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갠찮아~~~~~나도 잇다가 갑자기 늦을수도 있고 텀이 들쑥날쑥 하니까 편하게 해줘~~
유루는 스케쥴 따윈 없다 지금도 뭐든 하고있을수 있지() 정석대로 가보자면 점심 하는 김에 승우도 와서 먹으라고 할수도 있고..? 훈련 하러 가는 길에 승우도 끌어갈 수도 (그리고 대련하자고 꼬드김)..? 아니면 반대로 훈련하고 돌아오는데 지 방까지 가기 귀찮다고 승우 방 들어와서 바닥에 드러누울수도()
정석에서 벗어나자면 청승도 떨어줄수도 있고 도서관 가서 책 읽을수록 있고 진짜 뭐든 됨 캬 캐 굴리기 너무쉬워~
평소에도 기상과 취침이 일정치 못하다. 그러니 오늘처럼 바깥이 아직 깜깜할 시간에 눈이 떠진것도 그는 익숙하다. 잠을 더 청해보려 눈을 감아봐도 더 오질 않아, 설렁설렁 세안을 하고 아침을 대충 먹으려 해본다. 엊그저께 마트에서 세일을 해 들고온 크로아상 상자를 열고 하나 베어물어 본다. 오늘 아침은 입맛이 없네, 그런 따분한 생각을 하곤 한 입 뜯긴 크로아상을 도로 상자에 넣고선 닫는다. 남들 다 잘 시간에 아침이라니 어휘가 좀 이상하지만 일어날 때면 다 아침이다. 할게 마땅히 없어 딱히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을 운동이나 하러 잠옷 차림으로 훈련장에 가 본다. 운동을 한 것은 달리 묘사를 못 할 정도로 기계적이고 고리타분한 행동뿐,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는 이제 달리 할 것을 생각한 것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대충 걸음을 향하던 중 인상이 조금 풀린다. 변화는 미미하지만.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씩 잠이 다시 오기 시작한 것 아닌가. 어제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다 늦게 잠들었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났던 것도 한 몫 한듯 하다. 피곤해지니 자신의 방으로 가는 걸음거리의 폭이 조금 커진다.
그러고보니, 승우의 방이 이 근처였다. 그게 스치듯 생각나자 곧바로 걸음을 틀어본다. 방까지 가는데 귀찮은데 마침 지름길이라도 생긴 듯 하는 행동이였다. 바닥에 조금만 누워서 쉬다 생산적인걸 하러 가야지, 그런 추상적인 계획을 짧게 짜 보며 승우의 방문 앞에 다다른다. 해가 중천에 떴으니 소음 정도는 내도 괜찮겠지, 그러면서 문을 가볍게 두드려 본다.
"야, 나 왔어. 문 열어."
간결한 의사전달(이라기도 하기 뭐하다)을 하고선 혹시라도 문이 열려있나, 손잡이를 잡고 돌려본다. 때문에 들리는 무거운 덜컥임. 그보다 이따위로 문을 열려 들면 아까 노크한게 뭔 의미가 있을까. 덜컹거리던 것도 잠시, 누울 채비를 하듯 앞머리를 넘겨 고정하는 핀들을 빼서 대충 주머니에 넣는다. 앞머리가 눈을 덮듯 찌르는게 조금 불편하다만, 이미 손은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똑똑 문 두드리고 멋대로 열어보려 덜컹거리는 소란에도 불구하고 문 너머는 잠잠했다. 그렇다면 답은 둘 중 하나다. 방 주인이 안에 없거나, 있어도 없는 척 조용히 숨 죽이고 있는 것이다. 여승우는 평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느라 방 안에 박혀 있는 꼴을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니 전자의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왜 있겠나. 지금이 딱 그 날이라고, 하필 그는 할 일이 없어 오랜만에 방청소나 하는 중이었다.
"아오, 저 미*** 진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을 바라보며 그가 조용히 뇌까린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오늘도 별 볼 일 없이 두드리고 보는 걸 테다. 그럼 그냥 계속 없는 척해? 따지고 보면 굳이 짜증 내면서 안 열어줘야 할 이유도 없고, 사실 그는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왜 일부러 열어줄 생각 않고 있느냐면…… 그냥 괜한 반항심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청개구리 심보고. 누구에게나 저놈 뜻대로 되지 않도록 소소하게 말 안 듣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는 그 설명 불가능한 오묘한 심리를 유루 덕에 확실히 깨우친바 있었다. 문을 외면하고 잠시 다른 할일이라도 할까, 침대에 앉아 딴짓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러려니 신경쓰여서 안 되겠다. 무엇이? 잘은 몰라도 양심적으로 찔리기라도 하나 보지. 그는 결국 터벅터벅 성의 없는 걸음으로 문 앞까지 가, 문고리를 돌려 방문객을 맞았다.
"개또라이 왔냐. 왜."
문을 열고 나온 그는 머리카락 대충 틀어 올려 느슨한 차림이고, 그 뒤로 보이는 방 안의 정경은…… 한 마디로 개판이다. 이런저런 물건이 여기저기 쌓이고, 치여서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나마 공간적으로만 엉망일 뿐 음식물이나 벌레는 없어 보이니 다행이다. 그는 아무래도 필요 없는 물건 안 버리고 여기저기 쌓아 놓다 개판을 치는 유헝으로 방을 어지럽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이스마엘의 표정은 노이즈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미소를 어떻게 짓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눈부터 접히는지, 아니면 입매에 호선이 그어지는지, 코를 찡그리는지 등의 세세하고도 인간적인 면이 가려진 만큼 이스마엘은 다른곳에서도 사회 통념상의 인간미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스마엘은 모든 언어와 낱말, 문장이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생각했다. 혹자는 기만이라, 다른 혹자는 오만이라, 이상론적이라 부정하고, 혹은 긍정하는 문장일지언정.
"……예. 이끌렸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음을 잘 안다. 이스마엘은 그 선택의 기회가 타인에게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주어졌던 삶과 기회. 먼저 남을 위하고 그걸로 타인 스스로의 위안이 되었다면, 혹은 부정한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스마엘의 말은 그 순간부로 소임을 다하기 때문에. 그 이후는 듣는 사람의 몫이었다. 이 부분은 비인간적일까. 아니, 아직은 여지를 주되 일방적으로 선고하지 않았으니까 인간적인 걸까. 알 수 없다.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도 리오 씨와의 대화가 즐겁습니다. 음, 그리고… 부디 편하게 대하셔도 좋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진다 덧붙인 이스마엘은 응답이 들어오고 당신이 의무실 문을 열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서줬다. 당신이 먼저 들어가게끔 배려하고, 이스마엘은 문을 조심스레 붙잡으며 뒤따라 들어가려 했다. 소독약 특유의 냄새와 붕대, 거즈에서 나는 의약품 냄새. 첨단 스캔 장치가 대기모드에 들어가 웅웅대는 소리, 아마 당신과 이스마엘, 그리고 의무실을 담당하는 세븐스 두어 명을 제외하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차트를 넘겨보며 남은 의약품 재고를 확인하던 세븐스가 고개를 돌렸다.
"어떤 용무로 오셨을까요?" "임무 도중에 부상을 입은지라."
이스마엘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요? 입 열어 묻지 않아도 자못 질문하는 듯 보이지 않는 시선 역력하다.
걷어차기 직전, 엔이 팔을 뻗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보고 레레시아도 급하게나마 발길질의 위력을 줄였다. 제법 큰 소리가 났겠지만 소리에 비해 충격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엔이 그대로 쓰러지며 패배라 말하자 그녀는 자리에 멈춰서 무장을 해제했다. 이제는 너덜너덜한 트레이닝복에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인 채로 엔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레레시아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어 뭐 좀 얻은게 있으려나아? 별로 도움은 안 된 거 같은데-"
투닥거림의 성과가 있는지 묻곤 처음에 벗어두었던 장갑을 주워와 손에 씌운다. 그리고 엔에게서 거리를 두고 앉아 그녀 나름 느낀 점들을 얘기했다.
"내 감상으론- 엔의 판단과 센스는 나쁘지 않았어- 중간에 검을 가져온 거, 내 공격을 모방? 한 거- 전부 신선했다구우. 삼키고, 재현한다. 이걸 엔의 전투 베이스로 삼으면 괜찮을 거 같아-"
생각이 어렵다면 외부에서 가져오면 된다. 중요한 건 자기의지 뿐.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레레시아는 아무리 그래도 지쳤는지 에구구- 하며 무릎을 세워 몸을 기댔다. 훈련장의 치유력이 상처를 낫게 해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뭐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니까 참고만 하고-"
냐하하. 한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엔이 알아서 하라며.
왜 왔냐는 승우의 물음은 가볍게 무시하고선, 그 뒤로 펼쳐진 그... 가히 예술가의 혼이 보여지는 방을 흝어본다. 뱉은 의성어엔 무심한 감탄이 약간 서려있던가. 문을 열고 나온 당신보고 비키라는 듯, 아니, 정정한다. 비키지 않았어도 어께 부딪쳐가며 들어갔을 것이다. 어쨌든 당신이 뭘 하든 그는 방 안으로 발을 디뎠을 것이다.
"이게 사람*끼 방이냐. 좀 치워라."
어째 타이밍 나쁘게 들어와서 뭐라 한 마디 하는게 세간의 부모를 보는 듯 하다. 방바닥에 요란스럽게도 널브러져 있는 물건을 어째 익숙하다는 듯 한 개도 밟지 않고선 자연스레 침대로 들어가 눕는다. 그 당당한 걸음걸이와 눕는 꼴을 보아하면 그가 이 방의 주인이라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 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본래는 바닥에 누워 뒹굴다 돌아갈 예정이였다만 방바닥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눕기 싫어진 겄이다. 배게도 베고 이불도 끌어올려 덮는걸 보아하니 참 편해보인다.
"너 일 봐."
무례하단 것? 알고있다. 근데 이런게 친구니까 괜찮다. 적어도 자신은. 주머니에 넣었던 핀들을 대충 쌓여있던 구조물 위에 얹어놓고선,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휘이 내저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잠이 안 오는것은 왜일까, 이 방이 너무 더러워서 쇼크를 먹었나? 그건 아닐 거다. 잠도 안 오는데 가만 누워있기도 좀 지루한지, 그냥 승우를 가만 올려다보고 있다. 어째 눈빛으로 볼일 보러 가라는듯 말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