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쟁이들은 복잡한걸 말하기를 즐겨한다는게 나의 인상이다.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나는 상대의 목례에 마주 고개를 끄덕여 가볍게 받아주곤, 냉장고로 가서 성인인 누군가를 위해 비치되어 있을 맥주 한캔을 딴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탄산이 터지고, 한모금 꼴깍 하고 목으로 넘겼다.
"내게 이긴 녀석이 하는 말이니까 설득력이 있는데. 뭐, 환경을 이용하는 것이 승률을 높여준다는건 정론이네만."
나 같은 경우는 환경을 특출나게 변경한다거나 그런 것은 어렵다만. 마도 사용자라면 그런 쪽을 열심히 고려할 가치는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너무 복잡한 얘기로 가봤자 공감하긴 어려움으로 나는 그에게도 맥주 한잔 권하기로 했다.
잔을 가볍게 내밀어서 부딫히곤 한잔 더 마신다. 비가 오는 날엔 역시 이런 한잔이지. ....물론 눈 앞의 상대가 인공적으로 내리게 하는 비라곤 해도 말이다.
"나보다 높은 곳 까지 올라갔으니까. 어느 의미론 이겼다고 할 수 있겠지? 결국 서로 같은 녀석에게 깨져버렸단건 분한 요소지만."
씁, 하고 입맛을 다신다. 모니터 헤드를 가진 마도사 샤를은 진 류, 나, 빈센트를 연달아 꺾으며 이번 대련 대회에서 실질 특별반의 최대 장애물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그가 결국 결승에서는 이주일에게 졌단건 또 여러모로 복잡하다만. 기왕 거기까지 갔다면 우승이라도 할 것이지....
"이명이란 남들이 자네를 부르는 호칭이니까. 뭐 실력있는 녀석이 노골적으로 자칭하며 어필하면 모르겠다만 보통은 그런거 아니겠나. 그래도, 기억하기에 꽤 괜찮은 이름이었을텐데?"
"괴물 같은 녀석이었던 사실이지. 뭐, 나 같은 녀석도 어찌 8강까지 들어갔으니까. 애초에 대진표를 보아하니 상위권에 특별반이 적지 않더군. 우리가 약하진 않아. 협동해서 못이기진 않는다고 보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특별반은 최고라고는 말 못해도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본 전력비로는 점령전이라는 단체전에선 충분히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건......
"....여태 내가 봐온 특별반이란 조직이 그 '협동' 이란게 능숙하게 될만큼 유대감이 있는 집단이 아니란걸 제외한다면 말이야. 한준혁이도 괴팍한 성격이고. 반장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네만, 대화에 능숙해보이진 않더군."
괴짜들이 가득한 집단인 것은 어쩔 수 없다쳐도, 친근하게 인원들을 묶으려는 분위기는 현재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휘관인 한준혁이나 반장, 둘 중 한명이 그런걸 어느정도 유도해주는 편이 좋다고는 생각한다만. 어쨌거나 제대로된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지금 집단전으로 우리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는 솔직하게 말해선 회의적임에 가깝다.
빈센트는 특별반에서 있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빈센트가 특히 겉도는 감이 있었고, 특별반 내에서도 자신이 무조건 해야 할 일, 의무로 규정된 일만 했을 뿐 특별히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빈센트 자신이 잘못한 것이 맞았지만, 그래도 빈센트 자신이 기여한 것이건 아니건 문제는 문제였고,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윤의 말에 공감한다.
"준혁 씨의 경우는 성격이 꽤 괜찮아졌습니다. 제가 익숙해졌을 뿐인 것도 있을 수 있지만요. 어쨌든, 그건 문제가 맞습니다. 저도 옛날에 준혁 씨의 지휘에 따를 때는, 믿었다기보다는 지휘실패로 일이 틀어졌을 때 변명할 거리를 전혀 주지 않으려고 지휘를 철저하게 따른 적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태식 씨의 경우는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좀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삐걱거리는 부분을 다 제거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니까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피암마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익숙해지려 노력해봐야겠군요. 나중에는 제 이명도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보고 싶습니다." //9
"뭐 신입인 내가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것도 우스울 지 모르지만. 조직의 단합력엔 최소 둘 중 하나가 필요하네. 제대로된 경험들과 이득관계가 쌓여서 생기는 능력적 신뢰던가, 혹은 친분관계로 형성된 인간적 신뢰던가. 아, 참고로 오해는 말게. 나도 한준혁이는 좋아하네. 철없는 애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지만."
냉장고를 뒤적거려 마침 적당히 있던 육포도 하나 집어 우물우물 뜯으며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지내는 곳이 군대였기 때문에 이런 것에 특히나 민감한 걸지도 모른다만. 조직에서 지휘체계가 흔들리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는 확고한 계급이 존재하여 그것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하거나, 상부의 능력으로 일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걸 여러 경험으로 보여주거나, 혹은 거지같은 상황속에서 꽃피는 친목으로 인한 우정 등등이 있다. 그 중 특별반엔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면, 사실 대답하기 애매할 것이다.
"사실 특정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싶은건 아니야. 다만, 내가 지켜본 바로 이 반은 길드라고 얘기하는 것 치곤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어쩌다보니 같이 있을 뿐, 이라는 기존의 인식이 그대로지. 그게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니네만, 그런 와중에 마음을 열어보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지 않잖나?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던건 아마도 그런 까닭일세."
하하하 하고 나는 웃었다. 그런 오지랖을 부리는 녀석은 솔직히 말해서 나 정도 아닐까.
"그런 상황이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자신에게 득이 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르기는 커녕 반발이 일어날테고.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조직이 나오면 옮기지 않을 이유가 적으니까. 대다수의 아이들은, 지금 그런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지. 그런 상황에서 협동이 뭐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맥주 한캔을 더 마시곤, 피식 하고 웃고는 조금 짗궃은 농담을 던지기로 했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될 수 있을걸세. 무엇보다, 이명을 가지지 못한 사람 앞에서 얘기하기엔 꽤나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945 1. 캡틴은 진행 중에 관련된 이벤트가 있으면 답해주지 않음. 2. 이걸로 답해지는 경우는 아무리 답 잘 해도 가능성이 낮을 때 뿐임.
>>946 없진 않다. 다만 대련 이후 위치를 벗어나면, 관련 트리거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947 1. 정통적인 마도를 사용하는 마도사. 구시대적인 마도를 가끔 섞어서 사용하긴 하지만 그 부분을 두고 보더라도 꽤 정석적인 마도사의 성질을 지니고 있음. 2. 다만 의념을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다량의 망념을 마도에 사용하는 점에서 장기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정 위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려 하는 성향이 보임. 장기전에선 큰 불리함이 있을 듯 보임. 3. 전체적인 평가로는 다수의 지원이 있을 때 효과를 볼 법한 마도사. 개인으로써의 평가는 크게 주기 어려울 듯 보임.
>>948 좀 간단하게 얘기해줄 주제가 아니긴 한데.
1. 프리핸드 에피소드는 간단히 말하자면 '베로니카'라는 인물을 다시 '프리핸드'가 주목하게 해야 함. 안 그러면 베로니카는 단순히 버려진 게 될 테고, 빈센트가 아무리 발악해도 프리핸드를 추적하는 것은 캡틴의 보조가 없는 한 불가능해짐. 2. 즉 빈센트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과 동시에 명성임. 이름값을 높히고 프리핸드에게 베로니카를 빈센트가 보호하고 있음을 알려야 함. 개중 프리핸드가 주목해서 접촉하려 하거나 베로니카에게 악영향을 주려고 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될 거고, 이걸 받아치거나. 이용하거나. 어떤 수를 써서든 프리핸드를 잡아야 함. 3. 이걸 왜 알려주느냐. 못해도 시나리오 5까진 가야 가능할 거를 지금부터 하라고 하지 말란 거임. 특별반 전원에 80렙짜리 암살자 집단 투여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는 더 성장할 거라고! << 이 말 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더 크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의념 각성자의 신체는 사용자의 신체 상황을 전성기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유지하려 하고, 그 전성기의 육체는 보통 가장 큰 성장이나 발전을 겪는 시기를 말할 때가 많다. 즉 지금이 당신들의 전성기이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외형이 고정될 수 있다는 얘기 << 하하하하하하
빈센트의 유년 시절이 객관적으로 보면, "행복했던 유년"과는 좀 거리가 멀었고, 그 부류에 아슬아슬하게 속하더라도 비틀린 과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인간관계까지 평범한 사람 행세를 못할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좋은 직장동료들을 알고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몇몇 사귀었다. 그리고 둘은 달랐다. 직장 동료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서는 절대, 그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는 빈센트를 믿었고, 친구들은 빈센트의 무뚝뚝하고 변하지 않지만, 도시에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들 했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지도요."
그리고 빈센트는 최근에 들어온 이들 중에서, 에루나와 자현, 진 류를 떠올린다. 그들과는 통성명 한 번만 한 것 같았다. 아니, 마도사하고는 한 마디도 못 했지. 그리고 빈센트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더 좋은 조건이 오면 거기로 가버릴지도 모르지요. 저는 글쎄요... 베로니카의 저주를 당장 해제할 수 있다, 그 정도 조건을 걸지 않는 이상은 어디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