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마다 자신이 청각이 예민한 늑대인간이라는 점이 싫어진다. 아무것도 듣지 못해서 뭐라고 했냐고 되묻지도 못하니까. 냉정해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프레데리카의 말을 듣자마자 어금니를 물어내며 삼켰던 말들을 쏟아냈음이 분명했기에 야엘은 마른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당신을 향한 감정이 원망인지 증오인지 서운함인지 모르겠다. 모든 감정들이 엉켜있어서 경계조차 희미했다. 미운데, 온전히 미워할 수 없고 그걸 대놓고 털어놓기에는 당신이 없던 기간은 길어서.
" 주인이라는 자각이 있기는 한가봅니다. 아가씨? "
소음기를 달았다고 하더라도 그 소음을 받아들이는 게 늑대인간인 야엘이다보니 첫 총성이 울려퍼지는 순간 야엘은 핸들을 붙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목소리를 높혀서 프레데리카의 말에 대꾸했다. 두번째를 지나 세번째의 총성이 들리자 야엘의 표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정도로 찌푸려져 있을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들린 총성에 고막이 다 먹먹했기 때문이다. 덧붙혀서 세발의 탄환으로 차량들이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전복되고 부딪히는 소리까지 파고들었기 때문도 있었다. 골이 다 흔들리는 감각이 불쾌해서 야엘은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며 악셀에 올린 발을 옮겨서 그대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하게 밟은 탓에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거칠게 긁으면서 차가 크게 흔들렸다.
" 알고 있었잖아요? 그건 상관이 없는데- 미리 말을 해요. 좀. 혼자서 생각하고 결론 내린 뒤에 행동하지 말고. "
차가 멈추자마자 오늘 처음으로 쏘아붙히는 목소리로 말하며 야엘은 상체를 돌려서 프레데리카를 똑바로 응시했다. 아니 노려봤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일단 야엘은 공백 기간동안 수십번이상 프레데리카를 죽이는 상상을 했을 것 같거든 그러다가 자기한테 환멸하고또 반복하고 무뎌지고 있을 때쯤 프레데리카가 돌아오고 상처는 터졌지, 상처를 낸 프레데리카는 아무것도 말을 안하는 상태에서 저 말을 들었기 때문에 저 상황에서 저런 반응을 보인거야
설명 안하고 넘어가서 다음 답레에 쓰려고 했는데 👀
>>200 앗 if의 프레데리카가 좋지만 지금의 프레데리카가 더 좋다 인간성은 중요하지 흡혈귀지만
애써 울분을 토해내려 하지않고 억지로 그것을 눌러놓는 야엘을 프레데리카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걸 건드리는 것이 불난 곳에다가 기름을 뿌리는 것과 같이 타오르는게 분명했기에, 딱 견딜 수 있을 만큼 괴롭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프레데리카는 너무나 서툴렀기 때문이다. 주인행세도 책임을 지지 못한것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몰랐기에, 상대의 상처에 뜨거운 인두를 가져다 대는 것같은 서투른 접근을 한다.
"저는 역시 남에게 뭐든 떠넘기는건 싫네요. 그래서 제 멋대로 생각하고 결론지어서 제가 편한대로.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잘못되더라도 욕은 제가 다 먹는것도 편하거든요. 아무도 믿지않는다는건 반대로 말해서 대부분의 책임을 저한테로 돌리는 거에요. 다시 한번 운전하고 있는데 귀찮게해서 미안해요. 차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추격자를 따돌리라고 하고싶진 않았어요. 그건 주인의 잘못이니까요."
그건 상냥함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책임감이 있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상냥함이라고 부르기엔 성격이 매우 나빴고, 책임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포자기한듯한 그런 행위. 그렇다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하는가. 애매하기 짝이없는 말을 프레데리카는 이 애매하기 짝이없는 도로한복판에 멈춰진 차량에서 그렇게 말했다.
프레데리카의 말에 야엘은 체념한 것마냥 꽉 깨물고 있던 어금니를 부득 갈면서 평소보다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원망하고 미워하지도 못하게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다가오는 것보다 차라리 그 반대가 낫다. 그렇다면 다가오지 말라고, 싫다고 이야기하고 속이라도 편해질텐데. 눈을 질끈 감으며 야엘은 옆자리 좌석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애써 냉정을 다시 되찾았다.
" 선대의 유언으로 아가씨를 내가 보좌하는 이상,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거, 잊고 있는 건 아니지? 그래… 멋대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는 건 좋아요. 그게 아가씨의 성격이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어. "
냉정을 되찾았다고 하지만 전혀 냉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옆좌석이 통째로 뒤틀리는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고 야엘은 뒷좌석에 앉아있는 프레데리카의 코앞까지 얼굴을 바짝 들이댔을 것이다. " 내가 왜 모르겠어요, 안그래? " 이어지는 말은 언어라기보다는 으르렁거림과 똑같았다. 수초, 아니 수분정도 지났을지도 모른다. 야엘은 프레데리카를 노려보던 시선을 돌리는 것과 같이 상체도 돌리며 뒤틀린 옆좌석을 제자리로 돌려놓고는 악섹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을 것이다.
" 털어놓는 건 내가 아니라 아가씨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어요. "
노려보고, 으르렁거리던 것은 착각이라는 듯 야엘의 반응은 평소와 똑같았다. 아니 정말로 똑같았을까.
아 하나 물어봐도 괜찮으려나 야엘이 막시밀리안을 따르는건 분명 프레데리카에 거둬들여진 탓이지만 프레데리카는 어릴때 아버지를 따르는게 옳다고 생각하냐고 몇번이고 묻고 다른 선택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는걸 말하고싶은데 괜찮을까? 이건 그나마 프레데리카가 야엘을 상대로 약간 주도권을 잡는 이야기로 쓰고싶거든.
과거를 떠올려보자면 프레데리카는 분명 어느샌가 부터 아버지의 지시를 따르기 시작한 야엘에게 몇번인가 질문을 했다.
'아버지를 따르겠나요? 아버지가 앉아있는 자리는 피와 시체로 쌓아올려진 자리일텐데.' '평범하게 사는건 어때요? 굳이 손에 지울 수 없는 피를 적셔가며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 있어요?'
마지막 질문만큼은 어째서인가 야엘에게 있어서는 희미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 애증과 부재에 덮혀져 사라진것 일까? 그때도 분명 프레데리카는 언젠가 꼭 사라질 것만같이 그런 질문을 해왔다. 그게 실제로 일어났고, 돌아왔음에도 돌아온 자리에는 회복할 수없는 것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프레데리카는 어째서인지 그때의 과거처럼 말하는 것만 같았다. 주인으로서의 말이라기보다는 후회섞인 무언가가 더 담겨있었지만.
"저는 이제 와서라도 잘못 굴러간 톱니바퀴를 다시 도로 돌리는 나쁜 사람이에요. 그야 후회하니까. 근데 그건 어떠한 말로도 용서받기는 힘들잖아요? 이제 와서 말이죠."
그랬다. 이제 와서라는 시간이 흐른것들이 얽히고 풀 수 없을 만큼 왔기에 프레데리카의 행동은 나쁠 수 밖에 없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할게요. 종종 저는 제가 모든걸 버렸을 때 무엇을 했는가 이야기해드릴거랍니다. 실패투성이라 욕하고싶어지는 도망친 프레데리카의 이야기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