.. 아스텔아.. 에스티아야.. 우리 귀여운 두 말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독백이 이렇게도 짜니.. 요술 맷돌이 바다가 아니라 독백에 빠졌구나...😭 그것보다 아스텔과 같은 생존자가.. 가디언즈? 어..?(승패에 집착하는 모 냉동빔 소녀 바라봄) 설?마? 떡밥을 이렇게 뿌린다고..? 다음편 나올 때까지 숨참는다 흡ㅂ..!!!!
레레시아는 턱까지 받친 숨을 고르며 쥬데카를 응시했다. 저 뚫린 입으로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아니면 변명을 하나, 한 번 해보라는 심정으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잔을 던져도 바닥에 밀쳐도 반응을 안 하던 쥬데카가, 억울한 소리를 듣는 동안 반박 한 마디 하지 않던 쥬데카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까.
미간을 찡그리는 것에 드디어 같잖은 변명이라도 하려나 했으나 나온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간결하고 직설적인 한 마디. 구구절절한 설명도 변명도 없이 달랑 튀어나온 말은 팽팽히 당겨져 있던 분노의 끈을 자르며 지나갔다. 겨우 끌어올려진 분노는 다시 이성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흐릿함이 가신 시야에 보이는 건 피폐한 얼굴에 띄워진 웃음. 그 웃음을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마주하던 레레시아는, 텀을 두고 흘러나온 미안합니다에 상체를 일으켰다. 코앞은 아니나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은 채 내려다보는 눈에서 붉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분 나빠."
그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걸 이해해 달라는 그를 보며 레레시아는 말했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순간적으로 목을 과하게 쓴 탓에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분 나빠. 붉은 눈물을 쉼없이 흘려 검은 옷과 하얀 머리카락을 적셔가며 다시 중얼거리고, 무릎으로 뒷걸음질을 쳐 쥬데카에게서 물러나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레레시아가 물러나며 독액도 사라졌다. 흐느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딘가 끈이 떨어진 듯한 레레시아를 뒤로 하고, 그제야 라라시아가 옆으로 나와 쥬데카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화풀이 당하게 해서 미안하게 됐어. 손 빌려줄테니 천천히 일어나. 방금 머리 부딪혔잖아."
라라시아는 처음과 다를 것 없이 차분했다. 분노를 감췄다, 다스리고 있다라기보단 아예 없는 것처럼. 쥬데카와 처음 인사를 나눌 때처럼 담담한 태도로 쥬데카를 도우려 할 뿐이었다.
육회. 당신의 탁월한 선택이다. 물론 글을 모르는 그녀는 간판에 적힌 그 뜻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동류는 이끌린다는 법인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기를 취급하는 집이라는 걸 귀신처럼 알아채고 만다. 오히려 저가 먼저 자리를 물색해 "여기가 비었다." 라며 맞잡은 당신의 손을 이끌고 가려 하고 있었다.
"괜찮다. 멜피가 준 옷이다. 엔은 입는다."
적당한 자리에 앉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새로운 옷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평상복 외에는 어떤 옷을 입더라도 불편했을 것이다. 헌데 그런 그녀가 재차 옷자락을 당기며 콧잔등을 가져갔다.
"하지만 멜피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당신의 냄새...라고 하면,
"풀이 탄 냄새다."
담배 냄새를 말하는 건가. 당신은 거의 항상 입에 물고 있었으니까. 그것 때문에 아까부터 옷자락을 당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답이 정답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계속해서 퍼부어질 것만 같았던 분노를 멈추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분노가 멈추고 널 바라보는 눈에서 끓어오르던 감정이 가라앉는다. 그리곤, 이어지는 짧은 네 대답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기분 나빠.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그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널 붙잡고 있던 독액 역시 거둬지고, 네게 내밀어지는 손.
"......"
너는 조금 망설이다가 라라시아가 내민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머리 부딪혔잖아. 그 말을 들으며 몸을 일으킨 순간, 띵하고 어지럼증을 느껴 너는 다른 한 손으로 급하게 땅을 짚었다, 언제 부딪힌 거지. 다행히 돌부리 같은 건 없었지만 바닥에 뒤통수를 부딪힌 건 사실이었다. 너는 살짝 고갤 흔들고 눈을 두어 번 천천히 깜빡인 뒤에야 붙잡고 있던 라라시아의 손을 놓았다.
"...아닙니다."
모르는 일이다. 네가 그 당사자가 아니라고 누가 보증하겠는가. 비록 네가 그녀들을 본 기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네가 가디언즈에 속해 있었던 것도, 그 곳에서 다른 세븐스들을 제압하는 일을 했던 것도, 심지어는 레지스탕스에 침투해 안에서 무너뜨리는 일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 너는 담담하지만, 그 역시 적잖은 분노를 지니고 있을 상대에게 말을 더하기보다는 아꼈다.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술자리를 망쳤네요."
흔들리던 시야가 안정되고, 너는 난장판이 된 자리를 눈으로 훑으며 그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언젠가는 밝혀질 일, 관계가 깊어져 입을 상처보다, 지금 내쏟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낫지 않을까 스스로 위로하며 너는 네 뒤쪽, 깨져 버린 술잔을 손수건으로 주워들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가 있어봤자 방해가 될 테니, 미소지은 너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두어 번 털어내곤, 다시 묶어 늘어뜨렸다. 돌아가자. 불청객치고 너무 오래 머무른 댓가라고 생각하는 듯이 너는 네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며 몸을 일으킨다.
라라시아는 쥬데카의 손을 놓기 전에 세븐스를 사용해 그의 혹시 모를 부상이 회복되도록 해주었다. 머리에 대한 부상은 처치가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 뿐이었다. 라라시아는 쥬데카의 생각과 달리 분노라곤 눈썹 한 가닥만큼도 없었다. 그저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같은 조직의 대원으로써 치유를 해주고 아니라는 쥬데카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돌아본 자리는 그 잠깐의 여파치곤 꽤나 화려하게 뒤집어져있었다. 일단 내놓았던 음식은 더는 못 먹을 상태가 되었고, 멀찍이 굴러간 빈 병은 반토막 난 것도 있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게 생긴 난장판에 라라시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쥬데카를 향해 쓴소리 한 번 하지 않았지만.
"뭘. 욱한 사람이 잘못이지. 미리 못 막은 내 잘못이기도 하고. 리오가 미안할거 없어."
손 다칠텐데 그냥 둬. 깨진 술잔을 치우는 그를 되려 걱정하는 말을 한 라라시아는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레레시아의 머리카락을 슬쩍 들춰보았다. 고개가 숙여진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무릎이나 근처 머리카락이 검붉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라라시아는 다시 레레시아의 머리카락을 잘 덮어주고 먼저 자리를 뜨려는 쥬데카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 순간, 그 때까지 늘어져 있던 레레시아가 팔을 들어 쥬데카의 바지를 붙들었다. 군데군데 붉은 물이 든 검은 장갑이 바지를 잠시 꾹 쥐며 붙잡는 건가 싶었으나. 곧 힘이 풀리며 조용히 떨어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라라시아가 레레시아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 이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 혹시 더 아프면 꼭 의무실 가고."
치유는 됐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녀의, 쌍둥이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달리 할 말이 없다면 그 자리는 그대로 파하게 될 것이다.
라라시아의 세븐스 덕분이었는지, 조금 어지럽던 머리가 금방 맑아졌다. 감사합니다. 하고 작게 덧붙인 뒤 조심스레 손수건에 주워담은 유리잔을 손에 든 채, 욱한 사람, 그리고 막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는 라라시아의 말을 듣는다. 차라리 둘 다 계속해서 분노를 쏟아내거나, 분노를 곱씹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면 조금은 더 편안했으려나. 비정상적으로 이성적인 라라시아의 말에 너는 말없이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붉은 눈물, 그건 정말 눈물인가? 검붉게 물들어 버린 머리카락과 무릎의 옷자락.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볼 수 없는 레레시아를 잠시 내려다보던 너는 몸을 돌려 이 장소를 뜨려고 했다. 적어도 바지를 붙잡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랬으리라.
"......"
너를 붙잡은 손의 주인은 레레시아였다. 여전히 고갤 숙인 채 붙잡았던 손은 금새 힘이 풀려 떨어진다. 그리고 들려오는 라라시아의 목소리 미안, 이라.
"...감사합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좋다. 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너는 그 말을 이렇게 이해하고자 했다, 너와의 관계가 끊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라고. 그렇기 때문에 너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중에 또 다시 이야기하자. 라는 의미로.
멜피가 조금이나마 웃자 그도 픽 웃을 기분이 되었다. 농담하듯 말하지만 빈말은 아니다. 당연함은 무엇인가? 보편이란 무엇이고? 그 기준이 되는 상식을 정립하기에는 그가 아는 세상의 한도가 너무도 좁다. 이건 아니라 못 할 사실이기도 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튕겨내기에도 좋은 구실이 된다. 자신이 호구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당당하게 자기가 바보라는 걸 공언하고 싶어서는 아니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 보이는 멜피 때문이었다. 그 후로 잠시간 말이 없던 그는 멜피가 내민 차를 반사적으로 받아 들었다가 뒤늦게 이걸 언제 준비한 것인지 의문을 떠올린다. 컵 안의 온기는 따스하다. 그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넌 안 마시냐?" 그리고는 곧 멜피를 따라 자리에 앉는다.
상 위에 잔을 올려두고, 두 손으로 감싸쥔 채 경청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간결하게 결론만 말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멜피의 입이 다물리고 가장 먼저 든 감상은 이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 그거 골때리네. ……힘들겠다는 뜻으로."
멜피의 고백은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대척이었다. 무지하기에 끝끝내 순진할 수 있었던 그와, 사실은 늘 누구도 믿지 못했다는 멜피. 생각은 불현듯 이곳에 닿는다. 그렇다면 멜피는 여승우란 인간 역시 믿지 못하나? ……그는 그렇더라도 상관없겠다 생각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해준 데 감사한다. 적어도 모르는 사이 외떨어져 초라한 기분만큼은 들지 않으니까. 그는 손 안의 컵을 내려다보았다. 차의 온기는 여전하다. 믿지 못한다 해서 멜피가 매순간 베풀었던 친절이 거짓이 되지는 않는다. 설사 너 역시 믿지 못한다는 고백마저 자신을 경계해 내뱉은 거짓말이었다면, 그렇더라도 상관없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혹여라도 들키지 않도록 영원히 숨겨주었으면 한다. 그는 믿기로 했다. 믿기로 했다. 진실을 고했으리라 믿기로 했으니 그렇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좋아했던 사람으로부터 영영 거부 당하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난 씨* 너를 잘 모르지만," 잠시 목다심을 하고는 운을 떼었다.
"네 의심, 그게 만들어지는 데 걸린 시간, 그리고 만들어지고- *, 유지해 온 시간이 얼마나 되냐? 잘 몰라도 3년보단 길겠지. 인생 전체에서 논하면 3년은 존*게 짧은 시간이야. 여기서 좀 잘 지냈다고 그게 네 삶 전체를 개** 확, 뒤집기는 힘들지."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삶과 그만큼의 진리. 경험이 부족한 그로서는 올바른 통찰을 이끌어내 설명할 재주가 없지만, 자신이 아는 진리─ 제 삶의 한도 내에서는 말할 거리가 있었다. 사람은 살아온대로 살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될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렇게 모양 잡힌 것이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도 그렇다. 기억하는 한도 내의 평생을 양순한 집짐승으로 살아왔고, 그렇기에 그때 자리잡은 미숙을 못 내던져 아직껏 이 꼴이다. 그는 그런 자신에게 큰 유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멜피는 과연 그런가? 들었던 찻잔을 탁 내려두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골몰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는 이내 멜피를 마주보며 무덤덤히 말했다.
"난 씨* 호구 새*라서 딴 마음 먹는 거 잘 못한다. ……그러니까 안심하라고는 못 하겠지만, *. 아무튼 난 네 편 할 거라고."네가 먼저 날 버리지만 않으면.
그녀는 자신도 먹을게 있다는듯 옆에서 또 차를 꺼내며 미소지었습니다. 그녀의 능력은 이럴때는 편리했죠. 물론 자동으로 움직이는게 아닌만큼 그녀 자신의 머리를 병렬로 돌려야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익숙한 일. 아무튼 그녀는 차를 한모금 마시고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그녀는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그것이 동료들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렇기에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결코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거란것도 알고 있었고
"............"
그랬기에 힘들겠다고 말하는 당신의 말에 그녀의 표정은 아주 약간이지만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타인을 믿지 못하고, 동료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버리며 항상 살얼음판에 서있는듯 느끼고 있는 그녀였지만. 결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배신을 당하는것은 무섭지만. 당신들을 믿지 못하는 자신은 혐오스러웠으니까. 차라리 그저 형식상의 관계였으면 좋았을텐데. 친하게 지냈던 당신이기에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이런 말을 해도 받아줄 당신이었기에 고통스러웠다.
"왜, 이해하는거야.. 이 호구야!!"
"진짜 호구야, 너 그러다 분명 나중에 나쁜여자한테 당한다고.."
당신의 말은 그녀에게 있어서 와닿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신에게 상처를 준거 같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아까 부정해놓고 호구라고 ㅡ 당신은 인정했습니다만 ㅡ 말하며 당신을 쏘아.. 붙이진 못했습니다.
아아- 진짜.
골몰하게 생각해주는 모습이, 그러면서 무덤덤하게 말해주는 말이. 내 편이라고 해주는 당신이. - 참을 수 없게 보여 손을 뻗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배신 안 할거야? 안 찔러?"
지금 당장, 너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을거야. 나는 그런 인간이니까.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계기가 너였으면 하는 자각은 있어.
고맙다고 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너의 품에 다가가고 말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응답한다. 그때 갈궜었던 남자애의 목소리다. 그러고 보니 블러디 레드때 막아섰던 것에 뭐라 성질이라도 내고 싶었었는데, 어째 타이밍이 엇갈려서 지금은 그다지 화낼 마음이 없는 그. 당신이 주방 쪽을 살짝 들여다보면 그와 눈이 마주칠 것이다, 그 쪽을 아까부터 주시하고 있었으니.
“안녕?”
어째 질문마냥 들리는 인삿말이다. 여전히 양 손은 가득 차 있는 상태이다. 아직 채 식지 못한 냄비에 필링이 탈까, 냄비를 든 손 쪽은 손목이 천천히 원을 그리고 있다.
“도와주러 온 건가?”
아까는 반말이였다가, 어째 하게체 비슷한 걸로 곧 말투를 바꿔버린다. 이유는 별거 없다, 애초에 그는 기분 내키는 대로 말투를 휙휙 바꾸는 사람이다. 그보다도 아직 아무 말 안 한 당신 보고 하는 말이 이따위 라니, 당신은 아마 첫 단추를 잘못 꿴 듯 하다.
“칼질 잘 하는 편, 아님 조심스러운 편?”
번역하자면 사과 썰을테냐, 아니면 필링을 저을테냐 묻는 것이다. 아까의 물음의 연장선, 이것은 그 나름이 꼬드김이다. 이미 말을 이따구로 해 버린 시점에서 좋은 답 듣긴 글렀는데, 사람 좋은 미소만 걸치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어 보라는 뜻인다? 이미 돕게 되어 있다고 매듭지어 버린 투이다만, 그냥 가 버린다면 아쉬워… 아니, 나중에 매정했다고 또 승질낼 것이다.
어째 ‘칼질’을 언급하며 그 단어에 무게를 싣는걸 보면 무언가의 비아냥 마냥 들리기도 할 것이다. 배신자는 등에 칼을 꼽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여전히 웃는 낯 짝 이라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일수도 있겠다마는.
찌푸리듯 씩 웃는 낯이 상황에 맞지 않도록 장난스럽다. 계속 호구라고 말했는데 이제야 인정해준 걸 고마워해야 하나? 그는 사람에게 맹목적이다. 길거리를 떠돌다가도 내밀어진 손길에 배를 내놓는 개처럼. 그것이 천성인지 주어진 환경에서 강제되어 만들어진 습성인지는 구분이 모호하고 명확히 분리하기조차 어려우나, 그렇더라도 상관 없는 일이다. 그런 미천한 삶 속에서도 그는 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하게 끝나리란 보장은 없고 어쩌면 여정의 도중 죽어 나자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된다한들 걱정해주는 사람 하나는 있으니 허황된 삶은 아니지 않겠나.
"그럼 씨*, 호구 안 잡히는 법 네가 가르쳐 주든지."
그러므로 그는 마음 편히 미련하게 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멜피를 좋아했다. 사람으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의 오랜 친애로. 그런 만큼 멜피가 자신 역시 믿지 못한다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은 분명 못 되지만, 그렇지만 먼저 말해줬으니까. 조금은 아프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는 문득 제 안면을 가로질렀던 상처의 아릿한 통증을 떠올렸다. 그만큼이나 처절했던 슬픔, 비분. 눈물을 대신해 끝없이 흐르던 피. 멜피의 말은 그때와는 달리 쓰릴지언정 서럽지 않다. 영영 아물지 못할 상흔이 아니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가오는 몸을 바라보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네 편 하겠다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는 잘 하는 주제에 우습게도 제 쪽에서 포옹하기는 익숙지 못해서 버벅거리는 거다. 그러다 자기가 먼저 멜피의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는다. 멋쩍은 심정과 묘한 긴장감에 고개를 들 자신이 없다. 그러며 한쪽 손을 들어 손바닥이 보이도록 펼치는데, 찌르지 않을 거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이것이다.
"악수. 신뢰의 시작은 무장하지 않은 손 안을 보여주는 거란다. *, 잡아 줘."
실없는 소리인 듯 들리지만 그 역시 신뢰를 확인하고자 한 행동이었다. 긴장한 건 순전히 이 때문이었다. 고작 악수 한 번에. 용기 낸 걸음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어도 든든한 인간상은 못 되는 그를 멜피는 어떻게 봐줄지.
물론 내가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글쎄, 의외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비슷하더라지. 너의 얼굴의 상처를 보며. 당해봤을텐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살 수 있는거냐고 생각해봤지만. 하지만 몇번을 생각해봐도, 정답을 안다고 한들. 그것이 내가 흉내낼 수 없는 일이란걸 알기에. 상처를 빤히 바라보던 눈을 깜박이고 미소지었다.
"그건 무리야. 그야 내가 횟수로만 따지면 너보다 많이 호구잡혔을걸."
나는 농담하듯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횟수가 많다고 내가 너보다 힘든 삶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누구한테 알려줄 경험같은게 없단 뜻이었지.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그저 배신이 무서워 모든걸 거부하는것이지. 요령있게 넘기고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 오히려 네가 나를 받아주다 다칠지도 모르지.
하지만 스킨십이 익숙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노력해서 나한테 파묻히는 얼굴이라던가. 펼쳐 보여주는 손바닥이라던가. -라던가.. 너의 모습이 기뻐서 흐려지지 않아 곤란한걸.
"..... 응."
널 위해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평소엔 거짓말을 술술 뱉던 입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저 짧은 대답과 함께 너의 손을 잡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남이 보기에 별것도 아닌 한 발자국. 결코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입술이 떨리는건 왜일까. 너의 손은 따뜻할까, 아니면 차가울까. 확실한건 지금 내 손이 너무 뜨거웠다는 사실 뿐이었다.
알고있어. 겉으로는 입이 험해보여도 너는 누구에게나 자상하니까. 다른 사람이 아파하고 있으면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니까. 꽤 길게 알고 지냈지만, 아니 그렇게 알고 지냈기에 네가 나한테 그 이상의 감정이 아니란건 알아.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것을 환영해, 도전자.” “이곳까지 온 것은 네 실력… 정정하지, 운도 조금 따라준 듯 하네.” “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더라면 전 이미 풍경화나 그리러 가 버렸을 테니까!”
어두컴컴해선 크기도 가늠할수 없던 방. 당신과 마주보는 끝자락 언저리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처음 운을 띄우던 어조는 차분했으나, 끝을 맺을수록 가히 경쾌해져 가는 울림. 당신은 그걸 들으면 선두로 내보낼 포켓몬을 담은 볼을 움켜잡을 테다. 그래, 이것은 당신이 지나쳐 온 수 많은 경기와 다름없는, 배틀의 서론일 테니까.
“소개는 지금부터 하지요. 전 이 체육관을 도맡은 관장, ‘유루’입니다!” “직속 트레이너들을 쓰러트려 오며 알아 차리셨겠다만, 이 체육관의 전문 타입은 - 없습니다!”
건물이 푸르길래 물 타입에 대응할 수 있는 포켓몬들로 파티를 꾸린 당신은 관장까지 오는 길을 막아섰던 트레이너들에게 봉변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이겼을 테지만.
“어때요?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전개, 재밌지 않았나요?”
중간에 있던 트레이너의 깔짝팟 때문에 아무 재미 없었다고?? 오면서 해 온 배틀들을 상기하며 어이 털린듯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보는 당신을 그는 눈에 띄게 무시하고선, 제 할 말을 마저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당신과 체육관 관장 대 도전자식 배틀을 하긴 싫어요.” “관장은 도전자와 승부하는 것 뿐이 아니라, 가르침도 주어야 한다 - 라지만, 당신은 영웅급 인물이잖아요?”
방 전체에 환한 빛이 들이부어지듯, 갑작스레 어둠은 덮힌다. 당신은 갑작스러운 눈부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찡그린 인상의 당신과 달리, 당신과 약 1미터 정도의 거리만 두고 서 있는 그는 세상 맑은 웃음을 띄고 있다. 남색 머리칼은 뻗쳐있는듯 하면서도, 끝자락은 부드럽게 어께 부근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 노란색 눈은 반쯤 웃음지어 접힌 상태에서도, 동공만은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끄집어내고, 나아가 가디언즈를 멈춰 세워 이 불공평한 사회 체제를 끌어내렸지요.” “혁명가에게 한날 전투광이 무언갈 가르치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
그후 짤막히 들려온 웃음소리. 처음은 인위적인 거짓웃음 티가 물씬하더니, 끝으로 갈수록 진심에 잠식된다. 하관을 덮어 웃음기를 가리려던가 싶더니, 입가에 손이 닿자마자 즉각 반응하듯 표정에선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 샛노란 눈은 음영에 가려지든 말든, 금속과 엇비슷한 차가움을 품을 뿐이다.
“저는 적당히 봐주면서 이미 저보다 우위인 분에게 훈수질 하기 싫습니다.” “부디 트레이너 대 트레이너로 싸우며, 제게 한 수 가르쳐 주시길.”
당신에게 등을 돌려, 방 끝으로 걸음을 옮긴다. 한 발 내딛는 것에 무게가 실린게, 퍽 진중해 보이기도 하고, 긴장한 것도 같다. 끝에 다다르면 그는 반원을 그리듯 한 발을 중심삼아 당신을 마주보려 돈다. 어느새 손에 들린 슈퍼볼의 중심부를 누르면, 축소되었던 볼은 본래의 사이즈로 팽창한다.
“당신에게도 즐거운 배틀이었으면 좋겠으나, 이거 지루해서 하품 하시는건 아니시련지.”
농을 건네는 그의 모습은 깔끔한 차분함으로 도배되어서, 흘려 들으면 진담으로 들릴 수도 있는 애매모호함. 첫 타자는 짐 리더부터 내보낸다. 그는 트레이너 대 트레이너의 배틀을 하자면서도, 먼저 선두를 내비친다. 짐 리더의 얄량한 자존심일까, 아니면 고된 여정을 해 온 당신에게 해 주는 최소한의 배려일까. 어찌되었건 당신의 여정의 빛을 보려면, 당신은 그를 쓰러트려야 하니. 그저 당신에게 그의 팀을 쓰러트릴 만한 전력이 있길 빌 뿐이다. 여정은 거의 끝이 나 가지만, 끝을 향한 과정은 순탄치 않을테니. 그는 볼을 힘껏 던지며, 할 말을 찾으려던 듯 포켓몬이 나오고 나서 반 박자 후에야 무언가를 뱉어냈다.
“윔시! 힘 내요!”
볼이 완전히 팽창해 터지듯 열리는 경쾌한 펑! 소리, 그리고 보이는 날렵하게 근육이 잡힌 레파르다스 한 마리. 제 주인의 보기 드문 말투를 들은 레파르다스는 자그마한 동공으로 당신의 동태를 살필 뿐이다. 골반을 치켜들어 가벼이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그 레파르다스는 여전히 날이 선 시선으로 당신을 응시할 뿐.
[체육관 관장 유루가 승부를 걸어왔다!]
/그냥 포켓몬 게임 후반부에 나오는 관장if로 갈겨 본것 /다 쓰고 나니 너무 그뭔씹이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스루해주셔도 갠차늠 /오...배경을 좀 들어가자면 유루가 칭하는 '당신'은 플레이어, 배경이 되는 지방을 구해준 영웅! 하위 계층민들을 착취하며 살아가던 가디언즈 세력에 맞서 싸우는 그런 충공깽 포켓몬 특유의 먼치킨 플레이어 입니다 (근데 그냥 여러분 캐한테 하는 말이라 들어주셔도 별 상관은 없습니당) - 포켓몬 게임을 하다 보면 악의 조직 거의 다 발라놓은 상태에서 스토리 진행하려면 관장전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예! 그런 상황입니다! /유루가 존대 쓰는 이유: 희열적이라서(...)
앗. 눈이 마주친 건 그러니까. 유루였다. 너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움찔했지만, 이내 안녕? 하고 건네는 인삿말에 반응하기 위해 입을 연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러면... 유루 씨가 누구 없냐고 부른 걸까. 아마 그럴거라고 생각하면서 두어 발짝 움직여 주방으로 들어선다. 유루의 양 손에 가득 들린 것들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이어진 도와주러 온 거냐는 물음에, 너는 망설임 없이 고갤 끄덕인다. 애초에 도움을 청하는가 싶어서 온 거였으므로.
"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순간에는 어떤 식으로 도움이 필요한지를 짐작할 만한 말이 이어서 들려왔기에 금방 도움을 줄 수 있다 없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그러니까 칼질을 잘 하느냐는 질문.
"아, 네. 어느정도 다룰 줄 압니다."
칼을 오랜 시간 다루어온 사람처럼, 마치 제 몸처럼 요리하는 데 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저 조금, 조심스럽게 다룬다면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는 수준이겠지. 칼질에 담긴 또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르나,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너는 일단은 액면 그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그 뒤에 주방 안으로 걸어들어가 유루가 만들던 게 무엇인지 파악해 보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조금 불편한 느낌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서서 답을 기다린다.
싱긋 미소지어 보이는 인두겁 자체는 온화하다. 속내는 그저 일꾼 한 명 낚아서 기쁜 것일 테지만… 무튼 당신이 칼은 어느 정도 다룰줄 안다는 답을 하면 그는 들고 있던 칼을 돌려, 손잡이를 당신 쪽으로 향하게 하여 건네주려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의 손은 손잡이에 느슨히 감겨 있었기에, 당신이 그저 와서 잡기만 하면 금방 손을 뗄 것이다.
“사과 썰어주면 그때 막아선건 깔끔히 잊어주지.”
‘그때’라면, 아마 블러디 레드 전투 때를 말하는 것일 거다.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고마워 해주지 못할 망정, 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가치관이 있는것과 그걸 따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수로 널 찔렀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러면 난 아군을 상해 입혔다고, 의미 없는 죄책감만 느껴야 했을텐데. 불쌍하지 않아?”
나도 깊은 생각 없이 튀어나간 잘못은 있지만. 그렇게 덧붙이곤 미간에 힘이 풀린 채로 당신을 응시한다. 가벼워진 말투와 뱉는 뜻과는 달리 경쾌한 목소리. 당신이 그의 말에 뭐라 대답하듯, 실눈으로 웃음짓고선 곧바로 화재를 바꿔버릴 것이다. 응답은 나중에라도 되돌이표를 찍으면 그만이니.
“아직 껍질 덜 깍은 사과도 있는데, 그것도 마저 깍아주면 고맙겠어.”
느슨히 치켜든 손가락은 반듯히 껍질이 깍여진 사과 두 알, 그리고 반쯤 깍다 만 사과 한 알이 놓인 도마를 가리킨다.
“과일 파이는 좋아하는 편?”
그렇게 묻고선 마땅히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몇개 더 굽자고 제안해 본다. 물론 사과는 당신이 깍고 썰어줘야 한다며 말을 끝마친다. 은은히 미소짓고 있는 꼴을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중이라 기분이 좋은겄도 있지만, 당신을 대하는 태도 자체도 개편된 걸 보면 어째 당신을 신뢰 하는듯 보이기까지 한다.
사과를 깎아주는 걸로 OK라면, 저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간에... 나쁜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걸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더욱. 너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그가 내밀었던 칼을 조심스레 잡았다. 이제 사과를 깎는 걸로 충분하겠지.
"그 부분은... 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깊은 생각 없이 움직인 건 그나 너나 마찬가지다. 나무랄 수 있을 리 없지. 어차피 바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이제 겨우 두어 번 쯤 마주한 것 뿐이지만, 대화는 그가 원하는 대로 시작했다가 멈추고 또 예고 없이 시작되고는 했다. 깊이 신경쓰지 않는 게 이 대화에서는 이로우리라.
" 네, 알겠습니다."
너는 칼을 잠시 내려놓고 소매를 걷은 뒤,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모아 뒤로 올려 묶었다. 평소라면 아래로 내려뜨리지만 요리를 하는 데 머리카락이 방해가 되면 안 되지, 그렇게 머리를 올려묶은 뒤 근처에 있을 머릿수건을 찾아 머리에 둘렀다. 이제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지. 양쪽 소매를 걷어올리고 네 손을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제서야 놓아두었던 칼과, 사과를 집어든 너는 조심스럽게 사과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음, 네. 달콤하니까요."
과일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몇 개 정도 더 굽자는 말을 건네는 그의 말에 너는 조금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에 만드는 거 여러 개 만들어서 나눠주면 좋겠지. 말투는 딱히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선뜻선뜻 제안해 오는 것도 그렇고, 묘하게 바뀐 듯한 태도에 너는 위화감을 느꼈으나 일단은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신이 건넨 음료수를 받으며 말한다. 입에 뭔가 넣을게 나왔기 때문인지, 코를 킁킁대던 것을 멈추고 바로 음료수를 마셔버리는 그녀였다.
"아마 엔의 코가 예민한 탓이다.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하다."
감각이 워낙에 민감한 그녀였으니까. 그러니 당신이 아무리 중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옆사람이 눈치챌 정도로 담배냄새가 심한 것은 아닐테다. 그녀는 당신이 펼쳐준 메뉴판을 골똘히 보다가 "엔은 이거다." 라면서 손가락으로 툭 짚어보인다. 메뉴의 나열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에 배치 된 육회 사진이었다.
여기저기 정보를 파악하거나 혹은 선정찰을 하는 등, 아스텔에게는 따로 주어지는 일들이 많았다. 물론 쉬는 날도 있긴 했지만 아마 미션으로 며칠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이 더 많지 않았을까. 아무튼 3일전에 임무를 나갔던 아스텔은 근처의 분위기나 상황, 그리고 이런저런 정보를 파악하고, 김에 세븐스 몇 명을 구조하여 안전한 마을로 유도한 후에 다시 에델바이스의 거점인 마을로 돌아왔다. 워프 장치를 사용해서 돌아올까 했으나 안전한 마을에서 이 거점까지 그렇게 거리가 먼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빠르게, 최대한 추적당하지 않게 뱅뱅 돌아서 빠르게 마을로 잠입하듯 들어왔다. 가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에 잠시 들려 햄과 치즈와 양배추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가 담겨있는 패트병을 구입한 후, 그는 방으로 돌아가서 쉴겸 기지로 향했다. 로벨리아가 급한 일이 없다면 보고는 내일 듣겠다고 했기에 오늘 하루는 적당히 쉬다가 잠들 생각이었다.
샌드위치의 포장지를 뜯고 한입 베어먹으면서 그는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선 후, 능숙하게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는 와중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모습이 보여 그는 살며시 발걸음을 멈췄다. 물론 누구인지 파악은 하지 못했지만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기다리던 그는 모퉁이를 지나는 이의 모습이 보이자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손만 가볍게 들어올리고서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저번 임무는 고생이 많았다고 했던가. ...고생했어."
정말로 깔끔하게 안부 정도만 가볍게 묻는, 그다지 의미는 없는 인사였다. 허나 그 정도면 인사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오른손을 슬며시 아래로 내렸다. 김에 주스도 빨대를 이용해 한 입 쪼옥 빨아마시면서.
가디언즈의 탈주병으로부터 USB를 회수하고 레이버와 글라키에스에게 쓴 뒷맛만을 남기고 복귀한 이후. 레레시아는 조금 이상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녀는 늘 어딘가 이상하지 않았냐고 하겠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티가 날 만큼,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했다.
걸으며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사람에 벽에 부딪히는 건 기본에 물건을 사고 그냥 나와서 다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기지에선 훈련장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다른 대원과 충돌하고 임무 때도 없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금방 나을 정도로 가볍긴 했지만. 느슨해보여도 처신만큼은 빠릿하던 평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눈치 챈 사람이 있었을까만은.
"...아, 어, 어. 안녕."
그러니 그 모퉁이에서도 아스텔이 먼저 멈춰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부딪히거나 혹은 그녀 혼자 벽에 박는 기행을 보였을 것이다. 다행히 그러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아스텔의 존재를 인지한 레레시아도 어영부영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도 멀뚱멀뚱 아스텔을 쳐다보다가 뒤늦게 덧붙였다.
"저번은. 딱히 고생이랄 거도 없었지. 몸 성한 거 보면 완전 얕보인거 같고. 어... 그러고보니 오랜만이네? 이제 복귀한 거?"
식사를 하기엔 좀 아닌 시간인데 샌드위치와 주스를 든 모습과 꽤 오랜만에 마주쳤다는 걸 생각하고보니, 별도의 임무를 나갔다가 이제 들어오는 길인가 싶었다. 이제 복귀했느냔 말을 하고 레레시아는 또 가만히 아스텔을 응시했다. 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제게는 늘 성숙하고 능란하게만 보였던 멜피에게 무수한 배반의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타인을 믿지 못한다 했다. 그동안 가깝다고 여긴 상대의 모습이 처음부터 완전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 아니다. 자신의 무관심함을 탓하고 자책하기 위한 죄책감 역시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이고 단순한 기분만이 들 뿐이다. 괴로움. 친밀한 대상을 향한 본능적인 동조이며 조금이나마 비슷한 경험을 한 동류로서의 공감. 그렇기에 손을 내밀고 말았지만, 그는 은연중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어쩌나. 오랫동안 품어온 공포가 다시금 고개를 들 것만 같다. 네 신뢰 따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돌아올까 봐, 그와 같은 인종의 믿음은 언제나 그랬듯 보답 받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마주잡힌 손의 온도가 유달리, 상상 속의 것처럼 따스하게 느껴진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로 뜨거웠던 건가? 그는 조금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손마디에 힘주어 굳게 쥔 채 그렇게 침묵이 길었다. 천천히 멜피의 어깨에 파묻은 얼굴을 든 그는, 처음 기꺼워하던 것과 반대로 잔뜩 가라앉아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멜피의 말이 평소와 같은 농담이 아님을 직감한 탓이다.
"내가… 좀 이상한 짓 할 거거든."
다짜고짜 그렇게 말한 그는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벽면의 한구석으로 가 멀찍이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는다. 고개 숙인 모습 너머로 무어라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새었다. 머리가 빙빙 도는 듯 혼란스러웠다. 씨*, 나는 가치가 없어야 한다. 머리에 불이 난 것처럼 난잡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겠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피해 도망치고만 싶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혹은 네가 한 말은 틀렸다고 지껄이고 싶다. 무어라고 대답을 해 줘야 하는데 제대로 수습되지가 않는 정신머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조금 뒤에야 고개를 들었지만 시선은 발치 근처의 바닥만 훑고 있다. 그는 제 머리를 거칠게 흩어대며 입을 열었다.
"씨*. 죽어버려야지. 미* 새*. 내가 멀쩡한 새*는 아니라서 이러거든. ……그러니까 네가 바라는 걸 해줄 자신이 없어."
마치 딴청이라도 피운 것처럼 그녀가 말을 하자 아스텔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이런 느낌이었던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 정신을 완전 놓아버린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더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뭔가 어영부영한 목소리도 그렇고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말을 뒤늦게 덧붙이는 모습까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스텔은 두 눈을 깜빡이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응. 별개의 임무가 있어서 며칠 정도. 이제 돌아왔으니 또 한동안은 쉴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는 확신을 가지는 대답이 아니라 아마 그렇지 않을까 정도의 어투만 그녀에게 내뱉었다. 이내 자신을 가만히 주시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괜히 또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자신에게 볼일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스텔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면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지만. ...피곤하면 방에 들어가서 쉬는 것이 어때. ...뭔가 지금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그러다가 임무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땐 자기 몸 추리기도 힘들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다시 빨대로 주스를 한 입 빨아서 마셨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앞에서 뭘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금 애매하지 않나 싶어 차마 샌드위치는 먹지 못한채.
"...딱히 그런 거 없다는 말은 안 믿어. ...방금 전 목소리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난 보이는 것만 믿는 주의라서."
멍하니 서있던 레레시아는 아스텔이 대답을 해주자 그제서야 다시 반응했다. 좀 전보다는 자연스러웠지만 그렇게 짜인 프로그램 같은 느낌은 어딘가 남아있었다.
"안 보이는 내내 임무였던 거? 고생은 아스텔 혼자 다 하는 거 같은데. 팀이 하는 거에 비하면."
나나 팀원들이 하는 건 비교도 안 되겠어- 라며 또다시 어영부영 넘어가려던 분위기는 아스텔의 정곡을 콕 집는 말로 인해 그대로 굳었다. 아니, 굳은 건 그녀였다. 말이 굳었다였지 뜨끔한 표정이 되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아스텔을 흘겨보았다. 뭔가 불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으나 곧 짧은 한숨과 함께 슥 풀어져 덤덤해졌다.
"이런거에 눈치 빠른 사람은 영 별로더라. 뭐 내가 티 팍팍 내고 있긴 했겠지만."
예전 같지 않다며 혼잣말 하듯 궁시렁거린 그녀는 괜히 애꿎은 머리카락을 잡고 꾹꾹 당겼다. 그래봤자 아픈 건 그녀의 두피였으니 금방 관둔다. 근질거리는 손을 꾹 쥐어 걸치고 있던 자켓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일은 무슨. 너랑 마주친 것도 우연이야. 방금 전까지 내가 여길 걷고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뭐. 그냥, 그냥 좀 심란해서 그래. 개인적인 문제, 아니 고민 때문에."
그냥 그거 때문이라고, 곧 정리할 거라고 말하며 슬금 옆으로 물러난다. 서로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갈 길은 가야 하지 않겠는가. 서로 지나갈 수 있게 비켜서선 하나 질문을 더했다.
"너- 낚시 하러 가는 곳 어디야? 위치 대충 알려줘 봐. 가서 물구경이나 하게."
복도가 마침 나가는 길로 향하니 이대로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 올까 싶었다. 또 누군가 마주쳐 저런 소리를 듣기 전에 말이다.
"...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야. 그냥 조용히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도 있어서. ...아니면 하루종일 낚시를 즐긴다던가.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눈치챌 정도일걸. 그런 수준이면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매일매일 수준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자신만 눈치챈 것은 아닐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그녀가 옆으로 물러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으로 가거나 하지 않았다. 심란하고 고민이 있다. 대체 무슨 심란한 일이 있고 고민이 있기에 저런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아주 조금의 호기심이 생겼고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낚시? 하긴 생각할 것이 많을 때는 물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 나도 그럴 때가 많으니까."
그러다가 낚시도 하고. 그런 아무래도 좋은 소리를 하면서 아스텔은 가만히 쭉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 후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데려다줄까? ...지금 그대로는 걸어가다가 나무에 부딪히거나 벽에 부딪힐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 세븐스를 사용해서 날아가면 단번에 갈 수도 있고."
대신 낚시대를 가지러 잠깐 방에 갔다오겠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나 그녀가 거절한다면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거절하는데 뭘 어쩌겠는가. 억지로 붙어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여유롭다던가. 전부 거짓일 뿐이었으니까. 나는 너의 말에 대꾸도 하지 못하고 웃을 뿐이었다. 사랑받고 싶다던가- 하는건 분명 사실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랑을 받을 준비조차 되지 못했었지.
그리고 그 반동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찾아와버렸다. 내가... 내가ㅡ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아....."
예전부터 이랬다. 나는 누구를 좋아할때 무언가 엄청난 사건이 필요한게 아닌.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그냥 가벼운 일상속에서 정말 갑작스레 좋아 미칠거 같이 되버린다.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닐까?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뗄까 말까한 이야기에서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인거지?
얼굴이 새빨개진거 같았다. 나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있어? 나, 나..
"어?"
그러나 예상외로, 너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아. 역시 내가 너무 정떨어지게 말했나? 하지만 그 후의 행동은 더 예상외였고. 갑자기 구석에 들어가버리더니 쪼그려 앉아서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서 하는 말에. 네가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알거 같았지만. ........... 알거 같았지만.
'어쩌지'
정말 미안하게도. 내가 지금 너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진지하지 않을거라서. 어쩌지 정말.
나는 지금 네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밖에 보이지 않아.
내가 걱정한것은 네가 나에대해 전혀 그럴 감정이 없었을때지. 그 외의 요인은 겁나지 않았다. 있지, 나는 분명히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평소의 행동이 결코 연기인것은 아닌걸.
"뭘, 못해주는데?"
바닥만 훑고있는 너의 뒤에 다가가서는, 아니 같은 선상. 그러니까 너의 옆으로 다가가서는 나는 멀쩡한 손을 뻗었다. 그 손은 그대로 너의 뺨을 매만지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내 쪽으로 돌리며. 그대로.
"나한테 키스해주는거? 나를 만지는거? 나를 안는거? 어떤걸 못해주는데?"
키스하려 했습니다. 다만 네가 피하든 피하지 못하든. 진짜로 하지는 않고 코앞에서 멈춘뒤 다시 너를. 놓아줬겠지만. 나는 너를 바라보며 아까 네가 해줬던것처럼. 잡아달라는듯 손을 뻗었다.
"네가 나를 여자로 볼 수 없어서 안된다고 한다면.. 포기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도 여자로서 자존심이 있어. 이대로 물러날 생각도 없고."
그래, 만약에 날 받아줄 수 있는데. 그 외의 문제가 걸리는거라면. 나도 그저 부끄럽다고 넘길 수 없으니까.
심란하지만 그냥 고민일 뿐인 무언가. 심란과 그냥이 공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미 결론을 내렸다 여긴 문제에 다시 빠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뭐야. 할 건 다 하고 있었네. 어- 눈치는 채겠지만 그걸 굳이 묻지는 않지. 나 처음이라고? 무슨 일 있냐고 듣는거."
저번 임무 이후로 줄곧 이랬는데 직접적으로 물어본 건 아스텔이 처음이었다. 아니지. 여기 온 후로 처음일 지도. 라라시아는 어쨌냐고? 그 며칠 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피하듯. 피한 것처럼. 아무튼 이 자리도 그저 그렇게 넘겨보내려고 그녀가 먼저 비켜서고 밖으로 나갈 듯한 말도 했으나. 아스텔은 비켜준 길로 가지도 않고 호수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해서 그녀의 표정이 다시 멀뚱해졌다. 의외라는 표정이었지. 잠깐은 눈을 흘겼지만.
"내가 아무리 그래도 나무에- 안 박을 거라고 말을 못 하겠네. 이런. 피곤할까봐 위치만 알려달라고 한 건데. 그렇게 말하면 나야 고맙지. 날아가는 경험도 궁금하고."
네가 데려다준다고 그랬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듯 덧붙인 그녀는 밖으로 나가는 방향을 한 번, 아스텔의 방으로 가는 복도를 한 번, 돌아보고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그래서, 어, 이대로 동행할까? 아니면 나 먼저 나가서 기다릴까. 난 따로 챙길게 없어서."
평소-보다는 조금 가벼운 차림이었지만 밖에 나가기는 무리가 없는 차림이었으니 그녀는 따로 방에 들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 같이 방에 들렀다 갈지 기지 바깥에서 다시 만날지를 묻고, 아스텔의 대답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아니. 보통은 다 묻지 않나? 자신의 기준이 이상한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자신의 기준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기에 일단은 기억해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음에 다른 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묻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입구에서 기다려줘. 여유롭게."
굳이 자신의 방까지 동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아스텔은 그 부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낚시대를 챙기면서 마저 이것부터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있다가 보자고 하면서 아스텔은 자신의 방을 향해 모퉁이를 꺾어 안 쪽으로 들어섰다. 이내 그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손에 들고 있는 주스와 샌드위치를 마저 먹어치운 후, 방으로 들어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렸다. 그리고 방 저편에 세워둔 낚시대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긴 후에 밖으로 나왔다. 아마 레레시아 입장에선 아주 조금 기다리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이내 아스텔은 완전히 밖으로 나왔고 그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그녀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중간에 뭘 했다고 한다면 아마 기다렸을테고. 어쨌건 그녀와 합류 후에 아스텔은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블러디 레드 때와 느낌은 비슷해. 바람은 내가 컨트롤 할테니까 움직이지 말고 그냥 몸을 맡긴다는 생각으로 있어줘. ...준비되면 이야기해. 세븐스 쓸테니까."
"뭘 또 미안하대. 신경 쓰이는 걸 봤을 때 왜 그러는지 묻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한 소리였어."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아스텔은 꼭 한 부분이 밍숭맹숭했다. 콕 집어 어디라곤 할 수 없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어보인다고 할지. 그런 부분이 그가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인간미- 라고 하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
입구에서 보자는 대답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여유롭게, 라고 했으니 가는 길에 방에 한 번 들를까 했다가 지나쳐 곧장 바깥으로 나갔다. 계단을 올라 슈퍼마켓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쌀쌀한 공기에 겉옷이라도 갈아입었어야 했나 싶었어도, 이미 나와버린 걸 다시 들어가긴 싫었다. 그래서 입고 있던 자켓만 꼭 여미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작게 허밍을 흘리고 있었다. 박자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거리다가 아스텔의 기척과 발소리가 들리자 멈추고 돌아보았다.
"음- 그 때라."
블러디 레드 때라면 아직 기억은 하고있으니 요령은 알고 있다. 그러니 바로 준비되었다고 말 할 법도 한데. 그녀는 잠시 우물쭈물했다. 이제와서 날아가는게 무섭다던가 그래진 걸까. 머뭇거림은 곧 행동으로, 말로 바뀌었다.
"오늘은, 무장 안 쓰니까. 손 잡아주면 더 편할 거 같은데."
임무 때는 임무였으니까, 같은 말을 어설프게 덧붙이고 한 손을 슥 내밀어본다. 노란 눈이 힐끔 눈치를 보더니 옆을 보며 중얼거린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준비는 이미 다 했다면서 날아가라고 말을 할 법도 한데. 그러다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면 편할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그녀의 말에 아스텔은 두 눈을 깜빡이면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딱히 불편하진 않아. ...누군가를 잡고 날아가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니까."
임무를 수행 할 때는 자주 하는 행동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자신의 세븐스를 사용했다. 주변의 공기 움직임이 살짝 달라지는 듯 하다, 단번에 상승기류가 생겼고 그 바람은 이내 두 사람의 몸을 높게 띄웠다. 그 상태에서 아스텔은 떨어지지 않게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살짝 준 후에 바람을 컨트롤했다. 떨어지지 않도록, 마치 글라이더를 조종하듯 아스텔은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느리지 않게 속도를 조절했다.
"떨어지지 않으니까 겁먹진 말고. ...떨어지지 않게 조정할테니까."
자신의 세븐스는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 공기의 흐름을 바꿈으로서 탄생하는 바람을 지배하는 것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편의점도 지나가고, 서점도 지나가고, 민가도 꽤 지나가다 조금 더 날아거니 아랫쪽에 녹색 숲길이 또 보였을 것이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숲길을 공중으로 지나가니 머지않아 적당한 크기의 호수가 하나 그 모습을 보였다. 투명하면서도 맑은, 그러면서도 고요한 그 호수 근처에 도달하자 아스텔은 또 다시 세븐스를 조정해서 천천히 자신과 그녀의 몸을 아래로 내렸다. 떨어지지 않게, 발이 땅에 닿는 것을 확인한 후에 착지한 후, 아스텔은 호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여기가 내가 낚시를 하는 호수야. ...뭔가 생각할 것이 많거나, 혹은 그냥 조용히 쉬고 싶을 때 오면 딱 좋아. ...고요하고, 평화롭고, 또 괜히 머리가 맑아지기 좋으니까."
물 구경을 하고 싶다면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등 뒤의 낚시가방을 벗은 후, 그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그렇게 고급적인 느낌은 아닌 녹색 낚시대가 들어있었다. 미끼통이라던가, 바늘이라던가 있긴 했지만 오늘은 딱히 물고기를 잡아갈 생각은 없었는지 물고기를 담아갈 바구니는 없었다.
"...참고로 여기엔 신선한 민물고기도 많아서 회를 먹기도 좋지. ...뭐, 오늘은 먹거나 할 생각은 없어서 잡아도 바로 풀어줄거지만."
몰려드는 당혹과 감정의 격동을 피하는 방법은 언제나 이렇다. 자리를 피해 어디까지고 도망가거나, 시야를 틀어막고 숨어버리는 것이다. 유아적이고 미숙한 행동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진절머리가 나면서도 더 나아질 자신은 없다. 나아지려면 문제를 직시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 하며, 내면을 관조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그는 차라리 자기 자신이 아낌 받을 가치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 자신이 정말로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으면. 언제나 보답 받지 못했고, 기대할 자격조차 없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이유가 그것이길 바라게 된다. 그런 이유라도 있어야 늘 외로웠던 홀로의 삶이 덜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온정은 그렇기에 두려웠다.
한참동안 바닥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려니 익숙한 인기척이 다가왔다. 그는 스스로 고개 들어 멜피를 바라보았다. 뺨을 매만지는 손길 역시 별달리 피하지 않는다. 결혼하자는 얘기에 도망간 주제에 그 와중에도 만지는 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방어기제마저도 주인 닮아서 영 허술하고 엉망인데, 생각이 복잡해서 맹하게만 있던 그에게 불현듯 불꽃 같은 경악이 닥쳤다. 일순간, 숨이 가까웠다. 그는 펄쩍 뛰지도 그렇다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아닌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까, 얼굴이 빨개져서 완전히 페이스에 휘말려버렸다는 거다. 잠시간 눈이 화등잔만 해져서는 입을 벙긋거리기만 하더니, 뭘 못해주겠냐는 물음에 "아니, 씨*. 결혼하자면서."라고 투덜거렸다. 짐짓 불만스레 눈을 가늘게 뜨는 걸 봐선 그사이 평소의 불퉁한 듯 뚱한 기색을 되찾은 듯싶다. 이번에는 제게로 먼저 내밀어진 손을 그는 묵묵하게 바라보았다. 아, 이런 점 때문에 기뻐하면서도 도망치게 되는 것이다. 서로 손을 건네고 마주잡는다는 그 간단한 교류의 의미가, 늘 언제나 절실했다. 그는 손을 맞잡는 대신 그 손 안에 얼굴을 기대어 비볐다. "이런 것밖에 못하거든. 존* 개도 아니고." 뺨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온화한 안정감을 주었다. 그는 참 뜬금없이도 깨는 소리로 웃어 버렸다.
"네가 날 좋아한다고 하면 그걸 못 버텨. 그리고 연애는 존* 어떻게 하는 건데? 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고, *. 난 너 좋아해. 근데 키스는 못해. ……그렇다고 그냥 호감은 아니지만, 씨*. 누굴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너랑 같은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하는 만큼 내가 널 그만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씨*놈이라서 실망하게 만들 것 같고."
푸념에 가깝도록 이어지는 말이 구구절절 길었다. 모두 말하고는 잠시 숨을 들이키더니, 그는 몸을 바로 세우고 색이 다른 두 눈을 올곧게 마주했다.
권리. 에델바이스는 가디언즈로부터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 그녀가 이곳에 왔을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이 그것이였기 때문에 '권리'의 의미정도는 알고있었다. 태생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만 하며, 그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그런 것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그녀는 배웠다.
"그런가."
그러나 그런 '개념'이 지금에까지 적용 된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사람을 받아들인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너나 나나... 일정 수준까진 거부감 없으면서 그 이상의 선을 넘으려하면 공포심에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나 있지. 지금도 무서워. 만약에 여기서 네가 날 받아준다고해도. 만약에 또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하면 거기서 그대로 무너질까봐 무서워.
널 사랑하는데 있는 그대로 믿지 못해서 널 상처 줄까봐 무서워. 지금 당장에라도 사실 농담이었다고. 웃으며 넘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야.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결국 똑같잖아.
"나, 읏.."
네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듯. 나도 너를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싶어. 하지만 뭐라 이야기를 내뱉기도 전에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지. 부끄러워서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채로. 기세를 타긴 했지만 아직 부끄럽고, 무서워. 너를 똑바로 쳐다보는것조차 엄청난 용기가 필요해. 하지만 그래도 눈을 돌리지 않고, 너를 바라봤어. 지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표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내 손에 뺨을 대는 너를 피하지 않고 바라봤어. 지금 나도, 너와 별다를거 없다고 알려주기 위해서.
"나는, 처음 사귄 남자친구한테 찔렸어."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의 감각은 아직까지도 복부에 남아있는듯했고, 달아올랐던 얼굴이 한순간에 창백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의 뺨이 닿아있는 손을 가볍게 움직이며, 너를 향해 미소지었다.
"적어도 넌 그러진 않을거잖아."
이런저런 이어지는 말들에 대한 답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들. 설령 너 자신이 뭐라고한들. 내가 겪은 남자보다 나쁠리 없다.
"똑같아. 어쩌면 서로 실망할지도 모르고, 제대로 연애할줄 몰라서 해맬지도 몰라. 그야 나도 사랑에 관해선 뒤통수 맞은 기억밖에 없는걸."
"하지만 그런걸 다 알면서도 지금.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못배기게 돼버렸는걸. 나는 원래 이래."
커플이 있건 뭐가 되었건 연플이 터졌건 뭐가 되었건 스토리 난이도를 일부러 약하게 해준다거나 특별히 더 봐준다거나 하는 것은 없으니까 그 점은 부디 안심을 해주세요! 어떤 곳은 커플이면 그래도 저쪽은 행복해져야해. 살살해야지. 라고 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긴 그런 거 없어! (시선회피)
>>917 사실 나도... 시트에서부터 어?하고 첫 일상에서 어?했지만 내가 그동안 '관캐인줄 알았는데 덕캐!'←이랬던 적이 많았어서 좀 헷갈렸거든? 그래서 이번 일상도 와 친구친구~ ⸜( ◜࿁◝ )⸝ 이러면서 달려간 건데 하다 보니까? 어? 나 멜피 좋아하는듯? 해서...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내가 미들네임이 전형적인 아버지 이름 물려받기라 했잖아.. 그런데 친부의 이름 물려받기라서, 혹시 모르니 발목이 붙잡히지 않게끔 양부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과 아예 쌩으로 미들네임을 하나 더 지어줬다는 복잡스러운 설정인데.. 뭘로 들을래...? 물려 받은거..? 새로 받은거..? (이마팍팍)
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날_잊지_말아줘 어... 예전에 짤막하게 썼던 게 마침 이거랑 맞네? 그래서 가져왔다!
네가 거짓뿐인 존재였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하나, 그 무수한 거짓의 틈바구니에 단 하나일지라도 진실이 남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내 원을 들어주겠다는 그 마지막 말만은 마음이 있었기를. 네가 날 잊지만은 않아주었으면 한다는 것.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삶에서, 아주 작은 한켠이라도 좋으니 적어도 네 기억 속에 작은 무덤이나마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는 것.
자캐가_고의로_어깨빵을_당한다면_상황과_자캐의반응 오~ 딱 봐도 고의인 데다가 시비라면 굳이 참지 않음...그렇지만 언성 높이고 싸우기만 하지 의외로 폭력은 먼저 안 쓸걸?🤔 그리고 과하게 싸우지도 않고. 일단 짜증난다고 민간인을 막 때리면 안 되기도 하고... 그 이유가 없더라도 잘못해서 경찰서 가서 불이익 받기는 싫거든~
자캐가_집에_있을_때_도둑이_든다면 어... 일단 도둑이 자길 발견 못한 상태라면 일단 신고한 다음 조용히 숨어서 기회 보다 머리 깡!!!해서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 자기가 도둑한테 공격당하는 상황이라면... 싸움... 암튼 싸움... 다른 상황에서도... 싸움... ...뭘 해도 어쨌든 도둑이랑 결사항전 벌이는 상황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치만 우리 집 털어가는 걸 어떻게 두고 보고 있냐고(급발진)
>>937 잊지 말아줘 대박이잖아~ 이제 잊지 않을 사람이 생겼으니 행복할 일만 남은거 맞지....??? 그렇다고 믿겠어... 시비를 참지 않는 승우.. 역시 우리 어장 최고 욕쟁이로 인정합니다 싸울 때 주먹이 안 된다면 랩 해주세요(?) 랩은 합법이랬어.. 도둑 머리깡도 웃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발진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레시아가 내민 손은 오늘도 여전히 장갑으로 꼭꼭 덮여있었다. 까만 장갑 낀 손을 내밀고 불편하면 말던가, 라며 중얼거리니 아스텔의 손이 잡는게 느껴진다. 옆으로 굴러갔던 눈동자가 돌아와 아스텔을 힐끔 보고 작게 혀를 찬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어어."
알았다며 기다리니 주변의 공기가 흐르고 바람이 생기며 몸이 둥실 떠오른다. 그것도 꽤 높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달리 위로 떠오르는 건 조금, 아니 좀 많이 담력이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없어진 발판과 생소하게 바뀐 풍경은 두려움과 현기증이 뒤섞인 기묘한 감각을 일으킨다. 그 상태로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까지 하니 저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가버렸는데. 하필 그 때가 아스텔이 말을 한 때라서 괜히 작게 투덜대었다.
"잠깐 눈 앞이 아찔한 거지, 안 쫄았거든! ...떨어뜨리기만 해봐."
거절 안 하고 손까지 내밀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뭐 이리 종알종알 불만이 많은지. 그래도 조금 적응이 되자 불만은 커녕 지나가는 풍경을 둘러보는 정도까지 되었다. 부감풍경- 이라 하던가. 아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늘 저 아래에서 위를 보다가 지금은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다는게 서서히 신기해진다. 그렇게 풍경이 상가에서 민가로, 민가에서 숲으로, 숲마저 지나가자 호수가 보인다.
목적지인 호수에 가까워지니 몸을 받치던 기류가 아래로 향하고 이윽고 발이 다시 지면에 닿았다. 먼 듯 하면서도 정말 순식간에 건너온 것에 잠시 어벙해져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 그녀에게 아스텔의 말이 들렸다.
"그러게. 조용하고 좋네. 이런 곳에 호수가 있었을 줄은. 여기까지는 나와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날아서 오니 편하고 좋았지만 다음엔 혼자 숲길을 느긋하게 걸어서 와도 좋겠구나 싶었다. 걷다보면 아무 생각도 없어지고, 와서 호수를 보면 또 머릿속이 잠잠해질 것 같으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아스텔 쪽으로 돌아서 그의 낚시가방을 들여다보았다. 엄청 전문적은 아니지만 그와 잘 어울린다 싶은 낚시대가 들어있었다. 그 외의 도구도.
"회? 너 회도 뜰 줄 알아?"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회를 뜨는 아스텔이라. 도마에 생선을 올려놓고 보검을 철컥 하면 회가 자르르륵-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하다가 혼자 푸흡 하고 실소한다. 소리를 듣고 돌아보기도 전에 아닌 척 안 그런 척 표정 관리를 싹 해버린 레레시아가 있었겠지만.
적어도 먹을 수 있게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조금 더 이으면서 아스텔은 낚시대에 낚시바늘을 끼웠고 미끼통을 바라보지만 굳이 그 통을 열진 않았다. 정말 마음 먹고 잡을 생각이라면 미끼를 꺼내서 바늘에 꽂아두겠지만 오늘은 딱히 잡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러다가 잡히면 놓아줄 생각이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 낚시대 세팅을 끝낸 후 가만히 물가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세를 잡고 낚시대 바늘을 휙 호수를 향해 던졌다. 퐁당. 바늘이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후, 아스텔은 낚시대를 잡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고민거리가 있다는 거야? 이제는 대충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쪽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묻지 않길 원하면 묻지 마라고 이야기해줘. 그럼 나도 더 말 안 꺼낼테니까."
조금 신경은 쓰이긴 하지만 상대가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굳이 신경을 쓸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일부러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말을 마친 후, 아스텔의 시선은 오직 한 점. 낚시 바늘이 잠겨있을 그 부분만을 바라봤다. 허나 미끼를 끼우지 않아서 그런지, 좀처럼 낚시대에는 소식이 없었다. 딱히 손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없음에도 아스텔은 계속해서 같은 지점을 바라보면서 침묵을 잠시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덧붙여서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쭉 가면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거기 앉아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할게."
낚시대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오른쪽 방향을 가리킨 후, 아스텔은 다시 두 손으로 낚시대를 꾸욱 잡았다.
겉과속의 괴리감? 이라 해야할까요. 평상시의 서술부터가 타인이 말하듯 서술되어 있어서 상대방에게 멜피의 속내는 보이게 하지 않되. 저는 얘가 지금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지, 얼마나 타격을 입었을지를 계산하다보니. 별거아닌 문장들임에도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고. 어떻게해야 캐붕이 아닐지가 힘들어용.
자캐의_순정만화포지션을_정해보자
연애경험은 많은데 찐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중반부쯤 진정한 사랑을 하게되면 한없이 약해지는 조연 2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요~?
자캐는_자신의_생명을
??? 이건 무슨 뜻이려나요. 대충 해석해서 말하자면.. 사실 자기 목숨에 미련은 없어요. 그.. 애초에 목적이 없는 캐릭터라서요.
멜피는 겉속이 다르게끔 둬서 어려웠구나. 하긴.. 문장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어떻게 해야 능구렁이 한마리 숨겼는지 아니면 칼 숨겼는지 모르게 하려면 힘들지. 그래도 그게 멜피의 매력이라구~~~ 순정만화..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이 순정만화 같지만(맛있음) 후후후후.. 목숨에 미련이 없다니 이거.. 이거 나는 눈에 흙에 들어가도 용납 못해.. 백년해로 하란 말이야..!!!!!!! 흑흑흑.........
먹을 수는 있게 하는구나. 아스텔의 말을 받아 중얼거리면서 조금 전 상상이 다시 떠오르려는 걸 간신히 막는다. 그러니까 그런 모습은 아닐거라고 그녀의 머릿속에게 새겨넣어 쓸데없는 생각을 차단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여유가 조금 생기면, 새까만 고민의 물결이 몰려온다. 다시금 술렁거리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허공으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 아스텔의 근처에 털석 앉았다.
"내 고민도 고민인데. 너도 내가 보기엔 다른 사람들이랑 별 차이 없거든? 뭘 그렇게 일일히 그래. 궁금하면 물어보고 신경쓰이면 물어보는거지. 애초에 신경 쓰일 만하게 구는 쪽이 잘못인 거라구. 간섭 받기 싫으면 티를 내지 말았어야지."
완전히 그녀에게 부메랑 꽂힐 말을 서스럼없이 떠드는 모습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다가도, 말이 멈추면 금새 무기력해진다. 한숨은 나오지 않지만 으, 하는 소리가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장갑이 거칠하기도 할 텐데 그 상태로 마른세수를 하곤 중얼거린다.
"추천해준 자리는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오면 볼게. 오늘은 여기가 편하다. 너도 있고."
수면이나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했지만. 결국 고민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으면 임시처방일 뿐인 걸 안다. 그러니 그가 먼저 물어봐주기도 하고 여기까지 데려와주기도 했으니 말이나 해볼까. 고민의 양상이 예전 같지 않다면, 해결 방법도 예전과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을 테니. 레레시아는 느릿느릿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아스텔의 낚시대 끄트머리를 응시하며, 조금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라라랑 같이 에델바이스에 구해졌을 때. 그러니까 2년 전에. 그 때는 정말 진심으로 복수가 하고 싶었어. 세븐스도 제대로 못 다루고 전투도 할 줄 몰랐지만 그냥 무작정 쳐들어가서 자폭을 하던 뭘 하던 다 뒤집어 놓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나마저 죽으면 라라는 정말 혼자가 되잖아. 라라도 힘든데. 나만 그러면 안 되니까. 그래서 복수를 포기했었어. 나를 버리는 복수 대신 에델바이스의 목적을 살 이유로 삼자고. 그거면 살 이유로 충분하지 않냐고. 지난 2년간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 훈련과 임무에 매달리고 나를 감추는 걸로 점점 잊었다고- 나는 더이상 복수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특수부대의 시작을 알리는 소집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블러디 레드 때는 병사들을 상대했지만 잠깐일 뿐이었고 기계를 상대로는 아무런 동요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버를, 글라키에스를, 진정한 가디언즈 간부를 마주하고 그 힘의 격차를 체감하자 잊은 줄 알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이 치솟았다. 아니. 쥬데카와의 설전으로 깨달았던 걸 애써 외면했을 뿐이었다.
"레이버와 글라키에스. 그 둘을 마주하니까 깨달을 수 밖에 없었어. 나는 복수를 포기하지 못 했고 다만 잊은 척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화를 낼 리가 없지. 속이 끓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다시 복수를 목적으로 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잘 모르게 되어버렸어. 지금의 내가 원하는 복수가 2년 전의 그것과 같은지. 가디언즈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고 몸이 떨리지만. 이걸 과연 복수라는 이름으로 풀어도 되는 걸까? 이제와서 다시 복수를 치켜든다면 지난 2년간의 나는 뭐가 되는 거지? 이대로 에델바이스의 목적에 따르는게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어. 나는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그게 내 고민."
진짜 쓸데없지? 자조적인 말투로 덧붙인 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턱을 괴고 호수를, 잔잔히 흔들리는 낚시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탁하고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2년 전의 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아스텔도 아는 것이 없었다. 아마 그때 자신은 그 임무에 나서지 않고 다른 임무에 나섰을테고 그다지 접전도 없었으니까. 그냥 로벨리아에게 새롭게 구한 이가 있는데 동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도의 말은 들었던가. 로벨리아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믿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넘겼는데 아무래도 모든 일은 그때부터 시작이 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복수심을 잊을 수 없고 그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에델바이스의 목적에 따르는 것이 맞을까라는 것. 그에 대해서 아스텔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네가 생각하는 복수라는 것이 뭔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 복수라는 것이 이 세상을 완전히 멸하자는 것. 혹은 비능력자와 세븐스와 화합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는 더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해. 대장의 목적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만 했던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고 비능력자와 화합해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니까."
죄가 있는 이는 처단하되, 죄가 없는 이를 해하진 않는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이들을 처단하고 세상을 다시 바로잡되 무차별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리고 죄를 명분으로 대량 살상극을 벌이진 않는다. 말 그대로 철저하게 가디언즈를 타깃으로 삼아 그들을 무너뜨리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로벨리아의 목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아스텔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낚시대를 괜히 두 손으로 꾸욱 잡으면서 이야기했다.
"솔직히 네 감정은 네가 아니니까 잘 몰라. ...하지만 복수를 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거야? 대장이 주로 하는 말이 있어.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라는 말. 영웅은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와 함께 나아가는 길을 택하지만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야. ...물론 대량살상극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현재진행형으로 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들이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세븐스를 억압하고 공격한다고 한다면... 그걸 처단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그런 이들에게 복수심을 품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여기에 있는 세븐스는 모두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억압당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삶을 살았잖아. ...화가 안 날 수 없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나 자기 자신도 이 말이 맞는진 알길이 없었다. 그리고 한숨을 약하게 내쉰 후, 아스텔은 조금 더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하는 복수가 2년전의 것과 같은지는 내가 답해줄 수 없지만, 굳이 억지로 그 감정을 죽이려고 하지 마. 그 마음이 가디언즈를 넘어서서 비능력자들의 대량 살상을 노리는 거라면, 말 그대로 몰살시켜서 피바다를 만드는 것이라면 대장에게 이야기해서 에델바이스를 나가도록 해. 허나, 세븐스의 삶을 이렇게 만든 작자들을 무너뜨려서 복수를 하고자 하는 거라면 여기에 있어. ...완전히 행동을 뉘우치고 이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려고 하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이 세상을 유지하고 세븐스를 억압하고 그 자유와 권리를 뺏으려고 하는 이들에게 에델바이스는 자비를 베풀지 않아. ...다른 이는 몰라도 대장과 나, 에스티아는 베풀지 않아.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네가 보고 맞으면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맞지 않으면 네가 추구하는 사상을 지닌 다른 레지스탕스에 들어가. ...언젠가는 그 때문에 충돌하게 되고 싸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세븐스의 자유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책임이니까."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말고,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라고 아스텔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내 무게가 실린 낚시대를 힘껏 끌어당겼고 낚시바늘에 걸려있는 이름 모를 커다란 물고기를 바라봤다. 허나 잡을 생각은 없었기에 아스텔은 그 물고기를 다시 호수 안으로 풀어줬다.
"복수건 뭐건 아무래도 좋은 거야. ...우리들은 영웅이 아니니까 그저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면 되는거잖아. ...그게 세븐스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자유이자 권리니까. ...에델바이스는 그것을 위해서 활동하는 거니까."
그는 얼굴을 기댄 채 시선을 넌지시 위로 향했다. 갑작스레 이런 고백이 더해지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어렵사리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가장 두려운 기억을 되새기고 입에 올리는 마음은 어떤 걸까. 눈을 내리감고 짐작해 본다. 그와 멜피는 이전부터 친밀했으나 언제나 미묘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해 까맣게 빈 각자의 공백으로 남았던 영역. 아직 서로를 정확하게 알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마음 역시 제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올까.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서로의 경계를 흐리고 뒤섞음으로써 타인을 자신과 같이 여기게 되는 일.
"야, 나 그냥 씨* 최고의 호구 새*가 돼야겠다. 그냥 안 그러겠다는 걸 넘어서 너한테 내장까지 탈탈 털려줄게."
그러나 그의 경계는 일평생 자신을 가두는 외벽의 역할만을 해왔기에 힘겹게 꺼낸 그 말의 무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해 아쉽다. 멜피의 심정을, 그간 느껴왔을 고통을 수월하게 짐작할 수 없었다. 내가 남이 된 듯한 깊은 공감을 느끼기엔 그는 너무 오랫동안 동떨어져 있었던 탓이다. 다만 그런 그도 좋아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만은 타인과 다르지 않았다. 다친 곳은 지금은 괜찮나, 그놈은 어떻게 됐나, 많이 아팠겠다…… 건네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묻어두기로 했다.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에 묻은 감정이 무엇인지 읽어내었기 때문이다. "씨*, 절대 안 그래. 절대." 슬며시 고개 들어 멜피를 바라보는 얼굴은 진중한 기색으로 찌푸러져 있다. 분노와 염려, 슬픔과 온정, 온갖 감정이 난잡하게 얽혀 저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를 심정으로 굳은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 답답해도 서로 좀 봐주기다. 존* 말 좀 안 통하고 이해 안 된다고 해서 아프게 하는 건 절대로 안 되는 걸로."
사랑한다는 말에 언제쯤이면 순수하게 기뻐하게 될 수 있을까. 그는 생리적일 지경으로 툭 들이닥쳐 올라오는 거부감을 느꼈으나 참아내기로 했다. 그 말을 하는 멜피의 목소리 역시 더없이 떨리고 있는데 여기서 도망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구겨지다시피 쭈그렸던 자세를 풀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제 쪽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것은 싫어도 자신이 상대를 좋아함을 고백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완연하게 가벼워진 어조로, "씨*, 그러니까……." 그러나 예사롭지는 않은 투로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네가 그러는 게 좋았다. 내가 여기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나한테 친절했고, 다정하게 대해준 거. 선뜻 뭘 하자고 이끌었던 것도.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헤아려서 배려해 주고, 사실 날 만지는 것도 좋았지. 같이 있어서 즐겁고…… 그냥, 같이 있어도 보고 싶어. 그래서 사랑해. 존*, 하, 씨*. …많이."
솔직하게 고백하더라도 이런 말까지 비속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랑 좀 한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그는 칫 혀를 차고는 멜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다시금 부상 입었던 팔을 향하고 있었다. 다만 처음 의무실에 가라며 닦달해대던 때에 비하면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