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재밌지 않겠습니까? 피암마한테 죽은 범죄자라 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록키산맥불다람쥐에게 죽은 범죄자라 생각해보십시오..."
빈센트는 생각만 해도 재밌다며 허허 웃는다. 빈센트는 자신의 무기를 그렇게 하찮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모닝스타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참 아파보이고 무서워보이지만, 똥막대기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그것 참 얼마나 비참해보이는가. 그것이 빈센트가 상대를 도발하는 방식이었고, 상대를 끝까지 엿먹이는 방식이었다. 정말로 아쉬웠다. 록키산맥불다람쥐라는 별명을 꼭 얻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별명은 별명, 빈센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바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의 허기에 응했다. 빈센트의 손등 피부가 벌어지더니, 피가 중력을 거스르고 흘러나와 안테로스의 눈동자 쪽으로 마치 촉수처럼, 피로 이루어진 덩굴처럼 손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로 모여들고...
"다행이긴 합니다" 건강을 강화하며 약간 회복해보려 하는 지한은 뒤쪽의 고양이를 흘깃 봅니다. 티배깅같은 걸 할 정도는 아니니 다행인가.
"날개옷..." 흠. 유명한 이야기는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는 아닌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 나섰는가.." 강산의 말을 듣고는 난처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야 수행과 의리같은 말을 하기엔 이미 강산이 말해버리기도 했고... 그래서였는지 돈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을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하고는 이제 다 와가니. 가봅시다. 라고 말합니다.
"휴..." 의뢰를 마무리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일단 동화적 결말이라 다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기술적이거나. 그런 종류를 살짝 생각해보게 하는 의뢰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재미는 있네만. 윗사람들은 그러한 재미를 천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네. 애초에 특별반에게서 원하는건 상징성이지 않나."
듣기로 최초의 헌터와도 같은 구심점을 원해 진행중인 프로젝트 아니던가. 동료인 나는 사실 빈센트가 록키산맥불다람쥐가 된다 한들 별 다른 불만은 없지만(본인이 좋아하니까, 뭐.) 높으신분들에게 있어선 아주 불편한 요소일 것이 뻔하다. 그리고 내가 전에 들은 그의 사정상 높으신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면 매우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아무피나 좋아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템이었다면 애초에 평소부터 흡혈을 했을 것이니까.
"그렇게 해서 방출되는게 B 랭크 상당의 마도인가."
B 랭크면 상당한 실력에 속한다. 그걸 사용자의 행동과는 별개로 방출해낸다면, 대단하긴 하군.
"그게 사실 제일 아쉽습니다. 아아! 록키산맥불다람쥐를 향한 꿈은 멀고도 멀군요. 아마 제가 프리핸드를 궤멸시키고, 그 수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부급의 목을 따서 UHN 앞에다 바친다면 록키산맥불다람쥐가 아니라 아예 마리아나해구아귀눈동자 이런 별명을 지어도 뭐라 안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를 빈 곳에 겨눈다. B랭크 마도도 다 다르다. 데블 토큰처럼 거대한 폭발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무엇이든 다 뚫을 기세인 무시무시한 관통력을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이것을 쏘는 것이 본의 아닌 팀킬이 될 가능성에 조심하면서 시윤을 바라본다.
"혹시 모르니 뒤로 물러서시죠."
그리고, 피를 먹은 안테로스의 눈동자가 눈이 멀 듯한 불빛을 발하고, 광선이 쏘아졌다. 그 광선은 사방으로 뻗치더니, 그것이 닿은 땅을 미친듯이 녹여버렸다. 그 후에 남은 크레이터에는... 수천 수만개의 혈관이 남은 채 꿈틀거리면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어째 그 중에는 작게나마 눈동자도 몇 개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들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이내 바스라졌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이 세상은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할 정도로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런 사람들을 바보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잔뜩 있고....그 끝 지점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종의 코스믹 호러다.
"그러지."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물러서라는 말에 고집 부릴 이유도 없음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잠깐 멀찍히 물러나서, 대신 개조받은 눈으로 흐르는 망념과 거기에 깃든 생명력을 유추하고 분석하기 위해 빤히 보았다.
그 후 발사직후 생겨난 그로테스크한 구덩이를 보곤, 그의 말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베로니카 문제 때문에 프리 핸드를 손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다르게 생각하면, 차라리 베로니카를 숨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정말로 제가 강해져서, 특별반 학우들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용병들을 끌고 올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프리 핸드를 이긴다. 아니면 최소한, 프리 핸드가 베로니카나 빈센트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인식할 정도로 타격을 주고, 베로니카의 주박을 푸는 대가로 서로 더 이상 '거슬리지 않는' 암묵의 선을 유지한다. 이게 가능할까? 빈센트 그 자신이? 그게 된다면 빈센트는 어지간한 가디언조차도 코웃음치며 짓밟을 수 있는 상황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일단... 이 부분은 덮어서 묻어야겠습니다."
빈센트는 흙의 마도를 이용해, 수련장 지면을 움직였다. 파쇄됐던 부분은 멀쩡하게 메워졌고, 빈센트는 혈액 팩을 자신의 몸에 연결했다.
빈센트는 벽에다 똥칠을 하는 그라피티 경범죄자(본인 주장으로는 예술가)를 붙잡아놓고, 그 사람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감상했다. 정확히는 감시에 가까웠다. '예술가'는 자신이 죽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빈센트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순순히 그림을 그렸다.
"어려운 이야기로군. 프리핸드만 생각하면 그게 현실적이지도 모르지만, 그 경우 자네의 연인을 UGN 이나 UHN 에서 가만히 냅두지 않을걸세. 전에 듣기론 주의한다는 말로 해결하기엔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니까."
피에 광분하여 날뛸 때 40레벨 가까이의 전력이 된다는 것은, '조심하겠습니다.' 라는 의사 만으로는 어떻게 해결 될 수 없는 폭탄인 것이다. 애초에 지금도 빈센트에 의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사살되거나 아프리카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은. 그러니 지금은 뒤를 봐주는 그들도, 베로니카를 숨겨 은거 시키겠다는 방향성이 되면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레벨 40의 언제 민간인 대량학살자로 변할지 모르는 의념 각성자라. 빈센트가 생각해도 정말로 미친 괴물이었다. 이런 것을 '전력'이라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보니 세상은 망해가는구나.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한다.
"그래서 인간이 뜸한 곳으로 가려 했습니다. 미국도 의념 시대 이후로 자연으로 돌아간 곳이 많으니, 미국 정부 자산을 매입해서 깊은 산 속에 은거하면서 죽을 때까지 버티는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죽일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라는 것도 문제는 딱히 안 될 테니까요."
그리고 죽이더라도 나만 죽일 거고요. 그런 살벌한 농담을 던진 빈센트는 완전히 덮인 크레이터 방향을 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저런 기분나쁜 곳을 메워야 할 일이 있다면 불러주시죠. 제가 하겠습니다. 물론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난다.
"그럼... 이제 이 안테로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았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러 가야겠군요." .//19 막레 부탁드립니다! //19
"모든 분야에서 초인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그런걸 수색하고 찾아내는 초인들도 널려있는게 문제지만. 적어도 듣기론 차라리 좋아보이는군. 그런 쪽을 생각하면 연줄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서 산속에서 은거라.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론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폐 끼칠 생각이 없지 않나. 다만 이 세상에 초월자들이 많아진 지금. 그런 흔적을 추척하는 사람의 수준도 초월적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연줄 없이 혼자만의 은거로는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tmi로...뻔한 설정들이지만 방금 일상에서 지한이랑 강산이랑 갔었던 게이트 설정 중에 못 풀었던 걸 풀자면.. - 고양이가 토끼 대신 12지 묘의 자리를 차지했고, 달과 지상을 오가던 토끼들이 날개옷 도난 사태에 킹받아서 달에 틀어박혀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달토끼들이랑 인간들이 사이가 나빠진 건 중간에 고양이들이 이간질을 했기 때문이고요. (인간들이 이를 눈치챈 시점입니다. 달토끼들은 아직 몰랐지만요.) 쥐들은 달토끼들이 고립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들과 협력했습니다. 쥐가 되도록 날개옷을 꺼내 쓰지 않기를 바랬던 건, 고양이들이 날개옷을 노리고 있는 것도 있지만, 보따리에는 날개옷 말고도 쥐들이 작성한 밀서(고양이들이 진짜 범인임+걔네가 너네 고립시키려고 사보타주함!)도 같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밀서가 분실되거나 고양이들에게 들킬까봐라는 이유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