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마데우스는 잠시 눈을 뜨고 레이버를 바라보았다. 왠지 안타깝다는 눈빛. 안쓰러워하는 듯 슬픈 눈길로 레이버를 보던 아마데우스는 레이버를 향해 창끝을 겨누듯 창을 든 팔을 올렸다.
"아가씨, 그럼 아무도 해치지 않았는데 세븐스라는 이유로 박해받는 사람들은 뭐지요? 말벌 한 마리는 꿀벌보다 강하지만, 말벌 7마리와 꿀벌 7000마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기게 됩니까? 저는 그 힘의 차이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븐스가 정말 위험하다면 자기 몸 지킬 능력없는 비능력자들은 진작에 몰살당해야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박해받는 중이지요."
아마데는 다시 눈을 감았다. 왠지 침울한 얼굴이었다.
"아가씨, 대체 누가 아가씨로 하여금 차별과 억압을 정당케 했지요?"
그리고 레이버가 물줄기 속으로 삼지창을 던지자 그쪽으로 시선을 옮긴 아마데우스는 그 삼지창이 유루와 델피를 향하자 박차고 달려나가 삼지창의 창살 사이로 창날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접근전만이 그녀의 싸움방식이니 물리력으로라도 삼지창을 막으려는걸까. 그런데 왠지, 혼자 힘으로만은 좀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네가 가디언즈기 때문에 그 말은 더욱 모순적이야! 가디언즈에 속한 세븐스는 대체 무슨 방법으로 스스로가 위협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는거지? 그들만 가능한 방법이라도 썼나? 그럴 리가! 지금의 가디언즈는 그저 권력을 가진 비능력자 놈들이 써먹기 좋은 장기말들을 골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너희는 정의를 논할 권리도, 자격도 없어! 가디언즈가 증명하고 있는 건 이 세상이 불합리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 뿐이야!"
"너는 뭐? 비능력자를 지키는 무기? 하하하! 비능력자들한테는 너희도 똑같은 세븐스야. 이 멍청아. 가디언즈라는 목줄만 없으면 언제 자신을 해할지 모르는 개 취급이라고. 그거 아냐? 사냥이 끝난 개는 어떻게 하는지? 주인을 물기 전에 죽여지고 그게 네 말로가 될 거다!"
아니면 그 전에 이 자리에서 죽어!
레이버의 무장은 반파되고 물줄기는 더이상 레이버를 받쳐주지 않는다. 삼지창은 레이버의 손을 떠나 물줄기로 들어가, 미처 피하지 못 하고 갇힌 유루와 다른 한 명을 뚫을 듯이 보였다. 삼지창을 쏘느냐 아니면 레이버를 공격하느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정의로 인해 어디선가 절망이 태어난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야. 또다른 악일 뿐."
그녀의 발밑에는 미리 뽑아둔 독액이 충분히 모여 있었다. 그 속으로 채찍을 던져넣자 독액이 채찍을 삼키고 부글거린다. 독액의 위에 선 레레시아가 한 손을 치켜들자 독액이 솟아오르며 형상을 이룬다.
- 내던져진 고통이 절망을 키우고 - 버림받은 몸뚱이는 원한을 먹고 자랐으니 - 독기 찬 자식의 원망이 능히 세상을 삼킬지어다
"폴링 커스!"
그녀를 감싸며 솟구친 독액은 곧 거대한 뱀 괴수의 형상을 띄었다. 어느 신화 속 바다를 두르고 있다는 그 괴수와도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독액의 뱀 괴수는 허공에 똬리를 한바퀴 트는가 싶더니 큰 주둥이를 벌렸다.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고서 레이버를 향해 수직강하하여 덮쳤다.
당신 스스로도 벌써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나는 통제되는 세븐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세븐스- 라고.
"문제를 일으킨 이와, 아닌 이를 당신 스스로도 구별하고 있잖습니까. 그만두세요, 그런 말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적 없는 아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덮으려고 하지 마시라고요. 당신... 당신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저 지금 당신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겁니까? 그렇게, 통제가 어려운 힘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짓밟혀 죽는 모습을 보면서도 당신은 그저..."
너는 조금 망연한 듯 웃었다. 헬멧이 모습을 감추고 고글만을 걸친 네 얼굴이 드러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통제되지 않는 힘을 마구 휘두르는 이들은 저항으로 그 끝을 맺는다.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말 없이 고개 숙이는 이들은 그 두렵다는 힘을 가지고도 조용히 사라져 갈 뿐이다. 너는 정녕 네 손으로 쓰러지는 이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것도 느끼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저 자리에 있지 않아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뿐인 거죠? 다음 순간, 답을 듣기도 전에 던져진 삼지창에, 더 이상 레이버는 네 얼굴을 볼 수 없었으리라. 순식간에 얼굴을 덮은 헬멧과, 젖은 땅을 박차는 소리. 네 손은 어느새 삼지창을 붙잡기 위에 뻗어지고 있었다.
명중했다. 우수수 쏟아진 공격을 뒤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은 듯싶다. 이스마엘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위험하니까 드러내서는 안 돼. 알겠어? 죄송합니다,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스마엘은 이어지는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의지를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븐스가 자유로웠을 시기 너는 모든 걸 잃었다. 세븐스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스마엘은 안다. 반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국가의 배신자고, 반역자이며, 인간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지언정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 학살을 보기좋게 포장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인 발상이지. 1900년대 초중반의 시절 말이다. 그만큼 고리타분하단 소리다, 이스마엘.
약점은 아래쪽이었나? 상반신의 여러 부분을 공격했을 때와는 다른 반응에 내심 쾌재를 지른다. 무리 없이 아래로 착지한 후 다음 행동을 이어간다. 아니, 순간적으로 레이버의 말에 주의를 빼앗기고 말았다. 머리부터 물 속에 처박힌 것마냥 머리가 식는다. 격전으로 인한 흥분마저 가라앉을 만큼이나 차다.
"그렇다면 통제를 개판으로 하지 말든지, 씨*."
차라리 날 때부터 일렬로 세워놓고 도살을 하든, 체계적인 수용 정책을 세워놓든, 자격 있는 모두에게 허울 좋은 자율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만 했다면 비능력자의 안전도 철저하게 보장됐을 테고, 쓸데없는 저항이나 불행이 들쑥날쑥하게 넘쳐나지는 않았을 텐데. 서늘하게 식은 분격의 자리에 지독한 적의만이 밀어닥친다. 하지만 아직은 휩쓸릴 때가 아니다. 이 자리엔 자신만이 있는 게 아니니.
레이버가 삼지창을 물줄기 안으로 던진다. 안에는 동료가 있는 상황. 상당히 좋지 않다. 삼지창을 격파한다면 좋겠지만 현재 인원의 화력으로 가능할까. 어쨌든 그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엔, 부웅부웅이 되어라."
그녀가 말하자 칼날이었던 팔이 울컥거리면 다시 재구성을 이루기 시작한다. 블레이드를 분해하고 금속을 섞고 둘러서 중량을 강화한다. 그러자 그녀의 팔뚝은 해머에 버금갈만한 무식한 둔기가 된다. 일단은 커다랗다. 그리고는 땅에 내려온 레이버에게 냅다 휘두르며 달려든다. 커다란 충격이 덮치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기대하는 것은 대미지가 아니라, 레이버를 이대로 밀어서 물줄기로 빠트리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담긴 물줄기에서 삼지창을 제어할 수 있으려나.
선우와 아마데우스, 그리고 쥬데카와 이스마엘, 승우는 각각 삼지창을 공격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화력이 부족한 탓일까. 모두의 공격을 받아치면서 삼지창은 그대로 계속해저 질주했다. 허나 그 순간 엔이 둔기로 변형된 팔을 이용해 커다란 충격을 가하려고 했고 레이버는 그 공격에 명중하고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는 듯, 씨익 웃었으나 뒤이어 레레시아의 스페셜 스킬이 레이버를 덮쳤다. 독액에 빠져버린 것과 동시에 물줄기가 팟하고 사라졌고, 삼지창 역시 그 상태에서 멈추고 물이 되어 녹아 사라졌다. 아무래도 큰 데미지를 입은 것 때문에, 특히나 하반신 장갑이 박살난 지금, 방어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 데미지를 입어서 잠시 세븐스가 멈춘 모양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사회에서 그렇게 따르는 것이 악...이라면 너희들은 정의라고 주장할 셈이야?" "...고작 테러리스트 몇 십, 몇 백명따위에게 악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상관없어. ...너희들은 수억, 수십억명에게 있어서 악이니까." "나는 가디언즈. 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이 세상을 흔드는 자들을 없애는 존재." "...다행. 다행이라고?" "..........죽여버리겠어."
이내 독액 속에서 강렬한 남색빛으로 빛나는 삼지창을 들고 있는 레이버가 튀어나왔다. 전신에서 남색빛을 내뿜고 있는 레이버는 이내 단번에 뛰어올랐고 제 0 특수부대 멤버의 중앙에 착지했다.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모두 멈췄고 호수의 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레이버는 크게 기합을 외치면서 삼지창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레이버를 중심으로 커다란 소용돌이처럼 물줄기가 그녀를 감싸듯이 위로 솟구쳤고 이내 그 물줄기는 소용돌이 형태가 되어 레이버의 사방을 외부와 차단시켰다.
-돌아라. 돌아라. -이 땅의 모든 것을 침수시킬 소용돌이. -수룡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타이달 웨이브!!"
이내 레이버를 중심으로 큰 원의 형태로 소용돌이가 외곽에 일어났고 그 소용돌이는 점점 압박하듯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레이버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 그리고 외곽 부분에선 점점 좁혀져있고 있는 소용돌이.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물길은 그야말로 거세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스페셜 스킬 발동. <타이달 웨이브> 데미지 50. 방어 불가. 베리어 관통. 회피 불가. 특수 조건을 만족하게 될 시에는 상쇄 가능. 허나 상쇄하지 못할 시에는 데미지와 함께 2턴간 행동불가 처리.
레이버의 마지막 공격! 어차피 다들 체력은 버틸 수 있을테니까 그냥 자유롭게 대처해보세요! 어차피 승리조건은 만족했으니까요! 일단 축하드려요!
무엇이 되었든 참는 것은 익숙하다. 숨을 죽이고 가라앉은 마음 역시 그대로 죽여두면, 한순간의 격동이 지나간 후에는 잠잠한 평온이 찾아든다. 의무나 정의 같은 따분한 소리나 해댈 때와는 딴판으로 살기를 내뿜는 레이버를 보자 그제서야 웃음이 새었다. 아, 저 개** 빡치는 거 보니까 기분 째지네. 그러나 나아진 기분과는 별개로 사태는 더 나빠졌을 뿐이다. 주변을 에워싸고 조여오는 물기둥과, 그 중앙에 자리한 시전자.
그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이제까지와 다를 것 없이 정조준하여 레이버를 노린다. 총열이 달아오르며 짧은 소음을 내뿜자 어김없이 탄환이 비산하는 물방울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 중심에 바람 앞에 꺼질 촛불처럼 미약한 빛을 품은 탄환이었다. 거대한 물살에 대고 총을 쏘는 짓은 무의미할 테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소용돌이의 흐름에 흘러간다면 고마운 일이다. 안에서부터 터뜨리기에 딱이니. 탄자는 쏘아져 멀리로 날아간다. 유탄이 되더라도 무방한 그것에 실린 불이 미약하게 점멸했다. 깜빡이던 그 찰나의 박명이 마침내 사그라들자, 그때 탄의 한가운데로부터 불현듯 십자형의 빛살이 번뜩였다. 생멸하는 별의 불꽃과 같은 흰 빛이 일순 터져 나와 어둠을 집어삼킨다.
이 세계는 무엇인가? 선도, 악도 없는 중립의 세상인가? 아니라면 악과 더 커다란 악이 존재할뿐인가? 이스마엘은 그 이후의 말을 온전히 레이버가 상상하게끔 하듯 입을 다물었다. 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되,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악이라고 불린다 한들 이스마엘은 행복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 삶을 살고자 하여 발을 내디뎠으니까.
그렇지만 당신이 그 세상에 발 들이고 싶지 않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이 아닌가. 마치 지금처럼 단절된 삶을 사는 당신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고려하고자 하나 고려하지 않는다. 당신이 정한 것에 이스마엘은 되묻듯 했으나 답은 이미 정해진 듯싶으니. 이스마엘은 천천히 물의 중심점을 찾고자 했고, 손을 뻗어보려 했다.
그리고 염력을 이용해 힘의 위치를 강제로 뒤바꾸려 시도했다. 소용돌이 치던 것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면, 멈추지 않을까 싶었기에.
물 섞인 기침소리를 뒤따르는 것은 무언가 쏟아져 나오는 소리였다. 아까 물감옥에 갇히며 순간 들이쉰 물의 양은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입가를 대충 문대도 축축한 것은 변함 없었다. 답지않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레이버를 감싸는 소용돌이, 그리고 퇴로를 봉쇄하듯 좁혀져오는 외곽의 물.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 된 기분이다. 넓게 보면 물의 몸통 사이에 서 있는게 같은 꼴 아닌가? 잡생각이 많아진다, 능력을 쓰기에 최적화된 상태.
- 태초에 물이 있고, 끝엔 하늘이 있으니. - 푸르름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도 닿는다. - 나는 그저 그 고귀한 색을 닮고 싶을 뿐이다.
[Mooncraft]
그는 아까 레이버의 관자놀이를 맞추었던 물감 파편에 스킬을 쓴다. 원자를 잇는 결합 하나하나 우악스레 뜯겨져 나간다. 부숴진 결합을 뒤따르는 건 폭발뿐.
삼지창을 막아낸 게 아니다, 너는 시선을 돌려 레레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멈춰버린 레이버를 쳐다보아다. 독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아직도 서 있는데다가. 이제는 전부 끝내겠다는 생각인지 너를 포함한 동료들의 중앙에 착지한 그녀는, 곧 삼지창을 회전시키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할 속셈인지 그 주변을 휘감는 소용돌이, 그리고 네 뒤쪽으로 모습을 드러내 점점 안으로 조여들어 오는 또 다른 소용돌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지? 위를 바라보지만 붙잡을 만한 것은 없다. 이 정도의 물살은 막아낸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뭘 할 수 있지? 너는 소용돌이 너머, 회전하고 있는 삼지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뭐라도 해보는 수밖에...!"
너는 빠르게 눈을 돌려 소용돌이의 틈을 찾았다. 그러나 그런 게 제대로 있을 리 없지. 하는 수 없겠는걸, 물길을 뚫고 넘어서야만 할까. 어떻게든 되지 않으려나.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너는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뚫고 넘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네가 노려보는 것은 저 삼지창 하나뿐. 어떻게든 잡아 회전을 멈추려는 듯, 네 손은 뻗어지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쓴다고 했는데 붙이는 티미: 유루주 화학 잼병이라 뭐... 현실고증 잘 안되어 있을수도 있음... 결합 뿌서지면 에너지 내보낸다고 배운것만 기억 나는데 물감에 쓰이는 화학적 결합이 부서지면 폭발 일으킬 정도로 셀까..? 아 생각 더 하니까 더 어지럽다 캡이 안된다 하면 워쩔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