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면 계속한다. 이스마엘에게 있어 놀라운 일이다. 이런 문화생활이 계속된다는 것도, 세븐스가 그 문화생활의 주축이 된다는 점도. 세븐스라는 존재는 원래 탄압받고 사는 것이 정상이지 않던가! 이렇게 세븐스가 가디언즈의 길을 걷지 않은 채, 자신을 드러내고 환호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상향의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Rice cake? 아! Reiskuchen!"
라이스 케이크, 그건 안다. Reiskuchen! 그걸 떡이나 모찌라고도 하는 건가? 신기하다! 신체가 떡처럼 변한다니, 오늘 새로 알게 된 사실만치 신기한 세븐스다. 떡 하나? 고개를 기울였는지 노이즈가 움직인다.
"정말 받아도 됩니까..?"
손에서 떠오른 떡. 이스마엘은 제법 놀랐는지 작은 탄성을 뱉었다. 신기하다. 세븐스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왜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듯, 너는 당연하게 이유를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말문은 그대로 막혔다. 죽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이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너는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면서.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무슨 이유였을까?
너는 그녀의 말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세븐스였기 때문에 세븐스의 차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건 세븐스 전체의 신장이라는 목적 앞에, 그들의 딸이 살아갈 세상, 그러니까 결국 딸이 차별받지 않았으면 하는 갈망이 있었을 터, 만약, 만약에, 그들에게 모든 걸 버리고 떠나 차별 없이 셋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러니까 그런 말은 안 하는게 좋겠어요, 살아서 화합하는 모습을 봐야죠."
각오의 표현이라면 말이 조금 다르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진심이 느껴졌기에 너는 굳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마리에게는 스턴건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작은 건 숨기기에 좋으니 방심을 유도할 수 있고, 봉 형태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쓸 때 유용하겠죠."
저지력은 뛰어나지만, 살상력은 떨어지는. 그러니까... 강하지만 상냥함이 담긴 무기라고나 할까. 스턴건에 쓰러지는 사람을 생각하면 상냥하다는 말에 조금 의문이 생기기는 했지만 인체란 가벼운 전류에도 경련하는 법, 결국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니 상냥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너는 생각하며 웃었다.
아스텔을 보내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현재 특정 지점에서 죄없는 세븐스 다수가 붙잡혔고 그 세븐스 다수는 조만간에 열차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듣자하니 붙잡은 시기는 꽤 이전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이송을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로벨리아로서는 이송되게 둘 순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원들을 파견해서 다 구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잠시 작전을 떠올렸다. 이런 정보가 쉽게 세여나오는 것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첫번째는 아스텔이 너무나 뛰어나서 이런 기밀 작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올 수 있다거나, 혹은 두번째는 일부러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던가. 첫번째라면 역으로 기습을 할 수 있으나 두번째는 오히려 기습을 당할 수도 있는만큼 그 움직임을 신중하게 정해야만 했다.
"좋아. 정했어."
노트북을 바라보며 여러 방향으로 작전을 짜던 로벨리아는 마침내 계획을 마치고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어 일단 바람을 쐬야겠다고 생각하며 지하 1층에 있는 자신의 방 밖으로 나와 계단을 통해 슈퍼로 나왔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노을이 지는 것이 꽤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걷는 와중, 엔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
"좋은 저녁이야. 엔. 뭐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딱히 의도는 없었다. 그냥 길을 가다가 발견한 것이 그녀였으니까. 가볍게 묻기 위함이었다.
그저 그가 생각하기에 알아 마땅한 것이었기에 말해준것 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어째 신뢰가 섞여있는듯한 당신의 답이 싫진 않은듯 하다. 당연할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의심받아 좋아할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게 취향이면 몰라도. 요점은, 아마 당신도 의심받는걸 탐탁치 않아하겠지. 그런 생각이 든 그는 자신이 꼬인 걸까, 조금 의문이 드는 듯 하다.
“네 말도 맞지. 발목 잡을까 조금 떨려도 팀이 있으면 괜히 든든하기도 하고.”
가벼운 말투, 진실성이 없어보인다. 말의 끄트머리에 연한 웃음소리가 섞여 나온다. 생태계에서도 약한 생물들은 무리지어 다니지 않던가. 그렇게 생존을 거듭해왔고. 팀의 존재의의에 대한건 이런 이과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혼자는 외로우니까. 그러니 좋아하는 것이다. 동시에 혼자서는 할수 있는게 별거 없다는 것에 조금 무력한 기분이 들었다가도 사라진다.
“그래? 그런 대답은 조금 의심스럽네.”
당신의 대답후, 자신의 눈을 잠시 바라보는 당신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서 들려오는 당신의 거절. 눈썹을 가늘게 치켜뜨고선 툭 던지듯 뱉는 말.
“트라우마 때문에 말 못하는 거라면 미안.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들은 받아주는 곳이 제한되어 있잖아?”
이곳 같은 레지스탕스나, 가디언즈 같은. 굳이 입으로 말하진 않지만 말엔 뉘앙스가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당신이 스파이일 거라는 의심? 사실 별로 안 든다. 대장은 멍청한 인물이 아닐 터. 이것은 그저 개인적인 호기심일 뿐, 의심하는 척은 그것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이다. 무표정은 담담하다가도, 곧이어 눈이 조금 가늘어지며 표정이 싸늘해진다.
“긁어 부스럼 만들긴 미안하지만, 나도 내 안위에 대한 걱정은 있어.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
미안함은 안 느껴지는 말이다 (그보다 지가 시작해놓고 지 입으로 화내지 말라고 말하는건 뭔심보일까). 당신을 내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연한 회색의 머리통. 잠시 침묵 후, 표정은 풀어지고 희미하게 미소가 보인다. 그 미소는 비소였을까.
“됐어.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는 있는 법이잖아. 괜한 소릴 했네.”
호기심이 사라진 것일까, 태도가 홱 바뀌어 버린다. 아까 자신을 따라 음료수를 벌컥 들이마시던 당신을 덧그려보니 조금 미안해진다. 아주 조금이지만.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할 때가 된것 같아, 당신의 말에 뒤늦게 반응을 해본다.
당신이 엔을 부르자, 마켓의 간판 위에 걸터 앉아있던 그녀가 고개를 움직여 당신의 존재를 인지한다. 이윽고 그녀는 "대장." 하고 소리내며 땅으로 몸을 떨어트렸다. 꽤 높이가 있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이다. 착지한 이후에도 단지 옷을 툭툭 털뿐으로 당신의 앞으로 금방 다가왔다.
"엔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당신의 키가 조금 더 높기 때문에, 고개를 올려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다. 그런 그녀가 아어서 "이 시간의 하늘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첨언하고는, 냄새의 근원을 추적하듯양 바람소리를 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대장은 엔에게 뭐든지 물어봐도 된다."
당신은 그저 가볍게 인사한 것 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방금 그것이 본격적인 설문같은 거라고 받아들여졌던 모양인지. 왠지 기다리는 눈을 하고서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녀다.
쥬데카를 보며 깜빡이던 눈동자는 이내 그가 부모님을 언급하자 이내 흐릿해지며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눈동자였다. 아니면 부모님이 살아계셨던 그 시절, 차별받았지만 괴로운 일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행복한 일들도 많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행복이라는 거 잘 모르겠는 걸. 누군가 희생을 해야한다면 가진 게 없는 나같은 사람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렇게 하는 말은 그 전에 했던 말과는 달리 조금 웅얼웅얼한 목소리로 나왔을 것이었다. 레지스탕스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있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자신은 더이상 슬퍼해줄 사람이 없으니 조금 더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이들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었고.
이내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것 같아 고개를 털듯이 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거니까.”
마리는 괜찮다는 듯 쥬데카를 보면서 작게 웃었을 것이었다. 이내 목이 탔는지 음료수를 다 마셔 비웠을 것이다.
그 저택을 불태우고 날 가로막던 새장을 부수고 나온 후 어느덧 시간이 적절히 지났다. 화재 보험도, 생명 보험도 들어져 있었는지 유일한 상속자인 내게 그 돈들은 넘어왔다. 수사 기관도 내가 세븐스기에 네가 죽인 것 아니냐?했으나.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찾을까. 사이코메트리라 불리는 세븐스도 보지 못할 정도로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텐데.
"...그럼 뭘 해볼까"
돈은 많다. 단적으로 내가 지낼 원룸을 구매하고 필요 물품을 사고도 돈이 흘러넘칠 정도로. 마약? 정부에서 그런 것을 허락해둘리 없지. 성적인 것...이것도 의미없군. 여차하면 내가 병에 걸릴테니까 넘기자. 게임. ...나는 게임에는 재능이 1도 없는 모양이다. 튜토리얼에서 죽다니. 노래. 노래인가..
"...좋네"
그 녀석이 금지하던 사항인 노래를 한다면 앞으로 재밌게 살수있을 것 같네. 겨우 주어진 내 인생이다. 내 자유다. 이젠 즐기면서 살아보자고. 그럼 노래를 할려면 목을 아낄 필요도 있을테고.. 아, 보컬 트레이너라던가도 고용해야겠군.
"우선은 패드부터 살까."
그리 말하며 인터넷을 키고 대충 비싸보이고 평가가 좋은 것을 구매하기->일시불을 눌러 처리한다. 후후 웃음이 나오는구만. 이게 자유인가... 그렇게 미소짓던 그녀는 아직 몰랐다.
이 시간대라면 어딘가에서 저녁을 준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마 레지스탕스 내에서도 저녁밥이 준비되고 있을테고.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은 뭐였더라.비프 스튜였던가. 또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아무렴 어떻냐는 표정으로 로벨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뭐가 나오더라도 다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었다. 일단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야. 물론 입맛에 완전히 맞냐는 또 별개지만 이런 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은 이미 포기했기에.
한편 자신에게 하는 말에 로벨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든지 물어봐도 된다라는 말을 자신의 말과 연결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가. 그런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걸 그렇게 받아들인다라.
"어디까지나 방금 것은 그냥 가벼운 인삿말이야. 신경쓰지 마. 딱히 의미가 있어서 물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뭐, 굳이 묻고 싶다면 그건 있지. 모조 보검은 손에 잘 맞나? 30% 정도의 출력밖에 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만큼 부작용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모두에게는 다 레플리카 보검을 나눠준 상태였다. 레플리카이기에 온전한 것은 아니었고 그 형태로 바꿀 수 있지만 결국 구조는 비슷했다. 등록한 세븐스를 강화시키는 것. 그렇기에 그 힘에 익숙해져있는지 로벨리아로서는 궁금한 것이었다.
"조만간에 제 0 특수부대에게 임무가 주어질 거라서. 그때까진 가능하면 다들 익숙해졌으면 싶지만... 역시 조금 어렵군. 이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