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하지 않았다.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도 있지만 한번 놓쳐버린 냉정을 다시 놓쳐버리지 않도록 의식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우습지도 않은 변명일수도 있겠지만 야엘은 그렇게 스스로를 붙잡아야만 했다. 사냥개, 인가. 야엘은 프레데리카의 말을 속으로 따라 읊었다. 비오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프레데리카의 질문도 기억한다. 선대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했던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상관없다며, 이제와서 평범하게 사는 건 무리라고 대답했던 것도 같다. 야엘의 눈썹이 위로 튀어올랐다. 마지막 질문은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히 행한 행동이었다.
그때, 프레데리카의 마지막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 마지막 질문을 떠올리기 위해 생각을 거듭했지만 떠오르지 않고 그 자리에 채워지는 건 질문을 할때마다 프레데리카가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불안대로 프레데리카는 사라졌다. 5년이라는 시간만큼의 거리와 곪아버린 상처의 크기만큼 5년 분의 감정의 골이 쌓였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온 프레데리카를 보며 야엘은 사무적으로 선대의 뜻을 전달할 뿐이었다.
" 이제와서, 너무 늦었지. 굴러가지 않을 톱니바퀴를 되돌려봤자 시끄러울 뿐 돌아갈리가 없잖아요. "
터지지 않은 채 크기만 부풀어서 잔뜩 곪아버린 상처가 아파서 야엘은 핸들을 쥔 손을 잠시 풀어냈다가 다시 쥐었다. 지독하게 나쁘고, 못된 사람 같으니- 사람이 아닌 흡혈귀지만 어찌됐든 못되고 나쁘다. 웃음이라도 터트리고 싶은데 야엘은 웃을 수가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프레데리카의 말이 야엘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 그게, 내가 아가씨를 보좌하는데 필요한 사안인가요? "
목적지에 다다른 차가 부드럽게 정차하고 야엘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걸고 시동을 끄고 나서야 프레데리카의 말에 질문을 했다. 하지만 답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운전석에서 내리고 차를 빙 돌아 뒷좌석에 다다른 야엘의 손이 뒷좌석 문을 열었을 것이다.
왠일인지 돌아갈리가 없다는 야엘의 말에 프레데리카는 거짓없이 그것을 깨부수겠다는듯 웃었다. 비웃는 것은 아니였지만 이게 그녀답다고 해야할까. 거기엔 포기를 모르는 느낌이 담겨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영원히 안될거 같이 말하는건 제 역할인데. 저는 안될거같은 0%의 확률에 셀수없을 만큼 작은 1을 하나 집어넣는 사람이라구요?"
그건 프레데리카의 강점이었다. 불평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말하고 불평을 늘어놓아도 영원히 불가능한건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모두 처리했다. 선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그녀는 이 옅은 기반에서 불가능을 없애놓았으니까. 하나 더 프레데리카가 이 말에 덧붙이는 게 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실패는 도망쳤을때 이미 모두 끝냈다고.
"노스페라투의 사냥개로서는 아닙니다. 단지 사람으로서의 야엘에게는 해야할 말이라는겁니다."
문을 열고 현장으로 나선 프레데리카는 계단을 올라서며 뒤돌아 보고는 말했다.
"황혼으로부터 여명까지. 선과 악도 모두 붉을 뿐이라면 그런 세상을 저는 떠나고 싶었어요. 그 이유입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좋은 소식을 가져올테니까."
그것으로 프레데리카는 더 이상 뒤돌아 보지않고는 현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앞으로는 같은 조직이라도 호위가 허용되지않는 1대1의 영역이었으니까.
어딘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야엘은 눈썹을 위로 치켜올렸다가 가느다랗게 눈을 가늘게 뜨고 프레데리카를 바라봤다. 저 웃음에 애정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정정하자. 지금도 저 웃음을 보면 자연스레 애정을 느끼고 만다. 있는대로 하기싫다는 불평을 늘어놓고 불가능할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에는 완벽하게 처리해내고 마는 프레데리카의 말은 선언과 같아서, 야엘은 프레데리카를 보던 시선을 돌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요. 좋을대로. " 하는 말은 체념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뒷문을 닫고 차를 등지고 서서, 계단을 오르는 프레데리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야엘은 입가를 당겨 웃어보였다. 그 모습은 프레데리카가 기억하는 모습과 같았을까. 아마 같았을 것이다. 다만 그 웃음은 곧 사라지고, 야엘은 양팔을 자연스레 내리고 자세를 천천히 바로잡은 뒤 " 그때 이야기해주지 그랬어요." 어금니를 물며 눌러뒀던 원망과 증오, 서운함이 뒤엉켜서 경계선이 희미해진 감정의 일부를 담은 말이 프레데리카의 등 뒤로 향했지만 딱 그것 뿐이다. 야엘은 더 말을 잇지 않고 가벼운 목례로 프레데리카를 배웅한다.
첩보팀 - 내부 감사, 타 조직 첩보, 암살을 다루는 부서. 프레데리카 曰 "유능한데 너무 유능해서 무서움." 가장 은밀하게 움직이는 부서. <- 이쪽을 야엘 소속으로 할지 고민중 그경우엔 야엘 때문에 이쪽은 친 프레데리카 세력
자금팀 - 재무, 회계를 다루는 부서. 프레데리카 曰 "주판굴리는 노인네들" 보통 법무팀에서 한참 굴리다 나이 지긋하게 든 사람들이 명예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별칭으로 원로회라고도 불림. 주로 막시밀리안때에 옮겨간 사람들이 많기에 시험해보자며 중립파.
법무팀 - 조직내 법무대응을 담당하는 수서. 프레데리카 曰 "꼴에 엘리트들이라 콧대가 높아요." 다른 자금팀을 제외하고는 암흑가스러운 루트로 멤버가 모인다면, 이쪽은 조직을 나가서도 러브콜 받을 만큼 사회의 엘리트를 채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법률적 자문 뿐만아니라 다른 지식까지 평가해 가장 양질의 조직원을 채용한다. 이쪽은 돈을 많이 주는 쪽을 좋아해서 중립파.
영업팀 - 보호세, 협력업체와 거래, 혈액팩유통, 하위조직과의 거래등에 나서는 부서. 쉽게 말해 자금을 회수해오는 쪽. 프레데리카 曰 "돈 냄새 맡는걸 제일 좋아하는 녀석들" 행동팀에서 짬이차고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들을 옮겨 배치한다. 행동팀만큼은 아니지만 이쪽도 험한일에 끼이기 쉽기때문에. 행동팀 만큼은 아니지만 7할정도는 반 프레데리카파.
행동팀 - 조직간의 항쟁. 인간을 담가서 혈액팩 만들기. 더러운일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부서. 프레데리카 曰 "너네 밥그릇 치워버리고 싶어" 보통 뒷세계에서 조직에 들어오면 시작은 행동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혈기왕성한 부류다. 이쪽 부서는 머릿수는 많지만 예산배정상 박봉이기때문에 더러운 일을 많이하고 버는건 적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다. 프레데리카를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완전히 반 프레데리카 파.
프레데리카가 그렇게 안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2시간.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원로회와 프레데리카만의 비밀조항이된다. 건물을 빠져나온 그녀는 아무래도 지친 모양인지 격식을 차리지 않고 기지개를 쭉폈다. 그래도 표정만큼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그녀는 딱히 자기 감정이 드러내는 표정을 의도하지 않는 한 드러내고 다니니까.
"오늘 원로회를 좀 다시보긴 했어요. 제가 움직이기도 전에 밑준비를 다해놓으셨더라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 역시 막시밀리안 대에서도 약은 금기였다는 점일까. 수익성을 때놓고 인간의 혈액을 얻는게 주 목적중 하나인 입장에서 그 혈액을 더럽히는 약에 손댄다는건 리스크가 크다는 걸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은 자금 흐름만으로도 의심하고 있어서 예산 조정을 준비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협조 조건은 의외로 삐걱이는 점 없이 원만하게 흘러갔다. 프레데리카라면 이렇게 매끄럽게 흘러가는게 더 무서운데라고 하고싶을 정도로.
"사적인 이야기로는 와일드팽은 이제 저희와 관련없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외에도 첩보팀과 연계하여 회사내부의 장부도 조사해본 결과, 프레데리카가 승계하기 이전부터 분식회계의 흔적이 나왔다고 했다. 그렇다는건 막시밀리안의 부고직전에 무언가 있었다는 말일까. 프레데리카는 이번 일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원로회가 기대하는 것도 막시밀리안의 부고와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에 대한 과제일 것이다.
"숙제 하나를 끝내니 숙제 하나가. 뭐 이 숙제는 애초부터 아버지가 내놓은 숙제기도 했죠."
죽음에 대한 비밀. 그것에 대해서는 조직의 어디에서도 금기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가 금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것을 입에 담으려는 자를 침묵시키며.
야엘은 보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지만 프레데리카가 튀어나와서 보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잠깐 제쳐(잊고있는)둔 상태로 하면 >>268의 두번째 맥락에 대해 뒤늦게 알았다고 하고 내부의 적 같은 경우는 아예 몰랐다고 하면 되겠네. 마지막이야 옆에서 서포트하는 중이고(현재진행형) 음 프레데리카주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있다는 걸 아니까 신중하게 선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
굳게 닫혔던 현관이 열리는 소리에 야엘은 현관을 등지고 본네트에 비스듬히 기댄 불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분명 현관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소리라던가로 미리 알았을테지만 그 비스듬한 자세를 바로 세우고 돌아보는 건 프레데리카가 건물을 빠져나와 기지개를 펴는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자세를 바로잡았을 때 뚝뚝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한시간은 족히 지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야엘은 프레데리카를 위해 뒷문을 열었다.
" 그래보여도 한때는 법무팀에 있던 분들이니까요. 선대께서 지켜오던 금기를 어겼으니 의심은 충분했다고 보고. 첩보쪽은… 처음 듣네요. "
선대의 유언과 보스 승계에 대한 것들 때문에 신경을 쓰느냐고 아예 감도 못잡고 있었다. 야엘은 그런 것에서 자신의 존재가 여전히 이 노스페라투 파밀리아 내에서는 이레귤러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만다. 섭섭하다던가, 불쾌하던가의 감정은 없었다.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잊고 있던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는 것 뿐이다. " 저택으로 돌아갈게요. " 야엘은 별거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프레데리카에게 이야기하고는 운전석에 올라앉는다.
" 아. "
소리가 되지 못한 반응이 야엘에게서 뒤늦게 나왔다. 프레데리카가 말한 숙제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게 웃겼지만 어쨌든 야엘은 핸들을 느슨히 쥔 채 강하지 않게 - 듣는 사람은 머리가 깨진거 아냐? 하는 반응이 나올정도지만 - 이마를 박은 채로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고개를 든 뒤 아무렇지도 않게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키며 빨갛게 변한 이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