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는 주변을 조금 더 탐색하긴 했지만 특별히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거기서 뭔가를 더 찾아내기는 힘들어보이는 듯 했다. 한편 레레시아의 도발을 듣고 있던 검은색 빵모자 여성은 레레시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와일드팽? 뭐야. 그거. 누군지 기억 안 나는데. 내가 너희같은 패배자 찌그래기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어야 해? 약한 개일수록 요란스럽다? 그럼 그 약한 개보다 더 약해빠진 존재이자 패배자인 너는 뭐라고 부르면 될까? 정말 패배자들은 하나하나 다른 것이 없어서 재밌다니까. 더 얘기해봐. 더. 잘하는 것이 그런거라면 그런 거라도 해서 네 존재가치를 보여야지. 안 그래?"
"...토끼 깡총 부대?"
"토끼 깡총 부대건 뭐건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해? 응?"
이내 빵모자 여성을 향해 날아오던 총알은 일제히 땅바닥에 떨어졌ㅇ다. 꽁꽁 얼어붙은 총알은 이내 금이 가더니 일제히 쪼개졌다. 피식 웃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다시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너희 패배자들은 우리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야."
한편 승우는 퇴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과연 지금 상황에서 무사하게 도망칠 수 있을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싸우는 것은 과연 맞는 일일까? 한편 선우에게 멱살을 잡히고 승우에게 머리를 맞고 쥬데카가 노려보고 있는 사내는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내 자포자기라도 했는지 키득거리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건데? 애초에 너희들이 빨리 눈에 안 띄고 빨리 안와서 이렇게 된 거잖아!! 이대로 있으면 USB는 저기 저 글라키에스와 레이버에게 뺏겼어! 나는 이 USB를 전달해서 가디언즈가 비밀리에 진행중인 그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뿐이야!! 너희들이 빨리 안 와서 이렇게 된 거라고!! 이대로 가면 전하기도 전에 죽을 것 같아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와 여기서 만난 그 자를 미끼로 써서 시간을 끈 것 뿐이야! 동료 확인을 위해서 대장의 오른팔이라는 사내를 거론해서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파악할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 있어서 이 자를 믿고 기다려도 될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 자가 준 가스를 이용해서 힘을 빼놓고 그 자의 수첩으로 너희들이 뭐하는 녀석들인지 알아내서 내 나름대로 아군인지를 파악하려고 한 것 뿐이야!! 뭐,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기 위해서 미끼로 그 작자를 저 숲에 던져놓았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끌어서 너희도 USB를 받을 수..."
"...시끄러워."
이내 레이버라고 불렸던 여성이 손을 휘둘렀고 이내 사내의 뒷편에 있던 호수의 물이 일부 살짝 솟아오르는 듯 하다가 땅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대로 그 물은 날붙이가 되어 단번에 사내의 심장 부분을 꿰뚫었고 이내 사내는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마 모두에게도 보이지 않았을까.
-귀환 지점까지 최단거리... 아까전의 우리가 이동한 포인트대로 이동하면 돼. 하지만 바로 열진 못해.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5턴)을 끌어줘. 그러면 다시 귀환 포인트를 열테니까.
-교전을 허가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너무 위험해. 그러니까 만약 가능하다면 쓰러뜨려도 좋지만, 지금은 최대한 워프 포인트를 열 때까지 시간을 끌어라. 알았나? 상대는 아마도 보검 사용자. 모두 보검을 해방해서 교전해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 어떻게든!
열리면 바로 이야기를 하겠다고 로벨리아 쪽에서 통신이 걸려왔다. 물론 그 통신 내용을 알 길은 없었으나 이내 에스티아의 통신 내용이 다시 들어왔다.
-빵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 글라키에스를 특히 조심해. 글라키에스는... 정말로 무서운 작자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그대로 죽여버릴 수 있는 작자. 그와 동시에... 너무나 잔인한 작자.
"자. 패배자 여러분. 작전타임은 끝났어? 그럼 여기서 제안하나 할게. 그 USB를 넘겨주거나 스스로 부숴준다면 우리도 여기서 손을 떼겠어. 그래. 살려서 보내주겠다는 거야. 승리자인 우리들 입장에선 꽤 많은 자비를 베풀어준 것 같은데. 아닐까?"
이셔: 음.. 품질 마크야 있습니다. 뒷목에요! 7-등급이지요. 이셔: 우리는 '최악'이라는 원산지를 가진 공통점이 있는 겁니다. 오.. 잠깐.. 원산지라고 해도 제 부모님이 최악이란 소리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건 말이 좀 그랬군요. 이셔: 그런고로 넘길 수 없습니다. 이셔: 하지만.. 저희와 뜻을 같이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도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원산지와 마크를 지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자격 말입니다! < 갑분태양
없으면 이제 그조차 없으면서 세븐스니 뭐니 하셨습니까? 중국산은 안 씁니다. 라고 학을 떼겠지... 미안해...🥲
두 번이나 그 믿음을 저버린 사내여, 너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가슴팍에 호수의 물에 꿰뚫리는 걸 그대로 보고 말았다. 붉게 물드는 상처부위와 그대로 고꾸라지는 남성, 너는 급하게 고꾸라지던 남성을 받아들려고 했다. 흰 제복의 소매가 금방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고독한 사람 같으니."
이건 살아날 수 없다. 심장을 꿰뚫렸어. 계속해서 흐르고 번지는 피에 어느새 장갑도 흠뻑 젖어들어가고 있다. 너는 조심스레 남성을 바닥에 눕히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다니. 이래서는 도망쳐 나온 이유도 없잖아. 붙잡지 않았다면 그는 살아남았을까?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던 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축축해, 축축한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언제든 무기가 되어 뒤를 찌를 수도 있는 호수. 붉게 젖은 장갑을 꽉 쥐니 스며들었던 핏방울이 두어 방울 뚝뚝, 하고 떨어진다.
"확인했습니다, 시간을 끈다...라."
머리를 쓸어 넘기니 짙은 초록빛의 머리카락은 붉은 피를 빨아들이듯, 닿은 부분이 검게 빛났다.
"테러리스트에게 협상따윈 없다, 아니었습니까? 와서 직접 가져가십시오, 부수시든지."
사실 협상은 시간을 끌기에 너무나 좋은 방식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공격을 이미 감행한 이가 있어. 처참하게 당한 동료들의 모습 때문이든지, 아니면 그저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었든지간에 가만히 있기는 어려웠겠지. 여기서 따로 움직일 수는 없다. 하는 수 없지, 시간을 끌자. 살아 돌아가자. 적어도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아 돌아가자.
"-전력으로."
보검이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네 몸에는 무장이 덧씌워졌다, 얼굴을 가리는 헬멧이 다시 한 번.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한 꺼풀 너를 가린다. 손에 쥐어진 강철의 톤파. 어떻게든 살아남겠다. 발버둥 쳐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