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난 그 흔하다는 휴대폰도 고등학생 되어서야 겨우 얻을 수 있었으니까. 휴대폰을 가질 무렵에는 연락처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서 언제까지나 어린 시절의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것은 어려웠다. 쭈욱 교류를 하고 놀았으면 모를까. 자신들처럼 이사 등으로 헤어졌다고 한다면 어떻게 계속 기억할 수 있을까? 절대 기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절로 연락이 끊어지게 되고 서서히 잊혀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자신들이 이렇게 만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인연과 우연에 절로 감사를 느끼면서 선우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은서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 다시 봤을 때보다는 편하다는 그 말을 들으며 선우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자신에게 그 물음이 그대로 돌아오자 선우는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그 물음에 바로 대답했다. 자신이 물음을 던진 시점에서 이미 그 물음이 나올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그 답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낯선 것도 있었지만 조금 충격이긴 했어. 내가 아는 은서가 아니었으니까.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그래서 솔직히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조금 고민도 했었고 말이야."
당연히 나이를 먹었으니 변했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역시 어릴 때의 이미지와는 달라졌기에,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기에 조금 막막한 점은 있었다. 애써 티는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분명히 어릴 때의 모습은 남아있긴 했지만 그 알갱이는 전혀 다른 것으로 가득 찬 듯한 그 느낌. 하지만 그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래도 지금의 네 모습도 난 좋아. 어색한 거야 그냥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레벨이니까. 응. 역시 지금의 네 모습도 좋아. 난."
그때의 느낌도 나쁘지 않으나 지금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면서 선우는 미소를 활짝 지었다. 조금 낯간지러운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그는 빠르게 주제를 바꾸려는 듯 여기에는 없는 다른 이의 이름을 꺼냈다.
"지금이야 흔해도 그때 당시야 학생 중에는 휴대폰 가지고 있는 애들이 많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니까."
중학교 들어서면서 슬슬 휴대폰을 지니는 애들이 생기기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백이면 백 모두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시대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하던 기억도 어렴풋이 나고. 그러니 연락이 끊긴 것이야 서운하긴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는 이 관계가 허무하게 끊길 일이 없게끔 조심하는 수밖에는.
"뭐...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시간이라잖아?" "많은 일이 있었고."
어째 본인에게 생긴 변화는 세월보다는 환경이 문제였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유야 아무렴 어떻겠는가.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깜짝 놀랄 만큼 성격이 변해 버린 것은 사실이었다. 선우가 변한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였으면 좋았겠지만... 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어른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으려나.
"뭐야, 고백하는 거야?"
선우의 입에서 나온 낯간지러운 말에 괜스레 능청스러운 농담으로 화제를 전환한다. 어릴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사회생활하다 보니 누군가에게서 저런 솔직한 심정을 전해 듣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게 돼서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기분. "... 나도 지금 오빠 모습도 좋아해. 어릴 때처럼 놀리는 재미는 없지만." 솔직하게 말하나 했더니 꼭 끝에 툴툴거리는 듯한 말투로 사족을 덧붙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낯간지러워서 못 버티겠다.
"아, 주현이는 확실히 그대로더라. 그래서 지난번에 봤을 때 조금 안심했어."
정확히 어떤 포인트에서 안심했는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미묘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 어릴 적의 기억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준 기분이라고 하면 얼추 맞을까.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샌가 처음 출발했던 지점에 돌아와 있었다. 이렇게 오래 걸은 지가 꽤 오랜만이라 다리가 욱신거리는 것이 내일은 근육통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선우에게 목줄을 건네주려 한다.
오 톡방 만드는 것도 괜찮다! 단체톡뿐 아니라 XX - OO 하는 식으로 이름 붙이면 일대일 톡도 되니까 길지 않고 짧게 톡 주고 받는 일상 주고 받을때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선우주 말대로 민폐라고는 생각 안 했으면 좋겠네! 나도 주말이나 되어야 어느정도 오래 있는 거지 평일에는 하루 한 번 정도 와보는 게 다인 수준이기도 하고... 슬로우 스레니까! 천천히 느긋하게 진행하면 되는거지!
"네가 아무리 예쁜 소꿉친구라고 해도 이렇게 뜬금없이 길거리에서 고백하고 싶진 않은데. 고백을 한다면 정식으로 좋은 자리와 분위기를 맞추고 싶어서 말이야."
능청스러운 농담에 선우 역시 가볍게 웃으면서 정말로 가볍게 대답했다. 확실히 낯간지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고백처럼 들렸을까. 그런 말이 나오자 절로 둘 다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느끼면서 선우는 어떤 의미로는 상당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 어릴때만 해도 이런 말을 해도 딱히 고백이라던가 그런 말이 나올 일은 없었으니까. 가끔 짓궂게 제 삼자가 놀릴거나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무튼 주현이에 대한 평은 그녀도 비슷한 것 같았기에 선우는 괜히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녀가 안 변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릴 적의 모습이 확실하게 남아있고 성격도 비슷했기에 상당히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출발지점에 도착하고 그녀가 목줄을 내밀자 그는 살며시 목줄을 잡았다. 한바퀴를 돌았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다롱이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그와 그녀.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제 어쩔꺼냐고 묻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선우는 오른손을 내려 다롱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일단 나는 이대로 다른 코스로 한바퀴 더 돌긴 할건데 너는 어쩔래?"
아마 자연스럽게 이쯤에서 헤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선우는 물음을 던진 후,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러다 살며시 장난끼가 떠올랐는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금은 짓궂은 말을 살며시 던졌다.
"어릴 때처럼 놀리는 재미는 없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반대로 널 한번씩 놀려주면 그나마 비슷해지려나? 아하하. 물론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성격도 느낌도 뭔가 어릴 때와는 전혀 반대로, 어떻게 보면 서로 바뀌었듯이 되어버린 감이 있었으니. 물론 그렇다고 은서가 소심하고 낯을 가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느낌이 있었기에 그는 그렇게 장난을 툭 치면서 혹시나 반격이 날아오면 바로 피할 수 있도록 살며시 자세를 잡았다.
제 농담에 선우 역시 가벼운 농담으로 맞받아치자 은서는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신선함을 느낀 건 선우 뿐이 아니었다. "말은 잘해." 어릴 때는 이런 농담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만약 했었더라도 지금과 같이 여유로운 반응은 아마 돌아오지 않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예쁘단 말을 듣는 것은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지만 티 냈다간 어떻게 놀릴지 알 수 없었기에 으스대기보단 적당히 받아넘긴다.
기왕이면 조금 더 산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평소에 어지간히 운동을 안 했어야지... 어찌나 체력이 부실한지 한 코스 걷고 지친 바람에 내일을 생각해서라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듯했다. 본인이 운동부족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실감했지만, 딱히 운동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선우의 짓궂은 농담에 은서는 불만이 서린 표정으로 "진짜 성격 많이 변했네..." 하고 중얼거렸다. 중얼거림의 크기는 선우에게 들릴 만한 수준이었고, 들으라고 한 말이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놀리고 있지 않아?"
물론 자신이 어린 시절 선우를 놀려먹던 횟수가 월등히 많기야 하겠으나, 이제 와서 관계가 역전된 기분이라 괜히 투덜거렸다. 은서는 잠시 불만 섞인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다가 "내가 가만히 당해주나 봐라." 하곤 가볍게 어릴 적에 자주 지었을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누군가를 놀리는 것도, 놀림을 받는 것도, 다 친해야 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며 무엇보다 어릴적 생각이 많이 났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무튼 난 이제 가볼게. 오늘 재밌었어." "다롱이도 안녕~"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여 다롱이에게도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 뒤, 은서는 제집으로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 가는 길에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그리고 톡방 사용하다가 새삼스럽게 눈치챈건데... 다시금 생각해도 은서의 성씨를 선우랑 겹치게 짠 게 묘하게 아쉽단 말이지. 이름 먼저 짜두고 나중에 어울릴만한 성씨를 붙이는 바람에 처음엔 눈치 못챘었는데 세명밖에 없는 스레에 두명이 같은 성씨라 위화감이 든다 해야할지.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어릴적에 "어? 너도 정씨야? 나두 그런데!" 하는 귀여운 에피소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은서주도 안녕!! 사실 나도 그렇게 짰기 때문에..(흐릿) 하지만 현실에서도 같은 성씨 친구는 많으니까 말이야.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나만 해도 내 성과 비슷한 친구들은 되게 많기도 했고. 물론 신경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상판이라는 구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말이지.
안녕 선우주! 좋은 점심! 그치 뭐 성씨가 제갈이거나 이런 특이한 경우 아니고서야 사실 성씨가 겹치는 일은 흔하긴 하다지만 뭔가 볼때마다 괜히 움찔하게 된단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것보단 소수인원 스레라 더 그런 것 같긴 한데... 물론 이제라도 바꾼다면야 바꿀수야 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성씨도 없고. :/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성씨를 바꾸는 것도 조금 애매한 느낌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데 어릴 적에 같은 성씨네! 와! 이러면서 친하게 놀았다는 썰은 많이 떠오르는걸.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오히려 이걸 친해질 수 있던 여러 기회 중 하나로 삼는다!
그치 벌써 2스레인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1스레 세워졌던 게 5월 8일이잖아? (동공지진) 생각보다도 오래됐어! 좋아 어차피 성씨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으니 선우주 말대로 기회의 발판으로 삼는 수밖에!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유치원 아이들이 서로의 띠(십이지)가 전부 똑같은 걸 알게 되곤 소름 돋아 했다는 썰을 본적 있는데 어릴적의 은서랑 선우도 신기해했으려나? 🤔 정씨가 드문 성씨는 아니라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그랬어. 정확히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좌석을 7조인가 6조인가 아무튼 나눠서 하고 조 이름 정하라길래 뭐할까 정하다가 띠 이름 나와서 너 무슨 띠야? 어. 난 무슨 띠인데. 어? 너도? 너도? 이렇게 해서 엄청 신기해했었는데. 음. 아무튼 선우는 그럼 내 동생이야? 라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은 있었을 것 같아. 이유는 별 거 없고 나랑 같은 정시니까.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물론 부모님에게 가서 말하다가 그런 거 아니라고 말을 들었겠지만 말이야.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란 참 귀엽군... 나는 초등학생 때 기억은 거의 없네. (흐릿) 띠 얘기가 나왔어도 빠른년생이라 초등학교를 1년 일찍 입학해서 나만 띠가 달랐을 것 같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거 귀엽다! 비슷한 느낌으로 성씨가 같으니 주변 애들이 "너네 남매야?" 하고 묻는 일이 있었을수도 있을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어릴때는 잘 모르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작 은서한테 왜 성이 같아? 라고 물으면 은서도 모르니까 '어... 그러게...? 왜지??' 하는 대답 말고는 못해줄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선우선우도 귀엽다! 놀리다가 결국엔 주소를 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말은 이래놓고 진짜 놀러가기까지 한참은 걸릴 것 같긴 하네. 🤔 "나 진짜 간다?"(안감)
그게 어린애들의 귀여움이지. 선우도 왜 그런지는 말 못할 것 같아. 사실 그렇다고 해도 어린애들인 이상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을 것 같고 선우는 안고 있는 강아지와 논다고 바쁠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선우도 진짜 오긴 와? 그렇게 말하면서 넘겼지만 말이야. 그런데 실제로 저런 흐름 많은걸. 언제 한 번 갈게. 언제 한 번 갈게. 그리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