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 막 러브레터가 꽂히고 그러는걸까요 ... 코세이는 불안해서 대학교 못간대요~~ 요조라를 믿지만 그 싱숭생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코세이도 대학 가면 이런저런 대쉬는 많이 받을지도! 사실 동거는 요조라도 졸업하면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구 있어서 ... 졸업하자마자 바로! 는 안할 것 같네요 ~
코로리는 몸집도 작고 색으로 치자면 붉은 빛이 어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은 코로리가 가끔은 크고 드넓은 바다같이 느껴지곤 했다.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것에 가까우면서도 꼭 안겨있는 느낌이 들곤 했으니까.
마치 석양으로 노을져 붉은 빛을 띄는 바다와 비슷하지 않을까. 코로리가 바다라면 자신은 그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리가 수천년을 살아온 신이고 자신이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으니 아마 저 비유가 맞을 것이리라.
“부디 쫓아와 주세요.”
렌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코로리가 너무 좋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도 너무 고맙고 소중했다. 자신은 코로리가 저를 놓아버리면 차마 쫓아갈 생각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런 것으로 보면 코로리가 자신보다 더 마음이 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버린다.
숨바꼭질 같다며 숨자는 그 말에 렌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코로리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 몰래 외부 계단참 쪽으로 올라간다. 눈이 쌓이지 않은 중앙 부분으로 발을 딛으며 1층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갔다. 이쯤 되면 인적이 더 드믈어져 버린다. 난간으로 눈송이가 새어들어와 렌과 코로리의 뺨을 간지럽힌다.
“와, 눈 진짜 많이 내렸다.”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학교의 풍경에 이미 눈이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옅은 입김과 함께 렌은 혼잣말같은 탄성을 뱉었다.
렌의 발자국 위에 코로리의 발자국을 포개면, 아무래도 코로리의 발이 더 작을테니까 발자국은 한 쌍만 남을 것이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쫓아가겠다는 뜻은 아니고, 렌이 어디로 가든 놓치지 앉고 꼭 잘 쫓아다니겠다는 뜻이었다. 헤실헤실 웃은 코로리는 다시 손을 잡는 렌의 손에, 이번에는 선뜻 깍지를 끼려고 했다. 렌이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렇게 렌의 따뜻함을 조금씩 옮겨와서 이제는 시리지 않은 손이 되었으니까 손가락을 얽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숨바꼭질 하듯이 계단참으로 오른다. 술래를 자장자장 코 재워버리면 반칙이겠지ー? 눈 오는 학교,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선생님을 재워버리는 것 자체가 큰일이지만!
"차가ー"
코로리는 눈이 뺨에 닿아 녹으면 렌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난간 쪽으로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 눈이 내려앉도록 하는 것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것도, 세상이 눈으로 새하얗게 쌓이고 있는 것도, 고개를 돌리면 옆에 있는 렌이 눈 속 풍경에서 반짝이는 것도 모두 볼 수 있다. 눈 구경을 제대로 한 것 같았다. 좋은 점은 충분히 들은 것 같다고 했으니까, 여름에 제일 예쁘지만, 역시 겨울에도 예쁘네ー! 라고 하면 안 되려나 생각하고서 말을 삼켰다. 렌을 바라보고 있다가, 렌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기라도 할까봐서 곧 눈 내리는 풍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센터 시험이 끝이 나고 이제야 아키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어지간하면 대학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기에 더더욱. 멀리 가는 일 없이 가미즈미 마을에 있는 대학으로 가서 경영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굳이 멀리 갈 이유는 없었다. 물론 도쿄나 다른 큰 곳에 있는 대학으로 가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루이틀이면 모를까. 긴 시간을 가미즈미 마을에서 멀어지는 것은 영 내키는 일은 아니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신이 존재하는 것을 안 이상, 자신은 아오노미즈류카미와의 맹세를 지켜야만 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코오리마츠리 날이었다. 말 그대로 얼음으로 만든 조각 작품들을 구경하는, 어떻게 보면 조용한 마츠리이긴 했지만 이 시기가 되면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바로 눈앞에 있는 가미즈미 고등학교를 본따서 만든 조각상이라던가. 정말 본교 건물을 잘 묘사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더 옆으로 가면 시미즈 가문이 관리하고 있는 그 낡은 신사를 본따서 만든 작품도 있었다. 물론 가미즈미는 물이 많으니 얼음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이렇게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을 하려면 얼마나 노력하고 정성을 들여야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절로 감탄밖에는 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조용히 조각들을 구경하던 와중,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이 아마... 가만히 머리를 굴려서 생각하다 떠오르는 성을 그는 입에 담았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에 보네요. 안녕하세요. 이키노네 씨."
/선레를 이렇게 남겨두고 저는 샤워를 좀 다녀올게요! 아마 전에 만났던 것이 여름 때 본 첫일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 처음 만났는지, 아니면 온천에 온다는 말이 있었으니 그 이후에 몇 번 봤던지. 그 부분은 편하게 설정하셔도 무방해요! 물론 그때 보고 여기서 다시 보는 것으로 설정해도 상관은 없고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국 겨울이 되었던가, 그동안 소녀의 기억 속에선 수많은 것들이 맴돌았다. 봄의 기쁨, 여름의 즐거움, 가을의 풍요로움, 그리고 돌아온 겨울의 아늑함... 그렇게 계절이 돌고 도는동안 아직 붉은 실로 장식된 은빛 스카프는 발견하지 못했던가? 다시금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소녀는 아쉽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많고, 바다는 언제나 소녀와 함께였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느긋한 일상을 즐기는게 최고겠지. 축제는 소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코오리마츠리답게 펼쳐진 얼음조각들의 향연은 이제 이곳의 풍경에 익숙해져가는 소녀에게 추억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아, 오래간만이라면 오래간만이네요~ 역시나 시미즈가문 도련님답게 사찰 중이신가요?"
가느다란 시선에 실린 장난스러운 웃음,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일뿐 놀리려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라고 해야 할지... 저번에 온천을 추천해주신 뒤로 여러번 신세 많이 졌답니다~ 역시나 좋은 곳이더라구요~ 공교롭게도 선배님은 별로 뵙지 못한거 같지만요~"
지금 다시보니 소녀는 그를 놀리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게도 악의는 없었지만, 딱히 격식차릴 장소도 아니었기에 조금은 풀어져있던 것일까?
물론 지방 유지 정도는 되지만 그렇다고 도련님이라고 불릴 정도의 입장 또한 아니었다. 물론 장난스러운 느낌이었기에 아키라도 그 이상 뭔가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정말로 진지하게 도련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려고 한다면 조금 필사적으로 부정했겠지만. 생각해보면 올해는 이상하게 학생들 중에서는 그런 이들은 잘 못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아키라로서는 그런 쪽이 훨씬 좋았지만.
"저는 온천이 아니라 스파 쪽에 주로 있으니까요. 그 쪽 일을 돕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3학년이라서 입시도 준비해야하고, 학생회장일도 바빴고... 뭐, 이제는 다 해방되어서 그저 대학 결과만 기다리는 날백수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가볍게 웃는 모습이 이전보다 무게감이나 그런 것은 상당히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키라는 굳이 무게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학생회장도 아닐 뿐더러, 더 이상 입시를 준비해야 할 입장도 아니었다. 그러면 이제 조금은 풀어져도 되지 않겠는가. 대학생이 되어도 공부는 해야한다지만 입시 수준만큼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시찰이 아니라 구경 중이에요. 마츠리야 매년 즐기지만, 입시가 끝난 후라서 그런지 꽤 자유롭기도 하고, 마음적 부담도 덜하고. 이키노네 씨도 비슷한 것 같은데."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제안했다.
"약속이 없으면 같이 둘러볼래요? 혼자서 조용히 보고 싶다면 그것도 상관없고요. 사실 마츠리라고 해도, 평소의 시끌벅적한 모습보다는, 그냥 조용히 이 분위기를 즐기며 얼음동상을 보는 것이 메인이라서 어떻게 보면 혼자서 보는 것이 조금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는 이를 만나니 권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