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신입인 내가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것도 우스울 지 모르지만. 조직의 단합력엔 최소 둘 중 하나가 필요하네. 제대로된 경험들과 이득관계가 쌓여서 생기는 능력적 신뢰던가, 혹은 친분관계로 형성된 인간적 신뢰던가. 아, 참고로 오해는 말게. 나도 한준혁이는 좋아하네. 철없는 애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지만."
냉장고를 뒤적거려 마침 적당히 있던 육포도 하나 집어 우물우물 뜯으며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지내는 곳이 군대였기 때문에 이런 것에 특히나 민감한 걸지도 모른다만. 조직에서 지휘체계가 흔들리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는 확고한 계급이 존재하여 그것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하거나, 상부의 능력으로 일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걸 여러 경험으로 보여주거나, 혹은 거지같은 상황속에서 꽃피는 친목으로 인한 우정 등등이 있다. 그 중 특별반엔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면, 사실 대답하기 애매할 것이다.
"사실 특정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싶은건 아니야. 다만, 내가 지켜본 바로 이 반은 길드라고 얘기하는 것 치곤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어쩌다보니 같이 있을 뿐, 이라는 기존의 인식이 그대로지. 그게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니네만, 그런 와중에 마음을 열어보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지 않잖나?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던건 아마도 그런 까닭일세."
하하하 하고 나는 웃었다. 그런 오지랖을 부리는 녀석은 솔직히 말해서 나 정도 아닐까.
"그런 상황이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자신에게 득이 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르기는 커녕 반발이 일어날테고.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조직이 나오면 옮기지 않을 이유가 적으니까. 대다수의 아이들은, 지금 그런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지. 그런 상황에서 협동이 뭐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맥주 한캔을 더 마시곤, 피식 하고 웃고는 조금 짗궃은 농담을 던지기로 했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될 수 있을걸세. 무엇보다, 이명을 가지지 못한 사람 앞에서 얘기하기엔 꽤나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945 1. 캡틴은 진행 중에 관련된 이벤트가 있으면 답해주지 않음. 2. 이걸로 답해지는 경우는 아무리 답 잘 해도 가능성이 낮을 때 뿐임.
>>946 없진 않다. 다만 대련 이후 위치를 벗어나면, 관련 트리거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947 1. 정통적인 마도를 사용하는 마도사. 구시대적인 마도를 가끔 섞어서 사용하긴 하지만 그 부분을 두고 보더라도 꽤 정석적인 마도사의 성질을 지니고 있음. 2. 다만 의념을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다량의 망념을 마도에 사용하는 점에서 장기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정 위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려 하는 성향이 보임. 장기전에선 큰 불리함이 있을 듯 보임. 3. 전체적인 평가로는 다수의 지원이 있을 때 효과를 볼 법한 마도사. 개인으로써의 평가는 크게 주기 어려울 듯 보임.
>>948 좀 간단하게 얘기해줄 주제가 아니긴 한데.
1. 프리핸드 에피소드는 간단히 말하자면 '베로니카'라는 인물을 다시 '프리핸드'가 주목하게 해야 함. 안 그러면 베로니카는 단순히 버려진 게 될 테고, 빈센트가 아무리 발악해도 프리핸드를 추적하는 것은 캡틴의 보조가 없는 한 불가능해짐. 2. 즉 빈센트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과 동시에 명성임. 이름값을 높히고 프리핸드에게 베로니카를 빈센트가 보호하고 있음을 알려야 함. 개중 프리핸드가 주목해서 접촉하려 하거나 베로니카에게 악영향을 주려고 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될 거고, 이걸 받아치거나. 이용하거나. 어떤 수를 써서든 프리핸드를 잡아야 함. 3. 이걸 왜 알려주느냐. 못해도 시나리오 5까진 가야 가능할 거를 지금부터 하라고 하지 말란 거임. 특별반 전원에 80렙짜리 암살자 집단 투여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는 더 성장할 거라고! << 이 말 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더 크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의념 각성자의 신체는 사용자의 신체 상황을 전성기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유지하려 하고, 그 전성기의 육체는 보통 가장 큰 성장이나 발전을 겪는 시기를 말할 때가 많다. 즉 지금이 당신들의 전성기이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외형이 고정될 수 있다는 얘기 << 하하하하하하
빈센트의 유년 시절이 객관적으로 보면, "행복했던 유년"과는 좀 거리가 멀었고, 그 부류에 아슬아슬하게 속하더라도 비틀린 과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인간관계까지 평범한 사람 행세를 못할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좋은 직장동료들을 알고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몇몇 사귀었다. 그리고 둘은 달랐다. 직장 동료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서는 절대, 그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는 빈센트를 믿었고, 친구들은 빈센트의 무뚝뚝하고 변하지 않지만, 도시에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들 했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지도요."
그리고 빈센트는 최근에 들어온 이들 중에서, 에루나와 자현, 진 류를 떠올린다. 그들과는 통성명 한 번만 한 것 같았다. 아니, 마도사하고는 한 마디도 못 했지. 그리고 빈센트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더 좋은 조건이 오면 거기로 가버릴지도 모르지요. 저는 글쎄요... 베로니카의 저주를 당장 해제할 수 있다, 그 정도 조건을 걸지 않는 이상은 어디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11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런 얘기를 한들 이미 단체전이 직전인 상황에서 신뢰가 갑작스럽게 솟아나는건 아니지. 우린 이대로 싸우게 될거야. 내 우려와는 다르게 단합력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합동하는 과정이 계기가 되어 친해질 수도 있겠지."
부정적으로 얘기하긴 했다만, 실전에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노릇이다. 이렇게 말해도 다 잘 풀리거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노력할 가능성도 물론 있다. 다만 나는 어디까지나 현상의, 내가 봐왔던 분위기의 감상을 주관적으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내 관찰력이 아주 헛되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특별반의 대부분은 지휘부가 어떠한 선택을 하던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은 아닐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항의할테고, 납득되지 않으면 수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그런 상황이라면 여러모로 해먹기 어렵겠지. 무엇보다, 그렇게 반대 의견이 나왔는데 강행했다가 망해버릴 경우....."
나는 뒷말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속해있는 조직이 엿될거라는 말을 꺼내서 좋을건 없으니까.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를테니까. 실제로 나도 함부로 소속을 옮길 생각은 그다지 없네. 곁에 있고 싶은 애가 있기도 하고."
시윤의 말은 딱히 반박할 부분이 없었다. 점령전은 다가오고 있고, 신뢰도는 아직 의문스럽다. 점령전은 대련처럼 혼자서 잘 싸워서 그만인 것이 아니다. 아군을 믿되 아군의 능력이 무제한이 아님을 인지해야 하고, 가끔씩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동료들이 잘 했을 거라 믿으며, 아니면 동료들이 혼자서는 무리일 것이라 생각하며 뛰어야 했다. 그게 과연 잘 될까.
"사실 저도 누군가의 지휘를 100% 신뢰하지는 못합니다. 그저 판단에 따라 끔찍한 결과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지휘관에게 넘기는 것에 더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