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리는 눈송이 하나가 손에 닿으면, 렌이 옮겨준 온기 덕에 따뜻해진 손이라서 그런지 눈이 차갑게만 느껴져서 작게 웃었다. 차가운 눈송이가 간지러웠다. 달콤하면 간지러우니까, 솜사탕이 됐나 봐. 렌 씨랑 있어서 솜사탕 됐나보다! 손을 가져온 코로리는 다시 가디건 소매 끝에 손을 숨겼다.
"모란이랑 산수유네ー 렌 씨가 닮았다고 해주는 건 다 좋아ー!"
렌이 자신에게 닮았다 해주는 건 싫은 것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코로리는 렌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 그 손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만져주는 손길이 좋아서 웃어버리다가, 눈가를 매만지러 올라오는 손길에는 눈을 꼭 접어버렸다. 눈을 접으며 웃더니 남아있는 손을 렌의 손 위로 올린다. 손 위에 손을 포개려고 했다.
"그럼 렌 씨가 눈이면, 난 눈이랑 만난 나무니까ー"
숨바꼭질 중이니까 괜찮겠지이! 나무 위에 눈이 쌓이면, 당연히 하얗다. 코로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얀색이라는 것도 알았고, 눈이 쌓이는 곳은 머리 위라는 것도 알아서 조심스럽지 못한 짓을 해버렸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버린다. 새하얀 머리카락은, 빛을 받으면 알록달록하게 반짝거렸다. 보건실에서 보았던 그 색이었다.
"무슨 느낌인지 알거 같네요~ 저도 되도록이면 혼자 있는걸 즐기긴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을땐 얘기가 달라지니까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죠~ 물론... 제 취미가 다른분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요?"
그의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도 있고, 자신 또한 어느정도는 그런느낌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겉보기와 다르게 장난을 치는 것도 좋아했고 하나보단 둘을 더 선호했으니까, 비록 선을 그을지언정 그 기준은 언제나 제멋대로였으니까. 확실하게 거리를 벌려준 그를 생각해서도 소녀 역시 이글루의 벽쪽으로 붙어 냉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후후후... 그렇긴 해도 어찌보면 선배님께서 먼저 들어가신 곳에 합석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작게 어깨를 으쓱이던 그가 살며시 핸드폰을 꺼내 이글루의 벽을 찍는듯하자 소녀도 그런 그의 행동을, 그리고 안의 아늑함을 눈에 담았다. 깊어지는 바다의 입구처럼 검푸른 눈동자에 상이 하나하나 맺혀 머릿 속에 기억이 된다. 이 기억은 앞으로 소녀에게 얼마나 오래 잔류하게 될까? 이 뚜렷한 기억과 기분을, 내년에도 똑같이 느낄수 있을까?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니 고민을 안 하실 수가 없는 걸요? 그래도 신기하네요~ 선배님께서 그런 것도 제게 의견을 들으려 하시다니... 물론 소비자의 의견 풀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긴 하지만요~ 저까지 덩달아 이야기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소녀의 의견도 그저 많은 설문조사의 한 부분일 것이고, 그렇기에 간단하게 말한 것이겠지만 다른의미로서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도 원래 의도는 아니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정돈하던 그가 잠깐 눈을 깜빡이고서 다시금 이쪽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기에, 소녀도 마찬가지로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듣고보니 그렇긴 하네요~ 물론 눈보라가 몰아칠 때도 나가고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도 많은데다 부모님이나 오라버니께 폐 끼치고 싶진 않으니 궂은 날은 피하는 편이죠~
그리고... 그게 바로 제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만약 용왕님께서 정말로 계신다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그게 힘들단걸 아니까, 그래도 이곳이라면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왔던 거랍니다~ 그래도 그것 역시 힘들단걸 아니까, 그 대변자인 바다의 신비를 찾으러 돌아다녔던 거구요. 네... 많은 분들이 '용궁의 사자'라고 부르는 그 물고기 말이죠~"
제 부모님은 그것을 업으로 삼았기에 일찌기 마주친 적이 있었으나, 아직 소녀에겐 흔적밖에 닿지 않았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가장 경관이 좋고 잘 관리되어있는 이곳까지 오게 된것일까? 심해의 그 생물은 용궁과 멀어지면 금방 생을 다한다고 알려졌기에,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교감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었다.
"고등학생다운 이야기인가요? 그러고보니 그때 이후로 선배님과 마주칠 시간이 거의 없긴 했네요~ 아무래도 두명이서 왕게임은 힘드니, 진실게임이 좋겠죠~"
"결국 이용하는 것은 저희 일가가 아니라 찾아오는 고객들이고, 이키노네 씨도 그런 고객 중 한 명이잖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고객의 의견을 듣는게 제일이에요. 이거 괜찮지 않나? 라고 생각한 것이 막상 시행하면 생각한 이에게만 좋은 아이디어이고, 정작 이용하는 이들에겐 별로일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그 부분은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하는 자의 마인드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해도 이전부터 집안 일을 돕기도 했고, 지금은 스파 일을 같이 하고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조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머지 않아 모두 다 자신의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 머지않아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정말 덜떨어진 수준이 되는게 아니고서야 시미즈 가문을 잇는 것은 자신이 될테니 결국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아키라는 생각하며 괜히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용궁의 사자라는 말에 아키라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바다를 아주 잘 아는 이라면 바로 알지도 모르겠지만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탓이었다. 이어 잠시 타임을 외친 그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빠르게 인터넷을 켜고 '용궁의 사자'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이내 나오는 산갈치 이미지를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용궁의 사자인가?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햇으나 아무튼 뜬 것이 이 물고기니까 이 물고기를 기반으로 생각해야겠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산갈치를 말하는 거라면 이 근처에서는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관련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어부 아저씨들에게 물어보면 알려나. 아니. 그보다 이거 안 위험해요? 생각보다 엄청 큰 것 같은데?!"
이거 사람 무는 물고기 아닌가? 아닌가? 안 무나? 그 부분은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다시 한 번 갸웃하던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렴 어떠랴. 그렇게 위험한 물고기라면 아무리 그녀라도 쉽게 접근하진 않겠거니 생각했다. 애초에 이 근방에서는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자신만 잘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질문에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등학교 3학년 생활 때문에 많은 자유를 누릴 순 없었고 학생회장으로서의 일도 있었기에 정말 프리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1년간 학생회장으로서 일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적어도 후회된 적은 없었으니 꽤 쌓은 것 같네요. 이런저런 이들을 만났고, 좋은 구경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라? 싶은 모습을 보기도 했고, 함부로 봐서는 안될 현장을 실시간으로 앞에서 보기도 했고... 나름 인상적인 일도 있었고. 이 정도면 많이 쌓은 것 같네요. 그래도 역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기에... 마냥 놀 순 없어서 더 쌓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네요."
그 부분은 역시 조금 아쉽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뒤이어 얼음벽에 살짝 더 등을 기댄 후, 그는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입구 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키노네 씨는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와서 후회되거나 하진 않았나요? 일단 요 1년은 제가 학생회장이었으니, 괜히 이런 것이 궁금해지네요."
>>606 그런 쪽보다는 그냥 제가 우연히 상판 스레를 좀 둘러보다가 아예 세계관 하나를 통째로 공유해서 1:1 스레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하는 그런 곳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렇게 제공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고..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냥 내키는대로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