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잠꾸러기 같은 모습을 한 그가 하는 말에서 꽤나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불길에서 졸수없다는 거 빼고는 뚝딱 하면 만든다라.. 토고는 이런 녀석과 친분을 다지고 싶었다. 잔칫집에 먹을 거 없다고 해도 잔칫집에 가면 뭐라도 먹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것처럼 인절미 먹는 사람 곁에 있으면 콩고물이라도 먹을수 있는 게 세상의 이치. 토고는 헬멧 너머로 '요놈 잘 만났네' 같은 생각을 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캬, 쥑이네. 적당히 뚝딱 하믄 만들어진다는기가? 아이고... 내 만드는 건 몰라도 가치 보는 건 쪼매 하는데 니 참말로 대단하네?"
토고는 머릿속에서 필립에 대해 작성해가기 시작했다. 졸려보이는 표정과 자는 걸 좋아하는 행동... 대화를 오래 끌어봐야 귀찮다면서 내쫓길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는 짧게 하되, 나중에 선물을 준다는 식으로 연락처를 받아낸다면 좋을지도 모른다. 흠.. 토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곡령에 좋은 베개가 있었던가...
"크크.. 거꾸로 생각하면 겨울에 그 근처에 있음 따땃하게 잘수있다는 거 아이겠나? 아이고 참, 소개가 늦었네? 내는 토고 쇼코다. 미리내고 소속이고."
>>589 류는 얼굴에 웃음을 피우면서, 품에서 한 개의 작은 물병을 꺼내듭니다. 물병의 뚜껑을 열었을 때, 작게 피어나는 쓴 술의 향기를 맡으며 그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지어냅니다.
" 축제같은 날에는 한두잔은 봐주시겠지. 그 무서운 분들도 뭐. 사람이시지 않겠어? "
사람 아닌 이가 한 명 정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류는 물병 속에 든 액체를 입을 기울여 마시고, 삼키며 곧 작은 탄식을 뱉어냅니다.
"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해. 그래도 한 번 정도. 얘길 해줄 수는 있겠지. "
그는 차분하게 입을 열어 말을 내뱉습니다.
" 서로 알아야 친해진다. 웃기게도 이 특별반에 소속된 데에는 각자만의 목적이 있겠고, 각자만의 생각이 있겠지. 나의 경우에는 저번에도 말한 부족의 보호가 목적이었고 말야. "
병 속에 든 액체를 한모금씩 삼키며 그는 태식을 향해 차분한 눈과,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 우린 어른이야. 어느정도 비슷하게, 사건과 상처를 겪은 인물들이지. 그리고 서로간의 이해가 있고 어떤 목적이 있는지 알고 있어. 그런데 형씨는 그런 '이해'를 가끔은 너무 쉽게 생각할 때가 있어. 도움을 요청하고 선의로 도와줬던 것은 자현이야. 인정하지 않는다지만 그 인정을 받을 기회를 줬던 것도 에루나고. 그 두 사람이 왜 특별반에 들어왔을지, 어떤 이유가 있을지 알아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반장인 형씨의 역할이었어야만 해. 하지만 이 특별반은.. 극단적으로 말해 친한 사람들이 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 "
>>603 메리는 빙긋 웃으며 유하를 바라봅니다. 온 몸의 피부 전체에서, 혈관부터 미세한 피가 흐르는 길들까지. 모든 몸에 존재하는 피들은 떨리고, 울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눈앞의 존재란 그런 인물입니다. 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의 주인이며, 그런 세계에서 분리된 존재. 자신이 바라는 것을 행할 하수인들이란 충분하다 넘치며, 미래의 기약 없는 가능성에 휘둘리지 않을 존재. 그런 존재에게 있어 미래를 가정한 약속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 내가. "
그녀는 책상을 가볍게 톡, 톡, 두드리며 유하를 바라봅니다.
" 바보처럼 보이나요? "
유하의 정신력이 매우 크게 감소합니다! 정신력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회복하지 않을 시 매 턴마다 캐릭터가 낮은 확률로 행동 기회를 박탈당하며 캐릭터의 자해, 아군에 대한 공격 등의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움직임에서 풍긴, 지금의 유하로써는 저항할 수도 없는 눈빛이 유하에게 닿습니다. 정신의 일부분이 아득히 삼켜지고, 토해지는 듯한 감각 속에 유하는 다시금 세계에 내던져집니다.
토고는 순간 감정이 읽힌 것 같아 뜨끔했다. 부탁...같은 걸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꽃에는 벌레가 꼬이는 법은 어쩔수없는 법인가보다. 토고는 아쉽지만 계획을 싸악 다 날려버리고 이렇게 된 거 그냥 대화 상대나 하자 라고 마음 먹었다. 또한 나른 한 눈에서 한 순간 느껴졌던 감정을 보니 이용해먹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졌고..
"니도 고생이 많다... 한두번이야 친한 사람의 부탁이니 알았다 알았다 케도 그게 늘어나고 저 사람은 해줬는데 왜 난 안 되나, 저번엔 해줬는데 왜 안 해주냐, 이런 식으로 말 많아지고 욕도 나오고 일 여간 귀찮은게 아니게 되어버리고..."
토고는 진절머리 난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런 경험은 토고에겐 잘 없었지만.. 가끔 서비스를 담당하는 대곡령의 식구를 보다보면 이런 비스므리한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저 손님은 되는데 왜 난 안되냐 같은 그런 경우를 말이다.
"필립? 알긋다. 흔한 이름인건 내 모르겠고, 자다 죽은 필립이라 카믄 이제 한 사람밖에 기억 안 나겠네. 크크... 아, 그런데 귀찮은거 싫어해 보이는 아가 여기서 전시는 우짠일로 하는긴데?"
승자는 이주일입니다! 아슬아슬한 도박이 겨우 성공했는지. 이미 망념의 한계에 도달한 듯 눈과 입에서 피를 흘려내고 있군요.
>>606 " 누구와 함께 웃었는지는 잊을 수는 있지만, 누구와 함께 울었는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류는 얼굴을 쓸어내는 태식을 바라봅니다.
" 특별반은 지금. 간단히 말하자면 서로를 믿을 계기가 부족한 것과 다르지 않아. "
그는 품에서 이따금 두 개의 술병을 꺼내듭니다. 단지 이런 행동에서, 취하기에는 두 사람의 격은 너무나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에 두 사람은 익숙하게 병을 쥐고 입에 술을 털어넣습니다. 이 사소한 행동에 고통을 잊던 시절이 있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병을 입에 털어넣습니다. 태식은 병을 비워가면서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머금고 삼키는, 취하기 위한 잔을 삼킵니다. 류는 병을 비워가면서도 적은 양을 연거푸, 마치 무언가를 잊으려는 듯한 잔을 삼킵니다.
그 미묘한 다른 행동들 속에서도 서로의 다름이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너무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남들에게 배려를 바랄 수는 없어. 각자만의 목적과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배려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 결국 싫더라도, 좋더라도 우리는 특별반이라는 영역에서 지내야 할 거고 그 기간동안 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그 사람들의 문제를 이해해주는 것도 좋을 거야. "
툭. 병이 책상 위에 떨어집니다.
" 어른이니까. 듣는 법도 필요해. 독재자가 되겠다면 말리지는 않아도 별로 유쾌하진 못할 테니까 말야. "
>>617 메리 교관은 작금의 상황이 별로 재미가 없어진 듯, 따분하단 표정으로 유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조금 풀어내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하가 요구한 조건은 피의 각성, 또는 그에 준하는 무언가였을겁니다. 지금까지 유하가 각성한 드래곤으로써의 정체성. 또는 그에 준하는 무언가들은 유하의 짧은 생에서 얼마 되지 않는, 타인과 다른 뛰어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런 것을 확실하게 꺼내들 수 있는 인물에게 유하가 줄 수 있는 것은 적을 것입니다. 크게는 목숨에서, 적게는 그녀가 요구하는 무언가의 물건까지. 그러나 그런 것을 유하가 가지고 있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결국 유하가 낼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될겁니다.
그러나 목숨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고 한들, 이 곳에 있는 교관들 모두가 그녀를 상대한다면 유하 하나는 충분히 빼돌릴 수 있을테니까요. 또한 축제 기간이니만큼 수많은 가디언들이 이곳에 있는 것도 유하에게 다행인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요구하는 무언가는 '당장' 지불할 수 있는 무언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높은 확률로, 그 격에 걸맞는 무언가를 지불해야만 하겠죠.
유하는 지금 그녀에게 지불할 것이 있습니까? 아니라면 작금의 기회를 단순히 놓치기 싫단 이유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까?
본선까지 너무 쉽게 올라왔던 터라 64강에서 함부러 모습을 드러내는 실수를 했다. 중간에 기만전술로 다시 은신하고 상대의 패턴을 무너뜨려 이기긴 했지만 그러한 실수가 실력자와의 전투에서 일어났다면 그녀는 지금쯤 사자(使者)가 아닌 사자(死者)의 신분으로 자신의 신과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손에 쥔 단검의 손잡이를 잡고 익숙하게 손이 가는대로 휘둘러본다. 공인된 기관에서 지급한 만큼 품질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태식의 64강 패배 원인을 들어본 이후 묘하게 찝찝했다. 게다가 곧 있을 점령전...
"저 마도사를 부대도 없이 단신으로 상대하라니, 어불성설이어요."
결승전을 가만히 지켜보다 이주일이 승리한 것까지 확인한 소녀는 일어서 소리없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토고는 흐음... 하며 신음을 흘리며 다시금 그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 내에서 토고는 필립에게 조언... 이라 해야 할까? 나름대로의 투자를 위해 입을 열었다.
"고건 맞다. 후원자가 있음 니한테 달려드는 날벌레들 한 방에 처리 가능하고 적어도 후원자랑 같거나 그 이상이 아니믄 접근도 힘들기다." "가끔 일하되, 그 일이 귀찮기는 하겄지마는 니 좋아하는 거 하면서 평탄하게는 살수있을걸? 떼돈까지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재 문제도 있지 않겠나? 후원자가 제공을 해준다믄 다행이겠지만 아니면 소재도 직접 사야하고.. 후원을 정기적으로 받을수있도록 명성도 알려야 하니 고건 고거대로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토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히려 대운동회에 전시를 함으로써 명성은 명성대로 알리고 관람객들 사이에 있던 여러 길드들의 눈길을 끌수있으니 부장이란 자가 잘 판단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니 대곡령이라고 들어봤나? 상인 길드인데..."
토고는 자신이 멋대로 대곡령의 이름을 팔아버리는 건 아닌가.. 고민한다. 이채준 스승님이라면 이런 '물건' 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장인 등급의 파장을 뚝딱 만들어내지만 생산성은 없다. 하지만 다루기는 쉽다. 인간이란 탈을 쓴 날벌레들로부터 지켜주고 소재를 제공해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내 무기를 만든 자도 장인... 장인은 이미 충분히 넘치지 않을까? 아니, 하지만 이채준 스승님이라면 다른 쪽으로 커넥션을 연결시켜 그 쪽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받을수 있을지도...
"니가 원한다면 그쪽에 인맥을 형성해줄수도있다. 니 가치를 증명하면 가치를 아는 사람을 찾아가 후원자가 되는 게 어떤교 하고 입김을 불어넣을수도 있고... 정 안된다면 그쪽에 전용 장인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 격 떨어지는 물건을 사는 거는, 오히려 더 자신을 까는 것밖에 안 되지. 특히 장거리를 커버해야 하는 저격수에겐 더더욱 말야. "
툭 하고 부딪힌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높혀 시윤은 얼굴을 살펴봅니다. 등에는 커다란 저격총을 걸치고 있는 인물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오른쪽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이 없고, 텅 빈 공간만이 남아있단 점입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시윤을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 이런 학생 수준에 어울리는 물건들 속에는 진짜를 찾기 어렵지. 그렇지 않나? 클래식한 롱 슈터 학생. "
>>632 쓸만한 무기를 찾아보더라도, 이 가격대에선 일반 등급의 물건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고레벨로 갈 수록, 사용하기 좋은 아이템들은 대부분 일반 등급의 아이템들이 대부분이 됩니다. 고레벨을 감당할 수 있는 일반등급 아이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싸니까요. 고레벨의 각성자들의 돈이 살살 녹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의념 각성자의 기술 중 의료계통 각성자들의 기술 중에는 '생명 공유'라 부르는 특별한 효과를 지닌 기술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하여 아군의 사망,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한다면 의념의 힘을 이용하여 질병을 일시적으로 이전시키거나, 제거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빈센트에겐 하등 소용이 없는 발표란 거죠. 이런.
>>638 선홍빛의 차 위에 작은 벚꽃을 닮은, 무언가가 피어납니다. 끝없는 표류를 이어가는 듯한 무언가의 표류는, 종착점 없이 떠나고 있습니다.
" '심장'. 이 정도면 되겠죠? "
메리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손을 젓습니다. 축객령으로 보입니다.
>>639 정신력이 크게 회복됩니다!
아이템 '초당도 마쉬멜로우'를 섭취하였습니다. 하루 간 정신력이 매 턴 조금씩 회복됩니다.
" 호홍, 과자를 먹고 싶다면 가끔 찾아와도 좋아용. 그럼. 아저씨는 이만 가보도록 하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