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밝히는 이야기지만 만약 아스텔의 처단에 동조를 한다고 한다면 그 즉시 은밀부대원이 내민 가스 방출과 함께 병사는 퇴각해버리기 때문에.. USB를 얻기 위해서 또 고생을 하거나 혹은 미션 실패 처리가 되거나... 뭐 그런 것도 있어요. 그냥 은밀부대원이 가르쳐준 함정 물음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수면가스이기 때문에 전원 강제 취침 모드가 되버린다는 뭐 그런 이야기.
일단 아스텔은 로벨리아의 오른팔로 알려진 존재니까요.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동조했다고 한다면 이놈들은 내가 접견하려는 이가 아니야. 도망쳐야해! 느낌으로 펑! 하는 느낌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 일종의 함정 물음이었어요.
남자의 정체는 에델바이스가 아닌 가디언즈 측의 배신자였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말을 들은 그녀가 수긍하며 USB를 받아들었다.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은밀부대는 은밀부대대로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럼 이걸로 완수인걸까. 일단 그녀는 지휘권을 가지고있는 로벨리아에게 통신하기로 했다.
텐트 안은 아무런 장비도 없었다. 그냥 쉬면 딱 좋을 거 같은 텐트였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이런 텐트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무슨 전개인가 싶어 검은 머리의 사내를 돌아보자, 그가 말하는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한 명이 미끼가 되기 위해 숲에 들어갔다라.
"있지- 그는 어디로 들어갔어-?"
레레시아는 탈주한 가디언즈 병사에게 물었다. 원래 있어야 할 은밀부대원이 어느 쪽으로 갔느냐고. 대답을 들었건 아니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가디언즈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슬렁슬렁 걸어서 숲 쪽으로 향한다.
'그럼 넌 누구지?' 라는 물음이 혀 끝까지 굴러나왔지만 이내 삼켜진다. USB에 들어있는 파일이 문서파일인걸 들으면 전해들었던 전 가디언즈 병사가 맞는것만 같다. 이것도 에스티아가 전해준 드론이 해킹이라던가 당했었다면 가짜 정보일수도 있고. 그럴리는 없겠다만, 만약이란게 있지 않은가. 좋게 쳐도 사내는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찾는 이가 아니라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을 뿐.
그는 사내를 가만 노려보듯이 응시하다가 미간에 힘을 푼다. USB를 받은 대원이 있다면 그걸 본부에 전하는 것은 그 대원의 일이겠지. 그는 누군가가 USB를 받으면 은밀부대원이 있었다는 장소로 향할 것이다.
간부급 두명이 있다는게 사실이라면 그 대원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런 함정이 있을 거라 생각되어도, 그는 대원이 향했을 방향으로 간다. 즉흥적인 호기심 해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에 대한 갈구인지는 그도 모르겠다마는.
너는 사내의 반응에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금방 정신을 차리고 그가 내미는 USB를 에스티아의 드론이 가볍게 스캔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결과는 아무런 바이러스도, 추적기도 없는, 문서만이 담긴 USB. USB를 넘기고 바로 도망치겠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손에 있는 USB를 받아들고 가만히 내려다보던 너는, 그가 이야기했던, 은밀 부대원이 교란을 위해 이동했다는 장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직후 마치 날아가듯 이동하는 멜피의 모습까지 시선에 담았으니.
"잠...!"
벌써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너는 에스티아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에스티아, USB는 확보했습니다. 지금 당장 귀환 가능합니까?"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상대는 가디언즈의 간부, 그 로벨리아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직접 굉장히 위험한 작전이라고까지 한 상황에,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까? 물론 지금 당장 시간을 끌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어간 동료가 있긴 하지만.
"아니면 드론만이라도 귀환할 수는 없겠습니까? 지원은... 아마 저희들의 위치는 파악되고 있겠죠, 그렇다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벌써 교전을 각오하기라도 했는지 뛰어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너는 초조하게 답을 기다렸다.
그는 마리가 넌지시 건넨 말에 멈칫, 숨을 멈추었다 천천히 들이쉰다. 단순히 호수 옆이라 떠다니는 수분이 많은 것이라 치부하기엔 발 딛은 흙의 감촉이 무거운 것도 같다. 고개를 끄덕여 답한 후에는 지나가며 마주치는 나무 몇 개를 툭툭 건드리며 나아갔을 것이다.
"뭘 쪼개, 새*야."
씩 웃는 남자에게 핀잔을 주고선 하는 말이나 일단 들어본다. 원래 접견하기로 했던 인원은 숲으로 가버렸고, 자기는 대신 접견을 나왔단다.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심쩍은 구석도 많다. 제0특수부대가 찾아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인물에게 중요 물품을 덜렁 남겨놓고 떠났다는 말은 그대로 믿기엔 수상한 구석이 있다. 검은 머리 남자는 본래의 접견 대상이 가디언즈가 '있다면' 시간을 끌어보겠다며 말했다고 한다. 일행과는 달리, 가디언즈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지도 않은 때에 위험 부담은 모르는 것마냥 홀랑 가버렸다고? 그는 떠나려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씨* 가기 전에 설명은 더 해라. 그 양반 가고 나서 시간은 얼마나 지났냐. 어느 쪽으로 갔고?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지 혼자 튀어버린 거면 개** 그것도 존* 이상하잖아, 떠나기 전에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든지, 그런 일도 없었나?"
……그렇게 말하는 때에 이미 몇몇은 숲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는 자평하기에 자신이 그리 여유로운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이마를 탁 치며 괜히 남자를 쏘아보았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퇴각을 하는 것이 좋겠지. 허나 나도 조금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그 물음이 마침 나오는 것 같은데.
들려오는 통신에 말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로벨리아의 목소리였다. 퇴각과는 별개로 뭔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편, 마리는 텐트 주변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처에서 검은색 재가 있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근처 호수에는 꽤 많은 양의 잿더미가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었다. 그것은 숲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느낌의 발자국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뭔가를 질질 끌고 간 흔적도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거짓말 반응이야. 저 사람.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리고 금방 퇴각할게.
가디언즈에서 탈주했다고 하는 사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왔다. 아무래도 에스티아는 에스티아 나름대로 그 대원의 말의 진위성을 체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맥박, 눈동자의 움직임, 호흡 등등. 그 모든 것을 체크하면서 에스티아는 분명하게 거짓말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어 드론에 달려있는 통신기를 통해 로벨리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숨기고 있지? USB가 거짓말인가? 아니면 다른 뭔가를 또 숨기고 있나? 대답해라. 경우에 따라서는 거기서 즉결처분할수도 있어.
"패배자의 비겁한 본성이겠지. 안 그래?"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숲을 향해서 나아가려는 이들의 앞을 향해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꽁꽁 얼어붙는 사람의 형태를 한 얼음조각상이었다. 허나 그것은 땅으로 떨어지며 그야말로 산산조각났다. 팔, 다리, 손, 얼굴. 그야말로 처참하게 깨져버린 광경. 그것은 사람인 것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조각상이 사람이라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내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면 여성 두 명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쪽은 검은색 빵모자를 쓰고 있으며 연한 회색빛 단발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이었다. 웨이브가 녹아있는 앞머리카락이 가슴가까지 내려오며 생글생글한 연한 푸른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피부가 정말로 새하얀 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쪽의 여성은 진한 남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야말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진한 남색 눈동자는 살짝 죽은 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감정이 없는 것은 존재인 그녀는 조금 키가 상대적으로 검은색 빵 모자를 쓰고 있는 이에 비해서 작은 편이었다.
"...배신자 발견."
"자. 자. 진정해. 진정해. 레이버. 일단은... 음. 그러니까 너희.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려나?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검은색 빵모자가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은 수첩 같은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일반적으로 쓰는 수첩이 아니라 마치 군사들이 가지고 있는 임무수첩 같은 것이었다.
"이거. 저기에 깨뜨린 패배자가 가지고 있던 건데... 그러니까 이름은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 3 기밀부대. 헤에. 그럼 너희도 그 제 3 기밀부대라는 뭐 그런거야? 패배자 주제에 꽤 그럴싸한 이름 가지고 있네. 응. 패배자에겐 너무나 안 어울리는 그런 이름이야. 아하하하! 아. 그건 그렇고 참 재밌더라. 그 패배자. 나무에 기대고 있는 상태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몸을 비틀거리고 있던데 말이야. ...대체 왜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왜 그런 모습으로 있었을까? 아하하하!"
이내 가져가라는 듯이 그 여성은 손에 쥐고 있던 임무 수첩을 있는 힘껏 대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집어던졌다.
"대장 로벨리아. ...그렇다면 에스티아와 아스텔도 있겠네. 그 패배자들. 그런 곳에 있었단 말이지. 응."
/만약 좀 더 추궁을 하거나 조사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혔을 이야기.11시 40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