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나. 속으로 조용히 생각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휘파람을 불면서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며 재미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장갑을 벗었다는 이야기는 슬슬 뭐라도 보여주겠다는 의미인 것일까.
"...싸우는 것을 좋아하나? 넌?"
한편 독액이 뿜어져나오고 그것이 자신의 양 팔을 뒤덮자 그는 작게 혀를 찼다. 지릿지릿한 통증이 이어지는 것이 신경독 비슷한 무언가일까. 팔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며 아스텔은 표정을 찌푸렸다. 이내 자신의 복부 정중앙에 타격이 들어가자 아스텔은 이를 꽉 악물었다. 분명히 맞긴 했으나 무슨 소리를 내진 않으려고 하며, 그 대신 몸을 크게 움찔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확실히 보검으로 만들어낸 무장에 타격을 일부 가한 정도의 세븐스."
이내 그는 기합을 넣었고 바람을 불어일으켜 제 팔에 묻어있는 독액을 쓸어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쓸려나가건 쓰려나가지 않건 그는 팔을 움직여 그 검 끝을 레레시아에게로 향했다.
"가라. 에어로."
그의 앞쪽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 움직임을 봉하고자 함이었다. 거센 돌풍이 불면 자연히 사람은 두 다리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봉되는 것을 노리며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움직임이 멈춘다면 아마 이번엔 오른쪽 다리 쪽을 노렸을 것이다. 이번에도 깔끔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화려함과 눈부심과는 거리가 먼, 어떻게 보면 그의 전투방식은 확연히 특정한 목적을 위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싸우는 것을 좋아하던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단지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대련을 하고 있을 때면 머릿속에서 잡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그 때만큼은 편안했기에. 그렇기에 훈련량을 과도하게 늘려 쓰러진 적도 있었더란다. 하지만 임무에서 그렇게 폭주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거 칭찬-? 기쁘네-"
양 팔에 마비독을 맞고 복부를 차였음에도 신음 하나 없이 말하는 아스텔을 보며 레레시아도 말했다. 전혀 기쁜 티 나지 않는 말투로. 그리고 올렸던 다리를 내려 아스텔의 다리를 걸려고 했으나, 시도하기도 전에 거센 돌풍으로 움직임이 멎는다. 우와. 그 상태로 팔을 움직이네에. 레레시아는 돌풍에 주춤거렸으나 곧 손을 들어 아스텔의 어깨를 짚으려 했다. 그리고 돌풍을 되려 타고서 몸을 위로 띄우는데, 타이밍이 늦었는지 오른쪽 다리에 타격이 스치듯 들어온다. 그러나 레레시아 역시 비명이나 흠칫거림 없이 그대로 몸을 아스텔의 뒤로 날리며 내려오는 도중에 등을 향해 걷어차기를 시도한다. 공격이 성공했건 아니건 레레시아는 한 발로 착지하자마자 빠르게 뒤로 뛰어 거리를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네에. 그런 실력이면 남들 가르치기는 별로겠어-"
단 몇 수일 뿐이었지만, 아스텔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하는 걸 사양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진짜 보검을 갖고, 그런 실력을 가졌다면, 그리고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아스텔의 성격이라면. 레레시아는 조용히 눈을 가늘게 접었다가 뜨며 상체를 낮추고 재빠르게 아스텔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리의 통증은 거의 무시하는 수준의 움직임으로, 이번에도 짙푸른 독액이 손에서 흘러나와 사선으로 아스텔에게 흩뿌려진다. 시야를 어지럽게 만드는 독액의 흩날림 뒤로 맨손을 움켜쥔 레레시아가 아스텔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주먹을 뻗는다.
식기 위에 부담스럽다고 느낄 만큼의 양의 음식이 있다.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부 육류다. 땅, 바다, 하늘, 종류를 가리지 않고 현재 에델바이스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고기가 있다. 당신이 바로 오기 전까지도 그녀는 홀로 그것을 해치우고 있었다. 사실은 당신이 필담을 보여준 지금도 그렇다.
우물우물. 그녀는 당신의 글을 본 다음에도 반응이 없이 그저 입 안에서 고기를 씹고있었다. 보지 못한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하는 건지. 원채 생각을 알기 어려운 눈을 하고 있는 터라, 햇갈릴 만큼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렇지도 않다."
고기를 꿀꺽 삼킨 그녀가 마침내 그렇게 입을 열었다.
"엔은 원래 이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고기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보다 더 아래. 여전히 모자르다- 하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메라기 아리아?"
그런 그녀가 도로 당신에게로 시선을 주며 고개를 기울인다. 말은 왜인지 의문형을 띄고 있었다. 호명, 이라기 보다는 확인하는 식의 물음 같았다.
불어오는 돌풍으로 인해 그의 팔에 묻어있는 독액이 씻겨나갔고 그는 제대로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신의 어깨를 잡고 걷어차기를 시도하는 움직임에 맞춰 아스텔은 그녀를 뿌리쳤다. 그리고 단번에 불어오는 돌풍에 몸을 맡기면서 단번에 거리를 띄웠다. 그녀가 거리를 확보한 것처럼. 이내 그는 세븐스 발동을 정지했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지만, 뭐 됐어."
자세한 것은 입에 담지 않으면서 그는 다시 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쫓았다. 짙푸른 독액이 사선으로 흩뿌려졌고 자신을 향해 거리를 좁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내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역으로 앞으로 달렸다. 이번엔 세븐스를 사용하지 않은 맨 몸의 움직임이었다. 자신의 상반신을 노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며 아스텔은 몸을 아래로 숙이면서 슬라이딩을 하며 그녀의 오른쪽으로 낮게 빠졌다. 그 상태에서 검을 잡고 그녀를 스쳐지나가는 느낌으로 몸을 굴린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빠르게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검 끝을 향했다.
"참으로 성가신 능력이야. ...내가 가디언즈였다면 아마 너는 최우선 제거대상일 정도로."
독이라는 것은 자고로 참으로 번거롭고 여러모로 귀찮은 능력이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며,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킬 수도 있지 않던가. 그런 능력자가 적으로 있고 싸워야만 한다. 그렇다면 정면승부는 여러모로 성가실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아마 실전이라면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고. 살짝 침을 삼킨 후, 그는 빠르게 몸을 굴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섰고 다시 검 끝을 그녀에게 향했다.
"거기다가 센스도 나쁘지 않아."
뒤이어 그는 왼손에 쥐고 있는 칼집을 다시 허리춤에 빠르게 채운 후,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달리면서 거리를 좁히려고 했고 팔->다리->몸통->그리고 목 순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끊어짐이 아니라 마치 칼춤을 추는 것마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피했다면 빗나가는 순간,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자세를 잡고 뒤로 빠지려고 했을 것이고, 명중했다면 그 흐름이 끊어질때까지 그 움직임을 유지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어두고 일단 슬슬 졸려오니 저는 자러 가볼게요! 당연하지만 그냥 회피처리하셔도 괜찮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모두들!
다른 이유? 아스텔이 직접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니 문득 그게 뭘지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는 진짜 보검을 갖고 있으며 왜? 그는 이런 전투력을 갖고 있는 걸까. 지금 아스텔의 실력이 전력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의문은 점차 크기를 키워간다. 대련 도중에 딴 생각에 빠지는 건 레레시아가 곧잘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했다.
"으왓."
순간 집중을 흩뜨린 탓인가. 내지른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아스텔의 몸은 바닥을 슬라이딩하며 그녀의 뒤로 빠졌다. 철퍽. 허공에 흩뿌려졌던 독액은 레레시아의 하얀 머리와 옷 위로 떨어졌다. 그녀에겐 그저 물과 같은 독액을 뚝뚝 흘리며 돌아서는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거- 최고의 과찬인데-? 부디 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아."
나를 최고로 성가시고 눈엣가시로 여겨줬으면. 희미한 미소만큼이나 희미한 광기가 묻어나는 말을 흘리고 접근한 아스텔과 대치한다. 춤을 추듯 휘둘러오는 칼이 팔과 다리를 스치자 트레이닝복이 갈라지며 틈새로 독액이 피처럼 왈칵 쏟아진다. 한없이 검은색에 가까운 독액이 울컥울컥 쏟아지더니 그녀가 뒤로 한발짝 회피함과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독액으로 된 벽이 솟구친다. 독액은 그저 벽을 만들 뿐이었는지, 아스텔을 뒤덮거나 하지 않고 무너진 후 바닥에 고여 레레시아의 발치로 모여들었다. 잔잔한 독액의 표면에 선 레레시아는 뒤로 물러나면서 풀었는지 허리장식을 한 손에 쥐고 늘어뜨리고 있었다.
"있지, 있지? 아스텔- 이제부터 내기 하나 어때-? 이 대련의 끝에 누가 서있을지. 소원권? 명령권? 뭐 아무거나 하나 걸고-"
아하하하! 이번엔 소리만이 아닌 웃음이었다. 레레시아는 웃으며 허리장식을 독액 위로 휘둘렀다. 그러자 독액이 허리장식을 타고 올라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이내 형태를 갖추었다. 검고도 검은 독으로 이루어진 무장과 금방이라도 검붉은 독액이 떨어질 듯이 표면이 일렁이며 길고 날카로운 검이 무장을 두른 손에 쥐어졌다. 그녀가 한 발 내딛자 금속과 사슬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제 2라운드 시작이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레시아는 거의 도약 수준으로 빠르게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들고 있는 검의 간격에 들자마자 아스텔의 왼쪽 어깨를 노리며 찌르기를 시도한다.
반응이 늦지만 먹느라 신경쓰면 그 정도 늦은 것은 있을수 있기에 느긋하게 기다림을 가진다. 아직 카레라이스도 안 나왔고. 더 많은 양을 먹어야한다라. 위장이 얼마나 넓은 것이람. 그리 생각하며 그 것은 굳이 입 밖으로..아니 이 경우에는 손 밖으로라고 해야할까. 자신의 배를 보는 엔을 보며 먹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것인지..
'네, 스메라기 아리아랍니다. 스메라기든 아리아든 원하는 쪽으로 불러주시길'(필담)
상대가 의문형으로 자신의 이름을 묻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필담으로 답한다. 정신 나이가 좀 어린 것이려나? 길거리에서 가끔 보고는 했다. 뭐, 여기에 들어온 것을 보아 길거리의 그들과는 달리 판단 능력은 좋은 것 같지만.
'이름이 엔..이셨던가요'(필담)
짧아서 이름이 외워지기 편했다라는 심플한 이유를 뒤로 한채 확인차 묻는다. 뭐 틀렸다면 상대가 정정해주겠지 그럼 무심히 생각하며 당신을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느긋하게 당신을 지켜보자, 짧은 백발과 창백하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하얀 피부, 나와는 정반대네라는 짧은 감상이 지나갈뿐. 천진난만해보이는 당신의 표정과 무표정한 내 표정을 비교하면 으음 정반대 타입의 사람인가?
다가오지 못하게 독으로 벽을 만든 것을 파악하며 아스텔은 공격을 중단하고 뒤로 빠졌다. 이내 허리장식을 풀어내린 그녀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호흡을 조절했다. 아까부터 보였던 저것. 저것은 틀림없이. 그리고 저것을 꺼냈다는 것은 슬슬 그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내 아스텔은 검을 왼손으로 바꿔쥐고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녹색 빛이 이전처럼 그의 손에 모여들었고 길다란 검의 형태가 되어 거의 손에 쥐어졌다. 이내 그가 기합을 주자 그 검에서 녹색빛이 솟구쳤고 그 빛은 아스텔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 녹색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이전 훈련때도 보여준 적이 있는 아스텔의 보검 해방 후에 장착되는 무장의 모습이었다. 이전에 부스터가 부서지긴 했지만 보검의 힘을 해방하면서 다시 복구가 되었는지 부스터도 확실하게 달려있었다.
"소원권과 명령권? ...너는 나에게 소원을 빌거나 명령을 하고 싶은 게 있는거야?"
이 대련 자체가 그런 것을 원해서 시작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고, 자신은 소원을 빌고 싶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스텔은 잠시 생각했다. 허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라는 결론에 도다르며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있어선 제 0 특수부대원 중 하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소원이야 적당히 음료수 하나 사달라고 말해도 될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녀가 자신과 거리를 좁히면서 찌르기를 시도하자 아스텔은 날개 무장을 펼쳤고 빠르게 부스트를 가동시켜 그녀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아무 것도 쥐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그녀의 위치에선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의 손에는 녹색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있었다.
"네 보검은 진짜 보검의 약 30% 정도의 힘을 낼 수 있고 나는 딱 15% 정도. 출력이나 세기는 네가 더 강해."
즉, 그렇게까지 아프진 않을 거야. 그렇게 말을 남기면서 그는 그 에너지 덩어리를 폭발시키려고 했다. 회피할 수 없었다면 아마 등 뒤에서 강한 풍압과 함께 돌풍이 몰아치며 단번에 벽으로 날려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딱히 칼바람의 형태는 아니었으나 풍압이 터지면서 생기는 바람인만큼 어느 정도는 아프지 않았을까.
임시 스레에서도 설명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이 스레의 엔딩은 총 4개에요. 중간중간에 알게 모르게 분기점이 들어가고 그 분기점에 따라서 이후 전개나 최종보스도 달라질 예정이에요. 물론 일단은 정사인 진엔딩 루트도 있긴 한데 이쪽으로 가면 확실히 진엔딩이긴 하지만 그만큼 루트에 들어가게 되면 난이도가 높고..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는 루트도 있지만 이 루트로 가면 난이도 자체는 상당히 쉬울 것 같네요.
가벼이 맞받아치는 그의 어조는 참 평안하게도 들린다. 조금 심심한 대답일지도 몰라도, 지금 그의 머릿속에 돌아가는 회로는 별로 없었다. 그저 옳은 말을 들었기에 긍정할 뿐. 웃고 있는 당신을 보곤 조금 의아해진듯, 눈을 몇번 깜박인다. 아무리 그래도 아까 대놓고 불신한다는 티를 냈었는데 웃음이 나올까. 그는 말을 잇는다.
“당연한 소릴 하고있어.”
아까까진 조금 느슨하게 말을 풀던가 싶더니, 냉랭히 짜인 한 마디를 뱉는다. 아까와 같은 평안한 어투라 딱히 화난듯 들리지는 않겠다만 그건 듣는 사람 나름이지. 자신이 한 짓에 책임을 진다.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 그러기에 이런 대답을 한 것 뿐.
“전우의 의심을 사야하는게 대가라니, 비밀 한번 크네. 비밀 한번 더 생겼다간 내 목을 따겠어.”
비꼬는 듯한 말마디. 옅게 웃는 당신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굳이 더 털 이유는 없다. 당신이 스파이라면 싸우고, 아님 함께하면 그만이다. 어찌되어도 좋다는 마인드가 아닌, 그보다 더 형이상적인 감정과 이성의 중간체이다. 아마도.
“편해지는것도 빠르네. 적응력도 오감의 영향을 받는거야?”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위한 질문이다. 말에 의미는 별로 두지 않은듯, 그저 캐묻기만 한다. 당신의 말에 답을 듣게 되면 짧은 의성어를 뱉곤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숨이 멎는 건 이쪽이겠지, 너는 그의 말에 조금 곤란한 듯 말하면서도 미소를 유지했다. 이미 의심을 사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라는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변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확언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면... 상대의 확신이 현실이 될리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기보다는... 언제까지고 계속 불편해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가디언즈에서도, 도망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건 에델바이스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불편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저 조금, 스스로를 무뎌지게 할 뿐이지. 그가 짧게 의성어를 내뱉고 돌아서는 것을 보며, 대화는 끝이구나. 하고 잠시 시선을 네 발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