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 맞습니다... 신경 그만써도 될만한데! 레레시아는 왜 이렇게 귀여워요 특히 음식은 자주 해주면 좋겠다(??) 많이 먹어줄래요!!
>>563 노곤노곤하면 확실히 풀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뭐든지 따뜻해지면 흐물흐물해지니까 사람도 그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기장판에 누우면 풀어지려나(???) 쥬데카가 좀 더 어렸다면 음,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쉬울 따름입니다만!
혁명군들의 활약을 넘어서 누가 누굴 죽이는 게 애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라고 지적하자. 선우는 그 나름대로 선이 있음을 피력하며 항상 그 선을 지켜 이야기를 푼다는 것을 말했다. 솔직히 안다. 이거 대장의 귀에 들어가면 좋은 꼴은 못본다. 바깥이었다면 애들에게 즐길 거리를 마련해준다라는 당위성이라도 있지, 여기에 서점이 있고 각종 미디어물이 있는 이상 그의 행동은 단순 기밀 유출에 불과했으니까.
"대장에게 보고하지 말아줘"
물론 레레시아가 이 일을 보고할만큼의 철두철미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대비해서 어느정도의 부탁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보고한다면 순수한 그의 창작 이야기라고 잡아 땔 것이고 실제 작전과 비슷한 내용을 지적받으면 본의 아니게 섞였다 주장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과자 사러 갈래? 군것질거리들이 떨어졌어."
물론 숙소에 여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그녀와의 친분을 다질 겸 뇌물(?)을 바칠 겸 해서 같이 간식 가게나 가자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가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 고지식한 레지스탕스 모임에 협력지원서를 넣고 만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리더로 추정되는 익명의 인물에게서 만남을 갖자는 답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건 바로 내일이다.
바보같은 마츠이. 왜 그런 짓을 했지? 물론 박사 과정을 밟기는 했다지만 지금의 너는 고작 엔지니어일 뿐이잖아? 무기다운 무기나 한 번 제대로 쥐어본 적 있기나 해? 이제껏 펜이랑 몽키스패너로 뱃 속에 기름칠이나 할 줄 알았지, 그런 놈이 웬 혁명?
작금의 시대에 화합이니 평화니 같은 건 단순한 개소리다. 지난 기록에도 전술했듯 이놈의 도시는 도저히 인간다움을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으니. 그런 가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고작 한 둘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짖밟히고, 그 중에서는 얼마나 많은 레지스탕스들이 가디언즈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교수 석사 선생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뭐가 바뀌기나 할까? 괜히 허무맹랑한 탁상 공론이나 펼치게 되는 건 아니겠지?
모르겠다. 머릿 속이 창 밖에 펼쳐진 거리처럼 혼란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폭동의 불꽃에 타오르는 연기처럼 맹렬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있는 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면식도 없는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힘 없는 일개 민(民)이 희망을 품는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일단 그 모임에 한 번 참석해서 분위기를 살핀 뒤 이상하면 빠져나오는 수밖에. 참, 사람이라는게 이렇게나 우습다.
잘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스마엘은 노이즈 너머로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인 행동은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부위에 피가 나는 일은 겪어본 적이 없을뿐더러 피가 굳는 느낌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이스마엘 본인도 모르게 손을 댄 것이다. 단순히 머리를 쓸어넘기는 자세로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알아챈 것이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마냥 거절했다간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스마엘은 의료보험도 없었으니 이곳에서 미운 털이 박혀 다른 곳에서 따로 치료를 받을 순간이 온다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럴수록 잘 보여서 미움받지 말아야 하나 봅니다."
아마 재밍 스위치는 손목에 있는 모양이다. 다만 손목의 어느 부분인지 알 수는 없었다. 점퍼의 소매가 손목을 단단히 가린 이유도 있거니와 칩이 있을만한 기계장치를 달 여유도 없었다. 이스마엘은 재머를 끈 뒤, 가장 먼저 피에 젖은 옆머리를 손가락을 세워 대충 쓸어 넘겼다. 선명하게 핏줄이 불거진 검은 가죽 재질의 장갑의 엄지는 이미 피가 말라붙은 상태였고, 이스마엘도 그 사실을 잘 아는지 잠시 중지와 약지 틈에 엄지를 대고 쓸어내며 마른 피를 털어냈다. 한쪽 시선이 엄지로 굴렀을 때, 이스마엘의 미간에 팬 주름이 깊어졌다.
"아, 감사합니다."
그것도 찰나였다. 거울을 들어주는 당신의 배려에 이스마엘이 다시금 눈을 굴린다. 한쪽 눈을 감은 채 다른 눈으로 웃음을 그리는 것이 힘들었던 건지, 매서운 눈이 잠깐 호선을 긋다 다시금 돌아온다.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음이 깔려있었다. 하관을 가렸기 때문에 눈으로만 성별을 구분 짓기도 어렵다. 알코올 솜을 받아들이며 이스마엘이 상체를 거울 쪽으로 숙였다. "피가 많이 흘렀군요. 몰랐습니다." 환부가 어떻게 찢어졌는지 확인하듯 눈매가 점점 더 좁아진다. 살점이 뜯겼어도 깊게 뜯긴 건 아닌 것 같고, 알코올 솜으로 닦은 뒤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이면 끝날 것 같다. 이스마엘은 거울 뒤로 숨는 당신을 흘끔 올려다보고 다시금 눈웃음을 지어보려 애썼다. 한쪽 눈을 감고 있어 여전히 근육은 제멋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리고 얼굴 말인데- 보셔도 괜찮습니다. 언젠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줘야겠거니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얼굴 정도야 숨기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 보여준 사람에게 보지 말라며 성을 내는 부류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스마엘이 재머를 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때의 과거가 뇌리를 스쳤다. 성인식을 앞둔 날, 대원 숙소의 한편에 고이 자리 잡은 닳아빠진 상자 속의 편지……. 이스마엘은 생각을 갈무리하고 뺨 부분에 솜을 가져다 대며 피를 닦아냈다. 솜이 환부를 스칠 적 이스마엘은 표정을 찡그렸다. 그나마 풀어진 것 같던 인상이 다시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스마엘 본인도 거울을 노려보는 모양새임을 깨달았는지 표정을 풀어보려 애썼지만, 사람의 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솜 하나가 금세 더러워지고 다른 솜을 핀셋으로 집어 들 적, 이스마엘은 이곳이 맞는지 더듬더듬 눈두덩 근처, 눈썹 위를 가로지른 상처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리오 씨도 치료를 해야 할 텐데, 저 때문에 방해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제법 괜찮은 위치에 솜을 뒀거나 싶더니 누르는 힘을 조절하는 걸 실패했는지 눈을 질끈 감는다. 쓰읍, 따가움을 참는 듯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선요약하면 시트 다 써놓고 톰 크루즈 때문에 음기 혐성캐에서 드리프트 꺾어서 새로 만든 게 이스마엘..
임시어장 올라오자마자 이런 곳에서 음기혐성캐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로 생각 흐르고 예비 캐입용 독백이나 대사도 수월하게 써지고, 과거사도 술술 써지고 한 5시간도 안 돼서 시트를 다 짰는데.. 그날 저녁에 유튜브 쇼츠 그냥 휙휙 넘기다가 톰 크루즈가 영화 속에서 사람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는 맑은 광기가 서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걸 크롭한 장면을 마주해버렸고..🙄
갑자기 시궁창이 당연한 곳에서 희망 찾는 부류가 더 진짜 광기 아닐까..? 싶은 거야
결국 그렇게 고민하다가 시트 갈아엎고 양기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돌려본 주제에.. 이참에 도전해보자 싶어서 새벽에 임시어장에 🍑 달고 질문 투하하면서 커미션 박으러 달려감..
프로토타입은 죽은눈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이고, 웃다가 갑자기 혼자 울더니 짜증내는 등의 찐혐성을 보여주는 캐? 사실 얘도 많이 아깝긴 해. 설정 기가막히게 짰거든. 이 모든건 톰 크루즈 당신 때문이다(?)
>>586 음.. 내가 게임은 친구끼리 모이는 게임만 하는 고질병이 있어서(폴 가이즈와 대환장 테일즈런너 봄)(안 봄) 원작은 아직 안 해본지라, 가끔 원작 언급이 나오면 찾아보고 있어. 요즘엔 해볼까 고민도 되네...🤔
대답 제대로 안 하냐, 그렇게 물어도 들려오는 답변은 없었다. 왜 왔냐고 물어도 콕 집어 말할수 있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추상적인 이유는 뭐, 말 안해도 눈치만 있다면 더 안 캐물을 터. 당신에게 눈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어어, 니 방구석 보다야 내가 깨끗하다.”
이불이 잡아당겨짐을 느끼면 그저 미동 없이 눕는 짓을 계속한다. 발이 제 몸에 닿아도 별 반응 없이 가만히 누워있다.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눈부신지, 팔로 얼굴을 대충 가리고선 딴데 가서 *랄 떨라고 웅얼거리듯 하는것은 덤. “평소 하던대로 싸돌아 다니지,” 그렇게 덧붙이는게 볼썽사납다. 살짝 보이는 눈에 귀찮음이 서려있는걸 보면 참… 좋던 사람도 밉게 보일테다.
“악.”
발길질이 성공하고, 무덤덤한 외마디를 뱉는다. 비명보단 대본을 읽듯 읉는 것에 가까운 투. “멍 들겠다,” 툴툴대며 맞은 부위를 꾸욱 눌러보곤, 한쪽 팔로 매트리스를 짚고 삐딱하게 앉아본다. 욕지거리를 하는 당신에게 별 말 없이 중지만 치켜들고선,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그 때문에 날아온 책에 맞을 뻔 했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고개만 틀어, 책은 침대에 엎어진다.
“책 읽는 고상한 취미가 있을 줄이야.”
말은 그렇게 했다만, 표지 한번 날 선걸 보니 한 번도 안 읽었겠구만. 눈으로는 제목을 슬쩍 흝어본다. 천국, 기쁨, 구원, 복음…응? 그의 인상은 살짝 구겨진다. 원래도 어느 정도는 인상을 쓰고있어서 별 차이는 없다만. 예로부터 표지로 책을 단정짓지 말랬더지,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겨도 내용은 표지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무언가에 찔린듯한 짧은 웃음, 그리고 포복절도.
“얼마나 호구새*마냥 다녔으면 이딴걸 받냐? 멍청이들도 거르는걸.”
대놓고 사이비라 적힌 책인데, 이걸 안 버리고 들고오는 당신은 뭔 생각이였을까. 다른 재밌는 건 뭐 없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걸터앉은 채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언가를 집어본다. 뭐였을까?
"쓸만한진 글쎄, 직접 읽어보지 그래?"
그렇게 말 하고선 책을 덮고 승우에게 건네준다. 당신이 받든 말든, 무뚝뚝한 표정이였다가도 다시금 웃음이 새어나온다.
다른 향은 몰라도, 피 냄새 하나는 잘 맡는다고 자부할수 있다. 그러기에 훈련실 밖에서부터 철 내음이 은은히 퍼지자, 안에 누군가 있겠지 하며 넘겼을 뿐이다. 그는 문을 열고선 조용히 입장한다, 당신은 집중하느라 눈치를 못 챘을수도 있겠다만, 너른 훈련실엔 이제 당신만 있는게 아니다.
사람이 방 안에 홀로 있으면 눈길이 가는 법. 그는 당신을 흘깃 보고선 만다. 전체적으로 하얗고 시뻘건 눈, 그리고 피와 관련된 능력. 흘려들었던 헤모키네시스 세븐스는 당신인가 보다. 뱀파이어 괴담도 근거 없이 들리는 것은 아니었으려나. 그런 자잘한 생각은 흐려지고, 그는 이내 당신과 거리를 둔 자리에서 자신의 훈련을 시작한다. 페인트 통을 하나 열면, 공기에 섞이듯 페인트 특유의 알싸한 향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도 그의 주변에 떠다니던 푸른 페인트는 두둥실 떠다닌다.
시야가 흑백에서 오직 흑으로만 바뀌면, 다른 감각이 더욱 힘을 입는다.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지는 고요한 철 내음과 노스텔지어. 그리운 감각. 피 냄새는 기분나쁘지만, 좋다. 애매모호한 감정선이 느껴지면 이내 눈을 뜨고선, 검을 휘두르던 당신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붉은 검기가 인다. 푸른 물감은 흔들리며 상태를 바꾼다.
당신이 눈 앞까지 온 그를 눈치 못 챘더라면, 당신의 검을 휘두르는 궤적에 자신도 페인트로 이뤄진 검을 맞대어 칼질을 막아섰을 것이다. “너는 훈련파, 아니면 실전파?” 라며 은근히 대련을 꼬드기는 그. 당신이 받아들인다면 선공은 당신에게 내 준다. 싫다 하면 뭐…어떨까.
눈치 챘다면 결과는 사실 똑같을 것이다. 페인트로 이뤄진 검을 설렁히 쥐고선 “훈련은 충분하지 않아? 아니면 대련이 두려워?” 라며 별 의미 없는 도발을 해 올 것이다. 응한다면 선공은 당신의 것. 싫다면..어…
아무리 귀찮게 해대도 불청객은 미동이 없다. 그 꿋꿋한 꼬락서니를 보니 무슨 짓을 해도 저렇게 버티고 있을 게 뻔하다. 그는 빼앗은 이불을 둘둘 말아 유루의 얼굴로 우악스레 집어던졌다.
"***야. 나도 청소는 하고 살아야지 않겠냐. 더러우면 씨* 안 거슬리게 얌전히 짱박혀 있기라도 하든지."
뭐, 따지고 보면 유루는 이미 가만히 짱박혀 있기는 했다. 입을 가만히 못 있어서 문제였지. 그는 난리를 치느라 짜증스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대충 넘기고 다시금 할일에 열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 눈 돌려 무엇부터 치울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시끄럽게 웃어대는 소리에 청소는 또다시 맥이 끊겼다.
"개** 호구 새* 방에 있는 주제에 빡치는 소리 하지 마라. 개헛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쫓아낸다."
호구 새*……인 건 사실이라 할 말 없다. 썩을. 근데 멍청이들도 안 받을 물건이란 건 어디로 미루어 나온 결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잘 모르는 것이라면 열내기에도 무엇해서,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책을 받으면서도 다시 한 번 눈짓으로 제목을 훑는다. 비웃는 면상이 *같아서 한 대 때려줄까 싶지만 우선은 책부터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의아한 낯으로 머리를 긁는다. 아니, 천국기쁨구원, 행복하고 좋아 보이는 단어니까 좋은 책 아닌가. 봐도 모르기로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러니 이딴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그냥 종교서적 아니야? 너 씨* 종교 싫어하냐?"
그러니까…… 특유의 내용과 서술투로 미루어 종교서적이라는 건 파악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냐는 눈치다. 그는 언젠가 짤막하게나마 성경을 읽어 본 적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내용이나 이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사이비와 이단의 교묘한 왜곡선동날조를 알아채기엔 그는 눈치도 사회경험도 부족했다. 그는 설명해 보라는 듯 유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돌연 인상을 팍 찌푸리며 들고 있던 책을 다시 휙 던져버렸다. 일단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짜증나네.
"*, 뭘 처 웃고 있냐. 개같은 새*."
바닥은 쓰레기로 버린 물건들로 더럽기보다는 쌓아둔 물건들로 어수선한 난리통이다. 다 써버린 노트, 버리긴 묘하게 아까워서 처박아둔 책 띠지, 깨끗하게 비었지만 용도를 찾지 못한 공병, 놓을 곳이 없었는지 대강 늘어놓은 쓰다 만 소모품 상자, 종이가방, 대충 개어서 나름 먼지 안 묻게 모셔둔 옷가지 몇 개. 생활력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 햄스터도 창고는 나름의 정리 기준을 가지고 분류한다던데, 그는 작은 비단털쥐보다 못한 생활습관을 가진 셈이다. 꼭 가진 물건을 어떻게 정리해둬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방 같다. 그 난장판에서 유루가 집어든 물건은 마찬가지의 잡동사니였다. 마지막 장까지 모두 사용한 공책이다. 내용을 보려 펼친다면 무엇을 썼는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괴상한 악필로 가득한 종잇장이 죽 늘어서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는 방 주인의 필체였다. 힘 주는 방향이 이리저리 삐죽한 것이, 펜 쥐는 법부터 틀려먹은 모양새였다.
>>594 톰 크루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갑자기 그 모든 맑눈광 행적이 와닿으며 이스마엘이 정말 무시무시한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 그치... 희망 없는 세상에서 희망 찾는 게 더 무서운 거 사실이지... 맨 처음 기획에서는 혐성음기였다니 그거 진짜 상상도 안 가🤔 그치만 지금 이스마엘도 좋고 그 친구도 궁금하긴 하네
나 그 맑은 눈빛 뭔지 알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작이 아니라 젊었을 적 시절이긴 한데... 응... 무섭다....😇
지도 방금 전까지 욕했으면서 굳이 말마디를 늘리는걸 보아하니 알면서 속 긁으려는 것이다. 어딘가 타이르는 듯한 투라 더 짜증날지도. 후에 뭔가 말을 더 하려 했던가, 이불에 맞으면서 짧은 의성어와 함께 파묻힌다.
“좋고 싫고 구분하는건 너무 흑백 아니냐?”
열받게 하지 말라고 뭐라 하던 말은 깔끔히 무시하며 눈동자를 굴려본다. 의아한 표정을 띈 승우를 가만 보고선 하는 답은 참…. 질문의 취지와 많이 동떨어졌다.
“굳이 따지자면 불교 사상과는 동의해,”
그 짧은 답을 끝으로 이유라던가, 그런 설명은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데려다 사상 얘기하면 그게 프로파간다고 세뇌지. 듣고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모르겠다만, 백지에 쓰인 글자가 책에 쓰인 글자보다 더 잘 보이지 않던가. 사회인의 눈엔 이런 서적은 보나마나 사이비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승우는 그런 구분을 못 하는 걸까. 놀리려던 마음도 사라졌는지 말하는 투가 차분해진다.
“종교는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거고. 이런건 높은 분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거.”
그래. 높은 분이 해달라는 대로. 전부. 엄청나게 간략화 시키고, 조금은 왜곡되었다. 그런데 이 설명도 나름 머리 굴려가며 선악 구분 모호하게 한줄로 줄인 것이다. 지가 대놓고 선과 악을 나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나름의 배려?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청색(이라 추정하지만 보이는 것은 진회색) 눈을 마주치며 뭔가 덧붙인다.
“뭐, 믿지 말라는건 아닌데… 니가 굳이 믿을 이유가 있나? 니 친구 많잖아.”
자신의 뇌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거나 웬만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상, 괴상할 뿐인 말이다. 사이비는 대놓고 꺼림칙하다, 그럼에도 신도들이 생기는것은 왜일까. 이것저것 이유는 많겠다만, 사회와 동떨어진 아웃사이더들이 주로 판을 이루지 않던가. 그의 경험으로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소속감은 주되, 소속감’만’ 주는 실상 한번 더러운 판이 사이비 아니였던가. 그런 생각이 꼬리물어 나온 말이였다. 휙 날아가는 책을 보는 시선은 흐리멍텅 하였다가도, 다시 초점이 맞춰진다.
“니.. 면상 보면 웃음만 나와서.”
다시금 가벼워진 어조, 하는 말과 더불어 눈을 휘어 미소짓는게 얄미우려 작정한 사람 같다. 말을 하다 답지않게 뜸을 들인것을 보아하면 원래는 다른 말을 하려 했던 걸까.
바닥을 훑어 보면 보이는건 아수라장. 제딴엔 별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옜날 생각 나고 좋네,” 그런 요상한 말을 하고선 제 손에 집힌 노트를 매너없이 펼쳐 읽어보려 한다. 눈을 찡그려 보아도 도통 뭘 쓴지 이해가 안 가는 듯, 다시 덮고선 바닥으로 내려와 그나마 지뢰(?)가 덜한곳에 대충 앉는다. 다른 공책들을 주워가며 한 개의 묶음으로 정리해보려 하다가도, 얘는 약사가 될 사람이다, 그런 의미없는 드립이 생각나 혼자 피식 웃는다.
“펜을 어떤 꼬라지로 잡길래.”
내용도 물론 궁금하지만, 그런건 얼마든지 블러핑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보다 이것이 더 궁금하기도 했고. 아까처럼 놀리거나 폄하하려던 의도 없는 질문이 조금 의외다. 평소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것도 도발에 가깝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