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은 달려드는 것들을 최소한의 창격으로 떨어뜨리고는 툭툭 튀어 올라갑니다. 방어쪽으로 지체되는 걸 막기 위해 좀 맞으며 갑니다. 뭐.. 결손될 정도만 아니라면 무시하는 거지요.. 아마... 그거.. 효과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신속이... 미묘하군요." 지한이도.. 의념보 언젠가 얻을 수 있어! 팩션 나올거야! 바보야! 의념보 그거 팩션? 하늘나라 갔어! 아냐! 아 왜 갑자기 이런 게 생각났지.. 아니 이게 아닌데. 지한은 절반 조금 넘는 피해를 받았습니다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고 건강을 강화해서 일단 겉으로는 나빠 보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절반 대가로 절반쯤 떨궜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다...일까요? 일단 무시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이나 표정에서 묘한 삐죽임이 살짝 보이는 걸 보면 몇 방 맞는 것을 무기하긴 해도, 기분은 그다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저기 목적지가 보이는 만큼 머리카락을 조금 매만집니다.
강산도 지한이 좀 상처입었지만 무사한 것을 보고, 안심하고 숨을 고른다.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일행이 왔던 방향에서 고양이 무사가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이 쪽을 보고 있었다. 뒤쫓아오진 않았지만.
[저 도둑고양이 녀석...적당히 위협하면 자네들이 보물을 꺼내 쓸 것을 노리고 기회를 봐서 낚아채갈 생각이었나본데, 뜻대로 안 돼서 속이 좀 쓰리겠군!]
그림자 쥐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 예의 쥐 울음소리 같은 웃음소리로 웃는다. 찌익 찍찍찍찍!
[달토끼들은 여태 인간들이 이것을 훔쳐갔다고 오해하고 있었지만...진짜 범인은 그들이 아니었지. 달과 지상을 자유로이 오가게 도와주는 날개옷을 무사히 전해준다면, 인간들은 오명을 벗고, 달토끼들은 고립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될 걸세. 아주 잘 하고 있어.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
그림자 쥐의 격려를 듣고 강산은 웃는다.
[헌데, 이런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무엇을 위해 나섰던겐가?]
"음...글쎄. 아마도...수행과 의리를 위해서?"
그렇게 답하며 지한을 본다.
"네 생각엔 어때?"
지한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21번째. 원래 보스전도 생각했었지만...뭔가 뭔가...이벤트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너무 오래 끄는 거 같아서...이쯤 마무리할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막레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히려 재밌지 않겠습니까? 피암마한테 죽은 범죄자라 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록키산맥불다람쥐에게 죽은 범죄자라 생각해보십시오..."
빈센트는 생각만 해도 재밌다며 허허 웃는다. 빈센트는 자신의 무기를 그렇게 하찮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모닝스타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참 아파보이고 무서워보이지만, 똥막대기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그것 참 얼마나 비참해보이는가. 그것이 빈센트가 상대를 도발하는 방식이었고, 상대를 끝까지 엿먹이는 방식이었다. 정말로 아쉬웠다. 록키산맥불다람쥐라는 별명을 꼭 얻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별명은 별명, 빈센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바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의 허기에 응했다. 빈센트의 손등 피부가 벌어지더니, 피가 중력을 거스르고 흘러나와 안테로스의 눈동자 쪽으로 마치 촉수처럼, 피로 이루어진 덩굴처럼 손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로 모여들고...
"다행이긴 합니다" 건강을 강화하며 약간 회복해보려 하는 지한은 뒤쪽의 고양이를 흘깃 봅니다. 티배깅같은 걸 할 정도는 아니니 다행인가.
"날개옷..." 흠. 유명한 이야기는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는 아닌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 나섰는가.." 강산의 말을 듣고는 난처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야 수행과 의리같은 말을 하기엔 이미 강산이 말해버리기도 했고... 그래서였는지 돈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을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하고는 이제 다 와가니. 가봅시다. 라고 말합니다.
"휴..." 의뢰를 마무리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일단 동화적 결말이라 다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기술적이거나. 그런 종류를 살짝 생각해보게 하는 의뢰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재미는 있네만. 윗사람들은 그러한 재미를 천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네. 애초에 특별반에게서 원하는건 상징성이지 않나."
듣기로 최초의 헌터와도 같은 구심점을 원해 진행중인 프로젝트 아니던가. 동료인 나는 사실 빈센트가 록키산맥불다람쥐가 된다 한들 별 다른 불만은 없지만(본인이 좋아하니까, 뭐.) 높으신분들에게 있어선 아주 불편한 요소일 것이 뻔하다. 그리고 내가 전에 들은 그의 사정상 높으신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면 매우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아무피나 좋아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템이었다면 애초에 평소부터 흡혈을 했을 것이니까.
"그렇게 해서 방출되는게 B 랭크 상당의 마도인가."
B 랭크면 상당한 실력에 속한다. 그걸 사용자의 행동과는 별개로 방출해낸다면, 대단하긴 하군.
"그게 사실 제일 아쉽습니다. 아아! 록키산맥불다람쥐를 향한 꿈은 멀고도 멀군요. 아마 제가 프리핸드를 궤멸시키고, 그 수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부급의 목을 따서 UHN 앞에다 바친다면 록키산맥불다람쥐가 아니라 아예 마리아나해구아귀눈동자 이런 별명을 지어도 뭐라 안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안테로스의 눈동자를 빈 곳에 겨눈다. B랭크 마도도 다 다르다. 데블 토큰처럼 거대한 폭발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무엇이든 다 뚫을 기세인 무시무시한 관통력을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이것을 쏘는 것이 본의 아닌 팀킬이 될 가능성에 조심하면서 시윤을 바라본다.
"혹시 모르니 뒤로 물러서시죠."
그리고, 피를 먹은 안테로스의 눈동자가 눈이 멀 듯한 불빛을 발하고, 광선이 쏘아졌다. 그 광선은 사방으로 뻗치더니, 그것이 닿은 땅을 미친듯이 녹여버렸다. 그 후에 남은 크레이터에는... 수천 수만개의 혈관이 남은 채 꿈틀거리면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어째 그 중에는 작게나마 눈동자도 몇 개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들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이내 바스라졌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이 세상은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 바보같이 강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할 정도로 강한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런 사람들을 바보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잔뜩 있고....그 끝 지점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종의 코스믹 호러다.
"그러지."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물러서라는 말에 고집 부릴 이유도 없음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잠깐 멀찍히 물러나서, 대신 개조받은 눈으로 흐르는 망념과 거기에 깃든 생명력을 유추하고 분석하기 위해 빤히 보았다.
그 후 발사직후 생겨난 그로테스크한 구덩이를 보곤, 그의 말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