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서 세븐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레지스탕스는 에델바이스만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지금 한 여성을 추격하고 있는 있는 '와일드 팽' 역시 레지스탕스 단체 중 하나였다. 철저하게 세븐스를 탄압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모인 이들은 상당한 과격파였고 그 활동이 보통 과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디언즈에 소속된 세븐스 중 몇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야말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목덜미에 꽂아넣겠다는 듯이 그들은 자신들이 추격하는 여성을 집요하게 뒤쫓았다. 도망치는 여성은 그들에게 잡히지 않겠다는 듯, 여기저기로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으나 가는 길목마다 함정이 발동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폭약이 터지기도 했다. 허나 그 함정과 폭약은 직접적으로 그녀를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거나 바로 근처에서 발동하면서 그녀를 일정 포인트로 몰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웨이브 형태로 앞머리가 어깨를 넘어 가슴 가까지 내려오고 뒷머리 역시 비슷한 웨이브 형태로 등까지 내려오고 있는 여성은 표정을 찌푸렸다. 허나 자신의 푸른빛 눈동자에 주변 지형지물을 담으며 그녀는 조금도 넘어지거나 속도가 줄어드는 일 없이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달리고 달렸다. 숲길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넓은 평야가 있었으나 이내 그녀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방에 총을 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 와일드 팽의 멤버들이었다. 미리 설치한 함정과 폭약을 이용해 일부러 이 평야까지 유인한 후, 매복된 인원들과 뒤에서 쫓는 이들이 합류해서 단번에 제압하거나 죽일 계획이었을까? 검은 빵모자를 쓰고 있는 158cm 정도의 키를 지닌 여성은 푸른빛 눈동자를 돌려 잠시 주변을 바라봤다. 그 수가 절대 적은 것이 아니었다. 어림잡아 50~60명은 될까.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만 어쩔 참이지? 가디언즈."
"제 아무리 가디언즈라고 하더라도 이렇게나 많은 이를 상대할 순 없지. 안 그래?"
그녀를 뒤쫓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나왔고 총을 장전하는 철컥 소리가 여기저기서 조용히 울렸다. 그녀의 몸에 붉은색 레이저 점이 박혔고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그녀의 몸은 벌집이 되리라.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실성? 아니.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너무나 여유만만한 표정을 보였다.
"와일드 팽의 멤버는 이게 다 맞아?"
"그걸 너에게 대답해줄 이유가 어디에 있지?"
"아니. 없으면 전원 다 오라고. 고작 이 정도 수로 뭘 하겠다는 거야. 패배자들은 정말 머리가 안 돌아가도 진짜 안 돌아간다니까."
"과연 이 이후에도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총알이 박히고 네 몸에 바람구멍이 나도 벌집이 되어도 과연 그렇게 여유만만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살려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자신김이 대단하시군? 가디언즈."
"첫째. 너희는 정보력이 너무 없어. 아니. 당연히 우리의 얼굴은 그다지 공개가 되지 않았으니 진짜 자세하게 알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긴 해."
한편 여성은 여유만만하게 오른손으로 숫자 1을 표현한 후에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와일드 팽 멤버 중 하나가 그녀를 매섭게 노려봤고 총알을 발사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었고 누가 멀릴 틈조차도 없었다. 허나 여성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숫자 2를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뭔가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멀쩡하게 서 있었다. 빗나간 것일까? 아니면...
"둘. 상황파악도 전혀 못 해. 당연히 여유를 부릴 수 있지. 승리자는 언제나 여유로운 법이야. 그리고 피가 말리는 것은 너희 패배자들이지."
이어 그녀는 오른손을 높게 위로 들었다. 푸른빛 눈동자를 눈꺼풀 뒤로 숨기자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는 푸른빛들이 특정한 형태를 그렸다. 그것은 길쭉하게 생긴 검의 모습이었다. 이내 그 특정한 형태, 정확히는 검 형태로 모인 빛은 검으로 바뀌었고 그 검은 정확하게 여성의 오른손에 쥐어졌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검에서 푸른빛이 번쩍였고 그 푸른빛은 이내 그녀를 집어삼켰다.
"셋. 너희가 몇 명이 모인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조차도 몰라."
차가운 냉기가 몰아쳤다. 많은 것들이 얼어붙으며 투명하게 바뀌어갔다. 모든 것은 정말 눈깜빡할 사이에 벌어졌고 그 어떤 숨소리도, 정확히는 여성의 숨소리 이외에는 그 어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얀 연기가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투명한 얼음 속에 갇혀버린, 아니. 어쩌면 그 상태로 꽁꽁 얼어버린 와일드 팽 단원들의 모습이었다.
"그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너희는 죽는 거야. 알겠어? 테러리스트 여러분? 패배자가 몇 십명이 모여도 승리자가 되진 않아. 비참하기 짝이 없는 패배자들의 집단이 될 뿐이지."
대체 무엇이 지나간 것일까. 딱딱한 것을 갈아버리는 잔혹한 소리가 잠시 울렸고, 뒤이어 얼음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서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이내 여성은 자신의 근처에 떨어졌던 총알을 무릎을 굽힌 후에 잡았다. 얼어붙은 총알에 얼음결정이 맺혔고 그것은 이내 고드름 형태로 점점 그 크기가 커졌다. 뒤이어 그녀는 그 고드름을 뒤로 힘껏 집어던졌다.
"그게 이 세상의 룰이야. 기대도 안 하지만 지옥에서라도 명심하고 잘 살아가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는 세븐스의 뒷쪽으로 아직 깨지지 않은 얼음이 관통된채 천천히 그 형태를 잃고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469 네! 에델바이스는 가디언즈를 무너뜨리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니까요. 당연히 보검 사용자와의 싸움을 피할 순 없어요. 그러니까 화이팅!
>>470 이길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일반 세븐스보다는 훨씬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왜 저리 강해요? 라고 묻는다면 저 정도이기에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지거나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답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 저런 이들이 일곱 명이나 있으니 가디언즈가 얼마나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누르고 있는지 대충은 감이 오실 거라고 믿겠어요!
우애가 깊다. 사이가 좋아보인다. 쌍둥이는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그래보였다. 비록 하루 중 따로 보내는 시간의 비중이 더 높지만, 같이 있으면 세상 누구보다 가깝고 친밀했다. 그러나 서로 닮았으면서 다른 얼굴을 한 쌍둥이는 서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소중했던 사람과 증오하는 사람을 한꺼번에 담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녀들은 과연.
"그런 말 자주 들어." "우리- 사이 어엄청 좋으니까아."
이름 모를 신입 씨가 쌍둥이를 신기하게 보거나 말거나 둘은 잘도 떠들도 잘도 움직였다. 가위를 들고 찰칵찰칵 장난을 치려던 레레시아는 한 번의 경고 만으로 장난기를 도로 집어넣었다. 라라시아는 한 번 하겠다고 한 건 정말 하니까. 그래도 슬쩍 내비친 장난기에 이모티콘이 식겁한 얼굴로 바뀌는 걸 보고 뒤에서 히히 웃는 소리가 났다. 옆에선 피식 했다. 그리고 이모티콘이 노이즈 형태로 돌아가자 레레시아도 관심을 머리카락으로 옮겼다.
"장난이야- 장난- 에- 와아. 너어 머리 되게 좋네에. 보들보들해-"
신입 씨의 하얀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자르기 편하게 대강 묶던 레레시아가 생각한 그대로를 말로 내뱉었다. 엄청 좋다! 는 아니지만 관리만 잘 했으면 엄청 좋은 머리카락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왜 관리를 안 했을까? 의문을 표정으로 띄우던 레레시아는 노이즈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다가, 앗, 하며 말했다.
"단발 말이지이. 쪼오금 짧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에... 일자? 일자로 하며언-"
달군 팬 위에 올린 캐러멜처럼 나른하게 늘어지는 말투가 그걸론 부족했는지 말꼬리도 길게 늘린다. 사실 머리카락의 견적을 보느라 그랬다. 잘 묶은 머리다발을 들고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번갈아 움직여보더니 스윽 들어서 이미 잘린 부근과 뒷목을 보는 듯 하다. 그러다 이미 잘려서 드러난 목덜미에 후, 하는 짧은 날숨을 부는 장난을 기어코 치긴 했지만.
"이히히."
장난기 명백한 웃음소리가 키드득 지나가고, 레레시아는 손으로 머리카락 위를 대강 짚으며 설명했다.
"이미 잘린 부분이 있어서- 일자로 하면 이쯤까지 다듬어야 해애. 완벽한 각은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거슬리지는 않게? 가능해애. 그렇게 할까-?"
매우 간단한 설명 뒤로 다시금 레레시아가 잘린 머리카락의 주인이자 신입 씨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바로 머리에 가위를 대거나, 아니면 의견을 들은 후에 가위질을 시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