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정말로 매섭게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정도로 계속해서 들이닥치긴 했으나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비를 대처하려고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선우와 유루. 그리고 이스마엘의 세븐스의 연합으로 인해 공중의 비는 더 이상 그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한편 떠있던 드론은 살며시 뒤로 옮긴 후에 모두를 향해서 빛을 방사했고 이내 모두의 주변에 투명한 막 같은 것이 펼쳐졌다. 전기장을 이용한 일종의 베리어가 펼쳐진 것을 확인한 후, 에스티아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베리어를 작동시켰어. 강한 공격은 한번은 막아주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거야. 하지만 적어도 빗방울 정도는 계속 막아낼 수 있으니 세븐스 능력을 굳이 분산하지 않고 공격에 사용해도 돼. 일단 이 드론으로는 치료에 집중할게. 그렇게 크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응급처리 정도는 할 수 있어.
나름대로 드론에 이것저것 기능을 넣어놓았다는 듯, 에스티아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저 드론이 다치거나 하면 가벼운 치료 정도는 해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장 크게 데미지를 입은 이 두명에게 에너지 10% 회복 효과)
한편 레레시아는 호수에 독액을 뿌린 후, 그 독액을 이용해서 레이버의 물줄기에 들이박았다. 이내 레이버의 물줄기가 천천히 독으로 물들었으나 별 상관없다는 듯, 레이버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마치 그 안에 물이 섞여있어서인지 독액은 더욱 올라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되어있을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엔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생성했고 레이버를 물어뜯으려는 듯 공격을 시도했다. 그 고깃덩어리는 물에 정확하게 충돌했고 이내 물줄기를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허나 물줄기의 압력을 벗겨내는 것이 고작이었는지 레이버에게 타격을 가하지는 못했다. 한편 레이버는 그 벗겨진 물줄기의 윗부분에 자리를 잡고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이어 들고 있던 삼지창의 끝을 제 0 특수부대에게 향했다.
"...약해보인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어차피 힘의 차이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가디언즈는 정의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그것이 세상이 보는 시각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무슨 말을 해도, 결국은 테러리스트. ...틀려?"
이어 레이버는 삼지창을 오른손으로 들어올린 후에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있는 물줄기에서 작은 소형 물줄기가 레이저처럼 난사되기 시작했다.
"...아플거야. 꿰뚫리면."
/아쿠아 레이저. 타깃 전원. 3연타 공격. 모두 회피하고자 할 경우 다이스를 3번 굴려서 회피 판정을 받아야함.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누가 그랬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패배는 패배, 볼썽사나워도 승리는 승리인 것이다. 그래, 레이버의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진실은 상대적이고 세간: 비세븐스가 저항군은 보는 시선은 말 안해도 잘 안다. 그가 보는 세상의 진실도 대중이 보는 것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그는 틀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요전에 상기되었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시점에서 속한 사회는 그런 그와 비슷한 뜻으로 저항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이 시점으로 보면 그의 뜻은 진실되었다. 그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선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던 물감에 능력을 더욱 가한다. 물감은 거세게 일렁이고 있다.
물줄기 하나는 에스티아가 펼친 베리어에 의해 막히지만, 그걸로 베리어는 제 역할을 다한 걸까. 빗방울만이 튕겨져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움직여 회피해야 하는 것인가?
2타의 레이저는 회피나 방어를 하지 않는다. 능력을 쓰려면 기력이 필요하고, 쓸데없이 움직이면 능력의 위력이 떨어질 것이니. 허공에 띄웠었던 물감은 고요하게 아까의 얇게 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어느샌가 기체가 되어 레이버 쪽으로 흩어진다. 흩어지는 속도와 그 범위는 가히 인위적이다. 암막을 위해 흩뿌린 것일까, 기체는 진한 푸른색을 띄고 있다. 물감 특유의 독한 내음이 옅게 펴지며, 그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진다.
그는 3타의 레이저가 날아오는 것을 보면 몸을 틀어 회피하며 반격을 시도한다. .dice 1 2. = 2 반격을 하고자 하면 일렁이던 파동의 중앙에선 구체 하나가 뜯겨져 나가, 레이버에게로 쏘아올려진다. 목표는 관자놀이.
레이버에게 조금 공격을 시도했으나 느껴지는 건 물줄기의 물 맛 뿐. 그러나 방어를 이번 공격으로 벗겨냈다고 생각하면 나쁜 수확은 아니었다. 이어서 물줄기가 탄환이 되어 광선처럼 날아온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몸을 기민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떨어트려냈다. 그러나 접근도 멈추지 않는다.
"엔, 서걱서걱이 되어라."
그녀는 마지막 물줄기를 피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고기에 보검의 파츠인 블레이드를 융합시킨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는 일체 된 넓고 날카로운 칼날을 모습이 드러냈다. 몸을 핑글 회전시키면서 원심력으로 실어 그대로 레이버의 신체를 향해 내려친다.
테러리스트가 어쩌니 해도 반박하거나 도발하며 따질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정의나 명분 같은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지금은 한가롭게 공론이나 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팔의 외장이 갈라지며 짤막한 총열 여러 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변의 물줄기를 향해 탄환이 마구 쏘아져 방발했다. 산탄에 가깝도록 아무렇게나 비산한 총탄들은 곧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물줄기의 흐름을 흩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쏟아지는 공세를 무효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몰아치는 물줄기의 힘에 휩쓸려 바닥을 구르다 간신히 몸을 피해 중심을 잡는다. 틈이 생김과 동시, 그는 곧바로 거대한 물기둥의 중심을 조준하여 격발했다. 레이버의 가슴 한가운데를 노리고 날아간 총탄은 목표물의 지척에 다가간 순간 터져 나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