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토고는 이 방법은 언제나 통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방법이 무슨 방법이냐? 운전하다 조금이라도 쿵 하면 뒷목잡고 나오는 그런 방법 아니더냐. 토고는 속으로 크크 웃으며 헬멧속에서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것은 표정에서부터 시작되니, 표정을 지으면 감정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면 목소리도 바뀐다.
"사과는 빨라서 좋네."
토고는 옥상바닥에 앉았다. 계속 일어서있기 귀찮은 것도 한 몫했다.
"니 딩가딩가 하는 건 좋은데, 밤에는 좀 자제하자. 딴 아들은 몰라도 내방은 방음이 잘 안되는기라. 아님 방음부스 따로 지어줄까?"
"...."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라고 생각하지만. 지한의 말주변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아. 이럴 때 타고난 혓바닥 서브가 그리워집니다.(혓바닥 서브 고려한 적 있다) 적어도 그런 게 아니고로 시작해서 같이 도우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설득을 할 수 있었을 거 아닌가요.
"다음 일정은 저도 없는 만큼. 의뢰에 명시된 만큼은 해야 합니다." 의뢰에는 분명 물품전달 및 수해복구에 도움을 요청이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하네요.
"저는 불량으로 의뢰를 수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알렌이 물자를 드는 옆에서 지한도 물자를 들려 합니다. 어쨌든 돕는다. 해야지요... 라는 생각의 지한입니다. 어쩐지. 본가에 가서 지한이는... 뭔가.. 수련을 하거나... 어색한 침묵 속의 식사나... 창을 날리는 살벌함이 보일 것 같다는 지한주의 생각이... 문제인가?
토고가 바닥에 앉자 강산도 바닥에 꿇어앉는다. 영성치가 중요한 마도사가 하기에는 좀 심한 자학이긴 했지만...사실 이전에도 항의가 들어왔었는데도 그걸 4~5개월만에 잊어먹고 이런 사고를 쳤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고 강산은 생각했다...기억이 돌아오니 창피함이 밀려온다.
토고는 바닥에 꿇어앉고 연신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하는 강산을 보니 약간 마음이 약해졌다. 이 녀석이 누구인가? 명색의 정주 주가의 아들 아닌가? 차라리 이쯤에서 용서해주고 빚을 지게 만드는 편이 훨신 이득이겠지. 토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좋다, 내 이번에는 용서해준다. 솔까, 그동안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았으니까 괜찮았는디, 이번에는 묘허게 귀에 거슬려서 그런거니께 그럴수있제." "방음부스 설치하고 마 그러는 건 귀찮제? 기냥 나중에 뭐라도 사도가. 고걸로 땡치고 넘어가자."
토고는 사람 좋은 목소리로 묘하게 바꾸며 그를 용서해주겠다며 아량 넓은 연기를 한다. 이래도 묘하게 죄책감을 가질 것 같으니 토고는 칩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키며 "우짜피 숙제 해야하는데 마침 잘됐네." 라며 농을 던진다. 여기서 숙제란? 게임의 일일미션 같은 걸 하는 걸 뜻한다. 매일같이 의무적으로 해야 해서 숙제라고들 부른다.
"지방의 집에 내려간 일은 몇시간 전 이미 끝났으니까요." 굳이 뭔가를 더할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을 하기로 한 거냐는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면 착각이 심화된다고 그만해애애..
"서산 쪽의 피해는..조금 그러니까요." 사실 생각해보니까 국회의원이라고 치면 서산지역 수해피해지역에 국회의원의 후계자(?)가 봉사하러 나온 느낌인건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 지한주. 역시 문제는 지한주였어! 지한주가 말주변이 없으니 캐도 읎는거야! 라는 생각은 뒤로하고는 편한 곳을 중심으로 알려주는 것을 지한은 깨달은 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알렌 씨는 절 헌터가 아니라 민간인 자원봉사자로 보시고 계신 건가요?" "너무 편한 곳 중심인 것 같습니다." 지나가듯이 물어봅니다.
가볍게 농을 던진 것인데 관심있어 하다니... 토고가 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별 거 없다. 그냥 가디언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캐릭터들을 성장시켜서 게이트로 보내 전투를 하거나 어느 거점을 지키는 식으로 디펜스 모드를 즐기거나 하는 그런 게임이다. 흔히들 말하는 캐릭터 가챠게임에 속하는 그런 게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UI랑 조작이 복잡해서 캐릭터를 자동으로 전투시켜도 되지만 직접 조종하여 상위 난이도나 보스 몬스터도 한대도 안 맞고 깰수있다는 점이 매력이라 할수있는 그런 게임.
"평범한 게임이다. 와? 다른 것도 보여줄까? 나귀자슥들 이란 레이싱 게임도 있는데"
나귀자슥들. 나귀를 의인화 하여 만들어진 나귀 캐릭터들을 키워서 짐을 잔뜩 싣고 달리기를 펼치는 레이싱 게임이다. 시작할때 짐을 얼마만큼 드냐에 따라 스피드가 빠른지 느린지 결정되지만, 게임의 승자를 가리는 방식에 등수도 포함되지만 얼마만큼의 짊을 실었는가, 실은 짐이 얼마나 가치있느냐 그것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고가치의 짐을 들어 빠르게 치고나가 등수와 가치로 승자가 될 것인가. 많은 짐을 싣고 비교적 느린 등수를 달성하더라도 짐을 통해 점수를 많이 받아 역전할것인가. 여러모로 전략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공격버튼이 있어서 몸싸움으로 짐을 떨구거나 손상될수있기에 아무것도 싣지 않은 나귀가 난동부리며 트롤행위를 하더라도 그것도 전략이기에 숨막히는 심리전도 일품.
"그렇게까지라니요. 할 일은 해야죠. 같은 헌터인데 저만 편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지한이는 지한주 때문에 눈새인 것 같다...이지만 지한도 알렌의 눈새적인 면모에 애매한 표정을 지을 것 같습니다. 악 성향에 가까웠으면 여기에서 빚을 잔뜩 지워서 앞으로도 상하관계에서 지한이 위로 대접받도록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한은 그럴 생각이 없어서 문제인가. 쯧. 이런 반대성향 같으니라고.
"분배가 되었으면 복구에 힘씁시다." 이렇게 투닥거릴 시간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게이트 발생이 눈치보고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라는 농담을 던지다가..
"푸하하, 그거 의념 시대 이전부터 전해내려오던 전통놀이잖나? PC에도 있고. 그런 건 다들 한 번씩은 건드려 보는구나."
지한이 거미카드게임을 언급하자 강산은 웃음을 터트린다.
"나 각성하기 직전 즈음에, 그때 내가 열살인가 그랬거든. 그땐 그거 초급도 그렇게 난해하고 어려웠었다. 그런데 각성하고 나서 해보니까 초급 승률이 왕창 올라가서 내가 이 쉬운 걸 그렇게 어려워했었나 하고 좀 허탈했었다. 의념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차이를 알 수 있었던 사례 중 하나였지."
지한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경험담을 꺼낸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다시 판을 살피고, 백돌을 놓는다.
" '아무 생각 없이 두는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다'라...그런가."
수비하는 입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뒀다간 지기 쉽상이지만. 아, 그래서 선수인 흑돌이 유리한가.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강산이었다.
수해현장의 봉사는 일단 기본적으로 찝찝함이 미묘하게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물이 질척질척한 것과. 훼손된 광경에서 물비린내가 나고.. 그런 것들이 지한은 좀 피곤하긴 하지만. 별로 내색하지 않고는 옮기려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적당하게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초대형 정도면 의외로 눈치볼지도 모르죠..?" 오히려 소형이 걍 날파리처럼 날라다닐 것 같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야. 날파리는 자꾸 눈앞에서 날아다니지만 않으면 신경을 끄고 관대해질 수 있지만 당장 집 안에 모르는 애가 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음.. 이쪽이 좀 심한 것 같네요" 여기가 직격으로 맞는 부분이었나.. 라고 중얼거리며 복구물품을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습니다.
"각성이... 늦다고 하긴 그래서 거미카드게임을 건드릴 때에는 이미 각성자였는데도 초급 위로는 올라가지도 않았지만요." 게임 관련...도 머리가 돌아간다. 라는 점이나 전략적 지휘면에서 도움은 될 텐데. 전혀 신경쓰지도 않았네요. 라고 말하는 건 일단기초지휘는 있긴 해서 그런 건가.
베니온이 무엇이냐니. 여전히 변함없이, 아니 무례하지 않을 수위로 적당하게 놀라움을 표현해내지만 속으로는 황당해한다. 대운동회로 떠들썩한지가 언제인데...? 가끔 은둔고수중에 수련에 집중하느라 바깥의 상식도 잊은 이들이 있다더니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대운동회에 참석한 삼교중 하나로 오스트리아에 본거지를 둔 학교여요."
대련상대중 보인 서방인들이 그 쪽 출신일 것이라 덧붙이면서 옆의 허수아비를 베어넘긴다.
"정교한 실력을 갈고닦기 위함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어요. 다만, 이번 경우엔 다 같이 점령전에 참여하여 협력을 해야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요." "...무엇보다 편입생의 입지가 이번 점령전의 결과로 정해질것으로 보이어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