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드는 촉수가 당신이 펼친 독액에 그대로 담궈졌다. 세븐스 자체가 생체인 그녀는 당신을 상대로 상성이 안 좋다.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서서히 독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당신의 공격에 물러섰다. 클로가 계속해서 바람과 함께 코 앞을 스친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으로 쫓으면서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엔은 에델바이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레시의 독도 삼킬 수 있게 되고 싶다."
말하자면,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최상위 포식자.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란 말인가.
"엔-"
그때 카앙- 하고, 고기와는 전혀 다른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당신의 클로를 쳐낸다. 당신의 앞에 선 그녀의 손에는 새로이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칼이다. 바쁘게 클로를 피하던 사이에 촉수를 뻗어 훈련장 한 켠에 걸린 도검을 가져온 모양이다.
"사각사각이 되어라."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그 손에 들려있던 도검에 서서히 고기가 기어올라와 팔에 빨려들어간다. 그녀의 팔뚝은 울컥거리고 부풀면서 도검을 삼키고, 소화하고, 재구성한다. 그러자 이번엔 그녀의 팔 통째로 넓고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당신을 향해 기민한 움직임으로 파고들어 고기의 칼날을 휘두른다. 그것은 당신의 갑주를 노리고, 중간에 독액이 있다면 통째로 갈라버릴 것이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그래 젊은놈은 좋겠다며 궁시렁 궁시렁대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면교사였죠. 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치사하고도 더럽게 게임을 진행중인 그녀의 머리속은 당신과는 또 사뭇 달랐습니다.
'어라라?'
자기는 능력까지 쓰고있는데 당신과 상당히 대등한 승부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봐도 채 1개로 싸웠으면 졌을거 같은데요.. 그렇기에 여기서 지면 그거야말로 쪽팔리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녀는 사력을 다했습니다. 뭐... 그녀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냥 한손에 채 하나씩 들고있는거랑 별반 다를거 없는거 알까요?
"후... 힘들었다."
진짜 늙었나. 그녀는 당신이 하키판을 박살내지 않은걸 감사하기는 커녕 잠시 나이를 의심하다가 당신을 향해 얄밉게 미소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거리를 두겠다는 말을 하자 미안하다면서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읏.."
한창 그러고 있다보니 정해진 다음 종목은 노래. 오락실에서 코인노래방을 해본적은 없었기에 조금은 긴장한것이 보입니다. 거기에 노래라.. 심지어 당신은 엄청 자신있어 보였기에 이건 좀 힘들겠다. 고 생각한게 5분전의 이야기. 짝대기 두개가 그어진 당신의 점수에 그녀는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웃음이 안 멈춰서 끅끅. 소리까지 내다가야 겨우 진정해 마이크를 잡는데 성공했죠.
"그래도 저건 이긴다."
이거 지면 주작임 ㅇㅇ.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맘편히 불러 맘편히 승리했죠. 그녀는 아직도 웃긴지 함박미소를 띄운채로 곧바로 농구 골대에 공을 넣는 게임기를 가리켰ㅈ습니다.
"이제 슬슬 배도 고픈데, 2점내기 콜?"
시간도 많이 늦었겠다. 가면서 뭐 좀 사먹고 헤어지려면 슬슬 승부를 봐야겠죠. 그렇기에 그녀는 당신의 대답도 듣지 않고 기계로 달려가 방방 뛰었습니다.
멜피가 붙어 오려고 하자 그는 훌쩍 물러나며 답지 않게 근엄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두 번만 그랬지, 진심으로 삐진 건 아닌지 그 다음부터는 다시 평소와 같은 태도로 돌아왔지만.
노래에 대한 묘사는…… 너무 처참한 관계로 하지 않겠다. 너무 열받은 상태로 불러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퉁퉁이는 아니겠지.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걸 거다. 진짜다…….
나란히 선 1 두 개에 그는 드물게 자괴감을 느꼈다. 평소 노래에 자신을 가지기까지 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라고? 때마침 들려오는 성우의 유쾌한 평가 멘트도 묘하게 거슬린다. 이럴 리가 없다. 그렇지만 결과를 부정하는 것만큼 추한 짓도 없으니 그는 얌전히 결과에 승복하려 했다. 멜피가 아주 폭소를 터뜨리기 전까지는.
"너 이 ** 진짜, 재밌냐? 어?"
그는 분노…보다는 자존심이 상해 표정이 뚱해졌다. 짜증 부리면서 쩌렁쩌렁 외쳐대지만 장난으로라도 툭툭 쳐대지도 않고, 그 이상의 난리 없이 얌전하다는 게 의외라면 의외다. 대신에 노래방 문을 쾅 열고―발을 쓰지도 않았다― 나가기는 했지만. 어두운 노래방을 나서면, 다시금 밝아진 조명 아래 조금쯤 발그레해진 얼굴의 그가 보일 것이다. 그는 아까까지와는 달리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너무 끌면 재미 없으니까 ** 화끈하게 이 판으로 끝내자. 무승부 아님 내가 지는 걸로."
그는 잠시 열을 식히고선 천천히 걸어가 제 몫의 농구공을 들었다. 한판 열을 내니 침착해진 게 거짓은 아닌지, 조금 전보다는 차분한 기색으로 공을 던져넣는다.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듣기에 당신의 노래가 엄청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그녀는 미소를 짓다가 당신을 따라 나서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겨우 노래 두곡하고 나온건데도 뭔가 찌뿌둥하네요.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너무 화내지 말라며 농담이라고 미소지어준뒤 그녀는 공을 던졌습니다. 농구는 그냥 룰만 아는 정도. 하지만 이건 그냥 쏴서 넣으면 되는거니 큰 상관은 없어보였습니다. 오락실에 올때 딱히 흥미를 가지던 게임은 아니지만 의외로 또 같이 해보니 재밌다고할까요.
이내 결과는 그녀의 패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지 않았냐는듯 져놓고도 의기양양한 포즈를 취하던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응~? 근데 생각해보니 무승부는 재미없는데. 서로서로 소원하나씩 어때?"
그냥 끝내자니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뭐 먹으러 가자며 방방 뛰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인형뽑기 기계를 하나 발견하고 살짝 느려졌죠.
그녀의 독조차 삼킬 수 있게 되고 싶다라. 아군을 지키기 위해 적조차 삼켜버릴 수 있게 되길 원한다는 것이겠지. 좋은 방향이다. 힘이라는 이름의 칼은 그저 쥐고 휘두르는 것 만이 아닌 그 끝을 어디로 향할지도 중요한 법이다.
"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레레시아가 뒤로 살짝 물러났다. 클로를 피하며 그 와중에 무기를 가져온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그걸 삼킨다? 이내 칼을 스스로의 일부로 인식한 것처럼 칼날로 변한 엔의 팔을 보고 뒤틀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이 네가 원하는 모습이야-? 모든 걸 집어삼키고- 그걸 네 것으로 만드는게-?"
엔이 휘두른 칼날은 레레시아의 무장을 갈랐다. 너무나 쉽게 서걱- 베여버린 무장은 엔의 칼날 위로 좀더 짙은 푸른색 독액을 터뜨리듯 뿌린다. 물론 레레시아도 멀쩡치는 못 했다. 무장이 베이며 살갗도 얕게 베여 핏빛이 설핏 비쳤고 통증이 약하게 퍼졌다. 그러나 눈썹 끝도 까딱하지 않고 독액을 생성해 새 무장을 갖춘다. 그 김에 무기도 바꾸고.
"자, 엔- 좀 더 분발해 봐-?"
그녀의 양 손에 있던 클로의 형태가 무너지고 다시 나타난 건 열 가닥의 사슬이다. 독액으로 얼마든지 길이가 들쭉날쭉 하는 사슬은 끝에 짐승의 발톱 같은 갈고리가 달려있어 걸리며 그대로 푹 박히지 않을까. 게다가 사슬마다 끈적한 독액이 흐르고 있다. 뒤로 약간 거리를 벌린 레레시아는 그 사슬들을 자유로이 다루며 한 손으로는 엔의 칼날을 구속하고, 다른 손으로 엔의 몸의 허점을 노려 찌르려 든다.
사실 이 세계관에 추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흐릿) 그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음. 아마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네요. 로벨리아는 아마 추석 전을 굽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것 같고 에스티아는 전을 더 굽기 쉬운 기계를 만들려고 할 것 같고 아스텔은 일을 도와주다가 할 일이 없으면 낚시하러 갈 것 같아요.
재밌냐고 물은 말에 재밌다는 답이 돌아오니 할 말이 없다. 그래 뭐, 재밌다고 하는데 뭐 어쩌겠나……. 그는 못마땅했으나 이내 수긍했다.
"에휴. 그래, 씨*. 재밌으면 많이 봐둬라. 더 안 보여줄 거니까."
공을 툭 쏘아올리자 깔끔한 곡선을 그리며 바구니 안에 떨어진다.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련의 동작을 시간 안에 몇 번이나 반복하자, 어느 순간 게임이 끝이 났다. 이번만큼은 박빙의 승부라 그도 꽤나 뿌듯하고 만족스럽게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서로 으쓱하면서 나란히 선 모습이 참 비슷해 보인다.
"오, 존* 천잰데. 뭐 씨* 생각나는 거라도 있냐?"
다음에 새로 승부를 보는 것쯤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서로 소원 들어주기도 나쁘지는 않겠다. 다만 역시, 멜피가 뭘 시킬지 조금 불안하다는 게 문제지만……. 어련히 자신이 수용 가능한 선 안일 것이라 믿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다소 어수룩한 면이 있었다. 참, 그러고 보니 끝나면 밥도 먹기로 했었지. 식사는 어디에서 해야 하나 고민을 하려는데, 멜피의 부름에 걸음이 멈추었다. 이대로 끝내기엔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던지라 그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그는 손마디를 풀고 뽑기 기계 앞으로 가, 멜피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떤 거 갖고 싶은데? 대답 빨리 안 하면 개 못생긴 걸로 뽑아야지."
능청스레 웃으며 되지도 않을 협박을 한 것도 잠깐이었다. 그는 곧 비장한 표정이 되어 스틱을 조작했다.
0~10 실패 11~29 캐릭터 손목쿠션 30~59 키링 인형 60~64 '개 못생긴' 인형... 65~84 캐릭터 봉제인형 85~100 대형 인형
가능하면 그 목소리로 로맨틱하게 속삭여주면 더 좋을지도~ 그녀는 장난스레 말하며 발을 움직였습니다. 거짓말은 아닙니다. 노래는 뭐 본인도 잘 모르니까 넘어가더라도 목소리는 상당히 감미로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쎄? 사실 웬만한건 그냥 내 맘대로 하잖아?"
당신이 뭔가 생각나는게 있냐고 묻자 그녀는 태연하게도 말했습니다. 앵간한 스킨십이라면 그녀는 지금도 당신에게 마음대로 하고 있었고, 만약 이 이상을 한다고 하면 그건 소원으로 커버칠 수준이 아니니까요. 그냥 나중에 적당히 쓰지 않을까~? 하며 그녀는 미소짓고 인형 뽑기 기계를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상관없는데? 아무거나 좋아."
그렇게 말하곤 당신이 봉제인형을 뽑는동안 그녀도 뭔가를 뽑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도 뽑아주려는 모양이네요.
0~10 실패 11~29 캐릭터 손목쿠션 30~59 키링 인형 60~64 '개 못생긴' 인형... 65~84 캐릭터 봉제인형 85~100 대형 인형
무장을 가르며 튀어나온 독액이 그녀의 전신을 감싼다. 눈 한쪽을 감으며 당신을 추격하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저 멀리 거리를 벌린 이후였다. 고기에 독이 스며듬에 몸이 서서히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모른다."
그리고 당신에게 돌아오는 건 그런 대답이다.
"엔이 그걸 원하는지는 엔도 모르고 있다."
모든 걸 삼키겠다- 라고 한 것치고는 어중간한 말이었다.
이유 없는 식욕. 그것은 잦아들 일 없고 부풀어만 간다. 무한의 탐식자. '먹어라.' '삼켜라.' '일부로 만들어라.' 그녀의 안에서, '너와 우리를 위하여.' '---을 삼켜라.' 의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다.
'그것이 네가 태어난 이유다.' "하지만 엔에겐 이것이 전부다."
그녀의 세븐스는 당신과는 상성이 좋지 않다. 고기의 칼날로 날아드는 사슬들을 몇 개인가 솜씨 좋게 쳐내지만, 이내 얼마 안 가 몸이 갈고리에 꿰뚫리고 만다. 독의 영향인 탓이다. 그녀는 전해지는 충격에 작게 신음을 흘리며 한 쪽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서도 표정없는 얼굴로 "엔." 하고 운을 튼다.
"일어나라."
고개를 숙이고 칼날 끝으로 바닥을 짓누르자, 지면이 울부짖더니 당신을 감싼 사방에서 고기 촉수들이 솟아오른다. 그 끄트머리에는 방금 그녀의 것과 같은 칼날이 달려있다. 그것은 저마다 제각기 춤추며 당신을 난도질 하기 위해 휘적인다.
그는 멜피의 칭찬에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그가 본디부터 자아도취에 빠져 대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워낙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 씨* 그러게. 그럼 뭐, 너무 이상한 거 부탁하지만 마라."
그렇게 말하는 본인 역시 아직까지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기도 했다. 이러다 나중에는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소원권 때문에 불 붙어서 열중한 것에 비하면 시큰둥한 태도다. 처음부터 대가 그 자체보다는, 대가를 걸고 노는 승부에 재미를 느낀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뭐가 됐든 재밌었으면 됐지. 그는 제 두 손을 마주잡고 위로 쭉 당겨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뽑기를 위한 몸풀기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인형이 떨어져내렸다. 쿠션 정도의 크기에 썩 귀여운 모양을 한 인형이다. 와 씨, 잘못했으면 진짜로 못생긴 거 뽑을 뻔했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장난을 칠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속으로 안도하며 멜피와 인형을 주고받았다. 자신이 받은 쿠션을 몇 번 주물거리던 그가 감촉이 꽤 괜찮은지 씩 웃고 만다.
시간은 점점 늦어가고, 계획에 없던 놀음은 이제 끝이다. 슬슬 배도 고프니 식사 후에는 이 즉흥적인 만남도 파해야 할 테다. "아, 잠 깨고 좋네." 피곤하지만 기분만은 꽤 괜찮았다. 게임장 밖을 향해 걷다, 그는 불쑥 생각난 듯 멜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말끝을 길고 길고 길게~ 늘리며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별것도 아닌거에 소원권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한밤중에 불러서 불좀 꺼도. 하고 말이죠? 그녀도 소원권 그 자체가 고팠던것도 아니거니와, 당신이이랑 재밌게 놀았으니 어찌되도 상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은채 당신을 보고 있었죠.
어차피 인형은 자신의 능력이 알아서 뽑아줄것이고, 당신이 사뭇 진지하게 인형을 뽑아주자 좋아하면서 자신이 뽑은 쿠션을 건넸습니다.
"고마워~"
뭐가 되어도 상관없었지만 또 귀여운애가 뽑혀서 기분이 좋아진듯 합니다. 그녀는 인형을 주머니에 쏙하고 넣고서는 당신과 함께 오락실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얼마정도 걷다가, 당신이 물어보는 질문에 살짝 놀란듯하다 미소지었습니다.
"신경써준거야? 우리 자기밖에 없네~"
그녀는 작게 웃으며 이제 괜찮다고 손사레쳤죠. 그리곤 밤공기가 차다는 핑계로 팔짱을 끼려했던가요. 그래서 어디.. 뭘 먹으러 갈지는 정했나요?
/ 적당히 먹고 헤어졌다~ 식으로 끝내도 좋구. 더 해도 좋지만 제가 승우주를 너무 붙잡고 있는거 같아서.. (땀땀. 흑흑 승우가 너무 커여운게 문제야! 승우주 추석 스케쥴도 잘 모르겠으니 편한대로 해주세요!
엔에 대해 파악한 것 중에 살짝 미스가 생긴 것 같다. 적어도 스스로의 욕망 정도는 확실하지 않을까 했는데. 목표만을 어중간하게 잡았을 뿐 그 외는 이것도 저것도 어중간하다. 이런 이런. 아무래도 레레시아의 역량으론 어줍잖은 짓거리만 하다 끝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엔에게 그게 전부라면- 뻔하잖아? 그 전부가 원하는 것이 곧 네가 원하는 거야- 그게 네가 하고 싶은 거라고-"
어렵게 생각할거 없이 그 전부라는 것이 원하는게 곧 엔이 원하는 거 아니겠냐고, 그렇게 말해주며 사슬을 휘두른다. 엔의 칼날이 튕겨낸 사슬은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몇 개는 엔의 몸에 갈고리를 박았다. 갈고리를 타고 주입되는 독은 어서 떼어내지 않으면 점점 몸을 찌릿하고 둔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우핫. 학습능력 하나는 어마어마한데-?"
재차 사슬을 휘두르려던 그녀는 칼날 달린 고기 촉수가 뻗어오는 걸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맞아줄 생각은 없었으니. 엔이 튕겨낸 사슬들을 바닥으로 늘어뜨리자 바닥에 퍼진 독액으로 녹아들어간다. 그리고 사방에서, 대련 중에 뿌렸던 모든 독액으로부터 제각기 사슬이 솟구치며 엔의 고기 촉수를 저지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래도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사슬이 저지하는 고기 촉수 사이로 냅다 달려나온다. 피하지 못 한 고기 촉수의 칼날에 몸 곳곳이 베이지만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엔을 향해 똑바로 달려든다. 한 손은 바닥에 연결시켰으나 다른 손은 여력이 남았으니 그걸로 공격할 것 같았지만, 레레시아는 어느 간격 안에서 몸을 낮추며 동시에 엔을 향해 발길질을 시도한다. 긴 다리 역시 두터운 독액의 무장을 둘러서 타격 시의 무게감과 독으로 인한 추가타까지 완벽하게 방비한 상태다.
>>161 갠찮아~~~~~나도 잇다가 갑자기 늦을수도 있고 텀이 들쑥날쑥 하니까 편하게 해줘~~
유루는 스케쥴 따윈 없다 지금도 뭐든 하고있을수 있지() 정석대로 가보자면 점심 하는 김에 승우도 와서 먹으라고 할수도 있고..? 훈련 하러 가는 길에 승우도 끌어갈 수도 (그리고 대련하자고 꼬드김)..? 아니면 반대로 훈련하고 돌아오는데 지 방까지 가기 귀찮다고 승우 방 들어와서 바닥에 드러누울수도()
정석에서 벗어나자면 청승도 떨어줄수도 있고 도서관 가서 책 읽을수록 있고 진짜 뭐든 됨 캬 캐 굴리기 너무쉬워~
평소에도 기상과 취침이 일정치 못하다. 그러니 오늘처럼 바깥이 아직 깜깜할 시간에 눈이 떠진것도 그는 익숙하다. 잠을 더 청해보려 눈을 감아봐도 더 오질 않아, 설렁설렁 세안을 하고 아침을 대충 먹으려 해본다. 엊그저께 마트에서 세일을 해 들고온 크로아상 상자를 열고 하나 베어물어 본다. 오늘 아침은 입맛이 없네, 그런 따분한 생각을 하곤 한 입 뜯긴 크로아상을 도로 상자에 넣고선 닫는다. 남들 다 잘 시간에 아침이라니 어휘가 좀 이상하지만 일어날 때면 다 아침이다. 할게 마땅히 없어 딱히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을 운동이나 하러 잠옷 차림으로 훈련장에 가 본다. 운동을 한 것은 달리 묘사를 못 할 정도로 기계적이고 고리타분한 행동뿐,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는 이제 달리 할 것을 생각한 것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대충 걸음을 향하던 중 인상이 조금 풀린다. 변화는 미미하지만.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씩 잠이 다시 오기 시작한 것 아닌가. 어제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다 늦게 잠들었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났던 것도 한 몫 한듯 하다. 피곤해지니 자신의 방으로 가는 걸음거리의 폭이 조금 커진다.
그러고보니, 승우의 방이 이 근처였다. 그게 스치듯 생각나자 곧바로 걸음을 틀어본다. 방까지 가는데 귀찮은데 마침 지름길이라도 생긴 듯 하는 행동이였다. 바닥에 조금만 누워서 쉬다 생산적인걸 하러 가야지, 그런 추상적인 계획을 짧게 짜 보며 승우의 방문 앞에 다다른다. 해가 중천에 떴으니 소음 정도는 내도 괜찮겠지, 그러면서 문을 가볍게 두드려 본다.
"야, 나 왔어. 문 열어."
간결한 의사전달(이라기도 하기 뭐하다)을 하고선 혹시라도 문이 열려있나, 손잡이를 잡고 돌려본다. 때문에 들리는 무거운 덜컥임. 그보다 이따위로 문을 열려 들면 아까 노크한게 뭔 의미가 있을까. 덜컹거리던 것도 잠시, 누울 채비를 하듯 앞머리를 넘겨 고정하는 핀들을 빼서 대충 주머니에 넣는다. 앞머리가 눈을 덮듯 찌르는게 조금 불편하다만, 이미 손은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똑똑 문 두드리고 멋대로 열어보려 덜컹거리는 소란에도 불구하고 문 너머는 잠잠했다. 그렇다면 답은 둘 중 하나다. 방 주인이 안에 없거나, 있어도 없는 척 조용히 숨 죽이고 있는 것이다. 여승우는 평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느라 방 안에 박혀 있는 꼴을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니 전자의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왜 있겠나. 지금이 딱 그 날이라고, 하필 그는 할 일이 없어 오랜만에 방청소나 하는 중이었다.
"아오, 저 미*** 진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을 바라보며 그가 조용히 뇌까린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오늘도 별 볼 일 없이 두드리고 보는 걸 테다. 그럼 그냥 계속 없는 척해? 따지고 보면 굳이 짜증 내면서 안 열어줘야 할 이유도 없고, 사실 그는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왜 일부러 열어줄 생각 않고 있느냐면…… 그냥 괜한 반항심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청개구리 심보고. 누구에게나 저놈 뜻대로 되지 않도록 소소하게 말 안 듣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는 그 설명 불가능한 오묘한 심리를 유루 덕에 확실히 깨우친바 있었다. 문을 외면하고 잠시 다른 할일이라도 할까, 침대에 앉아 딴짓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러려니 신경쓰여서 안 되겠다. 무엇이? 잘은 몰라도 양심적으로 찔리기라도 하나 보지. 그는 결국 터벅터벅 성의 없는 걸음으로 문 앞까지 가, 문고리를 돌려 방문객을 맞았다.
"개또라이 왔냐. 왜."
문을 열고 나온 그는 머리카락 대충 틀어 올려 느슨한 차림이고, 그 뒤로 보이는 방 안의 정경은…… 한 마디로 개판이다. 이런저런 물건이 여기저기 쌓이고, 치여서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나마 공간적으로만 엉망일 뿐 음식물이나 벌레는 없어 보이니 다행이다. 그는 아무래도 필요 없는 물건 안 버리고 여기저기 쌓아 놓다 개판을 치는 유헝으로 방을 어지럽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이스마엘의 표정은 노이즈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미소를 어떻게 짓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눈부터 접히는지, 아니면 입매에 호선이 그어지는지, 코를 찡그리는지 등의 세세하고도 인간적인 면이 가려진 만큼 이스마엘은 다른곳에서도 사회 통념상의 인간미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스마엘은 모든 언어와 낱말, 문장이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생각했다. 혹자는 기만이라, 다른 혹자는 오만이라, 이상론적이라 부정하고, 혹은 긍정하는 문장일지언정.
"……예. 이끌렸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음을 잘 안다. 이스마엘은 그 선택의 기회가 타인에게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주어졌던 삶과 기회. 먼저 남을 위하고 그걸로 타인 스스로의 위안이 되었다면, 혹은 부정한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스마엘의 말은 그 순간부로 소임을 다하기 때문에. 그 이후는 듣는 사람의 몫이었다. 이 부분은 비인간적일까. 아니, 아직은 여지를 주되 일방적으로 선고하지 않았으니까 인간적인 걸까. 알 수 없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도 리오 씨와의 대화가 즐겁습니다. 음, 그리고… 부디 편하게 대하셔도 좋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진다 덧붙인 이스마엘은 응답이 들어오고 당신이 의무실 문을 열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서줬다. 당신이 먼저 들어가게끔 배려하고, 이스마엘은 문을 조심스레 붙잡으며 뒤따라 들어가려 했다. 소독약 특유의 냄새와 붕대, 거즈에서 나는 의약품 냄새. 첨단 스캔 장치가 대기모드에 들어가 웅웅대는 소리, 아마 당신과 이스마엘, 그리고 의무실을 담당하는 세븐스 두어 명을 제외하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차트를 넘겨보며 남은 의약품 재고를 확인하던 세븐스가 고개를 돌렸다.
"어떤 용무로 오셨을까요?" "임무 도중에 부상을 입은지라."
이스마엘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요? 입 열어 묻지 않아도 자못 질문하는 듯 보이지 않는 시선 역력하다.
걷어차기 직전, 엔이 팔을 뻗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보고 레레시아도 급하게나마 발길질의 위력을 줄였다. 제법 큰 소리가 났겠지만 소리에 비해 충격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엔이 그대로 쓰러지며 패배라 말하자 그녀는 자리에 멈춰서 무장을 해제했다. 이제는 너덜너덜한 트레이닝복에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인 채로 엔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레레시아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어 뭐 좀 얻은게 있으려나아? 별로 도움은 안 된 거 같은데-"
투닥거림의 성과가 있는지 묻곤 처음에 벗어두었던 장갑을 주워와 손에 씌운다. 그리고 엔에게서 거리를 두고 앉아 그녀 나름 느낀 점들을 얘기했다.
"내 감상으론- 엔의 판단과 센스는 나쁘지 않았어- 중간에 검을 가져온 거, 내 공격을 모방? 한 거- 전부 신선했다구우. 삼키고, 재현한다. 이걸 엔의 전투 베이스로 삼으면 괜찮을 거 같아-"
생각이 어렵다면 외부에서 가져오면 된다. 중요한 건 자기의지 뿐.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레레시아는 아무리 그래도 지쳤는지 에구구- 하며 무릎을 세워 몸을 기댔다. 훈련장의 치유력이 상처를 낫게 해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뭐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니까 참고만 하고-"
냐하하. 한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엔이 알아서 하라며.
왜 왔냐는 승우의 물음은 가볍게 무시하고선, 그 뒤로 펼쳐진 그... 가히 예술가의 혼이 보여지는 방을 흝어본다. 뱉은 의성어엔 무심한 감탄이 약간 서려있던가. 문을 열고 나온 당신보고 비키라는 듯, 아니, 정정한다. 비키지 않았어도 어께 부딪쳐가며 들어갔을 것이다. 어쨌든 당신이 뭘 하든 그는 방 안으로 발을 디뎠을 것이다.
"이게 사람*끼 방이냐. 좀 치워라."
어째 타이밍 나쁘게 들어와서 뭐라 한 마디 하는게 세간의 부모를 보는 듯 하다. 방바닥에 요란스럽게도 널브러져 있는 물건을 어째 익숙하다는 듯 한 개도 밟지 않고선 자연스레 침대로 들어가 눕는다. 그 당당한 걸음걸이와 눕는 꼴을 보아하면 그가 이 방의 주인이라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 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본래는 바닥에 누워 뒹굴다 돌아갈 예정이였다만 방바닥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눕기 싫어진 겄이다. 배게도 베고 이불도 끌어올려 덮는걸 보아하니 참 편해보인다.
"너 일 봐."
무례하단 것? 알고있다. 근데 이런게 친구니까 괜찮다. 적어도 자신은. 주머니에 넣었던 핀들을 대충 쌓여있던 구조물 위에 얹어놓고선,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휘이 내저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잠이 안 오는것은 왜일까, 이 방이 너무 더러워서 쇼크를 먹었나? 그건 아닐 거다. 잠도 안 오는데 가만 누워있기도 좀 지루한지, 그냥 승우를 가만 올려다보고 있다. 어째 눈빛으로 볼일 보러 가라는듯 말하는것 같다.
아, 벌써부터 후회 되는데. 그는 지금이라도 모르는 척 문을 닫을까 고민했지만 밀고 들어오는 유루가 더 빨랐다. 어쩔 수 없이 공간을 허락하고 만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다시 문을 닫고 어지러이 쌓인 물건을 건너다닌다.
"미**. 옷이라도 털고 눕든지, 어디서 뭘 하다가 기어 들어와서 개지*이야."
제멋대로 제 침대에 드러눕는 모습을 보고서도 눈썹만 까딱하고, 곧장 잔소리를 해대는 모습을 보니 그에게서도 제법 익숙한 뭇 어머니들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는 냅다 이불을 뺏으려 휙 잡아당기고, 발로는 제 침대를 차지한 불청객을 밀어내려 했다. 바깥 먼지 묻히고 눕는 게 신경쓰이는 건 둘째치고─방 꼴을 보면 그도 따질 깜냥은 못 된다─, 이불에 베개까지 덮고 안락하게 있는 꼬락서니가 왠지 모르게 눈꼴사나워서다.
"오냐. 존* 열심히 보는 중이다, 그래."
거의 발길질에 가까운 난리였다. 그것이 성공하든 말든, 그는 어느 정도 그러고 나서는, "*, 더럽게 무겁네. 뭘 처먹었길래 덩치만 커서." 욕지거리를 뱉으며 물러나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바닥에 대충 놓인 두꺼운 책 하나를 침대 위로 휙 던진 것이다. 정작 그 짓을 한 그는 누가 맞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듯 태연스럽다.
"왔으면 일이라도 해라. 또라이, 그거 네 눈에는 쓸만해 보이냐?"
유루에게 던진 책은, 천국, 기쁨, 구원, 복음…… 제목 키워드만 봐도 수상하고 사이비 냄새가 풀풀 나는 전도 서적이었다. 다행히 아직 읽지 않은 듯 표지 선 접힌 자국도 없었지만, 한 마디로 쓰레기인 것만은 확실했다. 어디에서 주워 왔는지는 그렇다 치고 이런 것까지 버리지 않았으니 방 꼴이 이렇게 될 수밖에. 그는 영 싱겁게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심심하면 읽어 보든지."
// 이런 애라 미안해2 참고로 사이비 책은 그냥 방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1이야~ 별 의미 없음!
그녀가 훈련장의 한 가운데에서 대자로 뻗어있다. 훈련장에 입장했었던 처음과 같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독과 상처로 전신이 시큰거린다는 것. 그리고 옆에는 당신과 당신이 전해주는 경험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꿰뚫렸던 살이 안쪽에서 울컥거리며 천천히 상처를 수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엔의 유일한 재주다."
당신은- 포식의 목소리가 말하는대로. 삼키고 싶다면 삼키면 된다고. 안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바로 너 자신이라고. 그것이 n이 하고 싶은거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당신과 싸우면서도 내심 두려웠던 것이다. 어디까지고 뻗어오는 공복에 삼켜지는 것이. 결국엔 동료의 적뿐이 아닌, 동료마저 삼켜버리는 것이.
"엔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래서는 에델바이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없다. 그렇다면 우선, '이 무한한 굶주림을 받아들여야겠다.' 그렇게 하는 수 밖에 없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너른 훈련실에, 카넬리안만이 홀로 들어선다. 선객 하나 없이 빈 훈련실에 그의 발소리가 작게 울린다. 여가시간이 주어지자 어김없이 훈련실을 찾아온 것이다. 훈련을 게을리 해선, 결코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그는 훈련실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먼저 모조 보검을 꺼내들어 해방한다. 그 다음은 오로지 그 자신의 몫. 소매를 걷고 팔을 들어올리자, 수많은 흉터들 사이로 붉은 선이 새롭게 그어진다. 하얀 피부 위로 붉은 혈액이 울컥 쏟아지는 게 이질적이다. 팔뚝에서 흐른 피는 그의 손아귀에 모여 검 형태를 이룬다. 이는 검신뿐 아니라 가드, 칼자루까지 모조리 샛붉다. 생겼던 상처는 금세 아문 지 오래다. 검붉게 번들거리는 무구를 고쳐잡고서 그가 허공을 바라본다. 곧 혈도血刀가 날선 바람소리를 내며 휘둘러진다. 눈 앞에 사람, 하다 못해 낙엽이라도 있었으면 금세 동강이 났을 위력이다. 카넬리안은 제 칼질에 점점 속도를 싣는다. 빠르게 쇄도하는 난무에서 붉은 검기가 인다.
훈련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라, 누가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훈련에 매진하곤 했다. 가디언즈라는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동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그 놈은 홍길동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신출귀몰한 녀석이라 나라에서도 잡는 게 쉽지가 않았어! 어떨 때는 고을 원님으로 분장해서 관군들을 옥에 가둬버리고 어떨 때는 거지로 분장해서 관군들을 조롱하고 어떨 때는 상인으로 분장해서 관군들에게 바가지를 씌웠지.
또 장난질은 얼마나 좋아하는 지, 한밤중에 관군들이 묵고 있는 주막을 습격하여 알몸으로 저잣거리에 묶어 놓고 스님과 무당으로 변장해 저주의 말을 지껄이고 동네 아이들을 매수해서 관군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게 했지.
그뿐이랴? 아, 이놈이 글쎄? 훔친 보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줘서 백성들의 지지까지 받으니, 목격자를 찾는 건 고사하고 침이나 뱉지 않으면 다행이었지. 관군들 처지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야 일 나가면 상관들이 닦달하지, 집에 오면 마누라가 바가지 긁지. 어디에도 관군 편은 없으니,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
이놈아 놈을 빨리 잡아내라 이놈아 놈을 왜 잡으려 하냐 이놈아 이 놈아 이 놈아
놈놈놈 전국 조선 팔도 이놈아 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왔지.
그때, 어느 한 관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냈어!
'그래! 선우 이 놈은 오만하고 지기 싫어하는 유치한 녀석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놈에게 당해주며 놈의 오만함을 키워주자. 그리고 때를 봐서 놈을 역으로 낚아보자!'
참 똑똑한 관리야! 그렇지? 정말로 잡히는 줄 알았다니까!
관리는 계속해서 멍청한 관군을 연기하며 선우에게 농락당했어. 아니, 농락당해줬다는 게 더 어울리겠지. 그리고 세월은 흘러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 관군들의 신뢰는 떨어질 만큼 떨어져 아무도 그들이 선우를 잡을 거라 믿지 않았어. 선우도 관군들을 하찮게 여겨 더는 긴장하지도 조심하지도 않게 되었지. 이젠 정말로 놈을 잡을 수 있을 때가 온 거야.
관리는 늙고 연기를 잘하는 관군 몇을 뽑아 술을 잔뜩 먹이고는 돈주머니를 찬 채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도록 지시했지. 늙은 관군들은 얼씨구나 하며 술과 밥을 배불리 먹고 저잣거리를 돌아다니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었지.
그때였어, 관리의 계획처럼 우리의 멍청한 선우는 이것이 함정이라는 건 생각지 못한 채 관군들 앞에 나타났어 그 망할 관리 놈이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 지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걸? 그리고 늙은 관군들을 조롱하며 주먹을 날리려고 했어.
"이 망할 늙은 여우들아, 아무리 내가 밉겠거니와 왜 죄 없는 백성에게 행패를 부리느냐? 너희 부모가 그러라고 하더냐 임금이 그러라고 하더냐? 오늘 내가 네놈들의 참스승이 되어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터이니 고맙게 여겨라!"
그때였어. 관리의 우렁찬 고함과 함께 상인으로 분장한 힘센 젊은 관군들이 그를 덮쳤지.
"오만방자한 도적놈, 선우를 잡아라!!"
"와아!!"
선우 한 명을 붙잡기 위해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관군들이 달려들었어. 예전의 선우였다면 평소 보이던 상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걸 진작 눈치챘겠지. 그러나 지금의 그는 아니었어. 관리의 계획대로 그는 너무나 오만해져 판단력이 흐려진 거야.
아무리 선우가 강한들 수적 열세에는 장사 없었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 도둑 선우는 이렇게 비참하게 관군들에게 꽁꽁 묶여 한양으로 압송당했지.
관리는 체면도 잊은 채 부하들과 함께 춤을 추며 앞으로 모두 큰 상을 받게 될 것이라 좋아했어. 선우는 자신의 오만함을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이젠 한양에 올라가 사형당할 일만 남은 거야.
아이쿠! 그런데 이게 뭐야? 분명 한양에 압송당해 사형 당했어야 할 선우가 글쎄 한양으로 가는 길에 어디론가 사라진 거 아니겠어? 필시 놈을 지지하는 백성들의 소행이거나 아니면 놈의 부하들의 소행이겠지.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고.
그 소식을 들은 관리는 옷을 찢으며 분개했어. 이제 더는 놈은 방심하지 않을 터인데 이제 어찌 그를 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관군들은 선우를 쫓고 있을 거야, 어? 선우는 어디 갔느냐고? 글쎄? 워낙 신출귀몰한 놈이니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자기 자랑을 떠벌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중간에 들었던 염려와 달리 엔은 엔 나름대로 얻어낸 것이 있었나보다. 적어도 지금의 엔은 모른다, 라고 하지 않으니까. 레레시아는 턱을 괴고 엔을 바라보았다. 하얀 얼굴과 붉은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할 만큼은 했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유일한 재주라는 건- 다시 말하자면 하나라도 재주가 있다는 뜻이니까아. 아무- 것도 못 하는 것보단 훨씬 나은 거라구우."
그걸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일이긴 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길이 거미줄 한 가닥이더라도 없는 것보단 나은 것처럼.
"고맙긴- 나는 나대로 즐겼으니까아 고마울 건 없- 어-"
게다가 모조 보검을 제대로 다루지 못 하면 추후에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니. 그걸 미리 교정한 거라고 하면 결코 감사인사를 받을 처지가 아니다.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을 멋대로 가지고 논 것이니까. 그러니 레레시아는 고마워하지 말라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다 나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출혈은 멎었으니 방에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으럼 나는 먼저 올라갈게에. 엔도 오늘은 이만 쉬어-"
흔들흔들. 지친 와중에도 한 손을 흔들거리곤 천천히 걸어서 훈련장을 빠져나간다. 무겁고 느릿한 걸음이었지만 멈추는 일 없이 똑바로 걷는 뒷모습은 곧 훈련장의 문 너머로 사라졌을 것이다.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라는 그의 말에 너는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 역시도 미소를 짓고 있을까. 기쁘다는 말처럼 그 표정에는 감정이 드러나 있으려나. 노이즈는 그런 표정을 보는 걸 허락해주지 않았기에 너는 그저 저 지직거림 뒤에 어떤 표정이, 어떤 이목구비로 이루어져 있을까 상상할 뿐이었다. 노이즈 뒤에 숨어있으면 쏟아지는 시선에는 어떤 생각이 들까. 불편하려나. 그게 아니라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좀 더 편안할까.
"그렇군요, 그게 운명이라는 걸까요."
운명, 옭아매는 것인 동시에 안식이기도 한 것. 자유의 억제와 보호받는 듯한 안정감. 상반된 두 감각이 공존하는 그 단어를 곱씹으면서 너는 시선을 돌렸다. 그걸 운명이라고 하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고 하든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고민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지도.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말주변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본디 대화가 재미있다는 건, 서로의 의견이 잘 맞거나 혹은 그런 주제의 일치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뛰어난 화술로 상대에게 재미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너는 스스로를 그다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으니, 운이 좋게 상대방의 기분에 맞았던 모양이다. 하고 넘길 뿐이었다. 정말 그런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대화는 즐겁다. 그리고 그게 온전히 자신의 만족이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저 말이 진짜라면 말이지.
"이스마엘 씨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이미 제가 원하는대로 저를 부르고 계시니 더 바라는 것 같긴 하지만."
웃음기 섞인 어투로 그렇게 대답하고 마주친 의무실의 인원과의 간단한 대화. 짧은 대화 끝에 자신에게 향한 그의 고개와 마찬가지로 향한 것 같은 시선, 너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타박상을 좀 입어서요. 아, 혹시 붕대는 몇 종류나 있을까요?"
타박상에는 연고와 휴식이 최적의 치료였다. 다행히 뼈가 박살난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간단한 치료로 족했다. 다만 걸리는 건 여기 용건이 있어서 온 게 자신만은 아니라는 생각, 너는 멍을 가라앉힐 연고를 받아들면서 그는 뭘 할까 하고 생각하며 분위기를 살핀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 선우는 의자에 걸터 앉아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기밀 사항이었기에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뼈대가 되었을 뿐 살을 붙히고 변형시켰기에 사실상 실화를 바탕으로 꾸머낸 그만의 창작 이야기었다. 대장에게 들켜도 순수한 자신의 창작 이야기라고 둘러댈 자신도 있었기에 그는 마치 전기수처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마술이라도 한듯 온갖 도구와 가지각색의 놀거리들이 널려있었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그래서 놀부와 심청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심청이가 더 세. 용왕 마누라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흥부가 왜 도망가죠, 아저씨? 잘못한게 없잖아요]
"그는 이 도시에 필요한 영웅이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그래서 도망치는 거야 그가 그렇게 하라고 했거든. 그는 영웅은 아니지만 박씨의 수호자이자 우릴 지켜보는 보호자, '제비의 기사' 란다."
[결국 아저씨는 비행기에서 가스 테러한 셈이군요!]
"...솔직히 변명은 못하겠다."
아이들은 과자와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딘가 나사빠진 이야기들 뿐이지만 원작을 모르고 듣는다면 나름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 결국 복수자들과 정의 연맹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나요?]
"도중에 파워레인저가 중재해서 끝났어."
선우는 옆에 있던 수 많은 도구들을 조그마한 서류 가방에 넣으며 마지막 마술을 마무리했다.
1.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리아"거짓말은 거짓말이죠" 2. 「일정이 없는 날에 갑작스런 당일 약속을 권유받는다면?」 아리아"네놈을 죽이겠다"(철컥)(호감도 70 미만) 아리아"...뭐 좋죠"(호감도 70 이상) 3. 「어떤 문화매체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이후의 행동은?」 헌정곡을 만든다
첫 임무에서 운 좋게도 무사히 돌아온 덕에, 따로 휴식을 취하거나 부상의 치료를 할 필요 없었다. 그만큼 여유 시간이 늘어나니 매우 좋은 일이었다. 레레시아의 경우엔 쌍둥이 자매인 라라시아가 기어코 나가려면 회복 받고 나가라며 붙잡는 바람에 조금 귀찮았지만.
"아- 나 안 다쳤어- 안 아프다구우." "너 맨날 그래놓고 어디 다쳐있잖아. 닥치고 가만히 있어." "우엥-"
의무실에서 짧은 실랑이가 오간 끝에 레레시아는 해방되어 나올 수 있었다. 다치진 않았지만 회복을 받으니 피로가 풀려서 더 쌩쌩히 돌아다닐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 뭐부터 할까. 모처럼 멀쩡히 돌아왔으니,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을 주워넘기며 기지를 나온다. 아. 나오기 전에 활동하기 편한 사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느긋하게 거리를 걸으며 산책하다가 지나치는 가게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산다. 길게 올려주는 부드러운 마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가다가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주변을 돌아보자 가까운 곳에 공터가 있었고 거기에 애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같은 임무에 참가했던 사람이 그 한가운데쯤 있었다.
"흐-응."
공터 바깥쪽에 기대어 뭘 하나 들어보니, 그는 애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는 중이었다. 그 중에는 임무를 각색한 내용도 있어서 저걸 저렇게 얘기해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중간에 끼어드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애들이 다 나가고 나자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왠 빗자루질?
"임무 얘기- 밖에서 막 하면 안 될- 텐데에?"
반쯤 남은 아이스크림을 혀로 날름날름 핥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각색은 했으니 그렇게 문제는 안 될거 같지만. 굳이 그렇게 얘기한 이유가 있나 싶었다.
"우리가 해치운 로봇 이름은 블러디 메리지, 천.하.무.적. 선지로봇이 아니잖아? 인간형 거대 로봇이었지, 방귀끼는 거대 지렁이 로봇이 아니었고."
블러디 메리가 아니라 블러디 레드지만 그는 상관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에게 농담을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닥에 아공간을 연 선우는 잘린 색종이 뭉치와 쓰레기, 먼지들을 한곳에 모아 그 속으로 집어넣었다. 어느새 더러워졌던 공터가 대강 깨끗해진 것 같았다.
"내 동료들은 너와 다른 이들이지, 흥부 더 스왈로 나이트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야수 전사가 아니야."
"걱정마, 아는 사람만 웃으면서 알 수 있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못 알아들어"
그는 또 다른 아공간에서 물티슈를 꺼내 광대 분장을 지우며 자신의 이야기는 현실을 표절한 것이라며 웃었다.
"아이스크림 맛있겠네."
선우는 과자 두개를 꺼내어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하나를 까서 먹었다.
"애들 나눠주고 남은 거야. 먹어도 돼."
그리고 그녀의 질문에 다시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야깃거리가 떨어졌어."
그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해졌다.
"우리들은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고통받고 있어. 아이들도 똑같아. 그러니 재미난 이야기와 공연으로 한순간만이라도 즐겁게 해줘야지."
"아쉽게도 난 많은 이야기들을 알지 못해.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해. 서점? 도서관? 웃기지도 않아. 돈이 있어도 이용을 못해. 그저 동네 버려진 책들을 몰래 읽는 게 끝이야.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최대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위해서라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저번에 받은 봉제인형 ㅡ 어째선지 기스가 나있지만 ㅡ 을 머리맡에 장식해둔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리본으로 꾸며줬네요. 이제부터 네 이름은 메타승우라고 말하는것이 혼자 꽁트라도 하는거 같습니다.
"쪼아~ 오늘은 휴일이니까 들어눕는당."
그녀의 휴일은 지극히 간단해요. 그냥 쉽니다. 그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당신 "쉬는날에는 띵가띵가지."
누구한테 이야기하고 있는걸까요. 아무튼 그녀는 이런식으로 가끔 혼자말을 할때 외엔 매우 조용히 쉬는편이랍니다. 자기 말로는 극한의 에너지 절약모드라던가요? 절약이 아니라 원래 그런 인간인거겠죠. "움.."
그러나 그렇게 있기를 8시간 정도 지나면 아무리 그녀라도 심심해집니다. 그 전에 심심해지는게 정상일걸요? 뒤적뒤적 괜히 무안해서 뭔가라도 하는척 그녀는 재밌는게 없을까 방안을 뒤져보았지만 딱히 쓸만한건 보이지 않네요. 안타깝지만 다시 눕기로 한거 같아요. 있을리 없죠, 이렇게 살풍경한 곳에. 그녀는 눈을 감으며 생각합니다. 내일은 귀여운 애들한테 부비부비하고 다녀야지... 하고.사랑하는척, 한심한건 언제까지 할건가요?
운명일까? 이스마엘은 잠시 수많은 선택 중 직접 움직이게 만든 순간을 곱씹어 본다. 그래, 운명인 것 같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평생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닐 테지만, 그 꼬리표가 있기 때문에 이스마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이즈가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그 몸짓에는 확신이 있었다. 운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들 하며, 스스로 개척한다고들 하던가.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개척할 것이다. 나아갈 수 있는 이정표를 찾고 끝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이미 이곳에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으니 더욱이.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주변이 없다고 하기에는 이스마엘의 경험이 부족했다. 이스마엘의 주변에는 말벗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이 있었고 대화는 자주 나눴지만 그걸로 현재 당신의 말주변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인터넷 루미큐브에서 매칭된 사람들도 대화라기엔 정해진 문구와 이모티콘을 클릭해 서로의 감정만 공유할 뿐이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지금 대화가 잘 된다는 것, 당신과 대화한 덕분에 이스마엘이 잠시나마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편하게 대해달란 말에 이스마엘은 다시금 고개를, 그것도 제법 열심히 끄덕였다. 아마 이것이 F로 시작해 D로 끝나는 위대한 단어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F-Word가 아닌 Friend 말이다. 드디어 내게 친구가 생기는 건가? 아, 장족의 발전이자 아름다운 세상이여! 의무실의 세븐스는 차트를 책상에 내려둔다. 허리를 숙여가며 의약품 중 부족한 것이 무엇이 있나 확인했던 건지, 콧잔등에서 덜그럭대는 안경을 고쳐 쓴다. 타박상? 타박상이라— 중얼거리던 세븐스는 허공에 있던 홀로그램 차트를 끌어와 무언가를 입력했다.
"어디 보자.. 어지간한 거즈나 천 붕대는 다 남아있네요. 일단 필요한 것들은 이거 맞죠? 그리고…… Mx. 이스마엘?" "예, Dr. 스미스 씨." "안드로이드 수리점의 필립 씨가 화상연고를 달라고 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이스마엘이 손을 노이즈 사이로 밀어 넣고 무언가를 훔친 뒤 뒷짐을 지는 걸 발견한 모양이었다. 피비린내. 이런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것은 당신도 있으나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의료진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세븐스는 안경 너머로 모난 눈을 했다.
"안 볼 테니까 여기 다 준비해드렸으니 꼭 치료하고 가세요."
스미스라 불린 세븐스는 다시금 차트를 챙기며 의약품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침대에서 멀어진다. 이스마엘의 주변에서 잠깐 노이즈가 지직 거린다. 당신을 돌아보는 듯한 모습이 어색하다. 이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검지만 치켜올린 손이 노이즈에 가려져 입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오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무언의 뜻이었다.
"잘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사의 눈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이후 이스마엘은 손목을 향해 손을 더듬었다. 칩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이스마엘의 주변에서 노이즈가 사라진다. 단발로 일정하게 잘린 흰 머리카락이 목을 덮은 것이 먼저 보였다. 숙인 고개를 들었을 때, 이스마엘의 눈은 분명 생기 가득한 녹색임에도 서슬 퍼렇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야가 제한돼 찌푸린 미간에 진 주름과 감긴 한쪽 눈의 탓이 컸다. 피 때문이다. 하관을 덮는 마스크 때문에 다른 부분은 지킬 수 있었지만, 적어도 연한 갈색의 뺨과 왼쪽 눈썹 위에 파편이 스쳤는지 피가 이제 막 굳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오물오물 먹으며 그가 하는 얘기를 듣는다. 중간에 건너주는 과자는 받아서 이리저리 보다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지금은 먹고 있는게 있기도 하니까. 공터와 가까운 벽에 등을 대고 공터를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바닥의 왠 구멍 같은 걸 열어서 거기로 쓰레기들을 몰아넣는다. 저게 그의 세븐스인가. 같은 생각을 하다가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그냥- 지나가던 길-"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지나가던 길에 아이들 소리가 시끌시끌해서 와봤으니. 용건에 대한 대답은 그것 뿐이었지만. 달리 할 말은 있었다. 길고 긴 얘기를 들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리가 있나.
"너어 뭐 애들한테 얘기하는 건 좋은데- 혹시나- 만약에- 얘기가 너-무 멀리까지이 퍼질 거라곤 생각 안 해봤어-?"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은 결코 한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언제, 어디든, 흐름이 생기면 흘러간다. 그렇게 이 마을 밖으로 나가 타 지역의 가디언즈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런 가정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와 그가 속한 레지스탕스로서는.
"네가 말한 아는 사람의 범주에- 우리만 있는게 아닐텐데에. 게다가 그들은 우리보다 귀도 훨씬 더 많다구우?"
너무 비약적인 예상일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은 꼭 부정적인 방향으로 잭팟이 터지곤 했다. 지금의 사소한 이야기거리가 후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레시아는 아이스크림을 몇 입 더 먹고 흐응- 가볍게 목을 울렸다.
"네가 원래 살던 곳에선- 책을 못 샀겠지마안. 여기선 사고만 안 치면- 다 할 수 있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놀고- 먹고- 서점이라면 저어기 있으니까아. 가서 책 사지 그래애?"
저기라며 가리키는 곳은 대충이지만 그쪽으로 가면 분명 작은 서점이 나오긴 할 거다. 전에는 못 했어도 여기라면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알려주곤 남은 아이스크림을 입 안으로 쏙 던져 씹어삼킨다.
랄까 자고 일어나니 이셔의(하관을 제외한)얼굴이 공개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후후 다갓님도 궁금하셨던 거죠? 아무도 다이스갓을 궁금하게 만들어서는 안돼...(헛소리 이셔 눈이 너무 예뻐요 저 긴 속눈썹 흰머리와 대비되는 짙은 피부색... 크아악 귀엽기도 한데 섹시함의 정석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게 따로따로 치명타인데 합쳐지니까 으깨진 블러디 레드마냥 저도 으깨질거 같아요(???
이스마엘: 290 좋아하는 보석이나 광물 딱히? "녹색 보석이 좋습니다!" 라고 말할 걸..? 이스마엘은.. 보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든. 딱히 관심도 없고...
347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면 아 뼈 때리지 말랬잖아.. 무엇보다 사랑하고 믿음이 되던, 가끔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살아오기 위해 선택한 것이 달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젠 잘 아는 감사한 존재였노라 얘기하고는 입을 다물어.
270 인간관계에서 1,2,3순위를 정한다면? 악!(뼈 또 맞음)
3위: 사람에게 순위를 정할 수 없습니다! 2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1위: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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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최악의 욕은?" 이스마엘: "세상에! 저는 누군가를 욕하지 않습니다!" (계속된 요구에 이스마엘이 질린다는 듯 눈을 굴렸다.) "……Meine liebe.. Sie sind Nazi? Seien Sie kein Schwein." (이스마엘은 이후 찬사하듯 오른손 끝을 모아 손키스를 날렸다.)
친애하는 자기, 당신이 나치도 아니고.. 개돼지처럼 굴지 마. 하면서 나는 조언한 거다? 당신에게 우호적이야. 같은 식으로 비꼬는 제스처까지 포함해놓는... 햇살캐도 맛있지 않니..?
"너의 가장 작은 꿈이 뭐야? 사소한 것들." 이스마엘: 음.. 베개를 하나 더 가지고 싶습니다! 잠버릇이 좋지 못한 건지.. 늘 일어나면 베개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 한 명을 되살릴 수 있다면 누굴 살릴래?" 이스마엘: ……살릴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저는 살리지 않을 겁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이기심에 불과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세상에서 다시금 눈을 뜨는 건.. 잔인하지 않습니까.
>>503 으앗. 그야말로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파로군요. 아스텔과다! 그리고..가족..(시선회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앗. 3위, 2위, 1위. 뭔데 은근히 설레죠? 그리고.. 어..독일어 의미가..(흐릿) 그리고 뭔가 음. 원하는 사람을 안 살리는 이유가 뭔가 씁쓸하면서도 슬프네요. 아. 참고로 저도 어제 실시간으로 얼굴 올라온 거 봤답니다!!
스메라기 아리아: 138 사진을 찍을 때 자주 취하는 자세는? A.(짤) 308 자기 물건에 이름은 어디에 쓰나요 A.이름을...써..? 337 잠버릇이 있다면 A.자고 일어나면 머리와 발의 위치가 바뀌어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답을 좀 하라고!" 스메라기 아리아: 모르는건가 네게는 답할 가치도 없다는 것을 왜 모르는걸까
차트를 확인하던 의무실의 세븐스가 붕대에 대해 대답해주며 타박상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건네주자 너는 고갤 숙여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의약품을 받았다. 그럼 용건은 끝인가. 당연히 아니었다. 네가 맡았던 비릿한 향을 그들이 맡은 건 아니겠지만. 대신 이번에는 보이고 만 거겠지. 너 역시도 무심코 돌아본 때, 그의 손이 얼굴로부터 스르륵, 내려와 제자리로 향하는 것을 시선에 담겼다. 어디까지나 확신은 아니었지만 다음 순간 의무실의 세븐스, 그러니까 스미스 씨의 말을 통해 부상을 입긴 입었구나. 싶어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단호한 처사에 아무래도 부상을 숨기는 듯한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라고 짐작하면서 널 향해 돌려지는 그의 고개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결국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 됐지만.
"...아무래도 전문가들일 테니까요,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문가의 손길만큼 믿음직한 걸 찾기는 어렵지. 그런만큼 부상의 치료에 대해서는 의사의 처방을 최대한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하며 영영 숨기는 데 실패한 게 어쩌면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정작 그의 움직임이나 분위기를 살펴보면 조금 당황한 것도 같고, 어쨌든 원했던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다음 순간 그가 손목을 더듬자, 딸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 지금까지 줄곧 너의 눈과 그의 얼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노이즈가 자취를 감추자. 너는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엄청난 갈등에 직면했다. 이렇게 갑자기 얼굴을 보이시면! 봐야 하나? 얼굴을 보이기 전 그의 손가락이 아마 입이 있을 만한 자리에 위치했던 걸 떠올린다. 비밀이니 발설하지 않아줬으면 한다는 의사표현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보이는 데 거부감이 있다는 말 아닐까?
"아, 그게 음... 거울 여기 있습니다."
짧았지만 이미 빛을 통해 네 눈에 맺힌 걸 어찌하겠는가. 흰색 머리카락은 일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녹색의 눈은 실제로 그럴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채가 느껴지는 듯했다. 피 때문에 찡그린 상태라서 서슬 퍼런 듯했지만 그렇게 덮일 만한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마스크로 덮여 있는 하관을 떠올린다. 마스크는 목소리를 변조하는 용도일까? 그게 아니라면 노이즈로도 불안해 얼굴을 두 겹으로 숨기는 용도였을까. 어느 쪽이든 계속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닐 뿐더러 상대가 그다지 달가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 너는 시선을 돌려 거울을 들어 그에게 보였다.
"그...피부터 닦으시는 게 어떨까요, 눈에 피가 들어가면 좋지 않으니까요."
그리곤 간이침대 위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알코올 솜을 하나 그에게 건넸다. 직접 닦아줄 수도 있긴 하겠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정도의 관계성은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도 했고... 거울을 보여줬으니 충분히 잘 닦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닌가, 한쪽 눈이 감긴 걸 보니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그가 스스로 하게 두고, 만약 조금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든지 해야지.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너는 우두커니 거울을 들고 그 뒤에 숨듯 섰다.
승우: 050 연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표현한다면? (애인이 없다.....) 음... 만약에 생긴다면 그냥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을까~ 표현력이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솔직한 성격이니까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 담담하게 말할걸🤔
145 화가 날 때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요, 속으로 삭히는 편인가요? 일상적이고 장난스러운 짜증 같은 건 쉽게쉽게 드러내는 편이야. 친한 사람이랑 투닥거린다거나 할 때. 상황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거나 누군가에게 함부로 드러내선 안 되는 감정 같은 건 삭이는 편. 여담으로 평상시에는 바로바로 발끈해대서 그렇지 사실은 참을성이 꽤 좋아. 그럼 평소엔 왜 그러고 다니냐면,,,, 그냥,,,, 평소에는 일부러 머리에 힘 안 주고 지내...😊 (승우: (존* 만족스러운 따봉))
272 순발력은 어느 정도? 에델바이스 평균 정도는 되지 않을까~ 특별히 날쌘지는 생각 안 해봐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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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친구와 다투게 되면 어떻게 해결해?" 승우: 어… 사과, 해야겠지. *, 근데 화해는 씨* 어떻게 하는 거냐.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돼?" 승우: 뭐 ***아? 이 *** 말을 존* *같이 하네.(내로남불!)
쥬데카: 192 타인과 자기 자신 중 더 우선시하는 쪽은? 아무래도 타인 쪽이 좀 더 우선시되는 감이 있습니다만! 뭐 어디까지나 보기에 그렇다는 뜻입니다.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이 쪽으로 좀 더 기울죠, 의식적으로 타인 쪽으로 방향을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가 다소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이렇게 이해해도 문제는 없읍니당
131 웃을 때 특징, 혹은 웃을 때 자주 보이는 모습은? (사실 웃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함) 기본적으로 웃을 때 입만 웃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항상 눈까지 같이 웃습니다. 곤란할 때든, 아니면 기뻐서 웃든간에 항상 눈꺼풀이 포개지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이 말인 즉슨 눈까지 안 웃는다는 건 진짜 웃는게 아니라는 거... 얘기하다 보니까 웃음이라기보다는 미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245 질투심은 어느정도? (흠티콘) 꽤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게 드러날 정도의 관계성은 아직 없었지만요. 일단 현재 상태에서 질투심이 드러날 만한 일은 없고, 아마 자기비하로는 이어질 수 있다곤 생각합니다. 질투는 나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질투하는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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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는 모습은?" 쥬데카: 보통 이런 걸... 당사자에게 묻습니까? 글쎄요... 우는 얼굴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요. 남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고.
"너 덕분에 기뻐." 쥬데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쁩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기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군일 경우) 쥬데카: ...그건 유감스럽군요. 왜 저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걸까요. 당신은, 나 때문에 기뻐서는 안 되는데. (적대자일 경우)
"인기가 생긴다면 즐기는 편? 신경 쓰지 않는 편? 피하는 편?" 쥬데카: 인기라는 게 좀, 사실 조금 어색해서요. 돌아다니는 데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다른 데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꺼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 좋아해주시는 건 좋지만 음, 제가 그걸 감당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뭐...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만한 정도도 아닙니다만.
>>562 맞습니다... 신경 그만써도 될만한데! 레레시아는 왜 이렇게 귀여워요 특히 음식은 자주 해주면 좋겠다(??) 많이 먹어줄래요!!
>>563 노곤노곤하면 확실히 풀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뭐든지 따뜻해지면 흐물흐물해지니까 사람도 그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기장판에 누우면 풀어지려나(???) 쥬데카가 좀 더 어렸다면 음,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쉬울 따름입니다만!
혁명군들의 활약을 넘어서 누가 누굴 죽이는 게 애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라고 지적하자. 선우는 그 나름대로 선이 있음을 피력하며 항상 그 선을 지켜 이야기를 푼다는 것을 말했다. 솔직히 안다. 이거 대장의 귀에 들어가면 좋은 꼴은 못본다. 바깥이었다면 애들에게 즐길 거리를 마련해준다라는 당위성이라도 있지, 여기에 서점이 있고 각종 미디어물이 있는 이상 그의 행동은 단순 기밀 유출에 불과했으니까.
"대장에게 보고하지 말아줘"
물론 레레시아가 이 일을 보고할만큼의 철두철미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대비해서 어느정도의 부탁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보고한다면 순수한 그의 창작 이야기라고 잡아 땔 것이고 실제 작전과 비슷한 내용을 지적받으면 본의 아니게 섞였다 주장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과자 사러 갈래? 군것질거리들이 떨어졌어."
물론 숙소에 여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그녀와의 친분을 다질 겸 뇌물(?)을 바칠 겸 해서 같이 간식 가게나 가자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가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 고지식한 레지스탕스 모임에 협력지원서를 넣고 만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리더로 추정되는 익명의 인물에게서 만남을 갖자는 답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건 바로 내일이다.
바보같은 마츠이. 왜 그런 짓을 했지? 물론 박사 과정을 밟기는 했다지만 지금의 너는 고작 엔지니어일 뿐이잖아? 무기다운 무기나 한 번 제대로 쥐어본 적 있기나 해? 이제껏 펜이랑 몽키스패너로 뱃 속에 기름칠이나 할 줄 알았지, 그런 놈이 웬 혁명?
작금의 시대에 화합이니 평화니 같은 건 단순한 개소리다. 지난 기록에도 전술했듯 이놈의 도시는 도저히 인간다움을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으니. 그런 가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고작 한 둘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짖밟히고, 그 중에서는 얼마나 많은 레지스탕스들이 가디언즈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교수 석사 선생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뭐가 바뀌기나 할까? 괜히 허무맹랑한 탁상 공론이나 펼치게 되는 건 아니겠지?
모르겠다. 머릿 속이 창 밖에 펼쳐진 거리처럼 혼란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폭동의 불꽃에 타오르는 연기처럼 맹렬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있는 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면식도 없는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힘 없는 일개 민(民)이 희망을 품는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일단 그 모임에 한 번 참석해서 분위기를 살핀 뒤 이상하면 빠져나오는 수밖에. 참, 사람이라는게 이렇게나 우습다.
잘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스마엘은 노이즈 너머로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인 행동은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부위에 피가 나는 일은 겪어본 적이 없을뿐더러 피가 굳는 느낌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이스마엘 본인도 모르게 손을 댄 것이다. 단순히 머리를 쓸어넘기는 자세로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알아챈 것이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마냥 거절했다간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스마엘은 의료보험도 없었으니 이곳에서 미운 털이 박혀 다른 곳에서 따로 치료를 받을 순간이 온다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럴수록 잘 보여서 미움받지 말아야 하나 봅니다."
아마 재밍 스위치는 손목에 있는 모양이다. 다만 손목의 어느 부분인지 알 수는 없었다. 점퍼의 소매가 손목을 단단히 가린 이유도 있거니와 칩이 있을만한 기계장치를 달 여유도 없었다. 이스마엘은 재머를 끈 뒤, 가장 먼저 피에 젖은 옆머리를 손가락을 세워 대충 쓸어 넘겼다. 선명하게 핏줄이 불거진 검은 가죽 재질의 장갑의 엄지는 이미 피가 말라붙은 상태였고, 이스마엘도 그 사실을 잘 아는지 잠시 중지와 약지 틈에 엄지를 대고 쓸어내며 마른 피를 털어냈다. 한쪽 시선이 엄지로 굴렀을 때, 이스마엘의 미간에 팬 주름이 깊어졌다.
"아, 감사합니다."
그것도 찰나였다. 거울을 들어주는 당신의 배려에 이스마엘이 다시금 눈을 굴린다. 한쪽 눈을 감은 채 다른 눈으로 웃음을 그리는 것이 힘들었던 건지, 매서운 눈이 잠깐 호선을 긋다 다시금 돌아온다.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음이 깔려있었다. 하관을 가렸기 때문에 눈으로만 성별을 구분 짓기도 어렵다. 알코올 솜을 받아들이며 이스마엘이 상체를 거울 쪽으로 숙였다. "피가 많이 흘렀군요. 몰랐습니다." 환부가 어떻게 찢어졌는지 확인하듯 눈매가 점점 더 좁아진다. 살점이 뜯겼어도 깊게 뜯긴 건 아닌 것 같고, 알코올 솜으로 닦은 뒤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이면 끝날 것 같다. 이스마엘은 거울 뒤로 숨는 당신을 흘끔 올려다보고 다시금 눈웃음을 지어보려 애썼다. 한쪽 눈을 감고 있어 여전히 근육은 제멋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리고 얼굴 말인데- 보셔도 괜찮습니다. 언젠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줘야겠거니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얼굴 정도야 숨기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 보여준 사람에게 보지 말라며 성을 내는 부류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스마엘이 재머를 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때의 과거가 뇌리를 스쳤다. 성인식을 앞둔 날, 대원 숙소의 한편에 고이 자리 잡은 닳아빠진 상자 속의 편지……. 이스마엘은 생각을 갈무리하고 뺨 부분에 솜을 가져다 대며 피를 닦아냈다. 솜이 환부를 스칠 적 이스마엘은 표정을 찡그렸다. 그나마 풀어진 것 같던 인상이 다시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스마엘 본인도 거울을 노려보는 모양새임을 깨달았는지 표정을 풀어보려 애썼지만, 사람의 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솜 하나가 금세 더러워지고 다른 솜을 핀셋으로 집어 들 적, 이스마엘은 이곳이 맞는지 더듬더듬 눈두덩 근처, 눈썹 위를 가로지른 상처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리오 씨도 치료를 해야 할 텐데, 저 때문에 방해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제법 괜찮은 위치에 솜을 뒀거나 싶더니 누르는 힘을 조절하는 걸 실패했는지 눈을 질끈 감는다. 쓰읍, 따가움을 참는 듯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선요약하면 시트 다 써놓고 톰 크루즈 때문에 음기 혐성캐에서 드리프트 꺾어서 새로 만든 게 이스마엘..
임시어장 올라오자마자 이런 곳에서 음기혐성캐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로 생각 흐르고 예비 캐입용 독백이나 대사도 수월하게 써지고, 과거사도 술술 써지고 한 5시간도 안 돼서 시트를 다 짰는데.. 그날 저녁에 유튜브 쇼츠 그냥 휙휙 넘기다가 톰 크루즈가 영화 속에서 사람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는 맑은 광기가 서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걸 크롭한 장면을 마주해버렸고..🙄
갑자기 시궁창이 당연한 곳에서 희망 찾는 부류가 더 진짜 광기 아닐까..? 싶은 거야
결국 그렇게 고민하다가 시트 갈아엎고 양기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돌려본 주제에.. 이참에 도전해보자 싶어서 새벽에 임시어장에 🍑 달고 질문 투하하면서 커미션 박으러 달려감..
프로토타입은 죽은눈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이고, 웃다가 갑자기 혼자 울더니 짜증내는 등의 찐혐성을 보여주는 캐? 사실 얘도 많이 아깝긴 해. 설정 기가막히게 짰거든. 이 모든건 톰 크루즈 당신 때문이다(?)
>>586 음.. 내가 게임은 친구끼리 모이는 게임만 하는 고질병이 있어서(폴 가이즈와 대환장 테일즈런너 봄)(안 봄) 원작은 아직 안 해본지라, 가끔 원작 언급이 나오면 찾아보고 있어. 요즘엔 해볼까 고민도 되네...🤔
대답 제대로 안 하냐, 그렇게 물어도 들려오는 답변은 없었다. 왜 왔냐고 물어도 콕 집어 말할수 있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추상적인 이유는 뭐, 말 안해도 눈치만 있다면 더 안 캐물을 터. 당신에게 눈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어어, 니 방구석 보다야 내가 깨끗하다.”
이불이 잡아당겨짐을 느끼면 그저 미동 없이 눕는 짓을 계속한다. 발이 제 몸에 닿아도 별 반응 없이 가만히 누워있다.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눈부신지, 팔로 얼굴을 대충 가리고선 딴데 가서 *랄 떨라고 웅얼거리듯 하는것은 덤. “평소 하던대로 싸돌아 다니지,” 그렇게 덧붙이는게 볼썽사납다. 살짝 보이는 눈에 귀찮음이 서려있는걸 보면 참… 좋던 사람도 밉게 보일테다.
“악.”
발길질이 성공하고, 무덤덤한 외마디를 뱉는다. 비명보단 대본을 읽듯 읉는 것에 가까운 투. “멍 들겠다,” 툴툴대며 맞은 부위를 꾸욱 눌러보곤, 한쪽 팔로 매트리스를 짚고 삐딱하게 앉아본다. 욕지거리를 하는 당신에게 별 말 없이 중지만 치켜들고선,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그 때문에 날아온 책에 맞을 뻔 했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고개만 틀어, 책은 침대에 엎어진다.
“책 읽는 고상한 취미가 있을 줄이야.”
말은 그렇게 했다만, 표지 한번 날 선걸 보니 한 번도 안 읽었겠구만. 눈으로는 제목을 슬쩍 흝어본다. 천국, 기쁨, 구원, 복음…응? 그의 인상은 살짝 구겨진다. 원래도 어느 정도는 인상을 쓰고있어서 별 차이는 없다만. 예로부터 표지로 책을 단정짓지 말랬더지,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겨도 내용은 표지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무언가에 찔린듯한 짧은 웃음, 그리고 포복절도.
“얼마나 호구새*마냥 다녔으면 이딴걸 받냐? 멍청이들도 거르는걸.”
대놓고 사이비라 적힌 책인데, 이걸 안 버리고 들고오는 당신은 뭔 생각이였을까. 다른 재밌는 건 뭐 없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걸터앉은 채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언가를 집어본다. 뭐였을까?
"쓸만한진 글쎄, 직접 읽어보지 그래?"
그렇게 말 하고선 책을 덮고 승우에게 건네준다. 당신이 받든 말든, 무뚝뚝한 표정이였다가도 다시금 웃음이 새어나온다.
다른 향은 몰라도, 피 냄새 하나는 잘 맡는다고 자부할수 있다. 그러기에 훈련실 밖에서부터 철 내음이 은은히 퍼지자, 안에 누군가 있겠지 하며 넘겼을 뿐이다. 그는 문을 열고선 조용히 입장한다, 당신은 집중하느라 눈치를 못 챘을수도 있겠다만, 너른 훈련실엔 이제 당신만 있는게 아니다.
사람이 방 안에 홀로 있으면 눈길이 가는 법. 그는 당신을 흘깃 보고선 만다. 전체적으로 하얗고 시뻘건 눈, 그리고 피와 관련된 능력. 흘려들었던 헤모키네시스 세븐스는 당신인가 보다. 뱀파이어 괴담도 근거 없이 들리는 것은 아니었으려나. 그런 자잘한 생각은 흐려지고, 그는 이내 당신과 거리를 둔 자리에서 자신의 훈련을 시작한다. 페인트 통을 하나 열면, 공기에 섞이듯 페인트 특유의 알싸한 향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도 그의 주변에 떠다니던 푸른 페인트는 두둥실 떠다닌다.
시야가 흑백에서 오직 흑으로만 바뀌면, 다른 감각이 더욱 힘을 입는다.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지는 고요한 철 내음과 노스텔지어. 그리운 감각. 피 냄새는 기분나쁘지만, 좋다. 애매모호한 감정선이 느껴지면 이내 눈을 뜨고선, 검을 휘두르던 당신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붉은 검기가 인다. 푸른 물감은 흔들리며 상태를 바꾼다.
당신이 눈 앞까지 온 그를 눈치 못 챘더라면, 당신의 검을 휘두르는 궤적에 자신도 페인트로 이뤄진 검을 맞대어 칼질을 막아섰을 것이다. “너는 훈련파, 아니면 실전파?” 라며 은근히 대련을 꼬드기는 그. 당신이 받아들인다면 선공은 당신에게 내 준다. 싫다 하면 뭐…어떨까.
눈치 챘다면 결과는 사실 똑같을 것이다. 페인트로 이뤄진 검을 설렁히 쥐고선 “훈련은 충분하지 않아? 아니면 대련이 두려워?” 라며 별 의미 없는 도발을 해 올 것이다. 응한다면 선공은 당신의 것. 싫다면..어…
아무리 귀찮게 해대도 불청객은 미동이 없다. 그 꿋꿋한 꼬락서니를 보니 무슨 짓을 해도 저렇게 버티고 있을 게 뻔하다. 그는 빼앗은 이불을 둘둘 말아 유루의 얼굴로 우악스레 집어던졌다.
"***야. 나도 청소는 하고 살아야지 않겠냐. 더러우면 씨* 안 거슬리게 얌전히 짱박혀 있기라도 하든지."
뭐, 따지고 보면 유루는 이미 가만히 짱박혀 있기는 했다. 입을 가만히 못 있어서 문제였지. 그는 난리를 치느라 짜증스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대충 넘기고 다시금 할일에 열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 눈 돌려 무엇부터 치울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시끄럽게 웃어대는 소리에 청소는 또다시 맥이 끊겼다.
"개** 호구 새* 방에 있는 주제에 빡치는 소리 하지 마라. 개헛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쫓아낸다."
호구 새*……인 건 사실이라 할 말 없다. 썩을. 근데 멍청이들도 안 받을 물건이란 건 어디로 미루어 나온 결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잘 모르는 것이라면 열내기에도 무엇해서,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책을 받으면서도 다시 한 번 눈짓으로 제목을 훑는다. 비웃는 면상이 *같아서 한 대 때려줄까 싶지만 우선은 책부터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의아한 낯으로 머리를 긁는다. 아니, 천국기쁨구원, 행복하고 좋아 보이는 단어니까 좋은 책 아닌가. 봐도 모르기로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러니 이딴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그냥 종교서적 아니야? 너 씨* 종교 싫어하냐?"
그러니까…… 특유의 내용과 서술투로 미루어 종교서적이라는 건 파악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냐는 눈치다. 그는 언젠가 짤막하게나마 성경을 읽어 본 적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내용이나 이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사이비와 이단의 교묘한 왜곡선동날조를 알아채기엔 그는 눈치도 사회경험도 부족했다. 그는 설명해 보라는 듯 유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돌연 인상을 팍 찌푸리며 들고 있던 책을 다시 휙 던져버렸다. 일단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짜증나네.
"*, 뭘 처 웃고 있냐. 개같은 새*."
바닥은 쓰레기로 버린 물건들로 더럽기보다는 쌓아둔 물건들로 어수선한 난리통이다. 다 써버린 노트, 버리긴 묘하게 아까워서 처박아둔 책 띠지, 깨끗하게 비었지만 용도를 찾지 못한 공병, 놓을 곳이 없었는지 대강 늘어놓은 쓰다 만 소모품 상자, 종이가방, 대충 개어서 나름 먼지 안 묻게 모셔둔 옷가지 몇 개. 생활력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 햄스터도 창고는 나름의 정리 기준을 가지고 분류한다던데, 그는 작은 비단털쥐보다 못한 생활습관을 가진 셈이다. 꼭 가진 물건을 어떻게 정리해둬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방 같다. 그 난장판에서 유루가 집어든 물건은 마찬가지의 잡동사니였다. 마지막 장까지 모두 사용한 공책이다. 내용을 보려 펼친다면 무엇을 썼는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괴상한 악필로 가득한 종잇장이 죽 늘어서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는 방 주인의 필체였다. 힘 주는 방향이 이리저리 삐죽한 것이, 펜 쥐는 법부터 틀려먹은 모양새였다.
>>594 톰 크루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갑자기 그 모든 맑눈광 행적이 와닿으며 이스마엘이 정말 무시무시한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 그치... 희망 없는 세상에서 희망 찾는 게 더 무서운 거 사실이지... 맨 처음 기획에서는 혐성음기였다니 그거 진짜 상상도 안 가🤔 그치만 지금 이스마엘도 좋고 그 친구도 궁금하긴 하네
나 그 맑은 눈빛 뭔지 알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작이 아니라 젊었을 적 시절이긴 한데... 응... 무섭다....😇
지도 방금 전까지 욕했으면서 굳이 말마디를 늘리는걸 보아하니 알면서 속 긁으려는 것이다. 어딘가 타이르는 듯한 투라 더 짜증날지도. 후에 뭔가 말을 더 하려 했던가, 이불에 맞으면서 짧은 의성어와 함께 파묻힌다.
“좋고 싫고 구분하는건 너무 흑백 아니냐?”
열받게 하지 말라고 뭐라 하던 말은 깔끔히 무시하며 눈동자를 굴려본다. 의아한 표정을 띈 승우를 가만 보고선 하는 답은 참…. 질문의 취지와 많이 동떨어졌다.
“굳이 따지자면 불교 사상과는 동의해,”
그 짧은 답을 끝으로 이유라던가, 그런 설명은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데려다 사상 얘기하면 그게 프로파간다고 세뇌지. 듣고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모르겠다만, 백지에 쓰인 글자가 책에 쓰인 글자보다 더 잘 보이지 않던가. 사회인의 눈엔 이런 서적은 보나마나 사이비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승우는 그런 구분을 못 하는 걸까. 놀리려던 마음도 사라졌는지 말하는 투가 차분해진다.
“종교는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거고. 이런건 높은 분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거.”
그래. 높은 분이 해달라는 대로. 전부. 엄청나게 간략화 시키고, 조금은 왜곡되었다. 그런데 이 설명도 나름 머리 굴려가며 선악 구분 모호하게 한줄로 줄인 것이다. 지가 대놓고 선과 악을 나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나름의 배려?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청색(이라 추정하지만 보이는 것은 진회색) 눈을 마주치며 뭔가 덧붙인다.
“뭐, 믿지 말라는건 아닌데… 니가 굳이 믿을 이유가 있나? 니 친구 많잖아.”
자신의 뇌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거나 웬만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상, 괴상할 뿐인 말이다. 사이비는 대놓고 꺼림칙하다, 그럼에도 신도들이 생기는것은 왜일까. 이것저것 이유는 많겠다만, 사회와 동떨어진 아웃사이더들이 주로 판을 이루지 않던가. 그의 경험으로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소속감은 주되, 소속감’만’ 주는 실상 한번 더러운 판이 사이비 아니였던가. 그런 생각이 꼬리물어 나온 말이였다. 휙 날아가는 책을 보는 시선은 흐리멍텅 하였다가도, 다시 초점이 맞춰진다.
“니.. 면상 보면 웃음만 나와서.”
다시금 가벼워진 어조, 하는 말과 더불어 눈을 휘어 미소짓는게 얄미우려 작정한 사람 같다. 말을 하다 답지않게 뜸을 들인것을 보아하면 원래는 다른 말을 하려 했던 걸까.
바닥을 훑어 보면 보이는건 아수라장. 제딴엔 별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옜날 생각 나고 좋네,” 그런 요상한 말을 하고선 제 손에 집힌 노트를 매너없이 펼쳐 읽어보려 한다. 눈을 찡그려 보아도 도통 뭘 쓴지 이해가 안 가는 듯, 다시 덮고선 바닥으로 내려와 그나마 지뢰(?)가 덜한곳에 대충 앉는다. 다른 공책들을 주워가며 한 개의 묶음으로 정리해보려 하다가도, 얘는 약사가 될 사람이다, 그런 의미없는 드립이 생각나 혼자 피식 웃는다.
“펜을 어떤 꼬라지로 잡길래.”
내용도 물론 궁금하지만, 그런건 얼마든지 블러핑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보다 이것이 더 궁금하기도 했고. 아까처럼 놀리거나 폄하하려던 의도 없는 질문이 조금 의외다. 평소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것도 도발에 가깝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혹여 미움받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답. 너는 그럴 리 있겠냐며 웃고는, 거울 너머로 상처를 닦아내기 위해 움직이는 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거울 뒤에 있었으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거울을 꺼내 그가 볼 수 있게 한 건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감사하다는 답도 들었고, 음.
"아, 신경 쓰고 계셨나요...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좀 많이 둔한 게 아니라면 분명 얼굴을 향하는 시선 정도는 알아챘겠지, 그 직후에 보였던 네 행동을 생각하면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른다. 못 볼 꼴을 보았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건 확실히 알았으니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너는 조심스레 거울 너머에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봐도 괜찮다는데 계속 사양하는 것도 오해가 되겠지.
"......"
그리고 어쩌다 본히 빤히 쳐다보는 게 됐는데, 딱히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치료하는 걸 누가 쳐다보고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충분히 신경이 쓰일만 한데도 지금은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야 지금까지 계속 노이즈로 일체의 짐작조차 거부하던 사람의 맨얼굴(마스크는 그대로였지만)을 보게 된 이상, 그리고 뭐... 봐도 된다고 허락까지 받은 이상 제대로 봐두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 않을까. 어쨌든 시선은 그의 얼굴을 여기저기 뜯어보듯이 움직였다.
"뭔가, 원했던 방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보게 되어 음, 유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닌가? 여기서는 이런 말까지 할 필요가 없나? 그렇지만 여전히 그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이유를 정확히 들은 게 아니었기에 너로써는 짐작이 전부였고 그 결과 어쨌든 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며, 이번에 들린 말루 미뤄보았을 특별한 때에, 특별한 방식으로 얼굴을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뭐어, 결국은 비밀로 해달라는 듯한 제스쳐도 있었고, 어쨌거나 네게 얼굴을 보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라는 감각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런 때와 장소를 기다려 보여줄 생각이겠지만.
"아, 괜찮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부상이 심하지는 않아서요. 출혈도 없고."
타박상이라는 건 꽤나 까다로워서, 상처를 봉합할 일도 없고 딱히 소독이 급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내출혈 정도는 조금 신경써야 했지만 글쎄. 그런 부분이야 따로 검사를 받으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조금 붉거나 푸르게 부어오른 부분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 결론은 지금 급한 쪽은 아마 네가 아니라 그 쪽이라는 거겠지. 새삼 보검 무장과 세븐스의 보조는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에게도 안 거칠고 얌전한 말투 쓰던 시절이 있기야 했다. 유루와 어울리기 전의 일이라 저놈은 모를 테지만. 이불에 파묻힌 유루를 보며 키득거리다, 그는 등 돌려 다시 할일에 열중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꼴을 보고 더는 뭐라 잔소리할 것 같지 않다. 가만히 물건 뒤적거리만 하는 것도 심심하니 라디오처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들으면서 일이나 하기로 한 것이다. 종종 그 라디오한테 열받기도 하지만. 음, 그렇긴 하지. 세상은 단순하게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만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쉽게 판명내릴 수 있는 개념의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귀로는 청취하면서 물건들을 뒤적거리던 그가 휙 뒤돌아 유루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냐는 표정이다. 유루가 최대한 사감 없고 중립적인 설명을 하려 노력했다는 건 알까. 결론을 들은 그는 조금 고민하더니, 무언갈 깨달은 듯 눈이 동그래지며 말이 터져나왔다.
"아하, 사이비?"
궁금증이 해소됐으니 시원한 표정이었는데, 그 얼굴은 곧바로 팍 인상을 쓰는 표정으로 바뀌어버렸다.
"……그 개***이, 나한테 이딴 걸 줘? 씨* 버려. 존* 쓸모없는 거였네."
아, 그러니까 사이비가 뭔진 알아도 그 수작질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 건지만 몰랐다는 거다. 세상에 믿을 인간 하나 없다더니……. 그는 욕을 중얼거리며 문제의 책을 줍고 감정을 담아 한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나마 버릴 물건이라 판정 내린 쓰레기들이 놓인 자리였다. 잔뜩 뾰족해진 눈으로 성을 내던 것도 잠시, 그는 유루를 슬쩍 흘겨보다 모르는 척을 했다.
"……근데 너 나보다 친구 없냐?"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는 친구가…… 별로 없다. 친구는 커녕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옛날에 비하자면 낫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친구가 많냐 묻는다면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빈말로도 사근사근하고 좋은 성격이라고는 말하기 힘든 성질머리였니까. 아니,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친구가 많다고 할 정도라면…… 설마. 그는 드물게 자비심에 찬 눈으로 유루를 쳐다보았다. 참고로 이거,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하지만 그러는 것도 짧았다. 그새에 또 신경 긁는 소리나 들었으니 당연하다. "아, 예. 바라만 봐도 웃음 나오는 얼굴이라 존*게 행복하네. 넌 씨* 그 지*맞은 성격부터 어떻게 좀 해 봐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혀를 찼다. 다시 할일을 하려는가 싶었는데, 그는 성큼성큼 잡동사니들을 건너 어느새 바닥에 내려온 유루에게 다가갔다. 또 뭘 하려는 건가? 무엇 하는지 지켜보자니, 유루를 지나쳐 이번에는 본인이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티격대격대면서 집안일 하려니 짜증나고 귀찮아진 것이다.
"난 읽을 수 있으니까 존* 아무 문제 없거든."
옆으로 돌아누워서는 한쪽 팔로 머리를 괸 그가 말했다. 순수한 질문이었건만 비꼬는 것으로 들은 건지 돌아오는 대답도 늘 그렇듯 신경질적이다.
느릿느릿 걸으며 누구냐고 물으니, 그는 그를 어떻게 알았냐며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런게 꼭 말로 해줘야 아나. 힐끔 곁눈질을 한 레레시아는 시선과 걸음을 앞을 향한 채로 대답한다.
"처음 소집 때랑- 임무에서 얼굴 봤으니까아. 이름은 몰라도오 얼굴만 알면 말은 걸 수 있지- 너- 야- 거기- 어이- 이봐- 형씨- 이름을 대신할 호칭은 얼-마든지 있잖-아-?"
그녀의 말은 말의 길이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 높낮이도 리듬을 타듯 오르락 내리락 하여 꼭 노래라도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흐흥- 작게 흥얼거리곤 선우를 따라 자기소개를 간단히 덧붙인다.
"나는 레레시아 나나리- 레시- 라고 불러어."
부르든가 말든가- 라며 중얼거린다. 알려준대로 부르지 않아도 화는 내지 않을 듯 하다. 그녀 역시 그가 블러디 레드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사람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방금 꺼낸 최루탄보다 최루탄을 꺼낸 구멍에 시선이 간다. 아공간에 물건을 넣었다 뺀다라. 사람도 가능할까? 살아있는 것도? 궁금하지만 묻진 않았다. 사실 관심 없으니까.
"그으래. 다음부턴 신경 좀 써- 또 그러면- 냅다 던져버릴지도 모르니까-"
뭘 던진다는 건지는 알아서 생각하게 냅두고, 어느새 가까워진 간식 가게의 문을 열었다. 차임벨이 딸랑딸랑 울리고 온갖 과자들의 단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녀는 본인 목적인 신상 과자를 찾아 안으로 쏙 들어간다.
"새로 나온 거- 뭐 있을까나-"
맛있어 보이면 두 개 사가야지- 총총 걸어간 레레시아는 물건이 그득그득 쌓인 매대 앞에서 기웃거리며 뭐 살지 고르기 시작했다.
미간에 깊게 팬 주름이 옅어진다. 신경 쓰고 있었냔 언급에 눈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다행스럽게 찢어진 환부에서 다시 피가 흐르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노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냥 얼굴을 가린 사람이 이렇게 얼굴을 드러낸 모습이 신기해서 그랬겠거니 싶었을 뿐이다. 이스마엘은 다시금 거울에 비친 모습에 집중했다. 피가 말라붙은 머리카락을 보니 잠시 고민이 앞섰다. 돌아가서 씻을 때, 거즈나 반창고를 붙인다 해도 과연 괜찮을까? 지금도 환부가 화끈거린다. 약간의 물이 닿으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 자명하다. 이런 부상을 겪어보지 못한 이스마엘에게 있어서도 그 끔찍한 사실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이스마엘이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집중하고, 당신은 그런 이스마엘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정수리부터 촘촘하게 덮인 흰 머리카락은 푸석한 면 없이 잘 관리되어 결이 좋았고, 조목조목 훑어보면 그렇게 모난 곳은 없었다. 짙다고 하기엔 애매한 갈색의 피부도 플라스틱과 인공 섬유로 이루어진 인조 피부라기엔 사람의 것이 확실했고, 눈도 시원하게 트여있었다. 적어도 이스마엘은 자신의 모습이 추하기 때문에 가리는 부류는 아니었던 것 같았고, 신원을 가리는 것이 꼼꼼한 부류에 속하는 것은 확실했다. 노이즈로 얼굴을 가렸고, 목을 끝까지 덮는 타이트한 옷차림에 장갑까지 껴 피부색마저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으니까.
"조금 더 제가 떳떳한 사람이 된다면, 그때 보일까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유감이긴 해도, 어쩔 수 없지요!"
무안을 주지 않기 위함인지 끝부분이 쾌활했다. 떳떳한 사람. 이스마엘은 자신이 가진 목표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지만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짚을 수 없는 걸림돌이 있었다. 말이 많은 이스마엘이 유일하게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스마엘은 솜으로 환부를 짓눌렀던 부분이 따가웠는지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물을 좋아하는 이스마엘에게 있어 오늘은 물이 두려운 날이 될 것만 같았다. 피를 전부 닦아내고 상처를 대충 소독하니 이제 눈을 뜰 수 있게 됐다. 거울을 다시 훑어보니 뺨엔 스친 자국이 선명하고, 눈썹 위는 부었다. 이스마엘은 눈썹쪽은 잘 관리한다 해도 흉터가 생길 것 같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셨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기도 하고, 걱정되니까요. 덧붙이며 이젠 자유로운 얼굴 근육을 움직여 눈에 호선을 그었다. 그러자 매섭고 날선 듯한 표정이 단번에 사라지고 제법 유순하고 앳된 표정이 얼굴을 차지했다. 이스마엘은 자신이 가진 단점을 잘 알고, 그에 따라 표정을 관리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었다. 손을 더듬거려 스미스라 불린 세븐스가 준비한 연고와 면봉을 쥔 이스마엘은 잠시 그걸 내려다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보검의 무장이 아니었더라면 얼굴이 통째로 날아갔을 겁니다."
면봉에 연고를 묻히며 가장 먼저 뺨에 댄다. 다시금 어깨에 힘이 단단히 들어간다. "아야야." 살살 바른다 해도 피가 다시금 묻어 나오자 곤란한지 눈썹을 잠깐 찡그리고는, 당신을 향해 눈을 굴렸다.
"……새삼 신기하지 않습니까? 진짜 보검에 비하면 고작 30%의 효율이라고 했는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정도라니."
과거의 당신을 알고지냈나? 아니다. 그럼 어딘가에서 전해들은건가? 그것도 아니. 그냥 편견이다. 사회적 약자는 으레 다 그렇게 자라지 않던가, 순수하다가 요상한 테크를 타듯이. 잘못된 체계에 억압 받으며 곱게 자라는게 이상하지.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악했던 사람은 극소수다. 이런 말을 하는 어조는 꽤 덤덤해서 근거 없는 막말답지 못하다. 당신의 표정이 속 시원한듯 하다가 팍 굳어지는걸 마냥 구경한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감정선 휙휙 바뀌는 것도 비슷하다. 별 말 없이 있다가도 버리라는 말에 입을 연다.
“다 읽어보면 유익한 부분도 있을 텐데. 내가 거짓말 한 거면 어쩔거?”
말은 돌려 하지만 너무 남의 말만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도 버리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그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책을 바라볼 뿐, 굳이 뭔가를 하진 않는다. 자신을 흘겨보는 시선이 느껴졌었다만,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존재하는 것만 친구 취급?”
자신이 물어봐놓고도 당신의 의견은 궁금하지도 않은지, 곧바로 무언가를 되뇌이듯 손가락을 꼽아가며 허공을 응시한다. 접힌 손가락은 3개 뿐. 그와 같이 연상되는 이미지는 별 감흥 없는 회상. 반대쪽 손도 들어선 손가락을 하나 접는다. 도합 4개의 손가락이 접혀있다.
“4명 있네.”
그저 진심으로 하는 질문인것 같았기에 최대한 열심히 답변 해주려는 것이지만, 어딘가 경쟁하려는것 같이 들린다고 그도 잘 안다. 뭐, 이거 가지고 삐져도 화는 언젠가 풀리겠지. 자비심 서린 눈이 어색했던지, 보기 드물게 얼빠진 표정이다. 당신이 혀를 차는 동시에 곧바로 평상시의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니가 180cm 찍는 날에 성격 고칠게.” 다가오는 승우를 가만 바라보다가 침대에 엎어지는 꼴을 보고 대놓고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마음 예쁘게 먹고 도와주려 하니까 이러네.” 당신이 딱히 도와달라 한 것은 아니란 건 잘 안다, 뭘 하든 자신의 의지였지. 수플렉스를 때려버릴까, 그냥 냅둘까 하다가 그저 묵묵히 다 쓴 공책을 한 곳에 쌓고선 어딘가에서 나온 노끈으로 묶는다.
>>651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으나 그 낙인을 새로 덮을 수 있는 면죄부를 원하는가. ???:그 마음이 가상하니 내 특별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마. 그 영혼에 영원한 계약을 맹세해라. 그것이 그 죄를 덮을 수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 일단 왕게임을 시작하도록 할게요! 따로 시놉시스는 쓰지 않을게요! 그냥 첫 임무 무사달성 기념으로 로벨리아가 회식을 열어줬고 거기서 이것저것 먹고 놀다가 왕게임을 하게 되었다는 느낌으로 생각해주세요!! 일단 사다리타기를 통해서 왕을 정할 예정이고 번호는 1~5번까지 있어요. 제 쪽에선 아스텔과 에스티아를 보낼 예정이에요!
왕게임 지령. 1번과 2번이 손잡고 있기. 자신이 1번이었다. 그리고 보아하니 저쪽의 저 여성이 2번인 것 같은데. 물론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마리 그린우드. 자신보다 연하인 여성이었던가. 이내 그너는 총총총 걸어간 후에 마리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았고 배시시 웃었다.
"왕게임 명령이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손 잡아도 돼?"
별 의미는 없었다. 그냥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에스티아는 좋아했으니까. 기왕이면 좋은 인상도 있으면 더 좋고.
마리는 술이 약한 편이었으므로 술을 즐겨 마신다거나 찾아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임무가 잘 끝났다는 이유로 열린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료수를 찾다가 컵에 따라진 자몽 냄새가 나는 탄산 음료를 발견하고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그게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굴에 열이 오를 때 쯤이었을까. 으응? 이거 술이었어? 하고 깨닫게 된 것이었다.
“으응? 나?”
제가 뽑은 번호는 2번이었고 유루가 부른 번호도 2번이었다. 눈을 깜빡이는데 에스티아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사적으로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지만 에스티아가 자기소개를 한 적이 있었으니 알고 있는 이기는 했다. 에스티아가 손을 잡으며 하는 말에 마리는 마주 배시시 웃으며 손을 잡았다.
“응. 좋아.”
술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텐션이 올라가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잘 웃지 않는 마리가 쉽게 웃음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소년은 귀요미송에 대해 잘 몰랐다. 덕분에 그게 뭔지 잠시 찾아봐야 했고, 그 정체를 알고 나서도 당황하는 안색은 보이지 않았다. 여느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가라앉은 무표정. 살짝 음울하면서도 기묘하게 흐리지 않은 인상 그대로 그는 스케치북과 연필, 그리고 크레파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슥슥 뭔가 그리더니 금새 하나를 완성되었다. 곧 그림에서 무지개와 같은 빛이 스며나오기 시작했고.. ..소년의 복장이 바뀌었다. 평소에 입고 다니는 까만 남자 교복에서, 비슷하게 무채색인 여자 교복으로. 양갈래로 묶인 스카프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 일반적으로 세일러복이라 말하는 그것이었다. 이어서 가발인지 뭔지 머리카락까지 길어진 소년은 평소와 같이 무감한 눈으로 상대를 보았다. 가끔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가던 사람, 가끔 그림 그리는 것을 구경하게 해준 사람. 살짧은 침묵 이후에 살짝 붉어졌나? 싶은 입술이 열렸다.
"한눈 팔지마 누가 뭐래도 내 거, 내 거." "다른 여자랑 말도 섞지마 난 니 거, 난 니 거."
.... 목소리가 나쁜 건 아니다. 살짝 높은 미성을 가진 소년의 목소리가 이상한 건 아니다. 그냥, 좀, 그렇다. 음정은 맞는데 감정이고 뭐고 담기지 않았다.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는 말한다에 가깝다. 본인 딴에는 부르고 있긴 했다. 일단은.
"1더하기1은 귀요미" "2더하기2는 귀요미" "3더하기3은 귀요미"
그건 노래가 이어지는 중에도 달라지지 않아서, 옅은 인상의 여장을 한 소년이 아무런 감정 없이 귀요미송을 부르며 나름 춤까지 춘다는 기기묘묘한 광경을 그려내었다.
무언가의 경쟁을 하듯, 마찬가지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노래하던것을 가만 듣다가 소년의 세븐스로 만들어진 가발과 ...민소매 중전마마 옷을 대충 걸치듯 입는다. 세혁의 노래가 끝나면 반 박자 늦게 귀요미송(이라쓰고 랩이라고 읽는다)을 속사포로 뱉어낸다. 데엠...라임 오지고요...
끝내고 나선 나름의 팬서비스를 하듯 가발을 관객 쪽으로 던져준다. 맞은 사람 없이 중앙에 안착했겠지만.
대충 걸쳤던 저고리와 치마를 아무렇지 않게 벗고선 자리에 다시 앉는다. 상대가 부끄러워 했더라면 본인이 덜 창피했을 텐데. 정작 상대가 아무렇지 않아하니까 뭘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 헷갈린다. 옷가지를 깔끔히 개고서 세혁한테 다시 건네며 고맙다고 짧게나마 감사를 표해본다.
선우는 더 심한 꼴을 시켜야겠다, 그리 생각하는 그 표정은 무던하다. 마음대로야 안 될지 언정..
한 번 넘어가나 했더니 또 자신이 걸렸다. 숫자 5번은 자신이니까. 왕이랑 포옹?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물론 약간의 사심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에스티아는 느끼긴 했지만 별일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에스티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벌칙 수행 중에는 어쩔 수 없겠지. 잠시만 하고 올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마리의 손을 놓은 후 에스티아는 총총 걸어 멜피에게 다가갔다.
"그럼 왕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에스티아는 멜피를 그대로 포옹하며 끌어안았다. 그 상태에서 괜히 기분좋게 헤헤 웃다가 5분이 지나자 에스티아는 살며시 멜피를 놓았다. 그리고 다시 총총 걸어온 후에 마리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마냥 재밌어하기에는 뭐랄까, 이 왕좌라는 건 덧없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다음 왕의 명령대로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유루가 걷는 걸 보고 웃음짓는다. 저 정도로도 괜찮겠지. 선우가 하는 말에는 "뭐어... 이런 명령을 습관적으로 내리는 왕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죠." 라면서 웃을 뿐.
막대를 뽑고, 번호를 확인한다. 또? 뽑힌다고? 내색하진 않지만 표정에 들어났다면 조금 어이 털린 표정이였을 거다. 그나마 정상적인 명령이라 다행이라 생각한 것도 잠시. 1번을 뽑은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면 오, 세상에.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명령 아닐까. 그것보다 아까부터 계속 자신만 걸리는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 그도 혼자(?) 노는것에 양심이 찔리는지(미화해서 쓰지만 실상은 아싸 체질이라 주목 받기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다.), 조금 멈칫하다가 타이밍을 잘못 잡아 지금 내빼긴 미안한듯 승우를 마주본다.
"어..."
침묵이 길다. 체감상 한 15분은 묵묵히 있던것 같다.
"머리카락이 길어."
"오장육부 튼튼한건 좋은거야. 눈이 보물이라는 말도 있잖아? 눈 떼이기 싫으면 처신 잘 해라."
다시 침묵. 시간 끌기 싫은지 뭐라 운을 뗐다가도 다시 입을 닫는다. 생각회로 빠른 사람이 이런 상황에선 아무 생각 안 난다니, 뭔 뜻일까.
"눈치 안보는 점이..."
말을 잇길 거부한다.
"글씨가 가히 예술적이야. 읽는 사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게 현대적이라고 해야할까."
"사회성 없는것도 유니크해서 꽤. 꽤..."
처음부터 끝까지 별 의미 없는 말 뿐이였지만, 이게 최선인듯 하다. 또 뭐, 라고 하는듯한 표정으로 승우를 가만 보다가 돌아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