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계술식 Præcénto Sanguis 흡혈귀가 다른 사람의 피를 취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 자신의 피를 소모하여 초상능력을 발휘한다. 흡혈귀 하나에 하나의 혈계술식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흡혈귀마다의 혈계술식은 다르다. 로젠크로이츠가의 흡혈귀는 그 혈통에 기인한 이유로 혈계술식을 여러개 가지고 태어난다.
▶천리안 말 그대로 천리(약 400km) 밖을 내다보는 능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약 200m 전방을 투시하는 정도의 능력. 후술할 능력인 궤도조작과 조합하여 멀리서 상대를 확실하게 사살한다.
▶궤도조작 자신의 혈액을 묻힌 투사체를 조종하는 능력. 시력에 의존하여 조종하기에 천리안의 보조가 필수적이다. 천리안과 궤도조작 두 가지가 조합된 상황에서 같은 사격으로 그녀를 이기려고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누가 보더라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고 표현할 만큼 곱고 귀티가 흐르는 첫인상을 보이게 한다. 만약 시대가 현대가 아닌 중세였다면 어떤 귀족가의 규수라는 느낌이었을터다. 이는 허니 블론드색의 금발과 165cm/48kg이라는 빼빼 마른 몸매인 것, 그리고 흡혈귀 특유의 하얀 피부에서 기인할 것이다. 다시 말해 햇볕에 뛰어놀기는커녕 과보호 속에서 자라서 건강해 보이지도 않고 세상 물정 모를 것 같다는 말이다.
다만 그 나름의 카리스마는 분명 존재했다. 자칫하면 콤플렉스가 존재할 만한 그런 첫인상도 고도로 훈련된 예법의 자세들을 본다면 우아한 귀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며, 산호색의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한다면 따뜻함보다는 오히려 반대되는 냉정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녀는 응시하는 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는 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계산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달밤 아래에서 만약 그녀가 누군가를 바라볼 일이 있다면 흡혈귀 특유의 눈동자가 월광에 반사되며 그러한 인상은 더욱이 강조된다.
복장을 말로 표현한다면 편하게 입으려면서도 동시에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사시사철 무언가를 걸친다는 느낌이다. 보통 입는 옷이라고 한다면 검은 원피스 위에 코트나 카디건 등으로 소매만 가리듯 걸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가리고 있는 것이 있다. 소매에 가려진 손등에는 로젠크로이츠가의 혈통을 증명하는 각인이 있다. 조직 내의 모두가 검은 장미의 문신으로 노스페라투의 소속임을 증명하듯, 로젠크로이츠가의 혈통에는 이름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장미에 얽힌 십자가 무늬를 가지고 태어나니까. 거기에 하나 더 물어뜯은 손톱은 무척 손을 상하게 하기에 그것을 보이는 것도 그녀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성격
대부분에 상황에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고 존댓말로 예의를 표한다. 다만 감정이 드러난 말에는 반말하고는 한다. 다만 이 예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격식을 차린다는 것으로, 꽤 냉정하게 상대에게 도발이 될 만한 해석을 낳고는 한다. 그렇게 말해놓고 상대가 만약 발끈한다면 마치 딴청을 피우듯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데 해석을 과하게 한다며 도량이 좁다고 한번 더 쐐기를 박아 줄 정도로 아군보다는 적을 만들기 좋은 무척 나쁜 성격이다.
다만 대조적으로도 상대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 역시 과잉 해석 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믿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둔다. 이 때문에 제 측근인 늑대의 말조차도 내색은 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론 여러 해석으로 사색에 빠지곤 한다. 이 해석과 아래의 강박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조차 있을 정도라면 말을 다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짜놓은 판을 성사한다는 강박에 기인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성사하는데 수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가지 길의 성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그녀의 성격이다. 매사에 귀찮다고 푸념은 해대지만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하나를 찾으려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니까.
나쁜 말버릇만 고친다면 좀 더 조직 운영이 쉬울텐데 절대로 그런 부분을 고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능력 사항
◆혈계술식 Præcénto Sanguis 흡혈귀가 다른 사람의 피를 취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 자신의 피를 소모하여 초상능력을 발휘한다. 흡혈귀 하나에 하나의 혈계술식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흡혈귀마다의 혈계술식은 다르다. 로젠크로이츠가의 흡혈귀는 그 혈통에 기인한 이유로 혈계술식을 여러개 가지고 태어난다.
▶천리안 말 그대로 천리(약 400km) 밖을 내다보는 능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약 200m 전방을 투시하는 정도의 능력. 후술할 능력인 궤도조작과 조합하여 멀리서 상대를 확실하게 사살한다.
▶궤도조작 자신의 혈액을 묻힌 투사체를 조종하는 능력. 시력에 의존하여 조종하기에 천리안의 보조가 필수적이다. 천리안과 궤도조작 두 가지가 조합된 상황에서 같은 사격으로 그녀를 이기려고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흡혈귀의 약점 흡혈귀의 근원에 있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확실한 것은 흡혈귀가 약점을 가지게 된 것은 그들이 성스러움을 배척해 저주받은 존재라는 소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①햇볕 흡혈귀는 햇볕에 취약하다. 제아무리 밤에 활개 치는 흡혈귀조차도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혈계술식을 사용할 수 없으며, 햇볕에 살갗이 닿으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화상을 입고, 전신이 노출된다면 수분 이내에 전신이 타오르며 사망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에 활동하는 흡혈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차양 기능을 활용하는데 이는 흡혈귀를 안다면 정체가 들통나기 쉬운 약점이다. 또한 그런 준비를 하더라도 언제나 햇볕의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비 오는 날이나 해가 지는 저녁 어스름에는 햇볕이 조금 남아있어도 예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듯하다.
②성스러움을 거친 물건 십자가를 두려워한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는 '십자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스러움이 있었나'가 흡혈귀의 약점 유무가 된다. 십자가 자체로는 무기가 흡혈귀에게 무기는 될 수 없지만 이런 성스러움을 거친 물건을 무기로 사용하거나, 그것을 녹여 총알이나 무기를 만들었을 때는 흡혈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성스로러 의식을 거친 성수 역시 똑같은 효능을 발휘한다. 알리테아 공화국에 이런 성스러움을 만들 수 있는 교회가 없는 이유는 흡혈귀들의 로비때문이다.
③흡혈충동 흡혈귀는 피를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종족이다.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혈계술식을 쓰지 못할뿐만 아니라 점점 피를 요구하는 갈증에 시달리며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인간이 아사하듯 흡혈귀 역시 피를 먹지 못해 아사할 수 있다. 피의 종류는 관계가 없지만 인간이 아닌 것의 피는 보통 맛이 없다. 그렇기에 인간의 피는 흡혈귀들에게 있어 꽤 중독성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프레데리카의 약점 그녀가 애용하는 Mini-14 반자동 소총과 거리가 없다면 그녀는 일반인보다도 무력하다. 때문에 근접에서 호위할 인력이 필수다.
■기타
◆노스페라투 파밀리아의 오피셜 보스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로젠크로이츠의 사망으로 그녀는 흡혈귀들이 만든 밤의 세계의 조직인 노스페라투 파밀리아의 보스로서 계승했다. 이 조직은 직계 흡혈귀 혈통인 로젠크로이츠가가 지배하며 아래 하위 조직에 이르기까지 로젠크로이츠의 방계 혈통 흡혈귀들이 소속되어있다.그녀는 막시밀리안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약 5년간 절연상태로 세상을 떠돌다 돌아왔기에 그녀를 공식 입장에서 지지하는(사적으로는 아니다) 막시밀리안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콘실리에리, 야엘이 없다면 지지기반이 매우 약하다. 하위 조직에서는 방계를 내세워 직계인 프레데리카를 쳐낼 이야기가 조직 내의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노스페라투 파밀리아는 알리테아 공화국의 정계와 돈이 되는 사업 모두에 개입하고 인간들의 피를 유통하는데, 이를 노리는 이종족의 조직들과도 삼분지계의 상태기에 외부적으로도 현재의 조직 상황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절연과 관련하여 본래 그녀는 일반적인 흡혈귀와 달리 인간을 해치거나 불합리한 계약 등으로 피를 얻어 생활하는 것에 윤리적인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런 피와 관련된 일을 주도하는 것 역시 자신의 가문이었기에 그 역시 프레데리카에게는 불쾌한 영역에 속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아 18살의 어느 날 그녀는 로젠크로이츠가와 절연하고 인간과 어울려 살기를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5년의 생활은 그녀가 흡혈귀와 가문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만을 가져왔지만. 그게 오래전 거두어들였던 책임을 져야 할 늑대에게도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녀의 망가진 꿈 때문에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늑대를 거두어들인 흡혈귀 그것은 그녀가 갓 두 자릿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비 오는 길가에 쓰러진 늑대를 주웠다. 이상하게도 그 늑대를 동정하고 연민해서 그녀는 늑대를 거두어들였다. 그 늑대가 자라 가장 가까이하기 싫었던 조직의 윗자리에 올라간 사실은 절연하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이유기도 했다.
◆흡혈귀로서의 특징 흡혈귀를 일반적인 인간과 구분하는 법은 흡혈귀가 형질을 숨기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송곳니가 긴 것과 달빛을 받은 눈동자가 빛이 나는 것 두 가지인데, 평소에는 이 두 가지를 숨기고 다닐 수 있다.
자명종에서 아날로그 특유의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자 프레데리카는 본능적으로 눈을 뜨고 일어났다. 여느때처럼 옷매무새나 목을 만져보니 역시나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잠을 자는 중에도 언제 실각할지 모른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악몽을 만드는 것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시 말해 눈을 떠도 지옥이고 눈을 감아도 지옥이었다.
"빌어먹을."
프레데리카는 그런 지옥을 저주하듯 가벼운 욕지거리처럼 중얼거렸다. 저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본인도 충분히 알고있지만. 거기에 한번 더 한숨을 내쉼으로서 일과의 시작을 알렸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슬슬 해가지고 어둠이 드리울 시간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지금의 시간이 저녁의 시작이겠지만, 흡혈귀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이른 아침이다. 인간에 맞춰서 한번 망가뜨린 생활패턴을 한번 더 망가뜨려 원래대로 돌려놓은것도 이제 꽤 적응이 된다. 처음에는 죽을맛이었는데 라며 프레데리카는 과거를 떠올린다.
"일단은 샤워부터."
자기 자신에게 명령하듯 중얼거리는 프레데리카는 찝찝한 네글리제 원피스를 벗어던지고는 바로 뜨거운 물에 땀을 씻어냈다. 밤의 일과는 보통 이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 였으니까.
"...역시 훌륭하네요."
그 샤워의 찰나에 이미 갈아입을 옷이 샤워실 바깥에 있는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사용인의 인기척을 느꼈으니 프레데리카에 있어서 그것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였다. 이것 또한 일과에 있어서 챗바퀴처럼 도는 일 중에 하나였을 뿐이니까. 따로 사용인이 옷을 입혀준다던가 하는 일은 사양이었기에 프레데리카는 거칠지 않은 동작으로 옷을 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갈아입고는 침실을 떠나 저택의 거실로 걸어나갔다.
"야엘. 해가 떠있는 동안 별일은 없었나요? 있어도 없었다고 답해주세요."
거실 중앙의 소파에 앉아서 바로 응시한 것은 조직의 콘실리에리, 야엘. 오늘은 또 어떤 말로 살살 긁을지라고 프레데리카는 생각하며, 소파앞에 놓인 카푸치노를 마셨다.
소파에 온몸을 가라앉히고 얼굴을 문지르는 것마냥 양손을 움직였다. 예민한 귀는 초침이 움직이는 소음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처리해야하는 사안들과 주변 조직들의 추가 정보들 같은 것들을 추려내고 분류해서 대충이나마 정리해놓은 서류 한뭉텅이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문지르던 손 틈을 비집고 드러난 눈동자가 시간을 헤아린다. 오후 여섯시 오십분이 되기 십분 전. 남은 시간- 십분. 가라앉아있던 몸뚱이를 일으킨다. 좌우로 고개를 꺾어 경직되어 있는 근육을 풀어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체에 활기가 돌았다. 야엘은 남은 신체에도 활기를 보내기 위해 한껏 기지개를 해보였다. 저 멀리, 자명종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저택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아주 많았죠. 아가씨. 매일 그렇게 말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나는 이제 지겨운데요. "
무표정하던 얼굴을 무너트리고 야엘은 입가를 당겨올려서 웃어보였다. 가늘게 뜬 눈동자로 소파에 앉아 카푸치노나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본 것도 잠깐이다. 야엘은 현실을 들이밀 듯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 한뭉텅이를 가까이 밀어주며 웃음을 거둔다. 현 조직의 보스를 대하는 것 치고는 몹시도 불온한 태도였지만 말투만큼은 제법 예의를 갖추고 있어서 상반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었을 것이다. 서류 뭉텅이를 밀어둔 채 야엘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사설은 덧붙히지 않았다.
"야엘, 혹시 바닥에 팽이같은거 돌아간다던가 찾아보실래요? 제가 싫어하는 말이 몇개있는데.."
팽이는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인 인셉션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그 영화의 주제로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데자뷰라는 말이에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예전이 이미 겪은거같은거. 꿈에서 아주 절 괴롭히는게 신났는지 똑같은 장면을 봤단말이죠. 아주 신나. 빌어먹게 신나."
프레데리카는 마치 열변하듯 지금의 상황을 비꼬아댔다. 그러곤 나이프와 포크로 흉하지 않게 크로와상을 잘라 아침끼니를 때우며 서류를 꼼꼼히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몇몇개는 예측 범위내에서의 행동이었기에 별로 문제될 것도 없고 사인해서 결재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예의주시하던 하위 조직에 대한 첩보쪽의 보고였다.
"밀수를 담당하던 와일드팽 무역이 골든 트라이앵글의 환혹의 숲과 만남을 가졌다라. 정말 훌륭하네요. 아버지때에도 약에는 손대지 않는게 철칙이었는데. 이젠 그 아버지조차 없고 저는 만만한 바지사장이니 한탕해서 수익을 엄청나게 불려보고싶은가봐요. 이걸 상급자 입장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못하겠어요. 어쩔까요? 상으로 하얀가루 봉지를 털어다가 머리에가 탈탈 털어주면 좋겠는데."
와일드팽 무역은 이 흡혈귀들의 조직인 노스페라투 파밀리아의 하위 조직이 위장으로 세운 회사였다. 프레데리카의 아버지 때에는 그의 뜻에 따라 마약에 관해서는 전혀 손댈수가 없었는데, 그가 사망한 이래에 슬슬 삐걱거리기 시작해 동남아의 마약산국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드라이어드들의 조직인 환혹의 숲과 손을 잡으려보다. 이런 하부조직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프레데리카는 이 통제할 수 없는 부류의 변수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돌려까는듯한 말에는 감정하나 없이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지만서도.
야엘의 눈썹이 튀어오르는 위로 치켜올라가고 양손을 허리에 걸치며 후- 한숨을 뱉어냈다. " 어차피 할거면 불평없이 하지 그래. " 불손하기 짝이 없는 태도와 함께 쏟아낸 말은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저렇게 상황을 비꼬는 말투를 듣고 있으면 선대랑은 영 딴판이다. 말투를 비교하는 게 웃기지도 않지만 저 비아냥대는 말투만 고치면 선대의 반의 반만큼 따라갈 수 있을텐데… 겨우 저 멀리 도망치려는 냉정을 붙들고 손을 내려서 적당히 예의를 갖춘 자세로 되돌린다.
서류를 살피며 아침 - 자신에게는 저녁이지만 어쨌든 -을 먹는 모습에 야엘은 입을 열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철칙이었다. 아니 사실은 선대에게 하던 것을 그대로 행할 뿐이다. 프레데리카의 말을 듣자마자 야엘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짚었다. 프레데리카의 말을 곱씹고 정리하면서 봤던 내용들을 뒤져본다. 아, 그건가.
" 냅두죠. 어차피 꼬리가 밟힌다는 것쯤은 와일드팽에서도 알고 있을거고… 한탕해먹고 날아버리기 전에 치면 와일드팽과 환혹의 숲 모두를 치워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라는 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야. "
튀어올랐던 눈썹을 아래로 한껏 내리면서 야엘은 말을 이었다.
" 버려야할 말과 버리지 말아야할 말을 정확히 구분하는 게 좋을겁니다. 이도 저도 안된다면 아예 상대의 말을 이쪽으로 당겨올 방도를 물색하던가 - 라는 건 선대께서 선택하실 방식이지만. "
빙빙 돌려가며 말을 고르고 있지만 결론은 선대가 무슨 결정을 했을지를 떠올리고 리스크를 줄이라는 말이다. 야엘은 늘 이런식으로 꼬박꼬박 선대와 당신을 나란히 두고 비교했다.
"틀렸어요. 야엘. 어차피 할거면 불평없이 하자가 아니라 불평을 함으로서 어차피 하는거에요. 두 말의 차이를 아시겠어요?"
프레데리카의 그 말은 깐죽대는 궤변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에 상황에 있어 깐죽거리는 말은 나름대로의 긁어오르는 말이었다. 야엘이 프레데리카를 인정하지 않아 불손한 태도를 취한다면 그만큼 당한만큼 돌려준다가 그 성격나쁨의 근원과도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다시말하면 냉정을 유지하고 그런 말을 내뱉는 것조차 프레데리카는 더 신경긁는 말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야엘의 의견대로라면 제가 제 손을 더럽히는 게 싫은 걸 아실거에요. 따라서 한탕해먹고 잘먹고 잘살기전에 치워야겠죠. 치워야하는데 제손을 더럽히는건 역시 싫으니까. 여기선, 아버님이었다면의 이야기가 됩니다."
여전히 말투나 태도에서의 프레데리카는 상관으로서는 최악의 태도였지만서도, 손은 놀지않고 아날로그한 만년필을 잉크에 찍어 나머지 안건을 검토하고 기각하거나 통과시키거나를 반복했다. 인성은 최악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일처리에 있어서는 그 아버지의 반은 따라가지 않을까.
"아버지는 아버지고 저는 저예요. 이 말을 처음 말했을 때부터 세어서 오늘로 1024회네요. 컴퓨터 분야에서 잘쓰는 단위에요. 전 아날로그 방식이 더 좋지많요. 기계는 고장나면 업무가 꼬이니까. 잡설은 이쯤하고 그래서 결론짓자면 굳이 이도저도 아니게 할 수는 없죠."
테이블 아래의 서랍에서 나무를 깎아만든 병정 두 개를 테이블 위로 올린다. 자세히 보면 이 테이블은 빛이 바랜 체스판 무늬였다. 그것도 프레데리카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안이 즐겨쓰던.
"여기 이 병정이 저희 와일드팽이고, 이쪽의 병정은 일단 설명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여기서 하나더."
말을 탄 기사 인형을 한 개 더 테이블 위로 올린다. 이쪽은 앞선 두 개의 병정처럼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이게 환혹의 숲. 그쪽은 이제 기껏해야 3-4년 내외의 신규 조직인데. 나오려면 최소 기마병정도의 간부입니다."
병정은 폰. 기마병은 나이트를 의미했다. 그러니까 환혹의 숲은 최소한 똘마니가 아니라 어느정도 경력이 쌓힌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으로 접선을 했다는 의미였다.
"저희한테 있어서 이 와일드팽이라는 병정은 무척 쓸모없는 말이 된거에요. 이래도 저래도 몇턴내로 먹힌다. 그런 의미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냥 내줘버리죠. 근데 좀 빨리할거야."
그러고는 지칭하지 않았던 나머지 하나의 병정을 집어 들어 말했다.
"카포중에 한 분 계시지 않던가요? 지난번에 약점잡아서 불만좀 쌓힌분. 그 약점이 뭐였더라? 아, 기억났다. 인간이랑 몰래 연애했었는데. 그걸 청산하다가 들켰죠. 뭐 그럴수 있어요. 저는 개방적이라 인간과 저희 흡혈귀가 연애한다고 아무말 안해요. 오히려 제 아래로 통제도 못하는 양반들이 나때는 거리면서 훈수 한마디 두시고는 하죠. 늙어빠져서는. 아무튼, 그분 슬슬 자기 아래에 두고 있는 분들이랑 하위조직으로 독립도 하고 싶어하시고, 타이밍 좋겠다. 와일드 팽을 적한테 줘버리고."
언제 손톱을 물어뜯었는지 프레데리카의 손에서는 피가 스며져 나왔다. 마치 이걸 위해 그랬다는 듯이 설명하지 않았던 병정에 그 피를 묻히고는 손에서 빙글빙글 굴리다 하늘에 던졌다. 그리고 하늘에 던져진 병정은 아래로 떨어지는게 아니라 궤도를 그리더니, 기마병에게 날아가 기마병을 넘어트렸다. 이것의 프레데리카의 혈계술식이었다.
"마침 그 청산의 이유가 인간쪽이 약으로 중독되었다던데 그 약이 동남아였다던가? 좋은 기회네요. 당분간 밀수쪽에 손해는 있어도 이러면 저한테 불만은 커녕 빚을 하나 가지는거죠. 전 폰하나를 버리고 다른 폰으로 나이트하나를 먹는거에요. 아버지랑 다르게 저는 체스룰같은건 모르지만."
프레데리카는 능글맞게 비웃으며 해당 안건에 대해 결론지었다. 아버지와는 다른 의미의 불쾌한 정리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