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질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메시지이기에 자신이 누군지 직접적으로 쓰면 안됩니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이 스레는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과거엔, 많은 것이 있었다. 많은 무언가가 영월과 청의 사이에 혹은 서로에게 있었다.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속절없이 흐른 시간 속에 부서지고 닳고 떨어져 흔적조차 남지 않아버린 것이 허다하다. 그나마 남은 건 잔해가 되어, 그 잔해에 묻힌 이는 누구이며, 딛고 선 이는 누구일까.
그녀가 문을 열어 들어오라 하니 그는 말없이 들어와 주방으로 갔다. 시선은 줄곧 바닥 아니면 들고 온 것들에 있었던 것 같다. 초겨울 새벽바람처럼 가버리는 그의 모습을 보다가 그녀는 침대에 앉았다. 용건이 끝나면 부르라는 그녀의 말에도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잠시 이마를 짚고 있다가 옆으로 툭 쓰러졌다. 구겨진 이불 위에 모로 누워 주방으로 향하는 허공을 바라본다. 아득히 기억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두통은 가라앉고 설핏 눈이 감겼다.
잠과 꿈의 경계에서 일렁이던 그녀를 불러들인 건 다 됐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딱딱한 부름 탓인지, 흠칫 놀라며 눈을 뜬다. 잠시간은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느라 주변을 천천히 돌아본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코로 느껴지는 향긋한 음식냄새가 먼저 정신을 깨웠다. 아, 맞다... 불과 30분 전, 그를 방에 들였던 사실을 떠올린 그녀는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밋밋한 머리끈으로 산발이 된 머리를 묶으며 비실비실 식탁으로 걸어간다. 이 꼴로 나가는 건 무리일테니 이걸로 대신하자는 그를 보고 식탁 위를 본다. 그녀의 자리엔 향긋한 음식의 근원으로 보이는 냄비가 있고, 먼저 앉은 그는 시리얼을 그릇에 붓고 있었다. 식탁을 반 갈라놓은 것처럼 극과 극으로 나뉜 상차림을 보고, 다시 그를 본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가 새로운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왔다. 실내화도 없이 맨발을 슥슥 끄는 발소리가 식탁으로 다가와 서더니 새로 가져온 그릇에 수프의 내용물을 덜어내었다. 절반 조금 안되게 수프를 덜고 덜어내는데 쓴 숟가락을 그릇에 꽂아서 그의 시리얼 그릇 앞에 내려놓는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한마디도 없이 움직이고서 자리에 앉은 그녀가 툭 내뱉었다.
"술은 당신도 마셨으면서."
의중을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그녀는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수프를 앞접시에 덜어 푹 잠긴 바게뜨를 작게 자르며 식힌다. 예나 지금이나 뜨거운 건 쥐약이었다. 뭐든 한참을 불어 식힌 후에나 먹던 습관도 그대로였지만, 지금은 앞접시를 뒤적이며 식는 걸 기다린다. 겨우 식은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떠서 먹기 시작하면, 입에 그의 음식을 넣으면... 비로소 수프는 줄어들었겠지.
그녀는 제멋대로 덜어놓은 수프를 그가 먹는지 따로 확인은 않았다. 다시 주려고 하면 그릇을 밀어내거나 냄비를 자신의 쪽으로 당기며 거부는 확실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먹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그릇도 냄비도 비어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그제사 작게 말한다.
"잘 먹었어요."
수프 만으로 해장이 잘 되었는지 그녀의 안색은 많이 나아져 있었을 것이다. 잠시 쉬면서 빈 그릇과 식탁 사이로 시선을 내리고 있던 그녀가 조금은 늦은 물음을 꺼낸다.
"왜, 가져온 거에요? 제가 미운... 원망하고 있던거 아니었나요."
자신이 밉고, 원망스럽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아니었는가. 그런데 왜, 굳이, 음식을 만들어주었는지. 다 먹은 후이니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어떤 대답을 듣더라도.
삼 년쯤 전 어느 날 주말 아침과도 같은 그런 풍경이었다. 언제나처럼 패션센스는 찾아볼래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옷을 입은 어벙한 연인과,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이 차려져있는 식탁, 그 위로 흩어지는 햇살까지. 그러나 그런 풍경에서 마치 퍼즐조각 몇 개가 사라지거나 바꿔치기당한 것처럼, 그 풍경의 듬성듬성 비어있는 부분이 영월에게는 비명처럼 분명히 다가왔다. 차갑게 굳은 얼굴로 강청은 반대쪽, 당신을 위해 빼어놓은 의자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그릇에 우유를 부었다.
분명히 향기로웠고, 분명히 이국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매콤함과 지나치지 않은 감칠맛이 편안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왜인지, 어째서인지...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넘기면서, 이상하게도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만들어낸 듯한'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입안에 든 것을 뱉거나 수저를 내려놓기에는 너무도 보잘것없고, 가볍게 모른 척해버릴 수 있는 그런 이질감이지만, 알아채지 못하기에는 너무도 분명하게 존재하는 어떤 이질감이 그 그릇에는 있었다. 그의 손은 당신이 그를 떠나온 이후로 좀 더 빨개져 있었고, 좀 더 깡말라 있었고, 좀 더 근육이 두드러져 있었다. 마치 음식 만드는 연장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영월이 다른 그릇을 꺼내오건 말건, 수프를 새 접시에 덜건 말건, 강청에게 뭐라 타박을 하건 말건, 새 수프 그릇이 시리얼 사발 앞에 놓이건 말건 강청은 묵묵히 우유에 만 시리얼을 기계적으로 떠먹었다. 아니, 떠먹는다기보다는 연료투입구에 연료를 주입하듯이 밀어넣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듯하다. 영월이 다른 접시에 수프 한 그릇을 따로 덜어서 밀어주었음에도, 강청은 그게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말 한 마디 없이 시리얼만을 뱃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런 그에게 마침내 무언가 반응을 이끌어낸 건, 식사를 마친 영월의 질문이었다. 강청은 날카롭되 텅 빈 푸르른 눈을 들어올리고 영월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한 마디 툭 뱉었다.
"너 술 못하잖아."
그게 끝이었다.
무슨 일인데 못 하는 술이 이렇게 된 건지. 순두부찌개 끓여놨으니까 아침으로 먹어. 이거 스리라차라는 건데, 핫소스야. 괜찮더라고. 오늘은 이걸 써서 네가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려고. 많이 넣을 건 아니고. 조금만. 그래도 향이 확 좋아질걸. 아, 그거... 새로 키우기 시작한 바질 화분. 말린 거랑, 그 자리에서 뜯어서 쓰는 거랑 향이 다르니까. 그건 양파가 아니고 샬롯. 영국의 유명한 셰프가 맛있는 레시피를 공개했길래 따라해 보려고. 조만간 공휴일이니까, 맛있는 걸 같이 먹고 싶어서─
그런 말들을 입에 올릴 줄 알았던 남자가, 이제는 기계적으로 시리얼만을 입 안에 밀어넣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기억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그 남자에게는 없어져 있었다.
강청은 일어나서 식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릇도, 앞접시도, 자신이 시리얼을 말아먹은 사발도, 쓰지 않은 숟가락도 정리했다. 그러나 아직 반절 조금 안 되는 양의 수프가 남아 있는 그 그릇만은 그대로였다. 그는 그릇들을 모두 정리해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곧 설거지를 시작한 듯, 쏴아 하고 싱크대에 수도꼭지 열리는 소리가 영월에게도 들려왔다.
왜- 냐는 물음은 이번에도 짧은 대꾸로 끊겼다. 분명 언젠가는 더 많은 대답이 돌아왔었는데. 묻지 않은 얘기도 해줬었는데. 위장은 편해졌지만 그 속 깊은 어딘가는 되려 뻐근해졌다. 그가 식탁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않았다. 저멀리 주방에서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가슴팍을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얄팍한 옷감 너머로 팬던트의 감촉이 아릿하다.
부서진 잔해를 밟고 선 건 자신이었다.
설거지하는 물소리 만이 주방을 넘어 방안을 조용히 울리고 있다. 그녀는 굳은 듯이 의자에 앉아있다가, 삐걱이는 움직임으로 일어나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물이라도 마시러 가는 건, 아니었다. 힘없는 걸음은 싱크대 앞에 선 그의 뒤로 다가가 옷을 잡으려 한다. 전날 밤 잡았던 것처럼. 하얀 손이 움직이고 나면 작은 목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원하는게... 뭐에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해요...?"
어차피 보이지 않을텐데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차마 발 밑도 보기 힘들어 눈을 꾹 감았다.
너무도 기계적인 목소리다. 쥐어짜이는 심장을 거머쥐고 등 뒤에서 옷깃을 붙잡고 애걸하는 한때 애인이었던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기에는 너무도 무심했다. 핵겨울이 몰고 온 진눈깨비를 뚫고 나오자, 회색 낙진으로 뒤덮인 황야가 나타났다. 그는 산산조각이 났다. 인간으로서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면 안 되는 여러 부분들이 사라졌거나 망가졌다. 새는 태어나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부수어야만 한다. 산산이 조각난 세계를 보는 소감이 어떤가. 강청은 영월의 소감이 어떠하건, 아랑곳없이 손을 움직여 계속 설거지를 이어갈 뿐이다.
"정말이지."
사발을 건조대에 올려둔 강청은, 마지막 남은 설거지거리인 냄비 안으로 수세미를 툭 던져두고 고개를 뒤로 돌려 영월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눈이, 마치 모조로 만들어진 마네킹 눈 같이 공허하게 바라본다. 시선도 잃고 초점도 잃어버린 눈이 물리적인 방향만을 겨우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영월이 잔인하기를 바랐건만. 자신을 뒤로 하고 이기적으로 그녀만이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랐건만. 그러면 영월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니 자신이 버려졌고,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이라도 해볼 텐데. 잔인함이라는 훌륭한 도구까지도 필요없이 그냥 맨손으로 대중없이, 그렇게 대충 탁 털어버렸다는 말인가. 강청의 얼굴에 차가운 조소가 걸렸다.
연애/플러팅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나 사실 어떻게 할지는 개개인의 자유니까요. 자신의 캐릭터의 연애의 미래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가 이 스레의 전재조건인걸요. 결론은 저는 막 연애스레인데 왜 나는 짝을 못 만들지. 왜 내 캐릭터는 인기가 없지. 이렇게 투덜투덜거리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914 스레의 주된 주제는 연애지만 연애라는 큰 틀 안에 어떤 서사와 주제를 녹여낼지는 오너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915 상황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별 일이 없는 이상 마음을 접어버리지 일단 강청이 가정사가 망한데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지라 자존감이 전무한 상황이기에 감히 누구에게 다가갈 엄두를 못 내 영월이랑은 별 일이라고 칭할 만한 기적적인 계기가 있었을 거야 다시 말해 상대 측에서 공략을 진행해줘야 하는 던전계 남자라고 할 수 잇슴(???)
>>916 (왜 내 캐릭터는 인기가 없지... 라고 구시렁거리기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