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묻긴 했지만, 적당히 걸러서 대답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그는 조금 귀담아 듣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언뜻 느슨해 보여도 은근히 절제된 말만을 늘어놓는 쌍둥이의 태도를 조금 주의 깊게 생각했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섣불리 그 말을 꺼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상황이 그리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가디언즈, 였다고...?"
잠시 동안, 쌍둥이는 쥬데카의 말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모두 눈을 크게 떠 깜빡이지도 않고 쥬데카를 바라보았으니까. 그렇게 굳은 쌍둥이에게 그의 말이,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도 듣고 싶냐는 말이 들리는 순간 투명하게 비어버린 것처럼 보이던 레레시아의 눈동자에 어느 감정이 울컥 솟구쳤다. 탁하게, 혹은 가열차게- 금빛이 짙어진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눈매처럼 비틀린 입술이 벌어져 거친 말을 쏟아내기까지는 정말 눈 한 번 깜빡일 사이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딴 건 들을 필요도 없어 개XX야!"
쨍그랑. 레레시아가 들고 있던 술잔이 쥬데카의 옆을 스쳐 날아가 흙바닥 어딘가에 처박혔다. 그걸 인지할 틈도 주지 않고 레레시아의 손이 쥬데카의 어깨를 움켜쥐어 밀어뜨린다. 손 뿐이었을까. 그녀의 옷 틈새로부터 촉수 같은 독액이 쏘아져 쥬데카를 붙잡는데 일조한다. 끈적끈적한 독액이 덫처럼 쥬데카를 바닥에 붙들어놓으려 하고, 독보다 더 지독한 표정의 레레시아가 쥬데카를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뚫린 주둥이라도 말은 가려가면서 했어야지.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듣고 싶냐고? 가디언즈가 하는 일이 하나 밖에 더 있어? 그저 세븐스로 태어났을 뿐인 사람들을 핍박하고 없는 잘못까지 뒤집어 씌워 잡아가고! 억울하다 외친 것만으로 죽이고! 무능한 놈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같은 세븐스를 짓밟는게 가디언즈잖아! 그 가디언즈였던 XX가 어딜 뻔뻔스럽게 레지스탕스에 기어들어와서, 뭐? 저 가디언즈였습니다, 뭘 했는지 듣고 싶냐고? 무슨 낯짝으로 지껄이는 거야 이 XXXX가!!!"
끽해야 잔잔한 파문 정도의 반응 밖에 보이지 않던 레레시아가 태풍 속의 파도처럼 사나워졌다.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지르고, 한 대 치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올려 주먹을 쥐었으나 라라시아에 의해 그 팔은 막혔다. 그러나 라라시아의 제지는 거기까지였다. 그저 그 이상의 폭력만 행사하지 못 하게 잡아놓은지라, 레레시아의 노성은 연이어 쏟아진다.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봐! 떠들어 보라고! 너 때문에, 네가 있었던 가디언즈 때문에 미래를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인지 헛소린지 할 깡이 있으면 떠벌려 봐! 해보라고!"
그저 소리 좀 질렀을 뿐인데, 핏발과 열로 붉어진 눈이 쥬데카에게 똑바로 내리꽂힌다. 말이든 뭐든 해보라고 외친 이후에 레레시아는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그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가만히. 무서우리만치 미동도 없이. 과연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떨쳐내고 외면해버릴지. 아니라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인지는 쥬데카의 선택이었다.
얼음은 대부분 녹아 사라졌고, 피부도 불그스름하게 열이 돌아온다.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는 아닌 듯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정도면 일차적인 응급처치는 끝이지만…… 아직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빡치는 소리…… 됐다. 너 씨* 존* 괘씸해. 아냐?"
나름대로 조심하려던 결심은 금세 죽어버리고, 그는 다시 버럭 대꾸해 버린다. 전혀 유쾌하지 않아서 못마땅하다.
"난 호구 새*라서 그다지."
빈정거리는 듯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한 대답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사사로운 인간관계에 있어 퍽 순진하며 때로는 지나치도록 경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쉽게 믿고, 쉽게 감정을 가지고, 누구라도 내심으로는 쉽게 좋아해 버리곤 한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 보아도 쉬이 고쳐지지 않는 악습관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멜피의 속내도 비슷한 것일까? 머리로는 알아도 바꿀 수 없는 것 말이다. ……속으로 짐작해봤자 직접 듣지 않는 한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충 기대서 손장난이나 하던 그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멜피의 눈을 마주보았다.
"야. 네가 지금 씨* 왜 그러는 건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냐? ……그냥 물어본 거야. 싫으면 존* 싫다고 말해."
그래서 묻기로 했다. 그동안은 울적해지기 싫어서,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아서, 멋대로 남을 이해해 버리곤 무엇이든 내어 주고 싶지 않기에, 갖가지 이유를 대어가며 피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지난한 고민과는 달리 그는 늘 그랬듯 그리 철두철미한 사람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여승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찜질방에_간다 어... 무난하게 즐기고...무난하게 안마의자 쓰고... 냉커피 마시고... 그냥 우와 신기하다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지 않을까? 그리고 찜질방 구경하고 다니다 불가마에서 고수들이랑 눈 마주침... 눈과 눈이 마주치면 배틀! 불가마에서 누가 마지막까지 안 나가고 버티는지 서바이벌 경쟁하다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음(?)
날_이렇게_만든건_당신이잖아_를자캐식으로말한다면 "내가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너로 인해서야. ■■지 말라고는 안 할게. 그러니까, 제발."
말하는 게 승우 같지가 않다고요? 나쁜 말 배우기 전 시점으로 써서 그래~ 놀랍게도 따끈따끈한 신입으로 들어오고 한동안은 건전하게 말하고 다녔었다...
자캐에게_사랑한다는_말의_무게는 어...? 이거 아프다... 굉장히 무겁고... 자기 자신의 모든 걸 내걸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어. 말 그대로 몸과 마음과 삶, 그 모든 걸.
가디언즈였냐며 되묻는 목소리. 다음 순간 귓가를 스쳐 지나가 땅바닥에 처박히는 술잔. 피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감정에 압도되어서일까. 아니면 네가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일까. 그대로 너는 바닥에 밀쳐져 쓰러졌고, 그런 네 위로 레레시아는 너를 죽일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끈적한 덫과 같은 독액이 옷자락을 잡아당겨 움직이는 데 지장이 있는 상황, 너는 섣부르게 움직이는 대신 네 얼굴을 향해 쏟아내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
네가 이런 과거를 가졌으리라 생각했을 리가 없지, 아니면 그저 확실한 물증을 잡을 때까지는 숨죽여 기다리는 뱀과 같은 이와 너는 얼굴을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가? 아무리 그래도 후자는 논리적 비약이 좀 심하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게 기저에 깔린 분노였다는 걸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이란 무엇이었는가. 결국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는가? 표리부동한 이의 내면이, 마치 지면이 까뒤집히듯 드러나는 것을 보며 너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독액이 눈가에 닿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네 세븐스는 그다지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데에는 하등 쓸모가 없다. 적어도 세븐스 그 자체로는. 그저 지금 네 위에서 네게 분노를 토해내는 이의 숨소리와, 빠르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마치 귀를 대고 듣는 것처럼 듣고 있을 뿐. 새빨갛게 변한 얼굴과 눈을, 너는 피하는 대신 가만히 마주보다가 웃고 말았다. 분노에 찬 눈에는 그 미소가 어떻게 보였을까, 이런 상황에서 웃다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구나 싶었을까. 아니면 깊게 패인 것 같은 그 눈두덩이와, 초점이라곤 쉬이 찾아볼 수 없는 검게 물든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상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정당한 분노인가? 그렇다면 어째서인가? 네 앞에 있는 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고통을 불러일으킨 게 너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네가 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인가?
"미안합니다."
더 이상 꺼낼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사죄하겠습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백 번 천 번을 내뱉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혼잣말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는가. 메아리라도 누군가는 듣게 되건만. 꺼내놓지 않은 말은 메아리조차 될 수 없으니 너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나의 모든 것으로 인해 고통받은 당신에게, 이런 말밖에 할 수밖에 없는 저를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겠죠, 이해하고 싶지 않을 테죠. 정말 미안해요. 억울함보다도 앞서는 묘한 해방감, 내리깔린 눈과 비틀어 올라간 입꼬리. 차라리 지금이 나의 마지막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