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그래 젊은놈은 좋겠다며 궁시렁 궁시렁대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면교사였죠. 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치사하고도 더럽게 게임을 진행중인 그녀의 머리속은 당신과는 또 사뭇 달랐습니다.
'어라라?'
자기는 능력까지 쓰고있는데 당신과 상당히 대등한 승부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봐도 채 1개로 싸웠으면 졌을거 같은데요.. 그렇기에 여기서 지면 그거야말로 쪽팔리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녀는 사력을 다했습니다. 뭐... 그녀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냥 한손에 채 하나씩 들고있는거랑 별반 다를거 없는거 알까요?
"후... 힘들었다."
진짜 늙었나. 그녀는 당신이 하키판을 박살내지 않은걸 감사하기는 커녕 잠시 나이를 의심하다가 당신을 향해 얄밉게 미소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거리를 두겠다는 말을 하자 미안하다면서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읏.."
한창 그러고 있다보니 정해진 다음 종목은 노래. 오락실에서 코인노래방을 해본적은 없었기에 조금은 긴장한것이 보입니다. 거기에 노래라.. 심지어 당신은 엄청 자신있어 보였기에 이건 좀 힘들겠다. 고 생각한게 5분전의 이야기. 짝대기 두개가 그어진 당신의 점수에 그녀는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웃음이 안 멈춰서 끅끅. 소리까지 내다가야 겨우 진정해 마이크를 잡는데 성공했죠.
"그래도 저건 이긴다."
이거 지면 주작임 ㅇㅇ.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맘편히 불러 맘편히 승리했죠. 그녀는 아직도 웃긴지 함박미소를 띄운채로 곧바로 농구 골대에 공을 넣는 게임기를 가리켰ㅈ습니다.
"이제 슬슬 배도 고픈데, 2점내기 콜?"
시간도 많이 늦었겠다. 가면서 뭐 좀 사먹고 헤어지려면 슬슬 승부를 봐야겠죠. 그렇기에 그녀는 당신의 대답도 듣지 않고 기계로 달려가 방방 뛰었습니다.
멜피가 붙어 오려고 하자 그는 훌쩍 물러나며 답지 않게 근엄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두 번만 그랬지, 진심으로 삐진 건 아닌지 그 다음부터는 다시 평소와 같은 태도로 돌아왔지만.
노래에 대한 묘사는…… 너무 처참한 관계로 하지 않겠다. 너무 열받은 상태로 불러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퉁퉁이는 아니겠지.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걸 거다. 진짜다…….
나란히 선 1 두 개에 그는 드물게 자괴감을 느꼈다. 평소 노래에 자신을 가지기까지 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라고? 때마침 들려오는 성우의 유쾌한 평가 멘트도 묘하게 거슬린다. 이럴 리가 없다. 그렇지만 결과를 부정하는 것만큼 추한 짓도 없으니 그는 얌전히 결과에 승복하려 했다. 멜피가 아주 폭소를 터뜨리기 전까지는.
"너 이 ** 진짜, 재밌냐? 어?"
그는 분노…보다는 자존심이 상해 표정이 뚱해졌다. 짜증 부리면서 쩌렁쩌렁 외쳐대지만 장난으로라도 툭툭 쳐대지도 않고, 그 이상의 난리 없이 얌전하다는 게 의외라면 의외다. 대신에 노래방 문을 쾅 열고―발을 쓰지도 않았다― 나가기는 했지만. 어두운 노래방을 나서면, 다시금 밝아진 조명 아래 조금쯤 발그레해진 얼굴의 그가 보일 것이다. 그는 아까까지와는 달리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너무 끌면 재미 없으니까 ** 화끈하게 이 판으로 끝내자. 무승부 아님 내가 지는 걸로."
그는 잠시 열을 식히고선 천천히 걸어가 제 몫의 농구공을 들었다. 한판 열을 내니 침착해진 게 거짓은 아닌지, 조금 전보다는 차분한 기색으로 공을 던져넣는다.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듣기에 당신의 노래가 엄청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그녀는 미소를 짓다가 당신을 따라 나서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겨우 노래 두곡하고 나온건데도 뭔가 찌뿌둥하네요.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너무 화내지 말라며 농담이라고 미소지어준뒤 그녀는 공을 던졌습니다. 농구는 그냥 룰만 아는 정도. 하지만 이건 그냥 쏴서 넣으면 되는거니 큰 상관은 없어보였습니다. 오락실에 올때 딱히 흥미를 가지던 게임은 아니지만 의외로 또 같이 해보니 재밌다고할까요.
이내 결과는 그녀의 패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지 않았냐는듯 져놓고도 의기양양한 포즈를 취하던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응~? 근데 생각해보니 무승부는 재미없는데. 서로서로 소원하나씩 어때?"
그냥 끝내자니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뭐 먹으러 가자며 방방 뛰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인형뽑기 기계를 하나 발견하고 살짝 느려졌죠.
그녀의 독조차 삼킬 수 있게 되고 싶다라. 아군을 지키기 위해 적조차 삼켜버릴 수 있게 되길 원한다는 것이겠지. 좋은 방향이다. 힘이라는 이름의 칼은 그저 쥐고 휘두르는 것 만이 아닌 그 끝을 어디로 향할지도 중요한 법이다.
"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레레시아가 뒤로 살짝 물러났다. 클로를 피하며 그 와중에 무기를 가져온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그걸 삼킨다? 이내 칼을 스스로의 일부로 인식한 것처럼 칼날로 변한 엔의 팔을 보고 뒤틀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이 네가 원하는 모습이야-? 모든 걸 집어삼키고- 그걸 네 것으로 만드는게-?"
엔이 휘두른 칼날은 레레시아의 무장을 갈랐다. 너무나 쉽게 서걱- 베여버린 무장은 엔의 칼날 위로 좀더 짙은 푸른색 독액을 터뜨리듯 뿌린다. 물론 레레시아도 멀쩡치는 못 했다. 무장이 베이며 살갗도 얕게 베여 핏빛이 설핏 비쳤고 통증이 약하게 퍼졌다. 그러나 눈썹 끝도 까딱하지 않고 독액을 생성해 새 무장을 갖춘다. 그 김에 무기도 바꾸고.
"자, 엔- 좀 더 분발해 봐-?"
그녀의 양 손에 있던 클로의 형태가 무너지고 다시 나타난 건 열 가닥의 사슬이다. 독액으로 얼마든지 길이가 들쭉날쭉 하는 사슬은 끝에 짐승의 발톱 같은 갈고리가 달려있어 걸리며 그대로 푹 박히지 않을까. 게다가 사슬마다 끈적한 독액이 흐르고 있다. 뒤로 약간 거리를 벌린 레레시아는 그 사슬들을 자유로이 다루며 한 손으로는 엔의 칼날을 구속하고, 다른 손으로 엔의 몸의 허점을 노려 찌르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