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념의 세계가 열린 이래, 사람들은 의견차이를 좁히기는커녕, 이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조차 달라지는 시대를 맞이했죠. 가끔씩은,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겠다면, 그게 위험하지 않은 이상 내버려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당신의 정의관을 존중하겠으니, 나의 가학심도 존중받겠다는 참 이상한 의사를 돌려 말할 뿐이었다. 둘이 동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인신매매 조직을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은 정말 잘 알았다.
"확인된 인신매매 피해자 146명, 그 외 장부상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400명, 취재나 수사 과정에서 말려들어간 사망자 21명. 그 외 사기 피해자 300명."
빈센트는 짧게 나열했다. 그리고 알렌에게 말했다.
"저 많은 숫자들 하나하나에, 저 피해자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어떨지 생각하면... 이래서 누구도 제 살인을 말리지 않는 겁니다.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듯한 낌새가 다크웹에 보이더군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전 이들을 다 죽일 겁니다."
음, 하고 선반을 뒤적거린다. 간소하게 사는 삶이라 솔직히 차 종류가 뭐 그렇게 호화롭게 많지는 않다. 단거 먹을 때 같이 먹는 녹차랑, 평소 물 대신 챙겨먹는 보리차. 그리고 적당히 음료로 먹는 아이스티.....기껏 다과에 한복 차려입고 아이스티는 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흠....쓴 음료 좋아할진 잘 모르겠지만, 많이 단 과자들이니까 녹차로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을 끓이고 녹차 티백을 담궜다. 그러고 기다리는 사이에 큰 절을 받아버린 것이다. 대충 짐작했던 사유에 한숨을 내쉬곤, 추석이라고 물품 살 때 덤으로 딸려온 홍삼젤리(맛 없음)을 귀엽고 작달만한 양 손 위에 얹어주었다.
"그건 최소한 친인척 관계는 되어야 주는 풍습인데. 내가 언제 네 삼촌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자료라... 킨케이드 울트라. 1년 전까지 존재했던 갱단, 다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발생시켰으나, 한 의념 각성자의 공격에 와해되고 현재 리더 및 간부진은 도주 중. 최근 이름을 피스트 알파로 바꾸고 사업을 마약, 경비 등으로 다양화해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하고 있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도와줬다기보다는 죽기 싫어서 정보를 분 것에 가까웠지만. 빈센트는 협력자들의 사진을 드러내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사진을 하나 둘 뒤집었다.
"카일. 저에게 이 건을 처음 의뢰했던 친구는... 제 이름이 적힌 현판을 든 채로 죽었고, 김철완. 이 조직에 있다가 죽느냐, 정보를 불고 탈퇴하냐에서 후자를 택한 이는 이마에 배신자라는 문신이 찍힌 채 머리만 남았고... 제인. 이 친구는 최종적으로 노예를 '납품'받는 일종의 소매상이었는데, 저한테 정보를 팔았다가 배가 부를 정도의 동전을 강제 '급여'당했더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고개를 젓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도 당장은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자료는... 경찰이나 UHN이 가지고 있을 테고요."
//17
저 내일 9시에 일 나가봐야해서 그런데 ㅜㅜ 여기서 킵할수 있을까요? 답레 주시면 바로 잇겠습니다 흑흑
실력을 시험한다니.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저 못마땅했던 그때와 다르게 익숙해진 지금은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입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알렌군이 처음 제게 말한대로 순전히 축제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에요. 더군다나 동등한 동료사이인 제게 알렌군을 시험할 자격이 있던가요? 조금 짓궂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공짜 먹거리도 얻었고 깨달음도 얻었으니 좀 봐줘요."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가지만 평온한 마음에 밀려있던 당황스러움이 기저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와도 괜찮을텐데 은은한 미소보다 더 큰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 것처럼 근육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간만에 마주한 평화가 어색했다. 좀, 아니 많이 어색하고도 이상했다.
"칭찬 고마워요."
순간 자연스럽게 옛 길드원들과 떠들던 이자카야가 떠올랐지만 린은 이를 억지로 밀어내듯 평소 갔던 식당을 떠올렸다.
애초에 UHN이 허락한 영역임. 특별반은 특정 범죄를 제외한 여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권한이 UHN에게 있음. 그걸 이용해서 UHN은 지금 특별반이 발생시키는 범죄나 문제들을 묵인하는 것. 가령 명진이가 대구로 넘어간 것도 원래라면 불가능하겠지만 UHN의 묵인 하에 가능했던 거임. 이런 여러 편의를 봐주는 대신 특별반을 통한 목적을 이루려는 거기도 하고.
이런 짓을 해주는데 자기들 맘에 들지 않으면 시트내림 처리가 나는 것도 이런 이유기도 하고.
"플라이 투 더 문..." 뭔가 고전 영화나 노래에서 나올 법한 말이지만. 지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올라가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눕니다.
"열권이라.. 그렇게 높이 올라왔던가요?" 그래도 아직 달까지는 좀 멀려나요. 라는 말을 하지만 그라도 지상에서 볼 때보다는 확실히 조금 커진 것 같다는 첨언을 합니다. 그렇지만 깨져서 좀 작아진 걸 보니 착실한 레벨 스케일인가. 라는 생각을 할까요? 묘하게 게임스럽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둘이 동시에 서기 힘들다는 점은 좀 그렇네요. 이러다가 불의의 사고가 생기면 곤란하다고요... 라고 생각하다가 강산이 말을 하자 눈을 깜박이고는 고개를 홱 돌려 바라봅니다.
"그런 소리 하면 나옵니다." 마음과 태도로만 준비하다가 라는 말을 가볍게 하지만 진짜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잇과의 눈이 스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발판을 박차고 그 방향으로 창질을 합니다.
//강산주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9시였던 건에 관하여. 잠깐 갱신합니다... 다들 안녕하세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질문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부담 없이 솔직하게 떠들고 놀 수 있는 시간이란 꽤나 즐거운 것이다. 충격 받은체 하다가 이내 웃는 얼굴을 안주 삼아 다과를 우물거린다.
"뭐....대회에서 옛날 기억도 좀 더 떠올리고. 기인을 만나 대답 잘했더니 눈이 기계로 개조도 당하고."
이렇게 말하고 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군.... 다만 내 사정보다는 대차게 실패 했다는 상대 쪽에 신경이 더 쓰인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아마 동정이나 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닐테고(그랬다면 그러길 바란다는 티를 냈을테니까). 섣불리 신경쓰는체 하기 보단 덤덤하게 같이 지내주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가볍게 보여주기 위해서, 렌즈를 조절하는 요령으로 두 눈의 동공이나 초점을 지잉 하고 스스로의 의사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는걸 보여준다. 그 다음에 눈을 깜빡이곤 다시 평범한 상태로 바라보며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회 끝나고 왠 저격수가 날 찾아와서 흥미를 보였는데....거기서 이것저것 대답을 했거든."
스라이머씨와 있었던 문답등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구시대 총기의 특징, 그리고 그 장점, 자신의 사격 방식....여튼 그런걸 얘기했었지.
"그랬더니 마음에 든다고 입문 시켜주더라."
그러면서 상태창을 열어 스킬 설명을 보여줬다.
언더휴먼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길들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적은 게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적들을 향해 쏘아지게 되었죠. 의념의 발전을 이룬 이들은 이런 의념의 향상성을 이용하여 단순히 육체의 발전만이 아니라, 육체의 기능적 발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파의 일부로써 육체에 기능을 부여, 게이트와 싸우길 선택한 이들을 언더휴먼이라 부릅니다. 개조 - 특정 조건과 기술을 동원하여 신체의 일부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합니다. 눈 - 상대의 현재 피해 상황을 수치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40의 망념이 필요합니다.
"그러곤 곧바로 떠나버렸다만....."
어쨌던간 나쁜짓을 해서, 혹은 누군가의 악의로, 혹은 강제로 개조된 것은 아니라며 등을 두드리고 안심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