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많이 잘수록 더 피곤한것 같다. 이건 임무 후 내리 30시간 정도를 잤는데도 아직 몽롱한걸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능력을 써서 그리 오래 자빠진 건 아닐 테다, 전에 더 극심히 능력을 사용했을 때도 7시간만 자고 개운히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럼 전투 때 다친것에 의해서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몸이 상했을 시절에도 그렇게 오래 잔 적은 없다. 그럼 왜? 그는 임무에 투입되기 전, 약 4일 정도 잠을 안 자고 그림 한 장만 붙들고 있었다는 것은 이유로 치지도 않고 있다.
영양가 없는 흐름의 생각이 흘러가며, 그는 기계적으로 사과를 깍고 있다. 이미 반듯히 깍인 사과 3개는 도마 위에 얌전히 놓여 있다. 그가 깍고 있던 4번째 사과는 그저 그의 손 안에서 둥글게 돌기를 반복할 뿐이다. 그 뒤에 놓인 냄비에서는 묵직한 냄새가 조금씩 올라와, 주방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코가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버터 특유의 무거운 내음, 계피의 톡 쏘는 향, 그리고 녹은 설탕의 은은한 단내가 어우러진 향이다. 조금씩 녹아가는 버터에 눈길을 준 남성은 이내 깍던 사과를 내려놓고, 이미 헐벗은 사과를 들고선 4등분으로 자른다. 자르는 손길이 빨라진 걸 보면 급해진 것만 같다. 사과 심을 등분된 조각에서 발라내고, 남은 조각들은 큼직하게 깍둑 썬다. 냄비에서 나는 냄새가 강렬해진걸 맡으면 사과 한개분의 조각만 냄비에 털어넣고선 젓는다. 이미 녹아버린 설탕과 버터의 혼합물을 보면 표정이 찡그려진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 지금 사과를 마저 썰으면 버터 설탕물이 다 타 버릴테고, 그렇다고 불을 꺼버리면 필링의 맛이 없어진다. 무표정이다만, 속으로는 조금 난감해 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불을 끄고선 필링이 든 냄비를 손으로 든다. 다른 한 손으로는 아까 사과를 썰던 칼이 들려있어, 제스쳐만 보자면 당황한 사람을 닮았다. 얼굴은 여전히 차분해선 괴리감이 느껴진다만. 표정이 조금 뚱해지더니, 이내 말을 거는듯한 어조로 운을 띄운다.
>>608 승우 '고수'와 붙는 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불가마의 고수와 대결해 최후의 1인이 된다니 집념이 엄청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 뭐야..? 나 지금 급해 우리 승우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붙잡)(맑눈광의 시선으로 쳐다봄)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도 그렇고.. 승우.. 멘탈 괜찮은 거 맞지???
>>611 으악 우리 아마데 사망플래그 치워~!!!! 아련한 눈빛도 안돼 금지야!! 인류애와 존중을 포괄하는 사랑의 신.. 맛있다(맛있음) 채팅으로 어그로 끌리는 것도 확실히.. 정중하면 어그로 많이 끌리지.... 약간 꼰대같다고 욕 먹을 것 같다는 적폐가 떠올랐는데 괜찮은 것인가..👀
>>612 스릴 넘치는 거 좋아한다니 딱 선우잖아!! 그런데 그녀와 함께... 독백 보고 이셔주 지금 운다.. 오늘의 눈물로 이번달 수도세 거뜬하다.. 매운맛 설탕에 가려진 것 맞는 것 같아 우우우..🥺 선우야.. 꽃길.. 꽃길만 걷자...😭
아니 하 쥬야...... 애들 진단에 수도세 한달치 거뜬했는데 지금 넉달은 절수할 수 있을 것 같아..
ㅇㄴ유루 30시간 넘게 잤다는 거 보고 어??? 건강 괜찮은가?? 걱정했는데 4일동안 안 잤다고여????(등짝때찌)
>>620 그는 '찐'이었기에...(?) 사실 얘가 유리해서 그런 것도 있어~ 능력 때문에 남들보다 더위 살짝 덜 타거든 우우 치사하다~!!! ㅋㅋㅋㅋㅋ으아악 맑눈광 치워!!! 그 질문의 답은 이스 과거사... 이스 멘탈 괜찮냐는 역질문으로 돌려주겠습니다( •̀∀•́ )✧
마지막에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던 것 때문에 무모했다며 의무실의 사람들에게 혼이 났다.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몸조심하겠다며 대답한 뒤에야 나올 수 있었던 너는, 지금 한 잠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상태였다. 부상에 대한 처치도 괜찮았고, 피로도 상당히 풀린 상태, 절호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조에 가까운 상태의 너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조금 허기가 져서 뭐라도 좀 마실까 싶어서였고, 그런 너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복도 저편에서 뭔가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 달콤하고 깊은 향,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만한 향기의 농도임에도 너는 잘 맡아내고 홀린 듯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으려나, 점점 강해지는 향기에 위치가 특정될 즈음,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정신을 차렸다.
"...뭔가 필요하십니까?"
목소리에 응해 너 역시도 목소리를 내며, 향기의 근원이 있을 주방 안쪽을 너는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괘씸하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오히려 작게 웃었습니다. 당신이 조심하려고 하고있다는건 알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는게 더 편했습니다.
"...... 호구라서가 아니야. 그냥 당연한거지."
그야 물론, 처음에는 경계하는게 당연할겁니다. 각기 여러가지 일을 겪었을테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처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3년 이상을 같이 지낸 동료들도 많죠.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잠시- 눈을 깜박이다 무언가를 당신에게 건넸습니다. 별건 아니었고 그냥 차네요. 언제 타둔건지 ㅡ 사실 아까 팔을 처음 녹일때 능력을 사용해 저편에서 타둔겁니다 ㅡ 따뜻하네요.
"앉을까."
그녀는 당신의 물음에 답하기전에.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습니다. 평소처럼 밝아보이는 미소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당신이 그녀를 따라 앉아주었다면 그녀는 입을 열었을겁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남을 믿지 못하겠단 이야기지. 특히.. 남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건...."
"멍청한 소리란건 알아. 내가 벌써 몇년째인데 여기서, 근데도 언제 등에 칼이 찔릴까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에스티아의 연구실. 평소라면 에스티아 혼자 있겠으나 오늘은 아스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일단 USB의 내용은 로벨리아의 판단 하에 모두에게 공유를 하기로 했고 그 공유된 내용을 확인한 아스텔이 에스티아의 연구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정확히는 에스티아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볼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스텔을 맞이한 에스티아는 그가 올 것을 짐작했는지 그다지 놀라지 않으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 아스텔은 그 내용의 본문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텔은 볼 권리가 충분해. 그리고 나도."
노트북에 떠 있는 원문 문서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이전 레레시아에게 살짝 언급한 것이 있는 내용이 바로 거기에 담겨있었다. 거기다가 그 수도 자신이 있을때보다 3배는 더 늘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데 보검을 강화시키겠다는 명분 아래에 그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가 또 시행되려 하는 것에 아스텔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1000명. 허나 살아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원래라면 자신도 그곳에서 폐기처분되어야만 했다. 운이 좋게, 정말로 운이 좋게 로벨리아가 그곳에 왔었기에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거기서 로벨리아가 협상해서 구해낸 이는 단 두 명. 그 외는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죽었다. 그리고 단 한 명 살아남은 이는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는지.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의 편에 서서 잔인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 모든 사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아스텔은 입을 열었다.
"제 0 특수부대를 그냥 보내준 것은 아무리 봐도 나와 널 노린거구나. 이건."
"그렇다고 생각해. 그래서 어쩔거야? 아스텔."
"...대장의 명령을 기다릴거야."
"의외야. 아스텔이라면..."
"...나는 에델바이스니까.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에스티아."
"...응."
뭔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있었으나 결국 두 사람이 선택하는 것은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제각각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일단 두 사람은 당장 뭘 움직이진 않고,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허나 그럼에도 조금은 쓰렸는지 아스텔은 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술이 조금 끌리네. ...한 잔 할래?"
"아니. 난 술 안 좋아해."
"과일주도 있어."
"음. 조금 생각해볼게.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하진 마. 아스텔."
"너도야."
서로 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참으로 비슷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바람을 쐬던 술을 하던 뭐라도 하자.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졌고 에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북을 굳이 닫진 않은채 아스텔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너무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은 노트북은 어둠에 집어삼켜졌으나 그럼에도 그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고요한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아직 그곳에 있었기에.
>>643 그냥 별 건 없고 전에 일상으로 아주 살짝만 공개가 되었고 지금 저기도 아주 살짝만 언급된건데 그냥 이전 프로젝트에선 아스텔이 거기에 있었으니까요. 거기서 싸우는 거 배우고 죽이는 법 배우고 대충 그런 느낌으로다가.. 그리고 거기서 로벨리아가 와서 담당자와 협상을 해서 아스텔과 또 다른 한 명만 겨우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었지요. 네.
이스마엘이 기억하기에, 아버지는 유달리 잠에서 깰 때가 잦았다. 어느 날은 소리 없이 눈만 뜨고 자신이 잘 자는지 확인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무엇이 괴로운지 숨죽여 우실 때가 있었다.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제풀에 놀란 듯 구석으로 도망칠 때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밤에 잠들지 못한 자신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미안하다 빌었던 일이다. 잠에서 깨지도 못한 아버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한참이고 미안하다 말했다. 내 의지가 섞인 일이었노라, 내 의지가 아니었노라. 죽을죄를 지었노라, 죽을죄를 지은 건 너희가 아니었느냐. 고작 앞니 빠진 어린아이인데, 어린아이라도 위험한 존재인데……. 공용어도 쓰지 못하고 독일어로 몇 번이고 뱉던 갈팡질팡한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그 의미를 곱씹기엔 이스마엘이 너무 어렸지만, 기억만은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스마엘은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심호흡을 하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쉴 적, 뱉는 숨보다 짐승 같은 억눌린 신음이 목구멍 틈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식은땀이 전신을 흠뻑 적셨다.
>>639 누가 우리 쥬 못생겼다고 했어..? 쥬가 못생겼으면 이스마엘은 아메바인데..!!!🥺 서글픈 눈.. 귀엽잖아.. 쥬 안 못생겼지만 못생겼다 놀리고 반응 보고싶어졌어.. 연애썰이 있으시겠다? 일방적이라니 우우 세븐스는 어째서 연애도 찌통인가요...🥺(정답: 세븐스라서) 공포영화 포지션 ㅋㅋㅋㅋㅋ 부정하고 싶은데 너무 정확해서 혼낼 수가 없어... 진단 념념 굿!
아.. 아.. 아스텔아.. 에스티아야.. 우리 귀여운 두 말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독백이 이렇게도 짜니.. 요술 맷돌이 바다가 아니라 독백에 빠졌구나...😭 그것보다 아스텔과 같은 생존자가.. 가디언즈? 어..?(승패에 집착하는 모 냉동빔 소녀 바라봄) 설?마? 떡밥을 이렇게 뿌린다고..? 다음편 나올 때까지 숨참는다 흡ㅂ..!!!!
레레시아는 턱까지 받친 숨을 고르며 쥬데카를 응시했다. 저 뚫린 입으로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아니면 변명을 하나, 한 번 해보라는 심정으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잔을 던져도 바닥에 밀쳐도 반응을 안 하던 쥬데카가, 억울한 소리를 듣는 동안 반박 한 마디 하지 않던 쥬데카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까.
미간을 찡그리는 것에 드디어 같잖은 변명이라도 하려나 했으나 나온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간결하고 직설적인 한 마디. 구구절절한 설명도 변명도 없이 달랑 튀어나온 말은 팽팽히 당겨져 있던 분노의 끈을 자르며 지나갔다. 겨우 끌어올려진 분노는 다시 이성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흐릿함이 가신 시야에 보이는 건 피폐한 얼굴에 띄워진 웃음. 그 웃음을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마주하던 레레시아는, 텀을 두고 흘러나온 미안합니다에 상체를 일으켰다. 코앞은 아니나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은 채 내려다보는 눈에서 붉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분 나빠."
그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걸 이해해 달라는 그를 보며 레레시아는 말했다.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순간적으로 목을 과하게 쓴 탓에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분 나빠. 붉은 눈물을 쉼없이 흘려 검은 옷과 하얀 머리카락을 적셔가며 다시 중얼거리고, 무릎으로 뒷걸음질을 쳐 쥬데카에게서 물러나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레레시아가 물러나며 독액도 사라졌다. 흐느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딘가 끈이 떨어진 듯한 레레시아를 뒤로 하고, 그제야 라라시아가 옆으로 나와 쥬데카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화풀이 당하게 해서 미안하게 됐어. 손 빌려줄테니 천천히 일어나. 방금 머리 부딪혔잖아."
라라시아는 처음과 다를 것 없이 차분했다. 분노를 감췄다, 다스리고 있다라기보단 아예 없는 것처럼. 쥬데카와 처음 인사를 나눌 때처럼 담담한 태도로 쥬데카를 도우려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