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코로리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말에 입맞추는 상상을 해버린 탓이다. 이게 바로 신성모독인가. 그러면서도 렌은 맞잡은 손을 더 끌어당기며 가까이 붙었다. 만약 단 둘이 있는 공간이었다면, 교내가 아니었다면 렌은 코로리의 입술을 충동적으로 훔쳤을지도 모르겠다.
대신 약속하자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에 렌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쑥쓰러움을 타며 그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었다. 입꼬리에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처음 만난 봄날이 지나 이제는 겨울이었다. 뭔가 감회가 새로운 느낌이다. 아마 그 때부터 무언가가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운명이라거나 사랑이라거나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이거나. 어쨌든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 없이.
“시간이랑 싸워서 시간이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어떡해요.”
렌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코로리가 시간과 싸운 탓에 시간이 움직이지 않는 상상을 했다가 이내 흘러보낸다.
렌은 뜬금없이 코로리가 나빴으면 큰일 났을 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나쁜 코로리를 한 번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으음, 생각해보아도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너무 부끄럽게 해버렸나 봐ー! 렌 씨가 꼭꼭 숨고 싶어서 조그마해지면 어떡해. 코로리는 비록 인간계에 내려온지는 3년 뿐이고 연애라고는, 사랑이라고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꿈 속에서 보아하니 인간들이 입맞춤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짓궂다고 말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흔드는 렌을 보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버리기에는 자신도 아직 많이 부끄러워서, 안 한다기보다는 못 한다고 하는게 옳았지만!
"렌 씨가 아니라고 하면 나도 아니니까ー"
렌이 끌어당기면 끌어당기는대로, 가까이 붙으면 붙는대로 사이를 좁힌다. 코로리는 꼭 쥐고 있는 렌의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보려고 했다. 안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혹여 토라지지 말라는 듯이 부드러웠다.
"그러면 시간의 신님 악몽 꾸게 할 거야."
손가락을 걸어주면 렌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꼭 걸었다. 손가락 중에서 제일 작은 손가락들이 만날 뿐인데 왜 이렇게 간지러운지 신기하다. 코로리는 장난기 섞어 시간의 신님에게 악몽 꾸게하겠다고 말 했지만, 렌 씨랑 못 만나게 하면 진짜루 악몽 꾸게 해버릴 거야?! 시계바늘이 다 도망가는 꿈 꾸게 할거라구!
"나빴으면… 렌 씨 데리구 신계로 가버렸겠지이."
렌에게 이렇게 말해버리는게 부끄러웠다. 민망했다. 닿아서 부끄럽고 하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고,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게 당연하다. 그러니 이런 무서운 말같은 것 하고 싶지 않았는데, 렌이 물어보는데 답하지 않을 수도 없다. 코로리는 빨갛게 숙인 고개를 여전히 들지 못하고 조그만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신계라는 말을 입 밖으로 냈지만 바로 옆, 가까이 있는 렌도 겨우 알아들을 목소리 크기라 상관없을 것 같다.
하고 부정하기는 하지만 차마 하겠다는 말은 못하고 또 지금 학교고 어쩌고 구구절절하게 변명하기도 영 멋있지 않은 것 같아서 렌은 눈썹을 축 늘어뜨린다. 여전히 볼이 불그레한 것은 추위 때문 만은 아니리라.
코로리가 시간의 신에게 악몽을 준다는 말에 렌은 작게 웃으면서 손가락을 건 손을 작게 흔들었다가 떼어냈다. 코로리의 손은 자신의 손에 비해 조그마했는데, 그런 손으로 잠을 재우고 꿈을 빚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기 싫다고 울었으면서.”
렌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차양이 드리워진 길은 학교 구석진 외부 비상계단 쪽 출입구에 다달았다. 춥기 때문인지 아니면 급식소와 반대 방향인 외진 정원 쪽이기 때문인지 주변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없고 눈만 소복하게 차양 위와 비상 계단 난간과 아직 초록빛을 띠는 침엽수 위와 마른 잔디들 위에 내려앉을 뿐이었다.
차가운 공기에 코로리가 추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욕심껏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코로리와 함께 눈 내리는 풍경을 더 보고싶었다.
렌은 왜인지 모르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코로리의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톡도독 두드렸다. 이 앞에 눈들을 보라는 의미이기도 했고, 그게 아니라면 나 좀 봐주세요, 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면, 싫은 게 아니라면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코로리는 생각한 그대로를 바로 말해버렸다! 그 다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곱씹고 새빨갛게 익어버렸다. 해명을, 설명을 해야하는데 더워ー 핑핑 돌아ー! 부끄러움에 져버린 머리가 여름철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같았다. 건들면 흐물텅 녹아내려서 제대로 있질 못하는데 코로리 머릿속이 지금 그랬다.
"지, 지금 하겠다는 건 아냐! 하기 싫은 것도 아니구, 그, 그ー 부끄러우니까ー 나는 렌 씨가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니구나, 하구 알게 된게 기뻐서ー"
굿나잇이랑 똑같은데 왜 이렇게 부끄러ー! 굿나잇, 하고 뺨에 쪽 입 맞추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입술에 쪽 입 맞추는 건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설명을 하겠다고 이것저것 말하는데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더 논지가 흐트러지고 문장도 깔끔하지 못하게 변해간다. 때문에 코로리는 이윽고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조금 더 나을 것 같았다. 새빨간 얼굴을 진정시키는데도, 엉성한 설명에게도. 시야가 발 끝으로 가득차서 다른 풍경을 비추질 못한다.
"…. 렌 씨도 짖궂어."
울었다는 이야기를 해버리니, 렌을 흘끗 쳐다보았다가 늦게 입을 연다. 첫만남이 그런 식이었던게 지금도 여전히 부끄러운데, 부끄러운 이유 중 하나를 콕 집어버리니 계속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첫 눈에 반했을 지도 모른다던 렌의 두번째 고백을 기억하지만 못나기만 했던 것 같단 생각은 떨칠 수 없다. 가기 싫다고 울었던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데, 억울하지만 다르다고 설명도 못한다. 렌이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면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부끄러운 와중에도 무슨 일이냐고 묻듯이 , 렌의 손을 꼭 잡고서 렌을 바라본다.
>>127 앗 그런가? (기억 안남) 내 기억으로는 마지막 일상 스즈랑 카루타였던 것 같아 :3 그렇지만... 멀티는 버거울텐데 괜찮겠나? 싶기도 하고 사실 2시간 후에 자러갈거라 핑퐁도 자주 못할것 같네 흐으으음 사실 렌,,, 도 이제 신에 대해서 아니까 미즈미도 어캐 대해야할지 심경 복잡해할 것 같긴 혀,,, (ㅋㅋㅋㅋ) 그부분을 좀 고민하긴 해야겠네 아무튼 렌주만 내킨다면야 편하게 찔러줘!
>>142 ㅋㅋㅋㅋㅋㅋㅋ 미즈미 추위 많이 타서 덜덜 떨고 있는 거냐구~ 스키장에서 보는 거 좋을 것 같아. 눈내린 나무 밑에 서 있는 미즈미 몰래 나무 발로 차서 눈벼락 맞게 하는 장난 치고 싶은데.... 그럼 살해당하려나...? ㅋㅋㅋ? 수학여행 이후로 미즈미는 렌 괴롭히는 거 그만뒀으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145 ㅋㅋㅋㅋㅋㅋ 엄청 싫어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한창 예민한 시기의 할머니) 살해 까진 아니고 너 나한테 그러면 안되지! (땡깡) 정도의 분위기려나 ㅋㅋㅋㅋㅋ 미즈미,,,,, 사실 본인도 애인 생겨서 신경 못썼을 것 같지... 거기에다가 내 친구.... 애인이... 내 손자?! 같은 기분이라 좀 피해다녔을 것 같네 사유 : 기분이 묘함 아무튼 뭔가 데먼데먼 볼때마다 슬금슬금 피하면서 꼰대 발언이나 했을듯,,, 아무튼 눈벼락 맞는 거 좋아 ㅋㅋㅋㅋ 기ㅡ걸로 할까?
>>1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엽겠다 ㅋㅋㅋㅋㅋ 피해다녔겠구나! 렌은 그 때 이후로 미즈미가 자신을 이유없이(이유:얼굴) 싫어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잘못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 좀더 미즈미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복수다()라는 마음으로 장난 칠 것 같고. 좋아좋아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몸을 숙이고 닿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리가 느끼기에는 너무 길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이리저리 튀어다니기 충분하도록 길었다! 우선 긴 시간의 반절 넘도록은 확신을 갖기 위하여 소모되었다. 방금, 방금 안 한다고 했는데! 지금 하겠다는 건 아니라구 엄청, 엄청 도토리처럼 말했는데! 그러니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예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싶고, 아닌가 싶고, 그러다가도 안 한다고 말한 것도 지금 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말한 것도 전부 자신이었으니까 렌에게는 해당 사항 없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나도 하고 싶은데ー! 받기만 하고 싶지는 않아서, 하고 싶어서 기다리지 말고 다가가버릴까 고민해버렸다. 저질러버리기 전에 닿아버려서 눈도 꼭 감아버리고, 깍지끼고 있는 손가락 끝에 힘이 꼭 들어가버렸지만! 물론 저지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
렌이 다시 멀어지기 전에, 숙인 몸이 온전히 펴지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닿으려고 했다. 닿지 않을 것 같으면 까치발까지 들어서 저질러버리는 것이다! 먼저 입 맞춰주었으니까 나도, 나도 해도 되는 거잖아! 코로리는 렌이 피하지 못 하게 하려고 깍지끼고 있는 손은 물론, 놀고있던 다른 손도 렌을 붙잡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옷 소매 붙잡은 것이라 피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코로리는 이미 새빨갛기 때문에, 만약 닿지 못하면 이제는 더 빨개지지는 못 할 것이다. 다만 주변이 어떤지 신경쓰지도 못 하고 렌의 품에 폭 얼굴을 묻으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렌은 동급생 중에 신경쓰이는 이가 한 명 있다. 분명 렌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많이 주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꽤나 다른 이들을 관찰하거나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에 대해 예민하곤 했다. 그래서 아마 더 미즈미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미즈미는 2학년에 들어서서 마주칠 때마다 시시콜콜 시비를 걸었는데—공을 던진다거나 등등— 이상하게도 여름의 수학여행 때 마주친 이후로 이제는 자신을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이 미즈미에게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미즈미에게 확실하게 들었고, 또 자신이 싫은 이유가 딱히 없는 것—있기는 한 것 같았지만 제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에 좀더 렌은 당당해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미즈미가 시비를 걸면 맞대응을 할 생각이었는데 피해다니거나 가끔 투덜대는 말만 하는 터라 적당한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미즈미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한참 스키를 타고나서 잠시 쉬려고 잠시 장비를 정리해둔 채 지나가던 길에 나무 아래 서 있는 미즈미를 발견한 것이었다.
마침 그 나무는 눈이 잔뜩 내려 무거워하고 있는 중이었고, 렌은 장난기가 발동해 미즈미의 뒤로 돌아서 접근했다. 그리곤 나무를 발로 차고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후드득 나무가 몸을 털며 무겁게 지고 있던 눈을 쏟아냈다. 재빨리 뒤로 물러난 렌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겠지만, 나무 아래에 서 있던 미즈미는 눈을 잔뜩 맞았을 터였다.
미즈미가 뒤를 돌아보면 흰색에 검정 체크가 크게 들어간 스키점퍼에 아래는 검은 스키바지를 입고, 목에는 검정 넥워머를 머리에는 검정색 심플한 털모자를 쓰고 있는 렌이 보였을 것이었다. 그렇게 단단히 무장을 한 채로 머리에는 흰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고글을 이마에 걸친 채 딴청을 피우고 있다. 스키복을 입고 있지만 머리는 땀에 젖어있고 신발은 운동화 차림인 것이 스키를 타다가 이제 쉬러 가는 차림이었다.
/ㅋㅋㅋㅋㅋ 꼬장 부려도 오케이라구 ㅋㅋㅋㅋ 그런 두 사람의 모습도 너무 귀엽지 않냐 이말이야~ 과연 언제쯤 친해져서 연애상담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런지…ㅎㅎ…. 답레는 천천히 줘도 오케이야~
입술에 입술이 닿는 감촉은 뺨에 입술이 닿는 것과는 달랐고, 조금은 촉촉하기도 하고 겨울 바람의 차가움이 묻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 닿았을 뿐인데 금방 뜨거워져서 렌은 조금 성급히 입술을 떼어버렸다. 충동적이고 어설픈 마음에 불이 붙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눈을 꼭 감았던 코로리가 이내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봤을 때 렌은 웃었던가 아니면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가. 그건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코로리가 바로 다시금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 렌이 붉어진 얼굴로 코로리가 붙잡은 대로 엉성하게 몸을 숙이고 있다가 코로리가 입술을 떼면 잠시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었다. 그리곤 코로리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꽉 안아버릴 것이었다. 렌의 몸은 겨울답지 않게 뜨끈뜨끈힐지도 몰랐다.
“…많이 좋아해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만큼. 머릿속이 눈밭처럼 하얗게 되버릴 만큼. 차마 닳을까 손대기도 어려울 만큼. 가끔은 집어삼켜버리고 싶을 만큼요.”
코로리가 살짝 숨이 막힐 정도로 꽉, 끌어안은 그 몸에서는 앓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급하고 바보같이 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리 앞에서는 늘 이리저리 휘둘리며 끈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코로리가 잠의 신이기 때문에 마치 꿈결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는 걸까.
“…코로리 씨도 그런가요?”
코로리에게 속살거리듯 묻는다. 나만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마찬가지로 코로리 또한 나를 많이 많이 좋아해주기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요즘 날이 부쩍 추워진터라 나는 행동이 뜸해졌다. 원래 물과 뱀은 날이 추워질 수록 활동이 줄어든다더니, 딱 그 꼴이다. 때문에 나는 내 머리색과 퍽이나 잘 어울리는 눈송이 사이에서도 몸이나 부둥키고 있었다. 나는 요즘 인간들에게 가식하기도 그만뒀고 예전만큼이나 인간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날이 추워서도 있었고, 이미 애인이 있는지라 한눈 팔기 싫다는 마음도 한 몫 했다.
때문에 요즘들어 인간 보기를 돌보듯 하고 있다만... 그게 제 손자격 되는 인간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최근들어 녀석을 볼때마다 마음이 심란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피하기를 반복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내 친구의 애인이 내 손자고 내 손자의 애인이 내 친구인데 둘 다 그 사실을 모르고 나만 알고 있으니 갑갑하기 짝이 없는 게 아닌가. 참으로 인생사가 미묘하다.
그런데 이놈은 복잡한 내 마음도 모르고 이게 왠 날벼락이냐. 나는 차디찬 눈을 뒤집어쓰고 너무 놀라 등을 돌렸다. 근데 웬 걸. 방금까지 날뛰었을게 뻔한 옷차림으로 뻔뻔하게 서있으니 나는 울컥하는 마음에 불쑥 튀어나는 말을 참지 못하고 만다.
"예의 없기는! 채통머리도 없어!"
하며 부르르 떨자, 내 몸에 있던 물기며 눈덩이가 전부 사라졌다. 아차하는 마음에 나는 눈 털기 장인인 척 뻔뻔스레 몸을 마구 털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저 뻔뻔스러운 낯이 재수없어서 눈뭉치를 들어 그대로 던져버렸다. 퍽, 얼굴을 향해 날라가는 눈은 내 의지를 잘 따라주는 모양이다. 나는 재수없는 걸 알면서도 이죽거렸다.
목도리를 매어주는 척 하면서 뺨에 몰래 입 맞췄을 때도, 손등에 욕심껏 입 맞춰버렸을 때도, 지금도 똑같았다. 짧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는 자그마하고 오늘만 벌써 세번째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세번째에 닿은 곳은 입술이라는 것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누가 더 붉고 덜 붉고 할 것이 없어서, 코로리는 말을 하지 못 했다. 나도 해버렸다ー! 하고 웃어버릴려고 했는데 꾹 눌러뒀던 말이 튀어나오려고 해서 힘들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못 하고 있었고, 정 이 말을 하고 싶다면 렌에게 허락이라도 구해보자고 생각했다. 입을 열려고 하니, 그러기 전에 렌이 꽉 안아온다.
"렌 씨 머릿속이 눈밭처럼 하얗게 돼도 좋아해. 난 렌 씨 손에 닳아도 좋고, 집어삼키는 건… 조금 더 작아져볼게!"
숨 쉬기가 조금, 조금 불편했다. 그렇지만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렌을 꼭 마주안은 코로리는 고개만 폭 젖혀서 렌을 바라보려고 했다. 렌이 코로리를 보고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금은 그냥, 저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랑스러운 인간을 눈에 한 번 더 담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도 된다고, 괜찮다는 듯이 렌을 안고 있던 손이 등을 쓸어주듯이 토닥거린다.
"응, 많이 좋아해. 많이 좋아해서, 아무것도 모른 척 렌 씨랑 엄청 많이 긴 시간을 약속해버리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근데, 렌 씨한테 너무 무겁고 무서울까봐 안 된다 하게 되고, 말 못 하게 돼."
스스로 조금 더 숨 쉬기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미 렌이 꽉 끌어안아주고 있는데 꼭 마주안은 걸로도 모잘라서 똑같이 꽈악, 렌이 안아주고 있는 힘만큼 똑같이 안아주려고 스스로를 렌의 품 속에 묻어버린다. 그렇게 긴 시간을 흘러보내왔으니까 기다리는 건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쿵쿵거리는 심장의 그림자는 전부 욕심이다.
조금 더 작아져본다는 말에 렌은 긴장이 풀리면서 웃음을 뱉고 말았다. 제 욕심 가득한 말이 코로리 앞에서 귀엽게 바뀌어버리고 말아서, 그럼에도 그것이 좋아서 웃어버린 것이었다. 꽉 안았던 것도 이내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바뀌었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는 손길이 따뜻해서 좋았다. 코로리는 마치 제 모든 어리광같은 걸 다 받아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잠의 신인 걸까. 잠의 신이란 모든 이들의 잠투정을 다 받아줄 정도의 아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로리가 제게 하는 말들이 눈더미처럼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코로리는 제 생각보다 더 나를 좋아하는걸까.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전해오는 말에 렌은 방금의 입맞춤보다 지금이 더 어지럽다고 생각해버린다. 코로리가 꽉 끌어안아오는 몸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코로리한테 이 심장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냐는 그 말에 렌은 차마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왠지 심장이 울렁울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울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덜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무섭지만 무르고 싶지는 않았다.
“…코로리 씨는 저를 사랑하나요?”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그마하게 되묻는 것은 코로리의 입으로 저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말을 듣게 되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렌이 조금 느슨하게 안아주면, 코로리는 렌의 품에서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렌과 마주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냐는 욕심이 덕지덕지 묻은 질문에 렌이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눈 보고 이야기해주고 싶으니까! 조그맣고, 작게 떨리는 렌의 목소리에 마음이 저려왔다.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렌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니, 사실 괜찮지 않았지만 참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렌 씨는 나 사랑해? 하고 수줍고 떨리는 마음으로 되묻지 않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버렸다고 생각하니까.
"응, 사랑해."
드디어 입 밖으로 내버리면 말이 쏟아져나올 것 같았다.
"정말, 정말 많이 좋아해서ー"
눈을 꼭 맞추고, 환하게 웃으면서 사랑을 속삭이다가 그 웃음이 일그러질 것 같아서 다시 꼭 렌에게 안겨버린다. 나도, 내가 인간이었으면 좋을 만큼 사랑해. 그런 말은 할 수 없으니까, 이런 말들까지 쏟아져 나오지 않게 속에 갈무리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이미 렌에게는 버거울텐데, 그래서 인간이길 바랄 만큼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얼마나 더 버거울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코로리는 속이 너무 뜨거워서 따끔거리고 욱신거렸고, 아픈 만큼 렌을 꽉 안으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인게 이상했다.
품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바라보는 이의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렌은 어질어질한 기분이었다. 겨울이라서 다행이었다.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식혀주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한다는 그 말에 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벅차기도 하고 울렁거리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왜 그런 감정이 밀려오는지 알기 어려웠다. 아마도 그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제 자신은 겉보기와 달리, 그리고 체육계라는 편견과 달리 꽤나 감수성이 높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그래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또한 쉽게 그리고 장난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기 위해서 그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 늘 곱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이들은 늘 제 곁에 없었다.
저를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다른 이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버린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에게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집을 비우고 있는 어머니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이들을 사랑했고, 그리고 한 켠으로 그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머니마저도 자신은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말해왔으면서도 내심 속으론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내 품에 들어온 이 작은 신 님도 언젠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한다는 그 말에 마음이 너무 벅차서. 그럼에도 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렌은 코로리를 꽉 끌어안았다.
“…나도 사랑해요. 진심으로 정말 많이.”
오지도 않는 미래를 생각하기엔 지금의 감정이 너무나 컸다. 이런 커다란 감정을 서로 얽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이 얽힌 감정이 강제로 뜯어지게 된다면 죽을만큼 아프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했다.
“그러니까…. 코로리 씨는 나를 떠나면 안 돼요. 늘 옆에 있어줘요.”
상처받은 짐승처럼 아픈 목소리를 낸다.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민낯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지만 렌은 늘 외로웠다. 아마 코로리의 말 한마디로 옆에 있겠다는 말을 다 믿을 순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도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럼 그 때 쯤에는 믿을 수 있을 것이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나는 매섭게 날아오는 눈들이 서럽다. 제 모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효자 놈들... 찬 기운이 추적하게 얼굴을 적시는 탓에 금세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입을 삐죽이려 하지 않아도 입을 삐죽이고, 노려보려 하지 않아도 널 노려보게 되었다.
"그게 다 어? 마시는 물이 맑고 좋아서 그래. 물한테 고마워해."
아무튼 그렇다. 육각수, 물은 모든 걸 알고 있다 어쩌고 저쩌고. 잘은 모르겠고 아무튼 물이 좋아야 몸도 좋다 이 말씀. 물론 나는 온 몸이 차고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원래 신과 인간의 몸은 다른법이다.
나는 시린 손으로 눈 뭉치는게 짜증이나고, 무엇보다도 계속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싸움은 그만하기로 했다. 복수는 후로 미루도록 하자. 골려주는 건 스키 탈 때 해도 좋다. 갑자기 눈덩이가 불쑥 튀어나온다거나 이상하게 얼음이 미끄럽다거나 하게 하는 일은 어렵지도 않지. ...다른 신이 눈치채지만 않으면 좋겠다.
가미즈미 고등학교가 겨울방학을 맞이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센터시험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이제는 고등학교 3학년들도 조금은 학업에서 해방이 되고 그와는 반대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대로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가미즈미에는 오늘도 하얀색 눈이 계속 내렸고 그에 따라 물이 많은 가미즈미인만큼 깨끗한 얼음도 여기저기에 많이 발생했다.
그 얼음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어서 광장에 장식하여 자신이 만든 작품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마츠리인 '코오리마츠리' 역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물이 많아 겨울이 되면 얼음이 많아지는만큼 얼음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가 많았고, 그에 따라 얼음 작품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공식적인 자리인만큼 이 시기가 되면 정말로 가지각색의 얼음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커다란 성을 조각한 것도 있었으며, 각지의 유명한 관광지. 이를테면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를 작품으로 만든 것도 있었으며, 정석적인 사람 동상을 만드는 이도 있으며, 신을 조각한 것 또한 존재했다.
그야말로 얼음 조각을 둘러보면서 즐겁게 구경하는 마츠리인 코오리마츠리를 축복하듯, 올해 역시 가미즈미에는 수많은 얼음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에 학생들 중에서는 어쩌면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해놓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슬슬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만큼, 얼음 작품들을 구경하며 올해를 보내기 전, 가볍게 송년회를 하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7월 11일부터 7월 20일까지! 넉넉하게 코오리마츠리를 즐길 수 있어요! 내옆신 스레의 마지막 마츠리이고 이 이벤트가 끝나면 아주 짧게 졸업식 이벤트를 열 예정이며 그 이벤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 스레는 끝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듣고 싶었지만 일부러 기대하지 않았던 말, 듣고 싶다고 말하지도 않았던 말을 듣게 되면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몸을 흠칫 떨지도 않았고, 품에서 다시금 빠져나와 놀란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어, 또 듣고 싶어ー.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그 목소리를 꼭 새기려고 꽉 안는대로 안겨있고, 그대로 꼭 안고 있었다. 기뻐서, 기꺼워서 웃음이 나는데 눈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붙잡았다. 또 우는 모습을 보이기 부끄럽고, 이렇게 울어버리면 렌의 옷이 젖어버릴테고, 무엇보다 렌이 아픈 소리를 내어서 괜찮다고 웃어주고 싶었다. 웃는게 렌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모르지만 그랬다. 코로리는 울음을 삼키려는 듯이, 혹은 작게 투정부리듯이 꼭 안고 있어 렌의 품에 꼭 묻혀있는 상태로 뺨과 머리카락을 부빗거렸다.
"나 렌 씨가 많이 좋아."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코로리는 숨을 골랐다. 긴 말을 해야해서였다. 렌을 안고 있는 팔에는 계속 꼭 힘을 주면서도 다시금 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사랑한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들이니까, 이 말들도 눈을 보고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처음 만났을 때 놀랐을텐데, 무서웠을 수도 있을텐데 상냥하게 대해준 거 좋아해. 믿기 힘든 이야기 믿어줘서, 약속해준다고 우는 것까지 보듬어줘서 좋아해. 놀라면 안심시켜주려고 할 때 목소리도 좋아하고, 조금 짓궂게 구는 것도 장난스럽게 구는 것도 귀여워. 렌 씨 손이 닿으면 훨씬 커다랗고 따뜻한 것도 좋아하고, 수영에 열심히 하는 모습도 멋있어서 좋아해ー 부끄럽게 만들어버리면 볼이나 목덜미나, 뒷머리 만지는 것도 귀엽고, 답장 안해도 괜찮은 문자들에 답해주는 것도 좋아해. 내가 까치발 들면 자연스럽게 숙여주는 것도 좋아. 잠을 잘 자서가 아니라도, 렌 씨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반짝반짝 후링 씨야."
울음을 잘 삼켜내고 띄운 웃음은 수줍음이 어렸다. 좋아한다는 말을 어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나열해서 말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이만큼 많이 좋아해, 이만큼 많이 사랑해! 라고 알려주는 중인 거였으니까!
"그러니까, 많이 사랑하니까 렌 씨가 싫다고 안 하면 계속 옆에 있고 싶어. 있게 해주면, 계속 있을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옆에 있을 자신이 있었다. 코로리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마주보는 눈에서 이런 감정을 본 것 같고, 저런 감정을 본 것 같았다. 아픈 목소리를 낸 만큼이 눈에 비추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저 안 쪽이 따끔거렸지만, 코로리는 방글 웃으면서 고백을 늘어놓았다. 아픈 만큼 울어도 괜찮았고, 아픈 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하면 보듬어줄 수 있는지, 안 아프게 해줄 수 있는지 모르니까 서투르다고 생각했는데 웃었다! 렌이 웃어주니 코로리도 활짝 웃었다.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많이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웃어주면 따라 웃어버리고 만다.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모르지만 안 아프면 좋겠으니까! 내가 렌 씨 웃게 만들었다ー 라고 생각하면 기쁘잖아ー. 물론 렌이 폭 안아버려서, 또 빼꼼 고개 내밀어 계속 웃는 얼굴 보고 싶은 마음을 눌러두었지만!
"응! 아직 더 남아있는 건ー 나중에 또 이야기해줄게!"
토닥토닥, 한 번 더 렌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느렸다.
"그럴리가ー 꽃다발 씨는 렌 씨면서."
늘 렌을 올려다보지만, 코로리는 늘 렌을 작고 사랑스러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인간을 마음에 품어버려서 어쩌나, 인간을 위한다는 신에게 우선 순위가 생겨서 어쩌나 생각하고는 했던 적이 있었다. 그마저도 생각을 멈추게 되어버렸다. 어쩌기는, 계속 좋아할거야! 그게 코로리의 답이었다.
"렌 씨가 놓으면 쫓아가버릴 지도 몰라."
미워할 수도 있으니까,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옆에 나란히 서지도 못 하고 뒤를 쫓을 것 같았다. 그마저도 싫다고 하면, 그때서야 못 쫓아가게 되겠다. 손 놓는 일 없다고 하니, 쓸모없고 의미없는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리도 손을 놓을 일, 절ー대 없어!
"계단참! 숨바꼭질 같아ー"
코로리는 렌이 살짝 떼어내면 품에서 살짝 빠져나와 렌을 바라보았다. 바로 속삭이는 목소리에 간지러워서 조금 웃다가, 재미있어보이는 쪽의 선택지를 고른다.
>>429 얻. 별로 특별한 모습은 없을 거예요. 그냥 혼자서 조용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동상을 구경하다가 멋진 것이 있으면 사진도 찍고, 성 같은 것이 있으면 괜히 앞에서 포즈도 취해보고, 만져도 되는 그런 것이 있으면 아주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딱 그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이글루 같은 거 있으면 쏙 들어가보기도 하고요!
헉 ... 막 러브레터가 꽂히고 그러는걸까요 ... 코세이는 불안해서 대학교 못간대요~~ 요조라를 믿지만 그 싱숭생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코세이도 대학 가면 이런저런 대쉬는 많이 받을지도! 사실 동거는 요조라도 졸업하면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구 있어서 ... 졸업하자마자 바로! 는 안할 것 같네요 ~
코로리는 몸집도 작고 색으로 치자면 붉은 빛이 어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은 코로리가 가끔은 크고 드넓은 바다같이 느껴지곤 했다.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것에 가까우면서도 꼭 안겨있는 느낌이 들곤 했으니까.
마치 석양으로 노을져 붉은 빛을 띄는 바다와 비슷하지 않을까. 코로리가 바다라면 자신은 그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리가 수천년을 살아온 신이고 자신이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으니 아마 저 비유가 맞을 것이리라.
“부디 쫓아와 주세요.”
렌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코로리가 너무 좋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도 너무 고맙고 소중했다. 자신은 코로리가 저를 놓아버리면 차마 쫓아갈 생각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런 것으로 보면 코로리가 자신보다 더 마음이 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버린다.
숨바꼭질 같다며 숨자는 그 말에 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코로리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 몰래 외부 계단참 쪽으로 올라간다. 눈이 쌓이지 않은 중앙 부분으로 발을 딛으며 1층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갔다. 이쯤 되면 인적이 더 드믈어져 버린다. 난간으로 눈송이가 새어들어와 렌과 코로리의 뺨을 간지럽힌다.
“와, 눈 진짜 많이 내렸다.”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학교의 풍경에 이미 눈이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옅은 입김과 함께 렌은 혼잣말같은 탄성을 뱉었다.
렌의 발자국 위에 코로리의 발자국을 포개면, 아무래도 코로리의 발이 더 작을테니까 발자국은 한 쌍만 남을 것이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쫓아가겠다는 뜻은 아니고, 렌이 어디로 가든 놓치지 앉고 꼭 잘 쫓아다니겠다는 뜻이었다. 헤실헤실 웃은 코로리는 다시 손을 잡는 렌의 손에, 이번에는 선뜻 깍지를 끼려고 했다. 렌이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렇게 렌의 따뜻함을 조금씩 옮겨와서 이제는 시리지 않은 손이 되었으니까 손가락을 얽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숨바꼭질 하듯이 계단참으로 오른다. 술래를 자장자장 코 재워버리면 반칙이겠지ー? 눈 오는 학교,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선생님을 재워버리는 것 자체가 큰일이지만!
"차가ー"
코로리는 눈이 뺨에 닿아 녹으면 렌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난간 쪽으로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 눈이 내려앉도록 하는 것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것도, 세상이 눈으로 새하얗게 쌓이고 있는 것도, 고개를 돌리면 옆에 있는 렌이 눈 속 풍경에서 반짝이는 것도 모두 볼 수 있다. 눈 구경을 제대로 한 것 같았다. 좋은 점은 충분히 들은 것 같다고 했으니까, 여름에 제일 예쁘지만, 역시 겨울에도 예쁘네ー! 라고 하면 안 되려나 생각하고서 말을 삼켰다. 렌을 바라보고 있다가, 렌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기라도 할까봐서 곧 눈 내리는 풍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센터 시험이 끝이 나고 이제야 아키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어지간하면 대학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기에 더더욱. 멀리 가는 일 없이 가미즈미 마을에 있는 대학으로 가서 경영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굳이 멀리 갈 이유는 없었다. 물론 도쿄나 다른 큰 곳에 있는 대학으로 가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루이틀이면 모를까. 긴 시간을 가미즈미 마을에서 멀어지는 것은 영 내키는 일은 아니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신이 존재하는 것을 안 이상, 자신은 아오노미즈류카미와의 맹세를 지켜야만 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코오리마츠리 날이었다. 말 그대로 얼음으로 만든 조각 작품들을 구경하는, 어떻게 보면 조용한 마츠리이긴 했지만 이 시기가 되면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바로 눈앞에 있는 가미즈미 고등학교를 본따서 만든 조각상이라던가. 정말 본교 건물을 잘 묘사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더 옆으로 가면 시미즈 가문이 관리하고 있는 그 낡은 신사를 본따서 만든 작품도 있었다. 물론 가미즈미는 물이 많으니 얼음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이렇게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을 하려면 얼마나 노력하고 정성을 들여야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절로 감탄밖에는 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조용히 조각들을 구경하던 와중,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이 아마... 가만히 머리를 굴려서 생각하다 떠오르는 성을 그는 입에 담았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에 보네요. 안녕하세요. 이키노네 씨."
/선레를 이렇게 남겨두고 저는 샤워를 좀 다녀올게요! 아마 전에 만났던 것이 여름 때 본 첫일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 처음 만났는지, 아니면 온천에 온다는 말이 있었으니 그 이후에 몇 번 봤던지. 그 부분은 편하게 설정하셔도 무방해요! 물론 그때 보고 여기서 다시 보는 것으로 설정해도 상관은 없고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국 겨울이 되었던가, 그동안 소녀의 기억 속에선 수많은 것들이 맴돌았다. 봄의 기쁨, 여름의 즐거움, 가을의 풍요로움, 그리고 돌아온 겨울의 아늑함... 그렇게 계절이 돌고 도는동안 아직 붉은 실로 장식된 은빛 스카프는 발견하지 못했던가? 다시금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소녀는 아쉽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많고, 바다는 언제나 소녀와 함께였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느긋한 일상을 즐기는게 최고겠지. 축제는 소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코오리마츠리답게 펼쳐진 얼음조각들의 향연은 이제 이곳의 풍경에 익숙해져가는 소녀에게 추억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아, 오래간만이라면 오래간만이네요~ 역시나 시미즈가문 도련님답게 사찰 중이신가요?"
가느다란 시선에 실린 장난스러운 웃음,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일뿐 놀리려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라고 해야 할지... 저번에 온천을 추천해주신 뒤로 여러번 신세 많이 졌답니다~ 역시나 좋은 곳이더라구요~ 공교롭게도 선배님은 별로 뵙지 못한거 같지만요~"
지금 다시보니 소녀는 그를 놀리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게도 악의는 없었지만, 딱히 격식차릴 장소도 아니었기에 조금은 풀어져있던 것일까?
물론 지방 유지 정도는 되지만 그렇다고 도련님이라고 불릴 정도의 입장 또한 아니었다. 물론 장난스러운 느낌이었기에 아키라도 그 이상 뭔가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정말로 진지하게 도련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려고 한다면 조금 필사적으로 부정했겠지만. 생각해보면 올해는 이상하게 학생들 중에서는 그런 이들은 잘 못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아키라로서는 그런 쪽이 훨씬 좋았지만.
"저는 온천이 아니라 스파 쪽에 주로 있으니까요. 그 쪽 일을 돕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3학년이라서 입시도 준비해야하고, 학생회장일도 바빴고... 뭐, 이제는 다 해방되어서 그저 대학 결과만 기다리는 날백수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가볍게 웃는 모습이 이전보다 무게감이나 그런 것은 상당히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키라는 굳이 무게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학생회장도 아닐 뿐더러, 더 이상 입시를 준비해야 할 입장도 아니었다. 그러면 이제 조금은 풀어져도 되지 않겠는가. 대학생이 되어도 공부는 해야한다지만 입시 수준만큼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시찰이 아니라 구경 중이에요. 마츠리야 매년 즐기지만, 입시가 끝난 후라서 그런지 꽤 자유롭기도 하고, 마음적 부담도 덜하고. 이키노네 씨도 비슷한 것 같은데."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제안했다.
"약속이 없으면 같이 둘러볼래요? 혼자서 조용히 보고 싶다면 그것도 상관없고요. 사실 마츠리라고 해도, 평소의 시끌벅적한 모습보다는, 그냥 조용히 이 분위기를 즐기며 얼음동상을 보는 것이 메인이라서 어떻게 보면 혼자서 보는 것이 조금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는 이를 만나니 권해보고 싶네요."
본인은 부정하는 모습이기에 소녀 역시 별 말은 하지 않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 집안의 규모가 작건 크건, 영향력이 어떻다던가 하는 부분은 딱히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제 아무리 명가건, 대부건 해도 인지도가 나쁘다면 대중의 시선은 쏠리지 않을테니까. 그렇다고 마을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그의 모습만 봐도 집안내력이나 하는것은 크게 상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어쩐지 납득이 되는걸요? 게다가 시기도 시기니까요~ 성실함은 언젠가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테니... 이젠 마음 편하게 즐기시는 것만 남았네요? 날백수면 뭐 어떤가요~ 살다보면 쉴때도 있는 법인걸요?"
어쩌면 지금같이 혼자 이곳을 돌아다니는 그의 분위기가 그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기분탓은 아닐것이다. 가벼운 웃음도 그렇고, 이젠 정말 부담감에서 놓여 자유를 만끽할 시기일테니까. 그리고 그런 사소한 변화를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있는 소녀 역시 한층 더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그렇긴 하네요~ 물론 학업으로 따지자면 이제 시작일 뿐이긴 하지만... 딱히 걱정은 없으니까요~"
낙천적이라면 낙천적인게 소녀의 장점이었더랬다. 느긋함의 미학, 바다는 밀려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하지만 그 밑은 잔잔한만큼 소녀는 그 깊은 바닷속에 잠겨 부유하는 유기체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사실 혼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지만... 이렇게 아는 분을 뵈었는데 어떻게 개인행동을 할수 있겠나요? 이런 때야말로 한가해진 선배님께 조금은 염치 없는 행동을 할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와 마주치기 전까진 혼자 구경하려는 목표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축제 속을 혼자서 돌아다닐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눈에 익은 사람이니까, 그걸 떠나도 같은 학교 학생이니까 소녀는 억지를 좀 부려보기로 했다.
학업으로 따지자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하는 모습이 꽤 여유로운 느낌으로 그의 눈에 비쳤다. 아마 그녀는 고등학교 일학년이었으니 머지 않아 이학년이 되던가. 그녀의 말대로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과연 그녀가 삼학년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아키라는 나름대로 상상을 해봤으나 명확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만 할 뿐이었다. 자신은 저 시기때 뭘 했더라. 고작 2년 전이었지만, 아마 비슷하게 여유를 부리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그는 그 정도로 생각을 마쳤다.
"염치없는 행동이라. 대체 뭘 하려고."
다른 것은 그렇다고 쳐도 한가해진 자신에게 염치없는 행동을 하겠다는 그 말에 그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뭐, 그냥 특유의 장난성 발언이겠거니라고 곧 결론을 내리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무튼 뭐, 그렇다고 한다면 같이 구경해봐요. 이 시기엔 정말 여러 작품이 있어서 아마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심심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마츠리라고 먹을 것도 팔기도 하고."
이를테면 붕어빵이라던가, 어묵이라던가. 그렇게 손가락을 접어가며 따뜻한 음식들을 이야기하던 그는 근처에 놓여있는 노점을 가만히 바라봤다. 저 중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도 있을테고, 어묵을 파는 곳도 있을테고 그 외의 마츠리 음식을 파는 곳도 분명히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겨울 특선 호시즈키당의 메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아직 보진 못했기에 적당히 둘러보다 있으면 들리고, 없으면 그냥 가는 것으로 결론을 지으며 그는 앞장서듯 천천히 걸었다.
앞으로 걸어가며 보이는 동물 모양의 얼음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에 있는 것은 개, 저기에 있는 토끼, 그리고 저기에 있는 것은 코끼리, 저기에 있는 것은 기린이었다. 참으로 다양한 동물이 있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입을 열었다.
"내년에도 이키노네 씨가 여기에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땐 잘 찾아보세요. 혹시 알아요? 제가 용을 하나 조각해서 이 마츠리에 제출할지. 뭐,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장미꽃 정도만 가볍게 조각해서 올릴지도 모르지만요."
/그리고 딱 자려는 타이밍에 답레가 보였기에... 이 답레만 잇고 가볼게요! 좋은 밤 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코토하주!
발자국 한 쌍만 남게 쫓아간다는 말에 렌은 그 모습이 상상되어서 괜히 웃었다. 하지만 그럴 일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했다. 렌은 코로리가 손을 깍지껴 잡아오자 그 손을 꼭 감쌌다. 이제는 시리지 않지만 그래도 렌은 코로리의 손을 잡는 것이 좋았다.
눈이 그렇게 들이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외부라 그런지 머리카락에 눈송이가 걸릴 정도는 되었다. 첫눈이라 그런지 아니면 코로리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눈을 맞는 것이 기꺼웠다. 조그마한 소리를 내면서 손을 뻗는 코로리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리는 눈 사이에서도 코로리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코로리 씨 눈 색은 산수유 열매 같아요. 흰 눈이 내려도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똑같고, 봄철 노란 꽃을 피우는 것도 똑같고.”
렌이 작게 미소지으면서 눈에서 시선을 떼어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코로리를 눈으로 담았다. 충동적으로 잡지 않은 손을 뻗어 코로리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장난치다가 자신을 돌아보면 그 손으로 코로리의 눈가를 매만지려 할 것이었다.
“그럼 코로리 씨는 산수유 나무인건가?”
꽃도 열매도 가지고 있으니 나무가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까만 머리카락은 나무줄기 같았고 흰 머리카락을 상상해도 흭 눈 덮힌 산수유 나무가 떠올랐다.
나는 똬리를 튼 뱀처럼 쪼그려 앉아 팔을 연신 쓸어댔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더 따뜻해지는 건 아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나은 정도.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는데 네가 다가왔다. 얘는 지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또 마음이 약하다. 나 참... 이렇게 굴면 괜히 저주하겠다는 나만 머쓱해진다.
"이리 내놔."
나는 공물 받는 신처럼 네 손에 들린 핫팩을 뺏어들었다. 어째 염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지만 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 신경쓰면 인간사에 개입 못한다.
"..."
나는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상념에 젖어들었다. 코노에가 어렸을 적에도 이렇게 제 손을 붙잡아 주곤 했는데... 물론 그때와 지금은 격이 달라 특별히 온기를 느끼지는 못했다.
"너희 엄마랑 아는 사이냐고 물었지."
그래, 이제 슬슬 알려줄 때가 되긴 했지. 나는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몰라 눈을 뒤룩뒤룩 굴리기만 반복했다. 내가 네 할미다? 너희 엄마가 응애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뭐든 이상했다. 너도 오늘은 친구인 내가 내일은 신이라면 당황하겠지. 나는 적당히 힌트만 주기로 했다. 내가 아직 사실을 말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게 절대 아니고, 다 널 배려해서 이러는 거다.
"맞아. 너희 엄마랑 각별한 사이였거든."
나는 너에게 핫팩을 돌려주고는 눈 덮인 몸을 탁탁 털었다. 눈치 좋은 아이니까 적당히 잘 알아듣겠지. 나는 가만히 서서 말 없이 너의 반응을 기다렸다.
딱히 별 짓을 안한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수상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는진 아니었지만 저렇게 말하는 이 치고 정말로 아무 것도 안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뭔가 상당히 곤란한 일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어느 정도 인지 정도는 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재미 여부는 모르겠지만, 여름의 일 때문인지 적어도 저에겐 이키노네 씨는 상당히 기억에 남은 이 중 하나에요. 뭐,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괜히 그런 거 있잖아요. 별 거 없었지만 그냥 묘하게 떠오르는 그런 사람. 그러니까 모래에 파묻힌 조개껍질 정도는 아닐걸요."
그 정도의 말을 남기면서 아키라는 그 이상의 무슨 특별한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온천에 온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상 여름에서의 그 만남에서 괜히 인상을 남긴 것 이외에는 특별히 뭔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지 않겠는가. 기억에 강하게 남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부여하는 일은 사실상 잘 없는 법이었다. 이전, 신과 대면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신의 변덕이었고 신과의 만남이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혼자서 납득했다.
"그렇게까지 찾으려는 이가 있다면 정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라도 커다란 용을 조각해야겠네요. 그야말로 용 중의 왕인 용왕 느낌으로 말이에요."
이전에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뭐, 정말로 내년에 자신의 작품을 찾으려고 들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찾겠다는 이가 있다면 대충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중에 집에 가면 조각하는 방법이나 동영상으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발길 닿는 그곳을 향해 앞으로 걸었다.
"저쪽에 이글루 체험이 있는 것 같고, 가볍게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이 더 끌려요? 이키노네 씨는?"
이내 보이는 갈림길. 그리고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았기에 아키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여름 일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계시다니, 선배님도 한 기억력 하시나보네요~ 그냥 학창시절의 그럭저럭 있는 추억에나 있을법한 일상이었는데 불현듯 떠오를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면, 저도 마냥 허송세월을 보내진 않은 것 같네요~"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건 분명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학생들은 그런 기억들에 어떻게든 끼어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가곤 했으니까... 누군가가 그랬었다. 그렇기에 청춘이라고, 그것은 소녀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곤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정도의 기억, 이름과 생김새, 추구하는 바를 쉽게 떠올릴만큼의 기억이긴 하지만 그것으로도 누군가의 뇌리에 남긴 충분하다 생각하는 소녀였다. 당장 자신만 해도 그 여름날의 기억을 되새겨서 그에게 도련님이라며 장난을 치지 않았는가,
"그정도의 의욕이 있으시다면, 안보러 갈수가 없겠는걸요?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지네요~"
도무지 떠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둘 늘어만 가고 있었다. 붉은 실을 휘날리는 바다의 은빛 스카프, 용 중의 왕인 용왕, 어쩐지 들어맞는 소녀의 볼거리... 가미즈미는 소녀를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 모양이었다. 비록 용궁으로 오라는 손짓은 없다 해도, 내년에 그 모두를 볼수 있다면 분명 의미있는 한해가 될 것이기에... 그렇기에 발길따라 가는 걸음은 소녀가 바닷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벼웠다.
"음... 어떤쪽이 좋으려나요~"
얼마 안가 보이는 갈림길은 각각 이글루 체험과 눈사람 만들기였다. 어느쪽이든 이때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들이기에 소녀는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글루쪽을 선택했다.
"양쪽 다 끌리긴 하지만~ 역시 눈사람은 혼자서도 만들수 있을지언정 이글루는 어려우니까요~"
"호타루마츠리의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데 생각도 못한 곳에서 만난 이가 이키노네 씨라서 그런건가봐요. 그 사람이 용왕을 이야기하는 이라면 더더욱 말이에요."
용왕이 돌아다녀도 좋다고 허락을 한 장소인 바닷물고기 많은 곳을 물었던가. 무엇보다 그 시기는 한여름도 아니었기에 바다에 들어가기는 조금 추운 시기였다. 그런 여러 요소가 복합되어있었기에 어쩌면 그녀가 기억 속에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사실 그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뭔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도 했고. 아무렴 어떠랴. 세상사 모든 것에 이유를 붙여서 판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내년에 이 마츠리에는 시간을 내서 이키노네 씨를 찾아봐야겠네요. 뭐, 볼 수 있을지는 별개로 치고 말이에요."
애초에 딱히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만나는 것은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법이었다. 지금처럼. 그렇기에 아키라는 그 만남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품진 않았다. 그냥 만날 수 있으면 또 보겠지.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내년에 정말 만나기라도 하면... 그땐 운명을 조금 믿어볼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다 이내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아무튼 이글루를 선택한 그녀의 말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오른쪽으로 꺾어 안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러자 저 편에 커다란 이글루, 작은 이글루 등등 꽤 여러 개의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었기에 아키라는 살며시 이글루를 가만히 바라보다 근처에 있는 조금 큰 크기의 이글루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확실히 안에 있으니 생각보다 추위는 덜하네요. 얼음집이라서 분명히 더 추울 줄 알았는데. 신기해라."
과학적 원리가 있었던가.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그 안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문 너머의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은 그렇게 안에 앉아서 들어오는 구멍을 통해 밖을 바라볼 생각인 듯 했다.
/그리고 전쟁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큭! 제일 좋은 것은 놓쳤지만 2등석은 건졌다!! 그리고 계시는 분들은 다들 안녕하세요!
제 오라비만큼은 아니지만 그도 일단은 나이에서도 선배이니만큼 동경심이야 당연히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시의 소녀가 평범한 학생은 입에 담지 않을 다소 황당한 질문을 했던 것은 사실이긴 하나, 설마하니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엔 남지 않을거라 생각했거늘... 아무래도 그의 경우엔 어지간히도 충격으로 와닿았나보다.
그도 그럴게 그 날씨에, 그 상황에 바다로 뛰어들어갈 태세를 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의주시하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유독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일까?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알수 없는 일이었다.
"저도 내년에 선배님 작품이 정말 세워져 있을지 확인하러 와야겠는걸요~ 정말 용중의 왕을 만드셨는지 직접 볼거랍니다?"
반드시 찾아낼 거라는듯 소녀의 나른한 시선은 여느때보다도 확실한 색을 품고 있었다. 만날 수 있을까는 둘째치더라도, 흔적을 쫒는건 소녀에겐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 뒤따라가는 것이 바닷속 신비뿐만이 아닌 제 주변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창 망상에 빠지기 좋은 나이...
"뭔가 본격적이네요~"
그저 몇개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 이글루는 생각 외로 종류가 많아서 그런것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마치 제 집을 찾는 소라게와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가만히 살피는것 같던 그가 먼저 조금 큰 이글루에 들어가자 마치 그것을 찍는 시늉이라도 하듯 소녀는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만들어보였다. 이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그가 이글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소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원리야 배운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이론만으로는 뭔가 안 와닿는 그런 게 있잖아요? 이것도 그렇고요."
당연히 차가운 눈이고, 차가운 얼음이니 당연히 추울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키라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이것이 자연의 신비인가 싶기도 하고, 혹은 과학의 놀라움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오가는 것을 느끼며 아키라는 이글루 안에서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몸을 숙여 안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키라는 살며시 자신의 몸을 벽으로 옮겼고 맑고 투명한 얼음에 살며시 등을 기댔다. 그다지 춥지 않은 것 같아도 일단 얼음벽이었다. 아마 입고 있는 겨울옷이 아니면 상당히 등이 시렸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지금은 겨울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다지 시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안을 살피는 코토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도 괜찮아요. 세사람 정도는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다른 이글루도 많은 것 같으니 거기로 들어가도 될테고요."
물론 후자가 되면 지금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조금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아늑하게 혼자 들어가서 고요함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그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키라는 일단 그렇게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만약 안으로 들어온다면 가만히 바라보다 조금 들어오기 힘들어한다면 손 정도는 내밀어줬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온천이나 스파욕을 마친 후에 이렇게 이글루가 있으면 뭔가 시원하게 몸을 식히기에도 좋아서 인기가 있을 법 한데. 이키노네 씨는 온천이나 스파욕을 마친 후에 이런 이글루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요? 괜찮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 의견을 묻고 한번 추진해볼까 싶기도 한데."
물론 그렇게 하려면 따로 온천이나 스파 안에 차가운 공간을 만들어야겠지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공사기간이 있기에 바로는 만들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만들어두면 나름 신기함과 신선함은 물론이요. 뜨거운 몸을 다시 식히기에는 딱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는 거겠죠~ 세상엔 이렇게 직접 알아갈 수록 더 신기한 일들이 많으니까요?"
그저 책에서, 인터넷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과는 달랐다. 물론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도 몇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소녀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곤 했다. 어릴적부터 부풀어올랐던 꿈은 지금의 소녀가 있게 해주었고, 그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소녀의 부모님이 그러했다면, 그 자식인 딸 또한 마찬가지일테니. 언젠간 소녀 또한 비밀에 쌓인 반짝이는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사라졌던 어릴적 꿈은 언젠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낼테니까,
"이렇게나 자리가 넖은데 다른 이글루를 찾는다던가 하는건 모양이 안나는 걸요~ 혼자서도 아니고 모처럼 둘인데 말이죠~"
더욱이 서로 다른데에 들어가있으면 이야기하기도 번거로울 거라면서 소녀는 그가 옆으로 살짝 비껴나 생긴 빈자리에 들어섰다.
"아 참, 그걸 깜박했네요~ ...실례할게요~?"
이미 들어와놓고서 말하는 천연덕스러움 정도는 소녀도 가지고 있는 장난기 중 하나였다.
"음~ 온천이나 스파에 이런 것도 도입해보는 건가요? 확실히 요즘은 냉탕이라던가 아이스룸도 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분들은 언제든지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아니면 냉탕 전문인 곳도 간혹 있구요~
그 외의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YES쪽이려나요~?"
소녀라면 당연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겨울바다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수영복 차림으로 곧잘 빠지곤 했으니까, 덕분에 괴짜 아닌 괴짜로 불렸다지만 소녀에겐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도 바로 사업추진 생각까지 하시다니... 선배님도 참 별난 분이시네요~"
그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은 방금 전의 시선처럼 조금은 독특한 광채를 가지고 있었다. 묘한 웃음이나 유심히 지켜보는 시선, 그 얕은 시선으로 한동안 말이 없던 소녀가 눈을 접고 꺄르륵 웃어보이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잘 되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엔 저처럼, 한겨울에 바다에 뛰어드는 별난 사람도 한둘쯤 이상은 있기마련이니까요~"
"사람들 중에선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설사 두 명이 왔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딱히 특정하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살짝 그런 성향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거나, 불편하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런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다면 가끔은 따로따로 들어가서 혼자 조용히 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물론 아키라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녀가 들어오는 것에 맞춰 그는 몸을 옆으로 치워 확실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하하. 애초에 제가 만든 것도 아닌데 저에게 실례할게요 라고 말을 해도...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해야겠네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그는 살짝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에 이글루 벽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딱히 프사로 바꿀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기념으로 한 장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나중에 나가면 이 이글루의 전체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후에 한동안 라인 프사로 사용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대한 그녀의 의견이 나오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검토할 단계 정도는 된다는 거겠지. 나중에 직원들이나 아버지, 어머니에게 말을 해보고 검토를 조금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 코토하의 다음 말에 아키라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찌되었건 저도 시미즈 가의 사람이니까요. 어른이 되고 머지 않아 가미즈미의 온천 사업과 스파 산업은 제 것이 될 예정이기도 하고. 그렇다보니 이것저것 생각을 안 할 수 없더라고요. 제 대에서 망하게 할 순 없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아키라는 그럼 이런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야할까 잠시 고민했다. 같이 있는 이가 남성이라면 보이즈 토크 같은 것이라도 생각해볼지도 모르겠지만... 이럴 땐 고등학생 토크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코토하를 제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많진 않지만 한겨울에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도 없진 않으니까 별난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눈보라가 칠 때는 조금 별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새해에 바다에 뛰어들어서 헤엄치는 이도 있잖아요? 물론 저는 그렇게까지 차갑게 수영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키노네 씨는 바다를 정말 좋아하나보네요. 용왕이 정말로 있다면, 진짜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요. 신자 권유를 할 정도로."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장차 그녀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신에 대한 것은 비밀인 듯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럼 사업 얘기는 이쯤으로 하고, 고등학생다운 이야기라도 해볼까요? 너무 오래 여기에 앉아있을 순 없으니 각각 딱 3개만 진실게임이라도 해보는 것은 어때요? 원래는 왕게임이 좀 더 취향이지만 두 명으로는 힘들잖아요?"
거절해도 별 상관없다는 듯,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다시 전방, 정확히는 입구 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할 거면 먼저 질문을 던져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여유롭게 숨을 내뱉었다.
코로리는 눈송이 하나가 손에 닿으면, 렌이 옮겨준 온기 덕에 따뜻해진 손이라서 그런지 눈이 차갑게만 느껴져서 작게 웃었다. 차가운 눈송이가 간지러웠다. 달콤하면 간지러우니까, 솜사탕이 됐나 봐. 렌 씨랑 있어서 솜사탕 됐나보다! 손을 가져온 코로리는 다시 가디건 소매 끝에 손을 숨겼다.
"모란이랑 산수유네ー 렌 씨가 닮았다고 해주는 건 다 좋아ー!"
렌이 자신에게 닮았다 해주는 건 싫은 것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코로리는 렌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 그 손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만져주는 손길이 좋아서 웃어버리다가, 눈가를 매만지러 올라오는 손길에는 눈을 꼭 접어버렸다. 눈을 접으며 웃더니 남아있는 손을 렌의 손 위로 올린다. 손 위에 손을 포개려고 했다.
"그럼 렌 씨가 눈이면, 난 눈이랑 만난 나무니까ー"
숨바꼭질 중이니까 괜찮겠지이! 나무 위에 눈이 쌓이면, 당연히 하얗다. 코로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얀색이라는 것도 알았고, 눈이 쌓이는 곳은 머리 위라는 것도 알아서 조심스럽지 못한 짓을 해버렸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버린다. 새하얀 머리카락은, 빛을 받으면 알록달록하게 반짝거렸다. 보건실에서 보았던 그 색이었다.
"무슨 느낌인지 알거 같네요~ 저도 되도록이면 혼자 있는걸 즐기긴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을땐 얘기가 달라지니까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죠~ 물론... 제 취미가 다른분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요?"
그의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도 있고, 자신 또한 어느정도는 그런느낌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겉보기와 다르게 장난을 치는 것도 좋아했고 하나보단 둘을 더 선호했으니까, 비록 선을 그을지언정 그 기준은 언제나 제멋대로였으니까. 확실하게 거리를 벌려준 그를 생각해서도 소녀 역시 이글루의 벽쪽으로 붙어 냉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후후후... 그렇긴 해도 어찌보면 선배님께서 먼저 들어가신 곳에 합석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작게 어깨를 으쓱이던 그가 살며시 핸드폰을 꺼내 이글루의 벽을 찍는듯하자 소녀도 그런 그의 행동을, 그리고 안의 아늑함을 눈에 담았다. 깊어지는 바다의 입구처럼 검푸른 눈동자에 상이 하나하나 맺혀 머릿 속에 기억이 된다. 이 기억은 앞으로 소녀에게 얼마나 오래 잔류하게 될까? 이 뚜렷한 기억과 기분을, 내년에도 똑같이 느낄수 있을까?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니 고민을 안 하실 수가 없는 걸요? 그래도 신기하네요~ 선배님께서 그런 것도 제게 의견을 들으려 하시다니... 물론 소비자의 의견 풀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긴 하지만요~ 저까지 덩달아 이야기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소녀의 의견도 그저 많은 설문조사의 한 부분일 것이고, 그렇기에 간단하게 말한 것이겠지만 다른의미로서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도 원래 의도는 아니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정돈하던 그가 잠깐 눈을 깜빡이고서 다시금 이쪽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기에, 소녀도 마찬가지로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듣고보니 그렇긴 하네요~ 물론 눈보라가 몰아칠 때도 나가고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도 많은데다 부모님이나 오라버니께 폐 끼치고 싶진 않으니 궂은 날은 피하는 편이죠~
그리고... 그게 바로 제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만약 용왕님께서 정말로 계신다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그게 힘들단걸 아니까, 그래도 이곳이라면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왔던 거랍니다~ 그래도 그것 역시 힘들단걸 아니까, 그 대변자인 바다의 신비를 찾으러 돌아다녔던 거구요. 네... 많은 분들이 '용궁의 사자'라고 부르는 그 물고기 말이죠~"
제 부모님은 그것을 업으로 삼았기에 일찌기 마주친 적이 있었으나, 아직 소녀에겐 흔적밖에 닿지 않았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가장 경관이 좋고 잘 관리되어있는 이곳까지 오게 된것일까? 심해의 그 생물은 용궁과 멀어지면 금방 생을 다한다고 알려졌기에,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교감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었다.
"고등학생다운 이야기인가요? 그러고보니 그때 이후로 선배님과 마주칠 시간이 거의 없긴 했네요~ 아무래도 두명이서 왕게임은 힘드니, 진실게임이 좋겠죠~"
"결국 이용하는 것은 저희 일가가 아니라 찾아오는 고객들이고, 이키노네 씨도 그런 고객 중 한 명이잖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고객의 의견을 듣는게 제일이에요. 이거 괜찮지 않나? 라고 생각한 것이 막상 시행하면 생각한 이에게만 좋은 아이디어이고, 정작 이용하는 이들에겐 별로일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그 부분은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하는 자의 마인드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해도 이전부터 집안 일을 돕기도 했고, 지금은 스파 일을 같이 하고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조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머지 않아 모두 다 자신의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 머지않아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정말 덜떨어진 수준이 되는게 아니고서야 시미즈 가문을 잇는 것은 자신이 될테니 결국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아키라는 생각하며 괜히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용궁의 사자라는 말에 아키라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바다를 아주 잘 아는 이라면 바로 알지도 모르겠지만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탓이었다. 이어 잠시 타임을 외친 그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빠르게 인터넷을 켜고 '용궁의 사자'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이내 나오는 산갈치 이미지를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용궁의 사자인가?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햇으나 아무튼 뜬 것이 이 물고기니까 이 물고기를 기반으로 생각해야겠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산갈치를 말하는 거라면 이 근처에서는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관련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어부 아저씨들에게 물어보면 알려나. 아니. 그보다 이거 안 위험해요? 생각보다 엄청 큰 것 같은데?!"
이거 사람 무는 물고기 아닌가? 아닌가? 안 무나? 그 부분은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다시 한 번 갸웃하던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렴 어떠랴. 그렇게 위험한 물고기라면 아무리 그녀라도 쉽게 접근하진 않겠거니 생각했다. 애초에 이 근방에서는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자신만 잘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질문에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등학교 3학년 생활 때문에 많은 자유를 누릴 순 없었고 학생회장으로서의 일도 있었기에 정말 프리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1년간 학생회장으로서 일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적어도 후회된 적은 없었으니 꽤 쌓은 것 같네요. 이런저런 이들을 만났고, 좋은 구경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라? 싶은 모습을 보기도 했고, 함부로 봐서는 안될 현장을 실시간으로 앞에서 보기도 했고... 나름 인상적인 일도 있었고. 이 정도면 많이 쌓은 것 같네요. 그래도 역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기에... 마냥 놀 순 없어서 더 쌓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네요."
그 부분은 역시 조금 아쉽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뒤이어 얼음벽에 살짝 더 등을 기댄 후, 그는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입구 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키노네 씨는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와서 후회되거나 하진 않았나요? 일단 요 1년은 제가 학생회장이었으니, 괜히 이런 것이 궁금해지네요."
>>606 그런 쪽보다는 그냥 제가 우연히 상판 스레를 좀 둘러보다가 아예 세계관 하나를 통째로 공유해서 1:1 스레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하는 그런 곳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렇게 제공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고..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냥 내키는대로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아마 2학기 시작하고부터 매일매일 데려다주지 않을까하네요! 마히루의 눈빛이 살짝 신경 쓰이긴하지만~~ 알바 있는 날은 아마 볼에 한번 뽀뽀해주고 미안하다고 하고선 갈 것 같고 ... 없는 날은 그럼 어디 산책이나 하고 올까요? 하고 물어보거나 아니면 요조라가 초대해주면 방에 잠깐 들어갈수도 있고~
"고객들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까요~ 임원들만의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고객들과 적절하게 소통하는 기업은 언제나 흥하기 마련이죠?"
요즘은 그것 또한 셀링포인트가 되니까, 어찌보면 회사운영의 기본소양이라고도 할수 있으나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지키지 않는쪽은 대부분 다른 것들도 지키지 않는 부류에 속하니... 그렇다곤 해도 벌써부터 가업을 이을 고민을 하다못해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까지 고민하는 듯한 그를 보면 그런게 어른스러운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새삼스레 들기도 했다. 시기상조라고는 하나 그라면 못할 것도 없겠지.
용궁의 사자를 찾고 있었다는 자신의 말에 그런 물고기는 딱히 들은적이 없던듯 잠시 타임을 외쳤던 그가 빠르게 그것을 찾는 것처럼 보이자 소녀는 살짝 웃음이 터진듯 쿡쿡거리다가도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은 아직 여유로웠으니까,
"음... 그러려나요~?"
이곳에선 본적이 없는듯하다, 혹시 무는거 아니냐. 두가지 의문에 소녀는 그저 애매하게 웃어보이기만 했다.
"그러잖아도 어업하시는 분들께 여쭈어보았더니 그분들도 알고는 계시지만 정작 마주친적은 없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가미즈미는 신이 머물다 가는 곳... 행여 용왕님을 만나뵙진 못해도 그에 버금가는 전설을 볼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해서요~"
위기감이 부족한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소녀는 그 존재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혼자선 잡거나 할수도 없단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저 멀리서라도 그 존재가 정말 있음을 알고 싶었던 것일까? 애초에 소녀에게 그것을 억지로 잡을만한 권위도, 권리도 없었다. 자연은 언제나 그 순리에 맡겨야 하는법...
떠밀려온 산갈치라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줄 수는 있겠지만,
"후후후... 한마디로 '볼 것, 못 볼 것'다 보셨단 거네요~ 어떤 의미로는 산전수전일거 같아요~ 역시 학생회장이란 직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겠지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번엔 그가 질문을 했을까?
"후회라~ 지금껏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기억나질 않으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인것 같네요~ 만약 후회를 한다 해도... 좀 더 자주 바다에 나가지 못한 것 정도?"
역시나 소녀다운 대답이었을까, 어쨌든 결론은 그가 학생회장이었기에 꽤 괜찮은 1년을 보낼 수 있었단 이야기였다.
"두번째는... 그렇네요~ 요 1년간, 선배님을 강하게 이끌리게 하는 어떠한 일이나 누군가가 있었나요?"
뭐야? 그래서 문다는거야? 그냥 볼 수 있다면 물려도 상관없다는 거야? 뭐야? 조금 혼란스럽다는 듯이 그는 그녀를 바라봤지만 특별한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자신이 보겠다고 한다면 그 정도 안전은 알아서 잘 챙기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성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어린아이도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적어도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챙길 수 있을 거라고 그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튼 자신의 물음에 대한 그녀의 답을 들으며 적어도 학교에는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는 괜히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자신이 학생들의 대표로서 있었던 1년이 마냥 나빴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것은 보통 일학년에게 묻는 것이 제일 확실한 법이었기에.
"좀 더 바다에 못 나간 것이 후회된다니. 이키노네 씨는 나중에 완전히 어른이 되면 모래해변에 집을 세워서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게 들어가진 마요. 그러다 건강 나빠질라."
이를테면 너무 추운데 바다에 들어가거나 하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렴에 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뭔가 다른 안전은 잘 챙기지만 저것만큼은 잘 못 챙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에 그는 고개를 가만히 갸웃했다.
이내 자신에게 돌아오는 2번째 질문. 강하게 이끌리게 하는 어떠한 일이나 사람이라. 뭐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 그 생각을 마무리지으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호타루마츠리 준비 때가 아무래도 정말로 강하게 이끌렸던 것 같네요. 거의 처음으로 시미즈 가문에서 행하는 행사 운영에 제대로 참여를 했었거든요. 신사 앞에서 춤도 추고, 성스러운 샘 앞에서 가이드 일도 하고. ...뭐, 일을 돕다가 바다에 등불이 뜨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야 뭐 이것저것 일이 있었고, 이런저런 사람들과의 추억도 있었지만 역시 제일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흔든 사건은 바로 그것이었다. 처음으로 자신도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제대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 사람으로 가자면 정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기에, 이를테면 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던가, 정말로 엄청난 천재성을 보여주는 반 친구라던가, 멋진 그림을 보여준 후배라던가, 정말 엄청나게 창의적인 별명을 붙이면서 자신과 티격태격한 반 친구라던가, 그리고 임팩트가 크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강한 인상을 남긴 눈앞의 여학생이라던가. 그리고 기타 등등.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는 굳이 사람에게 순위를 붙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 차례네요. 이키노네 씨는 이 1년간... 이건 꼭 이루고 싶었다라는 것은 있었나요? 아까 전의 그 산갈치 보는 거 말고요."
코오리마츠리, 아미카도 이 축제에 참가..는 하지 않고 구경하러 왔다. 얼음 조각품을 구경하는거야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아미카의 '문화 활동'으로 딱 좋았다. 아미카는 추워서 빨개진 볼을 잠시 만졌다. 확실히 추운건 좀.. 아미카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흐음.. 확실히 잘 만든 것 같은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얼음 조각품을 보던 아미카는 용 조각품 앞에서 멈춰섰다. 사실적이면서도 꽤나 고풍스러웠고, 웅장해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깨끗해보이는 것이 마치 수정 같아보이기도 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모습은 분명히 서양식 용, 드래곤인데 이름은 '영빙궁의 고룡'이라는 동양식 이름 같다는 것이었다.
아미카는 잠시 보다가 사진을 한장 찍곤 자신의 모습도 같이 나오면 괜찮을 것 같아서 주변에 부탁할 사람이 없을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오늘의 사쿠야에게는 꽤 의미가 있는 날 이였습니다. 왜냐하면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마무리하게 되는 계절인 겨울. 그에 따른 행사인 코오리마츠리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출품하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날, 작품을 위해서 사쿠야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그녀 번뜩이는 영감을 찾아내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렇다 할 만한 좋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기분이 될 수 있는 것을 당당히 찾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 정도는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가미즈미 마을은 비밀 아닌 비밀의 고장 이라고도 할 수도 있었고 신과 사람... 그리고 용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가 있지요. 사쿠야는 바로 이 '용'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한 결정에 도달한 이후에는 거침 없이 행동은 이어질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녀는 '용'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 이때 얼음의 용이 이렇게 세상의 모습을 당당한 자태로 이곳에 세워 질 수 있었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무언가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그렇게 사쿠야는 자신의 작품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배우고자 근처 머물고 있었고 용의 근처에서 근처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인물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행동은 언뜻 보기에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사쿠야에게 보여졌고 그래서 사쿠야는 그 인물에게 다가가서는 그렇게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언가를 찾는 것이라면 그것을 돕는 것도 좋을 것이고 어쩌면 '용'에 대하여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포함하였습니다
렌은 산수유라는 말에 좋다고 해주는 코로리를 보면서 작게 웃었다.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길이나 눈가를 매만지는 것도 흔쾌히 받아주는 모습도, 이내 눈을 접으며 웃음짓는 모습도, 제 손 위에 손을 포개는 온기도 모두 눈에 담았다. 영영 잊지 못할 장면처럼 마음 속에 새겨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지 장난기가 발동한 탓인지 코로리가 머리카락을 희게 물들이며 본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렌은 놀라 얼른 웃옷을 벗어 코로리의 머리 위로 덮어버렸다. 아마 코로리도 놀랄 정도의 빠르기였을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던 렌은 매번 수영을 할 때마다 옷을 갈아입곤 했으니ㅡ게다가 빨리 갈아입는 게 중요했다ㅡ 나름의 최적화된 프로세스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놀란 나머지 방금은 영영 잊지 못할 장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겠지.
"코로리 씨.....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요. 들켜서 신계로 끌려가면 어떡해."
렌은 코로리의 머리 위로 덮은 옷을 여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렌의 옷에서는 평소 렌을 끌어안을 때면 나는 채취, 포근한 섬유유연제의 냄새, 미약하게 나는 수영장 물내음과 여름의 향이 날 것이었다.
다행히 주변에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렌은 심장이 콩닥콩닥하며 조마조마했다. 우리 둘이 서로 떨어지기 싫다고 해도 누가 우리 둘을 떨어뜨려놓으면 어떡하나.... 그건 정말 싫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렌은 그나마 안도를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니 옷을 덮기 전에 보였던 흰 빛이 떠올라 눈썹을 늘어뜨리면서도 웃음짓고 말았다.
"눈 덮힌 나무 씨는 나한테만 보여줘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트리 같아서 예쁘지만, 그래서 누가 나한테서 뺏어갈까봐 겁나."
두 손은 코로리를 감싸고 있는 제 옷을 잡고 있는 터라 쓸 수 없자 렌은 장난기 많은 코로리를 탓하듯 코로리의 이마에 제 이마를 살짝 부딪혔을 것이었다. 그것에는 친애의 의미와 장난기와 걱정 같은 게 묻어있을 터였다.
갑자기 나타난 여성에 아미카는 조금 놀랐다. 여성은 초록색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아미카보다 키가 좀 컸다. 분명 불쾌할만한 점은 없었는데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심장이 뛰었기에 아미카는 이 느낌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여성은 순수히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아미카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조심히 물어봤다.
"저어.. 혹시 이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더 찍고 싶은데 찍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702 렌은 어떤 조각상을 좋아하려나~ 물과 관련된 것들에 관심을 가질 것 같기도 하네. 인어라던가...? 물고기 같은 거? 렌은 뭔가 만드는 것 같은 것도 좋아해서 이글루 같은 거 보면 유심히 살펴볼 것 같아. 나중에 정말 여력이 된다면 이글루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707 인어와 물고기 조각상은 있을 법 하네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인어는 조각으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기도 하고 말이에요. 으앗. 이글루에 관심을 보이는군요. ㅋㅋㅋㅋㅋㅋ 안에 쏙 들어가 있는 아키라와 눈 마주치는 상황이 되면 뭔가 되게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하고..
>>711 렌 : 저야 이글루 내부 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어서요(웃음) 앗, 노크를 하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실례했습니다(장난식으로 나가려고 하기) 하지만 지금이나 내년이나 시간이 없어서 무리일 것 같다고 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 그런데 과연 렌에게 이글루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남는 겨울이 있을지 모르겠어....(흐릿)
후회가 없었음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래도 학생회장의 위치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무언가 뿌듯한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소녀 역시 웃어보였다. 확실히 그런 평에 대해 가장 민감한게 자신같은 신입생이었을테니, 어찌보면 당연한 물음이었을까?
물론 천성이 느긋한 탓에 잘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지금껏 어느 누구한테도 미움을 사거나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후회남길 일은 없지 않은가 하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정말 모래해변에 집을 짓진 않겠지만요~ 쓸려나갈지도 모른답니다~? 별안간 뜻밖의 여정을 떠나버릴 수도 있어요~ ...아니지? 그것도 재밌으려나...
후후후...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무리 그래도 아니다 싶을땐 안하죠~ 탐사의 가장 기본적인 수칙, '절대 무리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니까요~"
이미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별나다를 넘어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바다에 뛰어드는 소녀는 분명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걱정거리가 될테지만... 달리 말하면 그렇게 자주 뛰어들었기에 적응이 된 것일지도 몰랐다. 사람이 그렇게 간단하게 단련이 될 리가 없겠지만... 아니면 집안내력인 것일까?
"헤에... 확실히 이끌릴만한 일이었네요~ 처음으로 행사 운영에 참여하는데다 가문에서 행하는 행사라면 가업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저도 그랬던 때가 종종 있어서 무슨 기분인지 알것 같아요~ 뭐... 그런 중요한 일을 하다보면, 무언가 하나는 아쉽게 참가하지 못하는 일들도 생기긴 할것 같구요?"
호타루마츠리를 준비할 때 일들을 떠올리며 여러 운영에 참여했으나 결국 바다에 등불이 뜨는 것은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는 그의 말에 저까지 아쉽다는듯 멋쩍은 표정을 잠깐 짓던 소녀는 문득 자신도 등불 구경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쉽게 떠오르진 않았지만,
"음... 산갈치 말고..."
되돌아온 물음, 근 1년간 '이건 꼭 이루고 싶었다.' 라는게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소녀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참을 그렇게 뜸들이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가 있는쪽을 다시 바라보면서,
"친구 100명 만들기?"
살풋 웃는 모습은 누가 봐도 장난스러움이 담겨있었다.
"사실 꼭 이루고 싶었다, 라는건 없었던거 같아요~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 강하게 의욕을 품는건 나쁘지 않지만 일이 틀어지면 그만큼의 상실감도 오는 법이죠. 어떻게 보면... 아까 전에 말씀해주셨던 후회한 일이 없는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려나요? 생각하고 꿈꾸는건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일어났으면 좋겠다.' 정도였지 '꼭 이뤄지게 하고 싶다.'까지는 아니었네요~
음... 그나마 꼭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살아남자'? 이건 이미 이뤄졌네요~"
무난한 일생, 딱히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듯 너른 바다에서 해류를 타는 해파리처럼 소녀는 지극히 잔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도 자극적인 경험을 얻고 싶어 한겨울에도 바다에 뛰어드는게 아닐까 싶지만...
누가 알겠는가? 소녀는 그렇게까지 자신의 내력에 대해 어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음... 그럼 마지막 질문인가요~ 조금 아쉽네요~
...선배님은 앞으로도 이 마을의 모든 것을 지켜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차분한 미소는 여느때와 같았지만 소녀의 시선엔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로 선을 그었을 뿐,
친구 100명 만들기. 꽤 유명한 말인데 여기서 그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만 아키라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꽤 귀여운 이루고 싶은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 아키라의 웃음소리도 천천히 작아졌다. 그나마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 '살아남자'라. 조금 신경이 쓰이는 말이었지만 이미 이뤄졌다고 하니 그는 굳이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그런 강한 의욕을 품는 것이 있어야 자신의 미래도 조금은 더 좋은 쪽으로 가지 않겠어요? 실패했을 때 상실감이 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음.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다고 하고, 거기서 또 도전할 수도 있잖아요? 뭐,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지만요. 적어도 전 그리 생각해요."
딱히 그녀의 가치관이나 방식을 비판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만 살며시 밝히며 아키라는 이내 들려오는 마지막 질문을 들었다. 앞으로도 이 마을의 모든 것을 지켜봐주실 수 있느냐는 물음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왜 자신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인가. 실제로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코토하를 가만히 바라봤다. 허나 그 표정에서 뭔가를 읽을 수는 없었다. 자신은 독심술사가 아니었기에.
"아쉽다라. 뭐 더 묻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아무튼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가고 계속 지낼거지만,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신이 아니라서 마을의 일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가며 이 마을을 지켜볼 생각이냐고 물은거라면 답은 Yes예요. 뭐, 일단 온천과 스파도 관리해야하고,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이 좋거든요."
가만히 어깨를 으쓱하는 목소리에는 거짓이 조금도 녹아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마지막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막혀있는 이글루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내렸다. 뒤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 그녀를 다시 제대로 바라보면서 마지막 질문을 사용했다.
"방금 전 질문의 의미는 뭔가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를 알고 싶거든요. 제가 이 마을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이 이키노네 씨와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건가요?"
정말 별 것 아닐지도 모르나 그렇게 물어본 의도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았기에 아키라는 그 답을 듣고 싶다는 듯, 망설임없이 마지막 질문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러다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보통은 이런 질문은 약간 달달한 질문이나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하고는 하던데.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저도 마지막이니까."
/그리고 누워있으려는데 답레가 보여서 이것만 올리고 다시 들어가볼게요!! 다시 다들 좋은 밤 되세요!
렌 씨한테 빠졌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 렌을 꼭 끌어안은 것도 아닌데 그 품에서 나는 향이, 렌에게서 나는 향이 넘쳤다.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하기 위해서 코로리의 눈은 당황한 듯이 깜빡거렸다. 렌이 하는 말로 미뤄보아, 머리카락을 본디의 색으로 돌린 것에 놀라 옷을 벗어 머리카락 색을 가리도록 씌워버린 것 같다. 귀여워, 사랑스러워ー 좋아해! 근데 눈사람 되면 어떡해! 놀라버린 렌이 걱정을 하는 렌이, 숨기겠다고 옷으로 덮어버린 렌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추울까 걱정이 되고 말았다. 옷 아래서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앞머리만이라도 본다면 다시 검어진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없어서, 그치만 놀라게 해서 미안해ー"
빨간 망토! 렌의 향기가 좋아서 옷을 걷어내지 못 했지만, 역시 추위는 걱정되어 렌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다시 머리카락을 까맣게 물들였으니까 걱정하지 말란 듯이 렌을 바라본다.
"렌 씨가 눈이니까, 눈 쌓이려면 렌 씨가 있어야지이. 그리고 내가 렌 씨랑 있을건데 누가 뺏어가!"
눈 덮힌 나무 씨, 렌이 없으면 눈이 쌓이질 못 하니 아무도 못 본다는 뜻이었다. 이전에 몇 본 적 없는 모습이고, 앞으로는 안 보여주면 된다. 문득 렌을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기로 생각하니, 코로리는 언젠가 렌에게 잠의 신으로서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부끄러워ー! 부끄러울만한 건 없는데, 렌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무래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마에 렌의 이마가 살짝 부딪힌다. 생각이 환기되었다. 코로리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쪽 입맞추려고 했다. 장난기와 애정이 어려서 가볍고 간지러운 것이었다. 갑자기 입 맞추려는 이유는 별 것 없었다. 까치발 안 해도 닿을 수 있어서였다. 계속 좋아하고 있으니까, 언제나 사랑스러워하고 있는데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그러니까 옷 입자아."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뉘인다. 어린 아이를 달래는 듯한 어조이기도 했고, 애정을 섞어 약하게 투정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겉옷을 덮어 가리자 코로리의 머리카락이 이내 검은 빛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그래도 누군가에게 들키면 큰일나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렌은 단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게요. 저도 순순히 뺏길 마음은 없으니까요.”
렌이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뒤 코로리의 이마를 이마로 툭 건들였을 뿐인데 쪽 하고 입맞춤이 되돌아왔다. 렌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상태로 살짝 얼었다가 이내 가라앉았던 열이 다시금 확 올랐다. 렌은 끙끙거리면서 고개를 더 숙여 코로리의 어깨 부근에 이마를 부볐다. 손에 힘이 풀렸는지 렌의 겉옷은 어느새 코로리의 머리에서 흘러내려 코로리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코로리 씨…. 정말….”
삼켜버리고 싶네, 하는 말을 욕망과 함께 삼켜버린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저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니 벅찰정도로 기쁘다. 닿는 것조차 부끄럽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늘 닿고 싶고 끌어안고 싶었다.
“코로리 씨 때문에 하나도 안 추워졌는데….”
겨울이었지만 겉옷 없이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열오른 몸에 찬 바람과 눈이 닿는 것이 기분좋게 느껴질 정도였다. 겉옷 안에도 옷을 단단하게 겹쳐 입은 것도 있었고 코로리가 매어준 목도리 덕분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코로리가 옷을 입으라고 한다면 실랑이 하다가 슬금슬금 입었을지도. 그렇게 계단참에서 다른 이들 몰래 속닥속닥 밀회를 나누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 쯔음에 찬 기운을 잔뜩 묻힌 채로 따뜻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녕 리리, 이렇게 편지를 쓰는건 정~말 오랜만인것 같은데 말이야. 항상 같이 있으니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얘기할 수 있었잖아. 하지만 지금 너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 이야기로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 편지를 쓰고 있어. 이 편지를 쓰는 시간은 너와 내가 인간들을 위해서 깨어있는 시간이란다.
리리, 내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너의 모습이었어. 머리색과 눈의 색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닮은 우리를 주변 신들이 쌍둥이 신이라고 했었지. 그 이후로 우리는 단 한번도 멀리 떨어져본 적이 없잖아? 지금 와서 같이 있던 세월을 생각하려면 손가락으로 세려고 해도 손가락을 몇번이고 접었다 펴야하니까 말이야.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인식했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오빠가 되었고 네가 여동생이 되었어.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우리가 탄생하고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많은 일을 하기도 했지.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같이 살았어.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더니 나도 너도 서로가 무슨 일을 하던 이해해줄 수 있게 되었겠지. 나는 네 오빠로써, 너는 내 여동생으로써 그 누구도 서로를 더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리리, 렌 군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네가 정체를 들켰다고 나에게 온 날 솔직히 화가 많이 나긴 했었어. 물론 단순히 정체를 들켰다는 사실로 협박을 한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네가 좀 더 조심하기를 바랬으니까. 그리고 그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후에 렌 군을 만나고 어쩌면 정체를 들킨 사람이 렌 군이라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렌 군 이외에도 네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만 말이야. 하지만 리리, 좋은 사람이라도 너를 만난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야. 내가 너를 이해하는 것과 그 사람이 너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네가 나에게 하듯이 행동을 했을때 렌 군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물론 내 동생이니까 잘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성격을 잘 알잖니.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거 말이야. 졸업식이 끝나면 너와 나는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될꺼야. 그리고 너는 이제 나보다 렌 군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지. 나도 너보다 요조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항상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알겠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나에게 물어봐도 좋아. 물론 나는 네 편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요조라한테도 물어볼께. 리리, 저번에도 말했지만 너랑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더라. 지금까지 네가 없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머리로는 언젠가는 떨어질 날이 올꺼라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어쩔 줄 모르겠다. 내가 오빠라곤 했지만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너에게 의지하고 있었나보다. 이런 면에서는 나보다 네가 더 나은 것 같아.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을테니 그 날도 이미 가까이 다가왔어. 이젠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시기라는 뜻이지. 그리고 네가 나보다 더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편지가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 이 편지를 네가 읽고 있다는건 학교가 끝나고 책방에서 아르바이트까지 끝내고 집으로 왔다는거겠지? 내가 낮에 네 창문으로 들어가게 손을 써뒀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왜 편지를 썼냐고 물어보면 새벽 감성 때문에 썼다고 말해줄께. 그리고 괜히 이 편지 읽고 또 나한테 와서 세이~ 내가 없으니까 슬퍼? 하면서 놀리지말고. 대꾸 안할테니까. 그럼 이만 줄여야겠다. 몸도 챙기면서 공부해, 알겠지?
"어머, 그러셨나요? 이 시기가 지나면 덧 없이 사라져 갈 이 아이도 피사체가 되어 누군가의 기억으로서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였다는 것을 남기게 된다면 좋아하여 주겠지요"
사쿠야는 그 인물의 대답에 희미하게 미소를 한 번 짓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가 만들어낸 조각상은 얼음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장기 보관이 어렵고 코오리마츠리가 끝나게 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땅히 전시 되어 보여 질 수 있는 곳도 얼마 없을 것입니다. 굳이 한다면 신사 정도가 있겠으나 그는 얼음이므로... 그렇게 되면 녹아 사라져 버린 다는 것에 다름은 없습니다. 사쿠야로서도 그녀 자신의 피조물이 이렇게 누군가의 기억과 물건에 좋은 의미로 남겨질 수 있다면 좋았습니다
"예, 끼어이."
사쿠야는 부탁에 흔쾌히 승락하고는 상대가 건네준 핸드폰을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는 사진을 찍으려 준비를 취했습니다. 핸드폰의 카메라를 상대에와 '용'을 함께하도록 향하여 그녀 나름의 가장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서 화면을 잡고자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여 보았고 이내 '찰칵-' 이라는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나름의 시도 이였으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으니 만큼 살펴보시고 말씀하여 주세요. "
사쿠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으로 다소곤이 손으로 핸드폰을 상대에게 다시 되돌려 주고자 하였습니다. 이왕 사진을 남기고자 한다면 가능한 가장 좋은 것으로 남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사쿠야로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용'이 상대에게 그렇게 까지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이였습니다. 그저 수많은 피조물들의 한켠에 있을 뿐인 것일 수도 있겠고 그것이 보통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 스레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꼭 하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네요! 아무래도 모두의 현생+조금 식은 분위기 등으로 후반부는 조용조용히 흘러가긴 했지만... 그거야 이미 스레를 세울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기도 하고.. 그냥 이 정도면 무난하게 흘러갔으니 괜찮지 않나 생각 중이에요!
굳이 말하자면 아키라적 캐입으로서는 연애에 그렇게 필사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그에 대해서는 크게 별 감정은 없을 것 같네요. 사실 뭐... 우정적 모먼트는 꽤 쌓은 것 같지만 연애적 모먼트는 그다지 없기도 했고? (갸웃) 그리고 캡틴적으로서는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아키라하고는 그다지 서사가 안 쌓인 것도 있고... 뭐 여러가지 사정이 있기에 어쩔 수 없지~ 이런 느낌이랍니다! 아. 물론 임자 있는 캐릭터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부디 연플을 찍은 분들에겐 오해가 없길 바라며!
친구 100명 만들기, 라고 해도 솔직히 그걸 누가 실천을 할까? 소녀도 제 부모님께 여쭈어봤더니 그것은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라 하셨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할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주는 자기암시 같은 거랬나? 어쨌든 만화에서도,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왜 친구 100명 만들기가 지각했다며 빵 물고 등교하는 학생만큼 스탠다드 클리셰가 되었는지 소녀는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음~ 그런 것도 있죠~ 원래 강하게 이끌리는게 있는만큼 큰 목표를 잡게 되는 법이고, 그만큼 힘들고 낙담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루어낸다면 그만한 행복이 없는 것처럼요~"
불확실한 미래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한다. 오히려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꿈을 향한 노력이 더 돋보이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그저 흐르는대로만 살아가는 소녀에겐 그런 이들이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보였을까?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곤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자신이 너무 느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OK네요~ 아무래도 가업까지 잇다보면, 더욱 이곳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입장이 되기도 하실 거구요~"
그저 두둥실 뜬 구름에 휘적이는듯한 그런 질문이었는데도 성의있게 대답해주자, 소녀는 한층 더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거짓으로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 그곳에서 나고 자란만큼 곧 끝맺을 때가 올지라도 계속 이곳에 있을거라는 말에 소녀는 무언가 수긍이라도 한듯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런 걸로 마지막 질문을 써버리시면 괜히 분위기 잡은거 같아서 곤란해진다구요~"
결국 마지막 질문을 사용한다는게 자기 질문의 저의에 대한거라니, 소녀는 키득거리며 웃다가도 어느새 바깥쪽에 시선을 고정한채 나른하고 음감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있거든요... 어떤 목표를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가는 사람들... 물론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건 아니랄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마땅해요. 하지만... 자신의 목표, 꿈에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흘러가는 환경, 사시사철 변해가는 자연, 점점 번듯해지는 길거리의 차량들, 점점 낡아가는 신호등, 지인, 친구, 애인, 때로는 가족까지도..."
누구한테 말하는지, 그에게 말하는지, 소녀 자신에게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붕 뜬 문장들은 이글루 안에서 한참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그래도 뭐, 선배님께서는 그정도로 주변에 신경을 안쓰는 분은 아니실테니까요~ 으음... 달달한 질문은 아니지만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는 질문이지 않을까요? 후후후..."
다시금 웃어보이는 소녀의 표정은 처음과 똑같은 분위기였다.
/얍~ @.@ 오늘의 발도장이랍니다~ 좀 많이 늦어버렸네요! 최대한 줄여보느라 고민좀 하다보니 말이죠~
"애초에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그건 제 맘이잖아요? 저는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한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기도 했고요."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아예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지만 그 시점에서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질문 기회를 아깝게 한 번 날려버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결국 진실게임이라는 것은 거짓없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것도 딱히 질문을 낭비한 것은 아닐터였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궁금한 것을, 알고 싶은 것을 물은 거였으니까.
이어지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며 아키라는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며 귀를 기울였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목표에만 목숨을 거는 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키라는 가만히 눈을 깜빡이기만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그는 그녀의 말이 온전히 끝나자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뒤이어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확실히 제가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일단 저는 시미즈 가문이 중요하고 소중하고, 온천이나 스파 쪽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정말로 그쪽에 집중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거기에 너무 몰두하지 않게 저를 제대로 잡아줄 이가 분명히 주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도 그렇고, 제 가족들도 그렇고, 저희 집에서 일하는 사용인들, 더 나아가 그냥 일반 직원까지도. 그리고 뭐, 보다 못한 신이 한심한 저놈을 뜯어고치겠다고 나타날지도 모르죠. 일단 저희 가문은 신에게 사명을 받은 가문이기도 해서."
어디까지나 전승으로만 전해진 것이었지만 이미 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그 사명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자신이 그녀가 말한대로 답답하게 일직선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미련한 짓을 한다면 막아주지 않을까. 그걸 떠나서 자신 주변의 친구들, 아는 사람들이 막아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키노네 씨도, 그리고 제가 아는 다른 이들도 그런 이들이 분명히 있을테고요. 뭐, 그게 누가 될지는... 제가 모든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지만.. 살다보면 그런 이 한 번은 은근히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고들 하니까요."
이내 그는 가만히 기지개를 쭈욱 켠 후에 살며시 얼음 벽에서 등을 떼어냈다. 그리고 슬슬 밖으로 나가려는 듯, 이글루 출구 쪽으로 향했다.
"저는 밖으로 나갈게요. 이키노네 씨는... 좀 더 여기에 있고 싶다면 있어도 괜찮아요. 기다릴테니까."
>>862 캡틴 안녕, 좋은 밤이야~! 그러면 좋을텐데 。゚(゚´ω`゚)゚。 짐 빼느니 옮기느니 새로 주문할 물건들 수량 조사에 진행중인 일들 처리에 월요일부터 난리였어 ㅋㅋㅋㅋㅋㅋ큐ㅠ 내 짐은 하나도 못 뺐구... 금요일에 시공업체 온다던데... 연차쓰고 도망가고 싶어 (⌒▽⌒)
>>863 요조라주 안녕, 좋은 밤이야~! 늘 같았다는건... 월요일이 월요일 했구나 (´∀`)...
"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낮간지러운 말을 하기엔 아직은 감을 못잡겠다는 그런 느낌?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낮간지러운 말을 해버린 것 같네요~"
두근두근 비밀이야기 같은건 아무래도 소녀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원래대로라면 그런 이야기로 매듭을 짓는게 당연시 되었겠지만 대신 남은 것은 감성적인 이야기뿐이었다. 조금 아쉽긴 해도, 진실게임이니까 물어보고 싶은 것을 가감없이 물어보고, 주어진 질문에 진실되게 말하면 그만이니.
"후후후... 생각해보니까 그렇네요~ 가장 중요한건 그거죠... 나 스스로가 조심하되 행여나 너무 깊숙히 빠져버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향할 때 그걸 올바르게 잡아줄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니까요~"
행여 그가 너무 몰두한 나머지 깊게 빠져들어 버린대도, 보다 못한 신이 나타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옷가지를 잡아당길지도 모를 일이다. 신에게 사명을 받은만큼 신과 가까운 집안이라면 그런 해프닝도 아얘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싶어 소녀는 작게 웃어보였다.
"네, 그렇긴 하겠죠~ 사람은 누구나... 어긋날지도 모를 자신을 잡아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이들을 통해 도움이나 구원을 받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의 말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냥 없다고만 할수도 없었다. 최소한 이곳, 가미즈미에서는 엇나가는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아서라도 끌고올 신들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더 신들이 머물다 갈만한 곳이라 생각되었기에 소녀에게선 미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 슬슬 움직일 때도 되었네요~ 아무리 이글루 안이 따뜻하다지만, 겨울인건 변함없으니까요~"
가만히 기지개를 키던 그가 얼음벽에서 몸을 떼어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자 웅크려 무릎을 안고 있던 소녀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그가 먼저 밖으로 빠져나가는동안 잠깐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기다 밖으로 완전히 나간 뒤에, 들어올때 그러했던 것처럼 천천히 밖으로 나왔을까?
"그래도 선배님 덕분에 의미있는 하루가 되었던 것 같네요~ 물론, 그 전에도 그랬지만 말이죠~"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별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튼 자신이 나가려는 것처럼 그녀도 슬슬 나갈 모양이었다. 아무리 겨울옷을 입고 있다고 한들 이글루 안이 그야말로 코타츠럼 따뜻할 순 없는 법이었다. 어디까지나 바깥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법이었지. 물론 이대로 조금 더 있어도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슬슬 밖으로 나가고 싶었기에 아키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다시 한 번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섰다. 완전히 밖으로 나오자 자연히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을 살며시 스쳐 지나갔고 그 차가움 때문에 절로 붉게 뺨이 물들었다.
"확실히 나오니까 조금 더 차갑긴 하네."
이글루의 신비인 것일까. 괜히 뒤돌아서 이글루를 바라보다 그녀가 편하게 나올 수 있도록 그는 일부러 자신의 몸을 이글루에서 살짝 떨어뜨렸다. 나오려고 하는데 바로 앞에 더 키가 큰 남성이 있어서야 나오긴 힘들테니까. 그 상태에서 가만히 고개를 돌려 주변의 조각상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키라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조각상을 보이는 범위 내에서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던 와중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녀도 이제 완전히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들려온 그 말에는 그저 피식 웃으면서 아키라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특별히 뭔가를 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과찬인걸요. 의미있는 하루라니."
전에는 바다에서 만났고 그냥 자신의 집인 온천에 안내한 것 뿐이었고, 지금은 그저 우연히 만나 동상을 바라보다 이글루에 들어가서 잠시 진실게임을 하다가 밖으로 나온 것 뿐이었다. 꽤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타입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좋네요. 그렇다면 제 오늘도 이키노네 씨 덕분에 의미있는 하루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기사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낫기도 하고."
이내 그는 슬슬 앞으로 걸어가려는 듯, 천천히 발을 옮겼다. 아직 볼 것은 많았으니 천천히라도 돌아다니면서 근처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가볼까요. 다시. 아직 볼 것은 많은 것 같으니까."
/퇴근! 그리고 갱신이에요!! 뭔가 일상한 날짜가 꽤 길어진 것 같은데 슬슬 끊고 싶으면 끊으셔도 되기에 막레로 이어질 수 있도록 써봤어요. 좀 더 잇고 싶다면 이으셔도 되고.. 슬슬 끝내고 싶다면 막레로 끝내셔도 될 것 같네요! 아무튼 갱신할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사쿠야 또한 말없이 그녀의 피조물이자 작품을 바라보았습니다. 가능한 최고에 가까운 형상으로 빗어내고자 노력했고 점차 그 모습을 갖춰나가는 것을, 이름, 구도, 형태... 여러가지가 모여 비로소 지금이 되었던 것을 잠시 회상했습니다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사진에 대한 사쿠야의 작은 걱정은 그런 대답에 그녀의 의도와 부탁에 제대로 어울려 질 수 있었다는 점에 다행이고 좋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이 비슷하게 상대 측에도 있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리고 보여지는 태도로 보아하면 아마도 그럴 겁니다. 최소한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렇게 말씀하여 주신다면 이 아이도, 이를 만들어낸 분도 분명 그 말씀을 듣고는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사쿠야는 용에 대한 칭찬에 한번 미소를 짓고는 덩달아 같이 ' 용 ' 에게 고개를 돌리어 다시 한번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은유적인 표현을 섞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딱히 자신이 용의 제작자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것에 사쿠야는 보다 자신감이 생겨난 것만 같이 느껴졌고 기뻤습니다
사쿠야는 그런 물음이 섞인 말에 작게 웃어 보이고는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의문형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언뜻 장난끼가 엿보이는 것처럼 사쿠야 역시 그래 보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대화로서 어렴풋이, 또는 거의 사쿠야가 '용'의 제작자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지만 그렇게 언급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하겠지요, 여러 시간 동안 시행과 착오를 거처 세상에 태어나도록 하는 것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할 것 이랍니다. 그러나 비로소 온전한 모습으로 잉태 되었을 때 세상에 존재함을 기뻐하게 될 수 있겠지요"
사쿠야는 그러한 말에 긍정하고는 말을 그렇게 이어갔습니다. 말해졌던 것처럼 노고는 있었지만 그 만큼 훌륭하게 될 작품을 만들어내게 된 것에 사쿠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 지금 이렇게 목도하게 되었기도 합니다
"그러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저 또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쿠야는 다시 한번 긍정하며 말했습니다. 만일 정말로 전기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조각된 것이라면 그 전체적인 윤곽에 기반을 갖추고 나면 보다 세세한 표현을 위해서 다른 도구로 바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형식의 전기톱이라 하면 그것은 본래 벌목용 도구이며 생각하는 것 만큼은 그다지 튼튼하지 않고 조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용법이 다르게 적용되지 않을까 하였습니다. 사쿠야의 경우에는 끌과 정, 그리고 망치 같은 것으로 느리고 수고스럽더라도 섬세하고 천천히 다듬어 깎어 나가는 것을 택했고 결과는 이렇게 당당히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선택이 어리석은 것이 아닌 자랑스러워 할 것이 되었지요
점심시간엔 코세이는 주로 옥상에 있으니까 요조라도 같이 올라오려나요~ 겨울이라서 요조라랑 같이 있으면 일부러 옥상 안갈 것 같고! ㅋㅋㅋㅋ 손 닿을락말락 장난치면 코세이가 갑자기 확 잡아당겨서 무릎에 눕게 해줄것 같은걸요~ 무릎에 누우면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볼도 만져주고~
옥상은 안 춥거나 덜 추운 날 같이 올라가지 않을까나~ 겨울이니까 오래는 못 있겠지만~ ㅋㅋ 코세이 갑자기 그러면 요조라 놀랄텐데~ 그래도 무릎베개는 좋으니까 편하게 누워서 쓰담받고 그러겠지~ 조금 짖궂은 장난을 치...는건 요조라 새가슴이라 못 하겠지만 ㅋㅅㅋ 쓰다듬어주는 손 잡아서 손바닥에 뽀뽀 정도는 해줄거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서 말 못한다니 어떤거길래 ... 사실 동거 시작하면 죽기전까지 같이 살게 될지도 ... 그대로 결혼까지 골인? 헉 안아주고서 뽀뽀도 아마 잔뜩 해줄텐데요? 그러면 더 못자려나~ ㅋㅋㅋ 잠옷은 맞춰서 입지 않을까요? 검은색 위주로 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