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한없이 지금의 상황을 한 없이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 속편한 한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약속한 건 지키는 편이에요. 여태 솔직하게 말하겠다는 말도 지키고 있지 않나요?."
만약 4번 안에 아이스크림을 잡더라도 저로서는 실컷 좋은 구경거리를 관중으로서 지켜보았으니 크게 손해보는 내기는 아니었다. 소녀의 생각에 저는 제가 밑지겠다 싶은 것은 왠만해서 시작하지 않는 편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지극히 감정적인 이유로 밥값을 거는게 말이될까 싶지만 그렇게 세세하게 하나하나 따지기엔 그녀의 기분 또한 조금 업되어있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렌은 다시 아이스크림을 놓쳤다.
빈센트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할 수 없다. 그냥 안 하겠다는 뜻이다.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어쨌든 본론은 그랬고, 빈센트는 본론을 받아들였다. 안 한다면 안 하는 거다. 애시당초 빈센트는 알렌을 포함한 특별반의 그 누구도 여기에 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계획에서도 자연스레 특별반은 전부 뺐다. 적절한 대가에 자신의 일을 도와줄, 치외법권 허가가 걸린 헌터 용병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그 다음은 철학 질문인가. 사람이 변할 수 있는가?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그리고 그 다음 말을 잇는다.
"악인이 변하는 것을 기다려주기 위해서, 죽어야 할 무고한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이런 시대에는요." //11
뚫고 베어내고 그런 걸 별 말 없이 묵묵히 해냅니다. 사실 수다를 떨면서 공격하는 건 지한이 느낌이라기보다는 좀 다른 느낌이지요. 그렇게 돼지들이 대부분 물러나고 그런 뒤 발판에 다다라서 살짝 숨을 고르다가 말이 들리는 것에 강산 쪽으로 다가가. 목소리의주인공을 확인하려 합니다.
"아하." 나레이션 같은 이가 나타났다는 것에 흥미를 살짝 보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않네요.
"문답인가요..." 영성은 별로인 만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한주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머나먼 저 편으로 날아가는 기분이군요." 지금쯤이면 대기권은 넘었으려나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합니다. 건강강화로 자외선은 막아야죠. 음... 부럽군. 확실히 아직까지는 신체능력으로 넘기 무리없는 만큼. 넘어가려 합니다. 나중에는.. 로프커넥트 도와줘! 일까..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하리라. 힘찬 기합과 어울리지 않는 끝에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다가 결국 한 손을 들어 살짝 입매를 가렸다. 어쩌면 이상한 구석에서 눈치가 비상하게 빠르면서 대응은 엉거주춤하고, 예상치 못한 시점에 돌발행동을 벌이는 그 다운 행동이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내기를 비장함 마저 보이는 얼굴로 임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기도 했다.
[가게주인 특: 레벨 40대 의념각성자임 하하 이건 몰랐겠지. 쿠쿠루빙뽕!]
그걸 고려해서 진심으로 달려드는 워리어계 헌터의 손놀림을 약이 오를정도의 간격으로 피하는 주인의 몸짓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묘한 감상에 의심이 들어 이리저리 훝다가 마침내 찾던 가게 주인의 경력을 발견하여 읽던 와중 맨 아래에 운동회에 야심차게 참여한 여러 헌터들을 약올리듯 작게 써놓은 글씨에 순간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출발 선 부터 다른 불공정한 시합이었던 셈이다.
"알렌군 저 분도 의념각성자이니, 힘들면 그만두셔도 괜찮아요."
저녁밥은 각각 제 값주고 먹어야겠지만. 빠르게 40레벨이라고 말하면서 그냥 한 번 괜찮은지 물어본다. //14
빈센트는 알렌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자신을 '옳은' 길로 이끌려는 이들은 알렌 말고도 많았다. 엘터는 빈센트를 경계하는 눈치였고, 그 외의 다른 이들도 빈센트가 가는 길이 옳지 않음은 분명히 했다. 빈센트도 그들과 생각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그렇기에 하지 않고, 빈센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할 뿐. 빈센트는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저는 억누른 적이 없습니다. 무고한 이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이들을 죽이는 건, 저로서도 혐오감이 드니까요. 하지만 범죄자에게 손끝을 겨누면 모두가 환호합니다. 특히 제 마음이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변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그 부분은 나중에 제가 어떻게 될 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약속하지요." //13
이쯤되면 조금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어째서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비장하게 아이스크림 잡기-이하 헛짓거리에 힘을 다하고 있는가. 단순히 모든 거에 진지하고 의무감을 가지는 성격 탓으로 돌리기도 뭐한 이유가 은근히 그 또한 능청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린이 잠시 딴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주변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 저걸 잡네?" 어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잡힌 아이스크림과 알렌을 번갈아 바라보던 주인이 잠시 상황파악을 하고서는 껄껄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내주었다. 마찬가지로 탄성에 상념에서 빠져나와 딱, 타이밍 좋게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한 그녀는 멍하게 서있었다. '이걸 해내네..?'
"의념의 세계가 열린 이래, 사람들은 의견차이를 좁히기는커녕, 이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조차 달라지는 시대를 맞이했죠. 가끔씩은,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겠다면, 그게 위험하지 않은 이상 내버려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당신의 정의관을 존중하겠으니, 나의 가학심도 존중받겠다는 참 이상한 의사를 돌려 말할 뿐이었다. 둘이 동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인신매매 조직을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은 정말 잘 알았다.
"확인된 인신매매 피해자 146명, 그 외 장부상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400명, 취재나 수사 과정에서 말려들어간 사망자 21명. 그 외 사기 피해자 300명."
빈센트는 짧게 나열했다. 그리고 알렌에게 말했다.
"저 많은 숫자들 하나하나에, 저 피해자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어떨지 생각하면... 이래서 누구도 제 살인을 말리지 않는 겁니다.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듯한 낌새가 다크웹에 보이더군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전 이들을 다 죽일 겁니다."
음, 하고 선반을 뒤적거린다. 간소하게 사는 삶이라 솔직히 차 종류가 뭐 그렇게 호화롭게 많지는 않다. 단거 먹을 때 같이 먹는 녹차랑, 평소 물 대신 챙겨먹는 보리차. 그리고 적당히 음료로 먹는 아이스티.....기껏 다과에 한복 차려입고 아이스티는 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흠....쓴 음료 좋아할진 잘 모르겠지만, 많이 단 과자들이니까 녹차로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을 끓이고 녹차 티백을 담궜다. 그러고 기다리는 사이에 큰 절을 받아버린 것이다. 대충 짐작했던 사유에 한숨을 내쉬곤, 추석이라고 물품 살 때 덤으로 딸려온 홍삼젤리(맛 없음)을 귀엽고 작달만한 양 손 위에 얹어주었다.
"그건 최소한 친인척 관계는 되어야 주는 풍습인데. 내가 언제 네 삼촌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자료라... 킨케이드 울트라. 1년 전까지 존재했던 갱단, 다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발생시켰으나, 한 의념 각성자의 공격에 와해되고 현재 리더 및 간부진은 도주 중. 최근 이름을 피스트 알파로 바꾸고 사업을 마약, 경비 등으로 다양화해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하고 있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도와줬다기보다는 죽기 싫어서 정보를 분 것에 가까웠지만. 빈센트는 협력자들의 사진을 드러내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사진을 하나 둘 뒤집었다.
"카일. 저에게 이 건을 처음 의뢰했던 친구는... 제 이름이 적힌 현판을 든 채로 죽었고, 김철완. 이 조직에 있다가 죽느냐, 정보를 불고 탈퇴하냐에서 후자를 택한 이는 이마에 배신자라는 문신이 찍힌 채 머리만 남았고... 제인. 이 친구는 최종적으로 노예를 '납품'받는 일종의 소매상이었는데, 저한테 정보를 팔았다가 배가 부를 정도의 동전을 강제 '급여'당했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고개를 젓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도 당장은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자료는... 경찰이나 UHN이 가지고 있을 테고요."
//17
저 내일 9시에 일 나가봐야해서 그런데 ㅜㅜ 여기서 킵할수 있을까요? 답레 주시면 바로 잇겠습니다 흑흑
실력을 시험한다니.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저 못마땅했던 그때와 다르게 익숙해진 지금은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입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알렌군이 처음 제게 말한대로 순전히 축제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에요. 더군다나 동등한 동료사이인 제게 알렌군을 시험할 자격이 있던가요? 조금 짓궂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공짜 먹거리도 얻었고 깨달음도 얻었으니 좀 봐줘요."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가지만 평온한 마음에 밀려있던 당황스러움이 기저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와도 괜찮을텐데 은은한 미소보다 더 큰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 것처럼 근육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간만에 마주한 평화가 어색했다. 좀, 아니 많이 어색하고도 이상했다.
"칭찬 고마워요."
순간 자연스럽게 옛 길드원들과 떠들던 이자카야가 떠올랐지만 린은 이를 억지로 밀어내듯 평소 갔던 식당을 떠올렸다.
애초에 UHN이 허락한 영역임. 특별반은 특정 범죄를 제외한 여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권한이 UHN에게 있음. 그걸 이용해서 UHN은 지금 특별반이 발생시키는 범죄나 문제들을 묵인하는 것. 가령 명진이가 대구로 넘어간 것도 원래라면 불가능하겠지만 UHN의 묵인 하에 가능했던 거임. 이런 여러 편의를 봐주는 대신 특별반을 통한 목적을 이루려는 거기도 하고.
이런 짓을 해주는데 자기들 맘에 들지 않으면 시트내림 처리가 나는 것도 이런 이유기도 하고.
"플라이 투 더 문..." 뭔가 고전 영화나 노래에서 나올 법한 말이지만. 지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올라가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눕니다.
"열권이라.. 그렇게 높이 올라왔던가요?" 그래도 아직 달까지는 좀 멀려나요. 라는 말을 하지만 그라도 지상에서 볼 때보다는 확실히 조금 커진 것 같다는 첨언을 합니다. 그렇지만 깨져서 좀 작아진 걸 보니 착실한 레벨 스케일인가. 라는 생각을 할까요? 묘하게 게임스럽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둘이 동시에 서기 힘들다는 점은 좀 그렇네요. 이러다가 불의의 사고가 생기면 곤란하다고요... 라고 생각하다가 강산이 말을 하자 눈을 깜박이고는 고개를 홱 돌려 바라봅니다.
"그런 소리 하면 나옵니다." 마음과 태도로만 준비하다가 라는 말을 가볍게 하지만 진짜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잇과의 눈이 스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발판을 박차고 그 방향으로 창질을 합니다.
//강산주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9시였던 건에 관하여. 잠깐 갱신합니다... 다들 안녕하세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질문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부담 없이 솔직하게 떠들고 놀 수 있는 시간이란 꽤나 즐거운 것이다. 충격 받은체 하다가 이내 웃는 얼굴을 안주 삼아 다과를 우물거린다.
"뭐....대회에서 옛날 기억도 좀 더 떠올리고. 기인을 만나 대답 잘했더니 눈이 기계로 개조도 당하고."
이렇게 말하고 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군.... 다만 내 사정보다는 대차게 실패 했다는 상대 쪽에 신경이 더 쓰인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아마 동정이나 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닐테고(그랬다면 그러길 바란다는 티를 냈을테니까). 섣불리 신경쓰는체 하기 보단 덤덤하게 같이 지내주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가볍게 보여주기 위해서, 렌즈를 조절하는 요령으로 두 눈의 동공이나 초점을 지잉 하고 스스로의 의사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는걸 보여준다. 그 다음에 눈을 깜빡이곤 다시 평범한 상태로 바라보며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회 끝나고 왠 저격수가 날 찾아와서 흥미를 보였는데....거기서 이것저것 대답을 했거든."
스라이머씨와 있었던 문답등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구시대 총기의 특징, 그리고 그 장점, 자신의 사격 방식....여튼 그런걸 얘기했었지.
"그랬더니 마음에 든다고 입문 시켜주더라."
그러면서 상태창을 열어 스킬 설명을 보여줬다.
언더휴먼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길들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적은 게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적들을 향해 쏘아지게 되었죠. 의념의 발전을 이룬 이들은 이런 의념의 향상성을 이용하여 단순히 육체의 발전만이 아니라, 육체의 기능적 발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파의 일부로써 육체에 기능을 부여, 게이트와 싸우길 선택한 이들을 언더휴먼이라 부릅니다. 개조 - 특정 조건과 기술을 동원하여 신체의 일부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합니다. 눈 - 상대의 현재 피해 상황을 수치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40의 망념이 필요합니다.
"그러곤 곧바로 떠나버렸다만....."
어쨌던간 나쁜짓을 해서, 혹은 누군가의 악의로, 혹은 강제로 개조된 것은 아니라며 등을 두드리고 안심시켜줬다.
"글쎄다. 사실 구 세대 기술에 거기까지 매달려서 집착하고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어디까지나 과거 손에 익은 스타일로 싸우다보니 구세대처럼 되었을 뿐. 솔직히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기술을 지켜야겠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그 스타일에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기연으로 나타났고. 그 방향으로의 성장을 놓치지 않고 붙잡은 결과가 언더 휴먼이었을 뿐.....이었다만.
"뭐.....역성혁명 말인데. 내 전생의 스승이나 가족 같던 사람이 알려준 기술이더라. 소중히 할 수 있다면 좋겠지."
텁텁한 담배의 맛과 답답해지는 가슴속의 감정은 내 무의식 어딘가에서 전생에 소중했던 누군가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나와 전생의 그는 다른 인물이고. 저격술을 알려준 영감이 지금 나와의 관계는 아니란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것이 있다면 소중히 여기는게 좋지 않을까. 정도는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별로 인간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최악의 경우, 솔직히 말해 되돌리고 싶다면 되돌릴 수도 있겠지."
요즘 의학 기술은 발전했으니까. 치명적인 부상도 아니고 개조라면 꽤 난이도는 높더라도 되돌릴 순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선체로 그걸 순식간에 끝낸 스라이머는 대체 어떤 경지냐는 얘기지만.
어쨌거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정을 보이진 않지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진 알 것 같은 그녀의 뒷머리를 꾹 하고 감싸 안아줬다.
"우리가 전달해야 할 보따리 안에 달토끼들이 잃어버린 보물이 들어 있어서 이걸 전해줘야 한다는 모양이군. 무게가 좀 가볍던데 장신구 류인ㄱ- 뭐야!"
이야기를 하며 발판을 계속 오르던 강산 또한 뒤에서 느껴진 기척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 당황한다.
챙! 고양이 귀와 눈을 하고, 무림인 같은 복식을 한 남자가, 지한의 창과 자신의 검을 맞댄 후 조금 물러나고 있었다.
[쯧쯧, 저 처자 말대로 말이 씨가 됐구만.]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저번의 그 나는 돼지들을 비롯한 여러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쥐 그림자는 혀를 차며 강산의 겉옷 아래로 다시 숨어든다. 그 말대로 말이 씨가 된 탓에 놀라긴 했지만, 강산은 침착하게 적룡공훈장의 기능을 사용해 불의 보호막을 스스로에게 둘렀다.
"인간들이 이 길을 오른다면 달리 용건이 없을텐데, 어찌 '그것'이 보이지 않을까? 이 쪽이 아니라 도사 쪽인가...?"
날개와 같은 장치를 등에 단 고양이 무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행을 살펴보다가, 곧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강산 쪽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스스로 인간과 다른 동맹원들을 내친 달토끼들과 굳이 다시 화친하고자 한다니, 인간들은 어찌 굳이 힘든 길을 택하려 하는지...아, 방금 말은 신경쓰지 마시고, 내 제안을 하나 하겠소."
고양이 무인이 옷소매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흔든다. 동전이 짤랑짤랑 부딪히며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여기서 보따리를 내려놓고 돌아가시오. 그대들이 이번 일을 완수하고 받을 보상의 두 배를 주겠소. 이제 절반쯤 왔으니 여기 두면 달토끼들이 어련히 알아서 찾아가지 않겠소?"
"어쭈, 매수를 하시겠다? 지한아, 혹시 돈 급하냐?"
강산은 지한을 돌아보며 물었지만...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인 것이 딱히 이 제안을 수락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15번째. 괜찮습니다!! 그때 밤늦은 시간이라 저도 자러 갔었으니까요. 그리고 눈치가 빠르시군요...! 역시 십이지가 엮이면 주로 고양이가 악역인 건 흔한 클리셰인 걸까요. 급조한 설정이라 클리셰에 많이 기대고 있긴 합니다... tmi지만 만약 이때 보따리를 꺼내서 들고 있었으면 뺏기는 기믹이었습니다. 인벤토리 만세!
"..." 세가의 자제라는 말에 그랬나..? 라는 표정으로 보긴 합니다. 지한아 너 별의아이 메인특이야... 세가 자제라는 말을 대충 이해한 듯이 평상시의 표정으러 돌아오긴 했지만요. 금방이라도 태세를 전환할 것 같은 고양이 무인을 보고는 당장이라도 행동할 수 있게 대비합니다.
"무력 들이대는 건 문제입니다 문제..." 아니 그런 말을 할 상황은 아니긴 한데? 적룡공훈장을 말하는 강산에 아니 그런 건 미리 말...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그걸 생각 안한 지헌이 문제였던 것이기 때문에 포위에 몇 방 맞는 건 감수하고 빠져나와 다음 발판으로 올라가려 합니다. 건강 평균이라 참 다행이구나?
지한이 그랬던가? 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고양이 검사가 잠깐 피식, 하는 소리를 흘렸겠지만, 당장에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무력으로 들이대면 안 좋다는 말을 할 때에도, 수족들에게 추격과 포위를 맡기느라 뒤로 빠져있는 검사가 비웃음이 담긴 표정으로 일행을 보고 있겠지.
[그래도 뛰는 것 하나는 잘 해서 다행이군. 잘 하면 도착할 때까지 그 보물을 자네들이 써야 할 일은 없겠어.]
강산이 적룡공훈장의 적룡의 눈 효과로 발동한 방어막을 쓰고 뛰어가는 동안 쥐가 말한다. 화염의 보호막은 어느정도 시야를 제한하기에 보호막을 켜고 움직인다면 그만큼 조심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강산은 잠시나마 의념보를 쓸 수 있었기에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었다.
"야, 괜찮냐?"
좀 멀어진 후, 달과 그 곳에 세워진 궁전이 맨눈으로도 선명히 보이기 시작할 즈음, 지한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보기 위해 강산은 뒤를 돌아본다.
지한은 달려드는 것들을 최소한의 창격으로 떨어뜨리고는 툭툭 튀어 올라갑니다. 방어쪽으로 지체되는 걸 막기 위해 좀 맞으며 갑니다. 뭐.. 결손될 정도만 아니라면 무시하는 거지요.. 아마... 그거.. 효과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신속이... 미묘하군요." 지한이도.. 의념보 언젠가 얻을 수 있어! 팩션 나올거야! 바보야! 의념보 그거 팩션? 하늘나라 갔어! 아냐! 아 왜 갑자기 이런 게 생각났지.. 아니 이게 아닌데. 지한은 절반 조금 넘는 피해를 받았습니다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고 건강을 강화해서 일단 겉으로는 나빠 보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절반 대가로 절반쯤 떨궜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다...일까요? 일단 무시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이나 표정에서 묘한 삐죽임이 살짝 보이는 걸 보면 몇 방 맞는 것을 무기하긴 해도, 기분은 그다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저기 목적지가 보이는 만큼 머리카락을 조금 매만집니다.
강산도 지한이 좀 상처입었지만 무사한 것을 보고, 안심하고 숨을 고른다.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일행이 왔던 방향에서 고양이 무사가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이 쪽을 보고 있었다. 뒤쫓아오진 않았지만.
[저 도둑고양이 녀석...적당히 위협하면 자네들이 보물을 꺼내 쓸 것을 노리고 기회를 봐서 낚아채갈 생각이었나본데, 뜻대로 안 돼서 속이 좀 쓰리겠군!]
그림자 쥐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 예의 쥐 울음소리 같은 웃음소리로 웃는다. 찌익 찍찍찍찍!
[달토끼들은 여태 인간들이 이것을 훔쳐갔다고 오해하고 있었지만...진짜 범인은 그들이 아니었지. 달과 지상을 자유로이 오가게 도와주는 날개옷을 무사히 전해준다면, 인간들은 오명을 벗고, 달토끼들은 고립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될 걸세. 아주 잘 하고 있어.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
그림자 쥐의 격려를 듣고 강산은 웃는다.
[헌데, 이런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무엇을 위해 나섰던겐가?]
"음...글쎄. 아마도...수행과 의리를 위해서?"
그렇게 답하며 지한을 본다.
"네 생각엔 어때?"
지한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21번째. 원래 보스전도 생각했었지만...뭔가 뭔가...이벤트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너무 오래 끄는 거 같아서...이쯤 마무리할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막레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히려 재밌지 않겠습니까? 피암마한테 죽은 범죄자라 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록키산맥불다람쥐에게 죽은 범죄자라 생각해보십시오..."
빈센트는 생각만 해도 재밌다며 허허 웃는다. 빈센트는 자신의 무기를 그렇게 하찮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모닝스타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참 아파보이고 무서워보이지만, 똥막대기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그것 참 얼마나 비참해보이는가. 그것이 빈센트가 상대를 도발하는 방식이었고, 상대를 끝까지 엿먹이는 방식이었다. 정말로 아쉬웠다. 록키산맥불다람쥐라는 별명을 꼭 얻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별명은 별명, 빈센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바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의 허기에 응했다. 빈센트의 손등 피부가 벌어지더니, 피가 중력을 거스르고 흘러나와 안테로스의 눈동자 쪽으로 마치 촉수처럼, 피로 이루어진 덩굴처럼 손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로 모여들고...
"다행이긴 합니다" 건강을 강화하며 약간 회복해보려 하는 지한은 뒤쪽의 고양이를 흘깃 봅니다. 티배깅같은 걸 할 정도는 아니니 다행인가.
"날개옷..." 흠. 유명한 이야기는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는 아닌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 나섰는가.." 강산의 말을 듣고는 난처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야 수행과 의리같은 말을 하기엔 이미 강산이 말해버리기도 했고... 그래서였는지 돈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을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하고는 이제 다 와가니. 가봅시다. 라고 말합니다.
"휴..." 의뢰를 마무리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일단 동화적 결말이라 다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기술적이거나. 그런 종류를 살짝 생각해보게 하는 의뢰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재미는 있네만. 윗사람들은 그러한 재미를 천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네. 애초에 특별반에게서 원하는건 상징성이지 않나."
듣기로 최초의 헌터와도 같은 구심점을 원해 진행중인 프로젝트 아니던가. 동료인 나는 사실 빈센트가 록키산맥불다람쥐가 된다 한들 별 다른 불만은 없지만(본인이 좋아하니까, 뭐.) 높으신분들에게 있어선 아주 불편한 요소일 것이 뻔하다. 그리고 내가 전에 들은 그의 사정상 높으신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면 매우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아무피나 좋아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템이었다면 애초에 평소부터 흡혈을 했을 것이니까.
"그렇게 해서 방출되는게 B 랭크 상당의 마도인가."
B 랭크면 상당한 실력에 속한다. 그걸 사용자의 행동과는 별개로 방출해낸다면, 대단하긴 하군.
"그게 사실 제일 아쉽습니다. 아아! 록키산맥불다람쥐를 향한 꿈은 멀고도 멀군요. 아마 제가 프리핸드를 궤멸시키고, 그 수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부급의 목을 따서 UHN 앞에다 바친다면 록키산맥불다람쥐가 아니라 아예 마리아나해구아귀눈동자 이런 별명을 지어도 뭐라 안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를 빈 곳에 겨눈다. B랭크 마도도 다 다르다. 데블 토큰처럼 거대한 폭발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무엇이든 다 뚫을 기세인 무시무시한 관통력을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이것을 쏘는 것이 본의 아닌 팀킬이 될 가능성에 조심하면서 시윤을 바라본다.
"혹시 모르니 뒤로 물러서시죠."
그리고, 피를 먹은 안테로스의 눈동자가 눈이 멀 듯한 불빛을 발하고, 광선이 쏘아졌다. 그 광선은 사방으로 뻗치더니, 그것이 닿은 땅을 미친듯이 녹여버렸다. 그 후에 남은 크레이터에는... 수천 수만개의 혈관이 남은 채 꿈틀거리면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어째 그 중에는 작게나마 눈동자도 몇 개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들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이내 바스라졌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이 세상은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할 정도로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런 사람들을 바보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잔뜩 있고....그 끝 지점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종의 코스믹 호러다.
"그러지."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물러서라는 말에 고집 부릴 이유도 없음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잠깐 멀찍히 물러나서, 대신 개조받은 눈으로 흐르는 망념과 거기에 깃든 생명력을 유추하고 분석하기 위해 빤히 보았다.
그 후 발사직후 생겨난 그로테스크한 구덩이를 보곤, 그의 말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베로니카 문제 때문에 프리 핸드를 손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다르게 생각하면, 차라리 베로니카를 숨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정말로 제가 강해져서, 특별반 학우들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용병들을 끌고 올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프리 핸드를 이긴다. 아니면 최소한, 프리 핸드가 베로니카나 빈센트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인식할 정도로 타격을 주고, 베로니카의 주박을 푸는 대가로 서로 더 이상 '거슬리지 않는' 암묵의 선을 유지한다. 이게 가능할까? 빈센트 그 자신이? 그게 된다면 빈센트는 어지간한 가디언조차도 코웃음치며 짓밟을 수 있는 상황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일단... 이 부분은 덮어서 묻어야겠습니다."
빈센트는 흙의 마도를 이용해, 수련장 지면을 움직였다. 파쇄됐던 부분은 멀쩡하게 메워졌고, 빈센트는 혈액 팩을 자신의 몸에 연결했다.
빈센트는 벽에다 똥칠을 하는 그라피티 경범죄자(본인 주장으로는 예술가)를 붙잡아놓고, 그 사람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감상했다. 정확히는 감시에 가까웠다. '예술가'는 자신이 죽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빈센트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순순히 그림을 그렸다.
"어려운 이야기로군. 프리핸드만 생각하면 그게 현실적이지도 모르지만, 그 경우 자네의 연인을 UGN 이나 UHN 에서 가만히 냅두지 않을걸세. 전에 듣기론 주의한다는 말로 해결하기엔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니까."
피에 광분하여 날뛸 때 40레벨 가까이의 전력이 된다는 것은, '조심하겠습니다.' 라는 의사 만으로는 어떻게 해결 될 수 없는 폭탄인 것이다. 애초에 지금도 빈센트에 의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사살되거나 아프리카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은. 그러니 지금은 뒤를 봐주는 그들도, 베로니카를 숨겨 은거 시키겠다는 방향성이 되면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레벨 40의 언제 민간인 대량학살자로 변할지 모르는 의념 각성자라. 빈센트가 생각해도 정말로 미친 괴물이었다. 이런 것을 '전력'이라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보니 세상은 망해가는구나.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한다.
"그래서 인간이 뜸한 곳으로 가려 했습니다. 미국도 의념 시대 이후로 자연으로 돌아간 곳이 많으니, 미국 정부 자산을 매입해서 깊은 산 속에 은거하면서 죽을 때까지 버티는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죽일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라는 것도 문제는 딱히 안 될 테니까요."
그리고 죽이더라도 나만 죽일 거고요. 그런 살벌한 농담을 던진 빈센트는 완전히 덮인 크레이터 방향을 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저런 기분나쁜 곳을 메워야 할 일이 있다면 불러주시죠. 제가 하겠습니다. 물론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난다.
"그럼... 이제 이 안테로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았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러 가야겠군요." .//19 막레 부탁드립니다! //19
"모든 분야에서 초인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그런걸 수색하고 찾아내는 초인들도 널려있는게 문제지만. 적어도 듣기론 차라리 좋아보이는군. 그런 쪽을 생각하면 연줄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서 산속에서 은거라.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론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폐 끼칠 생각이 없지 않나. 다만 이 세상에 초월자들이 많아진 지금. 그런 흔적을 추척하는 사람의 수준도 초월적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연줄 없이 혼자만의 은거로는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tmi로...뻔한 설정들이지만 방금 일상에서 지한이랑 강산이랑 갔었던 게이트 설정 중에 못 풀었던 걸 풀자면.. - 고양이가 토끼 대신 12지 묘의 자리를 차지했고, 달과 지상을 오가던 토끼들이 날개옷 도난 사태에 킹받아서 달에 틀어박혀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달토끼들이랑 인간들이 사이가 나빠진 건 중간에 고양이들이 이간질을 했기 때문이고요. (인간들이 이를 눈치챈 시점입니다. 달토끼들은 아직 몰랐지만요.) 쥐들은 달토끼들이 고립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들과 협력했습니다. 쥐가 되도록 날개옷을 꺼내 쓰지 않기를 바랬던 건, 고양이들이 날개옷을 노리고 있는 것도 있지만, 보따리에는 날개옷 말고도 쥐들이 작성한 밀서(고양이들이 진짜 범인임+걔네가 너네 고립시키려고 사보타주함!)도 같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밀서가 분실되거나 고양이들에게 들킬까봐라는 이유도 있었어요.
남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 좋아....라고는 해도. 뭐 확실히. 나라고 다른 사람들의 기술을 일일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역성혁명이 비전처럼 특별한 기술도 아니니까. 모른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시연 해줘서 나쁠것은 없다만. 점령전 직전이잖아. 큰 기술은 망념이 좀 그렇지."
대신 스테이터스라도 보여주마. 하고 간단히 상태창을 열어서 보여준다.
역성혁명易姓革命(E) 대 게이트 전을 상정하고 저격수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격술로 그 기원은 구 군대의 저격 기술 등에서 기원을 가져왔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인지 기술에 매우 큰 결함이 발생하여 원본과는 다른 형태의 기술로 궤를 틀고 말았다. 그러나 결함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게이트를 상대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란 점에서 뛰어나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성혁명 제 일장 반역易姓革命 一章 反逆 - 강적을 상대할 때 느끼는 압박감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진다.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 오는 패널티를 일부 경감한다.
역성혁명 제 일형 거인 사냥易姓革命 第 一形 巨人獵 - 공격 순위를 최하위로 고정한 후 아군의 공격이 끝난 뒤 강력한 공격을 적에게 가한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적의 방어력을 일부 무시하여 대미지를 입힌다.
역성혁명 제 이형 견미지저 易姓革命 第 二形 見微知著 상대방의 행동이 끝난 직후 대미지를 입었을 시 발동할 수 있다. 받은 피해에 따른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을 얻는다. 태그 '게이트의 적'이 존재할 경우 레벨 차이가 클 수록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이 증가한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빈센트는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불러모아서 '장난'을 쳤으니... 바로 적절한 음높이의 소리를 발음해야 다음 징검다리가 나오는 이상한 다리였다. 빈센트는 마도를 일종의 프로그래밍으로 간주해서, 특정한 조건을 간주하면 특정한 좌표에 물질적인 실체에 대한 반발력을 가지는 마도 돌덩이를 만드는 마법을 부렸고...
"으아아앙..."
"제기랄."
지금은 그것 때문에 한 아이가 5m 하늘 위로 올라갔는데 적절한 음정을 까먹어서 갇혀 있었다. 게다가 저 아이를 구하자니 지금 한참 하늘을 돌아다니는 다른 아이들이 마도가 해체되면서 떨어질 것 같아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1
"...유하 씨. 계속 그러면 협박죄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의념 각성자가 의념 각성자 이외의 일반인에게 대해 행하는 행위는 협박죄 성립 요건이 엄청 단순하다는 것을 아십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떻게든 말리려고 한다. 단순히 '죽고 싶냐'고만 말해도 법적으로 협박이 성립되고, 손을 치켜드는 동작만 해도 살해 위협으로 간주된다. 그것 때문에 빈센트는 어릴 적에 누군가 욕한 것에 그대로 되받아쳤다가 소년법원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레벨로 치면 1조차도 안될 그 때에도 그랬는데 지금 이런다면... 빈센트는 소름이 돋아서,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몸에 보호막을 걸고, 최대한 증폭했다.
"...그리고 마피아 히트맨은 단순히 붙잡아서 그림만 그리게 했고, '작고 가녀린' 여고생은 지금 협박을 하고 있죠. 놀랍게도 둘 다 의념각성자고요."
빈센트는 저놈의 돌덩어리를 박살낼까 말까 하다가, 보호막에나 더 정신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라피티 '예술가'가 이제는 불쌍하게 보여서, 적당히 기회 봐서 바람 마도로 어디에 날려줘야 하나 싶었다. 죽기 싫었던 예술가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눈치를 보다가 완성시키고는 말했다.
빈센트는 유하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여 공감했다. 자꾸 이상한 글자만 쓰고 의미는 알 수 없는 추상미술만 하길래 머릿속에 헛바람만 잔뜩 들어서, 졸부가 자기 그림을 100억원에 사주기를 바라고 벽에다가 똥칠을 하는 자칭 '미술가'인줄 알았더만 그림을 좀 그리는 이였다. 지금 그리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드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빈센트는 강산이 든 악기를 보고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빈센트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간단히 설명했다. 정확한 음높이의 소리를 내면 다음 발판이 생기는 놀이마도를 구상해서 당장 실현했는데 그랬다가 지금 갇힌 애가 생겼다. 애가 음악을 까먹은 것 같으니 이 음악을 연주해서, 다음 발판을 계속 생기도록 만들어야 했다.
"지금 저는... 이 마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듭니다. 아마 마도 역분해를 하셨다가는 저 위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한번에 떨어질 거고, 아마 강산 씨는 참작여지가 많은 과실치사로 특별반에서 배제 처리될거고, 저는 참작여지가 없는 중한 과실치사로 감옥에 가겠죠. 민사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 그러고보니 강산주. 죄송한데 이벤트 시작 이후에 알렌주랑 저랑 돌렸던 일상 있는데 확인해주시겠어요? situplay>1596610086>952 situplay>1596610086>958 situplay>1596610086>959 situplay>1596610086>961 situplay>1596610086>968 situplay>1596610086>975 ...로 해서 아마 >>157에서 끝냈던거로 기억합니다
빈센트의 말에 강산의 얼굴이 드물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의념을 끌어올리며 머리를 굴려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아, 특정한 높이의 음에 반응하는 징검다리 구조물 같은 거죠? 악보든 영상이든 얼른 주시죠!"
그러고는 빈센트에서 자료를 넘겨받고, 빠르게 곡을 암기한 뒤, '백두'를 받침대에 올리고 신속하게 조율한 뒤, 한 번 크게 심호흡한 후 연주를 시작한다. 곡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높은 곳에 갇힌 아이를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던 다른 아이들이 걱정 반 희망 반의 눈으로 강산을 본다.
상황과는 별개로, 곡은 평화롭고 잔잔하여 봄날의 작은 고개를 오르며 산책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도가 그의 연주를 제대로 인식할지 하는 약간의 걱정이 스쳐지나가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봐도 이 방법이 최선인 듯 하였기에 강산은 연주에 집중한다.
울고 있던 아이는, 앞에 징검다리가 생기자 바로 내려왔다. 갇혀 있던 아이까지 다 내려오자, 빈센트는 놀이마도를 바로 해제해버린다. 아이가 안전함을 확인한 빈센트는, 아이가 엄청나게 우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만약 이 아이가 여기서 있던 일을 그대로 부모에게 고한다면... 고작 이것 가지고 특별반 퇴학은 불가하겠지만 교관에게 한 소리 들을 것은 분명했다. 빈센트는 아이의 양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리고, 아이를 어르는 손짓으로 마도를 구성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는 절대 떨어질 일이 없는 땅 위에 있어..."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사용했던 마도를 생각해본다. 빈센트는 말의 정신을 광폭화시켰듯, 이번에는 반대로 아이를 평온하게 만들어보았다. 아이의 정신에 개입한다던지, 명령을 내린다던지 같은 거창한 마도는 불가했지만, 이 정도로도 아이는 정신을 차리고 안전한 곳으로 돌아갔다. 빈센트는 손을 탁탁 털고, 강산에게 감사를 표했다.
"플로리다에서 스틸 드럼을 연주하던 제 후견인이 말했죠. 음악이 사람을 구한다고. 자기가 그 증인이라고.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강산 씨의 음악은 실로 그 사례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빈센트도 어찌 보면 범죄자다. 옛날 같았으면 중범죄자로 기소당했을 인간이다. 범죄자도 어쨌든 인간은 인간이고, 무슨 인간이던 간에 죽이면 살인이니까. 하지만 빈센트는 나름의 선을 지켰고, 그 선은 지금 이 무너져가는 사회에서 용인 가능한 선이니 빈센트가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빈센트는... 뜬금없이 사람을 죽인 이와 엮이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러면..."
잡생각은 거기까지. 빈센트는 그림을 본다. 유하의 모습을 그래피티 예술가가 그린 것은 꽤나 멋져보였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더니 유하에게 말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나갈수 있는걸까. 뿔이 부러지면 어떡하지.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씼지. 밥은 누가 주고 친구들은 어떻게 만나지... 높은 영성은 빠른 시간 안에 그 모든 상상을 구체화 시킬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유하는 울상을 지은 체 땅바닥으로 떨어질수 있었다.
솔직히...인면수심의 현준혁이라 하여도 이번건 미안했는지 토끼로 눈물을 닦아대는 그녀에게 딱히 별 말을 하지 못하였다 토끼역시 분위기 파악을 하고 얌전히 있는데..어떻게 '드래고니안의 뿔 아깝네... 좀 떨어진건 없나?' 하고 말하겠는가.. 그런 말을 한다면 시윤과 태식이 아저씨가 날 죽이러 올거다
" 아무튼 고생했어...식혜라도 마실래? "
신한국 저언통의 음료로 협상을 시도하지만... ..한 고생에 비해 너무 미비한 보상이었다..
강산의 연주에 마도가 반응하자, 아이를 걱정한 건지 하나 둘 자기 목소리를 보태어 코러스를 넣는 아이들도 있었다. 눈 앞에 내려오는 길이 만들어지고, 그 소리에 용기를 얻어 우는 아이는 무사히 아래로 내려온다. 강산은 빈센트가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과, 그 순간 사용된 마도를 유심히 본다. 허허, 인자하구나.
"형,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빈센트가 강산에게 감사인사를 하자, 구조요청을 하며 강산을 여기까지 끌고 온 아이를 필두로 다른 아이들도 감사인사를 한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답니다."
그렇게 답한 강산은, 현 위로 다시 손을 올려 글리산도를 두어 번 그어, 하프의 그것과 비슷한 소리로 아이들의 이목을 끌고는... 연주를 시작한다.
https://youtu.be/RYlbw36n-OI
빈센트가 했던 것처럼 정신을 안정시키며, 거기에 맑은 하늘의 화창함같은 활기를 더한다. 아무도 앵콜을 요청하지 않았지만...그 상황을 본 다른 아이들도 있었으니 적당히 진정시키고, 주의를 돌려 둔다면 일이 커지지 않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
빈센트는 강산의 악기는 하나뿐인데도, 어디선가 합주가 들려오는 이상한 느낌에 이것이 의념 각성자의 연주라 생각하며 감탄했다. 어쩌면 빈센트도,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 자체는 일반적인 공학자와 다를 바가 없지만, 그것을 눈 앞에서 뇌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 시렿낳ㄹ 수 있으니 일견 비슷할지 모를 일이다. 빈센트는 그 노래를 보고 감상을 이야기한다.
"저도 옛날에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죠. 그리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빈센트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치고 일어난다.
"그나저나 이 근처에서 버스킹이라도 하고 계셨던 겁니까? 정말 빨리 오신 것 같은데 말이죠." //7 아니 그 다이스에 그런의미가
빈센트는 뒤에 있던 스마트폰을 보고 어깨를 으쓱인다. 과연, 그랬던 건가. 그런가보군. 의념이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나 보다. 그리고, 각성자라는 말에 강산이 가리킨 쪽으로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빈센트는 그 아이를 보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허허 웃는다. 각성자 아이라! 다 그렇지. 저 아이는 나중에 무엇이 될지 참 궁금했다.
"그렇군요. 안 그래도 의념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저 아이가 나중에 가디언이 되어서 폼나게 살다 갈 지, 아니면 헌터가 될 지,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좀 많이 강한 인간으로 사는 길을 택할지 모르겠지만요."
빈센트는 문득 생각나서 묻는다.
"그러고보니 강산 씨는, 헌터가 되는 것을 후회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가령 가디언 지원을 좀 더 노력해볼걸,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조용히 살 걸... 이라던지요."
시침떼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몰라서 물어본다. 알렌이 왜 나와? 걔한텐 말해줬나? 숨기려고 드는 것 같은데 알렌에게는 왜 말해준거야?
그런 생각에 조금 혼란할 때 쯤. 한준혁이의 당당한 선언을 듣고 얼이 나간다.
"허."
너무 어이없어서 뭐라 말해야할지도 모르겠단 감탄을 한번 흘린 뒤
"아니 대체로 날카롭게 구는 녀석이 유일하게 상냥하달까 눈치를 보고 둘이서만 얘기하는 경우도 많고 단톡방에서 화기애애 대화하면서 자연스레 둘이서 밥먹자는 흐름에 다른 사람이 끼려니까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고 신지한이 이름만 언급해도 움찔하고 잠깐 찔린듯 침묵하고......"
빈센트는 턱을 쓰다듬는다. 가끔씩 빈센트는 그냥 조용히 살 걸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베로니카를 만났을 때 그랬다. 베로니카가 빈센트를 보고 달려올 때, 통제할 수 없는 살기와 강함이 자신의 손에 주어졌을 때. 베로니카에게 시범적으로 살인을 명령했을 때. 빈센트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했다. 그 때는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가디언은 애초에 될 능력도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지만... 헌터라. 저는 항상 헌터가 되지 않을 걸 그랬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죠."
빈센트는 지금 고민하는데 데블토큰: 내 기억이 맞다면 A랭크 되면 폭발에 속성 부여 가능 마도역분해: 마도역분해 좋아. 근데 캪 마도역분해 랭크 올라가면 더 복잡한 마도도 쉽게 해제할 수 있나요? 예를 들어 마도 B랭에 마도역분해 A면 빈센트보다 마도 랭크 낮은 헌터들은 마도 갖다버리고 주먹질하는게 차라리 낫다던지
화창한 어느날 린은 할일 없이 미리내고 주변을 돌고 있었다. 수련과 수업을 생각하기엔 망념이 이미 한계까지 쌓인 상황.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예를들어 전도라던가 최근 어찌어찌 신도수를 늘려 전음까지 들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넘어서 하나의 종교 길드를 세우겠다는 장대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꿈만 크면 뭐하랴 현실은 시궁창인데.
답사겸 서울시내라도 둘러볼까 생각하다가 막 생각난 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따라 문자를 보낸다.
강산이 핵심을 말했다. 매일 다니는 직장에는 자극이 없다. 모든 것이 규칙대로 돌아가고, 규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두가 규칙이 돌아갈 것이라 믿고 이에 따르는 교통 체계에서는 자극이 없다. 가끔씩 직장에 미친놈이 쳐들어오고, 총기 난사범이 나타나고, 교통 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 정도 자극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사실 전 헌터를 그만둔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만뒀다기보다는, 그냥 헌터 활동을 '안' 한 것에 가까웠지만 그게 그만둔 거죠. 하지만..."
빈센트는 손 끝에 불꽃을 피워냈다. 불꽃은 일렁이더니 이내 꺼졌다.
"가면 갈수록 제가 미친놈이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오더군요.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일부러 옆에 있는 트럭에 박아서 깔려볼까도 생각해보고, 회사에 있을 때는 불을 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서 물을 맞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헌터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당황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강산이 저 정도로 말한다면, 직설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유하, 준혁, 태식 등)의 입에서는 미친 놈이라는 소리가 나왔으리라.
"아이들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토고는 오랜만에 고기가 땡겼다. 뭔갈 먹고 싶어도 주로 혼자서 먹던 토고는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하고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그와중에 자기 돈 쓰기는 조금 싫어 이채준 스승님을 조르고 졸라 밥값이나 하라며 조금의 용돈을 받아냈고,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에게서 쿠폰까지 받아내어 그것을 사용해 평상시와는 말도 안되는 싼 가격으로 뷔페에 갈수있었다. 물론 쿠폰이 2인 이상 사용 가능이라 대충 놀고있는 한 사람, 알렌보고 고기나 묵자고 데려와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에 데려온 것이다. 따지고보면 여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뷔페..라기보다는 고기 뷔페집에 가깝지만 말이다. 고깃집이지 고깃집.
"니 이런 곳에 와봤나? 내는 몇 번 와봤는디, 처음 왔을땐 배 터지는 줄 알았다. 윽수로 많이 무가 크크..."
이런 곳에 알렌을 데려온 이유는 제일 먼저 눈에 띄여서 이기도 했지만, 가끔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만가지 이상한 걸 먹는다길래 사람다운 걸 좀 먹여보고 싶어서였다.
이거 놀림당하는 걸까...? 순간 혼란스러워하다 그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은 장난스러운 문구에 스스로 납득하면서(뭘?) 다시 문자를 보낸다. 나열된 목록을 쭉 속으로 읽어보니 도쿄에서의 유흥과 다를 것이 없어보여 전도를 자연스럽게 하기위함이란 핑계로 신 한국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볼겸 한 번 놀러가볼까 쪽으로 마음의 저울을 기울인다.
[소녀가 아직 지리를 잘 모르는지라, 유하양께 안내를 부탁하여도 누가 되지 않을까요?] [저번 의뢰를 함께해주신것에 대해 작은 답례도 할 겸 시내를 둘러보고 싶어요.]
과학의 발전인지 이런 곳에선 거의 대부분의 주문이나 계산, 서빙 등은 기계로 대체하고 기타 다른 일들만 사람의 손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벨을 누르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했다. 토고는 자리에 앉아서 벽면에 설치된 패널을 조작해 성인 두 명을 계산함과 동시에 사이드 메뉴인 공깃밥을 2개 주문한다. 그리고는 옆에서 비싸지 않냐고 말하는 알렌을 보고는 '임마... 광고 한 번도 안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크크 웃으며 조금 놀려주기로 결심했다.
"여? 비싸제. 방금 결제했는데 얼마 나왔는지 갈켜줄까? 크크... 일단 가볍게 2인분 먹고 더 먹을지 말지 해보자."
솔직히 갈비 2인분을 누구 코에 붙이는가? 거기다 토고는 여러 혜택을 이용해 사실상 돈은 쥐꼬리만도 쓰지 않았다!
"추가 주문하는데 돈 계속 든다. 여 메뉴판 보이나?"
토고는 의도적으로 사이드메뉴 카테고리로 옮겨서 메뉴판을 보여준다. 각종 찌개류와 계란찜은 다른 싼 식당에서 한끼 정도 먹을 수 있는 가격대고, 고깃집에서 빠질 수 없는 냉면같은 종류는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금액대다. 갈비 외에도 다른 고기나 부위도 주문 가능했는데 거기로 갈수록 숫자가 점점 불어나는 메뉴판.
문자를 보내기가 무섭게 보이는 답장을 읽다가 잠깐 희미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역시 전에 봤던 차분한 모습은 사진의 위협(?)에 의한 일시적인 모습이었나보다.
[어머나,고마워요 유하양] [학교 입구에서 뵈어요~]
문자 너머로 차원을 뚫고 전해지는 활기참에 잠깐 미소짓다가 시내에 나가서 뭘 할지 생각해본다.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놀러간 사람 중 하나가 최선을 다하게 되는 그런 불상사는 한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왠지 이 프로 드래고니안 메이드라면 장난임을 빠르게 알아볼 것 같지만, 린은 웃으면서 고개를 젓다가 문자를 보낸다.
'일케 나오나? 이래가꼬 2인분? 참나.. 헌터나 가디언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아니라가 이따군가?'
토고는 서빙되어 온 고기의 양을 보고.. 조금 놀랬다. 작은 팬에 담긴 두개의 덩어리. 그게 끝이었으니까. 1인분에 한 덩이다.. 이건가? 무한리필집의 특성상 대부분 질 낮은 고기를 쓸텐데 그마저도 허허... 토고는 헬멧 덕분에 똥씹은 표정을 감출수있었다. 하지만... 즐길 건 즐겨야지. 스테이크집은 너무 비싸니까.
토고는 집게를 들고 작은 불판에 고기를 두덩이 올린다.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불판은 이내 지글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기 익는 향을 뿜어댔다. 그리고 연기는 놀랍게도 작동중인지도 모르는 배기구를 통해 천장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원자재가 비싸니까 비싼 만큼 벌어야하는 건 당연한기다. 됐다. 어차피 내 사는 기니까 니는 묵고 싶은 만큼 무라." "니는 고기... 제대로 구워본 적 없제? 크크... 갈비니까 잘못하믄 탄다. 요즘은 마 대충 타이밍 봐서 불판이 지 알아가 온도 조절해준다카지마는 뒤집는 건 사람이 해야한다."
"그건 조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충격을 주입한다면 좀 더 '교육적'인 충격을 주도록 하죠. 예를 들어 숲에서 불장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주변을 불로 잔뜩 퍼뜨리고, 마치 불에 타죽을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가 불을 꺼버린다던지요. 제가 어릴 적에 저 스스로에게 썼던 방법입니다. 불장난 때문에 집을 불태우고 저 자신까지 죽을 뻔한 이후로는 불장난은 무조건 '통제'하게 되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강산의 이야기에 왜 후회했는지 생각해본다. 베로니카 때문에 후회했고, 또... 언제... 후회했더라? 빈센트는 생각해보다가, 어차피 말해도 별 문제 없겠다 싶어 말한다.
"첫째는 베로니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베로니카와 관계가 괜찮지만, 옛날에는 정말로 베로니카가 제 인생을 끝장내러 온 저승사자로 보일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둘째는...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했을 때일까요."
빈센트는 흐릿하게 사실관계만 나열한다. 사실을 나열할 때는. 감정은 배제했지만, 거기에 엮인 이야기들은...
"프라이버그 참사. 미국 프라이버그의 앤드루 존 고등학교에서, 해고에 앙심을 품은 청소부가 마지막 출근날 자동소총을 들고 출근해 난사. 교사를 포함한 17명 사망, 61명 부상. 그때 제가 거기 살았는데... 어차피 구하지 못했을 이들은 딱히 미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 실수로 죽었던 이들에게는 미안해지더군요."
빈센트는 무표정을 지켰지만, 평소보다 침울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제 행동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정되었지만, 인간의 감정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죠. 그 때 한번 헌터를 그만두었습니다." //15
품격있는 옷을 입어본 때가 언제더라. 잠입 의뢰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서 패션의 완성은 '편리함'이었던 세월이 어언 n년째. 오히려 미리내고에 온 이후로 묘한 여유가 생겨서 이것저것 패션을 알아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어요~!. "오늘 예쁘게 입고 오셨네요."
무난하게 평범한 대학생같이 검은 티셔츠에 청자켓, 반바지를 걸치고 린은 손을 살짝 흔들어 반가움을 표현했다. 텐션은 전염되는 것일까 덩달아 기분이 조금 올라간다. 까르르 웃으면서 저번의 메이드복에서 반전을 주겠다는 의도인지 차분하게 입고나온 유하에게 예쁘다 말한다. 점잖다기 보단 생기로 가득찬 대학의 새내기같다는 감상을 저도 그리 나이가 많지 않으면서 하게된다.
토고는 자신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못 믿는다는 눈치인 알렌을 보고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짓는다. 뒤이어 온 서빙에 고기 없이 양념만 잔뜩 있는 팬은 돌려보내고 고기덩이가 잔뜩 올려진 팬을 집아들어 테이블 위에 올린다. 일단 고기는 먹긴 먹어야 하니까 다 익은 갈비는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 불판 구석진 자리에 옮기고 "무라" 짧은 한 마디를 남긴다. 밥상머리에서 턱을 괴는 건 좋지 않은 모습이지만, 토고는 턱을 괴고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헬멧의 앞유리를 작게 들어 입을 노출시킨 뒤 입에 넣어 씹는다. 고기를 씹고 삼킨 후 토고는
"이미 와서 취소 몬한다. 거기다 이미 서빙된거 되돌려보내면 우짜피 가게에서 다 폐기한다. 그러면 돈낭비다 돈낭비." "장난 한 번 친거 가지고 그대로 믿어가 니는 사회 경험 좀 해야긋다." "에휴, 이러라고 니 델고 온 거 아니니까 일단 묵으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든지 좀 하자."
그 상황을 말하는 담담한 말투 속에 억눌린 감정을 모를만큼 공감능력이 떨어지진 않았으니까. 그는 그래서 한 번 헌터이기를 그만두었다 하였다.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야 이미 들었으니 알고 있지만...어째서일까. 그만두었다가 돌아온 적이 그 한번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든 적은.
"우리는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군요.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방랑했었다는 점이 말이에요."
항상 부족하다. 그 말을 들은 토고는 뭐가 부족한지 궁금해졌다.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가, 아니면 부족한대로 살아가는가 그런 것이 궁금해지기도 했으며, 그가 전자를 택했다면 부족한 것을 어떻게 채우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는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손도 쉬고 나도 뭔갈 먹어야 하니까..
"부족카다고? 뭐가 부족한디? 옛날보다 나은 삶 아니겠나?"
토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지만, 그 모습은 금방 사라졌다. 왜냐면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토고는 어린 시절과 너무나 달라졌으니까. 비슷한 점이 있다면 더 나은 걸 원한다는 것. 토고는 고기를 다시 자르고 자신의 앞접시로 고기를 뭉탱이로 옮기고 궁금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심 기대했지만, 그가 하는 말은 토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답이었다. 방금 전 그렇게 자신에게 놀림을 받아놓고서는 특별반에 대해 공헌한다, 자신의 목표에 못미친다. 그런 소리를 하니 토고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수 없었다. 특별반에 어울리는 인재라고 한다면... 어울리는 인재일거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누구보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정의롭고 용감한 따악 그런 성품을 띄고 있으니 말이다. 토고는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볼것이다. 아마 가디언이 될만한 재능이 있었다면 인생 폈겠지. 하는 생각도 토고는 들었다. 다른 한편으론, 헌터일 때려치는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토고는 크크 웃었다. 어차피 남인데 뭘 이리 신경쓰는 건지. 어차피 특별반의 목적이 뭔가? UHN쪽에서 써먹기 좋은 아들 선발해가 자기네들이 써먹으려고 하는 것 아닌겠는가? 말하자면 원자재에 가까운데.. 후우.. 토고는 적당히 생각을 지우고자 고기를 씹는다.
"아따, 달데이. 내는 소금구이가 좋은디 여는 갈비밖에 리필 안되니까 거시기혀."
토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를 씹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말한다. 앞에 있었던 자신의 물음이나 그런 것들은 그저 흘려보낼 생각으로.
대화가 조금씩 단절되고 침묵이 감돌고 고기 굽는 소리만 오가고 있었다. 토고는 배가 어느 정도 불렀고, 먹고 싶었던 고기도 먹어서 만족스러웠지만, 상대를 잘못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쩝.. 이럴줄 알았으면 자기 돈을 좀 쓰는 한이 있어도 레스토랑에 갈껄 하고 후회감이 드는 토고였다. 그래도 이런 상태로 서로 남남~ 하고 헤어지기엔... 토고는 묘하게 거슬렸다. 이 행보가. 고기는 추가 주문하 것도 없고, 손은 아프고, 자기 앞에 있는 고기는 이미 다 먹었으니 토고는 가만 있다 입을 열었다.
"내 니한테 따악 한 마디만 할게. 그냥 조언이라 생각하거나 참견이라 생각해라."
"니는 상식을 키워야겠다."
이렇게 말하니 하고 싶은 말은 수두룩하게 생겼지만... 토고는... 인내심을... 인내심을..
"내 니 부족하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는디, 부족하다고 느낀게 특별반에 대한 공헌? 니 목표에 못 미치는거? 아까까지 무식해가꼬 내한티 놀림이란 놀림은 다 받아놓고서 상식을 배워야겠다, 공부를 좀 해야쓰것다 그런 것도 없이 막연한 이상만 말하니 내 니한티.. 좀.. 실망할수밖에 읎다." "태양만 바라보고 있으면 장님된다."
토고는 길다란 한마디. 아니, 여러마디를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곤
"계산은 했으니, 니는 더 먹고 싶음 더 무라. 패널에 남은 시간 표시되어 있응께, 고거 넘기지만 말고."
빈센트는 공터에서 여러 마도를 수련하고 있었다. 하나는 바람의 마도. 대기 중의 공기 분자를 모든 방법을 통해 최대한 압축시킨 다음, 한번에 분출해서 차도 날아갈 만한 바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나는 돌의 마도, 땅이 부글부글 끓더니 바위가 불쑥 솟아올라서 빈센트를 위로 올렸다. 빈센트는 최대한 올려서 5m 높이의 돌기둥을 만들었다가, 환경법 위반으로 잡혀갈까 그것을 금새 해제했다.
"...후우."
빈센트는 여러 마법을 쓰면서 이것을 어떻게 조합해볼지 생각한다. 주변에 연습에 어울려줄 사람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빈센트의 눈에 익숙한 이가 들어왔다.
빈센트는 무서울 정도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이고, 과거의 일이 얼마나 슬프건 간에 지금의 빈센트가 신경쓸 것은 아니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보다, 지금 당장 내 손톱에 가시가 박힌 일이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듯, 빈센트는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일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바쁜 일들이 더 중요했다.
"제가 천자전에 대해 생각해본 게 있습니다. 아직 다른 분들에게는 이야기를 못했지만..."
빈센트는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서, 아까 전까지만 해도 놀이마도가 구성되어있던 곳으로 날린다. 분명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저 이동하는 '힘'에 불과했건만, 수증기가 그 속도에 압축되어 흰 막을 만들어 뿜어졌다.
"이런 걸 써볼 생각입니다. 아무리 천자의 부하들이라도 이런 걸 제대로 맞으면 최소한 넘어질 겁니다. 어떻습니까?"
"너무 늦는 것보다는 너무 이른 게 낫고,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너무 늦은 게 낫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줄줄이 나열한다. 빈센트가 옛날에 교양서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주었을 논문들을 읽으며 지적 허영을 채우는 것을 즐길 때의 편린이었다. 빈센트의 입에서는 온갖 전투학과 군사학 연구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기고했던 곳의 이름이 나왔다. 빈센트는 그들을 이야기한다.
"클라이트만의 연구에 따르면, 어떠한 정보도 파악되지 않은 적을 대상으로 싸우는 대조군과 비교하여, 10% 수준의 매우 제한적인 정보라도 습득한 실험군의 전투 효율은 3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물론 제한적인 정보만 습득한 이들도 그리 잘 싸우지는 못했지만, 이건 아예 모르는 이들은 정말로 끔찍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죠. 또한 같은 수준의 각성자라도, 어떠한 전투 상황에 대해 기초적인 훈련, 하다못해 팜플렛이라도 본 이들의 전투 효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70%나 높았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권유한다.
"그러니 같이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적어도 해보고 져야지, 해보지도 않고 지면 그 다음에는 뭔 불이익이 우리에게 돌아올 지 모릅니다." //5
사실 빈센트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시작만 해도 진척도가 50%는 채워진다기보다는, 일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시작을 어떻게 했느냐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50%는 된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시작을 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고, 그걸 일일이 지적할 시간에 훈련을 한번 더 하는게 낫다 싶었다. 오현의 말대로, '늦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빈센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이야기한다. 아까 전에 연습하던 바람 마도를 조금 위력을 약하게 만들어서, 머리카락만 좀 요란하게 흔들릴 정도로 조정한다. 사실 의념 각성자니까 이 정도지 여기에 일반인이 있었다면 날아가는 건 과장이어도, 바람을 등지면 넘어지고, 바람에 맞서서 나아가면 최대한 기어야 할 정도였을 테다.
"제가 빠른 바람을 만들어내면, 오현 씨는 그걸 등지고 적에게 최대한 빨리 돌격하는 겁니다." //7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이런 발상을 한 이유를 말한다. 몇개는 오현의 말에 대한 반박도 있었고, 몇개는 오현의 말에 동의하되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부분도 있었다. 먼저 빠르게 적에게 돌입해야 하는 이유. 이건 간단했다.
"대부분의 경우, 빠른 돌입이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느리게 돌입한다면 적에게 수를 다 읽고 대응책을 세워 파훼할 충분한 시간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시간은 줄이면 줄일수록 좋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빠른 속도가 필요합니다. 만약 상대가 창을 앞으로 세워서 오현 씨를 꼬치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고, 오현 씨가 자신의 속도를 주체 못해서 거기에 꿰이는 상태가 벌어진다면 그건 큰일이겠지만, 그 정도로 허술한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다음으로, 강력한 돌진기술이나 근접에서 강력한 기술. 글쎄. 빈센트는 생각해보았다. 여러번 싸우면서 진오현의 스타일을 보았을 때, '강력한 한 방' 또는 '막을 수 없는 돌격'과는 좀 거리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센트가 생각한 것이 무효화되지는 않았다. 폭풍검은 기교와 연계가 대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폭풍검의 위력이 객관적으로 약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오현은 어찌 됐든 적과 싸우려면 붙어야 하는 검사였다.
"제가 폭풍검 같은 기술을 이용해 싸운느 것을 본 결과, 오현 씨의 기술은 아무리 깎아내리려 해도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교와 연계, 물 흐르듯 이어지고 바람이 불듯 자연스럽게 변하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위력이 약하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설령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오현 씨는 여전히 검사입니다. 적어도 적에게 빨리 붙으려면 속도가 빠른 게 좋겠죠."
빈센트는 손을 휘저어, 자신이 만들어낸 바람의 일부분을 보였다. 두 사람의 몸이 약간 밀려날 정도의 바람. 빈센트는 자신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선순위야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있더라도, 일단 모두가 적에게 근접한 다음에 우선순위를 따져야 할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궁수와 마도사, 총사로 이루어진 팀이라면, 아무리 검사들기리 우선순위를 잡아봐야 가까이 붙어서 검으로 내리칠 거리까지 가지 못하면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그저 몸에 예쁜 바람구멍이 나고, 고슴도치를 따라하는 형국이 될 뿐이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이동기술이 없다는 말에 손가락을 튕긴다. 그것이 중요하다. 이걸 먼저 말할 걸 그랬다. 다른 이들은 굳이 빈센트의 도움이 없어도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오현은 그렇지 않다. 신속 스탯이 높지만, 그 신속 스탯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이동기술 유무의 격차가 있었으니, 빈센트는 제안했다.
"한번 달려보시겠습니까? 제가 뒤에서 바람을 날려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바람이 최적인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실전에 가서 바람을 날렸더니 넘어지거나, 아니면 너무 미약해서 등에 땀 말려주는 수준이면 슬프지 않겠습니까?" //11 //11
힘찬 구호령에 맞추어 도심을 걷는다. 길쭉한 건물들과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구경의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자면 전에 있던 곳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풍경. 건너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느새 향수에 젖어든다. 곧바로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시킨다.
"이런 식당이 있는줄은 알지 못하였는데, 유하양은 이 곳을 잘 아시는 것 같사와요. 소녀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끝을 살짝 흐리다가 조금 수줍어하는 얼굴로 물어본다.
"곧 큰 행사가 있어 소녀가 들을 바에 의하면 학교대항으로 대회를 해야 한다 하여요. 그 전에 다른 분들과 안면을 트고 싶사온데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하여서 고민이 있사와요."
지금까지는 저만의 신이었지만 이제는 건너와서 포석도 깔았겠다. 이제 그녀는 피해왔던 근본적인 고민거리에 마주했다. 전도 어떻게 하지. 틈새에 녹아들어 먼저 친해져 보겠다는 생각도 일반반의 강경한 태도에 가로막혔고 양교의 학생들은 낯설고 무엇보다 황서비고는 재수가(이하생략)
70kg, 몸의 대부분은 근육, 그리고 의념 각성자, 달리는 자세. 빈센트는 그 모든 것을 고려해서 오현이 받아낼 수 있는 풍속을 계산했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넘어지다 못해 하늘로 날아가고 자동차조차도 가벼운 것은 이리저리 흔들리겠지만, 오현은 일반인도, 그냥 자동차도 아니었으니까. 빈센트는 바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비하십시오. 꽤나 셀 겁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람을 쏘아낸다.
.dice 1 10. = 10
dice=1 너무 미약한 바람. 유의미한 속도 증가 없음 dice=2~9 적절한 바람. 체감될 정도의 놀라운 속도 증가 dice=10. 너무 나간 바람. 오현이 날아가거나 엎어짐.
엄청나게 빠른 바람이 쇄도하고, 빈센트는 자신이 만든 바람에 자신이 휘청거리는 멍청한 꼴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오현에게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학우를 믿은 결과가... 2초 동안 구르고 굴러서 30m를 축구공마냥 구르는 끔찍한 결과였다. 70kg의 건장한 남자가 땅바닥을 구르고 넘어지는 것을 보고, 빈센트는 얼굴을 손으로 짚었다.
"다음 번에는 실수가 없을 겁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예를 들어서 갑자기 오현 씨가 하늘로 붕 뜬다던지 같은 일만 빼면요."
빈센트는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언제 이런 기술을 익혔느냐는 말에 고개를 쓰다듬는다. 언제 익혔느냐? 그 질문을 날것으로 해석해서 문자 그대로 알아듣고, 문자 그대로 대답한다면 "마도를 처음 배운 날부터"였다. 마도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고, 개인의 잠재력이나 능력이 그 무한한 가능성 중 어디까지 구현하는지를 결정했으니까. 하지만 오현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빈센트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익히기야 예전부터 익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불을 좋아한다는 선호를, 불만 쓴다는 틀로 만들어서 저 스스로를 가둬버렸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양 손을 모은다. 그 손에는 빈센트가 한번이라도 써본 수많은 속성을 상징하는 구슬들이 올라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불, 물, 풀, 바람, 번개, 흙, 바위, 금속, 그 외 기타등등. 빈센트는 그것들을 보여주고 말한다.
"그리고 마도 B랭크가 되고 나서, 저는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러고보니, 내가 왜 불만 써야 하지? 그러고 나니 세상이 편하게 보이더군요. 여전히 불을 제일 좋아하기에, 불만 써서 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건 참 아쉬웠지만요."
음...다시 생각해보니 외뢰가는 일상은 이미 지한이랑 많이 돌림+이것도 왠지 오래 걸릴 거 같음...이란 느낌이 들어서.... >>626 이 쪽으로 가죠! 오목을 두려면 둘 수 잇을 것 같은데 두면 혼나려나...?하는 생각이 듭니다...훈민정음 게임도 재밌을 것 같네요!
토고는 꿈을 꾸고 있었다. 서양 왕실의 침실에서 끝내주게 푹신한 침대에 누워 몇배나 강해지는 중력속에 이끌려 몸이 추욱 늘어져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포근하게 추락하는 꿈을 말이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와는 다르지만 은은하게 불쾌감을 주는 소리. 자세히 들으면 음악이란 걸 알겠지만, 토고는 음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특히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소리는 자세히 듣기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토고는 눈이 떠졌다. 그리고 아직 달아나지 않은 졸음 속에서 입을 열었다.
"아따, 모기새끼도 자는 시간에 이게 뭔 소리고? 고라니가 우나?"
눈을 비비고 헬멧을 쓰고 트렁크랑 반팔티라는 국민잠옷에서 외출복으로 환복한 토고는 소리의 근원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누군가 돌돔으로 생선국을 끓였던 부엌에서 다른 누가 마시려고 했던 바나나 우유까지 훔쳐서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마시며 옥상으로 올라간 토고는 한 인물을 만날수있었다.
토고는 문 여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주에 몰입한 그를 보며 기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찬다. 연주는 듣기엔 좋았지만, 말도 그렇듯 일단 제대로 들어야 좋고 말고를 정할수있는 법. 토고는 연주를 끊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가 강산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요놈 자슥아 이 늦은 밤에 방음 부스에서 안 허나? 띵가띵가 아주 베짱이가 따로 읎네."
생각해보니 이 인물과는 거의 처음 만나는 것인데 이렇게 막 말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토고는 오히려 이럴때일수록 상대방의 잘못을 강조하고 자신이 받은 피해를 부풀리는게 합의금을 뜯어내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떠올려 나는 피해자니까 당당하다! 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별로 그런 쪽엔 관심은 없었는데... 맞다니 다행입니다." 그건 그냥 잡다한 이야기일 뿐이니 적당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른스러워보이지 않는 분도 좀 있긴 합니다만.." 대체로 어른스러워보이는 분이 있습니다. 라고 말을 하면서 어른스러워보이지 않는 분이랑 어른스러워보이는 분을 생각해보는데... 지한이.. 알렌 본인보다 3살 이상 많다는 거 들었을 때 속으로 엄청 당황했을 것 같은 기분이...? 반대로 어른스럽다. 하면 어쩐지 시윤이나 오현이 생각나는... 아 태식 아재는 진짜 아재잖아요.
"준혁 씨랑요?" 뭐가 잘 되냐는 듯한 표정으로 봅니다. 사실 지한이도 아니 할아버님 북해길드에 쳐들어가시면 숨기는 듯한 그. 그게 영 아닌데요. 게다가 지금은 아니긴 한데요.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개인적 목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기는 했네요." 음. 할아버님이 북해길드에 개인적 목적으로 방문하시긴 했죠. 라고 생각하며 거짓말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생각하며 돌을 놓습니다.
역시 토고는 이 방법은 언제나 통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방법이 무슨 방법이냐? 운전하다 조금이라도 쿵 하면 뒷목잡고 나오는 그런 방법 아니더냐. 토고는 속으로 크크 웃으며 헬멧속에서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것은 표정에서부터 시작되니, 표정을 지으면 감정이 생기고 감정이 생기면 목소리도 바뀐다.
"사과는 빨라서 좋네."
토고는 옥상바닥에 앉았다. 계속 일어서있기 귀찮은 것도 한 몫했다.
"니 딩가딩가 하는 건 좋은데, 밤에는 좀 자제하자. 딴 아들은 몰라도 내방은 방음이 잘 안되는기라. 아님 방음부스 따로 지어줄까?"
"...."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라고 생각하지만. 지한의 말주변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아. 이럴 때 타고난 혓바닥 서브가 그리워집니다.(혓바닥 서브 고려한 적 있다) 적어도 그런 게 아니고로 시작해서 같이 도우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설득을 할 수 있었을 거 아닌가요.
"다음 일정은 저도 없는 만큼. 의뢰에 명시된 만큼은 해야 합니다." 의뢰에는 분명 물품전달 및 수해복구에 도움을 요청이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하네요.
"저는 불량으로 의뢰를 수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알렌이 물자를 드는 옆에서 지한도 물자를 들려 합니다. 어쨌든 돕는다. 해야지요... 라는 생각의 지한입니다. 어쩐지. 본가에 가서 지한이는... 뭔가.. 수련을 하거나... 어색한 침묵 속의 식사나... 창을 날리는 살벌함이 보일 것 같다는 지한주의 생각이... 문제인가?
토고가 바닥에 앉자 강산도 바닥에 꿇어앉는다. 영성치가 중요한 마도사가 하기에는 좀 심한 자학이긴 했지만...사실 이전에도 항의가 들어왔었는데도 그걸 4~5개월만에 잊어먹고 이런 사고를 쳤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고 강산은 생각했다...기억이 돌아오니 창피함이 밀려온다.
토고는 바닥에 꿇어앉고 연신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하는 강산을 보니 약간 마음이 약해졌다. 이 녀석이 누구인가? 명색의 정주 주가의 아들 아닌가? 차라리 이쯤에서 용서해주고 빚을 지게 만드는 편이 훨신 이득이겠지. 토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좋다, 내 이번에는 용서해준다. 솔까, 그동안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았으니까 괜찮았는디, 이번에는 묘허게 귀에 거슬려서 그런거니께 그럴수있제." "방음부스 설치하고 마 그러는 건 귀찮제? 기냥 나중에 뭐라도 사도가. 고걸로 땡치고 넘어가자."
토고는 사람 좋은 목소리로 묘하게 바꾸며 그를 용서해주겠다며 아량 넓은 연기를 한다. 이래도 묘하게 죄책감을 가질 것 같으니 토고는 칩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키며 "우짜피 숙제 해야하는데 마침 잘됐네." 라며 농을 던진다. 여기서 숙제란? 게임의 일일미션 같은 걸 하는 걸 뜻한다. 매일같이 의무적으로 해야 해서 숙제라고들 부른다.
"지방의 집에 내려간 일은 몇시간 전 이미 끝났으니까요." 굳이 뭔가를 더할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을 하기로 한 거냐는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면 착각이 심화된다고 그만해애애..
"서산 쪽의 피해는..조금 그러니까요." 사실 생각해보니까 국회의원이라고 치면 서산지역 수해피해지역에 국회의원의 후계자(?)가 봉사하러 나온 느낌인건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 지한주. 역시 문제는 지한주였어! 지한주가 말주변이 없으니 캐도 읎는거야! 라는 생각은 뒤로하고는 편한 곳을 중심으로 알려주는 것을 지한은 깨달은 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알렌 씨는 절 헌터가 아니라 민간인 자원봉사자로 보시고 계신 건가요?" "너무 편한 곳 중심인 것 같습니다." 지나가듯이 물어봅니다.
가볍게 농을 던진 것인데 관심있어 하다니... 토고가 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별 거 없다. 그냥 가디언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캐릭터들을 성장시켜서 게이트로 보내 전투를 하거나 어느 거점을 지키는 식으로 디펜스 모드를 즐기거나 하는 그런 게임이다. 흔히들 말하는 캐릭터 가챠게임에 속하는 그런 게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UI랑 조작이 복잡해서 캐릭터를 자동으로 전투시켜도 되지만 직접 조종하여 상위 난이도나 보스 몬스터도 한대도 안 맞고 깰수있다는 점이 매력이라 할수있는 그런 게임.
"평범한 게임이다. 와? 다른 것도 보여줄까? 나귀자슥들 이란 레이싱 게임도 있는데"
나귀자슥들. 나귀를 의인화 하여 만들어진 나귀 캐릭터들을 키워서 짐을 잔뜩 싣고 달리기를 펼치는 레이싱 게임이다. 시작할때 짐을 얼마만큼 드냐에 따라 스피드가 빠른지 느린지 결정되지만, 게임의 승자를 가리는 방식에 등수도 포함되지만 얼마만큼의 짊을 실었는가, 실은 짐이 얼마나 가치있느냐 그것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고가치의 짐을 들어 빠르게 치고나가 등수와 가치로 승자가 될 것인가. 많은 짐을 싣고 비교적 느린 등수를 달성하더라도 짐을 통해 점수를 많이 받아 역전할것인가. 여러모로 전략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공격버튼이 있어서 몸싸움으로 짐을 떨구거나 손상될수있기에 아무것도 싣지 않은 나귀가 난동부리며 트롤행위를 하더라도 그것도 전략이기에 숨막히는 심리전도 일품.
"그렇게까지라니요. 할 일은 해야죠. 같은 헌터인데 저만 편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지한이는 지한주 때문에 눈새인 것 같다...이지만 지한도 알렌의 눈새적인 면모에 애매한 표정을 지을 것 같습니다. 악 성향에 가까웠으면 여기에서 빚을 잔뜩 지워서 앞으로도 상하관계에서 지한이 위로 대접받도록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한은 그럴 생각이 없어서 문제인가. 쯧. 이런 반대성향 같으니라고.
"분배가 되었으면 복구에 힘씁시다." 이렇게 투닥거릴 시간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게이트 발생이 눈치보고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라는 농담을 던지다가..
"푸하하, 그거 의념 시대 이전부터 전해내려오던 전통놀이잖나? PC에도 있고. 그런 건 다들 한 번씩은 건드려 보는구나."
지한이 거미카드게임을 언급하자 강산은 웃음을 터트린다.
"나 각성하기 직전 즈음에, 그때 내가 열살인가 그랬거든. 그땐 그거 초급도 그렇게 난해하고 어려웠었다. 그런데 각성하고 나서 해보니까 초급 승률이 왕창 올라가서 내가 이 쉬운 걸 그렇게 어려워했었나 하고 좀 허탈했었다. 의념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차이를 알 수 있었던 사례 중 하나였지."
지한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경험담을 꺼낸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다시 판을 살피고, 백돌을 놓는다.
" '아무 생각 없이 두는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다'라...그런가."
수비하는 입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뒀다간 지기 쉽상이지만. 아, 그래서 선수인 흑돌이 유리한가.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강산이었다.
수해현장의 봉사는 일단 기본적으로 찝찝함이 미묘하게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물이 질척질척한 것과. 훼손된 광경에서 물비린내가 나고.. 그런 것들이 지한은 좀 피곤하긴 하지만. 별로 내색하지 않고는 옮기려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적당하게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초대형 정도면 의외로 눈치볼지도 모르죠..?" 오히려 소형이 걍 날파리처럼 날라다닐 것 같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야. 날파리는 자꾸 눈앞에서 날아다니지만 않으면 신경을 끄고 관대해질 수 있지만 당장 집 안에 모르는 애가 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음.. 이쪽이 좀 심한 것 같네요" 여기가 직격으로 맞는 부분이었나.. 라고 중얼거리며 복구물품을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습니다.
"각성이... 늦다고 하긴 그래서 거미카드게임을 건드릴 때에는 이미 각성자였는데도 초급 위로는 올라가지도 않았지만요." 게임 관련...도 머리가 돌아간다. 라는 점이나 전략적 지휘면에서 도움은 될 텐데. 전혀 신경쓰지도 않았네요. 라고 말하는 건 일단기초지휘는 있긴 해서 그런 건가.
베니온이 무엇이냐니. 여전히 변함없이, 아니 무례하지 않을 수위로 적당하게 놀라움을 표현해내지만 속으로는 황당해한다. 대운동회로 떠들썩한지가 언제인데...? 가끔 은둔고수중에 수련에 집중하느라 바깥의 상식도 잊은 이들이 있다더니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대운동회에 참석한 삼교중 하나로 오스트리아에 본거지를 둔 학교여요."
대련상대중 보인 서방인들이 그 쪽 출신일 것이라 덧붙이면서 옆의 허수아비를 베어넘긴다.
"정교한 실력을 갈고닦기 위함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어요. 다만, 이번 경우엔 다 같이 점령전에 참여하여 협력을 해야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요." "...무엇보다 편입생의 입지가 이번 점령전의 결과로 정해질것으로 보이어요." //3
주장한 대로 지한의 처리속도는 확연히 빨라졌습니다. 약간.. 균형을 아예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밀어뜨려서 없애는 데에 성공합지다.
"휴우... 이제 다 된거나 마찬가지네요." 막 진짜 중요한 물건이 저기 있으... 라는 부턱으로 알렌과 지한이 게이트 내로 들어가서 보물찾기를 하지 않는 이상.. 이정도면 봉사나 의뢰로는 충분한 성과일지도? 다이스갓 스게... 라는 지한주를 뒤로하고는 잔해들을 얼추 다 치운 지한은 알렌이 의념을 좀 쓰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망념을 쓸 정도였습니까?" 가볍게 물으면서 물병을 건네려 합니다. 얼추 다 정리된 곳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듯 바라보는 지한입니다.
지한이랑..대화를 많이 해봤어야 했다...아무튼 왠지 친해졌다고 수치사할 법할 흑역사를 얘기해줄것 같진 않지만, 지한과는 적당한 친분만 쌓은 린으로서는 유하의 '카페 아르바이트'가 어떤 참사를 불러일으킬지 몰랐고.
"어머, 그런가요. 그럼 안심하고 유하양과 같이 볼 날을 기대해보겠사와요~"
묘하게 음흉한 미소가 잔망스러운 골드 드래고니안의 얼굴에 스쳐지나간것 같지만 메이드복 같은 상상초유의 사태는 생각도 못한 린은 그저 공짜 음료라도 마시려나 까지만 생각했다. 슬프도다. 마침 린에게 더 의심할 시간이 주어지기 전에 시간에 맞추어 월남쌈이 나왔고 라이스페이퍼에 야채와 고기를 적당히 넣느라 타이밍이 지났다.
"그제? 의념이 온갖 분야에서 오만갖지 짓을 하니께 적응은 힘들어도 하고나믄 세상천지에 재미있는거 천지빼까리다. 기왕 좋게좋게 사는거 요런 것도 즐기면서 살믄 얼마나 좋을꼬."
토고는 혀를 쯧쯧 차며 말한다. 의념의 발달이 단순히 전투에만 영향을 끼친 건 아니다. 의념의 등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수있게 해주었으며, 환영을 이용한 VR보다 더 정교한 몰입형 게임도 존재하며 음식도 다양한 맛과 영향, 그리고 섭취자에게 힘을 부여하는 음식도 등장했다. 토고는 기왕 사는거, 그리고 옛날보다 좋게 사는 거. 그런 것을 즐기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산이 연주했던 그 음악이 문득 떠올랐다. 요것도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일텐데 괜히 뭐라한것 같아 순간 미안해졌다. 하지만 한 밤중에 그러는 건 잘못된거야.
"크크, 게임이든 현실이든 돈만 있음 뭐든지 다 된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통화가 생기는 기고, 통화가 있음 그걸 많이 가지는 자가 강자다."
지금의 상인들고 돈으로 때리는 마당에... 아무튼 토고는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할수있는 상대를 만나서 조금 기쁘다. 그나마 사람다운 느낌이 들기에.
가끔, 심술궂거나 지나치게 순수한 무위에 몰두한 사람들 중에서는 주변이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어도 자질구레하다며 성가셔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오현의 감사인사는 매사 가장 좋지 않은 결과부터 생각하는 린에게는 아주 조금 의외였다.
"천만이어요. 소녀또한 관심을 기울이다 준혁군과의 대화를 통해 겨우 알아낸 것이니 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사와요."
어떠한 경우에는 신뢰를 얻기 위해 적당히 생각할법할 이해득실을 따져봤다는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헌터라는 직함을 단 이상 순수하게 남을 위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을 기대하는 쪽이 물정을 모르는 것일테니. 큰 전투가 있는 마당에 주요 전력이 하나도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답답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 불평해야할지 아득해진 그녀는 저라도 말을 꺼내 다행이다 생각하고만다.
"...소녀가 이리 말씀드리는 이유 또한 천자전에 있사와요. 아마 암살자라는 직종상 소녀는 베니온의 부회장, 대련에서 활약했던 그 마도사를 저지하고 지친 상태로 천자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사와요." "오현군과 반대로, 아마도 소녀는 천자전에서 전력을 다하고 다른 분들 뒤에 머무르게 될 것 같더군요."
"그렇죠! 세상에 즐길 거리가 참 많죠. 마도만 해도...공부할 땐 머리아프지만 이리저리 응용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강산은 어느 새 자세를 양반다리로 고쳐앉아, 토고가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도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GP를 에너지로 전환하여서 이를 소모해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거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들이 있다고. 주로 상경계의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댔던가. ...돈을 많이 가지는 것 또한 정말로 강자의 조건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강산에게 떠오른다.
"급우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의외로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밤이 늦어서 그런가...글이 자꾸 단순해지려고 하거나 글 쓰는데 뭔가 뇌내 렉이 걸림다... 음...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까... 지한주 다음 답레에서 오목 승패 다이스로 결정하고 막레각 잡아도 될까요? 오목판 확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확장해가면서 하면 아마 50% 확률로 강산이가 하다 질려서 기권할듯한...
"그르나? 내는 잘 몰겠다. 만나는 아들마다 나사 하나 빠진 것마냥 너무 정적이거나 전투, 목표, 기여... 어우.. 답답해 죽겠다."
사람답게 살면 어디 덧나나? 라고 토고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온 잠기운에 하품을 크게 한다. 물론 헬멧 덕분에 보이지는 않지만 헬멧의 틈을 통해 들어오는 답답한 공기가 어서 빨리 침실로 가라고 세뇌하고 있는 것 같았다. 토고가 만난 사람 중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도 놀릴맛 나는 사람은 있었지만 말이다. 토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엉덩이를 탈탈 턴다.
하다보니 지한도 슬슬 승부욕이 발동되는 모양인지 강산의 공격은 그렇게 방어되었고...강산 또한 더욱 승부욕에 불탔다. 그리하여 둘은 몇 수를 더 주고받았지만... 바둑판이 넓었던 탓인지 그 이후로도 오목 대결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 듯 했다. 눈을 부릅뜨고 판을 들여다보던 강산이 결국 양 손을 들어올리고 "기권!"을 선언하고서야 끝이 났다.
그래도 대화를 해보긴 했다는 말에 다행이라 맞장구친다. 분명 두 사람의 성격상 자기 할 말만 하고 한쪽은 그대로 납득이 되었으면 더 묻지 않고 지나갔을거라 추측하면서.
"소녀 홀로 막는 건 분명 불가능할테지요."
지나친 자신감은 강자의 용기가 아닌 어리석은자의 만용이다. 객관적으로 일대일 대련이라면 그녀의 승률은 1할도 되지 않을것이며 많아 봤자 2할정도일터였다.
"그래서 다른 분들께 잠시 협력을 부탁이라도 드려볼까 했으나 보아하니 무리일 것 같고, 여러 변수가 많은 점령전이니 만큼 최대한 그 자원을 활용해 볼것이어요."
환각,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도 있을 능력. 그녀는 샤를 주변, 실력있는 헌터 몇을 골라 배경을 조사하고 제 의념으로 정신적인 착란에 몰아넣을 생각이었다. 실패해도 범인이 드러나기 전에 그녀는 자리에 없을테니 물론 망념소모가 어찌될지가 고민이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아 눈치 못 채셨으면 고내찮았을 텐데요.." 그렇지만 막혔다. 지한은 다른 방안을 찾아보러 합니다. 근데 오목도 은근 규칙이나 룰이 많군요..
"기권인가요?" "눈은.. 건강강화가 좋겠습니다." 지한도 눈이랑 귀 둘 다 묘하게 피곤한 기분입니다. 오히려 강산보다 더 피곤할지도 모르겠네.. 승부가 날듯말듯 하다가 결국에 강산이 기권하자 그럼 공격 하지 말고 제 턴만 두 번 하는 걸로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흑돌을 더 놓지는 않는 걸 보면 그냥. 대충 비긴 것에가깝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스테이터스가 비슷해서 이렇게 접전이었던 모양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 스테이터스 포인트 분배 아직도 안하고 있었나...
"시간을 뺏었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론 괜찮았습니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래도 일어나야 할 시간이군요. 라도 말을 하며 일어나서는 돌과 바둑판을 같이 정리할 것 같네요.
강산은 토고의 말을 듣고 뭔가 잠깐 생각하는 듯 했다. 영월 습격 작전에서 '그것'을 쓰지 않았거나, 그 때 본 것을 완벽하게 잊어버린 강산이었다면 토고의 평에 "다들 바빠서 그렇습니다."라며 그냥 웃었겠지만. 어째서 어디선가 느꼈던 것 같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걸까. 어째서 특별반은- (*)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네? 아...네네. 누구라니요?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요? 알고보면 많죠."
토고가 질문하자 강산은 새벽감성이 일으킨 무언가로부터 깨어나 황급히 답한다.
"마도로 온갖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시는 빈센트 형님도 계시고...라임이랑 유하도 있고...아, 명진이라고 덩치 큰 녀석 하나 있었는데 지금 울산에 가 있습니다. 지한이도 은근 노는 거 좋아하고요."
* 강산이 영월 습격 작전에서 히어로모멘트를 썼을 때 등장한 미래의 강산은, 특별반이 해체되는 결말을 맞이하고 영웅이 되기를 포기한 강산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 누구는 얼굴을 대충 알고있고 누구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토고가 편입생이라 그런가 토고는 전혀 그렇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덩치큰 그놈아는 그나마 좀 즐길거 즐기는 타입같아 보이지만 성향이나 정의감이 어딘가 어긋난 녀석이라 가까이 가기 좀 그렇다. 토고의 입장에선 써억... 마음에 드는 이름들은 아니었다. 유하라는 도마뱀은 꽤 재미있는 맛이 나지만 말이다. 토고는 강산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고는 "내가 보기엔 다 똑같던디?" 라고 대꾸하고는 이만 가야겠다는 듯 몸을 뒤로 돌려 옥상 출입구로 향한다.
"니는 그동안에 본게 있응께 그렇게 보이겠지만 내눈에는 다 고만고만혀. 정적이고 어딘가 나사 빠졌고 단합 안되고. 크크... 그나마 니는 써먹을데 많아 보인다. 아무튼, 내는 이만 자야것다. 니도 잘 자라."
언제부터였더라. 꿈을 꾸기 시작한 것과 기억이 몰려들기 시작한 즈음.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가요? 머리를 짓이기려는 듯 휘두르는 고통, 아이의 육체로는 견딜 수 없을 고통에 더해 머릿속을 떠돌아가는 하나의 문장.
기억해. 기억해라. 기억해내라.
'기억'이라는 그 명료하고도 단순한 문장에 함축된 수많은 언어들이 낡은 필름 영화를 재생하듯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 필름 영화? 그게 뭐였더라? 이 시대의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 꿈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 현 시간부로 서울 방위군은 궤멸 직전이며 지지대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군대의 안내에 따라 최소한의 안전 지지선까지 물러나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현 시간부로 서울은 궤멸되었으며 컨트롤 타워 역시 무너졌습니다. 저희 군대의 마지막 역할은 시민들의 안전 유지와, 서울의 마지막을 지키는 것입니다. "
먼 발치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남자는 굳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언제 끊어질지 모를 전기와 통신선 모두를 끌어모아 마지막 연설을 내뱉던 것이다. 정작 군대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더니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도망친 것은 어중간한 중간 역할의 인원들이었고, 그 머리와 꼬리들은 도망칠 수도 없이 팔딱여야만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수도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던 중장의, 카메라 아래로 떨리는 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목소리는 떨지 않았다. 그 일말의 목소리로 안심을 주려는 듯 말이다.
" 서울 시민 여러분. 이것은 실전 상황입니다. 군대는 지금까지 상정되었던 적과 다른 적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만은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군대는 언제까지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왜? 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그 뒤로 밀려드는 생각들은 세상이 이런 변화를 겪었다면 나와 같은 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 한국의 기억을 지닌 누군가라면 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음에서 그들이 가지는 '군대'의 모습은 원래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듯 싶었다. 게이트 사태 이후, 최소한의 지지선 역할을 했을 뿐.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그러니 그 물음은 무의미했고, 또 무가치했다. 내가 다름을 인정하기보단 그저 찰나의 과거, 또는 이미 있었던 일. 확실하지 못한 어느 기억으로 되짚어 넘겼을 뿐. 그런 내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 수십년 전, 군부는 어떻게든 구 한국을 구원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거쳤습니다. "
안내원은 평온하게 구 시대의 잔재들을 설명해나갑니다.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를 상대하기 위해 진군했던 의미 없던 전차들의 형태들. 통하지 않을 총과 탄환을 난사하며 적의 전진을 저지하는 데에 그쳤던 군대들. 개중 등장한 각성자들과, 그로 인해 변화한 군대의 역할들.
"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의 박규호 중장은 서울에서 죽을 것을 천명했습니다. 대통령이 사망한 상황에서 권한 대행이었던 박재현 부총리의 지휘에 따라 서울의 국회의사당 탈환 작전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희생 끝에 군대는 국회의사당을 탈환하고 그곳에서 신 한국의 국보인 쌍룡검을 발견하게 됩니다. "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들은 마치 노이즈가 낀 듯,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답답함에 호소하고 싶더라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생각을 지나보냅니다.
" 그 이후 군부의 궤멸과 일부 군부의 생존자들이 각 지역의 실세 역할을 자체하게 됨에 따라 수많은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태를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는 것 같네요. "
안내원은 살짝 청량한 미소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음의 역사를 읊어갑다.
" 궤멸되었던 한국에서 분단선을 넘어 한 인원이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대형 게이트인 '일야성'의 영향을 받아..... "
건국신화는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만큼 들었던지라. 시윤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무리에서 빠져나옵니다. 혹시라도 기억에 무언가 도움이 될까. 아니면 머릿속을 떠도는 '둥지'라는 단어에 대해 무언가 알 수라도 있을까 해서 선택한 결과는 썩 맘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시끄러운 소리들. 전장을 뒤엎는, 정적보다도 더욱 먹먹하게 하는 것들. 시윤은 어느새 자신이 총을 쥐고 있단 것을 알아야 했습니다. 평소의 버릇처럼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몸으로 쥐는 게 아니라, 의념을 운용하더라도 흐릿한 필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풍경으로 말입니다.
그 곳에서 윤시윤은 눈 앞을 바라봅니다. 언더휴먼의 두 눈이 오류가 나지라도 않은 이상 보이지 않을 풍경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습니다.
꿈이 아니다.
" 그래요. 긴 말은 하지 않죠. "
작은 방. 아마도, 시윤의 기억에 의해 그렇게 비춰졌겠지만 이 곳에는 단 두가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는 어두운 풍경, 하나는 개중 밝은 것들. 어두운 것에는 사람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 왜 하필 특별반이었나요? "
머리가 묵빛처리된 듯한 모습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이가 물어옵니다.
" 그러게요. "
시윤은 어울리지 않은 표정으로 웃어갑니다.
" 그냥. 여기다. 라고 생각했어요. " " 저는 개인적으로 이 특별반 프로젝트에 별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
그는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 물론 당신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우리가 당신을 바랐다는 것 모두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건 UHN이라는 조직의 이야기이고. "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개인의 입장으로 이야기해주자면. "
그는 손짓으로 문 바깥을 가르킵니다.
" 지금이라도 나가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재능이 있어요. 늦지 않은 시간에 스카우터가 당신을 찾아올 수 있을 만큼. 어쩌면 당신이 신 한국의 두 번째 기적의 세대가 될지도 모르죠. " " 하지만. "
시윤은 그때, 손을 꼬물거리며 말합니다.
" 그러기에는 제 목표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으시네요. "
두 눈이 그를 향합니다. 꿈뻑, 꿈뻑, 두 번의 깜빡임을 보던 상대는 시윤의 말을 듣곤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립니다.
" 하하.. 그렇네요. " " 많은 사람들이 가디언을 선망하곤 해요. 그 강한 힘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명성도, 세계를 수호한다는 명예도. "
시윤은 늘어지듯 의자에 기대어 말합니다.
" 분명 엄청난 명예이겠지만. "
웃습니다.
" 저에게는 별로 바라지 않는 것들이에요. "
머릿속을 다시금, 한 단어가 떠돌아갑니다. '기억'
" 시윤 군은.. "
그는 어색하게 흘리던 웃음과 함께 다시 의자에 앉습니다.
" 어른스럽네요. 아주 많이 말이에요. " " 많이 듣던 이야기네요. " " 별로 좋진 않은 이야기지만요. "
웃음을 짓곤, 그는 시윤의 서류에 도장을 찍습니다.
" 난 아이는 아이다운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썩은 맛과 세상의 비참함을 모르고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요. 이 길에 들어선 순간 시윤 군은 더이상 도망칠수도 빠져나갈수도 없어요. "
그래도 좋나요? 라는 말에도 시윤은 웃습니다. 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듯 말입니다.
귓가에 속삭이듯 물어오는 이야기들. 소년의 어색한 고백과, 그를 받아주는 소녀의 고백.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서 물어가는 대답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다만 받아들였던 어른의 대답.
그러니 이것들은.. '윤시윤'을 구성하는 것들입니다.
빛. 그 거대한 섬광이 지난 직후 시윤은 익숙한 풍경을 마주합니다. 과거에도, 조금 더 짧은 과거에도 보았던 풍경.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충족감과 만족감.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내달리고 싶은 기분 속에서 시윤은 눈 앞을 바라봅니다.
한 소년이 손으로 작은 모래성을 만지고 있습니다. 이미 무너졌던 모래성을, 주위에 모래를 끌어모아 느리게 쌓아올리면서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말합니다.
˝ 재미없어. ˝
그 목소리는 기이합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느낌도 있고, 초여명을 앞둔 노인의 목소리같기도 했으며, 순수한 고백을 전하는 소년의 목소리같기도 했고, 절규를 뱉는 청년의 목소리같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침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아이를 아끼는 노파의 목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호통을 지르는 여성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 무너진 것을 다시 쌓아야 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으니까. ˝
소년은 부루퉁한 말투로 말하며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렇지 않아? 지금의 너를 무너트리고, 과거의 너를 쌓아가고 있는 거. 재밌어? ˝ " 무너트리진 않았다만. "
시윤은 지금도 나는 나라고, 그렇게 말합니다.
˝ 그래? ˝
소년은 여전히 부루퉁하게, 시윤을 바라봅니다.
˝ 그럼 왜 지금의 '너'는 없는데? ˝
소년은 손을 떼어내고 모래성을 가르킵니다.
˝ 봐봐. 이 모래성은 너의 일생이야. 너의 삶, 너의 목표, 너의 방향성. 그 모든 것을 가르키는 것. ˝ ˝ 너는 과거의 너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너를 인정하려 하지는 않아. 왜인지 알아? 편리한 부분에선 과거의 '어른'이었던 너를 데려오고, 불편한 부분에선 지금의 '아이'인 너를 데려오거든. ˝
푹. 소년은 모래성의 일각을 붙잡고 천천히 손을 비빕니다. 엘터 교관과, 시윤의 대화가 스쳐갑니다.
˝ 그렇잖아? ˝
소년은 웃습니다.
˝ 너는 누구보다 너라는 존재를 찾으려 하면서. 지금의 너는 중요하지 않아. ˝
왜? 라는 대답을 스스로 꺼내며 말합니다.
˝ 네게 중요한 거는 하나거든. ˝
소년은 모래성 아래를 바라봅니다. 광활한 모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 나는 '윤시윤'이다. 즉 스스로가 윤시윤이라고 말하면서도. ˝
그 순간, 모래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집니다.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얼어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아무리 생각하려고 하더라도... 이름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 너의 두 번째 삶은 첫 번째 삶의 부속품처럼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
소년은 즐거운 듯 꺄르르 웃습니다.
˝ 어때? 차라리 내가 도와줄까? ˝
모래를 매만지며 소년은 당신을 올려봅니다.
˝ 과거의 너를 돌려줄게. 지금의 육체를 매만져 그 시절의 육신을 빚어내줄게. 그 때의 기억과 재능을 모두 되돌려줄게. ˝
마치 아이가 선심을 쓰듯
˝ 그러니까 너는 얘기하기만 하면 돼. ˝
소년은 모래 한 줌을 떠서 당신에게 내밉니다.
˝ 나는 이주윤이다. 그 한 마디면 돼. ˝
이주윤. 당신의 가장 긴 시절을 담당했던 기억의 이름입니다. 지금의 당신이 아니라, 치열히 살아왔던 그 이름.
당신은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소년을 향해, 더 가까이. 더욱. 더욱 가까이. 소년의 어깨를 잡고, 손에 힘을 가하면서.
" 내놔. "
당신은 누구보다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 내 것이었던 것을, 내놔. "
다시 한 번 소리치면서.
" 내놓으라고!!!!!!!!!!!!!!!!!!! "
그 짧은 함성을 토해냅니다.
" 내 삶이 부속품이라고? 내 삶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과거를 돌려주겠다고? "
당신은 분노에 마구 날뛰면서 발 아래에 있는 모래성을 차버립니다. 단번에 무너지는 모래성을 보면서, 당신은 다시금 분노를 토해냅니다.
" 그래서 그게 어쩌란 말인데. 나를 돌려놓은 거는 너희잖아! 과거를 떠올리게 한 거는 너희들이잖아. 그런데 왜 나보고 이제 와서 지금의 기억들을 모두 잊으라고 하는 건데!!! "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무너진 모래성을 바라봅니다.
" 그럼, 그 과거를 선택하면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모두 어떻게 되는데? 모두.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잖아!!! "
그 생각에 스쳐가는 하나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의 연인, 하유하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당신의 볼깨를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자신이 좋은 것은 당신이라고.
"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고!!!!!!!!!!!!!!!!! "
당신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 그럼. ˝
물어옵니다.
˝ 너는 누구야? ˝ ˝ 너는 누구이고 싶은데? ˝ ˝ 왜 그럼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에 미련을 가지고, 과거를 찾아가려 하는데? ˝
- 저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답게요. 그렇잖아요. 가끔 당신을 보면 꼭..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 …재밌게 살아라. 이런 세상이라도 재밌게… 그렇지 못하면, 버틸 수 없어. 그러다가. 마지막에.. 네 마지막일 때.. 떠올려주면 되는 거야. 그게.. 내 마지막 유언이다.
짧은 장면들이 지나갑니다. 수 명의 병사들 앞에서, 한 대 담배를 꼬나문 채로 앞을 바라보던 당신은 병사들에게 말합니다.
˝ 살아남은 놈들은 기억해라. 이 곳에서 누가 죽고, 어떤 결과가 남건. ˝ ˝ 네 탓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결과다. 그러니까. ˝ ˝ 네 마지막에 우리들을 떠올려줘라. ˝
사실 이건 나 이외에도 창작자들의 생각일수도 있는데 노력의 결과물이 일종의 드립의 무언가로 소모되거나 하면 상당히 힘이 빠지는 편임. 결국 나도 일종의 관종이라 쓰면서 재미도 느끼고 반응도 보고 하는건데 반응이 이렇게 되면 썩 기분 좋거나 하진 않음. 그래서 그냥 이 이후에는 딱히 이런 거 안 쓰거나 크게 줄일 듯 함. 1년간 지내면서 질렸거니 하려고.
구 한국 완전 개판이었구나.. 아니 전 세계가 개판인데 높으신 분들 도망친 거 결국 며칠 더 살아나겠다고 그런 건가.. 하긴 그런 게 사람 마음이긴 하죠.
윤시윤 전생이 이주윤이었군요. 무너졌고 다시 쌓는 것... 그럼 회귀는 이미 쌓인 걸 무너뜨리는 걸까.. 같이 능동형일까.. 회귀라면 어떤 방식이 될까..같은 감상도 듭니다. 저 소년인 듯한 존재가 의념기 얻을 당시의 그 분이라면.. 저 모래성을 만들고 쌓고 무너지는 걸 굉장히 많이 봐왔던 걸까요.
유하는 저번에 윤시윤과 함께 가본 기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보았다. 귀여워! 작게 소리내고는 자기도 찍은 사진이 있다며 같은 고양이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새침한 고등어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고 유하의 손길을 외면하는 사진으로, 그러면서 꼬리는 살랑거리는 것이 흔히 말하는 츤데레라던가 그런 쪽으로 보인다.
"그런데 누구랑 같이 갔던거야? 혼자 갔어? 어땠어 고양이? 나한테는 통 다가와 주지를 않길래 좀 속상했는데 츄르 사서 줬거든."
캡틴은 이후 반응이 좀 약해서 서운했던거 같지만, 나는 진짜 너무 좋았음 이런거 너무너무 좋아. 열심히 써준게 느껴져서 되게 기쁨. 그리고 봤던 인상이나 분석도 상당히 정곡이었던 것 같다.
윤시윤 자체가 내 안에서 맨 처음 생각했던 캐릭터성은 '어느날 갑자기 새 인생을 살게 되어 변한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는 환생자' 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도 사실 형성되는 인격은 과거쪽에 초점을 맞췄거든.
어쨌거나 저쨌거나 스스로를 성인이라 여기는 점, 호칭이 아저씨란 점 등등. 자신이 과거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건 인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건 과거에서 상황과 기억이 달라졌을 뿐, 스스로는 같다고 여기는 점 까지.
˝ 너는 과거의 너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너를 인정하려 하지는 않아. 왜인지 알아? 편리한 부분에선 과거의 '어른'이었던 너를 데려오고, 불편한 부분에선 지금의 '아이'인 너를 데려오거든. ˝
개인적으로 이 말이 정말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듯. 어른스러운 사고 방식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기술 등은 과거 '어른' 을 이용해 묘사하고 어려서 담배도 피지 못하는 나이나 가끔 감정적으로 실수하는 부분, 현재의 실력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때엔 현재 '아이' 의 요소를 이용해 묘사하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부분은 내가 받은 시윤의 사망 장면에서 느낀 감정의 영향 컸음. 시윤의 전생 이주윤은 사망할 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큰 미련이나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하고. 살아남고 싶은 이유로 '누군가를 기억' 하겠다는 인물이었던 만큼. 사실 시윤이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기억하겠다고 시작한 새로운 삶인데 정작 그들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느낀다고 생각했거든.
다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렇기 때문에 본래에는 과거의 것을 돌려준다는 선택지가 그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남겨진 표류자의 입장이 유지 되었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 이라고 생각하는 과거를 되찾는게 그리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윤시윤은 현재의 입장으로 이 어장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여러 일을 겪었고 거기에는 소중한 추억이나 관계등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 대표적으론 유하. 엘터 선생. 그게 과거의 표류자로서 고독감을 느끼던 캐릭터성에 변화를 주었고 저기 연성에서 나온 것처럼 '돌아가야 할 곳' 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함.
캡틴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있는 윤시윤을 과감하게 깨부수겠다' 라고 선언함과 같이 과거의 요소와 그런 현재의 추억 사이에서 선택하게 만들고, 윤시윤은 후자를 골랐음.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위에 말했듯 이주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끝에 무언가 강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 그러니 그 이야기는, 완결 났었던 것. 이주윤의 이야기가 끝났고 지금은 윤시윤의 이야기란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같기도 함.
사실 이 것이 캐릭터성으로 어떠한 반영이 될지는 토고주 말대로 꽤 많은 생각이 들긴 해. 그래도 내게 무척이나 의미 있는 글이었고, 감동적이었음. 보통 가능성 중 하나가 IF 로 묘사되는 히어로 모멘트와 달리 이번 윤시윤의 히어로 모멘트는 전생과 지금을 가르는, 현재의 서사라는 인상이 드네.
>>902 저 시윤주 후기 보고 캡틴 연성 보니까 여태까지의 시윤이 캐릭터성이 아...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에요...
>>898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이 곳은 메신저가 아닙니다...안 읽음 표시는 어디에도 없어요. 접속자수를 집계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개별 스레 단위가 아니고 게시판 전체 단위이며, 그마저도 레스를 쓰지 않은 접속자는 집계하지 않아요. (글을 쓴 사람만 집계합니다... 최근 5분 내였던가 그랬지 싶은데 가물가물하네요,..?) 그러니 반응 속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그는 당신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 거리를 정리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최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그를 보면 대운동회를 겪으며 성장한 것 처럼 보이지만, 어설픈 도련님 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차차 나아지겠죠. 저와 그는 모르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있을테니까요
" 삼촌은 왜 열망자가 된거야?? " " UHN이 특별반을 설립한 이유는 뭐지?? " " 특별반에 괴짜들이 모인건 우연인가? " " 윤시윤이 주장하는 환생..그것도 사실이야? "
그는 OwO.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대답이 돌아오지 못할 공허한 질문인걸 알면서도 붙잡으며 소리칩니다. 얼마안가 그도 당신에게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 그래, 직접 보라는거지? ... "
하루 아침에 어느 나라가 대형 게이트로 멸망했습니다. 라는 뉴스가 속보로 뜨고 그것을 보면서 '아 이제 저 나라 전통음식은 못먹겠네' 라고 읋조리며 양치를 하는 세상 그 세상에 태어난 그는 이 현상도, 이 광경도, 이 대화도. 기억하지 못하고 바스라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제서야 당신이 웃어줄만한 말을 던집니다.
빈센트: 앨랠래도 좋지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언제까지고 앨랠래만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은 물론이고, 어떤 게이트에서도 기념 축사를 앨랠래로 채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빈센트주: 하지만 앨랠래 말고 안아줘요로 채우는 곳은 있지 않을까? 빈센트: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제기랄.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은 주년이 지났고, 우리는 이걸 축하해야 한단 말입니다. 심지어 나랑은 상관없는, 엄밀히 말하면 이 세계와 엄밀히 엮여있을 뿐인 세계가 우리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 가동된지가 1년일 뿐입니다. 이건 당신이 더 축하해야지 않습니까?
빈센트주: 뭐, 그렇지. 음. 그래서 말인데, 축하한다는 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생각해봐. 너 영성 높잖아. 빈센트: 젠장. 잘 받아적으십시오. 빈센트주: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우리는 이곳에 섰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는 관계를 보았고, 싸움을 보았고, 재난을 보았고, 영웅심을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세상을 보았습니다. 아픙로도 이 세상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라해보십시오. 빈센트: 따라해보십시오는 빼란 말입니다. 빈센트주: 따라해보십시오는 빼란 말입니다. 빈센트: 세상에. 이런 미친놈이랑 한 배를 탔다니. 빈센트주: 역시 내 입에는 앨랠래가 최고야! 빈센트: 어쨌든 끝은 좋게 냅시다. 빈센트주: 1주년 축하합니다! 좋은 일만 계속 있길 바래요!
토고는 각종 폐자재와 오함마가 있는 이 버려진 곳을 둘러보왔다. 오래전 무슨 창고의 역할을 했었던 것 같은 이 장소는 지금은 낡고 낡아 폐자재와 오함마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장소의 주인은 현대인들의 파괴적 행위로 원초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장소로 만든 것 같았다. 한 시간에 만원! 같은 식으로 말이다. 토고는 이런 곳에 오더니 오함마를 들고 토고에게도 하겠냐고 물어보는 오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토고는 저번에 그가 팔이 부러진 것을 말하였으나, 팔이 뭐 어쨌냐는 반응을 보이기에 이제 다 나았나보다 싶어 "그럼 됐다." 이런 짧은 한마디로 끝냈다. 오함마가 내려쳐지자 큰 소음과 함께 폐자재가 무너지고 부서지고 먼지가 흩뿌려지는 것이 귀와 눈을 통해 전달되었다. 의념 각성자의 신체이기에 일반인이라면 한두번 내려치면 지칠만도 한데 이녀석은 작은 몸집으로 오함마를 사정없이 휘두르니 혀를 찰수밖에 없었다. 피곤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오함마를 쾅쾅. 손모가지 쾅쾅. 소리는 제법 경쾌하다. 액션 영화의 폭발보다 더 경쾌하니까.
"내는 샷건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빵빵 쏴재끼는데 오함마같은게 그 손 맛을 따라올리가 있엤나? 크크..." "손맛을 원하믄 낚시 같은거나 해봐라. 고게 요거보다는 좀 더 건전해보이는디."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들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와따, 저게 저리 부서지나? 그러면서 그가 말한 소리는 낚시는 잔인하다, 그물을 쓰면 고통없이 잡을 수 있다. 손맛을 느끼기 위해 고통을 주는 것 아니냐 그런 소리였다. 토고는 말하자면 그물은 해양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는 수 많은 해양 생물과 해양오염, 그리고 그물이란 특성을 이용해 수십마리의 어류를 포획 가능하기에 오히려 먹지도 않는 것을 대량으로 낚아 생물에서 쓰레기로 만들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으나
"정확히는 뱃속에 철 바늘이 아니라 입에다 박히는 기고, 낚아서 지가 직접 먹음 되는거 아니겠나?"
물론 낚았다가 풀어주는 그런 스포츠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쓰일지도 모르는 각종 자재들을 앞에다 폐가 붙긴 했지만 말이다. 그것들을 써먹지도 못한채 부수는 것보단 토고는 낚시가 더 나았다. 한다고 해도 게임으로만 할 것 같지만.
토고는 본인도 뭔갈 부술까 싶어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밟기 좋은 썩어가는 나무판 앞에 서서 발로 콱 내리찍어 나무판을 부순다. 내구성이 엉망이라 그런지 나무판은 콰직 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무언가를 부순다는 행위에서 오는 감각이 스트레스를 조금 덜어주지만 토고는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쓰레기를 부수는 건 건전하제. 못 쓰는 자동차 폐차 시키는 것도 쓰레기 부수는 거 아이겠나? 근디, 중요한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느나제."
토고는 오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니가 스트레스 풀고 싶다고 쓰레기를 부수는 거는 그저 파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기니까 그게 불건전하다는 기다." "쓰레기로 만족 못하게 되믄 다음엔 뭘 부수끼고? 쓸수있는 자재도 부수고 그것도 질리면? 마, 이런게 비약이라고도 할수있게지마는 낚시는 적어도 낚은거 묵기라도 하지."
토고는 애초에 손맛을 느끼고 싶으면 낚시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하고 알려준 것인데 그게 건전하다 불건전하다로 넘어가다니 참.
"됐다마, 애초에 낚시라는 방법도 있다~ 하고 갈켜준건디 뭐는 건전하고 뭐는 불건전하고 참나."
토고는 자신이 먹을 메뉴를 말하며 카페 차량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요즘 자판기에도 여러가지가 있다지만 자판기와 비교가 될소냐.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난 뒤라 그런지 카페 차량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줄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기다리면 되는 수준이라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사람을 첫 인상으로 판단하지 말라. 험한 인생살이중 몇 번이고 배운 교훈이지만 지금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중이다. 까칠한 인상이었던 그가 의외로 유하게 지금까지 대화가 되었다는 것에 속으로 아주 약간, 자신의 편협함을 반성한다.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하는 그녀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작지 않은 실책이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하여요."
그래서 이번에는 크게 숨기지 않고 답한다. 여기서 물러보았자 더 수상해질 뿐이다.
"때로는, 특히나 강력한 힘 앞에서는 여지껏 생각해온 모든것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을것이어요. 계획에 얽메여 혼돈스러워할 시간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하는 편이 더 현명할수도 있겠지요."
호의적으로, 화사하게 웃으면서 뒤에 별다른 의도 없이 격려의 말을 한다. 지금, 같은 적을 둔 동료로서 이 정도의 말은 해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