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아무리 명문이기로서니 결국 간사한 길을 걷는 문파가 아닙니까, 뜻이 있으면 얼마나 있으오리까. 게다가 발만 걸친 미천한 것이 알면 무엇을 깊이 아오리까. 보기보다 짓궂은 면이 계십니다."
갈라지는 연막 사이로 붉고 푸른 것이 응시해온다. 매캐한 기운이 닿았는지 가볍게 충혈된 채다. 인외와 같은 색이 더욱 기이하게 보이는 감각이 인다. 내려앉는 가루 사이로 작은 몸을 일으킨다. 검날을 쥐고 느리게 매만진다. 지긋하게 들어온 것을 천천히 꺼내듯, 여무는 눈을 낮게 내리깔았다.
"만검매혈萬劍埋血 만사유혈萬死流血 혈원양생血原陽生 청춘원기靑春原氣."
"혈검문의 가르침입니다. 모든 검劍과 사死에는 피가 따르며..그로부터는 으레 생生이 피어나는 법입니다."
"예, 결국은 생生입니다. 생을 위하여 우리는 이 자리에 있지요."
"우리가 가진 생에는 무수한 피가 흘렀을지니, 그 어떤 피도 결단코 헛되이 쓰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이따금 꿈에 빠진다. 어느 자리 할 것도 없이 붉은색이 칠해진 그 날의 옥내. 핏물 속에 찢긴 과거의 '가족'. 네가 취한 생生에는 우리의 만만불측한 피가 따랐노라고, 흉측하게 이지러진 낯으로 그들이 천 개 만 개에 달하는 손을 이쪽으로 뻗는다. 빨갛게, 핏빛으로... 무엇을 보는 중인가, 지금도 몽중이란 말인가.
"............그렇게... 그렇게, 흘린 피를 딛고 닿는 힘껏 생을 취하는 것. 미욱한 머리로 짐작건대 아마도 그것이 혈검문의 극의일 것입니다."
아니면 나의 기망일 뿐일지도 모르지요.
혈검팔초 - 2성 붉은빛 칼날 : 어떤 검이든간에 자신 혹은 타인의 피를 검신에 일정량 저장할 수 있다. 많은 양이 저장될 수록 검신은 붉어지며 검게 변하면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다.
순식간에 검을 틀어 손바닥을 길게 베어냈다. 상처라면 마땅히 얻을 각오로 뛰쳐나가 칼자루를 뒤로 휙 빼더니, 그대로 찌를 기세로 날렵하게 뻗어 들어갔다. 스스로의 피를 입힌 붉은 칼날이었다.
"생生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 의지'인가?"
인간이되 인간같지 않은 인간. 어떤 다른 인간을 떠오르게 하는 인간.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는 자신이 속한 문파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전자라면 숨만 쉬어도 이루어지는 극의이므로 수련따위 필요없고, 후자라면 유한한 극의다. 탄생한 자는 예외없이 반드시 죽는다. 삶은 곧 유예된 죽음, 생사일여 아니더냐?"
혈검문의 극의는 그것보다 깊은 곳에 잠겨있느니라. 하지만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좀 더 생이라는 단어를 정제해볼까. 단어 뒤에 숨은 진의를 향해서.
"생生의 근원은 혈血이라고들...하지. 그럼 혈은 무슨 뜻이냐 이 말이다. 혈은 상징일 뿐이다. 혈검문의 조사는 혈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가."
언문은 뜻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므로 그에 매몰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언문 뒤에 숨은 뜻을 보아라. 잿가루 뒤에 잿가루를 다루는 그녀가 숨어있으므로, 그녀를 붙잡으면 잿가루의 흐름이 손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검을 뽑았다. 나무로 손잡이를 하고 강철로 날을 세운 검.
교룡검법 - 2성 치악 : 위 또는 아래로 빠르게 찔러들어간다. 교룡이 무언가를 물어뜯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두 개의 가느다란 칼 끝이 양측에서 미는 힘으로 자철석처럼 달라붙어버린다. 둘의 거리는 딱. 두 검의 길이를 합친 만큼이다.
혈은 어떠한 것인가. 그는 고뇌한다. 생은 무엇을 말함이며, 혈은 어떠한 뜻을 향해 가리키는 것인가?
"혈은..."
생사일여, 생멸불이일지니. 무엇이고 피로 물들어 부서지던 그 날, 그는 한번 죽었었다.
"혈은......죽음입니다. 내 자신을 있는 대로 전부 찢기는 것과 같습니다. 객체의 의사 따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아니하고 깨트리고 짓이겨서 오롯이 없애는 것과 같지요."
한낱 무뢰한일 적 직접 피를 본 온갖 사람들을 생각하라. 혈검문에 몸을 담아 따랐던 수없는 지령을 떠올려라. 흉기를 쥐고 옹그리며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렇게 흐르는 피가 내 명줄이 보다 질겨지도록 함부로 덧대어지는 것이렷다. 그렇게 하루하루 연명하는구나 하며 생각인지 착각인지 모를 생각을 했다.
자신의 피로 흐트러지던 날...그는 운 좋게도 여신한 생生을 얻었었다. 몽중을 헤매듯한 감각에 그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허면 생生은 새로운 삶이오리다. 없어지고도 남은 잔해를 기워 맞춰 혈로써 비롯된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지금의 내가 있다. 생전의 잔해를 잊지 못해 그러모아 안아 품은 일개 미천한 여무女巫가 보잘것없는 생을 남의 혈로써 이어나가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죽음으로써, 삶을..."
이물처럼 붉고 푸르며 피가 일어난 눈이 깜박이더니, 다시 깜박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퍼뜩 들었다. 몽중에서조차 어긋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근본부터 무언가 잘못됐다. 단어의 장막을 헤쳐 뜻을 헤아리고자 하였는데, 설마 처음부터 그 뜻을 잘못 정의하고 있었던 건가?
죽음으로써 삶이 얻어진다. 혈血로써 생生이 얻어진다. 혈은 단순히 타자를 찢어 뭉그러트리는 일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이 흘리는 피. 자신이 죽음으로서 흘리고 마는 그 피가 자신의 새로운 생生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피는 육체에서 이치에 맞게 순환하여 죽음으로써 얻어진 생을 이어나가겠지. 검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리는 듯했다. 검끝에 닿은 아득히 높은 자의 검이 첨예할 뿐의 탓인가?
"......피를 흘림으로써 새로운 나에 도달한다."
홀리듯이 중얼거린 말에 스스로 놀랄 틈조차 없었다. 끝이 맞닿은 검. 왕의 검을 바깥으로, 제 검은 안쪽으로 가도록 강하게 짓치고 빠르게 더 안쪽으로 파고들고자 시도했다. 달려들듯이 했다. 할 수 있는 곳까지 가까이 파고들리라. 그리고 검을 휘두른다. 안에서 밖으로. 전력을 담아!
"혈血로써 더 높은 생生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그것이 저와 전하의 극의입니까?"
혈은 간단없이 돈다. 생 또한 같은 이치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언젠가는...
그는 아직 꿈에 빠져 있다. 그러나 헤매는 몽중에서도 어딘가 비추는 현세의 빛을 본 듯하다. 그는 온몸을 내던져 붙잡고자 한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은 죽음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다가오고." "죽음, 또 죽음, 그리고 또 죽음이 해탈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다가온다."
"꺼져라, 꺼져라, 다시 켜져라, 그리고 꺼져라. 찬란한 별빛이여."
그녀는 검을 손에 쥐고도 흔들흔들, 버드나무 가지처럼 흔들리며 물러서기만 한다. 칼끝이 옷자락 끝에 닿을까 말까. 간을 보는 재채기처럼 감질나는 짓이었다. 그러면서 법사가 만트라를 읇듯 중얼거렸다. 걸음과 말의 박자가 미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지며 몸과 마음의 힘이 약해지면, 진아는 모든 기관의 생명력을 심장으로 모은다." "육체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생명의 기운이 심장으로 모여 하나가 되면 심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에 빛이 비치고." "진아는 그 빛을 따라 눈이나 정수리를 통해서, 또는 몸의 다른 부분을 통해서 육체를 빠져나가고." "진아가 나갈 때 호흡과 각 기관을 지배하던 생명의 기운이 함께 따라 나가느니라."
그것은 마치 어제 먹은 저녁 식사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일상적이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에 관하여. 특별할 것 없는 것에 관하여.
"이러한 과정 후, 망자의 영혼은 그의 과거 행위와 습관에 따라 강하게 품고 있던 특정한 생각에 끌리게 되는데." "그는 그 생각에 가장 어울리는 육체를 찾아간다. 그 때 그의 모든 행위와 생각과 경험과 느낌들이 함께 따라간다." "풀잎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가 풀잎 끝에 다다르면 몸을 뻗쳐 문득 다른 풀잎 위로 옮겨가듯." "장신구 만드는 사람이 금붙이를 녹여 새롭고 더 멋진 장신구를 만들듯, 맥동하는 심장의 뜻에 따라 피가 온 몸을 흐르듯." "순리에 따라 이 육체에서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옮겨가는 것이다. 그는 신이나 천상의 존재, 혹은 개미같은 미물일수도 있다."
그녀의 옷자락이 펄럭인다.
"우리는 죽음을 거듭하며 더더욱 깊은 꿈 속으로 빠져들고, 마침내 가장 깊은 꿈인 천저에 이르게 되는데." "세계는 꼬리를 삼키는 뱀과 같은 형상이므로 천저는 곧 가장 높은 꿈인 천정과 같다." "천저와 천정을 알게 된 자는 순환을 꿰뚫어보고 해탈하게 된다."
"꼬리를 삼키는 뱀은 혈맥과 닮지 않았느냐.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히 순환하는...." "혈검문의 조사는 그 순환을 알아 시작과 끝 너머로 가고자 했을 것이다."
촤악! 그녀는 별안간 손을 뻗었다. 내기도 살기도 투기도 담지 않은 그저 손. 그녀의 손은 상처를 입어 피가 흐른다. 손가락 끝으로 방울방울 흘렀다.
"봐라. 피가 밖으로 흐른다. 피가 밖으로 흐르는 것은 정해진 맥을 벗어나 시작과 끝 너머로 가는 게다." "그래서 혈검문도 네놈들이 피를 흘리면서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