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은 원래 그냥 블래스터 마스터에서 따온 개조인간을 만들자 하고 만든 캐릭터인데 시트 짜다가 건담 게임을 하는 바람에 팔이 분리되고 손가락 끝에서 레이저를 쏘고 "겁내라! 움츠려라! 세븐스의 능력을 살리지 못 한 채 죽어라!" 하는 캐릭터가 되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어요.
마리는 에델바이스에 들어온지 몇 주 되지 않았다. 마리가 보호받고 있던 레지스탕스는 세븐스들만 모여있던 단체였기 때문에 에델바이스처럼 비능력자와 능력자가 섞여있는 풍경은 꽤나 낯설었다. 그래서 에델바이스 거점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돌아다니는 모습은 어디에 놔둬도 특이하지 않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말이다.
줄무늬가 인상적인 치즈태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색은 일반적인 노란빛이 아니라 연한 크림빛이라는 것과 그 눈동자가 붉은색이라는 것이 일반 고양이들과 달랐을까? 다른 고양이들과 다른 털빛에 고양이에 관심 있는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길고양이의 등장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던 마리는 어느 순간 코에 익숙한 냄새가 맡아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이곳에 아는 냄새가 있을리 없는데. 하는 의아함에 마리는 그쪽으로 발을 옮겼고 그리고 도착한 장소에는 한 능력자가 몸을 기이이일게 늘리고 있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면서.
그러던 중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마리는 아, 하고 깨달았다. 아주 어릴 적 부모님과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 사이에 남아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찹쌀떡맨이 자신을 보며 묻는 말에 마리는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야옹 하며 울었다. 꼬리가 자연히 잔디를 쓸며 살랑거렸다. 마리는 오랜만에 만난 찹쌀떡맨이 퍽 신기했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레지스탕스에서 만나게되다니 신기한 우연이지 않은가.
마리는 붉은 눈을 깜빡이며 키가 커다란 그를 올려다보며 과거의 그와 어떤 점이 달라진 건지 찬찬히 살폈다. 조금 나이가 든 것 같기도 했고ㅡ그야 10년 전이었으니까ㅡ, 키가 더 큰 것 같기도 했고ㅡ고양이의 모습이라 더 커보이는 착각이었다ㅡ, 하지만 당시의 냄새는 그대로였다. 그건 오감이 예민한 마리이니까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래. 수고했어. 꽤 길었지만 보급만 할 수 있다면 지금 상황을 조금 변화시킬 수 있겠지. 힘들었을텐데 고생했어."
"에이. 아스텔의 협력도 있었고 언니의 허락도 있어서 가능했는걸. 하지만 역시 원본보다는... 조금 출력이 낮아. 그래서 원본만큼의 힘을 꺼내긴 힘들 것 같아."
"상관없어. 그 정도로 구현해낸 것만으로도 잘한거니까. 아무튼 좀 쉬어. 에스티아."
에스티아는 지하에 아지트를 숨기고 있는 슈퍼마켓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슈퍼마켓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숨겨져있고 그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에델바이스가 사용하는 지하 아지트가 있었다. 원래라면 그 안의 연구소에서 이것저것 연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자신의 언니인 로벨리아가 휴식을 명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좀 더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 또 들어가서 연구를 하거나 개발을 하면 필시 언니인 로벨리아가 말릴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몰랐다. 화를 낸다면 그것만큼 또 무서운 것도 없었기에 결국 에스티아는 그것을 납득하기로 하며 한숨을 작게 쉬었다. 그 상태에서 잠시 근처를 돌아볼까 생각한 에스티아는 벽에서 등을 떼어내고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냥 적당히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그녀는 갈색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이 살짝 섞여있는 흑발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있다는 것은 에델바이스의 멤버라는 거겠지. 적어도 자신은 그다지 안면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인사는 하자는 느낌으로 에스티아는 미소를 짓고 이야기했다.
당신의 이야기에 그녀는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들고있던 패드에 뭔가 입력하는 것이 보이며 당신의 이야기 후 약간의 텀이 생기는 것이다. 잠깐 당신의 기다림이 지나고 패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휴식 중이긴 합니다만, 임무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가 정확하겠네요'(필담)
그 내용을 당신에게 보이고 그녀는 살짝 날카로운 시선으로 당신을 보더니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누구인지 들었던 것일까. 그녀는 그리 대답하고는 당신을 올려다본다. 당신의 은발을 보더니 잠깐 멍한 시선으로 바꾸니 것을 보면 아름답다고 여긴 것이겠지. 생기 찬란한 당신을 보고 자신과는 확실히 다른 타입이라 생각하고는 패드를 다시 돌리더니 글자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그다음 그 패드가 당신에게 보이자 보이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순간 에스티아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녀의 시선은 글자를 입력하는 패드 쪽에 있었다. 왜 말을 하지 않고 패드로 글을 입력하는지의 여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관심을 가질 사안은 아니었다. 그냥 목이 아파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말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이곳은 별별 세븐스가 다 오는 곳이고 그 중에선 임무를 수행하다가 팔을 하나 잃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자신은 아직 그런 케이스는 아니지만. 아무튼 아픈 상처일지도 모르는 곳은 굳이 후비지 않기로 하면서 에스티아는 그녀가 들고 있는 패드가 어떤 기종인지 나름 추측했다.
그러다 핫. 하고 정신을 차리며 에스티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약하게 쳤다. 사람을 앞에 두고 이게 뭐하는 짓이람. 아무튼 기기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자신이라는 여자. 이내 이유 모를 미소를 지으면서 에스티아는 입을 열어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닐까 싶어서요. 원래는 아지트 내에서 이것저것 연구하고 개발하고 그럴 생각이었는데. 아. 혹시 말하는 것이 힘들다면 제가 뇌파를 이용해서 저절로 글을 쓸 수 있는 패드를 하나 만들어줄까요? 뇌파를 읽는 장치와 패드를 결합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은근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톡톡 손으로 치는 것보다 그냥 생각만 하면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거니까. 물론 뇌파를 읽어야 하니 머리에 뭔가를 써야하지만 원래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그렇게 불편하게 갔다가 나중엔 점점 간편해지는 것이 바로 문명의 발전이었다. 흥미진진한 눈동자 속에 빛이 찰랑이기 시작했다.
"뭘 해야 될지 모르겠자면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지 않아요? 휴식 가지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닌데. ...언제 임무를 나갔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여긴 레지스탕스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